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장 련(練)과 련(鍊)(1)-(9) (10/18)

[ 창작] 수라기(獸羅記) 23번째 올림 창작야설  

4 장 련(練)과 련(鍊)

 이제 앞으로 달릴 차례다! 아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1)

" 누님?"

" 왜?"

" 우리 새집으로 옮깁시다."

" 새집?"

" 그래요. 제가 만들었어요."

" 어디있는데..?"

" 저기 저 낙성봉이요."

" 낙성봉?"

" 예. 작년 여름에 누님의 집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예요."

" 어떤 곳인데?"

" 음양조화역이라고 알아요?"

" 음양조화역? 그 곳은 전설로만 전해지던 곳이 아닌가요?"

" 예. 저도 그렇게 알았죠. 하지만 실존하는  곳이었습니다. 누님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어

요.그러다가 며칠 전에 집을 완성하였어요. 이제 금방 겨울이 다가오니까 서둘러 그  곳으로 

가지요."

 그러고 보니 요즈음 가끔 이 사내가 밖에서 시간을 조금 많이 보낸다 싶었다. 무슨 일일까 

물어볼까? 혹은 한번 알아볼까? 하다가 너무 간섭하는 것 같아서 그냥 궁금한 상태로 잠시 

접어두었다. 그런데 그것이 집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니..

" 음양조화역이라..음양조화역이라..예. 그래요."

 순순히 검후는 승낙을 하였다.

 벌써 산 속은 겨울이 임박하여 아침 저녁으로 싸늘한 한기가 휘몰아쳤다. 

 겨울의 산속은 추위도 추위지만 먹을 것이나 기타 활동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또한 무공

을 익히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아환은 그러한  악조건하에서 생활하기 보다는 음양조화역

에서 살면서 무공을 익히는 것이 진전속도도 빠르고 또 아환이 생각한 바를 이루기에 용이

하였다. 

 아무래도 이 곳은 다른 사람이 별로 찾아오지 않는다 하여도 가끔 약초꾼이나 나뭇꾼이 근

처에 나타나기도 하여 신경이 쓰이기도 하였다. 

 검후야 아환이 하자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그녀는 첫 정인에게 푹 빠져서 다른 것을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아환이 좋으면 좋은것 나쁘면 나쁜것. 사랑은 이성을 멀게 한다더니 검후

가 딱 그 꼴이었다.

" 하누님?"

" 왜요?"

" 누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뭔데요?"

" 누님! 상가진 아시죠?"

" 상가진? 알지요. 그런데 상가진엔 왜? 요즈음 가본지도 꽤 되었는데.."

" 상가진에.."

" 상가진에 무어가 있는데?"

"..."

 아환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지금 아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운진에 관한  것이었다. 

쉽게 상운진에 관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어찌 되었든  아환은 스스로 상운진을 책임지

겠다고 다짐하였다. 아환이 필요로 하여 그 몸을 취하고 그 순정을 받았다. 또한 아환의  생

각속의 일을 진행하기 위하여는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도 하였다. 상운진을 이용한다면 아환

이 계획하는 바가 더 빠른 시간에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용이했다.

 아환이 머뭇거리고 있자 검후가 재차 묻는다.

" 환제. 상가진에 무슨 일이 있는데?"

" 저.."

" 말해요. 아환."

 마침내 결심을 한 듯 아랫 입술을 물고는 아환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그 곳에는 상운진이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 상운진?"

 안색이 홱 변했다. 여인이라니. 자신이 있는데 여인이라니. 

" 상운진이라는 여인은 어떤..?"

 말끝이 살짝 떨려서 울린다.

"..."

" 말해요. 환제."

" 누님.."

" 어서 말을 해봐요."

 음성이 날카로와 졌다.

" 죄송합니다."

 말을 못하고 아환은 고개를 떨구었다.

" 죄송이고 뭐고 일단 말을 해요. 상운진이라는 여자가 누구예요?"

"..."

" 아환!"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 날카롭게 찢어지는 듯 대기를 갈랐다.

"..."

" 혹시 그녀하고.."

"..."

" 그런 것인가요? 그녀와 혼인을 했나요?"

" 아닙니다. 아직.."

" 아직? 그렇다면 혼인을 할 여자란 말인가요? 그런거예요? 아환! 그런 거예요? 이봐요. 말

을 해봐요. 말을..상운진이란 여자하고 혼례를 치를 것인가요? 아환!"

 떨리는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 도도하고 고귀하던 기품은  어디다 다 내팽겨쳤는지 지

금의 아환 앞의 여인은 자신의 사랑을 잃을까봐 두려움과 아환에 대한 배반, 그리고 질투심

에 괴로워하는 여염집 처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 검후의 눈가에 맺혔다.

" 그래요?.."

"..."

 입을 굳게 다물고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아환..

" 그럼 그녀와 혼례를 치르고 여길 떠날 것인가요?..아환..."

 마지막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잦아드는 음성. 진실로 아환을 사랑하는 검후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말 이 사내가  자신의 곁을 떠나면 어떡하나?  지금까지 구십년이 넘는 

세월을 홀로 살아왔는데 앞으로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 누님?"

" 예."

" 전 누님을 그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 예?"

 밝아지는 여자의 목소리.

" 하지만 저는 상운진을 버릴 수 없습니다."

" 그럼.."

" 누님. 상운진은요..제가 처음 이 곳 상가진에 떠돌다 간신히 정착을 하였을때.."

 아환의 입에서 상운진에 관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처음 이 곳에 힘들게 정착하였을때 무이

관 부녀가 도운 일이며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에 관하여 애써준 일이며 여러 상황, 사건들을 

약간의 살을 보태어 검후에게 말했다. 

 원래 거짓말은 진실 아홉에 거짓 하나를 섞어야 그 말을 믿어  주었다. 혹시 이 말을 상가

진의 그 어느 다른 이에게 물어 보아도 그렇다고 대답할 정도로 살을 붙여 검후에게 설명을 

하였다.

" 그렇군요.."

" 죄송합니다. 누님."

" 휴~"

 한동안의 설명을 귀기울여 들은 후 검후가 숨을 푸우  내쉬었다. 한숨에 가까운 느낌이 들

었다.

" 그래서 이젠 어쩔건가요?"

"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찌해야 할지.."

 한참을 아환을 노려보던 검후..

" 휴우..할 수 없죠."

" 예?"

" 이리로 데리고 와요."

" 예? 무슨 말..?"

" 여기로..아니 그 이사갈 곳으로 데리고 오라구요. 이사할 곳으로. 같이 살아야할 것 아니예

요."

" 예? 예!"

" 정말 못됐어. 정말..!"

 체념을 하였는지 어느새 표정이 풀리고 곱게 눈을 흘겨 아환을 째려보았다. 생각보다는 훨

씬 쉽게 일이 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곧 검후가 아환을  얼만큼 사랑하느냐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책임지려 하는 여인이었다. 솔직히 

그 여자를 거절하고 싶고 아환을 강제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만약 무공이라면 그

리 쉽게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그렇게 쉽게  만들고 변하여지는 것이 

아님을 검후 역시 잘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과다한 분노나 질투로 인하여 아환이 자신

에게 멀어진다면 그 것 역시 참을 수 없었다.

 그리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을때 그 것을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것은 후손, 즉 자식에 관한 문제였다.

 비록 검후가 무공과 심결로 인하여 외모가 기타 장기가 이십대 초반의 모습을 보이곤 있다

고 하나 경도(經燾:생리)가 끊어진지 오래가 지났다. 따라서  자신은 회임을 할 수 없는 몸. 

얼마 있지 않아 자신에게 싫증을 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식을 보기 위하여 다른 여자를 

품을 지도 몰랐다. 그런 때가 오면 검후는 아환을 붙잡을 자신이 없었다. 무공이 아닌  남녀

간의 관계는 서로의 신뢰와 사랑, 그리고 배려가 중요하였다.

