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 장 행보(行步)(1)-(6) (13/18)

[ 창작] 수라기(獸羅記) 31번째 올림 창작야설  

7 장 행보(行步)

(1)

 강서성의 성도, 남창(南昌) 또다른 이름으로  홍도(洪都)라 불리우는 곳에 한  칠척 거한이 

등에 커다란 도를 매고 들어섰다.

 장대한 체격, 굵은 팔과 왠만한 여인의 허리통같은 두꺼운 허벅지와 아이 머리만한 주먹을 

쥐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찬찬히 주변을 쓸어보며 홍도의 저잣 거리를 걷고 있는 사내, 아환

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기힘든 장신의 사내가 길을 지나가자 힐끔 힐끔 보면서 그 큰 체격을 

훔쳐보고 있었다. 게다가 굳게 다문 입술과 적당히 자란 수염은  얼굴을 상당 부분 덮고 있

어 갓 스물의 나이를 훨씬 더 들어보이게 하고 외가무예를 상당히 숙련한 무사로 보이게 하

였다.

 아환은 절강성의 항주에서 강서성으로 길을 정해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강서성의 성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지리상 절강성과 강서성은 이웃하고 있어 아환은 자신의 병기를 소유하자 

마자 일단 강서성으로 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환은 자신이 자라왔던 곳, 구문현을 찾아보고 싶었고 또 자신에게 원한을 준 

단체 청룡보를 알아 보기 위하여 강서성으로 들어왔다.

 남창은 성도답게 상당히 번화한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각종 고루거각들이 즐비하게 늘

어서 있었다. 좌우를 쓸어가며 살피듯 시선을 돌리며 남창의  중심지로 들어가서 한 반점내

로 들어갔다. 

 끼니도 해결하고 정보도 얻을겸. 아환은 남창  거리에서 제법 규모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시기가 점심때가 지났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반점을 메우고 있었다. 아직 낮이지만 여러 군

데어서 술판도 벌어지고 있었다.

" 어서오십쇼."

 어디나 점소이의 말투는 비슷한  모양이었다. 어려보이는 소년하나가 손에  수건을 두르고 

아환을 맞이하였다.

" 이리 오십쇼."

 자리가 몇 남아 있지 않아 아환은 가운데 위치한 탁자로 안내되어 의자에 앉았다.

 반점내가 조용해졌다. 여기 저기서 숙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정말 크군."

" 난 저렇게 큰 사람은 처음봐!"

" 그리고 저 칼 좀 봐! 저건 용이라도 잡겠는걸."

" 무림인인가봐. 왕칠이 보다도 크겠는걸?"

 다들 아환의 장대한 체격에 놀라서 저들끼리 아환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술을 드릴까요?"

" 계사면 하고 소채 좀 갖다주게."

" 예. 금방 내옵죠."

 점소이가 인사를 꾸벅하고 물러갔다.  반점내에도 사람들이 이제 아환에게서  관심을 돌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다시 소란스러운 반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곧 식사가 나오자 아환은 저를 들어 음식을 찬찬히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귀를 기울

여 사람들의 잡담을 들어보았다.

" 참! 이번에 청룡보와 하북 팽가가 사돈을 맺는다며?"

" 자네 이제 그 소식 들었나? 자네 너무 느리군."

 이런 저런 얘기를 듣던 아환에게 귀가 번쩍뜨이는 말이 들려왔다. 청룡보, 어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으랴?

" 근데 이번에 혼례를 맺는 이가 누구야?"

" 아마 큰 영애인 유란 소저일꺼야. 둘째는 다른 세가와 혼담을 넣고 있다고 하던데?"

" 그 쌍검비봉(雙劍飛鳳)이라 불리우는 첫째? 그래. 하북팽가는 누구야?"

" 차남이라고 그러더라. 나도 잘 모르겠어. 이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 곧  알게 되

겠지."

" 청룡보가 이제 점점 커가는 구만. 십삼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강서성을 완전히 손에 쥐게 

되었어. 게다가 하북팽가와 사돈을 맺게 되었으니 그 위세가 더욱 커가겠네."

" 그렇지. 둘째가 다른 세가와 또 사돈을 맺게되면 아마 더 할껄?"

" 그건 그렇고 혈도문에서 가만 있을까? 청룡보가 팽가와 연관되면 더 힘들어질텐데..십년전

에 완전히 멸문된 줄 알았는데 새로운 문주가 대단하다며?"

" 쉿! 조심하게. 혹시 청룡보 무사나 혈도문에서 들으면  큰일나네. 혈도문이 워낙 은밀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 청룡보가 골치가 꽤 아플거야. 이번 혼사를 서두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으니."

" 청룡보나 혈도문이나..언제쯤 남창이 좀 조용해질려나?"

" 모르지.."

 나지막히 목소리를 깔아서 대화를 하는 사람들. 아환은 뜻하지 않은 정보에 귀가 솔깃해졌

다. 혈도문. 어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청룡보와 더불어 아환의 집안을 망하게 한  두 

원흉이라 할 수 있는 곳. 그 성격이 사파로 규정되어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백성들은 빨리 소란이 가라앉기만을 바랄뿐, 두 문파의 오랜 싸움으로 백

성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입는 피해는 상당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오해를 받아 억울한  죽

음이나 부상을 입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럴때마다 힘없는 삶을  탓하고 속으로 원망을 하였

지만 감히 그들에게 대들 용기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게다가  몽고인 강서성주는 뇌물과 세

금을 걷는데만 몰두할뿐 두 문파의 싸움에 별 관여를 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되었다. 따라

서 각 지방마다 농민들의 반란이 숱하게 일어났고 홍건적이라 불리우는 제법 조직체계를 갖

춘 저항군들도 생겼다.

 아환은 음양조화역을 나와서 절강성을 거쳐 이곳 강서성까지 오는동안 그러한 실상을 많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현 원나라의 황제는 혜종(토곤테무르),  등극한지 스물 다섯해가 되었

다. 나라의 풍기가 문란해질대로 문란해져 황실에는 간신들이 득세하고 변방에는 거란, 여진

등을 비롯한 각 소수 민족들의 침입이 빈번하여 나라의 모양새가 썩 좋지 않았다.

' 혈도문이라..'

 아환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전의 사내들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어보면 청룡보

는 무림의 세가와 사돈을 맺을겨로 하였다. 그리하면 말그대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은 

뻔한일. 그것도 현 오대세가에서 수위를 다투는 하북팽가였다. 무림칠왕중의 하나인  진천도

왕이 아직 버티고 있는 곳, 하북 팽가. 혈도문에 책사가 있어 약간의 계획이라도 세울줄  안

다면 이 혼사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또 하나 혈도문이 강서성에서 한때 청

룡보와 패자를 다툴 위치 였지만 감히 팽가를 건들이지는  못할터 방향은 뻔했다. 틀림없이 

남유란을 노릴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환은 추이를 보아가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구문

현으로 갈려고 했던 일정은 잠시 접고 이 곳에서 상황을 보기로 하였다.

" 이보게."

 아환이 점소리을 불렀다.

" 예. 부르셨습니까?"

" 깨끗한 방하나 주게."

" 예. 별채에 하나 마련하겠습니다. 지금 들으실 예정입니까요?"

" 아니. 저녁 무렵에 오지."

 아환이 방값을 치르고 반점을 나왔다.

 거리로 나서 사람들에게 말을 물어 쳥룡보의 위치를 알아내곤 아환은 청룡보쪽으로 발걸음

을 옮겼다.

 청룡보(靑龍堡)

 검은 바탕에 금색으로 쓰여져 있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웅장한 구조물로 장식한 대문이 

보이고 그 뒤로 언뜻 고루거각들이 눈에 띄었다. 그  위세를 나타내는지 청룡보의 건물들은 

크고 높으며 그 갯수가 적지 않아 꽤 규격있는 단체로 보였다.

 그 청룡보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아환의 눈에 핏발이 맺혔다.

' 청룡보..청룡보..후회하게 해주마.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어주마. 다시 일어설수 없을 정도로 

혈도문 보다도 더욱 더 처참하게 해주마.'

 아환이 스스로 마음을 다지듯 이를 악물고 청룡보를 노려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2)

 밤이 깊어졌다.

 아환은 객점에서 몰래 빠져나와 객점의 지붕을 밟고 경신술을 발휘하여 청룡보로 향했다.

 아무래도 큰 칼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뜨이기 쉬워 칼을 나두고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혹시 모를 접전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아환은 칼을 등에 맨체 가능한한 사람들의 눈

에 뜨이지 않게 청룡보로 신형을 날렸다.

 각 건물들의 지붕을 밟으면서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높이 뛰지 않게 일직선으로 지붕과 

지붕을 딛고 청룡보로 다가갔다. 아환은 지금 청룡보에 한번 잠입을 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이윽고 아환은 청룡보의 서쪽 외곽 담이 보이는 곳에 다달았다. 경비무사들이 순찰을 하는 

것이 보였다. 아환은 일단 몸을 숨기고 순찰을 도는 무사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제법 군기

가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혼사를 얼마 남기지 않아 불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

선을 다해 혼사를 치를려는 청룡보의 노력을 엿보여 주는 단면이었다.

' 쉽지 않겠는데..'

 외곽은 어찌 처리하고 들어간다고 해도 청룡보의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고 그 속의 경비상

황 역시 조금도 모른 상태. 자칫  잘못하다가는 타초경사(打草驚巳)의 우를 범할 수도 있었

다. 아직 자신의 무예수준도 정확히 모르는 것도 문제였고 청룡보의 무인들의 무위 역시 겪

어보지 못하였다.

' 이거 너무 쉽게 생각했군..'

 아환은 쉽사리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몸을 숙여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경

비의 순환 주기며 인원,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각종 구조물등을 세밀히 눈여겨 보았다.

