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관리인(5)] (6/112)



〈 6화 〉[관리인(5)]

"마력이 필요해."


당장 필요한 것이 좀 있다.
시스템으로 보조할  없는 한계치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


내가 가진 시스템은  그대로 하수인에 대한 정보와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지만, 실제 관리할 수 있는 것을 주진 않는다.


굳이 말하면 주긴 하지만, 그건 결국 포인트라는 것을 이용해서 주는 피로회복제 따위의 물건 따위일 뿐인것으로...

 더 좋은 것을 위해서는 마력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마력은 내가 가지고 있는 힘.

파편으로 되찾아가는 힘.


마력.


의식덩어리와 아주 조그마한 영혼파편 상태로 봉인당해있었던 나에게는 없었지만,


이 육신이라면 그런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그릇' 이 있기 마련이고, 나는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법을 이용하여 좀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관리'도 할  있겠지!

"큭큭. 제대로 관리해주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마력이 필요한데...


마력이란게 쉽게 얻고 싶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회복하고 싶다고 간단하게 회복할  있는것도 아니란게 문제다.


이런 나약한 인간의 육신이 어디서 마력을 얻겠어?
어떻게 회복하겠는가?


어디 조용한 시골산간에 들어가서 죽자고 명상하면... 그래도 경험은 있으니 금방 깨우치기야 하겠지. 나는 천재이기도 하니까 이런 쓰레기 육신으로도 어림잡아 일주일이면 마력없는 놈이 마력을 깨우치는 단계까지 갈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
용사일때는 사용한 적 없었지만, 마왕이 되었을 땐 여러모로 마력소모할때가 많아 종종 사용하던 방법.

"어디보자 언어가.."


나는 시스템에서 읽어보았던 것을 떠올리고 나서.
도심 한 가운데에 서선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물었다.

"이 근처에 사창가가 어디에 있습니까?"

"미친놈."

마력을 얻는 비법! 그건 바로 '섹스'!
성관계, 즉 몸을 교접하는 것으로 마력을 얻는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 정확히 말하면 빼앗은 후에 마력으로 바꾸어버린다던가 하는 쪽에 가깝긴 하지만 뭐, 내가 신경쓸 정도는 아닐것이다.

나는 한번의 거절에 굴하지 않고 여러명에게 물어보았다.

성행위를 할 수 있는 방법이야 당연히 다양하겠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런 곳으로 찾아가는거 아니겠어? 돈만 주면 몸을 주겠다는 이들은 어딘가에 있다.
혹은 그럴  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을 찾아가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섹스 하려면 어딜가야 하죠?"
"아이 시발뭐야!? 꺼져!"


"얼마를 주면 떡 칠  있습니까?"
"탑? 바텀? 저는.."

"죄송합니다."

"저기요. 제가 위에 올라탈테니까 그쪽은 누워만 있으면..."


"죄송합니다."


이성끼리의 섹스로만 가능한 방법이다.


...

한참 후에야 난, 좀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도심의 어느 공원 한적한 잔디밭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나는 다시 생각을 했다.


"이 세계에서는 불법이네..."


내가 맨 처음 생각했던 방법이 합법적인 방법은 아닌 모양이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종종 사고파는걸 봤었는데.. 용사로써 여행을 떠날때 종종 동료들이 어디서 하고 왔다고 자랑을 해대곤 했었고...

흠...아니 잊어버리자.
방법을 바꾸자.

'미리네? 아니면 라나?'

마력을 얻을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든지 가능한 방법이 바로 '성마법'이라는 것이다.

...

'아냐, 주객전도나 마찬가지니까..'


떠올린 후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력을 회복하여 하수인을 돕기 위한 일인데, 하수인에게서 마력을 뽑아낸다? 역시 그건  곤란하지 않을까? 하수인들을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있어주지 않으면 곤란하니..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성마법 말고는 특별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진 않았다.
아니 물론 성마법에도 다양한 조건은 필요했다.

'장소'와 '상성'과 '성적흥분'과같은 여러 요소 말이다. 전부 맞추긴 까다로워도 나는 대단하니까 다 맞출  있을거라고 생각은 한다.

'역시 어떻게든 상대를 찾는게 최고인거 같은데...'


... 생각해보니까 돈도 별로 없네.
이 육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지갑을 뒤져보았더니 천원짜리 한장이 고작.

카드가 들어가 있어야 할 공간에는 학생증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마 정수.. 정수. 정수?  당분간 이름으로 사용해주긴 하지."