 이에 생각이 미치자 검후는 차라리 일찍 그 사람을 맞이하여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낫다

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배분이나 기타 무림의 관례상  아환과 혼례를 올릴 수 없

는 위치가 아닌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검후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냥 자신과 외딴  곳에서 은거를 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림의 삶을 겪어본 그녀에게 사내를 묶어둔다는 것은 그 사내의 기

개를 꺾고 웅지(雄志)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환 역시 자신과의 삶

에 언젠가는 강호로 출도를 할  것이다. 돌아오겠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 그래, 언제 그녀를 데려 올거예요?"

" 누님이 허락하시면.."

" 정말 악당이야..못됐어. 못됐어.."

" 하하하.."

" 웃지말아요. 이 악당!"

 손을 들어 가볍게 주먹을 쥐고  아환을 때리려고 덤벼들었다. 만약  공력이 들어가 있으면 

아환은 그 즉시 저승행이겠지만 다행히도 그  주먹엔 한줌의 진기는 없었다. 아니 다른  것, 

사랑이 들어 있었다.

" 하하하..그래요. 전 악당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합니다."

 와락!

 검후를 껴안아 버리는 아환의 튼튼한 두팔. 그 속에 잡힌채 작은 주먹을 쥐고 아환의 가슴

을 두들기는 검후의 교태라 할 행위들..

 아환이 번쩍 검후를 안아들고 침상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검후의 두 팔은 아환의 목을 살며시 끌어 안고 무언의 호응을, 그리고 계속 되어질 

앞으로의 행위를 기대하고 있었다.

(2)

 텅텅텅..

 저녁이 이제 얼마남지 않은 시각,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상운진은 방문을 열고 연무장을 가로질러 대문쪽으로 걸어 갔다.

" 누구세요?"

" 사저. 주환입니다."

" 아환?"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상운진은 대문을 열어 젖혔다.

 대문앞. 장대한 체구를 지닌 사내가 서 있었다. 입가엔 잔잔한 미소를 담은채 시선을  밑으

로 내려 작은 체구의 소녀, 상운진을 지긋이 응시하였다.

" 아환?..아환..아환!!!"

 맨처음에는 아환의 커진 체구와 넓어진 가슴, 그리고 제법  성년의 티가 나는 얼굴이 다소 

낯설었지만 금새 그 얼굴과 몸에서 자신의  꿈에 그리던 정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음성이 

점점커졌다.

 울면서 아환의 품에 달려드는 조그마한  체구의 여인, 상운진은 손을  떼면 아환이 사라질 

듯 아환의 두팔을 꽉 움켜잡은 채 얼굴을 아환의 넓직한 가슴에 비비며 아환의 이름을 계속

하여 불러대었다.

" 아환..아환..아환.."

 토닥토닥..

 아환이 손을 들어 가볍게 상운진을 품안에 안고서는 다독였다.

" 그래, 그래..잘있었어요? 사저."

" 흑흑흑.."

" 어구. 우리 아름다운 사저가 울보가 다되었네."

" 흑흑흑.."

 살며시 여인을 안아주곤 그 간의 여인의 그리움의 시간을 보냈던 것에 대한 보답인양 얼마

의 시간을 보내며 거의 일년 반이 지난 후의 회포를 풀었다.

 아환은 단정히 서서 절을 올린다.

 그 머리가 향하는 곳, 무이관의 관주인 상명선이 정좌하여 앉아 있다.

" 그간 별래무양하셨습니까? 사부님."

" 그래그래."

 일견하여도 아환에게서 풍기는 기도가 작년  여름 상가진을 떠날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짐에 상명선은 미미한 미소를 얼굴에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대견하구나. 아환. 네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 다 사부님의 은덕입니다."

" 아니야..아니야..네 자질이 훌륭하고 노력이 가상한 것이지 이 못난 사람이 한 것이 무어가 

있다고.."

" 사부님의 은덕이 아니면 전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허허허.."

 게다가 겸손과 예의까지 갖추었다.

" 운진아."

" 예. 아버님."

" 오늘 그 네가 작년에 담은 국화주나 맛을 봐야겠구나."

" 예. 아버님."

 아환과 저녁을 같이 할 모양이다.  이제는 명실공히 장인과 사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상운진의 마음은 한참 들떠 올랐다.

"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여기 자리에 남아 있고 싶었으나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자리를  준

비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서둘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은 상운진, 예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다.

 상운진이 나가고 난 후,

" 그래, 하산한 것이더냐?"

" 아닙니다. 사부님. 제자는 아직 멀었습니다."

" 그럼..?"

" 상가진에 온지도 오래 되었고 사부님께도 인사들 드릴'Y 해서 찾아뵈었습니다."

" 그게 전부이더냐?"

"..."

 일순 말을 잇지 못하였으나 곧 생각을 정리하고 말문을 재차 열었다.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번에 산을 올라갈때 사저를 함께 모시고 올라갔으면 합니다."

" 운진을?"

" 예."

" 허허허.."

" 무공을 훔쳐가서 저렇게 발전을 시켰거늘 딸자식을 훔쳐가면 어찌 할꼬?"

 난데 없이 나타나 딸자식을 내놓으라고 하는데도 상명선은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평소

보다 말수 가 많은 것이 그러하였고 술을 마시자고 하는  것도 그러하였다. 아니 이미 아환

이 나타났을때 그것을 짐작이라도 한 듯 덤덤히 말을 하고 있었다.

" 그렇겠지..그렇겠지.."

" 죄송합니다. 사부님."

" 아니다. 그럼 혼례는?"

" 사부님. 죄송합니다. 아직 배움이 끝나지 않은 터라.."

" 이런 고얀 놈을 봤나? 예물도 가져오지 않고 딸자식을 훔쳐갈려 하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어도 상명선의 입가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아환은 말없이 고개만 푹숙이고 있었다.

" 쯧쯧쯧.."

" 죄송합니다. 사부님."

" 되었다."

 아환이 머리를 들어 사부 상명선을 바라 보았다. 형형한  안광이 찌를 듯 상명선의 동공을 

자극하였다. 현 아환이 올라선 경지가 어느 정도 인지 상명선은 궁금하여 졌다.

" 아환아."

" 예. 하명하십시오."

" 연무장에 나가서 준비하고 있거라. 오랜만에 권로(拳路)나 한번 밟아보자"

" 예. 사부님."

 아환이 연무장에서 연무복으로 갈아 입고 기마세를 갖추곤  상명선을 기다렸다. 조금 후에 

상명선이 연무장에 나타났다.

 평소의 상명선의 모습이 아니었다. 머리를 질끈 영웅건으로 묶고 갈의의 무복을 한 차림이

었다.팔뚝과 종아리 부근에는 가죽으로 덧댄 보호구를  착용하고 신발은 가죽재질에 앞부분

이 철로 감싸여져 있었다.

" 사부님. 어인 일로..?"

" 아환아."

" 예. 사부님."

" 내가 이리 한 이유는 현 네게서 풍겨나오는 기파를 볼때 결코 나의 하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 다면 어찌 대련이라 할 수 있겠느냐. 또한 너도 전력을 다하

여 이 비무에 임하여라."

 지금 상명선은 전력을 다하여 아환을 상대할 모양이었다. 그로 인하여 현재 아환의 무위와 

단점등을 살피어 주고 차후 강호의 경험에 도움을 줄려 하는 모양이었다.

" 사부님."

 가슴에 뜨거운 것이 솟아올랐다. 이런  저런 꿍꿍이를 가진 자신을  위하여 저렇게 노고를 

하시다니..아환의 심장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 관례대로 삼초를 양보하마. 아니다. 아니다. 강호의  결투라 생각하고 나도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 예."

 아환이 동자배불의 자세을 취하곤 천천히 정권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 자. 시작하자."

" 예."

 텃!

 아환이 기합소리와 함께 진각(振脚)을 내치며 힘차게 권을 내뻗었다. 초식이라고 할 수 없

는 일직선의 지름. 상명선이 팔뚝으로 슬쩍 흘리려 손을 들어 밀어내었다. 하지만 밀리지 않

고 들어오는 아환의 일권.

" 헛!"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를 내며 상명선은  손을 펴 아환의 정권을  감싸쥐려 하였다. 아환이 

정권을 거두어 들이고 몸을 돌리며  이권으로 상명선의 얼굴로 주먹을  휘둘렀다. 상명선은 

상체를 뒤로 젖히어 이권을 피하곤 이권이 돌아간 자리에 뛰어들어 연환권을 쳐내었다.