 시간이 꽤 흐르자 아환은 일단 철수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고자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날 밤 역시 아환은 그 자리에서 청룡보를 살피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

금도 느슨해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자시가 넘어 축시가 가까와 졌다. 아직 봄인지라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고 밤으 

깊을대로 깊어져 이제 사물이 깜깜해져 경비를 위해 켜 놓은 불빛만이 암흑을 젖혔다. 

 난감한 마음으로 청룡보를 주시하다 아환은 문득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인기척과 기세가 느껴졌다. 급히 아환은 몸을 더 숙이고 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무언가 희미한 금속의 빛이 보였다. 한두개가 아닌 제법 수가 되는 물체들이 언뜻 언뜻 빛

을 내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며 청룡보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환이 안력을 돋구워 자세히 그 쪽을 보자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십여명의 사

람들이 복면을 하고 손에 칼을 들고 청룡보쪽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 누구지? 저들은..도적인가? 도적이라면 감히  청룡보를 저런 인원으로 강탈하기엔  터무니 

없고, 또그렇게 보기엔 제법 무예를 익혔고 조직체계가 잡혀있는 모습인데..혹시 혈도문?'

 아환이 사태의 진행을 보고 자신의 방향을 결정하려 어둠속에서 숨어 무리들의 행동을 보

았다.

 선두에선 한 사내가 청룡보와 십여장 거리에 접어들자  손짓을 하였다. 일사불란하게 몸을 

숙이는 무리들. 틀림없이 무언가를 노리는 모양이다. 선두의 사내가 손을 입에 가져  대더니 

새소리를 흉내내었다.

 그러자 청룡보 외곽에서 순찰을 돌던 사내  중 하나가 다른 조의 무사들의 시선이  없음을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 뒷춤에서 비수를 꺼내었다. 그리곤 자신과 한 조의 사내의 입을 막

고는 목에 칼을 찔러 넣어 순식간에 처치해버렸다. 무사를 처치한  사내 역시 손을 입에 대

고 새소리를 내자 외곽에서 대기하던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가더니 재빨리 한명이  준비한 

옷을 갈아입고 경비서던 무사와 짝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은 담을 훌쩍 뒤어넘어 청룡보 안

에 잠입을 해갔다.

 사전에 구조와 첩자들을 심어넣어 치밀한 계획을 세운후 감행한 일인듯 싶었다. 조금의 군

더더기가 없는 정제된 동작들. 아환은 따라서 들어갈까 생각하다가  상황을 더 두고 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청룡보는 자신의 적. 아환이 들어가서 그 무리들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소란

의 발생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

았다.

 무리들이 들어간지 한식경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까지도  아무런 소요가 발생하지 않

았다. 그러다 갑자기 청룡보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 대소저가 납치되었다.!!"

 청룡보 이곳 저곳에서 순식간에 불이 켜졌다.  금방 대낮같이  환한 불빛들이 청룡보와 그 

주위를 밝혔다.

" 혈도문이다! 혈도문의 침입이다!"

" 혈도문!"

" 와아아아!"

 여기저기서 무사들이 튀어나와 청룡보내를 뛰어다니고 직책있는 사람들은 미처 옷도  제대

로 갖추어 입지 못한채 손에 병기를 들고 뛰쳐나와 보의 무사들을 지휘하며 사태의 정황을 

파악하려 하였다.

 휘리릭!

 두 사람이 무언가를 메고선 청룡보의 담을 뛰어넘는 모습이  보였다. 곧이어 그 안에서 금

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챙..챙..챙채챙..

"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 네놈들이 혈도문에 한 짓거리를 잊었느냐?"

" 비겁한 놈들..어찌 혼사를 앞둔 여인을.."

 창..츠캉!

" 어억!"

 칼이 부딪히는 소리, 곧 이어 연이은 비명소리가 청룡보안에서 들려왔다.

 청룡보의 담을 무사히 넘은 두 사람은 경비를 서는 사내들과 눈을 마주친후 고개를 끄덕이

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어서 몇몇의 무사들이 청룡보

의 담위로 솟구쳐 올랐다.

" 게 섰거라!"

" 이놈들 대소저를 내려놓고 가거라."

" 야이! ...억!"

 담위에 올라선 무사들이 미처 자세도 잡기 전에 날아든 비침으로 인하여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사전에 다 임무를 부여한 모양인지 경비를 서던 사내들은 손에 각종 암기들을 꺼내

들고 도망친 사람들의 뒤를 봐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담위로 올라서는 청룡보의 무사들이 족족 쓰러져 나갔다. 그러던 와중에 무언가를  둘러멘, 

아마 대소저라는 여자이리라, 사람들은 한참을 달려나갔다. 아환은 마음을 정하고는 그 사람

들 뒤를 추적하여 따라갔다.

 혈도문의 무사들은 사람을 하나 메었지만  결사적으로 발을 놀려 남창의 외곽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아환은 거리를 두고 그 들을 따라 가고 있었다. 체격이 크고 또 자신의 덩치

만한 병기를 메고 있는지라 자칫하다간 사람들의 눈에 띌수도 있어 한번 멀찍이 달려간 후 

숨어 있다 또 빠른 경신술로 쫓아가고를 반복하였다.

 혈도문도들은 한참을 달려 그 들이  목표로 하는 곳에 도달하였다.  그곳에는 미리 준비를 

해 놓은 듯 두필의 말이 메어져 있었다. 혈도문도들은 그  곳에 도달하자 잠시 숨을 몰아쉬

고는 바로 말을 타려 하였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것은 아환이었다. 단거리야 경신술로 잡

을 수 있지만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추적이 어려워졌다.

 아환은 등뒤의 칼을 빼어들고는 앞으로 내던졌다.

 쉬이잇!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환의 등뒤에 메어 있던 여섯자에 달하는 칼이 쾌속하게 날아

갔다. 그 목표로 하는 사람은 여자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 다른 혈도문도였다. 그  사람은 

무언가가 자신에게 날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다가 어슴푸레한 시야에서 무언가

가 거대하고 시커먼게 일직선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날 즈음에 그 칼은 자신의 머리를 뚫

고 지나갔다.

 퍼억.

 마치 수박이 터지듯 산산조각나서 부서지는 혈도문도의 머리통.  허연 뇌수와 붉은 핏물이 

사방으로 튀여 올랐다. 머리를 잃은  사람의 몸이 잠시 말위에 있다가  스르르 쓰러져 땅에 

떨어졌다. 머리가 사라져 버린 곳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는 선혈들..

 한 사람의 머리를 뚫고 나간뒤에서 그 칼은 위력이 죽지 않고 그 옆의 암석을 산산히 부수

고는 박혔다. 청룡보의 대소저를 말위에 태우고 출발할려던 혈도문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

로 칼이 날라온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쪽에는 거한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

이 보였다.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느새 아환이 다가와 말고삐를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 당..당신은 누구요?"

 음성이 떨려나왔다. 일단 그 장대한 체격만으로도 위압이 가는데 조금전에 칼을 던져 처참

하게 자신의 눈앞에서 머리가 터져 나간 동료의 모습까지 눈에 아른거려 공포심이 극에 달

했다.

" 나? 네 놈들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

" 누구길래 우리 혈도문을 이리 적대시 하는 거요."

" 그건 일일히 말해줄 필요가 없지."

 아환은 대답대신 손을 내밀어 말위의 사내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렸다. 신장이 큰지라 말위

의 사내의 멱살을 잡는데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때까지도 반항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던 

혈도문도는 그제서야 생각이 나는지 발을 휘둘러 아환을 공격하려 하였다.

 아환은 다른손으로 발을 막고는 주먹으로 정강이 부분을 후려쳤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혈도문도 사내의 다리가 정강이 부분에서 기역자로 꺾여 뒤

로 젖혀졌다.

" 크아악!"

 고통에 겨워 울부짖는 혈도문도. 아환은 혈도문도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바싹 가까이 가져

갔다.

" 혈도문의 지금 본거지는 어딘가?"

" 크윽..내가 말할 것 같으냐?"

 뼈가 부서져 신경을 찔러내는 아픔이 전신을 울렸지만 사내는 꿋꿋하게 버틸려 하였다.

" 그럼 천천히 듣지."

 빡!

 아환은 다른 쪽의 다리에도 주먹을 한방 날렸다.

" 끄억!"

 눈을 허옇게 까뒤집으며 게거품을 물어대는 혈도문도. 얼마나 그 고통이 심한지 눈물, 콧물

이 얼굴에 범벅이 되어 있었고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 그래. 자네는 기개가 있으니 이 정도는 까딱 없을꺼야."

 퍼억!

 이번에는 아랫배였다.

" 쿠억...우웩!"

 숨이 탁막혔다. 온통 속이 뒤집어졌다. 오물과 핏덩이가 입밖으로 뛰쳐나왔다.

" 그럼. 그렇게 버텨야지."

" 잠깐..끅..으악!"

 아환이 갈비뼈를 움켜잡고는 악력에 힘을 주어 하나를  뿌려뜨렸다. 조금도 손에 인정이라

곤 없었다.

" 말..말하겠소. 제발..말..을 들어주시오."

" 벌써 조금만 더 참지. 이제 막 흥이 오를려고 하는 참인데.."

 아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아니오..아니오. 이제 그만 하면 되었소. 내  다 말하리다. 혈도문은 구문현이라는 곳에 있

소. 또 무얼 알고 싶으시오."

" 구문현? 이것들이..혈도문의 문주는 누구냐? 혈도문은 총 인원수가 얼마냐?"

 피가 싸늘히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감히 구문현이라니. 다른 곳도 아니고 구문현이라니. 

원흉이 감히 구문현을 본거지로 했단 말인가? 이가 갈렸다.

" 문주는 전 문주의 영애인 현원가령입니다.  총인원은 삼십이명이고 그 곳에서 홍하장이라

는 곳에 있습니다. 제발 그만..제발.."