이름은 '마 정수' 다니는 학교는 도심 근처에 있는 '에이 고'라는 소소한 정보를 알게 된것 말고는 소득도 없었으니..

"그래 뭐든지 하려면 일단 돈이 필요하긴 하겠어."

그래서 난 다음 생각을 떠올렸다.


"돈을 뺏자"

돈을 뺏자.
계획이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빼앗는다라는 행위의 기본은 약한상대에게서 가져오는 것.

이 육체의 스펙 자체는 한심할 정도로 약하고 현재로써는 마력도 마법도  수 없는 상태라서..  몸보다 약한 상대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겠지.


있다고 말해도 초등학생 정도?
하지만 그들에게 얼마나 있겠는가?


당장 인적드문 곳을 찾아, 그곳을 지나다니는 초등학생이나 나이 어린 이들을 찾는다고 한들, 그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겠냐는 뜻이다.
기껏해야 천원짜리 몇장. 아니면 동전 몇개겠지.


...

빼앗는다면 더 강한 초등학생. 즉, 부자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등학생에게서 빼앗는 것이 가장 많은 돈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그런 초등학생들이야 찾기는 쉽겠지만 혼자 다니는 일은 극히 드물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부자인 이상 가문의 위세 역시 대단할테니 빼앗고 그대로 끝난다는 간편한 이야기도 없다. 후폭풍을 감당할 생각도 해야 했겠지.

...


혹은 노숙자?
노숙자는 약하지, 돈도 제법 가지고 있을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저녁 한밤중이 되어 퇴근하는 노숙자의 주머니에는 적선과 동정으로 구걸받은 돈이 두둑하게 쌓여 있을텐데... 그들에게서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몸이라 하더라도 한 밤중을 노리면서 기습한다면 충분하겠지.

...


그래도 가능하면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노숙인들이야 집단을 이루는것이 보통이니 한낱 거지라 한들 동료애 정도는 있을 터, 같은 장소를 지나다니다가 걸려서 보복 당하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니다.


다시말해.

나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것이 좋고, 내 정체를 들키지 않고, 날 귀찮게 할 사람을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기적이고 안전하게 돈을 얻고 싶으니..

"좋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로 귀결된다.


"운동이랑 아르바이트를 겸하면서 꾸준히 돈을 모아야겠군... 큭큭큭..."

빼앗을 수 있는 신체스펙을 충분히 쌓으며 동시에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자.

* * *  *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배신하지 않을때까지 행동하기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오늘날이면 그런 생각에 조금 의문을 가지게 되곤 했다.

"이 몸은 배가 고파."


하잘것 없는 몸은 배가 고프고...


"힘도 안나는군.."


힘이 나지 않았다.
더이상 운동을 할 수도 없었기에,


공원의 철봉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하아.."


한숨은 자연스럽게 새어나오며 안그래도 공복인 배를 더욱이 괴롭게 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
'졸업은 하고와'
'나이가... 아니 그럼 안되겠는데요?'
'면허도 없이 배달일을 어떻게... 그보다 너 민짜지? 안돼 안돼. 가.'

...

이것이 오늘 하루종일 들은 이야기들의 결과였다.

이 몸은 안전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도 글러먹은 상황이라는 뜻.


혹시.


이번에도 실패일지 몰라, 이런식의 부활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불안정 했을지도 몰라, 다른 방법을 찾는게 나았을지도, 하수인들에게 좀 더 제대로된 관리를  수있도록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좀 했다.
혹시 틀린게 아닐까. 실패해버린게 아닐까. 늘 상 했던 늘상 있는 불안한 생각에..


걸음을 걸으면서..

"어쩔 수 없지."


나는 어쩔  없이 최후의 선택을 하기로 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맨땅에 해딩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일단 쓰레기통이라도 뒤져서 먹을  있는 것을 찾아 먹어 기운을 되찾고, 운동도 할겸 주변을 돌아다니며 일할 곳을 찾는것도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이다.

..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없었다.

말하지 않았는가?
 세상은 말세나 다름 없다고,


이 도시가 안전한 것도, 나아가 이 나라가 안전한 것도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일. 하수인들이 항상 만전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언제라도 이 도시와 나라를 위협하는 마물들로 부터 파편을 수집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일. 의무. 꿈. 바람

그래... 이젠 어쩔  없는것이다.

"어차피 하수인들은 날 위해 있으니까..."