 아환은 침착히 그 권영(拳影)들을 하나하나 쳐내며 한걸음 한걸음 물러섰다.

" 좋구나."

 상명선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조금전 정권을 흘리지 못함에서, 이권이 스치고 지나

가면서 내뻗은 경기에서 아환의 무위가 생각보다 훨씬 고강함을 깨달았다. 

 자세를 갈무리하는 상명선, 풍도십사식의 기수세를 만들어 낸다.

" 전력을 다하여라. 아환!"

" 예."

" 풍영섬."

 말을 맺기가 무섭게 빠른 정권이 아환의 얼굴로 들어왔다. 아환은 순식간에 몸을 회전하며 

권이 지나간 길 옆으로 신형을 들여넣었다. 동시에 뻗어지는 손. 정권을 말아쥐지 않고 기이

하게 손가락을 구부린 상태로 상명선의 앞섶을 순식간에 채었다.

 찌이익.

 길게 무복이 찢어졌다.

 상명선은 다급히 발을 뒤로 옮겨 아환의 권세에서 벗어났다.

" 허..이런.."

 가슴을 내려다 보며 어이가 없는 듯 상명선은 탄식을  하였다. 아직 채 일초를 교환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낭패를 보다니..등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저 녀석은 이미 나를 훌쩍 뛰어 넘

었구나. 대견하다. 대견하다. 내심 중얼거리며 상명선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 제법하는 구나. 이번엔 쉽지 않을게다."

 상명선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면서 땅을  박차 올랐다. 이어서 두  발을 교차하며 아환의 

안면부위를 번갈아가면서 걷어찼다. 

 아환은 두 손을 펴서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발을 급히 막았다. 

 탁.탁.탁.탁.탁.탁

 좌우발이 세번씩 여섯번의 발길질이 아환의 양손에 떨어져  내렸다. 일단 공격은 막았으나 

아환의 양손은 금새 부어 올랐다. 상명선의 신발앞 부분의 철추가 두 손에 작렬하면서 아환

은 고통을 느꼈다.

 상명선은 땅에 발을 다시금 딛고 뛰어 올랐다. 

 똑같은 초식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환이 상체를 젖혀 위로 상명선을 흘려 보내려 하였다. 

하지만 상명선은 공중에서 몸을 한 번 틀더니 발을 들어 크게 내리찍는 기세로 아환을 공격

하였다.

" 헙!"

 아환이 몸을 틀어 공세를 피했다. 파각(破脚)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상명선의 돌려차기가 

날라왔다. 아환은 두 팔을 십자로 교차하여 그 발을 막으며  그 기세에 저항하지 않고 뒤로 

훌쩍 물러섰다.

 다시 상명선의 공격. 이번에는 발을 풍차처럼 휘둘어 아환의 허리부근을 공격하였다.  아환

은 상명선의 발에 있는 철추에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수비에 치중하

며 조금씩 물러섰다.

" 이얍!"

 기합과 함께 아환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풍격화(風擊火)의 초식이었다. 정권에 이은 

연환각이 들어오고 재차 주먹이 날아드는 수법. 아환은 정권을  흘리고 이어올 연환각을 대

비하려 상체를 비틀었다. 하지만 풍격화가 아닌 풍영섬의 변초로  빠른 일권이 아환의 옆구

리로 들어왔다.

" 으헛!"

 다급히 몸을 굴러 공세에서 벗어났다. 나려타곤의 수법. 흔히들 치욕적인 수법이라 말을 한

다. 수세에 취하였을때 나귀가 몸을 굴러 자리를 벗어나듯 몸을 굴려 공세의 권역에서 벗어

나는 비상시의 초식. 마음이 급하자 아환은 땅에 몸을 굴려 피하고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자세를 가다듬었다.

 새빨개졌다. 나려타곤의 초식을 쓴 아환의 얼굴은 수치심에 가득 담긴 붉어진 모습이었다.

" 아환!"

" 예. 사부님."

" 부끄러운게 아니다."

" 예?"

" 명예도 좋지만 생명은 그것보다 더 소중하다. 허황된 이름에 목숨을 버리지 말아라."

 진지한 상명선의 어투. 상명선은 아환에게 실전의 경험을 가르치려 하였다.

" 예. 사부님."

 아환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풍진뢰(風振雷)의 중수법으로 상명선의 상반신을 공격하였다. 

진각으로 발을 밟고 근거리에서 발경으로 가슴이나 얼굴을 가격하는 초식이 들어오자  상명

선은 한발을 들어 발그림자를 만들어 아환에게 반격하였다. 풍진뢰에서 풍도하로 초식을 변

경, 버티고 있는 다른 쪽의 발을 쓸어갔다. 이에 상명선이 철추가 달려있는 신발로 내려  방

어하자 초식을 거두어 들이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 아환! 최선을 다하라고 하였다. 솔직히 말하거라. 지금 네가  가진 능력의 얼마 정도를 발

휘한 것이냐?"

" 사부님. 전.."

" 이 놈아. 다 알고 있으니 솔직히 대답하거라."

" 예. 저의 능력에 오할 정도 됩니다."

" 오할? 오할이라..오할이라.."

" 죄송합니다. 사부님."

" 아환?"

" 예. 사부님 하명하십시오."

" 한번만 전력으로 상대를 해주지 않겠느냐?"

 아환이 시선을 상명선의 눈길과 마추쳤다. 이글거리는 눈빛, 무예를 추구하는 무도가의  강

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체면등의 겉치례보다는 호기심과 의욕을 충족하려는 열망,  아환

은 고개를 끄덕였다.

" 예. 사부님."

" 이번에는 내가 막아보마. 한번 공격해 보거라."

" 예. 그럼 들어갑니다."

 팔뚝의 가죽대로 안면부를 보호하고 철추화를 가볍게 들어 하체의 여러 곳을 동시에 방어

하는 상명선. 아환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아환은 발을 놀리나 싶더니 금새 상명선의 눈앞에 정권을 밀어대었다. 

" 흡!"

 엉겁결에 옆으로 머리를 돌려 그 주먹을 피하였다. 아환이 다가서며 주먹을 교차하며 상명

선을 공격하였다. 상명선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연환각으로 방어를 하였다. 아까와는 달리 

아환은 일권 일권으로 하나하나의 연환각을 깨뜨리며 앞으로 전진하였다.

 쩡.쩡.쩡.쩡...

 쇳소리가 연무장에 울려퍼졌다. 아환의 정권과  상명선의 철추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기이한 느낌에 상명선을 발로 땅을 세차게 박차고 뒤로 크게 물러섰다. 그리곤 시선을 내려 

철추화를 보았다. 

" 헛!"

 신발을 감싸고 있던 철추가 부서져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금전보다 신발이 

매우 가벼워져 있었다. 그 부서진 철조각을 보던 상명선은 허탈하여 졌다. 이 정도였나? 별 

내공을 주입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정도란 말인가? 

 상명선의 철추화는 상명선의 이름을 날리게 한 기본  복장이며 무기이기도 하였다. 그러므

로 상명선은 이 철추를 상당히 강한 합금의 재질로 만들어서 강호를 행보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것이 지금 부서져 내렸다. 서운함보다는 아환에게 느끼는 탄성이 더욱 커졌다.

" 대단하구나."

" 죄송합니다. 사부님."

" 아니야. 이제 쓸일도 없는 데..그럼 한합만 더 손을 섞어보자."

 상명선의 자세가 신중하여 졌다. 처음보는 기수식, 좌수는 땅으로 지면과 손바닥을  마주보

여 평행하게 우수는 곧추 세워서 위로 들어 손가락의 끝이 하늘로 향하게 하고 발은 자연스

럽게 균형을 배분한 채로 아환을 향해 있었다.

' 처음 보는 초식인데..비상 절초인가?'

