소설리스트

〈 21화 〉[4. 재력이네] (21/112)



〈 21화 〉[4. 재력이네]

한바탕 학교에 소란이 일어난 후,


"성희롱이래"
수근수근


"아 그3학년애..? 그럴줄 알았어, 라나한테 그랬데"
수근수근

3학년 학생 한명이 성희롱 사건으로 경찰에게 끌려가는 그런 소소한 소란이 일어난 후,

운동장을 가로질러 자신의 보금자리로 향하려고 하는 정수를 한 여학생이 붙잡았다.

그녀의 머리칼은 검붉은 빛을 띄고 있었고,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눈동자는 갈색이었고 얼굴에는 어떤 장식도 하지 않았지만, 팔에는 화려해 보이는 팔찌를 하나 착용하고 있었고, 그 다음에는 뭐..

"화장을 안했네.."

평소에 하던 어울리지 않는 짙은 화장을 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 의문스러운 일이었을 뿐인 그런 학생.

이름은,


"양아지?"


누구나가 다는 명찰을 가리지 않아 이름을 알아보아 그녀의 이름을 내뱉으니, 그제서야 그녀는 더듬더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 대, 대체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된거냐니,


죽었다 살아돌아왔고, 학교에 나왔고 성실하게 수업을 들으려다가 애써 준비한 도시락을 왠 이상한 놈들에게 걷어 차이는 바람에...

"복수하려고."

복수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아무것도 없이 복수를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차분히 생각하고 계획을 세운 후에, 그렇게 이행하려고 하는  준비단계...


"너... 지, 진짜... 이상... 하잖아...  그때 죽었는데... 복수라는건..."

하지만 그녀는  말을 듣긴 한건지, 지금과 상관 없는 말을 하며 혼란해 하고 있었는데..

그래, 이 몸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었겠지.

"미...! 미...미아...미안해..."

 부분은 조금 궁금해졌다.
이 몸의 죽음. 아니 나아가 이 몸의 과거를 알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


"흐윽... 윽...나,  정말... 나는... 으윽... 미안해에... 흑...흐으윽..."


조용히 이야기 할 곳이 필요하다.


...


...



"뭔데 시발? 야! 들어오지마! 뭐 시발 모르는 사람 내방에 들이지 말라고 개새끼야!"


미리네가 반겨주었다.


* * *  *

그도 나름대로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있었던 때.
바깥에서 신나게 공을 찰 수 있었던 때.

 여러시간들이 말이다.

매일아침 자신을 깨우러 와주는 소꿉친구도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학교에 가면 반겨주는 친구들과 웃어 이야기 하는 선생님들도 든든한 아군이었다.


...


뭐,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부터 깨어졌지만...


아무튼 그랬던때도 있었다는 뜻이다.

정수는 언제 어떻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모른다.
애초에  3자의 눈으로 보았을땐, 아주 자연스럽게 틀어진 일이기도 했지.


중학교에서의 생활이 끝날때쯤 소꿉친구와의 사이가 소원해졌고,
고등학교를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어떤 질나쁜 동급생에게 찍히고 말았다.

 질나쁜동급생은 집안에 돈이 많았고, 학교에 끼치는 영향력도 높았으며, 성격도 나쁜 청년. 이제 철없는 일을 그만할때가 되었음에도, 주변에 있는 사람을 한시라도 괴롭히지 않으면 온 몸에 발진이 돋는것 같은 남자.

괴롭힘은 그 삶의 낙이요 재미고, 그가 즐길  있는 유일한 오락거리였다.
애초에 그런걸로밖에 즐거움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는 제일먼저 정수의 주변 인간관계를 끊었다.
친구들을 협박했고, 멀어지게 만들었으며 조롱거리로 만드는  부터 시작했다.

늘상 그렇듯이, 제일 맛있는것은 마지막에 먹는다는 그의지론으로 인해서, 정수의 친구들은 하나둘 떨어져 나갔고, 정수가 반에서 고립되었을땐. 직접 그에게 위해를 가하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때리기,
욕하기, 조롱하기. 그런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모험하기. 희망고문하기. 따위의 싱거운 일들도 종종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인 즉슨, 한 사람을. 반 30여명도  되지 않는 이들에게서 완벽하게 고립시키고 완전한 놀림거리로 만드는 작업의 일종이었으며,

처음에는 아주 순하고 약하게, 웃고 떠들 수 있을만한 내용으로 진행시켜나가다가..

2학년이 되었을때 쯤.

