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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미리네(6)] (15/112)



〈 15화 〉[미리네(6)]

미리네에 대해 이야기 하면 스토커가 한명 생겼고, 방안에 틀어박힌 날이 적어졌다. 바깥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도중이었고...

기관이라는 커다란 곳에 출입하고 있으니 마치 직장이 생긴 기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월급도 시급도 아니지만, 그래도 일당정도는 챙겨받는 소소한 노동자가 된 기분도 들었겠지.

그리고...

"이, 이런걸 어디서 가져오신거에요!?"

"네? 아니, 어... 사냥해서?"


"이... 이건... 이, 이정도로 정제된걸요?"

"그렇게 대단해요?"


조금 유명해졌다.

미리네의 이야기다.

<기관: 거래소>

거래소에 있는 또다른 남자. 조금 통통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기관 한국지부의 지부장이자 강력한 능력자로써 이름을 날렸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인물.
 영일은 그녀에 대해 확인하고  이후였다.

방안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도 최근에 능력을 얻은것도 알아내었다.
다만 그 이후의 행적은 알지 못했는데,

안개라도 낀것처럼 정보가 차단되어 있다던가, 생각이 가로 막히는 등.


'인식 저해로군'

인식이 저해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기에 영일의 부하들은 미리네의 그 다음 행적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낼건 모두 알아내었다, 미리네의 집. 주소. 번호에 다니던 학교. 그 학교의 친구들이나 그들이 미리네를 평가하는 말. 가족관계와 그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까지..

그러니 영일은 그 자리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

능력자라면  이곳에 다시 오겠지.

어리숙하고 정보를 얻을 곳도 없는 그런 소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겪고 있었고 돈을 필요로 하고 있는 그녀. 당연히 오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영일은 기다렸고,

기다리니 미리네가 온 것이다.

그리고 영일은 확신했다.

"이건.. 이런걸 대체 어떻게..."


출처가 불분명한 마석 덩어리.
그것도 정제되어 있는 희귀한 물건.


접수원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정제된 마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마법아이템의 효과가 있었다.
능력자의 능력을 강화시켜주거나, 다양한 마도장비의 '홈'에 끼우는것만 해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기도 하는 물건.


정제하는 능력자체는 당연하게도 능력자중에서도 굉장히 강한 B급 이상의 특정 능력자만 할  있는 일이기도 하고, 엄청난 설비와 비용을 들여 정제작업을 거쳐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외라면..

"C급 이상의 마물을 쓰러트리신건가요? 아님 정제기술이 있으신건가요!?"

"넷? 아, 아..닌..."


C급 이상의 마물을 사냥한 경우...


혹은, 이미 정제된 마석을 가지고 있던 능력자가 외부지역에 나갔다가 죽어 미처 회수하지 못한 것이라던가..

뭐 그런 정도의 가능성.

미리네는 또다시 당황했다.

'어? 이거 설마 또.. 비슷한...'

바보처럼 또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정확히는 영일 탓.

영일은 정제된 마석에 깃들어 있는 희미한 마력의 잔향을 알아보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기에, 한조각 한조각 자신의 추리를 맞추어 보아...

지금. 확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그러니 영일이 앞으로 나섰다.

"잠깐 멈추게."

그는 한국지부의 지부장.
말했듯이 전설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능력자.

능력자의 권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인격자이기도 하며,
능력자계의 아이돌, 찍은 광고만 해도 수십개에 달하며, 국민예능에도 몇번 나가며 시민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있으며 복면노래왕의 132대 가왕출신.


그의 말 한마디에..


"지부장이다!"
"한국지부 지부장님!"

그 험상궂은 모험가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킨다.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고자 하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자존심 드셀것같던 사람들이, 수틀리면 도끼를 들고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쪼개 흩뿌려지는 뇌수를 핥을것만 같은 사람조차,


그의 말에 긴장하며 몸을 일으켜버리니 말이다.

반면 미리네는 얼굴을 구겼다.
이즈음오면 스트레스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아 씨..또 뭐야... 또 뭘 당하려고...'


생각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왠 뚱뚱한 남자가 성큼성큼 멋있는 척을 하며 걸어오니 미리네, 타인과 대화하기 힘들어 하긴 했지만, 금방 평소의 성격이 되어서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영일은 그런 미리네를 지나쳐 말했다.

"능력자의 개인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게 규칙이라네 접수원양."

"앗.. 네, 네 그렇죠..."

"혹시 능력자체가 기술과 관련된걸수도 있고,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주고 싶지 않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리곤 미리네를 흘끔 보며...


"숨겨진 파트너가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말이야... 능력자 인권은 소중한 법이지."

"네.."

"우리 쪽에 마석을 팔러 와주신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야. 사기업 같은 곳에 팔아서 전쟁무기같은게 만들어지지 않는게 또 다행이지 않나"

그렇게 말했다.
영일은 직감했다. 미리네의 배후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굳이 캐내지 않기로 했다. 가만히 있어도 금방 자신의 눈앞에 나타날 것 같으니..

이제는 확신해버린 그녀를 느긋하게 감시하고 있으면 그만인 일.


여기선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그렇죠 미리네양?"

살짝. 의심을 흘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

"내 이름을 어떻게.."


"어떻게 알긴요. 당신같은 능력자는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비소속이시지만, 기관에 소속될 생각은 없으신지.."

"없어."


"왜 반말을 하시는.."

"그냥 그쪽은 뭔가 기분이 나쁘니까."

