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미리네(3)]
솔직한 말로,
그다지 흥미있는편은 아니었다.
물론 용사일때의 금욕적인 생활탓에, 마왕이 되고 나서 찾아온 반동을 견디지 못하곤 미친듯이 여자를 안고 다녔던 때는 있긴 했지.
...
수인도 좀...
마인이랑...
인간 같지 않은거랑도 한 경험은 있긴 했지만..
... 뭐 아무튼간에,
성욕이 막 넘쳐난다는 쪽은 아니었다.
대업이라느니 복수니 뭐니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벅찼으니 말이다.
봉인당한후에는 아무래도 내 성욕까지 어디론가 봉인당했는지 전혀 그런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 몸.
이 육체를 얻고 나서는 좀 달라졌다.
한참 혈기왕성할 나이.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못할 나이의 남성.
의 육체.
거기에 더해. 이 육체가 가진 특유의 기운은 시도때도 없이 나를 발정하게 만들곤 했는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런 욕망쯤이야 억누르는 것은 너무 간단했기에 티내고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
솔직히 말해서 라나가 미궁에서 옷찢어먹고 돌아왔을때나, 미리네의 무방비하고 허술한 모습을 볼때마다 불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참는것도 한계에 부딪힌듯 했고,
타이밍 좋게도 미리네에게 문제가 생겨서,
어디론가 성욕을 풀긴 해야겠다는 내 생각과 미리네의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에...
"하아... 윽... 너, 용서 안할꺼야..."
"감사하게 될거야."
난 지금 미리네의 옷을 벗기고 있다.
현관 앞에 누워있는 미리네는 분한 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며칠전에 겨우 알게된 남자에게 자신의 몸이 희롱당하게 될거란걸 생각하면 나라도 눈물을 흘리고 말겠지. 이해한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미리네는 내것이 되었다. 날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 난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종류의 방해에 대해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남을 위할 생각도 없이.
미리네는 오직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단 뜻이다.
그러니까 설득따위는 아주 조금만,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생각은 하게끔만 해두고 나서,
미리네의 옷을 마저 벗기고 있었다.
요 며칠 미리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
더러운 방을 청소시켰고, 일주일에 한번 씻을까 말까 하던 미리네의 몸은 일주일에 3회 이상은 꼭 씻도록 지시해놓았다.
미리네 역시 그런 생활이 은근히 나쁘지 않았는지 군말없이 따라주고 있었고, 벗길수록 미리네의 햇빛도 받아본적 없을 하얀 속살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에 나도모르게 숨을 토해낼 정도였다.
"하아.."
"읏..."
나의 숨결이 미리네의 몸에 닿았을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숨을 토해내며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미리네는 반복된 [전이]의 사용으로 지쳐있었으며, 지금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그 이상의 저항은 없이.
이윽고 미리네의 나신이 드러나고 말았다.
일단 상반신만.
"바, 바지만 벗으면 된다며"
미리네는 조금 남는 힘으로 재잘재잘 말한다.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뭐... 너 이새끼..!" ... 이건 맞네. 이 육체의 영향은 분명히 있다. 난 분명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리네의 바지만 벗길 생각이었는데, 지금 미리네의 상의를 탈의시키지 않았는가? 미리네는 비스듬하게 누워서는 분한듯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내 원래 목적을 위해 미리네의 하의를 벗기려고 하반신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에는..
"잠..!?"
나도 모르게 미리네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미리네의 가슴은 과장되어 말해도 크다고는 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앙증맞은 크기라고 하자.
어찌보면 체구에 맞는다고 표현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혹은 배덕감이 느껴지는 정도?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되겠지.
미리네의 몸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탐스러울 것같은 모습이었고, 숨결을 불어넣듯이 그녀의 가슴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그녀의 몸을 훑으려 하면, 미리네의 체취가 듬뿍 느껴지며 저절로 성욕이 부추겨 지는 것같기도 하다.
이상한 일이지.
"어라... 나 체취 페티쉬는 없었는데.."
"뭐...뭐라는거야!"
미리네의 뺨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래 뭔가 이상하다.
이상해. 내가 이 육체를 넣었다고 해서, 이 육체의 영향을 이렇게까지 받을리가 없지 않은가?