주재력은 마정수에게 할 수 있는 한, 가장 즐거운일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막론하지 않는 괴롭힘에서 부터,
그의 옷을 벗기고 반아이들 앞에 놓아두기도 했다.


반에서 협조적인 여자아이를 성추행이나 성희롱 했다는 가짜 증거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그것을 진짜라 믿는 이들이 더욱이 그를 혐오하고 싫어하게 만들었다.

...

정수가 학교에서 어느곳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되었을때 쯤에는...

정수의 사적인 공간.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었던 곳인 '가족'을 건드리기 시작했고,

정수는 무력하게 당할  밖에 없었다.
친구라는 핑계로 집으로 쳐들어와 그의 집을 점거하고, 집에 낙서를 하고 술과 담배를 피는 은신처로 삼았고,

정수의 부모님들은 할 수 있는 한의 압력을 넣었다.

분식집을 하는 어머니의 가게는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수였고, 키득거리며 조롱하고 벌레와 머리카락을 넣으면서 모험하여 가게를 망하게 만드는 한편,

재력의 놀라운 재력을 이용하여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 압력을 넣어 가장 안심하고 의지해야 할 아버지가 정수를 압박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 나갔다.

부모님과 사이가 멀어진것도 그때다.
집을 놓고 가족에게 버림받게  것도  때쯤이었다.

출장이라는 형태로 먼 곳으로 가게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따라간 어머니, 다른 형제자매가 없었던게 다행일까, 그리고 소꿉친구와는 오래전에 멀어져서는 같은 고등학교에 있었더라도, 정수를 괴롭히는데 가담하게 된 것이 또 다행일까..


정수는 그렇게 어느곳에서도 안심하지 못하고 고통받아왔다.

그 결과는 이것이다.


'내가  몸을 먹었지'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의 모든 의지와 영혼은 이 세상에 발붙이기는 커녕 보고 싶지도 않아 사라져 버렸으니, 내가  몸을 먹게 된 것이다.

"하하."


웃음이 흘러나왔다.

"야,  괜찮냐?"


미리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짐짓 걱정된다는 듯이 나를 툭툭 건드렸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하하!"


사실.
진짜 문제가 없다.

이 몸이 과거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지 간에 지금의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복수를 대신해준다느니, 대신 화내준다느니 하는 일은 결코 없는것이다.


이제 이 몸은 내것. 이전 주인과는 상관이 없게될 내 부활의 초석이라,

하찮고도 쓸모없는 인간 하나하나에게 신경쓰고 관심을 가지다가는 영원이 지나도 끝내지 못할 과업을 치르고 있으니..


응당 무시해야 당연할 일.


하지만,

"그런 새끼들이 감히 내 도시락을 망쳐놨단거지..?"


그래... 솔직히 말하자.
상관이 없지 않다.

나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양아지'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정수의 소꿉친구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엉엉 울었다. 정수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때 도와주긴 커녕 괴롭혔다는 것에 괴로워하며 용서를 빌면서 줄줄이 과거사를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그런 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미 그들은 이 몸의 집. 이몸의 가족,  몸의 여러가지 부분에 대해서 전부 착취하고 조롱하고 있었다는 뜻아닌가?

어딜가든. 뭘 하건, 어떻게 지내건 간에. 이 몸으로 지내는 이상..

"라나에게 도시락을 주긴 힘들게 되겠군."


라나에게 식사를 챙겨주는건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뭐?"

"뭐."


"도시락?"


"넌 내가 직접 차려주잖아"


"... 어."

"그래."


라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 계획.
아니, 그 뿐만이 아니라, 저지르게 될 일에 대해서 얻을 수있는 이득은 전부 얻어내야만 하니..


"도시락을 망친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복수를 준비하기로 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라나,   뱃속에 동물성 지방을 꿀렁꿀렁 가득히 채워주도록 해줄테니까!'

"큭큭...크하하하!!!"

"어휴 이 새끼 또 시작이네"


아주 단호하고 당당하게.

* * * *


이름:  재력

힘 쌔다.
집에 돈? 많다.

가족관계는 전업주부를 하시는 어머니와 커다란 사업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있고, 연애계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누나가 한명. 가족관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기사가 한명 딸려 있고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도 한명 있으며 기르는 동물은 없다.

커다란 정원이 딸려있는 넓은 집이지만, 부자동네인 에서는 약간 가난한 축에 끼는 가족으로 그럼에도 더더욱 단란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며 그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집안이다.

... 라는 것이 표면상의 모습이고,


실제로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재력은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수 있는 가장 가학적인 일들을 즐기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려니 생각하며 재력이 저지르는 일들을 적당히 매꾸어주고 있다.


