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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미리네(2)] (11/112)



〈 11화 〉[미리네(2)]

아니 뭐, 생각해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미리네의 실수이며 마왕의 실수이기도 했다.


미리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마석'이라던가 '능력자'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로 마석을 팔려 했던것이 문제였고,


마왕 카론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법률에 대해 자세히 몰랐던 것이 원인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겨우 마석 한두개 파는거 가지고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던가 '마석 한두개 파는거야 뭐 나보단 인간인 미리네가 더 잘 알테니까 그냥 맡겨두자' 라는 생각을 했던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아무튼 여러 실수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는데,

먼저 외부지역이자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곳. 흔히 말하는 '잃어버린 땅' 으로 가기 위해선 등록된 능력자일경우에만 가능했다는 점과 미궁에서 사냥한 마물이 뱉는 마석은 제법 크기가 큰 마석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큰 크기의 마석은 등록된 능력자만 갈 수 있는 '잃어버린 땅'의 마물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게 문제였다.


거기에 그걸 여러개나 가지고 와서는 뻔뻔하게 팔려고 까지 왔으니 그건 빼도박도 못할 범법자!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구해온 것과 같은 이야기!

요즘 세상은 수많은 범죄 능력자에 대한 일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능력자를 중심으로 한 사이비종교가 판을 치거나, 전문 범죄조직 따위를 형성하고 있기도 했으니..


능력자에 관련한 어떤 위법사항이라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체 당신이 잃어버린 땅으로  수 있게 해준 사람이 누구냔 말입니다!"


"...읏!"

만약 미리네가 정말로 등록하지도 않고 잃어버린 땅으로 가서 마석을 구해온것이라면... 분명 연결된 조직이 있을 것이고,

연결된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이 허가없이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루트를 발견했다는 것이고! 그렇게 마석을 구할  있는 존재라면 분명 마석을 가공할  있는 능력자나 도구도 딸려 있을 것이고, 그 도구가 있다면...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그런..그런..일이 왜 일어나겠...윽.."


거대한 불법조직의 암약인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집단의 등장인가, 부풀리고 과장하면 뭐라고 해도 될만한 사안.

마석을 이래저래 이용한다면 겨우 균형을 되찾아 가고 있는 세상에 다시금 거대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것이다.


<기관: 능력자 취조실>


기관의 수많은 기관중  곳. 능력자들을 가둘수 있는 시설이자 능력자들에게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취조실에서 한 남자는 소리쳤다.

"계속 묵비권 하셔봐야 소용 없어요."


남자의 이름은 '김치조'

어렸을적 친할머니께서 김치를 굉장히 좋아하셨기에 어쩌다 보니 이름도 비슷한 느낌이 되어버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마치 취조를 위해 태어난 이름같아서 마음에 들기도 하고 있던 치조씨는...


미리네를 바라보았다.


 어린아이같은 체구. 모자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모습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말은 많이 더듬고 가끔 이상한 행동도 했으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곤 눈물을 방울방울 맺은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괜히 더 귀엽게 보이기도 했겠지. 보호욕구를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 부성애를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치조의 이상형에 가까운 성격.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은 그런 모습처럼 보여 더더욱 관심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치조씨는 취조를 위해 태어난 남자였기에..

아무리 호감이 가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맡은바 임무에 충실한다.

계속해서 소리치고 겁을주며, 지금 말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것이라 재촉했다. 조금 시간을 끌긴 했다.
연락처를 눈에 익혀두고 탐스러운 것을 보듯이 혓바닥을 날름거리기도 했으나, 미리네는 울먹이는 통에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겠지.

"으으...윽..."

그  쯤.

미리네가 그저 꾹 참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을 때 쯤.

-"미리네"

"마...!"

"마?"


미리네가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리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시키는대로 하는게 좋겠지.


미리네 이십중반 평생, 경찰서는 커녕 근처를 걸어본적도 없었다. 아무리 삶이 고단하고 힘들어도 나쁜짓 만큼은 경찰서에 잡혀올 만큼의 잘못은 해본적이 없었다. ... 아니 옛날에 잠깐 게임 아이디를 잘못팔 뻔해서 경찰서에 올뻔한 적은 있긴 했지만, 어찌되었건간에 인연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었던 곳.

하지만 경찰서라는 것이. 그리고 이런 어두컴컴한 취조실 같은 분위기는... 잘못한 것이 없더라도 일반인을 주늑들게 하는 곳이기에..