나의 원래 취향으로 말할것 같으면..
"야!"
"왜...1?"
"그, 급하다며...! 뭘 해도 한다고 했잖아!"
"아 맞다 그렇지."
그래 그건 다음으로 미루고.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미리네의 바지춤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바지로 말할것 같으면 그저 벗기기도 쉬운 추리닝 바지 뿐이라. 속옷까지 함께 내리고 나면 그윽한 향이 풍겨왔는데,
말했듯이 지금은 오히려 그것이 흥분제.
무심코 가져다 댄 손에 느껴지는 촉촉함은 미리네 역시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미리네의 얼굴이 새빨갛다.
흥분한 것은 과연 생리적인 반응인가. 내가 미리네의 빈약한 가슴을 만져주었기 때문인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뭐야 준비 됐..."
퍽-!
미리네가 발을 뻗었다.
나의 가슴팍을 때려 밀려는 속셈이었겠지만, 힘도 들어가있지 않은 그녀의 발차기는 이런 빈약한 육체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툭 건드리는 것으로만 그쳤는데, 이 역시 흥미롭고,
'어? 이런게 흥분될리가 없는데...?'
흥분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저항하는 척 하면서도 부끄러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듯한 미리네. 그런 미리네를 깔고 올라타. 연이어 미리네의 모든옷을 탈의시키고 나면..
"오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매끄러운 곡선이 눈에 띄고 만다.
다음 행동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저절로 시선을 빼앗거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다."
나 역시 옷을 벗었다.
상의를 탈의하고 나면 허약한 상체가 드러나고, 하의를 벗고 속옷까지 벗고 나면 빈약한 하체가 눈에 들어오지만, 물건만큼은 마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
미리네의 숨은 점점 거칠어졌다.
누워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음에도 시선은 드러나 우뚝 솟아올라 있는 나의 물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처음보는구나?"
"아...아니..윽...시발"
그래 미리네는 할 말이 없으면 대체로 욕을 한다.
이것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나면, 한호흡을 쉬었고, 이 다음에 할 일은 하나 뿐.
커다랗게 솟아오른 남근을 미리네의 음부에 가져다대었다.
지금와서보면 체구는 작은 주제에 다리는 긴게 또 꼴린단 말이야. 키랑 가슴만 좀 컸으면 더 좋았을텐데,
"어? 내가 방금 무슨생각했어?"
"읏...?"
"아니, 음. 맞아 이건 나도 좋아한다고 생각해"
"야..."
미끌거리는 듯한 느낌. 이 상황에서 이정도로 흥분한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긴 했다. 혹시 이런 상황을 망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자, 잠깐만...!"
"? 왜."
미리네가 멈추어 세우는것을 보며..
"코, 콘돔이라도...껴야..."
못참는다.
"하읏!?!"
* * * *
덜컥- 덜컥-
미리네는..
혼란하다.
그 더러운 방이 깨끗한 것도 아직 익숙치 않았고, 하루아침은 커녕 초 단위로 능력자에서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상황도 혼란했다.
거기에 믿고 있었던..
'어 이 녀석 생각보다 좋은 놈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옷이벗겨지는건...
얼마나 혼란하겠는가?
... 아니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다 혼란스럽고 이해하지 못할 일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능력을 가지게 된 것도, 그것이 단순한 신체강화정도의 능력이라는 것도, 마물과 싸워야 한다는 것도, 마왕의 하수인이 된 것도,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마왕이 인간의 몸을 가지고 나타난것도 자신의 방을 치워준 것도 식사를 차려준 것도 빨래를 같이 해준 것도, 청소하는 방법을 알려준것도, 물론 그건 듣지 않았지만 마석을 구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물론 그게 문제가 된거긴 하지만
아무튼 전부!
미리네는 혼란스럽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워 죽을것만 같았다.
'왜...!'
어째서 지금 자신은 젖어들고 있는지. 왜 숨이 가빠지는지.
배신당한것만 같아 가슴은 아픈데 이 남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왜 갑자기 이렇게 귀에 들어오는지!
'싫어...'
싫다고 몸부림치려고 했으나 몸에 힘은 들어오지 않았고, 밀어내려 했으나 역시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러니까 뭐..