때문에 재력은 집에선 상당히 얌전하며 좋은 아들인척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뭐, 그건 상관 없고...

"그래? 집에서 화목한척을 한단 말이지?"

그 부분에 조금 신경을 썼다.


 수많은 이름중 하나는 복수의 마왕

복수를 위해 마왕이 되었고,
복수를 위해 관리인이 되었던 남자.


지금도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그야말로 복수의 마왕이라 불리울만 할진데,
그런 나의 복수 지론중에는 이런것이 하나 있다.


"복수대상이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 하나하나 박살내던가 빼앗은 후에 당한만큼 갚아주는게 가장 이상적인 복수긴 하지."

복수 대상을 가장 크게 괴롭힐 수 있는 방법, 가장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제일 먼저 그가 안심할 수 있는 곳을 빼앗아버리는 거라는것..

어찌보면 '괴롭힘'의 이론과도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

비슷하긴 하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복수하고 싶은 대상을 집요하게 괴롭힘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니...


"시작은... 어떻게 해볼까.."

시작을 고민해 보았다.
그래, 시작은...

* * * *

"공부는  되고 있겠지?"


"네."

흔한 대화.
그러니까 이쪽 동네, 이 에서는 흔하디 흔한 대화를...


재력은 그의 부모님과 나누고 있었다.
성적은 최상위권. 교우관계는 신경쓰고 있다.


"학교는 문제 없고?"

"네. 그럼요."


학교 생활에도 문제가 없어야 했다.
재력의 아버지인 주재산,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써 이름을 날리며 불우한 사람을 돕고 인격적으로 훌륭하다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지만, 아들에게는 상당히 엄격한 사람이었다.

재력은 그런 재산을 내심 존경하고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기대의 양이 너무 크고 진해 스트레스가 쌓여 가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말했던대로 교우관계는 우수했다.

집안이 좋은 이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해 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주재력이다. 일종의 그룹이나 파벌이라고 해도 되겠지. 학교내에서는 반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정재계의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그들의 리더격으로 활동하고 있는것이 또 재력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문제가 있으면 안된다. 이번에 반의원님 후원할때 문제가 생기면 안돼. 가족은 우리의 적이 가장 쉽게 노릴 수 있는 먹잇감이니, 네가 조심해야 한다."

"걱정마세요. 아버지."


그 다음이 살짝 걱정되긴 했다.
아니 뭐, 특별히 문제될건 아니다. 자신과 자신을 포함한 그룹은 언제나 스트레스가 가득하니까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놀뿐인 일이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은, 평범한 인간들과 신분이 다르다고 해도 좋을 자신들에게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멋대로 죽어버려서 일을 키우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때문에 아주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뭐,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좋은 일 아니었겠는가?

살짝 고민한 재력이지만 아주 평범하게 대답을 하면, 아버지는 그제서야 만족한듯이 식사를 이었다.

그리고 그때 끼어드는 것이..

"그래요 여보. 우리 재력이가 얼마나 착하고 성실한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


어머니다.
재력이 사랑해마지않는 어머니. 상냥하고 아름답다. 많은 것을 품어주고 이해해주는 재력의 이해자. 엄격한 아버지에게서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재력의 조그마한 숨구멍.


어머니인 부자영

"당신도 조심해.  학교에서 문제 생기지 않게 조심하란 말이야."

"네, 걱정말라니까요. 우리 재력이가 얼마나 착한지 당신도 잘 아시잖아요."

"... 저번엔 어떤 미친놈이 학폭으로 신고해대서 수습하느라 얼마나 귀찮았는지.. 그 빌어먹을 부모녀석들처럼.."

"이제 그런일 없어요. 그렇지 재력아?"

"네. 없을거에요."


자영이 웃음지어 재력의 등을 토닥이면, 재력은 어머니를 향해 웃음지어 화답했다.
그것이 그 가족의 단란함이다. 아버지는 말없이 식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면, 어머니는 남은 식기를 치우며 하하호호 웃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듣거나 말하거나 하는...

그런 일 말이다.

누나도 하나 있긴 한데, 그런거야 뭐 밤에 어딜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관심도 없다. 그렇게 재력은 웃었다.

오늘도 즐거웠으니 내일도 즐겁겠지.
미래는 보장되어있으니 현재만 즐기면 되는거겠지.


장난감 한두개 가지고 놀고,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아 살아남을 이들과 압도적인 것들을 물려받고 이어받을 자신의 격차를 감상하며 노는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력은 웃었다.


...

이날 까진. 분명 속 편하게 웃었다.


... 아마 마지막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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