 아환의 동작이 신중하여 졌다. 상명선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아환은 그에 밀려 

한발 한발 뒤로 물러 섰다. 점차 상명선의 발이 빨라  진다 싶더니 풍영보를 발휘하여 아환

의 근거리까지 접근하였다. 이후 발차기, 앞으로 발끝이 날라온다. 지극히 평범한 일초, 아환

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초식을 뒤로 젖혀 피해냈다. 

 발을 거둔후 이어지는 상명선의 정권, 아환이 고개를 비틀어 머리 곁으로 흘려보냈다.

 창!

 기이한 금속성과 함께 상명선의 가죽대에서 칼날이 튀어 나왔다.

" 헛!"

 가까스로 상체를 젖혔지만 몇가닥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날아 올랐다. 아환은 급히 발을 뒤

로하여 공세권에서 벗어난 후 자세를 잡고 후속공격에 대비하였다.

 기이한 초식으로 방금전까지 살기가 흐르는  공격을 하던 상명선 어느새 팔뚝의  가죽대를 

벗고 손에 든채 아환을 쳐다보고 있었다.

" 훌륭하구나. 훌륭해. 네가 그토록이나 성장했구나. 정말 더이상 나는 네 상대가 되지 못하

겠구나. 항산선녀에게서 일년반가량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화응(化應)지경에 들다니..헛

허.."

" 이 모든 것이 다 사부님의 은덕입니다. 아직 제자는 모자랍니다."

" 내가 한 것이 무어라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너털 웃음을 짓던 상명선, 정색을 하고 아환에게 말을 건넨다.

" 아환아!"

" 예. 사부님."

" 강호란 항상 예측불허의 곳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항상 네 

예상보다 더 험난한 일이 많을 것이다. 네 목숨을 가장 아껴라."

" 명심하겠습니다."

" 헛허..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들자. 오랜만에 국화주를 거나하게 맛보겠구나. 사

위덕에 말이다. 허허허."

" 아하아하..."

 자그마한 공간, 밀폐되어 있는 작은 밀회 장소에 호롱불 하나가 벽에 반사되어 노르스름한 

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공간의 한쪽에 있는 침상같아  보이는 나무구조물위에 희디흰 여

체 하나가 꿈뜰거리고 있었다. 그 앞에서 그 것을 지켜보는 사람 하나와..

 섬섬옥수라 할수 있는 가늘고 투명한 살결을 가진 손가락이 하얗고 봉긋한 살덩이 위에서 

부드러이 노닐고 있다. 손끝으로 때론 손바닥으로 끊임없이 젖가슴을 매만지고 쓰다듬는 여

체, 상운진의 모습은 어두운 공간 속에 음영의 대비로 인하여 고혹적이었다.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 중의 하나인  가랭이 사이에도 한 손이 이미 들어가  움직이고 

있었다. 손의 움직임으로 보아 단순히 매만지는 단계일듯 미미한 동작을 보였다. 거친  사내

의 손이 천천히 여체쪽으로 다가왔다. 무릅에 손을 갖다대고는 슬쩍 다리를 벌렸다. 

 은은한 호롱불빛이 그 사이로 밀려들어갔다. 

 매끈한 아랫배를 지나 둔덕에 올라서더니 급격한 경사, 비처로 이어졌다. 그 비쳐가 시작되

는 지점에는 동그란 금빛 고리가 하나 매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비처엔 계속하여 관

리를 해온 덕분인지 터럭하나 없는 마치 어린 아이의 속살처럼 미끈하게 보였다. 그 갈라진 

틈과 옆을 상운진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가벼운 자극을 하고 있는 중. 사내의 눈

앞에서 보여지는 자위인지라 평소 자신이 하던 것보다는 강도를 훨씬 약하게 하여 시연하는 

중이었다.

" 운진. 평소 하던대로 해봐."

" 하아하아..예."

 사내 맛을 안 여자는 달구어진 여체를 어떡하든 식혀야 한다. 그  방법 중 가장 일반화 되

어있고 타인의 눈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음(手淫). 아마 적지 않이 상운진도 

그를 즐겼으리라. 그렇지만 오랜만에 만난 정인의 앞에서 손장난을 보인다는 것이 어색함을 

느낀 상운진은 아환의 요구에 형식적인 손놀림을 하였다. 그러나  몇번의 손이 닿아 비부와 

젖가슴등을 자극하자 촉촉히 물기에 젖어드는 음부, 애액이 어느새 흘러나와 손가락을 적셨

다.

 손가락 하나가 사라졌다. 검지하나가  질속으로 들어가서 질벽을 쓰다듬듯  하다가 천천히 

진퇴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몇번을 왕복하다가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가고, 그러다가 세손

가락을 이용하여 비처를 쑤셔대고 있는 상운진의 행태를 아환은 지켜보다 살짝 고리에 손가

락을 걸었다.

" 아흑!"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여체가 크게 졎혀졌다. 

 아환은 손가락 사이의 고리를 조금 당겨보았다.

" 하악..하악..!"

 크게 도리질을 좌우로 바쁘게 해대는 상운진, 그 앳된  얼굴은 고통과 쾌락이 혼합된 기묘

한 찡그림을 하고 있었다. 아환의 손이 조금씩 움직일때마다  뇌전이 전신을 관통하는 느낌

이 들었다. 작은 돌기를 꿰뚫고  있는 금빛 고리는 호롱불빛에 반사되어  하얀 여체에 붉은 

살틈에서 그 색과 모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인의 손가락이  하나들어갈 정도의 고리엔 예

전에 달려 있던 방울은 보이지 않았다.

" 이제 그만..하아하아.. 아흑!"

 쾌락의 교성이 애원의 갈구로 다시 열락의 물결속으로 잠겨들었다.

 아환은 슬며시 일어나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양물을 꺼내었다. 

 검붉은 사내의 육봉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그 살덩이를 바라보던 상운진의 눈빛이 열기로 

번들거렸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거대해짐을 일견해도 느낄수 있었다. 일년반이 넘는  시간동

안 아환의 육체만 발달한 것이 아니라 그 것도 장대해짐에 상운진의 기대심은 더욱 커졌다.

 아환은 손가락에 고리를 끼운채 자신의 양물을 서서히 고리 및 그곳의 입구로 가져갔다.

 스윽..

 처음엔 그 크기에 버거운듯 입구에서 살이 밀린다 싶더니 여인의 음순을 말아감으며 여체

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웃!"

 눈이 커졌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상운진은 두 팔을 버티고 상체를 조금 세웠다. 

 아환이 고리를 살짝 당기면서 남근을 여체속에 끝까지 밀어넣었다.

" 흐윽!"

 출렁. 여체의 젖가슴이 아환의 눈앞에서 춤을 추었다. 제법 살이 올라 하얀 살덩이가  공모

양을 유치한 채로 상하로 움직여대었다. 그 유두위의 고리 역시  그 움직임에 따라 아래 위

로 흐들렸다. 자신속에 들어온 남근의 감촉과 그 쾌감이  음핵에서 느껴지는 쾌락의 통증과 

병행하여 극치의 환희를 상운진에게 가져다 주었다.

 긴 머리채가 쉴새없이 좌우로 흔들렸다. 크게 벌어진 입술  사이론 투명한 타액이 그 점성

을 유치한채 붉은 입술가로 가느다란  줄을 만들고 있었다. 몸을 흔들어  댐에 따라 아환이 

잡고 있던 고리가 움직였고 아환의 양물 또한 여인의 진퇴에 따라 기묘한 각도를 변화시키

며 상운진의 음부속에서 헤매이고 있었다. 

 아환은 허리 운동을 세지 않은 강도로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운진은 예전과는 다른 

극도의 쾌감에 어쩔줄 몰라했다. 

" 아욱..하아..으흑..웃.."

 이어지지 않는 신음성이 계속되었다. 상운진의 눈이 차츰 그 흰자위의 부위가 넓어졌다. 미

칠 듯 찾아오는 쾌락을 못이켜 정신이 혼미하여졌다.

" 악!"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여체가 뒤로 쓰러졌다.

 아환은 음핵에서 손을 떼고 남근을 여체에서 빼낸 후 상운진의 머리맡에 다가갔다.

" 이런.."