" 그만해달라구?"

" 예..제발.."

" 싫어."

 퍽!

 혈도문 사내의 머리 뒷부분을 주먹으로 세게 내지르자 뒷통수가 깊게 함몰이 되었다. 사내

는 끄으윽 하는 괴이한 신음을 내며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 혈도문. 네놈들이 구문현에 있단 말이지..좋아."

 아환은 멱살을 쥐고 있었던 사내를 아까 머리가 터진 사내의 옆에 던져 놓았다. 그리곤 말

을 끌고 와서 시체둘을 말에 싣고 자신의 병기에 묻은 피를 닦고 갈무리 하였다. 주변을 대

충 정리를 하고는 아환은 말을  끌고 근처에 야산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사내들의 옷을 

다 벗기고 던져 놓았다. 아마 들짐승들이 처리를 해주리라. 

 아환은 벗긴 사내의 옷가지를 잘 싸서 말에 묶고는 청룡보의 남유란이 실려 있는 말을  손

에 쥐고 구문현쪽으로 발을 옮겼다.

 길게 이어진 핏자국이 이제 파르스름한 야산의 길가에 남아 있어 조금전의 상황을 말해줄

뿐 이내 정적에 빠져들었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32번째 올림 창작야설  

(3)

 몸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잔뜩 움켜쥔 두손 역시 잔떨림을 보이고 있은지 오래,  반쯤 

내려감은 눈은 얼핏 보아도 붉은 기운이 은은히 발산되고 있어 보였다.

 한 야산의 동굴, 외부에서는 잘 찾기 힘든 위치에 자리 잡은 동굴안에서 한 장대한 체격을 

가진 사내, 아환이 큼직한 바위위에 걸터 앉아 있었다.

 기이한 흥분이 전신을 계속 울리고 있었다.

 살인!

 아환은 생전 처음 사람을 죽였다. 언젠가는 경험할 일이라고 생각하였고 또 가차없이 자신

에게 원한을 준 대상에게 가하리라 생각되었던 살인이라는 단어였다.  그리고 칼을 던져 주

먹을 휘둘러 두 명을 처치하고 난 직후에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였다.

 허나 둘의 시체의 옷을 벗기고 들짐승의 먹이로 던져놓고 뒷처리를 어느 정도 한후 시간이 

흐르자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라는 기억이 살아났다. 아환의 손에 있던 칼로 인하여 다른 사

람의 머리가 산산히 터져나가고 자신의 손에 한 사람의 머리가 부서져 죽었다.

' 이는 무슨 감정일까? 죄책감인가?'

 그것은 아니었다. 결단코 죄책감은 아니었다.  아환이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기에는  그동안 

자신이 겪어 왔던 비참함과 떠돌이 생활에서 겪은 고충이 너무 컸다. 게다가 자신은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무고한 여인까지도 이용할 정도로 비정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무엇일까? 혹 내가 살성(殺星)은 아닌가?  이러한 것이 실제의 전투에

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

' 정말 살(殺)을 익혀야 겠군. 살이라..'

" 으으음..."

 가느다란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고운 음성이 붉은 입술사이로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하얀 우윳빛의 피부, 그 눈꺼플이 들어 올려진다 싶더니 맑은 눈망울이 나타났다. 까만  동

공이 주위의 티없이 깨끗한 흰자위와 잘 어울렸고 크고 아름다와 보였다.

 여인은 눈을 뜨자 무언가 낯설음이 느껴졌다. 항상 자고  일어나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는 

자신의 방안이 아니었다. 기괴한 모양의 천정. 시선을 돋구자 희미하게나마 주변을 볼 수 있

었고 곧 울퉁불탕한 암석으로 되어 있음이 보였다.

" 헉!"

 급히 상체를 튕기듯 일으켰다. 그러자 또다른 감각,  추위가 몰려왔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

어 몸을 감싸안았을때 맨살이 만져졌다. 침의가 만져지는게 아니고  아무 것도 없이 맨몸이 

느껴졌다.

 여인은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자 하얀 살덩이 둘이  손에 눌려 일그러진 모양으로 되

어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 어멋!"

 뽀족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여인은 깜짝 놀라 다리를 웅크리고 두팔로 가슴을 가리며 몸을 숙여 혹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자신을 감추었다. 몸을 숙이자 자신의 다리가 보였다. 역시 그곳에도 아무런 천조각은 걸

쳐져 있지 않았다.

 몸을 숙인채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며시 쳐다보았다.

 정면에 커다란 물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어느 정도  안력이 적응되어 차츰차츰 윤곽이 들

어오자 이 곳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같아 보였고 그것은 바위나 다른 정물이 아닌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 누구..세요?"

 떨리는 음성으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 누구세요? 여기는 어디죠? 당신은 왜 거기 있죠? 난 왜 여기에 있는거죠?"

 음성이 떨려 나왔지만 하나하나 질문을  해대는 여인, 무림에서 어느  정도 밥을 먹었는지 

금새 마음을 진정시키고 앞의 사람에게 질문을 쏟아내었다.

" 청룡보의 대소저가 맞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 예. 내가 그 사람이예요. 당신은 누구시죠?"

" 크흐흐흐..네가 청룡보의 대소저라고..크하하하.."

" 당신은 누구신가요? 나를 여기에 데리고 온 사람이 당신인가요?"

" 당신이라..크흐흐흐!"

 아환이 나즈막히 괴소를 터뜨렸다.

"..."

 아환의 괴이하게 웃자 여인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 네 이름이 무엇이냐?"

"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하세요."

" 허허..자신의 처지를 잘 모르는군."

 여인은 말을 하면서 슬그머니 진기를 끌어올려 보았다.

" 헛! 당신은 무슨 짓을 한거죠?"

 전혀 진기가 운용이 되지 않았다. 비록 절세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후지기수 중에 제법 

이름을 날린 경험이 있는 여인으로서 내공을 끌어올릴 수 없자 당황해서 아환에게 쏘아붙였

다.

" 네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 남유란이예요. 내게 무슨 짓을 한거죠?"

" 내가 한 것은 널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발가벗긴 것 밖에 없다."

" 그럼 왜 내 진기가.."

" 그것은 널 납치하려는 놈들이 네게 무슨 수작을 부렸겠지."

" 누가 날 납치하려.."

" 혈도문이라고 하더라."

" 그런데 당신은 왜 내 옷을 벗겼죠? 설마.."

" 그 설마가 맞을꺼야. 아니지. 오히려 그 설마로 끝날까?"

" 당당한 사내라면 정정당당히  사람을 대해야지. 어찌 이런  비겁한 수단을..그러고도 네가 

사내더냐?"

 창백해진 안색으로 아환에게 대들듯 말하는 남유란, 말투가 거칠어지고 눈빛이 사나와졌다.

" 난 충분히 비겁할 수도 있고 치사해질 수도 있어. 그러한 네 년놈들은 정정당당해서 양민

들을 무고히 죽이고 괴롭혔는가?"

" 닥쳐라. 우리 청룡보는 정도의 문파로서 항상 서민을  생각하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그 힘

을 다했다. 네놈같은 사마외도의 무리가 함부로 모함을 할 곳이 아니다."

" 모함? 모함이라.."

 아환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칠척에 가까운 장대한 체구가 일어서자 동굴의 입구가 꽉 막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환은 느긋하게 걸어서 남유란의 앞으로 다가갔다.

" 서라! 비겁한 놈. 어찌하려고 그러느냐? 서지 못하겠느냐?"

 아환이 남유란의 얼굴앞에 섰다. 주저앉아 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다리를 오무린채 시선을 

치켜뜨고 위를 쳐다보는 여인의 시선에서 경멸과 공포가 엿보였다.

 아환이 한발을 들어올리더니 남유란의 턱을 슬쩍 걷어찼다.

" 아악!"

 가볍다하지만 무예를 익힌 사내의 발. 남유란은 뒤로 벌렁 자빠졌다.

 여인의 팔이 들리고 다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여체가 적나라하게 아환의 눈으로 들

어왔다.

 뽀얀 살결에 덜렁이는 두개의 봉우리가 흔들거렸다. 그위에  앙증맞게 맺혀있는 연한 붉은 

돌기가 움찔거렸다. 여태까지 보아온 여자와는 다른 넓은 유륜이 특이하게 눈길을 끌었다.

 군살이 없는 복부와 그 밑으로 시선을 내리면 짙게 우성진 수풀이 보였다. 숲이 우거진 탓

인지 비처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어림에 음부가 있을거라 짐작이 될뿐.  여체가 

뒤로 넘어지며 반동으로 엉덩이가 위로 치올랐다. 상당히 음모가  많이 있는 여자인듯 항문

까지 온통 거뭇한 음모로 덮여있었다. 하얗게 쭉 뻗은 다리사이의 새까만 밀림이 흑과 백의 

대비를 보여주었다.

 아환은 걷어찬 발을 거두지 않고  그냥 밑으로 내려 남유란의  발그스름한 뺨을 짓눌렀다. 

남유란의 얼굴만한, 오히려 얼굴보다 큰 아환의 발에 눌린  남유한의 얼굴은 옆으로 비스듬

히 향한체 꼼짝도 못할 지경이었다.

" 으윽. 치워라. 이 불한당 같은 놈아!"

 아환은 그 말을 무시하고 발에 지긋이 힘을 가했다.

" 으으윽."

 남유란은 얼굴이 땅속으로 박혀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턱과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얼얼함이 전해오는 턱은 차치하고서도  뺨은 일그러져 기괴한 모양을 짓고  있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남유란은 공포심에 몸을 더더욱 떨었다.

" 이...이...이 놈.."

" 아직도 충분히 인식을 못하였군. 어떤 처지인지.."

" 날..어쩔거냐?"

 땅에 눌린채라 입술까지 일그러져 불분명한 발음이 새어나왔지만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알

아들을 수 있었다.

