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3. 라나(1)] (17/112)



〈 17화 〉[3. 라나(1)]

띠링-
['마력의 활'] [공격등급: D]
-['마법화살' 레벨: 10]
-['상처 악화' 레벨: 5]

['마법화살' : 마법의 화살을 만들어 내어 사용한다. 사용자의 마력 수준에 따라서 갯수와 위력이 결정된다.]

['상처 악화' : 입힌 피해의 '스킬레벨/2'%만큼 치유 지연 효과]

활을 한 자루 만들어 내었다.
미리네의 전투 스타일은 근접전 보다는 투척과 원거리 계열. 그리고 역할자체도 전위에 서는 것이 아닌 원거리에서 서포트 하는 것에 가까우니, 그녀에겐 활을 건네 주었다.

은은한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는..

"야 이거 좀 큰데"

미리네에겐 조금 큰 화살은 앞으로 그녀의 전투를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 라나를 보조할 수 있게 되겠지.

공격성능 역시 초보자용 장비에 비해 확연히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화살이 따로 필요하지도 않는다.

"자, 후우... 이걸로 마력은 거의  써버렸는데..."

그렇게 [합성]을 실행하고 나면 기껏 뽑아 올린 마력은 거의 남지 않게 되었다.

미리네를 흘끔 보면..

"뭐... 뭐? 왜!?"

미리네는 일단 받은 활은 인벤토리 보석 속으로 넣어놓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소리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서고 있었다.

침대도 없는 방이다.
곧 바닥에 풀썩 넘어지며 펴져 있던 이부자리에 주저앉아 바르르 떨고는 나를 다시 올려다 보고 있었는데,

"하하, 아니 안할건데"

안한다.
지금은 조금 지치기도 했고, 인간의 정력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리고 미리네는..

"자,  새로생긴 무기를 시험하러 가야겠지. 마석도 필요하잖아?"

"어? 뭐? 아니! 지, 지금은 아닌..."

띠링-
['인스턴트 입장'을 시작합니다.]

"야!  씹...!"

던전에 갈 시간이니까...

마력을 뽑아낸 참에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활이라는 무기를 얻었으니, 좀  유연한 싸움이 되길 바라면서..

나는 미리네가 없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컴퓨터 앞에는 미리네가 즐기던 게임이 있었는데..

"뭐야. 별로 다르지도 않네."

조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 * *



하늘탑의 1층.
굶어죽기 직전의 마물들이 종종 나타나는 미궁의 1층에서..

"하아아아... 시발."

미리네는 짧게 욕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장비를 입고 손에는 활을 쥐었다.

시험삼아 활시위를 당겨보면 떨리는 소리와 함께 파란색의 마법화살이 하나 만들어 졌는데,

"...나쁘진 않네"

그 감각이 나쁘진 않았다.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이긴 했지만, 그런 만큼 몸속 마력이 순환한다는 그런 느낌.

마력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긴 하겠지만, 몸으로 직접 체감하고 있는 것은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한것과 같이..

"아, 미리네씨."

"어.. 으, 응 라나 안녕."

던전에서 흔히 말하는 '파밍'을 한다고 했으니, 라나가 오는건 당연한 수순.
미리네와 라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미리네는 라나를 보았다.
이야기속에 나올 법한 미소녀의 모습.

'진짜 이쁘긴 한데..'

라나의 모습은 분명 미소녀. 옅은 갈색을 띄고 있는 머리칼을 적당히 묶어 내린 모습과 살짝 드러나는 희고 고운 피부결, 단정한 옷차림에 맞춘 단정한 표정.

'가슴도 크고'

학생치고는 가슴도 눈에 띌 만큼 큰 편이었고, 키 역시 두말할 것 없이 크다.
아마 미리네와 같이다니게 된다면 언제나 라나를 언니라고 생각할 것도 분명했다.

...

미리네와 같이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안하는 사람이야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

...

아무튼,
라나는 미리네에게 있어서 일종의 '동경의 대상' 같은 모습이었다.
키작고 납작하고 피부가 그렇게 곱지도 않았고, 생활은 그저 틀어박혀 있으며 대인관계에도 장애가 생기고 있을뿐인 자신과 달리

그런 자신과 전혀 다르고 자신감도 넘쳐 흐르고 공부도 잘하겠지.
아무리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그녀였지만...

'어지간히 미친년이잖아...'

조금 문제가 있다.

'저렇에 완벽할 것 같은애가..'

"근데 미리네씨. 오늘은 샤워 하셨네요."

"응? 앗. 어.. 그, 그런데.."

"냄새."

