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수라기(獸羅記) 29번째 올림 창작야설
6 장 출(出)
(1)
" 하아하아.."
" 아흠.."
가쁜 신음성이 초옥의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방안의 침상안, 한 사내가 희디힌 여체, 두 여체를 희롱하고 있었다.
아환은 남근을 조설하의 몸에 삽입한채로 손으론 상운진을 주물럭거리며 운우지락을 즐기
고 있었다. 조설하위에 몸을 싣고 상체를 세운체 바로 눈앞에 덜렁거리는 두개의 젖가슴과
한쌍의 금빛 고리가 감흥을 더해주는 것을 즐기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상운진은 지금 조설하의 머리부분에 하체를 대고 앉아 아래 위에서 동시에 번지는 쾌락을
만끽하고 있었으며 조설하는 하체에서 퍼져나오는 쾌감을 감미하고 입으론 남성이 아닌 여
성, 상운진의 비처를 혀로 애무하고 있었다.
조설하가 손을 위로 들어 보드라운 손길로 상운진의 비처에 손을 가져갔다. 털이 하나 없
이 매끈한 비부가 입술에 닿을때 별 까끌거림은 없었으나 금빛의 고리가 방해를 하였다. 입
술을 뗀 조설하가 손가락으로 비처의 속살을 매만졌다. 그러자 언제 생겼는지 음핵에 달린
고리와 똑같은 크기의 고리 둘이 양쪽의 입술을 꿴 채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조설하는
손가락 하나씩을 양쪽의 고리에 걸고는 양 옆으로 벌렸다.
하얀 피부 속에 드러나는 붉은 속살이 넓게 퍼졌다. 위의 음핵에 달린 고리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조설하가 혀끝으로 감아 입속에 집어넣었다.
" 아흑.."
상운진이 허리를 뒤로 젖히며 하체를 더더욱 조설하의 얼굴에 밀착시켰다.
조설하는 얼굴위로 미끌거리는 액체의 감촉을 느끼며 세차게 음핵을 빨기 시작하였다. 작
은 돌기가 조설하의 입속에서 강한 흡입력에 마치 발기를 한듯 도드라졌다. 하체에서 밀려
오는 충만감이 조설하의 머릿속을 텅비게 만들었고 조설하가 잘근 잘근 이로 그 공알을 물
어대자 상운진은 강한 뇌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 듯한 짜릿함에 아환에게 유방이 잡힌 채
고개를 도리질쳤다.
아환 역시 바로 눈앞에서 현란하게 움직여대는 여체의 출렁임에 흥분의 정도가 극으로 치
달아 허리의 진퇴운동을 빠르게 해대었다.
조설하가 손가락을 고리에 꿴 채 다른 손가락을 움직여 상운진의 항문부위로 가져갔다. 간
지러운듯 움찔거리던 상운진의 몸이 무언가 자신의 항문을 뚫고 들어오자 또다른 열락이 생
겨나서 전신을 휘감는 것을 느끼고 눈자위를 하얗게 탈색시켰다.
상운진의 항문에 들어가 있는 손가락이 바삐 움직이며 양쪽 음순을 물고 있던 고리들이 흔
들려 비처의 성감을 자극하였다. 그 순간에도 상운진의 음핵은 조설하의 공세를 끊임없이
받으며 쾌락을 토해내었다.
아환이 마침내 절정의 순간이 다가온듯 눈을 질끈 감으며 허리의 운동을 빨리 해대었다.
검붉은 육봉이 조설하의 비처를 들어갔다가 나오며 조설하의 비처를 기묘하게 변형을 시키
고 있었다. 상운진과 마찬가지로 언제 달았는지 음순을 뚫고 달려 있는 고리들이 아환의 양
물이 질속으로 밀려들어갈때 때로는 고리를 같이하여 들어가곤 나오기를 반복하였다.
" 읍읍.."
입속에 상운진의 음핵이 얼굴을 온통 덮은 상운진의 가랑이에 신음성이 묻혀 끊겨지는 신
음을 흘렸다. 아환의 허리가 점점 더 빠르고 거세게 부딪혀옴에 따라 무아지경에서 상운진
의 음핵을 강하게 자극하는 조설하의 입은 상운진으로 하여금 하체를 더 밀착시켜 비벼대는
연쇄적인 반응을 보였다.
" 억.."
아환의 몸이 파르르 진동을 하였다.
뜨거운 그 무언가가 조설하의 자궁속을 꽉 채우듯 밀려들어오자 조설하는 정신이 아득해지
면서 이를 앙다물고 그 치아에 끼어 있던 상운진의 음핵이 거세게 찝혀졌다.
" 아학..악!"
교성이 커지고 마침내 상운진이 뒤로 쓰러졌다. 눈자위가 온통 하얀것을 보면 혼절한 듯
했다. 조설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아환의 느릿한 마무리의 여운을 즐기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 후~"
아환이 긴 숨을 내쉬며 자리에 누웠다. 기다렸다는 듯 조설하가 상체를 힘겹게 일으켜 아
환의 양물에 입을 가져갔다. 혀를 내밀어 자신의 체액과 아환의 정액이 뒤범벅된 괴상한 액
체를 핥더니 혀를 감아 입속으로 가져갔다. 살며시 눈을 감고는 맛을 음미하듯 입속에서 혀
를 굴렸다. 곧 입술을 벌려 아환의 육봉을 크게 머금고는 빨아서 육봉에 묻어 있는 끈끈한
액체들을 자신의 타액으로 대체시켰다.
손을 뒤로 팔베개를 하여 묵묵히 검후의 봉사를 즐기는 아환, 한 손을 끌러 조설하의 머리
를 쓰다듬었다. 머릿결에 손길이 닿는 느낌이 들자 눈을 들어 아환의 눈과 맞추곤 배시시
웃음을 지어보이는 조설하.
" 이제 내일이군요. 내일이면 환랑, 당신께서 떠나시는 군요."
"..."
고개만 끄덕였다.
" 당분간은 뵙지 못하겠죠?"
아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아환에게 물어본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사실, 알고 있는 미래임에도 재차 확인하는 조설하의 쓸쓸한 음성은 금방 눈물이라도 쏟아
댈듯 그 끝이 떨리고 있었다.
아환이 조설하의 머리를 살며시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바싹 갖다대었다.
" 무척...보고 싶을거예요. 환랑."
아환의 가슴에 서 또르르 가는 물줄기가 옆으로 흘러내렸다.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등을
토닥거려 진정을 시켜주었다.
" 설하.."
" 환랑..흑흑.."
한참의 시간이 흐른후, 얼굴을 묻고 있던 조설하가 고개를 쳐들었다.
" 환랑?"
" 응?"
" 여자란 참 슬픈건가봐요."
"..."
"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이리 된 것도.."
" 설하.."
" 환랑. 하나만 여쭈어 볼께요. 솔직히 대답해주세요."
"..."
" 제가 누군지 알고 계셨죠?"
흠칫!
아환의 몸이 떨렸다.
" 알고 계시는군요. 그럴것 같았어요. 하나만 더 여쭈어 볼께요."
"..."
무슨 말을 하랴. 아환은 고개만 끄덕였다.
" 절...절 진정으로 사랑하세요?"
시선이 마주쳤다. 따사로운 열정이 아환의 눈속으로 전해져 왔다. 비록 자신이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취하긴 하였어도 자신의 성장을 돕고 지극정성으로 자신에게 봉사한 여인..
" 설하..사랑하오."
" 되었어요. 그 말씀을 듣기위해 거의 백년의 시간을 살아왔나 봐요."
말을 끝맺으면서 조설하는 아환의 가슴에 다시금 얼굴을 파묻었다.
" 참 긴 시간이었어요. 혼자로 살아온 세월들..아마 누군가를 알고 있었다면 절대로 버텨내
지 못했을 거예요. 혼자였기에, 아무도 없었기에 그냥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젠 혼자는 살
자신이 없어요. 환랑, 당신이 있어주어서, 당신이기에 고마워요."
독백같기도 하고 아환에게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는 조설하의 음성이 귓가에 전해왔다.
" 이제 주무세요. 먼길을 떠나셔야 하잖아요. 오늘 환랑품에 안겨서 자면 또 언제가 될지.."
마지막에는 음성이 잦아들었다.
" 어머. 진매 좀 봐! 혼절을 했네.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널부러져 있는 상운진을 보며 호들갑스럽게 말을 해댔다. 분위기를 전환기키려는 듯 눈에
는 눈물이 그렁그렁 한채로 목소리만 밝은 척하였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욱 애처롭고 쓸
쓸함을 자아내었다.
" 설하.."
아환이 꼭 껴안아 주었다.
" 호호..호...흑...!"
맑은 웃음이 금방 흐느낌으로 바뀌고..
밤은 깊어갔다.
(2)
부시럭..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약간의 어스름한 기운이 머물고 있는 초옥의 안,
아환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 두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조설하와 상운진, 흰 몸을 드러내고 가지런히 누워 자고 있었다. 아환의 시선이 닿자 눈꺼
풀이 파르르 떨린다 싶더니 조설하가 눈을 떴다.
반짝!
눈빛이 마주쳤다.
방긋. 웃음을 짓는 조설하.
" 일어나셨군요."
짧은 말.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말이 단지 아침에 기상한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리라.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아환.
조설하가 몸을 일으켰다. 하얀 젖가슴이 흔들거렸다.
" 가시게요?"
" 음."
" 예."
조설하가 옆으로 몸을 돌려 상운진을 깨우려 하였다.
" 그냥 둬."
" 예? 예."
반문을 하다 무슨 말뜻인지 알아 듣고 나즈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
조설하가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옷장, 그동안 문을 열 일이 없었던 장의 문을 열
었다. 그리곤 그 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몇가지를 꺼내더니 아환에게 다가와
옷장에서 가져온 것을 내밀었다.
검은 빛이 도는 천 뭉치. 그리고 가죽으로 만든 신발 하나.
아환이 손에 받아들여 그 것을 펴 보았다.
조설하가 내민 것은 옷이었다. 값비싼 비단 옷은 아니지만 제법 솜씨가 있는 사람이 지은
듯한 묵의 한벌이었다.