 아환이 발에다 좀 더 힘을 주었다.

" 꺄 악.."

 남유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힘이 없는 여체가 바둥거렸다.

 아환은 발을 거두고는 왼손으로 남유란의 목을 잡고 치켜들었다.

" 이 무..켁..켁.."

 아환의 손길에 목을 잡혀 몸이 위로 들리자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아환의 신장이 남유란

보다 두자가 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서 남유란은 목을  잡힌채 허공에 떠올랐다. 금새 잡힌 

목에서 들어오던 공기가 끊어졌다. 숨이 막히고 답답하면서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남유란은 

두손으로 아환의 팔을 잡고 발로 바둥거리며 아환을 걷어찰려고 하였다.

 퍽..퍽..

 손톱을 세워 아환의 팔을 꼬집고 할퀴고 발로 수차례  아환의 다리 부분을 가격하였다. 그

러나 내공이 들어가있지 않은 여인의 손과 발은 아환에게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았다.

 쫙!

 남유란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획 돌아갔다. 아환이 한차례 뺨을 후려갈겼다. 곧바로  남유란

의 맞은 부위가 퉁퉁 부어오르고 입술은 터졌는지 핏줄기가 배어나왔다. 

 쫙!

 왼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남유란의 양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 끄억.."

 쫙! 쫙! 쫙!..

 아환이 기계적으로 손을 놀렸다. 남유란은 아환의 손이  얼굴에 닿을때마다 고개가 좌우로 

돌아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되풀이 되는 아환의  손길에 정신조차 혼미해졌다. 고통

보다는 충격에 머릿속이 흔들렸다.

 남유란의 가랑이사이에서 갑자기 노란 액체가 분수처럼 터져나와 남유란의 허벅지와  아환

의 바지를 적셨다. 고통과 공포에  소변을 놓친 것이리라. 퍼져나오는 소변줄기는  남유란의 

다리를 따라 흘러내리고 일부는 땅에 홍건하게 고였다.

 털썩.

 아환이 손을 놓자 그 물이 괴인 곳에 떨어지는 남유란의 흰  육체. 소변이 땅위의 흙과 함

께 튀어 여체의 전신 곳곳에 얼룩을 지었다.

" 끄윽.켁..켁..헉..헉"

 남유란은 그제서야 숨을 쉴 수 있는 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바로 얼굴의 고통이 밀려

왔다. 아울러 수치심이 남유란의 뇌리를 흔들었다. 낯선 사내앞에서 알몸을 보여주고 그  사

내에게 얻어맞고 그 앞에서 소변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은 색깔을 달리하여 분노로 

바뀌었다.

" 차라리 죽여라. 이 놈아! 날 죽여라!"

 남유란은 악을 쓰며 아환에게 대들었다.

 아환은 그러한 남유란의 모습에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발끝으로 남유란의 명치를 찍었다.

" 끄..으.."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명치를 맞아 신음도 제대로 흘리지 못하는 여체.

 아환은 남유란의 머리채를 잡고 쳐 들었다.

 그때까지도 채 숨을 고르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며 아픔에 떨고 있는 남유란을 아까 자신이 

앉아있는 바위위로 던졌다.

 철썩..

 부드러운 살이 바위에 부딪혔다.

" 허윽.."

 엎드려서 커다란 엉덩이를 아환 쪽으로 하고 젖가슴을 바위위에 뭉개진채로 몸을 떨어대고 

있는 남유란. 아환의 눈가에 열기가 맺혔다. 파괴의 욕구가 아환을 자극하였다.

 아환이 허리춤을 끌러내렸다.

 스르르 바지가 내려가고 아환의 육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었다.  덩치가 덩치인 만큼 그 남

근의 크기도 대단하였다. 아환이 음양조화역에서 성장을 하면서 따라서 커진 모양이었다. 지

금 아환의 양물은 그 크기로는 마치 커다란 말뚝과도 같아 왠만하게 닳고 닳은 여자라도 쉬 

적응을 하기 힘든 크기였다. 물론 검후나 상운진 같은 경우야 아환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져서 자연스레 넓어졌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흉기와도 같은 물건.

 아환은 다짜고짜 그 살덩이를 남유란의 엉덩이에 가져다대었다. 그때까지도 남유란은 바위

위에 널부러져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아환이 육봉의 끝을 남유란의 무성한 수풀을 헤집고 비처를  찾아 그 끝을 맞추었다. 그제

서야 무슨일이 벌어지는 가를 깨달은 남유란의 여린 동체가 퍼득였다.

" 안돼. 제발..끼아아악!"

 입속과 밖이 터져나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저항을 하던 남유란 급기야 괴성을 터뜨렸다. 아

환의 살끝이 남유란의 비부에 두치가량 침임을 하여 들어갔다.  충분한 전희를 가져도 받아

들이기엔 고통 스러울텐데 전혀 사전동작 없이  거대한 남성의 흉기가 여체로 침입을  하려 

하자 여체의 전 신경이 고통을 호소했다.

 큼지막한 두 손으로 여체의 양 둔부를 움켜잡고는 아환은 자신의 양물을 밀어넣었다.

" 끄아악.."

 엄청난 비명이 동굴속을 뒤흔들었다. 남유란은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고통에 못이겨 

혼절하였다. 바위에 널부러져 있는 하얀 육체. 아환은 남유란이 정신을 잃던 말던 끝까지 남

근을 밀어넣었다.

 그 큰 살덩이가 남유란의 몸속으로 전부 들어갔다.

 아환은 후배위의 자세를 유치한채 허리를 진퇴시켰다. 아환이  몸을 부딪혀 갈때마다 여체

가 출렁였다. 처녀의 비지를 막고 있던 막뿐만 아니라 비처가 파열이 되었는지 상당한 피가 

흘러내려 바위위를 붉게 물들였다. 여체의 틈이 찢어졌나 보았다.

 아환은 남유란의 비처에서 흘러나온 선혈로 인하여 윤활의 효과를 보자 더더욱 허리의 움

직임을 빨리하여 절정으로 치달았다. 절정에 다다른 듯 아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남유란

의 둔부를 뜯어낼려는지 꽉 움켜쥐어 자신에게 끌어당기고는 하체를 더욱 힘차게  밀어붙였

다.

" 으..음"

 아환이 희미한 신음을 내고는 동작을 멈추었다. 몇번의 여운을 즐긴후 아환은 자신의 양물

을 남유란의 체내에서 빼내었다.

 아예 새빨갛게 물든 아환의 남근에 체액이 점점히 장식을  한 모양. 아환은 남유란의 벗겨

놓은 옷가지로 쓱쓱 문질러 닦은 후 아무데나 휙 던져놓았다.

 남유란은 바위위에 미동도 하지 못한채 엎어져 혼절을  하고 있었다. 벌려진 사타구니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었고 조금씩 하얀 액체가 질속에서 새어나와 붉은 연못에 하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4)

" 꺄아악..."

 찢어지는 듯한 여인의 비명이 숲속을 갈랐다.

 남유란은 끊임없이 하체로부터 몰려오는 끔찍한 고통에 진저리를 치며 몸을 떨었다.

" 이거 너무 시끄러운데.."

 아환이 말에서 내려 옆의 말에 다가갔다.

 그 말위에는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혼절하기 직전의 여인, 남유란이  대충 침의를 걸친체 

타고 있었다. 그 안장위, 붉은 피가  꽤 흘러나왔는지 안장을 흠뻑 적시고도 점점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환은 동굴속에서 남유란을 강간한후 곧 남유란을 깨워 말을 태운후 이동하던 중이었다.

 정말 말로 형용할수 없는 고통,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의 아픔이 남유란의 사타

구니에서 밀려와 온 몸을 뒤흔들었다. 얼마전에  당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말을  탔다. 

아환의 거대한 양물을 받아들여 하체가 온통 엉망이 될 정도로 짓이겨져 가만히 있어도 그 

아픔에 치를 떨 지경이었건만 그 상태에서 말위에 올라타고 평지도 아닌 산길을  가다니..남

유란은 수차례 혼절을 하다가 깨어나고  다시금 혼절을 반복하였다. 너무나도 극심한  아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고통이 남유란의 정신을 파괴시키고 있었다.

 아환은 동굴속에서 남유란을 취한 후  바로 이동을 시작하였다. 청룡보에서  곧 추적을 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었다. 전 인원에다 여러 도움을 받아 대대적인 추적을 할 것은 뻔한  일. 

아무리 은근한 위치에 자리잡은 동굴이라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발견될 것은  명약관화했

다. 게다가 남유란을 미끼로 손쉽게 혈도문으로 접근할 수도 있는터. 아환은 두 필의 말  중 

하나에 남유란을 태우고 다른 말에는 자신이 타곤 구문현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어렸을때의 기억과 청룡보를 찾기전 수소문한 결과로 구문현의  방향은 알고 있었다. 문제

는 아환이 말을 타본 기억이 없다는 것. 아환은 말을 탈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말을 탈 줄 

몰랐다. 하지만 남유란을 데리고 가기엔 말이 편하였고, 또 지금껏 자신이 겪은 비참함을 갚

아주기 위하여 남유란을 말에 태웠다. 두 팔을 묶고 전신을 말 안장위에 고정을 시켰다.  그

리곤 자신도 말을 타고는 천천히 말고삐를 당겨 구문현을 향하였다.

 말을 조종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 짐승은 쉽사리 아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아환의 

무게만 해도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무거운데 그 등에는 왠만한 사람 둘의 무게를 합친 칼이 

매달려 있었다. 말은 전신을 흔들려해도 힘이 들어 흔들지 못하지만 반항을 하는 듯 아환이 

원하는 방향과는 자꾸 다른 방향으로 갈려고 하였다. 그때마다  아환은 고삐를 당겼고 말이 

몸을 흔듦에 따라 자연스레 뒤의 말도 흔들렸다. 그러면 그  위에 타고 있는 남유란도 흔들

릴 것은 당연한 이치. 아무리 푹신한 천을 안장위에 깔았어도 안장은 불편하였다. 게다가 그

토록 학대당한 비처임에야..

