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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미리네(7)] (16/112)



〈 16화 〉[미리네(7)]

<행복빌라: 204호>

-"하읏..앗.."

"후우우..."


한 숨을 깊게 한번 내쉬는 204호의 거주민이자, 이제 풋풋한 대학생으로 인근 대학에 다니고 있는 청년 감하리는 괴롭다.

행복빌라에 사람이 몇이나 살겠냐마는 제법 조용한 곳이었다.


보증금은 500, 월세는 30정도로 아주 저렴하고, 시설 역시 노후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것이 공용 세탁기가 딸려 있었고, 방안에는 에어컨도 구비되어 있는 아주 괜찮은 곳이기도 했다.


최고 장점은 역시 조용하다는 것이었고, 주변에 있을건 거진 다 있다는 것이었는데..

...


-"앗♡ 잠... 아파... 아프다구..응흣..!"


방음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물론 이따금 옆방에서 거친 목소리로 욕을 해대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긴 했었다.

하지만 오늘같은 소리는 없었던 지라...


하리는 깊은 한숨을 몰아 내쉬고 있던 것이다.


"아니 시발 대낮부터 뭔짓이냐고..."

신음소리가 좀 전부터 계속해서 들리고 있던 것이 불쾌했는데, 옆방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그것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안그래도 과제가 많아 차라리 교수님을 찾아가 암살을 해야 할지, 과제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옆방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갸날픈 신음소리는 그야 방해될 법도 한 것이다.


감하리는 참지 못했다.


아니, 화를 참지 못했다고,
본래 그런 법이다.


얼굴도 몇번 마주친적 없는 듯한 옆방의 여자가 내는 신음소리를 듣던, 그런 그녀가 왠 낯선 남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대낮부터 떡을 치고 있건 말건,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저 짜증이 날 뿐이었다.

그렇기에 하리는 일어섰다.

항의하기 위해서.


<행복빌라: 2층 복도>

쾅쾅쾅-!

하리는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대낮부터 아이를 생산하려는 듯한 행위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

"거 주변 사람도 좀 생각하면서 하라고 시발!"

어차피 밤에는 술먹으러 가기 때문에 방엔 없을테니, 하려면 제발 권장 시간인 한밤중에 하길 바란다고 소리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하리의 항의가 효과가 있었던 덕분이었을까..

-"..."


소리가 잦아들었고,
곧이어 안에서 누군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리는 203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얼굴을 그렇게 마주친적은 없었지만, 항상 고개숙이고 다니던 조그마한 여성.


자칫 초등학생인줄 알고 오해하기도 했었지만, 이따금 소리치는 욕설이나 말투. 행동등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기도 했다.

문을 열면 냄새가 퍼져나오고 더러운 곳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대는 커녕. 얼굴을 보게 된다는 것이 오히려 불쾌할 정도였지만..


철컥-
잠금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그 문이 열리는 순간.


하리는 당황했다.

"앗...아.. 저...그.. 미, 미안"


돌아오는 말은 반말이었다.
하리는 그녀가 자신보다 연상이란걸 알고 있고, 미리네 역시 옆방 청년이 자신보다 어리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 엇? 아..! 저...!"

"하아... 소...소리... 줄일...테니까..그..."


문을 살짝 열고, 그 열린 틈으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미리네가 낯설었다.
지금까지 옆방에 살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의 모습. 살짝 젖어든 머리칼너머로 보이는 새하얀 피부와 체구에 걸맞는 앙증맞은 몸짓. 두 손ㅇ으로 문을 꼭 잡고있으면서도 키가 큰 하리를 살짝 올려다 보는 모습이..


쿵- 쿵-


하리의 심장을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그.. 조..조용히 좀.."

하리는 하려던 말을 잊어버렸다.
자신이 알고 있던 이웃집 그녀가 아닌것 같다 당황하여 한동안 그 앞에서 멀뚱멀뚱 말을 더듬기만 했다.


미리네는 잠깐 문을 연채로 한숨을 토해내고는 평소와 같은 어두운 얼굴이나 불만가득한 표정이 아닌 수줍게 뺨을 붉히고 있다.