얼마간을 손에 들고 묵묵히 쳐다보기만 하다가 아환은 묵의를 몸에 걸치기 시작하였다. 팔
을 꿰고 위에 걸진후 바지를 입었다. 맞춘 것처럼 몸에 딱 들어맞았다.
" 지난 번에 사두었어요."
아환의 눈빛을 읽고선 조설하가 대답을 하였다. 따뜻한 기운이 몸속에 저며 들어왔다.
조설하가 아환앞에 무릎을 꿇고 신발을 내밀었다. 한쪽을 신고, 다른 한쪽을 신을 때까지
무릎을 꿇고 시중을 들었다.
아환이 옷을 다 걸치자 조설하가 일어서서 이것 저것 매무새를 다듬었다.
손에 들린 기다란 천 하나를 아환의 머리를 묶는데 썼다.
거의 칠척에 육박하는 장신, 검은 머리카락을 질끈 묶어 뒤로 넘기고 태양혈이 불룩 솟아
그 외가무예가 갖추어졌음을 알수 있으며 굳게 다물어진 입술에는 기개가 넘쳐 흘렀다. 어
깨가 딱 벌어져 가슴이 한 없이 넓어보이고, 허리는 굵지 않아 미련해보이지 않으며 탄탄해
보이는 두 다리가 우뚝 땅을 딛고 서 있었다.
조설하는 눈이 부신지 아환의 바라보는 눈매가 가늘어졌다.
" 멋있어요."
" 그래?"
어색한 웃음이 지어졌다.
이러저리 둘러보던 아환의 눈이 조설하의 눈과 마주쳤다. 손을 내밀어 조설하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았다.
" 짧지는 않을거야."
교수를 아환의 허리에 둘렀다.
" 준비할께요."
" 무슨?"
뜻밖의 말에 아환이 눈을 크게 떴다.
" 진매와 여기서 무예와 기타 다른 여러가지를 익히고 있을께요. 오래 걸리면 저희도 나갈
꺼예요."
아환이 조설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가슴에 다시 안았다.
" 잘 다녀오세요."
"..."
머리만 움직였다.
" 제가 말씀드린 것을 잘 기억하시고요."
아환이 강호에 나가기 앞서 조설하는 무림에 관하여 이것저것 말해주었다.
아환은 조설하를 한번 더 꽉 안아준다음 절벽쪽으로 몸을 돌렸다.
탓.
가볍게 발을 박차자 등에 보퉁이를 맨 아환의 신형이 떠올랐다. 아환은 절벽쪽으로 신형을
날리더니 몸을 앞으로 숙이고는 발로 절벽을 찍듯이 밟고 위로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천상제(天上濟)의 경공.
화경의 경지를 넘어서야 발휘할 수 있다는 절정의 경신술. 벽을 밟듯 올라가는 공부(功夫)
로서 익숙하게 수련하면 절벽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한다.
아환의 모습이 점차 작아지기 시작하였다.
안력이 뛰어난 검후의 눈이었지만 차츰 작아지는 아환의 신형이 물기에 가려 잘 보이지 않
았다.
주르르르..
두줄기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미동도 하지 않고 아환이 가는 쪽을 향해 눈을 고정시키고 눈물만 쏟아내었다.
급기야 아환의 신형이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조설하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
물의 양이 훨씬 많아져 마치 비가 내리듯 흘러내렸다.
" 언니..흑흑.."
어느새인가 뒤에 상운진이 와있었다.
조설하와 마찬가지로 눈물로 범벅이된채 조설하의 등뒤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고 있었
다.
기실 상운진은 둘이 초옥의 밖으로 나아갈때 이미 잠에서 깨었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
이길 원치 않아 뒤에서 보고 있다가 아환이 떠나자 조설하에게 다가가 울고 있는 것이다.
조설하와 상운진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주저 앉아 서글픈 이별을 목놓아 울었다.
언제가 될지 어느 곳이 될지 모르는 재회를 기다리는 두 여자..
(3)
항주.
항주는 절강성(浙江省)의 성도로 산과 호수, 샘, 정원으로 둘러싸인 옛 도시다.
옛말에 '하늘에는 천당, 땅위에는 소주와 항주(上有天堂 下有蘇杭)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진秦나라 때 전당현이 설립된 이후 한나라때에 항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항주는
화하(華夏)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했으며,수나라 양제에 의해 대운하가 개설되고 남북을 잇는
교통과 무역의 주요거점이 되었다.
당나라대에서는 백낙천이 송나라때에는 소동파가 각각 관리로 일한 곳이기도 하여 지금도
그들의 이름을 딴 백제와 소제가 유명한 서호에 남아있다.
점심 나절 즈음, 검은 빛의 한 사내가 항주의 저잣거리로 들어섰다.
다름아닌 묵의를 입고 뒤로 머리를 하나로 묶은 아환이었다.
태양혈이 불룩 튀어나와 언뜻 보기에 외가의 무사로 보이는 그는 산서성의 항산에서 쉬지
않고 걸음을 옮겨 절강성으로 향하여 드디어 항주로 들어선 것이다.
일단 강호의 밥을 먹기로 마음을 정한 만큼 병기가 필요했다. 따라서 조설하가 말한 악철
옹이라는 장인을 찾아가 병기를 제련하려 가장 먼저 항주로 온 것이었다.
아환은 항주에 도착하기는 하였으나 막막함을 금할 수 없었다. 어디가서 악철옹을 찾아야
할것인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기도 어려운일, 아환은 식사때가 가까와 오자 근처의 전장
에 들려 조설하가 여비로 준 은자를 환전한 후 근처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갈려고 주위를 살
폈다.
여러 곳이 눈에 들어왔다.
아환은 그 중 그나마 상호가 마음에 들고 깨끗해보이는 곳을 찾았다.
출룡반점(出龍盤店).
용이 나왔던 곳인가? 아환은 재미있어 보이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들어섰다.
' 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는 건가?'
며칠 동안 발을 바쁘게 옮기느라 노숙을 하고 산속에서 산짐승과 나무열매로 끼니를 때웠
던 아환이기에 며칠만에 제법 그럴듯한 식사를 기대하면서 주점으로 들어갔다.
" 어서옵쇼."
점소이가 머리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꾸벅한다음 아환을 맞이하였다.
" 이리로 옵쇼."
점심나절이지만 조금 이른 듯 자리의 여유가 보였다.
기골이 장대해보이는 무사로 보이는 지라 점소이는 이층 창가의 좋은 자리로 아환을 안내
했다.
" 뭘 드릴깝쇼?"
" 요기거리 몇가지 갖다주고 죽엽청이나 한병 주게."
아환이 동전을 몇개 주면서 점소이에게 주문을 하였다.
" 예..예..알겠슴다."
점소이가 공손히 동전을 받아든 다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하였다.
식사가 나왔다.
" 이보게."
" 예. 무사님."
" 무사?"
" 아! 무림인이라 생각되어.."
피식.
" 다름아니고 내 뭐 하나 물어봄세."
" 예. 말씀합쇼."
" 자네 혹시 악철옹이라는 장인을 아는가?"
" 악철옹이요?"
" 그래. 대장간 일을 하신다고 들었네만.."
" 처음 듣는 뎁쇼. 제가 이래뵈도 이 곳의 통인데 첨 들어보는 이름입니다요."
" 그런가?"
아환이 포기를 하고 동전을 몇개 더 던져주었다.
" 혹시 저 서점 주인에게 한번 여쭤보시면.."
" 서점 주인?"
" 예. 꽤 오래 산 분인데 제법 아는 게 많은 사람입죠."
" 그래? 고맙네."
" 뭘요."
동전을 손에 쥐고 연신 고개를 조아대었다.
아환은 술을 한잔 부어 손에 쥐었다.
지난 세월. 약 십년간의 세월이 호박빛을 띄는 술잔속으로 빠르게 스치며 지나갔다.
구문현에서의 생활,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능욕, 첫사부인 비왕과의 인연, 떠돌이 생활,
여자와의 만남, 상가진의 정착, 검후와의 조우..이제 그의 나이 스물이 되었다.
묵묵히 술잔을 들고서는 과거를 회상하는 아환.
점심시간이 되어서인지 점차 주루내에 객들이 많아졌다. 듬성듬성 보이던 빈 자리가 이제
는 만석이 되었고 따라서 군중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며 내는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려왔다. 힐끗 시선을 돌려 여러 군상들을 잠시 살펴보던 아환은 이내 눈을 창밖으로 다시
돌렸다.
조금 전과는 다른 소란스러움이 귀에 들려왔다. 얼굴이 그쪽을 향하자 소란의 진원지가 보
였다.
이층의 중간부분쯤에 한 여자가 손에 검집채로 검을 쥔채 탁자위의 몇몇 사내들과 실랑이
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무슨일인가 귀를 기울여 보았다.
" 너무하지 않소. 아무리 황보세가라 할 지라도 이렇게 핍박하는 것은 정도에 어긋나잖소."
" 호오..이 것들이 감히. 네깐것들의 입에 올리라 있는 황보세가의 이름이 아니다. 절강삼웅!
네 놈들이 황보세가를 무시하고도 무사할줄 알았느냐?"
" 이 것 보시오. 전후 사정을 충분히 파악하였다면 이리 험하게 할 수 없는 것이오. 소저가
황보세가의 금지옥엽인 혈검화(血劍花) 황보지약 이란 것은 우리도 알고 있소. 그 일은 정의
를 표방하는 황보세가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오."
" 호호호!!"
꺄르르 여인의 날카로운 교소가 반점내를 뒤흔들었다.
" 보자보자 하니 이 것들이 아예 겁을 상실하였구나. 황보세가를 능멸한 것도 모자라 이제
는 나를 훈계하려고 하네."
험한 살기가 맴돌았다.
금새 장내의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많은 수의 일반인들이 무림인의 일에 끼어들어봤자 좋
은 꼴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셈을 치르고 반점밖으로 나갔다. 점소이가 바삐
움직이며 만류하였지만 소용없이 고개만 내저으며 손님들은 주점을 나섰다.
쭈삣 쭈삣 점소이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황보지약에게 다가갔다.
" 저! 아가씨.."
" 넌 또 뭐야.!"
