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미리네(5)] (14/112)



〈 14화 〉[미리네(5)]



그날은 평범했다.


사실 평범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하늘은 여전히 기괴한 탑이 서 있고, 거대한 용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 사라지고, 능력자들은 주변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고...

 그런평범한 나날 말이다.


아직 전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도심의 한 중간은, 애써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려는 사람들이 그저 현장을  돌아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주 전,
그정도의 시간 전에, 한번 공간을 찢고 마물이 이곳에서 튀어나왔었다.


튀어나온 마물은 여러 사람을 죽였고, 많은 사람들을 상처입혔다.
한번 마물이 나타난 자리에는 언제든지 다른 마물이 나타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사람들이 모이던 커다란 광장은 능력자들이 여럿 대기하고 있는 험악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곳.
바로 그곳에서...


지직-
또 한번.
문제가 일어나려 하기 시작했다.

지직-
어떤 마도기계도 경고해주지 않았던 것은,

"이...이상현상...! 이상현상이에요! 다들 대피! 보호막! 장비 어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능력자의 다급한 외침 덕분에 재빠른 대처를 할  있었고..


지직-
쩌어억-

공간이 열리는 그 순간에는...

"키에에엑!"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했듯.  날은 능력자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한번 나타나기 시작한 그 곳을 지금까지 계속 경계하며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지.

마물들에게 다시는 피해입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괴물들이 나타나는 순간..

"선제공격 시작해!"

불꽃이 뿜어졌다.
그것이 바로 '능력자' 라고 하는 존재들이다.

손끝에서 불꽃을 쏘아낼  있는 능력자가 있는가 하면,

쩌적-
바닥에 차가운 얼음을 깔아낼  있는 능력자도 있었다. 하늘에서 번개를 떨구기도 했고, 하늘을 날며 바람을 쏘아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수많은 능력자들이 일제히 공격하니 공간을 빠져나와 공격하려던 마물은 금방 힘을 잃고 그 촉수를 추욱 늘어트렸지만...

"됐다...! 좋아 이번에야 말로 아무피해도 없이..."


"키에엑.."

"어?"

하나가 아니다.

"그에엑..."


하나 둘.
열린 공간 틈으로 마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를 노리고 온 듯이 거대한 육신을 가진 괴물이 하나 나타나더니, 가장 앞에 나갔던 마물의 시체를  멀리 던져버리고는  두꺼운 발을 땅에 내딛었다.

쿠웅-!
"크아아아!"

울음소리도 남다르지. 박력과 지휘의 능력을 가지고있는  포효소리는 자신의 존재를 능력자에게 알리고 있었다.


[사령관 타입:  더스트]


사령관 타입.
결코 혼자 나타나는 경우가 없고, 수많은 마물들을 이끌고 다니며 전력과 전술을 구사하는 지능높은 개체.


대부분이 이름을 가지고 있는 네임드.

물론 이런 식으로 나타날리 없는 마물이며, 잃어버린 땅. 마물들이 점령해버린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개체만 남아있을 녀석.


"하찮은 놈들...! 너희는 이제 끝이다. 마왕의 부활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이젠 말까지 한다.

"마... 말까지 하고 있어..."

모인 능력자들은 입을 벌린채로 굳어버렸다.
마물이 인간의 언어를 하기도 한다지만, 결국 그들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능력자들. 현장에서 뛴 경험이 그다지 없는 이들이 대다수였는데..

눈앞에서 실제로...

거대한 몸을 가져 고개를 끝까지 올려야 얼굴이 보일만한 괴물이 직접 말하는 것을 들으니..

공포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그 말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었는데,

"마왕...?"

"크르르... 나도 마왕이 될 수 있지.. 크흐흐..."

"무슨.."


그런 시간도 없이..


"일단 영혼이라도 모아볼까..!"


쿠우웅-!
사령관 타입. 그 거대한 마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호막의 바깥에서, 능력자들과 마물을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는 수많은 시민들을 향해서 말이다.


한걸음.


거대한 마물이 지나갈 때마다, 잡초와 땅과 돌과 철따위에 깃들어있던 모종의 힘이 모조리 마물의 거대한 기둥같이 생긴 무기로 흡수되어가기 시작하니..

"마...막아...! 뭐해!? 적은 사령관 타입! 가지고 있는 능력 전부 쏟아부어서라도 막아라! 보호막을 나가게 하지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능력자들은 그야말로 가지고 있는 전력을 쏟아부어 마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는가?
사령관 타입.
혼자다니는 일은 없이. 무리를 끌고 다니는 그것은...