 상운진은 경험해보지 못한 쾌락에 급기야는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었다. 하얗게 까뒤집어진 

눈자위가 반쯤 감긴채 널부러져 있는 뽀얀 여체. 얼마나 침과 땀을 흘렸는지 목과 가슴위로

는 물기가 호롱불빛에 반사되어 반들거렸다. 여인의 음부에는 애액이 마치 홍수처럼 흘러내

려 있었다. 그 속에 음핵에서 번져나온 듯한 연한 붉은 액체가 섞여 미묘한 색의 조화를 이

루었다.

" 후후.."

 아환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쓰러진 여체의 옆에 앉아 조식을 취하였다.

(3)

" 예?"

" 그렇지만 운진은 나에게 있어 첫 여자야. 소중한 나의 여인이라고."

" 그래도..어찌 절 두고 다른 여자를.."

 창백해진 안색에 울먹이며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있는 상운진의 모습이 희미한 호롱불빛 

아래 비추어졌다. 물기에 젖어 머리칼은  흐트러진 상태로 흰 육체에 붙어  있고 어느 정도 

습기가 마른 듯 몸에 물기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다소곳이  아환의 품에 안겨 여유로운 시

간을 즐기던 상운진의 귓가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어왔다.

" 그 여자에게 무공을 배우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 할 수 없었다. 네가 눈

에 아른거리고 혈기가 오른 나에게 그 여자가 다가와서 그만.."

" 그럴수가..그럴수가.."

 현재 상운진의 귓가에 아환의 음성은 멀리서 들려오는 듯 그냥 울려퍼지고 그 뜻을 채  이

해하기도 전에 귓가에서 지워졌다. 

 아환은 검후와의 관계를 말하고 있었다. 그녀와 육체관계를 맺었고, 그녀와 같이 살고 있다

는 말을 하였다. 이는 아환이 무예를 익히고 내려와서 자신과 행복하게 같이 살날만 꿈꾸고 

있던 외진 마을 소녀에게 날벼락이나 다름 없었다. 아환이 산에 오른 후 일편단심, 학수고대

하며 한 남자만을 그리며 길다면 긴 세월을 참고 또 참았다. 한창 물이 오른 자신에게 좋은 

혼처에서 수시로 매파를 보내어 청혼을 하였지만 오직 아환만을 자신의 낭군이라 여기고 있

던 상운진은 일언지하에 그 모든 것을 물리쳤다. 물론  상명선의 암묵적인 지지도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은 적어도 상운진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 그럼..절 버리실 건가요? 저를 버리고 그 여자와 혼인할 건가요? 저를  노리개로 생각하고 

있으셨나요? 그런건가요? 환랑!!"

 울먹이는 듯한 소리가 점점 그 높이를 더해가더니 울부짖듯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끝이 난

다. 

 상운진에게 있어서 아환에게 버림받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어떻게 그럴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정말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현실화 

되었다 생각하니 상운진은 미칠 것만 같았다.

" 운진.."

 부드러운 음성이 상운진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환은 팔을 들어 살포시 상운진을 안았다. 힘

없이 넓은 가슴에 무너지는 작은 동체. 아환은 상운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 결코 그렇지 않아. 운진."

 커다란 사내의 거친 손바닥이 작은 소녀의 동체를 토닥였다.

" 운진. 내 말을 잘들어."

"..."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힘겹게 들어 아환의 눈을 쳐다보았다.

" 운진은 스스로 나의 앞길에 방해가 되기를 바래?"

 절레절레 검은 머릿결이 움직였다.

" 운진?"

"..."

" 운진?"

"... 예."

" 나는 여기서 정체할 수 없다. 나는 전진하고  싶어.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그것이 힘들다. 

그러던 중 내게 하나의 기회가 왔어.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공을 익히다 그 사람과 정이 들

었어. 그럴줄 몰랐지만 사람과 사람의 일은 항상 예측할 수 만은 없잖아. 나도 그러리라  미

처 생각 못하였어. 그러다가 일이 벌어지게  되었지. 어쩌면 이것이 나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그 여자에게서 무예를  배우고 있어.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대단한 

무예의 고수야. 덕분에 나도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

어. 운진. 당신은 내가 여기서 머물고 날개를 꺾은 평범한 촌민으로 그저 그렇게 살기를  바

래?"

" 아니요. 하지만..."

" 그래. 알아. 운진은 지금 내가 마음이 변할까봐 그런 것이겠지."

" 예"

" 난 결코 운진을 버리지 않아. 내가 운진을 얼마나 아끼는 지 운진은 알아?"

"..."

" 난 운진을 사랑해. 하지만 나와 새로운 관계를 가진 그녀도 나는 사랑해. 만약  내가 그녀

를 이용하려고만 하였다면 운진은 그런 나를 좋아할 수 있겠어?"

 대답없이 설레설레 고개를 흔든다.

" 나는 둘을 같이 아끼고 좋아할거야."

"... 예."

" 운진?"

" 예?"

" 내말을 믿지?"

" 예."

" 그래. 그래."

 아환이 살며시 상운진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 환랑?"

" 응?"

" 정말 둘을 똑같이 사랑할건가요?"

" 그래.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둘이 나에게 얼만큼의  사랑을 보이느냐에 따라 내 마음도 

어느쪽으로 기울지는 나도 장담하지 못하겠어.  지금 내 생각으로는 가능한한  편애를 하지 

않을려고 한다. 그렇지만 더욱 내게 사랑을 베풀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

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 그렇지요."

" 운진은 지금보다 더 날 사랑해주기를 바래."

" 예."

" 내 말에 더 잘 따르고."

" 예."

" 내가 하자는 대로 할거지?"

" 예."

 어느새 아환이 한명의 여자를 더 취하게 된것에서 둘사이의 사랑의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

로 화제가 슬쩍 바뀌어졌다.

"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이니까 운진하고 마음이 잘 맞을거야."

" 알았어요. 환랑."

" 그래야지."

 아환은 말을 마무리하고 상운진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졌다.

" 그래도 운진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아니까.."

 슬쩍 말을 흘리는 아환. 무슨 의도일까?

" 자. 이쪽으로 와봐."

 상운진은 아환이 이끄는 대로 작은 동체를 맡겨버린다.

 아환은 두툼한 입술로 작은 입술을 덮어버리며 여체를 평평한 곳에 눕히곤 그 위로 자신의 

몸을 실어갔다.

 열기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24번째 올림 창작야설  

(4)

" 후욱..후욱.."

 숨을 몰아쉬며 아환은 조심스레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 힘들죠?"

 고운 소리와 함께 분홍빛 고운 천이 아환의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상운진은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아환의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지금 아환과 상운진이 있는 곳은 다름아닌 낙성봉의 한 단애였다. 지난번 아환이 항산선녀

를 찾으려고 낙성봉을 헤맬때 우연히 발견한 곳인 음양조화역.  아환은 등에 상운진을 업은

채로 한발 한발 움직여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또 험난했다. 게다가 중턱즈음부터 단애를 덮

고 있는 희뿌연 운무는 감히 이 단애를 내려갈려 마음을 먹은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였

다. 사실 이 운무의 존재는 음양의 이기(二氣)가 융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이 단애의 밑을 항

상 가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더군다나 이 단애의 경사는  그냥 아래의 직선이 아닌 다소 

움푹들어간 역사선(逆斜線)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비나 눈이 와도 이 운무가 사라지지 않

았다. 낙성봉이 장절봉(腸絶峰)이라 불리울 정도로 험한 산세와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이 항

산 근처의 민중들도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하였다.

 점차 경사가 가파름에 따라 아환의 팔이 불룩 근육의  팽창으로 부풀어 올랐다. 혼자서 내

려가기도 만만치 않은 길을 상운진까지 업고 내려가는 중이다.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환이 능공허보나 어풍비행등의 전설에만 나오는 그런 경공을 쓸 재주가 있는 것

도 아니어서 체력의 힘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내력을 운용하여 밑으로 내려간다

면 훨씬 쉽겠지만 이 것도 수련의 일환으로 생각하는지 아환은 근력으로만 몸을 움직였다.