"무, 무슨 냄새?"

"마왕님 냄새."

"...꿀꺽."

살짝 어딘가 부족한 듯한..
결여된듯한? 그게 아니면...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봐요 기분 좋아보이세요."

"엇? 아, 아닌.. 아닌데?!"

"흐음..."

뭔가 오싹한 듯한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사람이나 친구간에 상성이라는게 있다면 미리네와는 결코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조금은 거북하면서도 어색했다.

"아니, 거... 근데 그 학교 학생이지? 스알고등학교?"

자신의 보석을 만지며 낡은 검을 한자루 스윽 꺼내보이는 라나를 보며, 미리네는 더듬거리며 회화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미리네는 라나와 거리를 두는건 좋지 않겠다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색하다 한들 멀어지고 싶진 않았다.

말했듯이 동경하는 모습을 하고 있던 라나였고 저렇게 예쁜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건 당연한데, 얌전하고 날이 서 있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한... 그런 그림으로 그린듯한 그녀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반면 라나,
얼음장 같은 눈동자로 차갑게 미리네를 내려다 보더니..

"아, 네."

짧게 대답했는데,
미리네는 조금 웃었다.

"아참, 말 편하게 해. 나도.. 어라,  편하게 하고 있었네"

"그럼 미리네 언니라고 부를께요."

"그, 그래!"

'좋아! 즐겁게 대화했다!'

미리네가 작은 주먹을 불끈 쥐어 해냈다는 듯한 제스쳐를 몰래 취하고서는 웃으니, 그 이후에는..

"그럼 언니."

"어?"

"싸우러 가죠."

미궁을 돌파해나가기 시작했다.

*  *  * *

그녀들에게 화려한 마법은 없지만,
노련한 움직임과 공격력이 있다.

보통은 그 외피를 뚫기도 힘들테지만, 그녀들의 검과 화살은 확실히 적의 팔을 베고 심장을 꿰뚫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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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pt'를 획득했습니다.]
['낡은 팬티'를 획득했습니다.]
['마석(최하급)'을 획득했습니다.]

-"우엑..."

그렇게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던 마물을 간단하게 베어버려 한 호흡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미리네는 괜찮아 보이네'

미리네의 상태는 괜찮아 보인다.
활을 다루어본 경험이라도 있는건지 어렵지 않게 활시위를 당겨 마법의 화살을 쏘아내었고, 그렇게 수마리의 마물이 동시에 나타나더라도 가지고 있는 스킬을 활용해가며 적을 쓰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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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네의 '정확한 일격'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미리네의 '급소 간파'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레벨도 꾸준이 오르는 중이기도 하고,

파편을 통해 얻은 나의 스킬을 그녀들에게 전해주면,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 레벨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런 스킬의 레벨이 올라 점차 강해질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왠만한 인간 능력자보다야 강하겠지'

평범한 수준의 인간능력자를 뛰어넘을 순 있을 것이고,
 파편을 조금 가지고 있는 인간 능력자와 상대할 수도 있게 되어가고 있겠지.

하지만 조금은 불안할지도 몰라.

'장비를  맞춰줘야겠어'

장비가 조금더 필요하다.
그리고..

미리네의 방을 둘러보았다.
청소해도 해도 쓰레기는 끊임없이 나오는데, 나오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인스턴트 식품.

"영양소가 편중되어 있다고..."

생활습관을 바꿀 필요도 있을것 같아.
아니, 사실 미리네는 어느정도 괜찮아 졌지. 방을 더럽히는 습관도 조금은 고쳤고, 당분간 가끔씩 와서 식사를 챙겨주는 정도로 미리네를 관리한다면 일시적으로는 괜찮을 것이다.

충분하고 개운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리라...

그렇게 미리네를 관리한다 치면.

다음에는 라나 차례다.
일전에도 한번 말한적 있듯이..

'라나녀석도 식사가 편중되어 있는것 같아... 흠.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라나는 너무 말랐어, 그것이 어찌보면 도움이  수도 있지만, 만일 조금더 건강했다면... 아마 그렇게 달려드는 싸움에서도 상처를  입을 수 있었을 거란게 내 판단이다.

미리네도 관리해 줘야 한다.

두 사람의 싸움이 안정적이 되었으므로, 큰 걱정을 하지 않으며 미리네의 책상 서랍을 뒤졌다.

돈에 굶은 것 치고는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이 미리네였는데, 그런 미리네의 서랍에서 동전 몇개와 1만원권 3장을 챙겨 바깥으로 나섰다.

입은 것은 미리네의 남아있던 후드티다.