 아환은 손으로 남유란의 침의를 쫙 길게 찢었다. 그리곤 온통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

는 퉁퉁부은 남유란의 얼굴로 그 침의를 가져갔다. 남유란은  그때까지도 거친 숨을 몰아쉬

다 아환의 손길이 와닿자 가까스로 얼굴을 돌리곤 아환을 쳐다보며 애원을 하였다.

" 제발..절 살려주세요. 이제 그만 하세요. 너무 아파요. 너무..너무  아파요. 무엇이든지 할께

요. 시키는대로 뭐든지 할께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절실한 애원을 호소하는 남유란. 입안이 온통 터져 발음은 불분명했지만 그 의미가 전달되

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제 더이상은 그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예 그  곳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통퉁 붓고 피를 흘리고 있지만 조금의 감각이 돌아올려치면 다시금 온 

신경을 가학하는 통증이 밀려왔다.

 아환은 그러한 남유란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남유란의 얼굴이 더욱 창백

해졌다. 잔인해 보이는 차가운 웃음.

" 악마! 이 지옥에 떨어질 악마같은 놈!"

" 그렇지. 난 악마야! 적어도 너희들에게 만큼은 이보다 더한 악마도 될 수 있다."

" 대체 청룡보가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토록 나를.."

" 한 가족을 파멸시켰지. 아무  것도 모르는 한 어린 아이가  십여년을 떠돌며 갖은 구박을 

받고 고초를 겪었지. 네놈들이 잇권을  위해 다른 이들과 싸울때 힘없는  이들은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네년따위가 알까?"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보상을 해주었다."

" 보상이라..돈 몇푼? 그리고 그 것도 아까워 살인멸구한 민초들의 한은 어떻게 하지?"

" 그 것은.."

" 크하하핫"

 아환은 가차없이 손에 들은 천으로 남유란의 입을  재갈물렸다. 발버둥치지만 남유란의 입

에는 말을 할수 없게 재갈이 채워졌다.

 아환은 칼을 등에서 끌러 말에 싣고는 두  팔의 말을 끌고 재차 구문현 쪽으로 발을  옮겼

다.

" 우웁..으..우"

 계속되는 남유란의 비명은 재갈에 막혀 그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그 고통은 전혀 줄지 않았

다.. 아환은 그러한 남유란에게 더이상의 신경을 쓰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할뿐이었다.

 구문현이 가까워지자 아환은 남유란을 말위에서 끌어내렸다. 혼절해 있는 남유란은 아환이 

이끄는 대로 인형처럼 이리저리 아환의 손길따라 움직였다. 아환은 남유란을 바닥에 눕힌후 

말위의 각종 안장과 기타 장비를 제거하고 말의 엉덩이를 쳐서 산으로 돌려보낸다음 남유란

을 끌고서는 어딘가로 향했다.

 아환이 도착한 곳은 작은 개울가, 어느덧 해가 져서 어둑한 저녁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

환은 남유란을 개울로 집어던졌다.

 첨벙..

" 아우..우..우.."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남유란,  여전히 입에 물려있는 재갈때문에  신음이 새어나오지만 

갑작스러운 차가운 기운이 몸에 닿자 정신을 차렸다.

 아환은 개울가에서 남유란의 옷을 벗기곤 남유란의 사타구니 사이의 피와 정액, 그리고 흙

과 기타 오물이 엉켜붙어 지저분해져 있는 것을 씻겼다.  산중의 얼음같은 개울물이 비처에 

닿자 몸을 뒤틀며 어떡해든 무언가를 할려고 하지만 전신에 진기도 없고 두 팔이 묶여있는

지라 아환의 손길을 거부할수 없었다.

 남유란의 발가벗은 전신이 아환의 눈에 들어왔다. 고왔던  얼굴은 아환의 매질에 퉁퉁부어 

더이상 미모라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전신  곳곳은 시퍼렇고 붉은 멍이 들어 기괴한 장식을 

해놓은 듯 보였다. 또 얼마나 주물러댔는지 젖가슴은 아예 빨갛다 못해 퍼런 색을 띄었으며, 

사타구니의 비처는 찢어진 곳이 아예 짓이겨져 있다고 할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었음이 울

창한 수풀 사이로 엿보였다.

 아환의 손이 비처에 닿을때마다 고통에 몸을 비틀고 신음을 흘렸지만 아환은 무시하고 남

유란을 씻기는 일에 열중하였다.

 다 씻긴후 아환은 남유란을 쳐다보았다.

" 조용히 한다면 재갈을 풀어주마."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남유란을 보고는 아환은 실소를 흘리며 재갈을 풀어주었다.

" 후아..헉..헉.."

" 시끄럽게 하면 아예 혀를 뽑아버리겠다.

 남유란의 얼굴이 그러지 않아도 창백했었는데 더욱 하얘졌다. 이 악마는 능히 그러고도 남

을 놈이다. 남유란은 아랫 입술을 꼭 깨물고는 아환을 쳐다보았다.

" 이제 날 어쩔거죠? 이렇게 날  망가뜨렸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더이상 날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여기서 죽여요. 그렇지 않으면 곧 청룡보의 무사들에게  당신은 처참한 죽음을 당할 

거예요. 물론 날 살려놓더라도 그건 마찬가지겠지만.."

" 널 데려다 주겠다."

"?"

 무언가 이상한 말을 들었는지 남유란의 눈이 동그래졌다.

" 정..정말인가요? 날 돌려보내주는건가요?"

" 아니."

" 방금 데려다 준다고.."

" 혈도문으로 데려다 주겠다."

" 헉! 이 악마! 차라리.."

 아환은 남유란이 다시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손으로 머리뒤를 가볍게 가격을 하여 남유란

을 혼절시켰다.

" 그래야지 내가 혈도문에 들어갈 명분이 생기지. 후후."

 씨익 웃으며 아환은 남유란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풀밭에 뉘어 놓고  휴식을 취하며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졌다. 하나둘씩 집집마다 호롱불이 꺼지고 구문현에 암흑이 찾아왔다.

 아환은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고 남유란을 들쳐메곤 구문현으로 들어갔다. 십여년의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는지 구문현도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호구도 늘어나고 간간히 객점

도 보였다. 그래도 아환은 구문현의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고 홍하장이란 곳이 자리를 잡

은 위치도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아환은 어렵지 않게 홍하장을 찾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마을 외곽에 자그마한 장원이 자

리잡고 있었다. 아환은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그 곳으로 다가갔다.

 홍하장(紅河場)

 현판이 보였다. 

' 붉은 물이라..아마 피(血)을 뜻하겠지. 그리고 원한도 말하는 건가?'

 아환은 홍하장의 대문앞에서서 문을 두들겼다.

 쿵..쿵..쿵..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여럿이 달려오는 발자국소리와 함께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뉘시오?"

" 홍하장에 볼일이 있어 찾아왔소이다."

" 무슨 볼일이시오?"

" 열어보면 알것이오."

 안에서 수군거리는 음성이 들리더니 대문이 열렸다.

" 무슨 일이시오?"

" 갖다줄게 있어서 왔소이다."

" 무언데 그리 말을 빙빙 돌리시는게요?"

" 이 것이요."

 아환은 어깨에 걸쳐멘 희끄무레한 물체를 사내들에게 내밀었다.

 사내들은 엉겁결에 그것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그것은 다름아닌 여체, 그것도 벌거벗은 여

체였다. 아환은 남유란을 어깨에 메고 와서 지금 이 사내들에게 넘긴 것이다.

" 이...이 여자는 누구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요?"

 사내들이 긴장하여 아환을 쏘아보았다. 난데없이 나타난 칠척거구의 사내, 발가벗은 한  여

자를 어깨에 메고 한밤중에 불쑥 찾아온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 여자는 청룡보의 영애라 들었소. 그 여자가 필요하지 않소?"

" 무엇이 청룡보의 계집이라고?"

 대경실색하는 사내들. 자신들의 계획으로 납치하기로  하였던 대상. 하지만 납치를  위하여 

떠났던 무리들에게서 연락이 없어 일이 틀어졌다 여기어 홍하장에서 철수를 하려하던  참이

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청룡보의 영애라니..

" 여기서 계속 말을 할꺼요?"

 아환이 재촉을 하였다. 그러자 사내들 중 우두머리격인 사내가 나서서 아환을 장내로 안내

하였다.

" 이리로 들어오시오."

 아환이 홍하장안으로 들어서자 몇몇 사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곤 대문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검은 인영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곤 아환이 걸어왔던 길을 똑

같이 밟고는 홍하장 앞에 서더니 이내 담을 훌쩍 타넘어 홍하장안으로 들어갔다.

 이 인영은 과연...

 아환이 청룡보에 이어 혈도문과 처음 만남을 구문현에서 가졌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33번째 올림 창작야설  

(5)

" 호오~그러니까 당신이 청룡보의 남유란을 데리고 왔다구요?"

 넓직한 대전안, 회의용 탁자인지 크고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앉아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거한(巨漢) 하나와 중년의 얄상해보이는 사내하나 그리고 이십대 후반 쯤 되

었을까? 꽤 미모가 있어보이는 여인하나가 앉아 있었다. 여인은 여자치고는 적지 않은 키를 

가지고 있어 앉은키가 중년의 사내보다 컸다. 눈꼬리가 위로  치켜올라가 있고 입술이 얇으

면서도 길게 퍼져 있어 성질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인상,  어찌보면 다소 잔인한 듯한 성격

을 보이는 얼굴이었다.

" 남유란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데려온 여자를 칭하는 거라면 그렇소."