 차츰 차츰 둘의 모습이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 앞을  전혀 볼수가 없게된 상운진은 아환의 

목을 감은 손을 더더욱 강하게 둘렀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고운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

었다.

 운무를 헤치고 아환이 이제 시야에 음양조화역이 눈에 들어오자 상운진을 불렀다.

" 운진?"

" 예?"

 눈을 꼭 감은채 대답하는 상운진.

" 그만 눈떠도 돼!"

" 싫어요."

" 이제 거의 다 왔대두."

".. 그래요?"

 마지 못해 눈을 뜨는 듯 가늘게 실눈을 떠 밑을 내려다 보는 상운진, 안색이 홱 변했다.

" 우와.."

 생전 처음보는 아름다운 자연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푸르고 고운 갖가지 풀들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 푸르디 푸른 아름드리 나무들이 숲

을 이루고 기이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기암괴석들의 배열조차 순수한 그 모양을  드러냄에 

상운진은 입을 딱 벌리고 말을 하지 못하였다. 더군다나 한 겨울이 다가옴에도 이렇듯 파란 

들판과 수풀이란..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고 시냇물을 마시고 있었고 투명하다 못해 아예 존

재함을 착각할 정도로 맑은 시내는 어찌 그리 황홀한지..그 시내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초옥이 그 배색과 형상을 주변 배경과 하나인듯 동화되는 모습이 가히 무릇 소녀가 꿈

꾸는 그런 이상향이었다.

" 정말 아름다워요."

 한참만에 상운진의 입술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말이었다.

 조금 속력을 내어 바삐 내려가는 아환과는 달리 조금전까지 눈을 뜨지도 못하는 여인의 모

습은 간 곳없고 자연의 풍경에 도취된 꿈속의 소녀만이 아환의 등뒤에 매달려 있었다.

" 영차."

 아환이 얼마 남지 않자 훌쩍 뛰어 땅에 내려섰다. 그때까지도 상운진은 그 목에 걸린 팔을 

풀 생각도, 내려올 생각도 하지 못한채 입을 살며시 벌린채 시선을 멍하니 하고 있었다.

 툭툭..

 아환이 손으로 상운진의 등을 건드렸다.

" 예?..예."

 그제서야 정신이 들은 듯 상운진은 아환을 돌아보았다.

" 여기가 우리가 앞으로 생활할 곳이야. 어때?"

" 너무 아름다워서 뭐라 표현할 수가.."

 대답을 하고 눈을 다시금 시냇가로 돌리려 고개를 돌렸다.

" 어멋!"

 깜짝 놀라는 상운진.

 어느새인가 맑은 물빛의 하늘거리는 나삼을 입은 여인이 근처에 와 있었다.

" 오셨어요? 아환."

" 그래요. 그동안 심심했지요."

" 예. 언제 오실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검후의 어투가 조금 달라졌다. 얼마전까지 반평어, 반경어였던 것이 이제는 완전히  경어를 

쓰고 있었다. 다분히 상운진을 의식하였을까? 검후 조설하의 말씨가 공손해졌다.

" 소개시켜 주셔야죠."

 기웃 시선을 힐끔 상운진에게로 돌린 검후가 아환에게 말을 붙였다.

" 참. 이런. 자 인사들 하지요. 이쪽은 조설하누님이고 이쪽은 상운진..사저라 해야 하나?"

" 그냥 운진이라고 평소처럼 하세요. 반가워요. 언니. 전 상운진이라고 해요."

 먼저 검후에게 다가가서 손을 붙잡고 말을 건네는 상운진, 연적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

고 마치 친구를 소개받은 것처럼 서슴없이 손을 내밀고 인사를 건넨다.

" 만나서 반가워요. 난 조설하라고 해요."

 그 손을 같이 맞잡고 조설하가 자기 소개를 하였다.

 상운진이 찬찬히 조설하를 살펴 보았다. 아까 내려올때는  그래도 해가 반사되어 밝았는데 

내려오고 곧 어스름하게 어둠이 내려 앉아 있어 검후의 모습을 잘 보지 못하고 있다가 다가

가서 검후를 가까이 보았을때 상운진은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 헉! 이러한 미모를 가진 여자라니..'

 상운진의 현 심정은 회오리치고 있었다. 항산선녀라고 불리우는 여인임을 알고 있었고,  과

거 상가진에서 힐끗 보았을때 그 아름다움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줄

을 몰랐다. 곱게 빗겨 내린 긴 머릿결은 차분히 어깨에서  등뒤로 흘러내리며 검은 빛을 은

은히 발하고 있었으며 하얗디 하얀 살결, 오밀조밀하게 갸름한  얼굴에 자리잡은 맑고 적당

한 눈이며 오똑한 콧날, 붉은 입술, 가느다란 목덜미가 극치의 아름다움을 흩뿌리고 있었다.

" 정말 아름다운 언니시군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아요."

 질투심과 부러움이 마음속에 솟아나왔지만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고 검후를 칭찬하였다.

 이는 검후도 마찬가지 였다.

 상운진의 싱싱함과 일반 촌락에서 보기 힘든 미모에 어린 피부에서 느껴지는 맑고 깨끗한 

기운, 밝아 보이는 저 심성, 게다가 자신은 갖지 못한  수태능력을 가지고 있을 저 소녀. 그

냥 촌구석의 처녀이리라 짐작한 검후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 운진도 마찬가진데요. 참 예쁘시네요."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튈 듯하였다.

 그 어색함을 깨는 것은 전적으로 아환의 몫.

" 자자..밖에서 이러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지. 배고프네. 저녁준비나 해야겠지?"

 아환이 분위기를 깨곤 집으로 들어갈 것을 재촉하였다.

 초옥안은 생각만큼 깨끗하고 아담하였다.

 큰방 하나, 작은 방 하나, 부엌의 단순한 구조에 울타리나 마당은 없었다. 굳이 만들이유도 

없었다. 이 곳 전부가 마당이요, 셋의 집이었다.

" 시장하지요. 저녁 준비를 서둘러야 겠네."

 아환이 평소 검후와 같이 살때처럼 식사를 준비하려 부엌으로 들어서려 하였다. 평생을 무

공에만 정진한 검후가 음식을 만드는 솜씨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아환이 줄곧 밥을 

준비하곤 했다. 어쩌다 검후가 사전에 준비된 과일이나 기타 마른 음식을 차리는 경우는 있

어도 밥을 짓거나 고기를 요리하는 등의 부엌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 무슨 말씀이예요. 사내대장부가. 이런 것은 아녀자가 해야지요."

 냉큼 아환의 팔을 끌어 방쪽으로  밀고는 상운진이 부엌으로 발을  옮겼다. 당연히 여인이 

해야하는 일이어야 하는 듯 당당히 부엌으로 들어가는 상운진을 검후는 어색한 표정으로 바

라보기만 하였다.

 상운진을 따라가서 부엌일을 할 수도 그렇다고 아환을 따라가서 방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

릇이었다. 연적이 선수를 쳤다.

 아환은 방으로 들어가고 상운진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서 검후는 어쩔줄 모르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서있기만 하였다. 그 것을 눈치채고 아환이 검후를 불렀다.

" 이리 들어와요. 하누님."

" 예."

 불편한 걸음으로 방에 들어가는 검후.  곧이어 부엌에서 나온 상운진의  말이 다시금 속을 

뒤집어 놓는다.

" 저기요. 혹시 쌀이나 야채등 음식을 할 만한  것이 없나요? 있는 것이라곤 과일 몇가지와 

육포뿐이네요. 그동안 밥은 어떻게 해드셨어요?"

 상운진이 열린 문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검후에게 묻는다.

" 그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더욱 붉게 물들었다.

" 응. 하누님은 음식을 잘 할줄 모르셔. 그래서  거의 내가 했었거든. 그래서 아마 아무것도 

없을꺼야."

" 그럼 어쩌죠? 뭐 준비할게 없네요."

" 그냥 과일이나 깎고  마른 육포나 적당히 가져와. 오늘 저녁은 그것으로 하지."

" 그래요? 음..그럼 잠시만요."

 상운진이 부엌으로 사라졌다.

" 저..아환?"

" 예? 하누님."

" 저..상운진이란 처녀는 음식을 잘해요?"