"모조리 죽여  영혼을 내게 가져오라!"
"키이이에엣!"


마물의 군대...


"까진 아니고 소대쯤?"


소규모 무리를 함께 이끌어 능력자들과 맞서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것을..
두 사람이 바라본다.

"일곱? 정도."


"네."


미리네와 라나가 그 자리에 섰다.
날카로운 눈으로 마물의 무리를 바라보면서, 사령관마물과 그 하위마물. 그리고 능력자들이 불과 번개따위를 쏘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목소리, 카론은 거기에 한마디 하기까지 했지.

-"저건  마법의 파편이네."

"엥? 저런거까지  파편이라고?"

파편에 관한 이야기.
미리네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비명소리... 아니, 비명을 지르기 직전의 소리가 들리고 있는듯 했다.


-"그래. 우연히  파편의 힘을 얻었거나 영향받은거겠지. 저대로 죽을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지, 지금은 그냥 마물만 쓰러트리면 되는거지?"

-"...그래."


미리네의 걱정을 헤아린듯한 카론은 그렇게 대답했다.
다른 파편을 회수한 것보다. 크게 날뛸 가능성이 있는 마물을 먼저 쓰러트리는 것이 유용하리라 판단한 것이었으니..

미리네와 라나는...

"라나?"

아니 라나는...

"미리네씨..."


"...?"


"뭔가 바뀌었어요."

"어? 왜...왜? 뭐, 뭐가?"


"마왕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좀  높아진거 같아."


"어!? 아...아닌데!?"


"말 수도 평균치보다 3음절 정도 더 늘어난거 같아요."

"아... 아니야!"

뭐. 약간의 트러블이 있을 순 있는데. 오래가진 않았을 것이다.
미리네는 가지고 있던 보석에 힘을 주어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무기를 꺼내어 손에 쥐었으며, 라나가 무어라 더 추궁하기 전에 먼저 마물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라나 역시 수상한  미리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 수상해."


천천히 마물에게 다가갔다.

 이후 일어난 일은 특별하지 않았다.


라나는 검을 쥐고 나서 천천히 걷다가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능력자들의 불꽃이 튀고 있는  중간에 달려 들어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댔다는 것.

그리고 미리네는 그런 라나를 보조하듯이 무기를 던지면서 마물 한두마리를 처리하면, 라나는 안심하고 커다란 마물을 향해 뛰어올랐던 이야기일 뿐이다.

검이 몇번 내려쳐지고,


"마도장비..! 비등록능력자가 저런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도망쳐! 가까이 가면 우리까지 벨생각이야  미친년!"

능력자들이 아닌땐 사태에 당황하면서 물러선 이야기.

이후에는 마물의 비명소리가 몇번 들렸고,
그 다음에는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와...와아아아!!"
"기관소속 능력자들이 고전하던 마물을  사람들이 쓰러트렸어!"


기존에 있던 능력자들 조차 고전하고 당황하고 있던...
물론 그 이유야 도심에 나타날리 없는 마물이었고, 어떤 능력자는 능력의 특성상 범위가 크기때문에  실력을 충분히 못낸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고전하던 마물들을 간단하게 제압하며 달려가고, 자신이 상처입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고 있는 힘껏 검을 찔러넣는 라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었으리라,


신비한 것을 뿜어내기는 커녕. 오직 검 한자루를 들고 내리치는 그 모습 말이다.


보호막 너머의 시민들은 마치 전장의 여신이라도 눈앞에 나타난 듯한 모습에,
가까운 곳에서 본 사람들에겐 마물의 피를 뒤집어쓴 귀신이라도  듯한 모습에..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두 눈에 각인시켜둘  있게 되었다.


'아, 요즘 A시에는 굉장한 비능록능력자가 날뛰고 있다더라'
'A시에 있는 비등록능력자는 기관도 정부도 신용하지 않아 혼자 마물을 퇴치하고 있다더라'
'사실 외부지역에서 엄청난 공적을 세웠는데 이래저래 배신당한 비운의 요원이라더라..'

소문들로, 그녀의 이야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 *  * *

<검은공간>


"흐으읍... 하아아..."


띠링-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카리스마']
-['압도']
-['지도자']
-['신용받는 자']
-['신묘한 매력']


파편을 하나. 회수했다.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는 일. 나의 힘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슬슬 체감되어가는 때.