" 그래요?...소협은 누구신가요?"

" 나는 그냥 떠돌이 무사요."

" 어떻게 해서 남유란을 만나게 된 거죠?"

" 우연히 길을 가다가 죽어가는 한 사내를 보게 되었소. 그 남자가 저 여인을 이 곳 구문현

의 홍하장에 데려다 주라고 해서 데리고 온 것이오."

" 그 사람은 죽었나요?"

" 그 말만 하고 곧 숨을 거두어 할수 없이 이 여자를 데리고 이 곳으로 온거요."

" 저희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 모르오."

" 그럼 이 여자가 소속된 단체도 모르시겠군요."

" 그렇소."

" 그렇다면 당신이 이 곳으로 그 여자를 데려온 이유가 단지 그 죽어가는  이의 부탁때문인

가요?"

" 그렇소."

" 저 여자의 옷은 당신이 벗겼나요?"

" 그렇소. 험한 일을 당한 듯하여 이 곳으로 오는 도중 내가 씻기느라고 어쩔 수 없이 그리 

하였소."

" 당신이 그 험한 일을 한 장본인은 아닌가요?"

" 아니오."

 사내, 아환은 여자와 중년의 사내가 번갈아 하는 질문을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 혹시 당신은 청룡보를 아시나요?"

" 청룡보? 강서성의 패자인 청룡보 말이오?"

" 예. 바로 그 청룡보를 아세요?"

" 그렇소. 알고 있소."

" 그 청룡보와 어떤 관계가 있나요?"

" 그리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소. 약간의 원한이 있소."

" 그 원한을 말해 줄 수 있나요."

" 꼭 말해야 하오?"

" 아니, 그러지 않아도 무방해요."

" 그럼 말하지 않겠소."

" 우리가 청룡보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나요?"

" 그러리라 생각지 않았소. 청룡보와 사이가 좋다면 그 죽은 이가 저 여자를 청룡보로 데려

다 주라 말했을거요."

" 좋아요. 그럼 혹시 당신이 저 여자를 이리로 데리고 와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나요?"

" 원하는 것이라..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아서.."

" 당신은 가입되어 있는 단체가 있나요?"

" 없소."

" 우리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나요?"

" 한번 생각을 해보아야 겠소."

" 문주님. 좌호법입니다."

 한참 말을 나누고 있는 도중 문밖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세요."

 여자가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을 열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얼굴에 칼자국이 그어져  있

는 장년의 건장한 무인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 무슨 일이신가요?"

" 예.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비화에 문제가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 비화?"

 여인의 안색이 기이하게 변했다.

"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돌아오죠."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좌호법을 따라 문밖으로 나섰다.

" 당신들의 정체는 뭐요?"

 여인이 나가자 아환이 얄상한 인상의 사내에게 질문을 하였다.

" 우린..한 문파였소. 지금은 그 위세가 형편없지만.."

 아환은 더 물을려다 입을 다물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대전의 문이 열리고 아까 그 여인이 다시 들어왔다.

"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그리고 제가 미처 대접도 못했네요. 일

단 차라도 드시죠. 게 있느냐?"

" 예."

 한 소녀, 시비로 보이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차를 내오거라."

" 예."

 소녀가 물러난다 싶더니 금새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각자의 앞에 잔을 내려놓고는 차를 따

랐다.

" 드시지요."

 시비가 물러서자 여인이 차를 권하였다.

 아환은 자신의 앞에 준비된 차에 손을 가져가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원래 차에 대하

여 거의 아는게 없고 기껏해야 상운진이 만든 국화차나 마신 경험외엔 지식이 전무. 뜨거운 

차를 입김을 불어가며 마셨다.

" 그래. 혹시 머무를 곳은 있나요?"

" 이번이 강서성 초행이라.."

 다행히 아환의 말투는 여러 지방을 떠돌아 본디의 강서성의 말투가 많이 희석이 되어 있고 

산서성의 어투가 강해 그리 말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그렇다면 홍하장에 머무르시는게 어떤지요?"

" 그리 해도 괜찮겠습니까? 마당히 묵을 곳이 없어.."

" 물론이지요. 우리의 일을 도우신 분인데.."

"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이런 저런 말을 나누면서 차를 다 비우고 시간도 거의 시진 가까이 흘러갔다.

" 그건 그렇고 뭐 하나 질문을 할께요."

" 그러시오."

" 그런데 왜 우리 혈도문도를 죽였죠?"

 흠칫. 아환이 놀라 눈을 들어 여인을 쳐다보았다.

" 무슨...?"

" 아니, 내 질문은 왜 우리 혈도문도를 죽였냐는 것이지요."

 아환이 눈을 들어 여인의 눈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의혹이 담긴 눈길이었지만 여인의 눈

속에 들어있는 차가운 기색이 보이자 이내 포기를 하고 여인에게 되물었다.

" 어찌 알았소?"

" 오호호홋."

 날카로운 교소.

" 소협은 무림의 초행길이시지요?"

"..."

 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가 그 계획, 아! 우리는 그 계획을 비화라고  불렀죠. 비화를 실행하면서 그렇게 단순

히 계책을 세웠으리라 생각했나요?"

"..."

 아환은 뚫어지게 여인만을 쳐다보았다.

" 집행조 외에 감시조와 대기조를 두는 것은 기본이예요. 그 중 하나가 당신의 뒤를 밟았죠. 

당신이 혈도문도 둘을 죽이고 말을  산에 버리고 남유란을 강간한 것까지  다 알고 있어요. 

하나 더 말 해주죠. 길들여진 짐승은 자신의 집으로 오는게 일반적입니다. 당신이 놓아준 말

은 이미 우리 장원에 와 있어요."

 말은 꼬박 꼬박 경어를 하면서도 그 말 속에는 은은한 살기가 배어 있었다.

" 게다가 당신이 서툰 행보로 인하여 우리도 위험하게  되었네요. 이제 곧 청룡보의 추적대

가 여기로 들이 닥칠테니.."

" 그렇군."

 아환이 무심히 응대를 하였다. 그러면서 내심 긴장하며 운기를 해보았다. 진기가 쉽사리 모

아지지 않았다. 아마 차에 어떤 수작을 부린 모양이었다. 독이리라. 진기가 가닥가닥 끊어졌

다.

" 차에 무얼 탔소?"

" 별거 아니예요. 산공독을 조금 가미했죠. 그건 그렇고.."

 잠시 말을 끊더니,

" 네 놈때문에 우리의 계획이 송두리채 망가졌다. 이 촌놈의 자식아! 네가 우리의 거사를 망

쳤단 말이다. 어떻게 마련한 계책인데, 어떻게 자리잡은 곳인데 네 놈때문에 모두를  망쳤단 

말이다."

 쾅!

 여인이 얼굴에 분노의 살기를 가득 띄고는 거칠게 내뱉았다.

" 죽여버릴테다."

 챙!

 여인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내었다. 붉은 기운이 서려있는 보도로 보였다.

 칼이 붉은 선을 그으며 아환의 목을 향해 뻗어왔다. 아환은 급히 탁자를 걷어차 올려 칼을 

막으며 바닥을 굴러 뒤로 몸을 피했다.

 서걱!

 탁자를 마치 무우처럼 가르며 칼이 쇄도해 들어왔지만 아환은 이미 몸을 굴려 그 칼의  영

향권에서 벗어났다. 아환은 몸을 구르며 등의 칼을 뽑아들어 앞을 막았다.

" 호오라~대적을 하겠다고? 어디 한번 막아봐라."

 쉬~익.

 칼이 호선을 그리며 아환에게 다시금 짖쳐들어 왔다. 흉흉한 기세. 게다가 아환 자신은  독

에 중독이 되어 진기를 채 운용을 하지 못하였다.

 카캉.

 혈보도가 아환의 칼에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아환은 충분히 대비를 못한 터라  경기에 

밀려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뜨끔.

 무언가가 날아와 옆구리에 박혔다. 아환이 시선을 돌리자 아까  그 얄상한 사내가 손에 암

기를 발사하는 통 같은 것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환이 급히 옆구리를 보자 옆구리에 

삐죽이 박혀있는 못같은 물체가 보였다. 아환이 옷을 잡아 찢어 암기를 뽑았다. 암기는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 쉽게 뽑히지 않았으나 세차게 힘을 주자 살을 찢으며 손에 딸려 

나왔다. 끝이 검푸른 색인 것으로 보아 독이 발려져 있는 듯 했다. 아환은 옆구리의  혈도를 

몇군데 짚어 독이 퍼지는 것을 일단 막고 칼을 다시금 쳐 들었다.

" 순순히 내 목을 바쳐라. 빨리 네놈을 쳐단하고 우리도 이 곳을 떠야 하니까.."

 여인이 칼을 잠시 내리고는 아환에게 조소를 보내었다.

 순간, 아환의 신형이 뛰쳐나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세차게 휘둘렀다.

" 아앗. 이 놈이.."

 여인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며 혈보도로 아환의 칼을 막아갔다.

 창!

" 끼아악!"

 칼이 맞부딪히는 소리, 찢어지는 여인의 비명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아환은 칼을 휘두름과 동시에 대전의 문을 박차고 나가 장원의 밖으로 달려나갔다. 뒤에서 

여인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더이상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자살행위. 

아환은 장원 마당에 내려섰다. 상당수의 인원이 칼을 빼들고 아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 허! 일시의 방심이..자칫하면 여기서 뼈를 묻겠구나.'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하지만 이미 업질러진 물. 아환은 칼을 움켜쥐고 곧 닥쳐올 대전을 

준비하였다. 

 그때였다.

" 청룡보가 구문현에 들어섰다!"

 급박한 음성이 들려왔다. 무리들의 시선이 일제히 시선이  들려온곳으로 향했다. 그 곳, 한 

경장차림의 무사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 청룡보의 추적대다. 구문현의 어귀에 도착했다!"