고개를 획 돌려 점소이를 노려보는 황보지약. 아환은 황보지약이 얼굴을 돌리자 그제서야
황보지약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경국지색이나 침어낙안, 빙기옥골등의 수식어를 붙
이기에는 어딘가 모자랐지만 그래도 미인이라 할 수 있는 얼굴 이었다. 고운 눈썹이나 오똑
한 콧날, 붉은 입술 등 미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성질이 있어 보이고 오만한 기색
이 여인의 전신에서 풍겨졌다.
황보세가(皇甫世家)!
산동성에 위치한 오대세가의 일가! 오십년전 원래의 오대세가 중의 하나인 산동악가를 밀
어내고 새로이 오대세가로 편입되어 그 세도를 강호에 떨치고 있는 권의 명문가. 오대세가
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현 가주 무적권왕(無敵拳王) 황보극의 무위와 노력으로 오대
세가의 수좌인 남궁세가와 하북팽가와 그 위치를 다투고 있었다.
혈검화 황보지약.
황보세가의 금지옥엽. 외동딸이기에 어려서부터 가주인 황보극의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라
그 성격이 오만하고 독랄하기로 유명. 세인들이 말하는 무림사화에 그 이름을 올리지 못하
여 자존심이 상하여 그 성질이 극에 달했다는 평이 있다. 권을 대표로 하는 황보세가이지만
황보지약은 일찌기 남궁세가의 차남인 병서생(病書生) 남궁호성과 정략 혼을 맺어 며느리로
내정되어 남궁세가의 무예를 전수 받아 경지에 올랐으며 남궁호성이 지병으로 결혼전 죽자
황보세가로 다시 귀가하여 살고 있다.
" 아가씨. 여기는 주점이라.."
" 그래서! 네까짓게 방해를 하겠다는 거냐?"
" 아닙니다요. 아닙니다요."
황보지약의 기세에 새파랗게 질려 뒤로 물러서는 점소이. 주루가 부서지는 것은 더이상 그
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며칠 남지 않은 춘매와 결혼을 앞둔 그의 생명이 그에겐 훨씬 중요
했다.
" 여기서 이러지 맙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잖소. 우리 밖으로 나가서 해결합시다."
보다 못한 사내중의 하나가 일어나며 황보지약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한 사내를 노려보던
황보지약, 순순히 수긍을 한다.
" 좋아. 다들 따라와."
발걸음을 주루 밖으로 내딛어 나가자 사내들이 우르르 따라 나섰다.
"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는 점소이. 아환이 그를 불렀다.
" 무슨 일인가?"
" 예? 아! 예. 그게 말입죠. 다름이 아니고 이번 이 곳에 황보세가가 운영하는 산동표국의
분타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말입죠. 그 분타주가 사람이 포악해서 분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임을 잘 주지 않아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습죠. 보다 못하여 절강삼웅이라는 무인들
께서 나서서 밀린 노임을 받아 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분타주와 싸움이 벌어져 분타주가 많
이 맞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리 된 것입니다."
" 그렇군. 고맙네."
" 헤헤. 뭘요."
아까의 동전이 아직도 효력을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 그리고 여기 묵을 방하나만 내주게. 며칠 묵어야 될것 같으이."
" 예. 깨끗한 방으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 고맙네."
몇개의 동전을 더 던져주었다.
" 감사합니다요. 감사합니다요."
식사를 마친 후 아환은 악철옹을 수소문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 서점으로 들어갔다. 몇권의
책을 뒤적이며 서점 주인에게 악철옹에 관하여 묻자 그런 이름은 들어본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단지 단서가 될만한 몇가지 얘기를 해 주었다. 항주 근처의 대장간 중 이름이 알려
진 곳은 몇몇..그 중 아환이 악철옹이라 추측하는 곳은 없었고 진어현이라는 마을에 오랜전
손을 놓은 대장장이 하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래전부터 그 일을 해왔으며 이제는 몇몇
농기구만 손을 보아줄뿐 일체의 제작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서점주인이 자
신의 나이가 육십이 다 되어가는데도 처음 그 장인을 보았을때부터 연세가 꽤 있어보이는
노인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심증을 굳혔다.
사례를 하고서 아환은 서점을 나와 서점 주인이 말해준대로 진어현이라는 마을로 향했다.
항주의 중심지를 벗어나자 한가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환은 느긋하게 걸으며 여유로
운 자연을 즐기며 진어현으로 향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 귀를 기울이자 좀 더 선명하게 간간히 사람들의
기합성도 들려왔다. 호기심에 아환은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 이얏!"
뾰족한 기합성이 터졌다.
여자는 은색 빛이 감도는 보검을 크게 휘둘러 앞에 있는 사내의 허리춤을 배어갔다. 사내
는 장도를 가까스로 세워 여인의 검을 막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아환은 나무에 올라가 장내를 둘러보았다
벌써 격전을 벌인지 한참이 되었는듯 했다. 장내에는 두명의 사내가 쓰러져 피를 흘리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여인과 대적하는 사내 역시 전신 곳곳에 혈흔이 비치고 입가에 핏자
국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듯 했다. 쓰러져 있는 사내들은 깊은 상처
를 입었는지 바닥에 흘린 피가홍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 헉헉헉.."
사내가 도를 곧추세우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도끝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여자도 지쳐가는지 숨을 몰아쉬며 검을 움켜쥐고 사내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이제 그만 하면 되었잖소. 벌써 형제들이 저리 다쳤소. 우리가 졌소이다. 그만 검을 거두
어 주시오."
" 흥! 황보세가를 능멸할때는 언제고 이제 그만하자? 아직 맛을 덜 보았군. 아예 여기서 명
줄을 끊어주지."
" 어찌하면 되겠소? 형제들의 목숨이 위험하단 말이오. 사과하겠소. 그러니 이제 그만합시
다."
" 그래? 좋아. 그러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발바닥을 핥으면 이만 하지."
" 아니되오..쿨럭.."
쓰러져 있던 사내 중의 하나가 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리를 쳤다.
" 꺾일 지언정 휘어질 순 없소. 대형! 우리는 괜찮소. 아예 여기서 저 계집과 사생결단을 냅
시다. 쿨럭..쿨럭.."
피를 계속 토하며 절규하는 사내. 대형이라 불리우는 자가 그 처참함을 보자 더이상 이 여
자와 칼을 나눌 생각이 없어졌다.
쨍그렁..
손아귀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 미안하네. 아우들. 다 이 우형이 못난 탓이야. 황보소저, 소인이 무릎을 꿇겠소."
장부의 무릎이 굽혀졌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서 여자를 쳐다 보았다. 황보지약은 그 모
습을 보고 통쾌한 듯 교소를 터뜨렸다.
" 호호호호..그래. 그래. 이제 이리로 와서 내 발바닥을 핥아야지."
사내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솟아났다. 호목이 핏발이 몰려 붉게 충혈이 되었다. 꽉 움켜쥔
두 손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어쩌랴? 저기 형제들이 피를 흘리고 있는
데..
사내의 무릎이 움직여졌다. 차츰차츰 앞으로 가더니 황보지약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얼굴
을 내밀어 황보지약의 내밀어진 발에 가져다 대었다.
" 대형!! 우욱!"
급기야 쓰러진 사내가 피를 토하며 혼절을 하였다.
사내는 혀를 내밀어 황보지약의 신발을 핥기 시작하였다.
" 에잇!"
황보지약은 발을 앞으로 밀어대었다.
쿵.
사내가 뒤로 벌렁 자빠졌다. 그 얼굴. 황보지약의 신에서 묻은 흙과 기타 보풀들이 신발의
모양을 그리며 얼굴에 남아있었다.
" 쓰레기 같은 놈!"
냉랭히 내 뱉고는 뒤로 획 돌아 사라지는 여인. 황보지약!
남겨진 사내는 누워서 피눈물을 흘리는데..
나뭇가지위에 숨어 있던 아환은 그 광경을 하나하나 눈에 기억시켰다.
' 저게 강호인들인가? 저게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란 말인가? 설하의 말이 맞구나. 사부님의
말씀이 옳구나. 정도입네 하지만 위선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삼류무인이지만 그 기개를 잃
지 않고 의를 지키는 인물들이 존재하는 구나.'
그래도 내려서 저 황보지약이라는 여자를 훈계하거나 절강삼웅이라는 사내들을 도와줄 생
각은 별로 없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하였다.
절강삼웅의 대형이라는 사내가 몸을 일으켜 쓰러진 두 사내를 옆에 끼고 발을 힘겹게 옮기
는 것을 보곤 아환도 장내를 벗어났다.
(4)
진어현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서점주인이 알려준대로 쭈욱 가자 한 촌락이 나왔다. 그곳의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이 곳이
진어현이 맞다고 하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악철옹, 아니 대장간에 관하여 여쭈어 보았다. 작
은 촌락이기에 아이들은 촌락의 귀퉁이에 자리잡은 한 대장간을 말해주었다.
" 계십니까?"
깡..깡..깡..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쇳소리만 울려퍼졌다.
" 안에 누구 계십니까?"
목청을 좀 크게 하여 소리를 질렀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환은 무턱대고 들어설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잡고 밖에서 기다리
기로 하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망치소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
자 규칙적인 금속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마음을 다르셨었는데 차츰 시
간이 흐르면서 기이하다 할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자리에 곳곳이 서서 망치소리를 전
신으로 받아들였다. 틀림없이 인위적인 망치질임에도 거슬리지 않고 주위와 동화되었다.
대략 한시진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주점에서 나올때가 점심무렵이었는데 벌써 해가 저물
어 어두운 기운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망치소리가 멎은 것은 그때였다. 그때까지도 눈을 지긋이 감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를 감
상하던 아환은 소리가 멈춤에 눈을 뜨곤 대장간의 문을 쳐다보았다.
끼이익..
오래된 문이어서 그런지 소음을 내며 나무문이 열렸다. 그 문밖으로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손에는 각종 농기구들을 한아름 안고서 밖으로 나선 사람. 대략 스물쯤 되었을까? 건장한
체구의 청년이었다. 얼굴은 불에 대인듯 화상을 입어 심하게 일그러져 있어 흉측하게 보였
다. 울퉁불퉁한 손을 보니 방금전의 소리가 저 청년의 손에서 나왔슴을 짐작하게 했다. 아마
이 대장간의 사람이라 생각되어 아환은 그를 불렀다.