잠깐 심호흡을 하며...

"저기...하읏?!"


다음 말을 이어하려 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떠는 미리네.


하리, 깜짝 놀라  눈을 다시 깜빡이니, 어느덧 반쯤 열려있던 문이 활짝 열리는것을 보았다.


그리고  뒤로... 처음 보는 남성이 나타난 것도...

얼굴은 뭐 그럭저럭이었지만, 온 몸에서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치는 부류의 사람. 앳된 얼굴을 보아 혹시 학생.. 잘쳐봐야 대학생정도로 생각될법도  그런 남성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이다.


아니,
사실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 신음소리가 났으니 당연히 남녀가 한방에 있을거란건 짐작할만 했으니... 그보다 하리는 시선을 다시 내렸다.

남자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활짝 열린  너머로 보이는 미리네를 확인한 것이다.


그녀가 언제나 입는 후줄근한 후드티를 입고 있었지만..

'어? 안입었나?'


마치 하의를 입지 않는 듯한 모습.
자신의 옷자락을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 하반신을 감추려 하거나, 옆에 있던 남성에게서 떨어지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옷...뭐, 뭐야 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걸까, 충분히  수 있었겠지.
그래서 거기까지였다.


"아, 아무튼 조..조용히 해주..세요. 네."


하리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고,

"아~ 미안합니다~ 다음부턴 조심하겠습니다~ 이거 맞지?"

남자는 능청스러운듯 말을 늘어트리며 이야기 한 후, 미리네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하리가 본건 거기까지.
아무말도 못하고 자신의 옷자락을 꾹 내리고 있기만 했던 미리네가 금방 문을 닫고,

-"이 시발..! 너, 너 때문에 개새끼야!"
-"아니, 잠깐... 야! 이 몸 때리지마! 몇대맞으면 죽을지도 몰라!"
-"시발! 시발새끼!"

문 너머에선 그런 소란소리가 들리는 광경을 보는것이 하리가  수 있던 일의 전부였다.


애초에 옆방의 문을 두드리게  원인이 전혀 해결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리는 터덜터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행복빌라: 204호>

그리고 기다렸다.

멍하니, 자신이 방금 뭘 봤는지 떠올리면서 말이다.
생각을 좀 정리했을때 쯤이면..

-"잠...앗♡ 그러니까... 너무... 이럴 필요 없잖...♡ 으흣♡ 야...♡ 하윽...♡ 읍♡"


여전히  녹아가고 있는 듯한 신음소리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번엔 하리. 항의하러 가지 않았다.


대신 바지를 벗었고..


"시발...! 누구는 옆방에서 저러고 있는데 누구는...! 시발..! 시발!"


본것을 떠올려, 그리고 상상을 더해내서..


"저런 애가 그런 새끼한테 당하다니...! 으읏!"


열심히 자신의 물건을 흔들었다.


아니 그냥.
그랬었다고,


 * * *


한참 후,
한밤중이 되었을 무렵이다.


<행복빌라: 203 호, 미리네의 방>


"오오오..."

미리네는 감탄했다.
막 샤워를 끝마치고 오느라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어 말리면서...

"좀 신기하네"

마력을 몸에 두르고 휘저어보이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몸 주변에는 마력이 휘몰아 치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며, 미리네의 것이라 그 질이 뛰어나지는 않다.

"아,  질은 뛰어났어"

"또 뭐래. 미친놈인가 진짜"

아무튼,

"역시... 이번에 확실히 알았는데, 몸에 오래담아두긴 힘들겠는데?"

"엉? 그게 무슨.."


"3회전 한다고 3회전 분량의 마력이 모이는 것도, 그렇게 모은 마력을 쌓아두는 것도 힘들단 뜻이야. 필요할때마다 해서 마력을 충전해야겠군."


"으엑."


나는 나의 몸상태를 다시 살폈다.
몸은 인간의 몸.