마지막 필사적인 반항으로써
"코, 콘돔이라도..."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흥분의 기폭제가 되어.
"으흑?!"
삽입당하고 말았다.
적어도 미리네는 자신이 기억하는 바 경험따위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에 파고들어오는 듯한 굵고 단단한 그것이 아프기보다는 온 몸에 전율을 가져다 주듯이 찌릿한 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뭐, 뭐야!'
경험이 없어도, 평범한게 아니란걸 안다.
첫경험에 느끼느니 뭐니 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 말이다.
몸의 상성 이전의 문제.
"엇?! 어? 앗♡!"
영문도 모른채로 미리네.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니 그보단 지금은 카론이 움직이는대로 허리를 들썩이고 있을 뿐이었지만...
"뭣♡ 그, 그만♡ 잠깐..♡"
허리가 저절로 뜬다.
손에 힘이, 시선도 정신도 제대로 붙잡기가 어렵다.
"엇♡ 이거...혹...시잇..♡"
예상가는건 하나.
'하수인이라서?'
혹시 하수인이기 때문에? 마왕의 하수인이 되어서? 아니면 어떤 '시스템'의 영향?
분명 카론이 말한적 있엇지,
그 검은 공간에서 자신의 능력을 하나하나 소개해주면서 들었던, 시스템의 기능이나 어떤 종류의 것인지 설명 들으면서 기억나는 것도 같았다.
"읏♡"
하지만 생각도 겨우 거기까지.
이제는 생각조차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며 눈앞에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미리네의 얇은 허리를 붙잡아주는 카론의 손을 마주잡으며, 조금이라도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고, 그런 미리네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카론이 가까이 다가가면,
와락-
카론의 몸을 끌어안아 힘을 주는것이 또 미리네였고,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작 거리는 카로는 이내 자신의 무릎위에 미리네를 앉히듯이 하여 허리를 강압하기 시작했다.
절정을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서,
미리네는 카론의 품에 안긴듯한 모습이 되어 정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한 순간...
"읏...!? 잠깐..뭔가..."
아랫배가 시큰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간닷 미리네!"
"어딜... 하으응♡?!"
절절하고 말았다.
* * * *
...
...
슈우우욱-
첫 마법이 성공적임을 기억하자.
'뭔가 좀 이상했는데...'
무언가 조금.
내가 내가 아닌것 같은 감각이 들긴 했지만, 이 육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욕망이 제법 컸던 것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고, 이런 욕망에 휘둘릴 뻔했다는것이 조금 그렇긴 했지만..
아무튼 첫 마법을 기념하자.
바람과 같은 소리로 나, 이 육신에게 흘러들어오는 것은 마력이다.
미리네가 가지고 있었던, 하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숨겨져 있던 마력.
머지않아 회복되기야 하겠지만, 시간이 걸릴테인 그런 마력을 몸안에 품기 시작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고간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가는 이 마력의 신비로운 기운이 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가기 시작하면..
기억을 더듬..
기억..
을..
"없네"
없네. 필요한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내 지식과 관련한 것들도 조각나버려 흩어졌다는걸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괜찮아.
나는 기본적으로 천재니까.
당장 생각나지 않더라도,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
다행스럽게도 마법과 마력에 대한 기초는 알고 있으니까..
"큭큭, 일단 감기는 걸리지 않게 해주지.."
근처에 전라가 된 상태로 널부러진 미리네에게 이불을 끌어다 덮어준 후에,
계산을 시작했다.
몇분이나 지났지? 미리네를 쫒아올 사람들의 속도는 어느정도? 몇 분이나 더 걸릴까? 경찰차가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침착하게..
"최면 마법... 간단한 거라면 이정도 마력으로도 먹힐거야... 그럼 내용부터 정하고.."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낸다.
띠링-
['시스템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든 시스템 스킬의 쿨타임이 줄어듭니다.]
[모든 시스템 스킬의 최대횟수가 늘어났습니다.]
띠링-
['시스템 스킬' 레벨: 4]
['긴급 귀환' 1/5]
['회복' 1/5]
['정화' 1/3]
"...? 뭐야. 왜 갑자기 올라가 이건."
곧 다른 생각할게 생기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