" 이보시오?"
"..."
사내는 대답은 커녕 시선도 돌리지 않은체 품에 안은 농기구들을 바닥에 내려놓고선 다시
문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 허! 이보시오? 내말이 안들리시오?"
아환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한발을 문안으로 들여놓자 마음이 급해진 아환이 다
가가 문을 잡았다. 깜짝 놀라며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는 청년.
" 어버버.."
귀가 멀고 벙어리였난 보다. 청년은 낯선 사내가 앞에 서있자 잔뜩 겁을 먹은 채로 뒤로
물러섰다. 그도 그럴 것이 아환의 체격이 칠척에 가까운 장신에다 전신이 근육으로 되어 있
어 일견하기에도 다른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는 체형이기 때문이었다.
" 저..말 좀 물읍시다."
" 어버버버.."
" 허.참"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손사래만 쳐대는 청년. 겁에 질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
다. 아환이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뒤로만 물러서려 하였다.
" 뉘시오?"
대장간 안에서 다른 사람이 나왔다.
노인.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짐작도 못할 정도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 막 진물이 흐를
정도로 주름잡힌 얼굴은 검버섯으로 잔뜩 뒤덮여 있었고 코며 입술이며 어디 한 곳 일그러
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 안녕하십니까?"
아환이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였다.
" 무슨 일이시오?"
노인이 굽은 허리를 힘겹게 펴고 아환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었다.
흠칫!
아환은 노인의 시선이 와닿자 그 투명함에 전신을 경직시켰다. 두번째였다. 저런 시선을 접
한 것은.
첫번째 그러한 투명함은 바로 검후 조설하에게서 느꼈었고 이번이 두번째로 겪는 것이었
다.
아환은 긴장감이 온몸을 휩싸는 것을 느꼈다.
" 허허..대관절 어쩐 일로 오셔서 그리 긴장하시는게요."
마치 아환을 들여다 보는 듯 하였다.
" 예. 다름이 아니고 혹시 노인께서 악철옹이 아니십니까?"
" 무사께서는 무슨 일로 악철옹을 찾으시오?"
" 아! 예. 제가 병기가 하나 필요해서 부탁을 드릴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 허허. 안타까운 일이오. 병기를 만드는 악철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 예?"
아환이 놀라 반문을 하였다. 아직까지 전신을 누르고 있는 긴장감은 여전히 몸을 감싸고
있었다.
" 그 악철옹은 얼마전 세상을 떠났소. 그러니 이제 무사는 돌아가시구려."
노인이 말을 끝맺으며 몸을 돌렸다.
"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어르신께서는 뉘십니까?"
" 허허. 나야 그냥 대장장이지 무엇이겠소? 보다시피 그냥 농기구나 만드는 촌로일뿐이오."
왠지 이 노인이 악철옹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잠시만 이 것을 보아 주십시오."
아환은 주섬주섬 등뒤에 맨 보따리를 풀렀다. 보자기를 풀자 그 속에서 거무튀튀한 길쭉한
물체가 보였다. 아환은 그걸 들고 노인에게 건넸다.
아환이 하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던 노인이 그 것을 받아들었다. 꽤 무게가 나가는 쇠붙이
임에도 노인은 한 손으로 그 것을 쥐고 훑어보듯 쓱 눈을 아래 위로 움직였다.
' 과연..지난번 상운진도 제대로 들지 못했던 것인데..'
노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별거 아니라는 식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했다. 얼굴도 굳어
졌다. 노인은 두 손으로 그 금속을 손에 쥐더니 찬찬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만져보고 두들겨보고 이리저리 흔들어보기도 하던 노인, 눈을 들어 아환을 쳐다 보
았다.
" 어디서 났는가?"
말투가 변했다.
" 우연히 주었습니다."
" 그래. 어디서 주웠는데?"
" 항산에서 주었습니다."
" 항산? 항산이라..허허..그리 찾아 헤맨 묵현금(墨玄金)이 항산에 있었단 말인가? 허허..결코
보지 못하고 떠날 줄 알았건만.."
노인이 쇠붙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탄식을 터뜨렸다.
아환이 조심스레 노인에게 묵현금에 관해 물었다.
" 인세에 보기 힘든 금속이야. 대장장이에게는 꿈속에서나 간신히 만나볼수 있는 것이지. 그
것도 제법 이름을 날린 장인의 가문에서나 알 수 있지 일반 대장간에서는 알아보지도 못할
그런 것이야. 기물이지. 신물이야. 허허..이게 다 연(緣)인가?"
노인은 심유한 눈빛으로 아환을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한동안을 아환을 쳐다보던 노인 이
윽고 말문을 다시 열었다.
" 그래. 무얼 만들려고 하는데.."
" 예. 제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하나의 도입니다."
아환이 보퉁이에서 잘 개어 놓은 종이를 집어들고는 펴서 노인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원하
는 병기의 모양을 설명하였다.
" 그래? 그렇군..그렇지..음..그래..그래.."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아환의 설명을 들었다.
" 자네 이 것으로 그 길이가 나온다고 생각하나?"
노인에게 건넨 쇠붙이는 다섯자가 조금 안되는 크기, 폭이야 아환이 생각하는 바와 엇비슷
하지만 길이가 한자가량 짧았다.
" 그래서 일반 다른 쇠와 합치면 되질 않겠습니까?"
" 합금을 한다..그건 그렇고 자네는 이 것으로 만든 칼로 무엇을 하려고 하나?"
" 길을 갈려고 합니다."
" 길이라.."
노인이 아환의 전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일주일 후에 오게."
노인이 말을 맺고 문으로 들어서더니 문을 닫았다.
" 예. 어르신. 감사합니다."
문뒤에 절을 하는 아환. 일주일이면 아환 자신의 병기를 잡을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흥
분되어 왔다.
(5)
대장간을 나와 아환은 발걸음을 돌려 항주로 향하였다. 벌써 해가 진지 오래되어 깜깜한
어둠이 완전히 내려 앉았다. 아환은 길을 따라 항주를 향해 바쁘게 발을 놀렸다. 올때 경신
술을 간간히 펼쳐 한시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길이었다.
아환은 중도에서 요기를 하려고 발을 멈춰서고는 품속에서 육포를 꺼내어 먹었다. 몇조각
을 씹고 간단히 시장기를 달래고는 발을 옮길려다 목이 말라 길가로 들어가 물을 찾았다.
여기저기 헤매면서 물을 찾다가 아환은 어느새 꽤 깊은 곳까지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마침 그 곳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환은 물가에 입을 대고 목을 축였다. 갈증이 해
결되자 아환은 항주로 가는 행보를 하려고 일어서려하는 찰나 무슨 소리를 들었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아환은 귀를 기울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갸름하고는 땅을 박차고 그쪽으로 신형을 날
렸다.
" 크크크..이제 그만 어르신들의 수청을 드는게 어떠냐?"
탁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환은 소리가 들리는 곳에 가까이 다가가자 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수풀뒤에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았다.
달빛이 환하게 내리비추는 숲속의 한 공터.
네명의 사내와 한 여자가 병장기를 휘두르며 접전을 보이고 있었다.
' 저 여자는 황보지약이라하는 여자가 아닌가?'
공터에서 황보지약이 네 명의 사내와 어울려 칼을 나누고 있었다.
" 비겁한 놈들. 색명사흉(色冥四凶)! 정정당당히 결투를 해야지 어찌 이런 비열한 암습으로
정도의 여인을 건드릴 수 있느냐? 우리 황보세가가 두렵지 않느냐? 세가에서 알면 네놈들
을 그냥 놔둘성 싶으냐?"
낮에 절강삼웅을 상대할때와는 비교가 안되게 몸놀림이 늦었다. 손에 들은 검은 힘이 없이
휘둘러졌고 다리는 자꾸 풀려서 주저 앉기 일보직전이었다. 기껏해야 절강삼웅 정도도 채
미치지 못할 무예를 가진 사내들에게 고전을 하는 이유는 어떤 암계에 걸려 있는가 싶었다.
" 약을 쓰다니..치사한 놈들. 네 놈들의 계략에 빠져 이 곳까지 온 내가 바보로구나."
" 계집이 주둥이가 거칠구나. 어서 칼을 버리고 어르신들을 맞이하거라. 내 특별히 너를 귀
여워해주마."
" 세가가 두렵지 않으냐?"
" 허허허. 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할까? 내 너에게 천상의 즐거움을 맞보게 해준후 편히 극락
으로 보내주마."
사내들이 이죽거리며 황보지약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 에잇!"
황보지약의 검이 은빛 선을 그리며 한 사내에게 다가 들었다. 그러자 그 사내는 황급히 뒤
로 물러섰고 다른 사내가 뒤에서 칼을 휘두르자 황보지약은 검을 돌려 그 칼을 막고 반격을
하려 하자 뒤의 사내가 다시 물러나고 이번에는 옆에서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억지로 칼로 그 돌을 쳐내자 또 다른 쪽에서 돌멩이가 날아든다. 힘겹게 막고 피하기를 몇
차례. 기운이 빠진 황보지약은 마침내 돌멩이 하나를 무릎쯤에 얻어 맞았다.
" 악!"
황보지약이 휘청거리며 주저 앉았다. 다른 돌이 하나 더 날라와 황보지약의 손을 맞추어
검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쨍..
" 흐흐흐..자고로 계집이 앙탈을 해야 제맛이지..그지 않나? 형제들.."
" 물론입죠. 캬캬캬.."
사내들은 경험이 풍부한 듯 쉬 황보지약에게 접근을 하지 않고 주위를 맴돌기만 하였다.
한 사내가 손에 들고 있는 채찍을 휘둘렀다.
짜악!
" 끼악!"
채찍이 황보지약의 등에 작렬했다. 비단 옷을 길게 찢으며 지나갔다. 금새 빨간 핏물이 그
틈으로 배어 나왔다. 재차 몇번의 채찍질이 황보지약의 몸을 쳤다.
" 악! 꺄악! 아학!"
그때마다 고통에 못이겨 소리를 쳐대는 황보지약. 비단 옷의 윗도리는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하얀 속살과 빨간 채찍이 지나간 자리가 보였다. 힘을 조절하여 쳤는
듯 핏자국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채찍을 휘두르는 사내가 앞쪽으로 몸을 움직이더니 황보지약의 어깨를 발로 걷어찼다.