내가 아무리 거대한 마력을 다룰  있고 마법으로 만들 수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수련도 단련도 하지 않은 인간의 몸이었다.


몸안에 넣어둘  있었던 마력의 양에는 한계.
그러니까... 실제 사용할 순 있어도,

"저장하기가 힘드네..."

저장하는 것은 제법 힘들었다.


수련과 단련을 통해, 아주 조금씩 넓어져야 할 마력의 그릇이란게 있으니 말이다.
이 역시 강제로 넓히려면 넓힐 순 있겠지만, 결국  신체에 무리가 가는 일이니... 섣부른 일은 하지 않는게 좋겠지.

얻은 마력을 사용하려면 가급적이면 빨리 사용하는게 좋다는 뜻이다.

굳이 무리해서 많은 마력을 확보해두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마력이 필요할때 바로바로 수급할 수 있는 수단도 준비해 둬야 한다는 뜻인가.

'역시 미리네로 마력을 회복하는건 자제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튼 마력을 다루며, 그것을 내가 사용하기 좋은 형태로 조형하고 사용할 시간.

'우선...'

우선은 원래 생각해뒀던 것을 해보자.

"미리네.  무기 줘봐."


"응? 내 무기?"


미리네는 자신의 인벤토리 보석에서 검 하나를 쑥 하고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여러 도구의 사용법이 익숙해진 미리네가 맘에 들어간다.

 검을 나에게 주변.
기억을 떠올렸다.


...

무기를 바꾸는 것 정도야 쉽지. 간단한 걸로 해보자. 포인트 상점을 이용해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띠링-
['초보자용 활과 화살' 50pt]

이전날 라나와 미리네가 함께 던전에 들어가서 얻어온 포인트를 위해,
활과 화살을 하나 사고..

"합성."

띠링-
['초보자용 검']


미리네가 건넨 초보자용 검과 합성하는 것.

"별걸 다하네?"


미리네가 말하길 정말 별걸 다한다고 말하지만, 이건 당연한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며 활과 검을 합성시켜 한단계 높은 무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합성도 분해도.


"강화에서 개조, 제작까지. 마력만 있으면 이 몸이야 못하는게 없지"


모든걸  수 있다.

나는 마왕이니까.


... 아니 이것만으로는 부족한가?

천재 마왕이라?

아니지.


"자랑할만한 이름은 아니고 오히려 불길하긴 하지만..."


"?"


"한때 인간들은 나를 이렇게 부르곤 했지."

"뭔데"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이 두가지 있는데..."


"..."

"..."

"하나라도 말해. 좀."


* * * *

<기관: 43층>

영일은 창 아래를 내려다 보며 웃었다.
세상에 흩뿌려져 있는 그의 마력이 맴돌고 있는 것을 그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영일.

미리네의 존재도, 한국지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현상들도,


"크흐흐... 역시 있구나, 이제야 왔어."

느껴지기 시작한 마력의 힘도. 그 모든 것을 보아 눈을 번뜩였다.

마력이란 본디 악마들의 것.

영일이 기억하는 어느 곳에서는 그런 악마들보다도 마력을 깊히 이해하고 있던  인간이 있었다. 악마가 만들어 내었음에도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가진 그 마력의 제왕이라 불리기 마땅한 존재.

암흑의 왕이라 불리우던 수많은 이들 조차도 도달하지 못했을 경지이며,
그야말로 '마(魔)'에 통달해버린 존재.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마왕(魔王)' 이란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던 존재였을 것이다.

수천에 달했던 마왕들보다도 가장 높은 자리에 앉기에 충분했으니, 그야말로 마법과 마력의 왕.
악마들은 한낱 인간에 불과했던 그의 위대함을 높이 사고 축복하고 경외하여 그가 마왕이 되던 날, 하나의 이름을 그에게 내렸으니..


그 어떤 존재보다도 마에 통달했다  그의 진정한 이름은..

마왕,


"어서와라 마왕! 크하하하하하하! 마법의 제왕! 마력에 통달한 마왕! '마(魔)카론'이여!"


마왕, '마(魔)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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