'두 사람이 익숙해지긴 했나봐'

싸움에 익숙해진 라나와 미리네는 약간의 트러블이 생길뻔했음에도 손쉽게 마물들을 물리쳐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타난 마물중에서는 나의 파편을 손에 쥔 채로도 이성을 유지하고 모습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평범한 부류의 마물이었는데...


그런 녀석을 두 사람의 호흡으로 완벽하게 물리쳐 주었다.

물론 다른 능력자가 어느정도 시선과 체력을 빼놓았던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점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계산할 수 있을만큼 탁월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이..


"나 마왕은 너희들에게 만족했다."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네"


미리네는 검은 공간의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라나는 평소처럼  손을 꼬옥 모아 나를 향해 기도하고 있는 듯 했는데..


"시선이"


"라나?"

"시선이 바뀌었어."

"으, 응?"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조금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기도하던 라나가  차갑기만한 눈동자로 나의 눈을들여다 보는듯 하더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왕님, 저는 마왕님의 신실한 종이니까요. 하아아... 하지만... 조금은..."

"...어, 그래. 음. 좋아, 그럼 이제  다음단계로 나아가자"


그렇게 다시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것보단 다음단계다.
다음 단계라 함은 미리네와 라나의 관리를 위한 것이었는데..

마력도 조금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리네"


"뭐!"


"마석 남는거 있으면 좀 줘봐."

"뭐?"

"대미궁의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그리고  잃어버린 땅이라는 곳으로 갈 준비도 해야 하니까."


강화를 시작한다.

미리네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며 슬쩍 내게 마석을 건네주었다.
안준다고 자기거라고 그렇게 때를 써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테고, 미리네의 상태가 어느정도 자신의 위치를 알아가고 있는 단계인듯 하여, 비교적 군말없이다.


그런 미리네가 준 마석을 받으며..

"앗!"

"..."

마석을 받기위해 손끝이 살짝 닿았을 땐 미리네가 화들짝 손을 뒤로 빼는일이 조금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난 마력을 이끌어내었다.

이것 역시 마법의 일종이다.
마력만 있으면 대부분은 할 수 있는 것이 마법이고, 또한 없어지지 않던 내 경험이며,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이기도 했지.


마석을 두 손으로 잡아 내게 남아있던 극소량의 마력을 모두 쏟아부으니, 마석은 희미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며 마석에 붙어있던 불순물들은 모두 떨어지고 마석의 크기가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지만..

띠링-
['정제된 마석(중급)' : 탁월한 솜씨로 정제된 마석. 기존에 비해 몇단계나 순도가 높고 마력이 풍부해졌다.]


퓨슈욱..

뜨거운 열기를 잠시 뿜어내면, 내 손 안에 있던 커다란 마석은 크기가 작아졌지만, 그만큼 더 순도높고 많은 마력을 품고 있는 마석으로 바뀌어 있었다.

"후후후..."

자랑스럽게 그것을 미리네에게 보여주면,
미리네 역시 보는 순간  가치를 알아보았다는 듯이 눈을 빛내고 있었는데,


보람이 조금은 생겼다.


"자, 마력이 있으면 이런걸 만들 수 있다."


마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중에 하나 아니겠는가..


이제 이걸로  할 수 있는건..

"나... 나 이거 팔아도 되는거지!?"

"음? 뭐 그렇지. 하지만 주의하도록 해라, 초보자용 코트에 있는 인식저해는 네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거니까 가능하면..."

"알았어!  나간다! 수고해!"

더 많은데.
미리네는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검은공간에서 나갔고,


 후에는 쫒아갈까 생각했으나, 그냥 화면을 통해 지켜보기로 했다.

원래는 저걸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신나하면서 나가버리면..

"마력 충전 한번 더 해야겠는데..."

마력충전을 한번 더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

'알고 저러는건가? 알고 저러는거겠지? ... 저걸 다시 만들기 위해 마력이 필요하고, 마력을 얻으려면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 준비해놔야지'


* * *


<기관: 거래소>

빠밤-!
하는 경적음이 들리는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미리네는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섰다.


'내 등록문제도 해결됐고,  모습에 문제 없고! 잡혀갈일 없다고 했고! 깔끔하잖아! 이제 이걸 팔면 더 많은 돈이 생길거고!'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 어깨를 활짝 펴고는 그 어느때보다 당당하게 거래소 앞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툭-
하고 마석을 꺼내어 보이며...


"현금으로...! 포, 포인트 카드도 만들어주세요!"


미리네는 돈을 번다.

이후 기관 한국지부에서는 소란이 일어났다.



시: 도심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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