" 아욱!"
뒤로 벌렁 자빠지는 황보지약. 사내가 그녀의 몸위로 사정없이 채찍질을 해대었다.
" 끼윽. 아악. 악! 제발 그만..살려줘요. 살려줘요."
비명을 계속해서 내지르던 황보지약의 음성이 어느새 애원으로 바뀌었다. 몸을 새우처럼
바싹 웅크린채 채찍질을 받던 황보지약이 더이상은 못견디겠는지 눈물을 흘리며 애원을 하
였다.
" 크크큭..아예 후원을 없애야지."
한 사내가 손에 철퇴를 들고 다가 오더니 황보지약의 단전어림에 철퇴의 손잡이 부분으로
세차게 가격하였다.
퍼억!
" 악!"
단전을 얻어맞자 황보지약은 전신의 내공이 산산히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일반 내가무인
들은 단전이 파괴되면 일반인들 보다도 오히려 근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적으
로 내기에 의존하여 무예를 익힌 결과였다. 황보지약도 그러했다. 미모가 다른 무림사화에
비해 떨어지자 가능한한 미모를 가꾸기 위하여 외가수련은 등한시 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단전이 파괴된 이상 황보지약은 여염집 처자보다도 그 기운이 없었다.
" 크크크..이제 단전도 상했을테고..어디 몸매나 한번 볼까?"
쫘악. 쫙.
사내들이 들러 붙어 거칠게 옷을 찢어 발겼다. 황보지약은 미약한 힘이지만 저항을 하였다.
하지만 이미 내공이 상실된 범인이 된 상태. 어찌 억센 사내의 손길을 버틸 수 있으랴. 갈기
갈기 찢어진 옷가지가 여체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달빛에 반사되어 고아한 흰빛을 반사하는 갸날픈 여체가 드러났다. 여기저기 빨간 자국이
그어져 있어 색다른 매혹을 자아내었다. 사내들에게 두 팔과 두 다리가 잡혀 바닥에 눕혀진
채 전신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꼭 감은 눈매는 앞으로의 상황이 두려운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며 오똑한 코와 붉은 입
술가엔 핏자국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깨선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고운 피부엔 여러군데
채찍이 지나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봉긋한 젖가슴은 그리 크지 않아 소담스러운 느낌이 들었으며 그 위에 달려있는 유실은 짙
은 분홍색을 발했다. 아랫배의 매끈한 살결..그리고 우거진 수풀이 빨간 속살을 가리고 있었
다.
" 허! 요것 봐라. 결혼도 하기전에 놈팡이가 죽었다더니 아직 처녀를 유지하고 있네?"
남궁세가와의 정략을 지키기 위하여 황보세가는 황보지약이 남자를 만나는 것을 금하였고
수절을 강요하였다. 그에 황보지약의 팔꿈치에는 수궁사가 선명히 그 모양을 보였다.
" 오늘 또 하나 뚫어주게 생겼네."
" 크큭. 대형. 오늘 개통식을 해 주어야 겠습니다."
사내들이 낄낄거리며 여체를 주물러 대었다. 젖가슴이 사내들의 우왁스러운 손길에 그 형
상을 일그러뜨렸다. 부드러운 전희나 애무등은 사내의 생각속엔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듯이
사내들은 움켜잡은 손에 힘을 주고 젖꼭지를 잡아당기며 황보지약을 희롱하였다.
" 아악! 윽..하윽!"
고통에 신음을 질러대는 황보지약.
대형이라 불리우는 사내가 바지를 벗고 물건을 세운체 황보지약의 하체로 다가갔다. 거무
스름한 숲속에 우뚝 솟은 살기둥. 울퉁불퉁한 모습이 무슨 약물로 수작을 부려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었다.
황보지약은 마치 나무말뚝같은 사내의 육봉이 가까이 오자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저항을
하였다. 그러나 큰 사내의 손이 양 허리를 붙잡자 꼼짝을 하지 못하고 사내의 육봉이 접근
하는 것을 두려운 몸짓으로 기다렸다.
사내의 귀두가 아랫 입술에 닿았다.
움찔..
" 제발 그만해요. 용서해주세요. 뭐든지 다 할께요. 제발..제발..아아악!"
사내는 여체의 비부가 미처 준비가 채 되지 않아 별로 물기도 없는 곳에 억지로 물건을 밀
어넣었다.
" 헛! 이 뻑뻑한 느낌..정말 좋은데.."
" 아악! 흐으욱"
사내의 양물이 반쯤 여체속으로 들어갔다. 단순히 처녀막이 파열되는 것이 아닌 여인의 음
부의 일부가 찢어진 모양인지 피가 점점히 흘러내렸다.
" 그렇지. 이렇게 젖어야 할만 하지."
사내는 피를 양물에 묻힌채 조금 뒤로 빼었다 싶더니 단숨에 끝까지 황보지약의 몸속으로
남근을 쑤셔넣었다.
" 아악!"
황보지약의 몸이 퍼득였다.
팔과 다리가 잡혀 있어 그 자리에서 움찔거리기만 하는 몸짓이지만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대는 황보지약. 대형이라는 사내는 그게 더 기분좋은지 황보지약을 올라타고 허
리를 움직였다.
푸욱..푹..
처음 사내를 접하는 황보지약이라 그 고통이야 물론 있겠지만 이리 학대하듯 사내의 삽입
이 들어오자 극심한 고통에 눈을 까뒤집고 비명을 질러대었다.
" 그만..그만..아악..악!"
사내는 허리를 계속하여 왕복시켰다. 홍건히 젖은 핏물이 윤활의 역할을 하면서 사내의 출
입을 도왔다. 사내가 황보지약의 발목을 잡고 위로 치켜들었다. 옆에서 다리를 잡고 있던 다
른 사내가 발목을 잡아 황보지약의 귀근처까지 이동시키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황보지약의
비처가 보였다.
피가 음모와 비부에 범벅이되어 온통 붉은 색으로 황보지약을 물들이고 있었다.
대형이 몸을 조금 세운다 싶더니 남근을 다시금 여체의 비부에 맞추고 재차 삽입을 하였
다. 발목이 귀에 닿을 정도로 하체가 들려 둔부가 바닥에서 뜬채로 비처를 완전히 개방한
황보지약. 남근이 들어오자 동체를 퍼뜩였다.
자세가 자세이니 만큼 삽입된 깊이가 아까보다 훨씬 깊어졌다. 사내의 육봉은 질속을 지나
자궁의 입구를 뚫고 들어왔다. 난생처음 열리는 자궁의 문. 사내의 거친 동작이 들어올때마
다 극도의 아픔이 음부에서 번져나갔다. 방사의 쾌락이라던지 열기로 흥분된다는 것 따위는
황보지약과 거리가 멀었다. 사내들은 고통스러워하는 여체에게서 더더욱 큰 쾌감을 얻는지
처음부터 거칠게 황보지약을 밀어붙였다.
위에서 찍어누르며 황보지약의 몸에 자신을 집어넣던 사내가 동작을 빨리하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양물을 황보지약의 몸에서 빼내었다. 그러더니 사내는 육봉을 손으로 움켜쥐
고 황보지약의 얼굴로 가져갔다. 사내는 양물에 묻은 피와 자신의 정액등을 황보지약의 얼
굴에 닦았다. 금새 황보지약의 고운 얼굴이 붉고 하얀 액체로 더럽혀졌다.
" 크크크..이젠 내 차례인가?"
한 사내가 옆에 있다가 바지를 벗으며 육봉을 드러내었다.
" 이형. 저와 같이 합시다."
" 응?"
" 제가 요즘 특별한 맛을 즐기고 있어서.."
" 특별한 맛?"
" 그게 말이죠. 여기도 좋지만 이곳도 아주 좋더라구요."
사내가 황보지약의 비처와 항문을 툭툭 치면서 이형이라 불리우는 이에게 말을 이어갔다.
사내의 손이 비처에 떨어지자 또다시 몰려드는 고통에 황보지약은 몸을 떨었다. 욱씬거리
는 비처가 그냥 놔두기만 해도 아픈데 거기다 억센 손으로 때리기까지 하니 고통이 배가가
되었다.
" 그럼 제가 여기를 맡아도 될까요."
슬그머니 남은 사내가 황보지약의 입을 가리켰다.
" 캬카카. 그래라. 그래. 한번에 세 남자와 즐기는 행운까지 이 년에게 내려주는 구나."
이형이라 불리운 사내가 가가대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문을 맡겠다는 사내가 나서서 황보지약의 비부를 손으로 주물렀다. 그때마다 고통에 몸
을 뒤트는 황보지약. 사내는 주물럭 대던 손에 묻은 피와 대형의 정액을 자신의 남근에 발
랐다. 그러더니 황보지약을 번쩍 안아들었다. 사내는 여체를 안아들고 자리에 누워 여체를
자신의 위로 포갰다. 힘이 없이 사내의 몸에 황보지약이 축 늘어졌다.
사내가 여체의 엉덩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항문을 찾았다. 마침내 항문
을 찾자 사내는 남근을 여인의 항문에 갖다대었다. 그제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깨달은
황보지약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남은 힘을 다해 저항을 해대었다.
" 안돼! 아욱!"
사내가 허리를 치켜들자 남근이 수욱 황보지약의 항문으로 파고 들었다. 틀림없이 그 곳은
음부보다 작은 구멍임에도 오히려 비처보다 수월하게 양물이 들어갔다.
" 헐! 이 년은 뒤로 호박씨를 까는 년이었군. 이 곳은 길이 나있네. 정파의 여협임네 하며
수절을 지킨다하며 뒤로는 숱하게 경험을 하였구만."
실제로 황보지약의 나이 스물하고도 셋. 한창 성에 눈을 뜰 나이였다. 하지만 정략결혼으로
인하여 수절을 강요받자 남의 눈을 피해 그동안 몇몇 남자들과 수차례 관계를 가졌다. 하지
만 수궁사를 보존하고 처녀막을 지켜야했기에 항문성교를 즐긴 것이었다.
앞쪽으로 또하나의 남근이 들어왔다. 고통이 가시질 않아 욱씬거리며 아픈 곳에 또 다른
살덩이가 침범을 하였다.