미리네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고개만 숙이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묵비권...! 묵비권!'


카론의 지시를 들으며... 시키는대로...

-"일단, 공격... 흠... 아니, 수갑부터 부숴버리.. 아니 아니야. 그럼..."

"시...시발아.."
"자꾸 욕하지 말라했어요."


"그..그쪽한테 한거 아니에...요."

"좋아. 좀 쉬었다가 해봅시다. 연락처가 어떻게 된다고 했죠?"


-"그래 화장실. 화장실가봐."

"화..화장실?"

"네, 화장실 나가서오른쪽에... 어이 거기, 이 사람 화장실 데려다 주고 감시하고 있어."

일단 그렇게 흘러들어가듯 흘러갔다.

*  *  *


<행복빌라 203호: 미리네의 집>

일단 한숨부터 쉬자.

"하아아..."

그리고 아주 약간은 미소를 지어주자.


"하하. 진짜 돌겠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되었다.
그동안 하지 않으려고 했던 일에 대하여, 미리네가 대신 등을 떠밀어주게 된 것이다.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능하면 지양할 생각이었다.
조금더 생각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는게 좋다고 생각했지. 아무리 그래도 내 하수인에게서 마력을 뽑아 내 하수인에게 준다는 발상이 정상적인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가능하면 아껴둘 생각이기도 했다.


귀한 스킬중 하나다.


띠링-
['전이' : 원하는 장소로 순간이동 한다. 필요 마력과 거리는 사용자의 마력량과 사용량에 비례한다.]


정말.. 정말 정말 유용하고 좋은 스킬임이 분명하기에 아끼고 아꼈다가 확신이 들면 줄까 생각도 했는데..

이정도면 어쩔 수 없지.
자칫하면 미리네가 범죄자가 되게 생겼는데 어쩌겠는가?


 실수로 인해 일어난 일이니 어떻게든 수숩은 해야 했으리라,
가령 생각해보면 이대로 미리네가 그럴듯한 변명도 하지 못하고 능력자 전용 감옥에 수감되었을 경우.

그곳에서도 내가 꺼내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지금 여기서라면 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범죄자가 되지 않더라도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사용하기 시작했다.


띠링-
['미리네'가 '전이'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전이' 레벨: 1]

-"뭣..뭐, 뭐...? 뭐?"

"탈옥해라 미리네."


-"앗.. 하, 하지만 바깥에는 능력자전담 경찰이.."

"도로가 넓잖냐...전이도 줬고. 가라."

-"도로!? 귀, 귀가중인 사람이 넘쳐날텐데..!"

"상관 없다. 가"

-"시..시이발..! 챙겨주는거지!? 내가 도망쳐도 수습해주는거지!? 와...와하하하! 이거 해결되는거지이!?!!"

"몰라."


우당탕-!
미리네는 도망친다.


처음 사용하는 전이 스킬은 여러모로 불안한점이 많아, 화장실한칸을 이동하는 것도 큰 소리를 내었지만,

한번.


-"이거... 조, 존나 어지러운..데..."

"일단 거기서 도망쳐서  방으로 와!"

-"윽!? 아, 알았어..!"

두번.
와장창-!


-"요..용의자가 도망쳤어요!!"
-"저런 미친...! 어차피 등록도 다 끝낸마당에 어디로 도망치겠다고!"


세번째 전이스킬을 사용한 순간.


-"...용의자 공간이동 능력도 있는데요!?"
-"그게  소리야! 분명 검사기로도 강화계열밖에 감지가 안됐는데!"
-"모르겠어요! 그런데... 도, 도망친다.. 아... 저거..."
-"당장 추적반 지원요청해!"

미리네는 능력자 취조실로부터 탈출에 성공했다.

* *  * *


잠시 후,

지직-
지지직-


몇번 공간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허억...헉... 마, 마왕아... 이제... 어떻게 해야..."

미리네가 눈앞에 도착했다.
지쳐있는 듯한 눈매. 지저분한... 아니 그건 뭐 원래 그렇다 치고, 안그래도 작은체구가 스트레스로 더욱더 헬쓱해보여 좀 안타까울 정도였지만, 뭐라 해야 할까..


이제부터는 시간을 다투는 일이 될것이라 마음의 정리를 하며 미리네를 바라보았다.


방안은 내가 청소해 놓았기에 깨끗하고, 이부자리는 적당히 펴 놓았으니.

'침대가 없는게 좀 아쉽군...'