 홍하장내의 사람들의 안색이 획 변했다. 웅성웅성 거리다  대장격인 사내가 나서서 무리들

을 통제하였다.

" 어귀라면 얼마 남지 않은 거리. 모두들 후문으로 이동하라. 척후조는 계속  추적대의 동태

를 살피도록. 어서 움직여라."

 아환은 체내의 독기운으로 인하여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대치 상황이 해지

되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지만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후둘거리는 다리에 가까

스로 힘을 주고는 무리들이 달려간 쪽과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아환이 막 담벼락에 도착하여 담을 뛰어 넘을려는 찰나 대전안에서 뛰쳐나오는 여인, 문주

라 불렸던 여인이 가슴을 움켜잡으며 아환에게 소리쳤다.

" 게섯거라. 이놈. 감히 내게 칼을 겨누고 네놈이 살아날듯 싶으냐?"

 욕설과 함께 아환에게 소리치던 여인은 곧 따라온 사내들에게 부축되어 대전으로 다시 들

어갔다.

 고함소리를 등뒤로 하고는 아환은 홍하장  담을 뛰어 넘어 근처의  숲속으로 몸을 피했다. 

비록 구문현을 떠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어렸을때에는 골목대장 노릇도 한 아환이

기에 근처의 지리를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어렸을때 숨바꼭질하면서 놀던 시절의 

은신처등도 아직 잊지 않아 아환은 숲속으로 몸을 빼내곤 이내 은밀한 곳에 숨기위하여 재

빨리 행동을 했다.

" 으윽. 그놈이.."

 여인이 가슴을 움켜쥐며 의자에 주저 앉았다. 고운 하늘  빛의 비단 궁장의 가슴부위가 찢

어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오른쪽 가슴의 옷가지와 젖가슴을 다친듯 여인은 조심 조심 

손을 떼고 옷가지를 떼어냈다. 

" 빠드득. 이런..이.."

 아환의 칼은 원래 날이 세워져 있지 않아 거대한 쇳덩이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워낙 빠

른 속도로 지나갔기에 칼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움푹 살점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공교롭

게도 그 칼이 지나간 자리가 유두근처였던가 보다. 여인의 젖가슴의 끝은 너덜 너덜해져 있

었다. 유두라 짐작되는 것은 사라진지 오래 짖이겨진 살점만이 그 위치쯤에 남아 있었다.

 얼마나 화가 치미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이를 갈으며 눈을 치켜뜨는 여인에게 좌호법이라 

불리우는 장년 사내가 나서서 길을 재촉하였다.

" 문주님, 여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 이...이.."

" 문주님."

" 알았어요!"

 소리를 빽 지르며 가슴을 천붕대로 감싸고는 여인은 좌호법이 이끄는 대로 대전을 나섰다.

" 남유란은 어쩔까요?"

" 그년은 죽여..아니, 일단 그년에게 가요."

 다른 내실로 들어서자 침대에 죽은 듯이 엎어져 있는 여체, 남유란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까지 얼굴이 부어있었고, 아환에게  뒷머리를 얻어맞고 또 계속되는  고통에 지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주라 불리운 여인이 품에 손을 넣더니  작은 약병을 꺼내더니 거기서 붉은 환약을  하나 

끄집어내었다. 곧 손에 있는 환약을 남유란의 입을 벌리고  집어넣고는 목젖을 눌러 환약이 

식도로 넘어가게 하였다.

" 음황정(淫荒精), 아마 네 년의 앞날이 신날거다. 오홋홋홋."

 여인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교소를 터뜨렸다.

 음황정(淫荒精)

 배교 비전의 음약으로 배교의 실종과 함께 현세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독성이 지독하

여 무림의 금지된 약물. 초기에는 가벼운 열기만 느껴지다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음기

가 발동하여 중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색을 탐하게 만드는 음약이다. 더욱 이 음약이 악독

한 것은 수컷이라면 사람이건 아니건 가리지 않고 교접을 하게 만든 다는 것이다. 삼백년전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던 아미의 현성사태가 이 음약에 중독되어  숱한 남성과 관계를 가진 

후 급기야는 수간(獸奸)까지 할려다가 가까스로 이성을 찾고 자결을 한 전례가 있다. 그렇다

면 문주라는 여인은 배교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문주라는 여인은 뒤를 돌아보고 명령을 하였다.

" 비영당주. 뒷일을 부탁해요."

 비영당주라 불리우는 사내가 예를 취하였다.

" 예. 부디 옥체를 보중하시오소서."

 여인은 가슴을 감싸 안고는 좌호법이라는  사내와 같이 내실을 빠져나와 비밀통로로  몸을 

홍하장에서 빼내었다.

 콰직.

 홍하장의 대문이 부서져 나가며 일련의 무리들이 돌진해 들어왔다. 이십여명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더니 무언가를 지시를 하자 여러 갈래로 나뉘며 홍하장의 이곳 저곳

을 수색하였다. 곧 좌호법과 남유란을 찾아낼수 있었다.

" 비겁한 놈. 어서 대소저를 놓지 못하겠느냐? 이러고도 네놈이 사내라 말할 수 있느냐?"

 우두머리격인 사내가 좌호법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 후후후. 그러는 네놈들은 그리 떳떳하다 말할 수 있느냐? 독으로 혈도문을 암습하여 비열

한 승리를 거두것은 정정 당당한 일이더냐?"

" 이런 처죽일..어서 대소저를 놔드리고 나랑 한번 붙어보자."

" 이걸 어쩐다 그걸 생각은 전혀 없는데.."

 장대한 체격의 사내가 칼을 남유란의 목에다 대고는  청룡보의 무리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본디 강직한 성품의 좌호법은 이런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았으나 문주를 비롯한 문도들이 대

피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자신과 남유란을 둘러싼 청룡보의  무사들을 보고 자신은 여기서 

운명을 마감할 것은 예상하였으나 충성을 바쳐온 남유란과 자신을 믿고 따르는 다른 사람들

의 목숨이 중요하였기에 비겁하지만 남유란을 인질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새인지 옷이 말끔하게 입혀져 있는 남유란. 얼굴이 아환에게 얻어 맞아 부어 있었지만 

충분히 남유란이라 분별할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였다

는 생각이 들자 좌호법은 남유란을 밀어내고 칼을 허리춤에서 빼내어 청룡보의  무사들에게 

달려들었다.

" 이얍!"

" 내칼을 받아라."

" 네 놈들 몽땅 지옥으로 보내주마!"

" 우와아아.."

 챙...챙....챙.....

 아환의 고향 구문현의 홍하장에 칼빛이 뒤덮다가 이내 스러지고 어둠이 다시 구문현을 내

리 덮었다.

(6)

" 후우~"

 아환은 일주천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렵게 어렵게 진기를  끌어모아 운기조식을 

마쳤다. 아환의 내공은 이미 임독양맥이 관통되어 진기의 순환이 자유로운 상태, 시간의  여

유가 더 있으면  이기집독(以氣集毒)한후 삼매진화로 태워버리면  그만이겠으나 그리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내력의 소모도 크기 때문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청룡보의 무사들을 감

당할 수 없었다.

' 과연..과연..비왕 사부님도, 상사부님도, 설하도 그랬지. 경륜이라고..항시 긴장의 끈을 늦추

지 말아야 한다고..허! 자칫하면.."

 스스로를 자책하였다. 정말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아니 안일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중요

한 일에 선후도 채 가리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지도 않았다. 그 결과가 자칫하면 '다시'라는 

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으로 깨달았다.

 아환은 어느 정도 진기가 유통이 되자 몸을 일으켜  은신한 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무

작정 서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무래도 여기는 너무 위험했다. 아환이 강서성 출신이라고  하

지만 청룡보 역시 강서성의 문파, 그것도 강서성의 패주격인 방파였다. 그 위세가 떨치는 영

향력하의 지역은 강서성전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서 머무르다간 언제 추적대에 

덜미를 잡힐지 몰랐다.

 며칠 밤낮을 그렇게 보냈다. 뛰다가 쉬면서 진기를 조식하고 다시 경신술을 발휘하여 서쪽

으로 향하고 그러다 다시 쉬고..중간 중간 끼니는 나무  열매를 따서 먹었다. 옆구리의 상처

는 칼로 살점을 도려내곤 천을 대어 묶기만 한 상태. 혈도를 짚어 지혈은 해놓았지만 그 부

위의 살은 이미 염증을 잃으켜 곪기 시작하였다.

 아환은 양의심공의 화후가 충분치 않지만 약간의 진기를  나눌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일부

의 진기는 독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 일부의 진기로 경신술을 발휘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진

기가 채 모이지도 않아 고생을 하였지만 무상심결로 가까스로 일으키자 전신세맥에서  잠재

되어 있던 진기와 음양신단의 약효 중의 일부가 다시 용해되어 상처를 치유하고 조식을 도

와주었다.

 아환은 어느 덧 호남성에 접어들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여유있는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지만 호남성에 들어오자 어느 정도의 여유

가 생겼다. 아환은 근처의 야산으로 들어가서 쉬면서 상처를 치료할 곳을 찾았다. 

 얼마 되지 않아 아환은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작은 분지였는데 외부에서는 쉬 볼수 

없는 지형구조가 되어 있는 곳이었다.

 아환은 그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단은 여독을 푸는 

것이 중요하였다. 아환은 진기를 운용하면서 독기를 한 곳에 집중시켰다. 혈도에 막혀서  운

행을 하지 못하던 독기가 진기의 흐름에 따라 진행을 하였다.