" 아악!"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살덩이가 황보지약의 비처에서 맞닿아 있었다. 황보지약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입을 벌리자 그 곳에 또하나가 들어왔다.
" 웁!"
세 사내가 황보지약의 몸속에 들어왔다.
위에 올라탄 사내가 허리를 움직였다. 사내의 남근이 위로 당겨지자 속살이 딸려 올라가고
황보지약의 허리가 좀 올라가며 항문에서 육봉이 조금 빠져 나왔다. 비부를 공략하던 사내
가 허리를 내렸다. 그러자 동시에 두 육봉이 몸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비명을 지르려 입을
놀리지만 오히려 입술의 움직임과 혀의 동작에 입속에 머물러 있는 사내의 육봉을 자극하는
결과만 가져왔다.
붉은 입에 담겨있던 육봉이 앞뒤로 움직이며 황보지약의 목젖까지 닿으며 운동을 하였다.
사내의 체취와 소변의 냄새가 느껴져 역겨웠지만 어쩔수 없이 사내를 입속에 머금을 수 밖
에 없었고 육봉이 목젖을 찌르자 욕지기가 나오며 몸이 굽혀져 자연스레 사내들의 출입에
반응을 하는 꼴이 되었다.
한참을 위에서 움직이던 사내가 힘이 드는지 황보지약의 머리채를 잡고 앞으로 일으켜 세
웠다. 황보지약이 상체를 일으켜세우자 자신의 몸쪽으로 끌어당겨 엎드리게 하자 뒤따라 항
문을 쑤셔대던 사내가 이번에는 위에서 삽입을 해대었다.
황보지약의 입이 잠시 비었다 싶더니 사내가 자세을 바꾸어 황보지약의 머리채를 잡고 세
우며 재차 양물을 집어넣었다. 밑의 사내가 허리를 튕기듯 올리자 위의 사내는 찍어눌렀다.
그 사이에서 황보지약은 비처에서 끊임없이 아픔을 느끼며 사내를 받아들였다. 입은 다른
살덩이가 들어와서 비명을 질러댈 수도 없었다.
" 웁..웁.."
막힌 입가에 신음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사내들의 동작이 빨라졌다. 점차 동작을 빨리 하더니 위에서 항문을 공격하던 사내가 몸을
떨어대었다.
" 으음.."
한 사내가 사정을 하는 것을 보자 다른 사내들이 흥분이 되는지 연달아 사정을 하였다. 입
속을 출입하던 사내가 황보지약의 머리를 꽉 움켜잡고 하체로 바싹 끌어당겨 양물을 목구멍
까지 깊게 밀어넣었다.
" 음..음.."
황보지약의 목젖이 움직였다. 무언가가 식도로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사내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들 양물을 황보지약의 얼굴에 젖가슴에 아랫배에 문질
러 닦았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황보지약의 전신이 붉은 피와 하얀 정액으로 장식이 되었
다. 멍하니 누워 사내들의 뒤처리까지 몸으로 한 황보지약.
" 흐흐흐.. 이걸 어떻게 할까?"
" 대형. 산채로 데려가서 좀 더 즐기죠?"
" 아니야. 대형. 후환을 남기면 좋지 않으니 여기서 없애버리죠?"
" 이걸 어쩔까?"
사내들이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을때 이 광경을 시작부터 보고 있던 적무환은 이제 자
리를 뜰려고 하다가 멀리서 인기척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몸을 다시금 숨겼다.
" 이게 무슨 천인공노할 짓인가?"
분노에 찬 고함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백의를 입고 손에 장검을 쥔 사내하나가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고는 장내에 내려 앉았다.
" 이게 무슨 짓이냐? 여럿이서 여인하나를.."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어내든 사내. 이십대 중반의 사내가 장내에 나타남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 곳. 항주의 외곽이었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30번째 올림 미지정
또 하루를 빨리 올리게 되었습니다. 약속을 제때 지키지 못한다고 뭐라 하지 않으셨음...
30 번째 올리게 되었네요. 가능하면 300번까지 올렸으면 좋겠는데..
(6)
백의의 사내가 나타나자 장내의 분위기가 급냉해졌다.
제법 강호생활을 한 색명사흉은 나타난 사내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건장한 체격의 이십대 초중반쯤 되어보이는 준수한 용모를 가진 남자였다. 잔뜩 화가 치밀
어 오른 얼굴을 보면 지금 그가 이 상황, 여러 남정네가 한 여자를 겁탈하는 것을 보고 얼
마나 흥분을 하였는지 짐작이 갔다.
아예 얼굴이 붉다 못해 새하얗게 될정도로 흥분이 되어 있는 사내. 아까 나타날때의 모습
을 보아하니 적잖은 무공도 지니고 있어 보였다.
" 어찌 이러한 흉악무도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이런.."
너무 흥분하여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색명사흉이 그 모습을 보더니 서로 눈짓을 해대었다. 무언가 눈으로 말하는 모양. 곧 한 사
내, 대형이라 불리운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 공자께서는 뉘십니까?"
" 나는 산동 악가(岳家)의 악강 이라 한다. 네..당신들은 누군가?"
네놈들이라 말을 할려고 하다가 당신들이라고 호칭을 바꾸는 자세가 역력하다.
' 애송이!'
동시에 색명사흉의 뇌리에 스쳐가는 생각. 대형이 나서서 말을 이어갔다.
"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항주사웅이라 불리우는 하찮은 무사들입니다. 항주에서 나름대
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삼류무사들이지요. 하지만 저희들은 기개를 잃지 않고 생활하던중
항주 근처에 무림에서 유명하 화화음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항주의 촌민들의 삶에 해
악이 끼칠까봐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 공자님도 화화음녀에 관하여 들어보셨죠?"
" 음.."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 유명한 이름인데 자신은 왜 듣지 못했냐는 투다.
' 화화음녀? 그런 별호는 내가 지금 말했지만 처음 듣는 별호다. 이 애송아!'
말을 하는 대형의 눈빛이 빛났다.
" 우연히 이 산중에서 이 음녀와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넷과 접전이 붙었지
요. 가까스로 저희는 이 음녀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강호의 음녀가 저희에게
몹쓸 약을 뿌려서..공자님께서도 강호의 음약을 잘 알고 계시니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
리라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성을 잃고 이 음녀와 피치 못할 관계를 갖게 된 것입니다. 만
약 공자께서 오시지 않으셨다면 오히려 저희들이 정기를 빨리고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그런것이오? 그런데 당신들의 말을 어떻게 믿소?"
악강이라는 사내의 말투가 변했다. 반말로 일관하던 것이 어느새 경어로 바뀌어 있었다.
" 그것은 저 요녀의 몸을 보십시오. 갖가지 붉은 줄이 그어져 있지 않습니까? 저게 사공(邪
功)의 증거입니다. 그것외에 제가 다른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와보십시오."
둘째라 불리는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곤 손에 들었던 병기를 저만치 던져 놓았다.
" 혹시 절 의심하실지 모르니 제 병기를 멀리 던져 놓겠습니다. 공자님. 이쪽으로 와 보시지
요."
둘째가 황보지약의 옷을 찢어서 던져놓은 곳으로 악강을 안내하였다. 악강은 미심쩍은 것
이 없지 않았지만 괜한 의심이다 싶어 둘째를 따라 황보지약이 옷을 벗어 놓은 곳으로 걸음
을 옮겼다.
둘째가 악강의 눈앞에서 황보지약의 옷가지를 뒤졌다. 그 속에서 일반 여인들이라면 누구
나 가지고 다닐 돈이나 기타 화장을 하는 용품을 담은 비단주머니를 꺼내 악강에게 보인다.
" 이 것 보시오. 이 속에 이 음녀가 주로 사용하는 음약과 기타 몹쓸 물건이 있습니다. 공자
께서 한번 살펴 보십시오."
둘째가 손에서 비단주머니를 높이 던져 악강에게 던져 주었다.
검을 들지 않은 오른 손으로 비단주머니를 받아 보는 악강, 과연 이상한 향기가 그 속에서
번져나오자 자신이 괜한 의심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더욱 커졌다.
들고 있던 검을 옆구리에 다시 차고 왼손으로 주머니를 받친다음 오른 손으로 주머니를 열
었다. 그리고 그 속을 보려고 얼굴을 숙였다.
그때였다.
슈슈슉!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악강은 눈을 쳐들었다. 달빛에 반사되어 무언가 은
빛을 내는 물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손에 주머니를 들고 있던지라 악강은 미처 검을 뽑지
못하고 소매를 휘둘러 날아오는 물체, 가는 은침들을 떨어뜨리려 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당
한 암습이라 충분한 방비가 되어 있지 않아 몇개의 침이 얼굴에 박혔다.
" 우욱!"
순간적인 일이라 고통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그 은침이 박혀있는 자리가 금새 검게 변색
이 되어갔다.
" 네 놈들..나를 속였구나."
" 이 애송이야. 감히 어르신들에게 덤비다니. 명년 오늘이 네 제삿날인줄 알아라."
" 비겁한 놈들. 이러고도 네놈들이 무사라 할 수 있느냐? 어찌 하오잡배들이나 하는 수작
을.."
" 캬캬캬. 우리 하오잡배가 맞으니 신경쓰지 말고 그만 가라!"
셋째가 채찍을 휘두르며 악강에게 달려들었다.
츠잇!
검은 색을 띄고 있는 채찍이 일직선으로 악강을 덮쳐왔다.
악강은 얼굴을 감싸쥐며 채찍을 피하였다. 둘째가 장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 내 칼은 노는 줄 아느냐?"
초식이라고 할 수 없는 칼이 좌에서 우로 크게 베어져 왔다. 가까스로 검집채 검을 들어
칼을 막았다. 넷째가 역시 칼을 빼들고 덤벼들었다.
" 이 새끼야. 내 칼도 있다!"
위로 뛰면서 칼을 내려쳤다. 악강은 급히 앞으로 달려나가 검을 휘두르려 하는데 진기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넷째의 칼이 등을 크게 베고 지나갔다.
추악!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 악!"
땅을 뒹굴다시피하여 공세를 피해내고 비틀거리며 신형을 일으키는 악강이었다.
