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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2. 미리네] (10/112)



〈 10화 〉[2. 미리네]

미리네는 조용한 곳에 있었다.


집은 조금 유복한 편이었고,


쾌활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했다.

작은 손을 꼬물거리며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했다. 몰두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시절부터 미리네의 그런 재능은 눈에 띌 정도였고, 미리네의 수제 새총따위의 장난감은 인근초등학교의 뒷거래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완벽한 모습의 고무줄 총을 나무젓가락으로 만들어내어 그 파괴력을 한층더 올리는 등의 개조까지 했을때가 아마 미리네의 전성기라고 해도 좋았겠지.


그런 미리네는 할머니와 둘이 살았다.
물론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이 그리 좋진 않았을 것이다.

많이 굶주리기도 하고, 춥기도 하거나, 가난하고  쓰러져갈 집에 사는 것이 조금.. 힘겹기야 했겠지.

그럼에도 미리네는 밝게 자라고 있었다.


...

정확히 말하면... 어디. 고등학교에 입학할때 즈음이었던가?
그 때까진...

할머니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돌아가시고, 미리네의 부모님들이 원래 들어두었던 막대한 양의 보험금이 생겼을 때.


미리네의 부모님이 찾아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리네를 그저 가난한 할머니의 집에 맡겨두고는 찾아본적도 없는 그런 부모님들 말이다.


제법 많은 양의 보험금은 모두 미리네의 부모님이 가져가게 되었다.
과정을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때 미리네는 그저 미성년자일 뿐이었고, 힘없고 가난했던. 장난감 총같은거나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던 어린 중졸. 어린 고등학생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미리네가 드디어 양 부모와 함께 지내게 되었단 것이었다.

물론.


"역겨워."

"미리네..."

"이름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역겨워 했다.
부모님의 얼굴은 기억하지도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부모님이랍 시고, 미리네를 위하는 척 한걸음 다가오면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새어나올 정도로 그 상황이 너무나 역겨웠다.


아니, 지금껏 단 한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연락한번 하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이 미리네의 부모님이라며 친한척을 해오는 상황이었다.


이제부턴 같이 살자면서 치근덕대고, 무언가 더 원하는게 있는것같은 눈을 하고 있던 부모님이었다.

할머니가 남겨주신 것들을 전부 가져간 주제에 뭐  없냐는 듯이 물어봐오는 그런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해야 했다.

스트레스가 미리네를 짖눌렀다. 입에 넣고 아작아작 씹어먹어도 모자람이 없을 이들과 함께 있다는것 자체가 미리네에게는 고통이었고 고문이었다.

그래서 미리네는 뛰쳐나왔다.

미리네가 그동안 쌓아올린 인간관계.. 뭐, 그래봐야 초중학교 정도에 친구를 잘 사귄정도일 뿐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런 인간관계가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어 자신이 혼자 지낼 수 있는 방을 구했고, 그곳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다.


학교는 억지로 졸업했지.
이따금씩 찾아오는 부모님들이 있긴 했고,


가끔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미리네는 그 모든 고난을 그저 참아내면서 견뎠다.

그렇게 졸업했으나...


미리네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지. 대학에 갈 돈. 혼자서 살 돈. 생활을 이어갈... 관리비.. 월세.. 식비..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


그것이 그저 손만 놓는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잘 사귀었던 친구들은 점차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만 했다.

그래서 지금이다.

"게임 돈이... 현금도 된다고?"

나가서 뭘 해야 할지 미리네는 감도 잡히지 않았지 않은가?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그다지 좋지 않은 PC를 한대 샀다.

혹했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그 다음에는 몰두 했다.

사실 방송장비는 살 돈도 없었고, 방송을 할 용기도 없었기에. 게임 아이템을 사고판다는 그런 고전적인 사고방식밖에 하지 못했다.

게임을 시작했다.
미리네는 재능이 조금 있었고, 상당히 잘했다.

...


미리네가 어느 한 MMORPG 게임에서 상당한 유명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적당히 생략하도록 하자. 어느 성의 군주가 되기도 했고, 어느 공격대의 공격대장이 되기도 했지만..