 아환은 독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되자 독을 한곳으로  몰았다. 전신의 진기가 아환의 혈맥을 

순회하면서 여독을 끌어모아 아환의 손끝으로  몰아 넣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아환은 전신의 독기를 좌수 검지에 밀어넣을 수 있었다.  이제 삼매진화로 태우던가 아니면 

손끝에 상처를 내어 독기를 배출하는 방법이 남아 있었다.  삼매진화로 독기를 소멸해도 되

지만 아환은 손끝에 상처를 내어 진기로 핏줄기를 분사시켰다.  삼매진화란 원래 과도한 진

원지기를 필요로 하는 수법. 호되게 당한 아환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손끝으로 독기를 배출

시켰다.

 대주천을 마친 후 아환은 주변을  뒤지며 약초를 찾았다. 어렸을때  집이 멸문되어 제대로 

교육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의가의 후손, 지금 옆구리의  응급처치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한 것이었다. 산을 뒤져서 아환은 필요로 하는 약초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환은 상처를 치료하고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간만에 맞이하는 마음의 틈이었

다.

 장사,

 호남성의 성도. 호남성은 말그대로 중원 최대의 호수인 동정호에 접해있는 곳이다.  후덥하

고 습한 날씨를 보이는 지방으로 광산과 모시등의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강서성을 벗어나서 호남성으로 들어선 아환은 성도인 장사로 들어섰다.

 무역이나 상거래가 활발한 지역이라서 그런지 강서성도인 남창보다는 번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환은 길을 가면서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에 대해 반추하고 있는 중이었다.

' 지금 내가 원한을 맺은 청룡보와 혈도문을 감당할 수 있을까?'

 대답은 절대불가였다. 그 중 멸문되다시피한 혈도문의 잔당들에게까지도 험한 꼴을 당하였

는데 그보다 더욱 강대한 세력을 가진 청룡보와 부딪히는 것은 말그래도 이란격석의 꼴이었

다. 무예로만 따지자면 아환은 조설하에게서 들은 바대로 화경에  접한 자신의 무위로 청룡

보의 누구와도 일대일로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

은 만의 하나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각종 암계가 펼쳐진다면  미처 근처도 가지 못하고 목

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 그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순간의 결정으로 후회하지 말자. 시간은 아직 많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환은 시장기가 느껴졌다.

' 허허..이런 점심때를 놓쳤구만..'

 여기저기 살피던 아환은 근처의 주점에 들어갔다. 작지만  외면상 그럴듯한 분위기가 묻어

나오는 주점.

" 식사되는가?"

 아환이 주점에 들어가서 계산대 앞에서 졸고 있는 중년의 사내를 깨우면서 질문을 하였다.

" 예?..아! 예. 그럼요. 되고 말고요. 야! 홍홍아!"

" 예. 주인님. 부르셨어요?"

 쪼르르 달려오는 작은 인영의 모습. 

 짝!

 다짜고짜 뺨을 갈겨대는 계산대의 사내.

" 아니 이 년이, 손님이 오셨으면 냉큼 나와서 주문을 받아야 할꺼 아냐?"

 자신의 얼굴만한 커다란 사내의 손에 뺨을 얻어맞고는 뒤로  벌렁 자빠지는 작은 인영. 아

환이 눈을 돌리자 그 인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일곱 여덟살쯤 되었나? 여기저기 지저분한 오물이 묻어있어 지저분해 보이는 작은 계

집아이였다. 배불리 먹지는 못했는지 비쩍 말라 붙은 팔과 다리는 앙상하다 못해 작은 나뭇

가지를 보는 듯 가늘고 거칠었다. 말라붙어 살점이 붙지 않은 얼굴이지만 사내의 손길에 붉

은 기운이 뺨에 남으며 둥그러이 부풀어 올랐다.

" 죄송합니다. 주인님.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해대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 해대었다.

" 됐다. 이 찢어죽일 년아. 어서 손님이나 모셔라..헤헤, 저 계집을 따라 가시지요."

 살짝 눈살을 찌푸리지만 별로 자신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라 여기었는지 아환은 아무 말 않

고 계집아이를 따라서 간후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 만두하고 소채, 그리고 화주 있으면 한병 다오."

" 예. 손님. 금방 올리겠습니다."

 꾸벅 절을 하고 물러서는 계집아이.

 음식이 나왔다. 주인의 성격과는 달리 제법 음식이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실제로 맛도 있었

다.

 아환은 술을 한잔 따라서 마시면서 여기까지 오면서의  생활을 되살려 보았다. 음양조화역

을 나서면서 병기를 얻은 일이며  강서성에서의 일. 남유란을 강간한  일, 혈도문과의 접전, 

그리고 무작정 도주한 일..

' 그래. 최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곳이  어디든 가서 살아 남아야 한다. 

그래야만 나의 길을 갈 수가 있겠다. 악철옹이 말하는 곳이 군(軍) 이었지'

 한잔 한잔 마시다보니 술이 떨어졌다.

" 여기 술 한병 더 주시오."

 아환이 계산대에 소리쳤다.

" 예..예..홍홍아!"

" 예. 갑니다."

 작은 발을 바삐 놀려 술을 들고 가까이 다가오는 홍홍이라는 작은 계집아이.

" 여'끋윱求? 손님."

" 음. 그래. 수고했다."

 아환이 주머니에서 동전 몇닢을 꺼내어 계집아이에게 던져 주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코가 땅에 닿을듯 절을 하는 계집아이. 동전 몇닢을 받고서는 마치 온 세상을 얻은듯 기뻐

하는 모습에 아환은 실소를 머금었다.

 계집아이는 기분이 무척 좋은 듯 흥얼거리면서 물러갔다. 계집아이는 계산대로 다가가더니 

주인에게 동전 몇닢중 반을 주인에게 건네었다. 주인은 당연한 일인듯 그 돈을 받았다. 아환

은 다소 마음이 불편하였지만 굳이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모른체 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때가 지났는지라 객점안은 아환 혼자만이 객으로 앉아있었다.  아

무리 때가 늦었다 하나 텅빈 객잔을 보고는 아환이 주인을 불렀다.

" 여긴 이렇게 항상 손님이 없소?"

" 무슨 말씀을요. 꽤 있습니다요."

" 그런데 왜 지금은 보이질 않는거요?"

" 아,예. 요즘 상황이 어렵습니다요. 몇년째 흉년이 들어 인심이 흉흉한데다가 여기 저기 도

적떼들이 날뛰어서 그런지 점심이후 시간에는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요."

" 그리 어려운가?"

" 아유~말도 마십쇼. 게다가 왜 그리 거지들이 많은지.."

" 허~"

 식사를 한후 아환은 주인을 불러 객실을 청하였고 방에 안내되어 들어갔다.

" 져녁은 방으로 갖다 줄수 있느냐?"

 계집아이는 공손히 대답을 하였다.

" 예. 그러하겠습니다."

 문득 아환은 낮에서부터 느껴왔던 이질적인 기분이 재차 감지되었다. 다름아닌 이 어린 계

집아이때문이었다.  곰곰히 이 계집아이를 살펴보니 범상치 않음을 볼 수 있었다. 몸에 배어 

있는 예의하며 절도있는 품행과 언행이 예사 집안의 여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긴 시간을 살

피지는 않았지만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 잠깐 나와 몇 마디 할 수 있겠느냐?"

 아환이 계집아이를 불러세웠다.

" 예?.. 예. 말씀 하십시오."

 깜짝 놀라며 몸이 굳어지는 계집아이..

" 네 나이를 물어도 되겠느냐?"

 하찮은 계집의 나이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올해 아홉살입니다."

 아환의 질문의 뜻을 파악하려고 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이  소녀는 혹시 아환이 자기를 탐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중원에는 각각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일부는 

어린 소녀를 간하며 즐기기도 하였다. 또 일부의 사내들은 안고 자는 것을 좋아하여 품안에 

어린 계집아이를 끼고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많은  여자아이들이 그런 용도로 부잣

집에 팔려 갔다. 지금 이소녀도 그것을 염려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당당히 맞서려 하는  태도

가 가상했다. 언뜻 보기에는 일곱정도 밖에 되어보이지 않는데 아마 먹지 못하여 발육이 충

분하지 않았는가 보았다.

" 이 객잔에 너 말고 또 누가 일을 하느냐?"

" 제 동생과 둘이 일하고 있사온데 동생이 몸이 불편하여 저 혼자 있습니다."

" 혼자? 그럼 아까 그 음식도 네가 한것이냐?"

" 입맛에 맞지 않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직 솜씨가 미천하여.."

" 아니야. 아니야. 참 잘 먹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너는 여느집 계집같지 않아 보여서 묻는

건데 혹시 네 출신을 말해줄수 있느냐?"

 흠칫. 작은 동체가 가늘게 떨린다.

" 미천한 계집은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를 일찍 잃고 여기저기 떠돌다가 이 객점  주인이 거

두어 주셔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 그래?"

 무언가를 숨기는 듯 보이지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  더이상 꼬치꼬치 캐묻는것도 

이상하고 하여 아환은 화제를 돌렸다.

" 동생의 나이는 얼마인가?"

" 저와 같이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이 있습니다."

" 그렇구나. 이만 나가보아라."

 동전을 몇개 주면서 아환은 계집아이를 내보내었다. 중원의 민초들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

은 모양이었다. 이 곳까지 오면서 수 많은 난민들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배고픔과  고난

에 겨운지 생기가 없는 사람들이 떠돌아다니며 초근목피로 끼니를 연명하고 그것도  먹지못

하여 굶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소문으로는 인육까지 먹는 일도 숱하다 들었다. 그에  따

라 여기저기 민란이 들끓고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할려고 무사들을 고용하여 지

키지만 그것도 준비하지 못하는 일반 백성들은 도적떼들의 표적이 되고 난민이 되는 악순환

이 되풀이 되는 것을 아환은 적잖이 보았다.

 아무리 자신에게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려고 하여도 자신이 겪어온 과거가  생각이 

나는 것은 인간인이상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나서서 정의의 사도가 될 

생각은 없었다.

 여러 상념에 빠져 있는 아환.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호남성의 성도 장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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