" 비겁한 놈들. 암기도 모자라 독을 쓰다니..무슨 독이냐?"
알려줄 리가 있을까?
" 니 에미에게서 뽑아낸 독이다. 큭큭큭.."
" 캬캬캬.."
" 우히히히.."
사흉들이 낄낄거리며 웃어대었다.
악강이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고는 검을 앞으로 쳐들었다.
" 이 비열한 놈들..네 놈들에게 천벌이 내릴 것이다."
그런 악강이 한심한지 색명사흉은 비웃음을 흘려대었다.
" 네놈이 천벌은 먼저 받은 것 같은데..네놈이 먼저 죽는 것을 보면. 혹시 네놈 니 에미하고
붙은 거아냐?"
" 맞아. 저 애송이 틀림없어. 카카칵"
" 큭큭큭.."
분노로 악강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감히 자신의 어머니를 능욕하다니..악강은 남은
진기를 다 끌어올려 순간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아가 검을 떨쳤다.
이장여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 검을 쳐낼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색명사흉의 셋은 악강
의 검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었다.
" 악!"
" 윽"
" 캬악!"
세가지 다른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악강이 초식을 펼치고 땅으로 뒹굴어 버렸다.
" 우욱.."
입에서 핏덩이가 솟구쳐 나왔다.
쿵..털썩..퍽..
그제서야 색명사흉의 둘째, 셋째, 넷째가 쓰러졌다. 하나같이 검이 가슴을 베고 지나가 가
슴이 크게 벌어진채로 절명하였다. 단지 첫째만이 이들과 다른 곳에 있어 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 헉! 네놈은 중독되지 않았단 말이냐?"
깜짝 놀라 외쳐대는 대형이라는 작자. 쓰러져 있는 악강은 간신히 숨만 쉴 정도일뿐 손가
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힘이 없었다.
" 여기서 기다려라. 내 형제들을 죽이다니..네가 네 놈을 반드시 쳐단하고 말리라."
대형은 뒤로 물러서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몇발짝 물러선다 싶더니 냉큼 출행랑을 쳤다. 무
예같지 않은 자신의 무예로 악강이 방금 보여준 무위를 상대한다는 것은 이란격석(以卵激
石)의 꼴. 입으로는 형제의 원수를 갚니 마니 하면서도 발이 안보일정도로 도망가는 대형이
었다.
" 으윽.."
쓰러져 누운채 신음을 흘러내는 악강. 황보지약을 불렀다.
" 소..소저.."
그때까지도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는 황보지약. 비처에서 꾸역 꾸역 하얗고 빨간 액체가
흘러내리는 채 생명이 없는 사물처럼 누워있었다.
" 소저.."
억지로 입을 열어 말을 뱉어내는 악강. 갖은 기운을 다 짜내어 황보지약을 불렀다. 그러자
그 기운에 정신을 차린듯 황보지약의 몸이 움찔거렸다.
황보지약은 가까스로 팔을 짚어 상반신을 일으켰다. 하반신은 자신의 것이 아닌양 아예 감
각도 없을 정도 였다. 그러나 조금씩 움직이면서 수백 수천개의 바늘로 동시에 찔러대는 통
증이 하초로부터 번져나가자 비영을 질렀다.
" 아악!"
고왔던 얼굴은 허연 정액과 핏자국이 말라붙어 기괴한 장식을 하고 있었으며 전신 곳곳은
붉고 푸른 멍이 들어있고 그 위에 체액들이 말라붙어 황보지약의 처참함을 더해주고 있었
다. 가랑이사이엔 아직도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 허어..소....저"
악강이 계속해서 힘들게 황보지약을 불렀다.
그 말에 기운을 얻었는지 황보지약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기다시피하며 악강에게로 다가
갔다. 핏줄기가 바닥에 길게 늘어져 황보지약의 가는길을 보여주었다.
힘겹게 눈을 뜨고 황보지약을 바라보는 악강의 얼굴은 독으로 인해 푸르고 검게 변색이 되
어 있었다. 독이 이미 체내에 깊게 침투하여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일견해도 알수 있었다.
" 내...품에..약....병.."
아마 품에 상세를 치료하는 약을 가지고 다니는가 보다. 황보지약이 다가오자 악강은 쥐어
짜듯 힘을 내어 황보지약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러나 황보지약은 손을 내밀어 악강의 품을 뒤지는 대신 악강에게 말을 하였다.
" 당신이 산동 악가의 소가주 인가요?"
" 우욱..그렇소."
힘겹게 대답을 하는 악강. 그 말을 들은 황보지약의 눈이 갑자기 새파래졌다.
황보지약 역시 힘에 겨웠지만 손을 내밀어 악강의 손에서 검을 빼앗아 쥐고는 그대로 악강
의 목으로 쑤셔 넣었다.
" 컥..소.."
비명과 함께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하다가 이내 숨을 거두고 마는 악강.
그 악강을 차디찬 시선으로 내려다 보며 황보지약이 씹어뱉듯 말을 흘렸다.
"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했는지 아느냐? 다 너희 악가 종자 때문이다. 저 흉악한 놈들이 악
가의 후예가 여기 있다고 해서 그들을 따라 나섰다가 이 꼴이 되었지. 다 따지고 보면 네
놈들 때문에 내가 이리 된거야."
산동 악가는 산동성의 패자 싸움에서 황보세가에게 밀려 쫓겨나듯이 산동성에서 빠져나왔
다. 두 세가의 싸움은 정도의 문파라지만 각종 수단과 암계가 치열하게 공방을 거듭하였고
수차례 인명의 손실을 서로간에 크게 보아 아예 원수지간이라 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
러던 중 황보세가에서 우연히 절강성 항주에 산동 악가가 재건을 위한 움직임을 포착하였고
황보지약이 자진해서 나서서 이 곳 항주로 온 것이었다. 명목상은 황보세가의 분가를 살핀
다는 것이었다. 산동악가를 여기저기 수소문 하자 그 악가의 잔졸들이 남아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사내들을 만나 급히 그 쪽으로 향하던 중 사내들, 색명사흉의 흉계에 걸려 윤간을
당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산동 악가의 소가주 악강은 가문의 재건을 위하여 어려서부터 폐관 수련을 하여
무예를 익히고 이제 막 출도하는 길이었다. 강호의 경험은 전무한 상태에서 악가의 부흥이
라는 커다란 짐을 진채 출도하여 나서던 중 본래 성품이 온유하고 정직한 지라 색명사흉의
흉계에 빠져 미처 그 꽃을 피우기도 전에 여기서 봉우리를 떨구니 악가의 재건은 이제 끝난
것과 다름 없었다. 물론 그 아우인 악산산 이라는 동생이 있지만 여자이고 병약한 체질이어
서 악가의 앞날은 어두웠다.
그런 사항을 황보세가는 각종 정보를 취합함으로써 알고 있었고 여기서 악가의 소가주를
처치하였의 황보지약은 몸을 버리고 무공을 잃었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 할수 있
었다.
황보지약은 악강의 목에 쑤셔넣은 검을 놓고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여기저기 전신이 멀쩡
한 곳이 없었다. 황보지약은 악강의 품을 뒤져 보았다. 악강의 품에서 작은 약병하나와 금패
하나, 그리고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책자하나를 손에 쥐었다.
' 악가비전(岳家秘傳)'
책자의 제목이었다. 추측컨대 악가의 비전무예가 적혀있는 비급이리라. 황보지약은 책자를
놓고 약병을 살펴보았다. 별다른 표시가 없었다. 마개를 열어 병을 기울이자 환약하나가 굴
러 떨어졌다. 청아한 향기를 내는 금색의 환약. 영약임에 틀림없으리라 생각한 황보지약은
입에 그 환약을 털어넣었다. 그리고 자리에 주저 앉아 어렵게 가부좌를 틀었다.
이곳 저곳 핏자국이 묻은 채 다리를 벌려 비처를 훤히 드러낸 채로 가부좌를 틀고 단전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진기를 끌어올리려 애를 쓰는 황보지약의 모습이 보였다.
아환은 지켜보면서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저런것이 경험이구나 생각하니 간신히 깨달음을
얻어 세상에 나온 아환은 아직 자신의 목표에 많은 과정이 남아있음을 알았다. 각종 기귀괴
계가 난무하는 무림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숨어서 지켜보던 아환은 저 황보지약을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가로 젓고
는 자리를 떴다.
깊은 밤 항주 외곽의 숲속에 발가벗은 한 여자가 남아 힘들게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7)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지만 지나고 나니 언제 지나갔나 싶게 빨리 가버렸다.
아환은 출룡반점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평소 방으로 부탁하던 식사를 밖에서 한다고 점소이
에게 말을 한 후 세수를 하고 반점으로 나섰다.
만두와 소채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후 보이차를 주문하여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때 기이한 향기가 아환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향기였다. 어디선가 틀림없이 맡아
본 향기였다. 그런데 아환은 쉽게 그 향기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익숙하지만 무언가가 이질
적인 무언가가 모자란 듯한 향기였기에 아환은 그 향기가 풍겨나온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
렸다.
아환의 시선이 향한 곳, 그 곳에는 세 여자가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
었다. 셋다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 용모는 제대로 볼수 없었으나 얼굴의 선이나 몸
매등으로 비추어 볼때 꽤 미모를 갖춘 여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 여자의 앉은 자리 모
양이나 그 태도등을 볼때 혼자 앉아 있는 여자가 상전이고 그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여자
둘은 아마 시비 정도 인듯 싶었다.
향기는 그 중 상전으로 보이는 여자에게서 풍겨나왔다.
여인들은 차를 마시며 재잘대더니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반점밖으로 사라졌다.
아환은 점소이를 불러 여자들에 관해 물어보았다.
" 아! 그 여자들말입쇼? 요 앞 은월루 보이시죠? 이번에 새로 그 은월루에 온 기녀입니다요.
은매라나? 인기가 대단합니다요. 저두 저 여자만 보면 정신이 몽롱해지는게 그 향기하며..하
여튼 그렇습니다요."
점소이가 그동안 짭짤하게 받은 동전때문인지 공손히 대답을 하였다.