... 너무 수상하게 보였나?
영일은 잠시 헛기침을  후에 다시 친절한 모습으로 미리네를 응대했다.

미리네는 관심받아야 해.


"흠흠, 아... 아무튼, 일단 마석 판매 감사합니다. 포인트 카드 만들어 드릴테니 도장 찍어드리죠."


"아..뭐. 고맙..."

"나가는 길에 있는 커피 할인쿠폰도 가져가시구요."

"..."


"앞으로도 저희를 위해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네. 뭐."

영일은 직접 마석을 감정해주고는 미리네에게 현금을 건네주었다.
평범한 마석보다는 훨씬더 비싸고 귀한취급을 받는 것이니, 겨우 한개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50만...! 하, 하나에!? 진짜로!?"


"하하! 정제된 마석은 쉽게 구하기도 힘드니까요. 저희쪽 능력자도 있지만, 능력엔 한계가 있으니.. 가능하면 많이 구매...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 오오!"

현금 50만.
정제되었다고 한들. 작은 마석 한개 치고는 후한 가격.
그렇게 영일은 미리네의 것을 구매해주었다.

다음엔  많이 가져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미리네 역시 돈을 받아들고는 처음에 그랬던것 처럼 쏜살같은 속도로 기관을 나가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술렁임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 놀라운 사건을 보라.


한국지부의 지부장이 직접 내려와 기다렸다는 듯이 응대한 한 작은소녀를.

외모도 그럭저럭 귀여운 편에 속하며 괜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듯한 행동을 가진 소녀가 가져온 정제된 마석을..

어떻게 가져왔는지 묻지 말라는 공식적인 언급까지 있었으니, 마치 영일이... 한국지부의 지부장이 그녀를 직접 보호하려고 하는 듯한 행동까지 했으니..


그녀가 직접 마물을 사냥했건,
아니면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건,
혹은 그런 협력자를 두고 있건,


'친해져야 한다...!'


미리네에게 접근할 방법.
그리고 친해질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지.


'기관에 굉장한 루키 능력자가 나타났데'
'정제된 마석을 그냥 주머니에 넣어서 가지고 다닐정도로 엄청난 능력자래'
'키는 작은데 실력은 보통이 아니라던데?  지부장이 와서 설설 기었다데!'

미리네를 유명하게 만들어줄 소문.


 * * *


한편 미리네는 쏜살같이 달려왔다.

저번처럼 또 무슨 트러블에 휩쌓이지 않을까 걱정되어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아늑한 안식처인 집으로 향해 온것이다. 물론 편의점에 들렀다 오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이미 트러블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도 모른채로, 그저 해맑은 얼굴로, 마치 체구와 맞는 듯한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며..

"야호!"

라는 감탄사까지 내뱉어 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행복빌라: 미리네의 집>

미리네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면, 왠 남자가 뚱 하니 앉아있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도착하는 즉시 컴퓨터의 전원을 키며 손을 싹싹 비비기 시작했다.


"좋아...후후... 좋아 좋아..."


그러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카드가 몇장 있다.


평범한 것은 아니고, 크기가 제법 크고 바코드가 새겨져 있는 카드였다.

흔히 말하는 결제카드라 말하는 것인데, 보통은 게임 따위에 현금을 충전하기 위한 용도로 쓰니..


"그 좆같은 새끼들! 내가 3줄 3유효옵 뽑는걸 보여주지...!!"

미리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방안의 남자.


원래부터 인테리어라는 것처럼 가만히 있던 그는 이윽고 입을 열어 미리네를 불렀다.

"미리네."

"앙? 왜 시발 또,  하려고"

미리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으나, 불안함을 느끼지 못한건 아니었을테니...
슬쩍 돌아보는 때.

그 남자 마왕 카론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그 정제된 마석  얻고 싶지?"

"오! 맞다 맞아. 이게 50만원으로 뽑힐리가 없지. 보니까 수억 꼴아박은 놈들도 있다는데 역시 돈이 좀  필요한... 너 뭐해?"

"그걸 얻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요한것도 알고?"

"어...엇. 그... 그런... 그렇...나?"

바지를 벗는다.
당연한 수순처럼.
마치 원래 그랬어야 했다는 것처럼 벗어  크고 우람한. 체구에 맞지 않는 남성기를 꺼내보이니..

"윽..."

"마력 내놔."

그는 그렇게 이야기 했다.
미리네는 시선을 피하는 척 하다가... 금방 수긍해버리고 말았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이 뭐 어렵겠다고...
익숙해지고, 첫경험때의 일이 떠올랐을때에는 자연스럽게 흥분되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미리네는 생각했다.

'어? 잠깐...'

아무렇지 않게 행위의 준비를 시작하는 마왕이나 자신의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진 것이다.

'내가 지금 돈 때문에 몸을 팔고 있는건가?'

혹시 안좋은 생각이 나기도 했음은 당연하고,

'하지만 돈이 있으면 12강화단계중 11번째인 언리미티드 등급의 옵션 3줄 3유효옵을 뽑을 수도 있을텐데..'

게임에 대한 미련, 자신의 인생전부나 마찬가지었던 그 가상세계속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난...하지만... 음. 그래도... 그건...'

미리네는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고,
고개를 치켜든 그곳에 우뚝 하고 서 있던..


"왜... 왜 서 있냐... 넌 또..."


그의 우람한 물건을 보고는 사고가 굳어버렸다.


그 이후는 뭐,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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