" 그럼요. 요리솜씨가 가히 일절이라 할 정도입니다."

"... 그래요?"

 검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처음부터 한방 먹었다. 검후는 지난 과거의 삶이  원망스러워졌

다. 예전에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하였던 생각. 그동안 자신은 요리도 배우지 못하고 무얼 하

였나? 차라리 무공보다는 여염집 처자들처럼  부엌일이나 배울걸..일종의 심마일까? 검후의 

내심은 많이 헝클어져 있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을 사이에 두고 연적에게 선수를 빼

앗기더니..검후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 내가 잘하는 게 있을거야. 무공외에 다른..내가 잘하는 것이..'

 상운진이 상을 들고 들어왔다.

" 히야.."

 아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매일 육포나 과일, 간단한 죽을 끓여서 먹던 산의  생활

에서 보지 못하였던 음식이 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언제  만들었는지 상운진은 육포와 과일

등을 이용하여 몇가지 음식을 만들어 온것이었다.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과일과 고기로 만

든 여러 요리..배를 파내어 그 속에 고기와 여러 과일 그리고 언제 뜯었는지 나물등을  채워 

넣어 푹 익힌 배숙같은 음식과 육포를 살짝 구워서 그것을 과일로 감싸 다시 굽고 여러가지 

모양을 내어 깎아 재치있게 담은 그릇..가히 산중에서 상상도 못할 음식이 올라있었다.

" 들어보세요. 입맛에 맞을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신만만한 태도로 상을 내려 놓는 상운진의 모습에 검후는 기가 죽었

다. 

" 흐음..어! 맛있는데.."

 한 수저 퍼서 들고 아환이 감탄을 해댄다. 검후 역시 한입  먹어보자 그 감칠 맛에 다시금 

기가 사그러들었다. 저 것은 평생 요리만 배웠는지 그 짧은 시간에 맛있는 저녁을 모양나게 

준비할 수 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달고 맛있던 음식이 입속에서 떫은 맛을 내었다.

 툭.

 검후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 우물..우물..응..? 왜? 더 들지요."

 검후의 속을 모르는지 아환이 먹기에 정신 없다가 검후가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을 보곤 한

마디 던졌다.

" 예"..아! 예..입맛이 없어서.."

" 그래요? 그럼 할수 없죠."

 그 마음을 눈치챈 상운진이 아환이  대답하기 전에 말을 가로채고는 음식그릇을  아환에게 

밀어놓았다. 아환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수저만 움직였다.

" 물이나 떠 올께요."

 자리를 피하고 싶은 듯 검후가 일어섰다.

" 물이요? 제가 가져왔어요."

 정말 얄미웠다. 그래도 이왕 일어선 김에 검후는 밖의  바람을 쐬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

다.

" 속이 안좋아 잠깐 바람이나 쐬어야 겠어요."

 둘을 방안에 두고 무거운 안색으로 검후가 밖으로 나섰다.

' 뺏길 수 없어. 절대로 잃지 않을거야.'

 검후는 시냇가에서 물을 내려다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마음을  전부 가져간 저 

사내가 지금 다른 여자와 히히덕 거리고 있는 모습은 참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는 자신의 

열세, 저 앙큼한 것은 사내옆에 바싹 달라붙어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데..

 손을 꼭 쥐고 검후는 빛나는 두눈을 물속에서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에 고정시킨채 다짐을 

되풀이하였다.

(5)

" 예?"

" 아환. 뭐라구요?"

 두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환을 쳐다보았다.

" 왜 이상한가? 우리는 이미 한 식구잖아."

" 그래도..그것은 좀.."

" 환랑. 진심인가요. 정말 옷을 다 벗고 나체로 이곳에서 생활하고 싶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던 중 아환이 경악할 만한  말을 꺼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 

곳, 음양조화역에서 다들 옷을 다 벗고 하나도 걸치지 않은채로 살자는 것. 오직 하나, 발을 

보호하기 위한 신발하나만 신고 다른 옷가지들은 다 치우고  생활하지고 제안을 하였다. 그 

발언에 나타난 두 여자의 태도도 차이가 났다.

 검후는 자신이 잘 못들은 것은 아닐까? 혹시 다른 의미가 아닐까? 농담하는 것일까? 황당

하고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상운진은 달랐다. 이미  갖가지 성의 경험을 했기에 

아환의 말을 수긍하였다. 하지만 검후가 있는데서 나신으로 다닌다는  것은 그리 썩 내키지 

않아 미적거리지만 아환의 말이 떨어지며 금방이라도 옷을 벗을듯한 자세였다.

" 싫어? 난 그것이 좋은데."

" 아환.."

 검후는 말을 못하고 아환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 알았어요. 환랑."

 상운진은 순순히 받아들여서 옷고름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곤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젖

혀 벗었다. 일어서서 치마를 끌러서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였다. 하이얀 젋은 여체의  속살이 

그 부끄러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곧게 뻗어내린 옥주(玉柱)가 바닥에서 위로 반듯하게 서있

다. 희고 고운 다리 사이엔 우윳빛 작은 천이 살짝 비지를 가리고 있었다. 상운진은 손을 뒤

로 하여 내고와 고의의 끈을 풀었다. 스르르 흘러내리는 여인의 부끄러운 비처를 가린 조그

마한 천쪼가리마저 여체에게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 크지 않지만 하얗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살덩이가 상운진이 몸을 세우자 가볍게 출

렁거렸다. 마치 핏줄이 보일듯, 그 내부가 보일 듯 투명하면서도 예쁜 유방에 진분홍빛 유실

이 가운데 맺혀있었다. 그 한쪽의 유두에는 마치 귀고리같이  반짝이는 금빛 고리가 흔들리

고 있었다.

 매끈하게 내려온 배의 선을 지나면 살짝 살이 오를듯  말듯한 아랫배가 보이고, 치모가 하

나 보이지 않는 갈라진 틈이 보였다. 불그스름한 음부의 속살이 삐져나와있었다. 그  갈라지

기 시작한 부위의 밑, 거기에도 유두에 매달린 고리와 유사한  금빛 고리가 달랑 달려져 있

었다.

 검후는 옆에서 상운진이 옷을 벗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검후가 놀란 것은 이리 쉽게 옷을 벗는 상운진의 대담함이 그 첫째요, 앳띤 얼굴과는 달리 

육체는 성숙할대로 성숙하여 들어갈 곳과 나올  곳이 잘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보이는 

것이 둘째요 게다가 젖꼭지와 음핵에 달려 있는 고리를 보고 놀람이 셋째였다.

 자신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육체. 처음 아환이 상운진을 데려온다고 하였을때 순순히 응한 

것도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상운진을 보니 그 나체가  검후보다 

별로 떨어지지 않는 것같이 보였고 그 비처비처에 달려있는 장신구가 상운진의 육체와 기묘

한 조화를 이루어 형언할 수 없는 특이한 매력을 보이고 있었다.

"..."

 말을 못하고 검후는 상운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누님은 벗지 않을 거요?"

 아환의 재촉이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 누님?..누님!"

 검후가 멍하니 있자 아환이 소리를 높였다.

" 예?"

" 누님은 벗지 않을 거냐고요."

" 예?"

 반문을 하며 슬쩍 상운진을 쳐다본 검후, 그 상운진의  눈가에 득의의 기색이 오르는 것을 

보자 입술을 빨아대며 망설였다. 그러다 마음을 정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후~ 저도 따를께요."

 검후가 내키지 않는 듯 손을 천천히 옷고름으로 가져갔다. 고름을 풀고 상의를 벗었다.  치

마를 끌러내리고 내고를 벗고 고의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손이 자꾸 멈칫멈칫하여 상운진이 

옷을 벗는 시간보다 몇배의 시간이 흘렀다. 이를 보고 있는  아환의 눈에 득의의 빛이 비춰

졌다.

 상운진과 마찬가지로 검후 역시 나체가 되었다. 

" 아!"

 상운진의 입술사이로 감탄성이 새어나왔다.