점소이가 돌아간 후 아환은 곰곰히 그 향기에 관하여 생각을 해보았다. 일반 여인네들이
쓰는 향료나 향유등과는 차원이 틀린 향기, 게다가 인기가 많은 기녀가 쓰는 향이라..
아환이 지금껏 자신이 접한 여인들을 생각하자 금새 그 향기가 무언지 알 수 있었다. 동굴
속에서 만난 그 여인, 자신의 누나라 칭했던 그 여인에게서 나는 체향과 아주 흡사한 향기
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이가 있다면 동굴속의 여인이 더욱 진한 향기를 뿜어대었다는 정
도.
아환은 그 여자를 따라가 볼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고는 차를 마저 마시고 진어현으로
가기위해 반점을 나섰다.
진어현에 도착하여 악철옹의 대장간으로 찾아갔다.
이미 선객이 있었다. 허리에 검을 찬 세명의 건장한 사내가 대장간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
다리고 있는듯이 보였다.
힐끗 아환이 그들을 쳐다보고는 대장간으로 발을 옮겨 문앞에 서서 악철옹을 불렀다.
" 어르신 계십니까?"
지난번에 왔을때와는 달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대장간. 아환은 다시 한번 소리를 높
여 악철옹을 불렀다.
" 어르신!!"
끼이익..
악철옹이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적무환은 흠칫 놀랐다.
문밖으로 나선 악철옹의 노구는 일주일전 보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수십년의 세월을 일
시에 맞이한 것처럼 기력을 소진하여 팍삭 늙은 악철옹의 얼굴과 기운이 느껴졌다. 투명하
고 심유한 눈빛은 빛을 잃어 칙칙해 보였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 자네 왔나?"
어렵사리 입을 떼어 아환에게 말을 건네었다.
" 예. 어르신. 이게 어찌되신 일인지.."
" 허허허. 뭐 어찌돼. 이제 죽을 날이 다가오니 그런거지."
아환은 미처 느끼지 못하였으나 서있던 세사내는 악철옹이 아환을 맞이하고 웃음까지 짓자
대경실색한 기색을 보였다. 말은 하지 못하고 놀라서 쳐다보고만 있었다.
" 그래. 맡긴 것을 찾으러 왔겠구만."
" 예. 어르신."
" 이리 오게."
악철옹은 아환을 대장간 안으로 안내하였다. 아환은 대장간 안으로 들어서서 대장간 안을
볼 수 있었다. 어려서 보았던 대장간이 아니었다. 아니 원래는 흡사할지도 몰랐지만 지금 대
장간 안은 온통 불에 녹아 그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 무얼 보는건가?"
" 아니.. 이 안이 온통 녹아내린듯 보입니다."
" 열을 이기지 못해서 그렇지. 자! 여기에 있네."
악철옹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별다른 빛을 내지 않은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세워져 있는 모양인 그 쇠붙이는 길이
가 거의 여섯자 정도가 될 듯 보였다.
아환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 그 물체를 두툼한 손으로 들었다. 묵직한 느낌. 처음 잡아
보는 칼이지만 꽤 친숙한 감정이 전해왔다.
" 도신은 다섯자(150~160cm) 손잡이는 한자(30cm가량)이네. 폭은 일곱치(약)17cm, 두께는
가장 두꺼운 곳이 세치(7~8cm)네. 무게는 백이십근(72kg중)이고 기타 장식은 일체 달지 않
았네."
악철옹이 도에 관해 말을 하고 있었지만 아환은 도에 취하여 제대로 그 말을 들을 수 없었
다. 전신이 떨려왔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잡이를 움켜쥔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가 마치
손잡이를 부술려는듯 꽉 움켜쥐었다.
악철옹이 그 기분을 짐작하는지 아환을 남겨두고는 밖으로 나섰다.
" 태상봉공을 뵙습니다."
밖에 기다리던 사내들이 일제히 예를 올렸다.
" 되었다. 오지 말라고 했을텐데..그래, 이 것도 연이겠지. 좋아. 여기엔 무슨 일로 왔느냐?"
" 예. 가주께서 태상봉공님을 모셔오라고 말씀하셔서.."
" 내가 세가의 일에 손을 끊은지 이미 칠십년이 다 되어가는 것을 모르느냐? 나와 세가의
연은 그때 끊어졌느니라."
" 태상봉공어르신. 소가주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차가웠던 악철옹의 안색이 홱 변화를 일으켰다.
" 무어라? 악강이 죽어? 무슨 일이냐? 폐관을 하고 있던게 아니란 말이냐?"
" 세가에서 그 변을 조사중입니다만 아직.."
" 도대체.."
막 흥분을 하던 악철옹, 갑자기 말을 끊었다.
" 허허..이제 세상과 완전히 연을 끊은지 알았건만 아직 속세에 이토록 미련이 많이 남아있
단 말이더냐? 악철후야. 악철후야. 너 스스로를 과신하였구나. 하지만 어쩌랴. 얼마 남지 않
은 것을.."
허공을 향해 공허한 웃음을 흘리던 악철옹은 시선을 내려 사내들을 보았다.
" 가주께 전하여라. 내 완전히 연을 끊지 못하여 미련이 남아 있지만 이제 생을 다해 더이
상 세가일에 나서지 못한다고.."
" 어르신!"
" 그리고 가주가 부탁한 검은..허허..그것도 못해주었네. 욕심이 과한 탓이었나 보구나. 허허
허.."
"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상봉공님."
" 가주가 너희들에게 받아오라는 게 있을게다. 그렇지?"
" 예. 태상봉공님."
" 그것도 못해주어 미안하다 전해드리거라. 내 필요에 의해 다른데 썼다고 말이다."
" 예? 도대체 어인 말씀을..?"
그때 아환이 밖으로 나섰다.
" 가주께서 묵철을 어르신께 드렸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 그게 그렇대두..허허.."
아환은 그제서야 이 도를 만드는데 악철옹이 다른 무언가를 집어 넣은 것을 알았다.
" 어르신. 감사합니다. 이런 훌륭한 도를 만들어 주시니..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
습니다."
자연스레 사내들의 시선이 그 칼로 향하여졌다.
꽤 무예를 익힌 사내들이라 길지 않은 시간에 아환의 도가 범상치 않을 뿐 아니라 절세의
신병이기임을 눈치채었다.
" 혹시 저 칼을 만드는데 묵철이.."
" 허허허.."
" 태상봉공어르신. 어찌 그러하실 수가 있으십니까?"
사내들이 어이가 없어 소리를 크게 질러대었다.
" 그 소중한 기물을 저런 자에게 주시다니오."
" 그게 아니야. 저 청년의 기물에 내가 보탠 것이지."
아환은 난처한 입장인지라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 이제 되었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 되겠지. 자네도 내 나이쯤 되면 알게 될 것이네. 자신
의 운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 어르신.."
" 내 부탁이 있네. 들어주겠는가?"
" 예."
" 원래는 하나였는데 어떡하겠는가? 이리 연이 질긴데..내 부탁은 기회가 된다면 산동 악가
에 도움을 한번 주게. 또하나는..두번째 질문을 하기에 앞서 자네에게 하나 물어보겠네."
" 말씀하십시오."
" 자네는 저 칼을 왜 만들었나?"
" 길을 가기 위해서 입니다."
" 길이라..그렇지. 암. 그렇겠지. 내 두번째 부탁은 나중에 알게 될걸세. 그리고 자네 강호 초
행이지?"
" 예."
" 자네의 길을 가기 위해선 다른 길을 한번 가는 것도 좋다 생각되는 구만."
" 다른 길이란 어떤 길을 말씀하십니까?"
" 혹시 자네 사람을 죽여보았나?"
" 예?..아직.."
" 독보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겪어야하네. 치열한 생과 사를 겪어보아야지 그 길을
잘 걸을 수 있네."
독보(獨步)라..
" 어르신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 군(軍)을 한번 생각해보게. 아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게야."
" 군대 말씀이십니까?"
" 자! 이제 다 끝났네. 내 자네를 만나기 얼마전에 이무기가 내 멱살을 잡는 꿈을 꾸어서 긴
가민가 했더니만..잘가게."
악철옹으 말을 맺고는 대장간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닫았다.
아환은 그 앞에서 멍하니 악철옹의 뒷모습을 쫓다가 악철옹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절
을 올려 예를 취했다.
아환이 발을 돌려 대장간을 벗어나려고 하자 그 앞을 막아서는 사내들.
" 멈춰랏!"
" 내게 무슨 볼일이시오?"
" 네가 갖고 있는 그 칼은 우리 산동 악가의 물건이다. 놓고 가거라."
" 허! 방금 어르신의 말씀을 듣지 못하였소? 이 칼은 내것이오."
" 듣지 못하였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그 칼의 원재료인 묵철이 우리 세가에서 나온 것 밖
에 모른다."
" 허허..주지 못하겠다면?"
" 검이 말해줄 것이다."
사내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챙..챙..챙..
조예가 있어보이는 절도있는 동작. 능히 중기의 단계에 접어들은지 한참된 무사들의 모습
이었다.
" 도를 들어라."
아환은 묵묵히 칼을 들어올렸다.
" 다시 한번 말하겠다. 그 칼을 놓고 가거라!"
아환의 응답은 이번에도 무반응이었다. 칼을 들고 서있을뿐.
" 정녕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모양이구나."
사내들이 일제히 검을 뻗쳐 아환을 공격해들어왔다. 험한 기세. 검광을 흩뿌리며 아환에게
짓쳐들어왔다.
캉..캉..캉!
부딪히는 금속성이 연달아 들렸다.
" 우욱!"
" 허억!"
" 억"
세마디 비명. 뒤로 물러서 있는 세사내는 망연자실하여 손안에 든 검을 멍하니 응시하였다.
하나같이 중간에서 부러져 나간 검. 비록 보검이나 이기는 아닐지라도 정련된 검이었으나
한번의 충돌로 세개의 검이 부러져 나가고 사내들은 그 충격에 뒤로 물러나 입가에 가늘게
핏줄기를 내비치는 채로 서있었다.
" 이만 가겠소."
검을 갈무리하고는 아환은 신형을 뒤로 돌려 대장간에서 멀어져 갔다.
그의 뒤를 그저 쳐다보기만 하는 세 사내.
아환이 드디어 병기를 얻은 항주 외곽의 진어현, 점심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