뭐 그런이야기는 적당히 집어 치우고.

 덕분에 미리네는 삶에 쪼들리면서도... 삶을 이어갈  있게 되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흠... 이번엔 마석 3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목숨을 걸고 괴물들과 싸워야 하는 일을 떠안게  것인데...


솔직히 말해서 미리네.


게임을 해오면서 동경하는 이야기가 좀 있긴 했었는데...
그런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상황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으니 짜증은 난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더럽고 쓰레기가 쌓여있던 방은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항상 어둡고 축축했던 공간은 그럭저럭 밝혀져 있었다.


이건 어느정도 금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새끼 오늘도 오려나...'

한 남자 때문이다.

이름은 뭐더라..

"정수."

마정수.
카론?

뭐 아무렇게나 불러도 되겠지.


그는 항상 미리네를 대미궁에 밀어넣는다던가, 도심 한복판으로 가게 해서는  크리쳐와 싸우게 만든다던가 하는 사람이었지만...


일단은 마왕이라고 자신을 지칭하기도 하면서,
성격은 좀 미친놈같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뭐...


나쁘진 않다.
바뀌어가고 있는 삶이 썩 나쁜것 같진 않았다.

혹은 괜히 기다리게 되기도 하는 것 같고..

"아니 내가 뭔 생각을 하냐. 시발... 일단... 이거 팔러 갈까.."

어찌되었건 간에 미리네는 새로운 삶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목숨걸고 일하고, 그리고 마석을 손에 넣고, 마석을 팔고 돈을 마련하고...


그런 삶.


그래서 미리네..

"후우... 좋아. 머리 됐고, 모자. 후드. 마스크에... 좋아 할 준비 다했으니까."


오늘도 외출한다.

*  * *


뭐 거기까진 좋았다.



"뭐... 무슨..일인데..."


"미리네님 맞으시죠?"

 깔끔한 기관건물 안에 들어왔을 때.
이번에는 접수원에게 가지 않고 곧바로 거래소를 향하려고 걸음을 걷고 있었던 때.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미리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키는 물론이고 체격도 좋아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던 미리네가 정말 어린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그런건 아랑곳않은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미리네를 둘러 싸고는 아주 정중하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등록되지 않은 능력자시군요."


"... 아!"

미리네는 아차 싶었다.
아니 뭐.
이런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었겠지.

'강화계열' 이라고 해서, 신체능력이 월등히 좋아지는 능력자는 간혹 있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초능력자'와 같이 손에서 불을 뿜거나 번개를 쏘거나 해내지는 못하지만, 마석으로 만들어 마물의 단단한 외피를 뚫을 수 있는 검따위의 무기나 단단한 방패따위로 무장한 채로 마물과 싸우는 능력자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능력자는 당연히..

"아.. 까..깜빡 했...는에요.."


능력자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 않은 능력자는 범법자.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범법자는 기관에서는 물론 정부에서도 잡아 넣어, 능력자 전용 감옥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일.


마왕 카론이자. 인간일때의 모습인 정수도 항상 강조하는 그것.


'가능하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상생활을 이어해야 했기에.
미리네는 이때 순수히..

"드, 등록...어디서..해, 해요?"

능력자 등록을 시작했다.


 * * *



능력자 등록은 아주 간단한 절차로 이루어진다.

"이름, 나이, 현재 직업, 가지고 있는 능력 종류. 식별명이랑, 능력 이름. 그리고 저쪽에서 능력 검사 받으시고 능력명 받으신다음에 팔찌나 귀걸이, 혹은 반지 따위의 식별용 악세서리 드릴거에요. 원하시는 칩같은거 심어드릴 수도 있구요 그리고..."

"네..네.. 네..."

쓸거 쓰고, 할거 하고, 그렇게 하고 나면 정식적으로 등록되고, 등록된 능력자가 가져야 할 악세서리를 하나 골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등록된 악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은채로 가진 능력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범법자인 셈이 된다.

그 후에는...