'후드티 성애자인가'

텅 비어있는 옷장에 비슷한 색깔과 모습의 후드티만 세벌이 있었으니.
그걸 하나 챙겨입고 나갔다.

"근처에 큰 시장이 있으면 좋겠군."

장을  와야겠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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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pt'를 획득했습니다.]
['마석(최하급)'을 획득했습니다.]
['부숴져가는 이빨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잘하고 있네"

A시.

도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곳이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지만 있을것은 전부 있고,

거리는 깔끔하고 사람들은 친절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모이는곳. 어느 세계든 어느나라던 어느 도시건 간에 나쁜사람들이야 어디선가 들끓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곳에는 없었다.

아니, 조금은 눈에 들어오긴 했지.

그런 '분위기'를 가진 이들이나 그런 '느낌'을 뿜어내는 이들이 말이다.
하지만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다.

시장을 찾아 정처없이 걷고 있으면 커다란 건물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미리네의 화면으로 보았던 거대한 기관의 건물도 눈에 띄었다.

후드를 한번 고쳐 쓰며 다시한번 걸음을 걷기 시작하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드문거리며 들려오기도 했다.

머지 않아서는 기관의 건물이 보이는 곳에 땅이 부숴져 있거나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곳이 더러 있었지만, 어떤 능력자와 마도장비의 힘으로 빠르게 복구하는 모습을 보이고도 있었다.

그 근처를 지나면 소문이 들려온다.

"봤어?"
"어, 봤지... 여전사?"
"진짜 개 쩔더라. 보통 능력자들은 불같은거만 쏘는줄 알았는데.. 강화계능력자가 그렇게까지 되는구나..."
"그냥 쌔기도 해야 하고, 장비도 좋은걸 써야 겨우 그렇게 된데..."
"비등록능력자가 다른 소속 능력자들보다 월등하게 강하다고? 게다가 사람들까지 지켜? 진짜... 이야기거리 하나 딱 나오는데"

라나에 관한 이야기다.

'흠, 유명해지면 좋은 일이 있을까 없을까... 고위층에도 분명 누군가 있을 거야.'

고개를 들었다.
기관의 건물을 본다.

아마 저 위에도 한두명즈음 있지 않을까?

 파편을 가진 사람이.
그게 아니라면..

'맞아.  파편을 노리고 온 놈들은 마물들만이 아니겠지...'

다른 존재들이라던가,

..

기억을 더듬었다.
영혼도 찢어져 버린 탓에 기억조차 불분명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마왕이었던 때의 기억.

불타오르는 왕좌위에 앉아 근엄하게 군단위에 있던 나를...
그리고 그 아래에 있던...

'사천왕도 있었는데...'

사천왕들에 대한 것도 말이다.

'그 녀석들은...'

그들도 봉인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봉인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면 혹시 그녀석들도 봉인에서 풀려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약 봉인에서 풀려나 활동하고 있다면...

'마왕부활을 위해 내 파편을 모으고 있을 수도 있겠지.'

아마 내 파편을 모으고 있지 않을까?

...

아, 물론 나를 부활시켜준다고 노력하고 있을리는 없다는걸 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파편.

그들이 그토록 믿고 따르던 것은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힘. 나의 육신 이었을테니 말이다.

 육신의 힘이 이곳에 흩어져 있으니, 어쩌면 봉인에서 풀려나 어느 세계를 돌아다니며  파편을 모으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후우, 에이 생각하지 말자."

고개를 가로저어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로 했다.
지금 할건 라나의 관리.

내가 하려던 일을 다시한번 떠올려, 신중하게 장볼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나갔다.
그리고 또다시 걸음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갑마신 마트.
이 인근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마신그룹'에서 하는 거대마트.
안파는것 없는 좋은 곳.

"큭큭큭.."

 그곳을 보며 음산하게 웃은 후에, 주머니에 있던 꼬깃한 만원짜리 지폐 세장을 만지작거렸다.

"라나 먹일 고기정도는 살 수 있겠지..큭...큭큭..."

그렇게 마트로 향했다.
...

아니 향하려고 했던  순간이다.

덮썩.
누군가  팔목을 잡아 멈추어 세웠기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는 사람이 있을린 없다. 때문에 눈앞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뜯어보려 했다.

"지, 진짜? 정수...?"

"뭐?"

그녀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나의 후드모자를 벗기더니..

"네가...어떻게... 너, 그때... 떨어져서... 아..우읍...!"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아니, 왜 갑자기 헛구역질을... 뭐야 이 외모가 그정도야?"

외모에 살짝 자신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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