침대가 없는것에 아쉬워 하며..

"그럼 이제 벗어"

"어?"

"바지만 벗어도 돼."


"뭐...뭐?"


강제 귀환 스킬도 다 써서 없다. 시스템 스킬레벨은 그날 이후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리네를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던가, 영원히 도망치게 만들어버리는 일은 여러모로 곤란하다.


마력을 회복하여 쓸만한 조치를 해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이건 이제 최후의 수단.


날 위해 미리네는 아직 쓸모가 있어야 하니까.

"빨리 해치우자.  육체 말이야... 생각보다.."


"너..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니, 이  사실 성욕이 좀 많은것 같거든? 다행히 너한테도 발정할 수 있는 모양이다."


"뭔 소리냐고!"


"뭐긴 뭐야 마력회복이지."


"시발... 오, 오지마..!"


털썩-
미리네는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작은 동물이 떨듯이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는 미리네는 연속된 전이스킬의 사용으로 지쳐있어 축늘어져 있는것에 가까웠으며

어딘가에 연락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을 한번 꾸욱 감았다 떳다.
맷혀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음을 알아채어도... 미리네는 다리에 힘도 들어가지 않는듯이 헛발질만 하며 일어서려 했고,


나는 그런 미리네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마력을 회복할  있는 방법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

솔직히 좀 쌓이지 않았는가?
마왕일때에는 하품할 틈도 없이 여자를 안아댔으니..

아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것이 나를 더 타락시켯.. 생각을 못하게 했던가? 그렇게 당했던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 없지.

"미리네."

"으...으윽..미, 믿었는데.."


"응 나도 너 믿어"

"시발..! 시발! 이런 짓은 안당할  알았는데!"

"난 처음부터 이렇게 될 생각이었어"

"하, 한마디를 안지려고 시발놈이.. 너...너...!"

무드같은걸 신경쓸 틈도 없으니까..

일단 한발. 뽑고 생각하자.


미리네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 * *

한편,

<기관: 43층, 지부장실>

"아, 이번엔 누가 도망을 쳤다고?"


"네. 새로등록된 강화계 능력자인데, 어떻게 능력을 숨겼는지 그걸 써서 도망쳤더라구요."

"...흠. 뭔 죄를 지었길래?"


"마석 불법 입수요."


"벌금이 좀 쌨나?"


"100만원 이하 벌금이긴 하죠. 무직이면 좀 부담되는게 사실이겠죠."


영일씨는 비서가 건네준 화면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 있는 일.. 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해본적 없는 일은 아니다.

능력자들이라는 것이 자신의 능력에 놀라거나 혹은 전능감을 느끼고 있는 부류도 적지않게 있어서, 이런 종류의 사건 사고는 제법 많다.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지부장이 신경쓸정도로 큰 일은 아니었지 않은가?


하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잠깐, 그런데 새로운 능력이 생겨서 도망쳤다고?"


새로운 능력이 생기다니?


"네. 강화계인데 공간이동 능력까지 있었다나 봐요. 대단한건 아니지만.."


"능력이.. 생겼다? 바뀐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멀쩡히 도망쳤어?"


능력은 고정적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이 변화한다는 종류면 몰라도 없던 것이 갑자기 뿅 하고 생겨버리진 않는다.

강화계통은 강화계열의 능력만을 발전시킬  있고, 원소계열은 그런쪽, 염력계열도 거기거 거기일 뿐.
이건 오랜 경험과 시간, 그리고 실험으로써 알아낸 사실.


강화계열이 갑작스럽게 공간계열의 능력을 사용한다?
게다가 그런 능력을 숨길  있었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
엄청난 희소성을 자랑하는 도구를 쓴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런 도구를 쓰는 정도의 사람을 한국지부 지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알지 못할리가 없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수정씨.  능력자 신상정보좀 캐와야겠어. 사는 곳은 어딘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과거엔 뭘 했는지 전부! 싹다 가져와!"


감이 왔다.


"네."

기관, 저번에도 웃었듯이 이번에도 같은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겠군.'


뭔가 일어났고,
뭔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그건 영일씨가 오랜시간 기관에 소속된 채로 기다려왔던 일.

그의 탁월한 감각은 분명히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가 왔다.
온것도 모자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곧 자신과 마주치게 되리라.


"큭큭.."

영일씨는 아주 음산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수정씨"

"네?"

"... 아니, 오늘 커피는 내가 타야겠군."

"아... ...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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