다음 작전을 세웠다.
 위한 하수인이니까. 이용하자... 두걸음 전진을 위한 한걸음 후퇴라고 생각하는 거다.


"미리네에게 돈을 꾸자."

*  * * *

"라는 일이 있었어."


제법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 겨우겨우 도착했다.

"미친 새끼."


<미리네의 집>

미리네의 집을 찾는건 아주 쉽고 간단한 일이다.

그녀의 집은 낡은 빌라건물의 한켠이었다.


주변엔 쓰레기가 가득하고 지저분한 것들이 널려 있었으며 고양이 서너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개도 지지않겠다는듯이 미친듯이 짖어대곤 하는 그런 길거리의  켠.


이따금 불량한 이들이 음침한 미소로 이곳에 찾아와 고양이와 들개의 밥을 몰래 주고 사라져 버리는 극악무도한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하는 장소.


치안적으로 좋지 않은 곳의 '행복 빌라' 라고 하는 건물의 2층 제일 안쪽 방!


도심 끝자락에 위치한 그곳에 아무튼 있었다.
원룸이니 뭐니 하는 좁은 곳이었지만,


"진짜... 그걸 차지했어? 그럼  이제 시체야? 시체가 움직이는거야?!"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때 미리네는 놀란 토끼눈을 뜨며 덜덜 떨면서도 나를 가르켰으니, 나는  행위에 씨익 미소를 지어 화답했다.


"아니, 이 몸은 살아있어. 내가 살려놨지. 하지만 이대로라면 며칠 후 아사할거다."


참고로 외형 자체는 나와 맞았던 그릇이라 비슷하게 변하는 중이다. 원래부터 좀 비슷하기도 했고.


그리고 나서는 미리네를 응시했다.
그녀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윽하게 풍겨오는 악취, 칠흑같은 어둠으로 둘러쌓인 모니터의 불빛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방안을 보았다.  덕에 인상이 좀 찌푸려졌지만...


말해보길 찾아오는건 아주 간단했다.
그 검은공간에서 미리네가 있는 위치를 추측하는거야 아주 쉬웠거든.


그곳에서 하는거라곤 그저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내내 감시하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뭐...뭐야 그런 내가 샤워하는것도 전부 봤단거야!?"

"라나가 샤워하는건 봤지만 네가 하는건 못봤어.  안씻잖아 머리는 감냐?"

"시발... 그럼.."


"자위하는건 몇번 봤다."

"시발...시발...! 시발!!!!"

"아무튼 들어간다."

"뭐 시발?! 들어오지마 미친놈아!"

그렇게 미리네의 집에 간단하게 들어왔다.

쓰레기장같은 집.
의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좀 난다.


냉장고는 작았지만, 그조차 들어가 있는건 각종 카페인 음료 뿐인 냉장고, 냉동실엔 언제 먹고 남긴 치킨인지 피자인지가 어지러이 들어가 있었으니, 혹시나 싶어 찾아보면 전자렌지 따위는 망가져 있는 채였다.

"돈이 필요하긴 했겠군."

미리네가 돈을 갈구하던 이유를 알것같기도 했다.


"뭐, 뭐야... 뭘하려고...? 또 던전같은데에 집어넣는건 아니겠지? 용건이 뭐야? 사람을 반 노예로 만든걸로는 부족해!?  더하려고?"

"말이 이상하구나 미리네. 하수인이 된건 분명 네가 바라던것이었잖아. 네가 바라던 대로 마석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었고, 네가 성장하면 더 많은 돈.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된듯한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그거야  의지대로 싸우고 싶을때 싸우고 말때 마는 경우라면 그렇겠지! 네 하수인이라는건... 싸우고 싶지 않을때나 곤란할때도 싸울 수 밖에 없는거잖아! 그런게 불만이 아닐수가 있냐! 난... 좀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지.. 이런..."

"인생이 원래 그래."


아무튼간에 미리네는 내가 온 것에, 내가 이런 모습을 취한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듯...

아니 애초에 하수인이 된게 반갑지 않은듯이 화를 내며 말했다.
물론 이해한다.


하수인은 오직 나를 위해. 나의 부활을 위해서만 존재하니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아쉽지만 미리네는 내것이 되었다.

내가 완전부활할때까지 놔줄 생각도 없고, 그녀의 모든것을 이용하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런고로 나는 쓰레기 더미의 한 곳을 치우고서는 용건을 말했다.


"돈 좀 줘"


"이 시발새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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