"아, 혹시 소속은 정하셨나요? 능력자 등록하시면 정부쪽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르구요. 요즘은 '마신그룹'에서 능력자를 구하니까 연락이 될지도 모르는데... 사실 저희 세계기관에서는 지금 신규 등록하신 능력자에 한해서 신규 세계기관 소속 능력자분들에 대한 우대정책을..."

"네..네..? 아, 네... 네..."

소속을 정한다.
'정부', '기업', '세계기관' 셋이 대표적이며, 아주 작은 중소기업따위에서도 한두명의 능력자를 고용해서 직접 마석이나 마물의 전리품들을 팔기도 하겠지. 흔히말하는 '길드'가 그것이 되겠지만, 미리네가 신경쓸 이유는 없었다.

아니 그보다 미리네가 신경쓸 틈이 없었겠지.

미리네의 등록을 도와주면서 여러가지를 세세하게 말해주고 있는 접수원은 너무나도 밝은 얼굴로 쉬지않고 말하고있었기에, 미리네는 그 말을 끊을 기회를 엿보는 한편 그저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살려줘...'


아무튼 고통스럽다. 타인과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했던 것이 대체 언제였는지!
최근에야 뭐, 좀 대화를 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 목소리가 갈라진채로 대답하지 않는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수년간의 히키코모리 은둔자 생활.
미리네는 사회로 나오는 중이다.

"자! 아무튼 등록 끝나셨습니다!"


"아..네, 가,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능력자 되신거구요. 곧 소속을 정하실  있을 거에요. 함부로 능력 사용하면 불법이니까 일반인보다 더 힘조절에 조심하셔야 하고... 아이템은 반지로 정하셨네요? 능력사용할땐 꼭 반지 끼고 사용하셔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반지꼈다고 전부 합법되는거 아니니까 역시 능력사용엔 주의해주시구요."

"네..네..."

짖눌린다.
사회에서 지켜야 할 엄격한 규율에...

하지만

"능력명은 '신체강화'로 되어 있어요. 등급은 일단 최하위인 E 등급 능력자시고... 아무튼...!"

"휴우..."

겨우겨우 끝낸 미리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걸음 성장한 느낌이었으리라...

"그럼이제."


"네?"


접수원의 다음 말이 들려오고,  뒤를 따라 몇 남성이 나타날때까지는 말이다.

"등록 이전에 마석을 구하셨던 루트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지금부터 하시는 모든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시고, 묵비권 행사하실  있구요. 변호사를 선임할  있으세요. "


"네? 그거 막...하하, 범죄자 잡아가는것 같은 말..."

철컥-
"지금부터 조사 시작하겠습니다."

"엗...."

미리네! 체포!

"시발..."


미리네는 욕을 했다.

* * * *

"염병."

미리네가 적당히 늘어놓은 것을 치우고 나서, 미리네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미리네에게 중요한 말을 해야  예정이었으므로, 약간의 긴장도 하고 있었는데,

미리네가 하도 돌아오지 않아 화면을 연 순간.


"얘는...아우...하아..."


한숨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니까, 마석을 어디에서 가져오셨던건데요? 등록되지 않은 능력자가 외부지역으로 나갈 수 있을리가 없었을텐데... 불법이나 혹은 비정상조직의 도움을 받으셨나요? 아니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다른 통로를 이용하셨나요?"


-"..."

-"이봐요. 최미리네씨.. 이거 제대로 대답해주셔야 해요. 그만한 크기의 마석은 이런데에서 그냥 줍거나   없는거거든요? 외부지역. 그러니까 '잃어버린 땅'까지는 가서 나타나는 마물을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거에요. 그거 그냥 가져오는 것도 불법인거 아시죠?"

-"..."

취조 당하고 있다.


"미리네"

-"마...! !!"


"묵비권...계속 하고 있어봐."

-"아..읏.."


화면속에서 미리네.
수갑을 찬채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람  갑자기 고개를 그렇게... 아 거 울지 마쇼. 키 작다고 그런게 통할거라고 생각하면.."
-"키, 키얘기가  나오는...! 데..요... 윽...시,시발.."
-"욕하지 마세요.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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