 희다 못해 마치 그 속이 들여다 보이는  듯 곱디 고운 검후의 살결에 자신보다 조금  크다 

싶은 오똑 솟구친 젖가슴, 그위엔 연한 분홍빛 유두가 앙증맞게 달려 있었고 균형잡힌 몸매

가 아래까지 이어졌다. 평평한 아랫배와  그 아래 두덩을 지나면 가늘게  선을 이은 음모의 

숲이 짙지 않았지만 소담스럽게 덮고 있었고 그 사이로 분홍빛의 속살이 보일듯 말듯 안타

까움을 느끼게 하였다.

' 이렇게 아름답다니..너무나 아름다운 몸이구나.  환랑이 매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이 

여자는 평생 몸매만 가꾸며 살아왔나? 어쩌면 이렇게 예쁠수 있지?'

 상운진은 상운진대로 바짝 긴장이 되었다.

 그렇게 둘이 서로의 육체를 질시반 부러움반으로 응시하고 있을때 아환이 그 기묘한 분위

기를 깨었다.

" 내 옷은 누가 벗겨 주었으면 하는데.."

 아환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상운진이 대답을 하였다.

" 예. 제가 할께요."

 아환의 옆에 무릅을 끓고 자리를 잡은 상운진은 교수를 아환의 상의로 가져갔다. 

" 저도 돕지요."

 더이상 밀리지 않으려는 검후의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다른 한쪽에 가서 자리를 잡은 검후 역시 손을 뻗어 아환의 바지춤을 끌러대었다.

 한 사내를 두고서 두 나신의 여인이 그 매혹적인 몸을 다 드러내고 양쪽 옆에 앉아 아환의 

사중을 들고 있는 모습은 절로 욕정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두 여자가 경쟁적으로 서로 아환의 옷을  벗길려고 손을 뻗자 아환의 손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슬며시 양쪽으로 손을 뻗은 아환, 두 여자의 비처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움찔..

 검후의 몸이 떨렸다.

" 흐음"

 상운진은 그 손길을 즐겼다.

 어느새인지 상운진의 비부는 습기가 배어나오는지 축축함이 느껴졌다. 그와 반대로 상당히 

긴장한 듯 검후의 비처는 별다른 물기가 만져지지 않았다.

' 흐음..과연 그렇군. 그렇지만 앞으로 저렇게 만들어야겠지.'

 검후는 상운진이 아환의 손길에 몸을 맡긴채로 그 애무를 즐기자 천천히 자신의 몸의 긴장

을 풀었다. 하지만 뜻대로 쉬이 풀리지 않는게 사람의 일인지라 의지로 노력을 할수록 오히

려 몸은 더더욱 경직되어갔다.

 사내의 옷이 금방 다 떨어져 나갔다.

 아환은 아쉽지만 손을 거두고,

" 아침을 먹어야겠지요? 아침은 내가 할까요?"

" 무슨 말씀을..어제 말씀드린대로 이제부터 식사 및  잡일은 저희 여자들이 할거예요. 그렇

죠. 언니?"

 상운진은 무슨 말을 하냔 듯 나서서  앞으로의 부엌 및 기타 잡일을  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검후에게 동의를 구하는 상운진. 깜찍하다고 해야할까? 얄밉다고 해야할까...

" 그..그렇죠. 이제부터 저희들이 할께요."

" 그리고 또 하나 있어요. 환랑."

" 응?"

" 무릇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그 위엄과 기상을 손상시켜선 안되요."

" 그래서?"

" 언니의 의견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환랑은 저희들에게 평어를 하셨으면 해요. 부를때

도 이름을 불러주시고 편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언니의 의견은 어때요?"

" 그..그것은..예. 그렇도록 하지요."

 저 혼자 결정은 다하고 나중에 검후에게 억지로 동의를 이끌어내는 상운진. 검후는 마지못

해 끌려가듯 동의를 하였다.

" 그럼 한번 편하게 이름을 불러봐요."

" 운진. 설하...누님."

" 그냥 이름을 편하게 부르라니까요?"

" 설하."

" 예."

" 그래요.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 예, 그렇게 하세요."

" 그러지."

" 그럼 저희는 아침이나 준비할께요. 자! 가요. 언니."

 상운진이 검후의 팔을 잡아끌었다. 상운진에 이끌려 방밖으로  나가는 검후의 뒷모습이 보

였다.

 하얀 박을 엎어 놓은듯 탐스러운 두쌍의 둔부가 흔들리면서 문밖으로 사라졌다.

 그 유혹의 몸짓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환.

' 후후후. 과연 상운진이군.'

" 언니가 잘하시는 요리가 있어요?"

" 아니..전혀.."

" 언니도 제게 편하게 말을 놓으세요. 제가 척 봐도 동생뻘인데요."

" 그..그럴까?"

" 그래요. 언니. 그럼 제가 음식을 할 동안 지켜봐주세요."

 상운진은 몸을 돌려 이것 저것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 저..진매."

" 네?"

" 진매는 음식을 잘해?"

" 그냥 좀 해요. 어머니가 일찍 작고하셔서 어릴적부터 부엌을 맡았어요."

" 그렇구나.."

" 참! 언니."

" 응?"

" 언니는 나이가 얼마예요?"

 쿵!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검후가 가장 밝히기 싫어하는 자신의 최대 단점, 나이. 상운진의 

물음에 검후의 안색이 흐려졌다.

" 언니?"

" 응?"

" 어디 불편해요?"

" 아니..음..내 나이는 나중에 말해줄께. 그리 적은 나이가 아니라.."

" 그래요? 그럼 다음에 듣죠."

 별 관심이 없는 듯 말을 마친 상운진은 다시 몸을 돌려서 상차림을 계속하였다. 검후를 등

위에 두고 음식을 준비하는 상운진의 입가에 알듯 모를듯한 미소가 그려졌다.

" 저..진매?"

" 예? 언니?"

" 저..뭐 좀 물어볼 것이 있는데.."

" 뭔데요?"

" 저기..그거 말이야.."

" 뭔데요? 뭘 물으실려고 그러죠?"

 아랫입술을 살짝 물어보는 검후. 조심조심 말을 꺼내었다.

" 거기.."

" 어디요?"

" 거기.."

 손가락으로 상운진의 젖가슴을 가리킨다.

" 여기요?"

 상운진이 자신의 가슴을 들어올렸다.

" 응."

" 여기가 어때서요?"

" 그 위에 그거.."

 차마 형언할 수 없다는 듯 말을 빙빙 돌린다.

" 여기 뭐..아하! 이거요?"

 상운진이 유두에 달려있는 고리를 손가락을 걸어 살짝 들어올렸다.

" 응."

" 이게 어때서요?"

" 그게.."

 자꾸 손바닥에 땀이 고였다. 어떻게 물어야 할지..물어도 괜찮은 것인지..

" 이게 뭐냐구요?"

".. 응."

" 환랑이 달아준 거예요."

" 아환이?"

 깜짝 놀라는 검후. 

" 예. 환랑이 이런 것을 좋아해서요. 이 것을 달고 환랑이 상당히 이뻐해줬어요."

" 정말이야?"

" 참. 그러고 보니 언니는 이것을 달지 않았네요. 난 아환이 좋다고 해서 여기도 달았는데.."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 상운진이 다리를 살짝 벌리곤 그 사이에 달려 있는  금

빛 고리를 손으로 들어보았다.

"..."

 어안이 벙벙해져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검후였다.

" 또 이상한게 있네요."

" 뭔데?"

" 언니는 거기에 털들이 아직 있네요. 아환은 본래 거기에 털이 없는게 좋다고 했는데..나도 

그래서 수시로 이 곳의 털을 깎아 관리하는데.."

".... 그런가요?"

"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아환에게 물어보세요."

"...."

" 그리고 또 언니도 아환이 뭐예요. 이제 존대하기로 했으니 환랑이라고 부르는게 어때요?"

" 그게.."

" 앞으로 그렇게 해요. 그러실거죠?"

 완전히 주도권은 상운진에게 있었다. 검후가 미적미적하자 재차 재촉하여 대답을 받아내었

다.

" 이제 우리는 사이좋게 환랑을 모시도록 해요. 그게 좋겠죠? 언니."

" 그래요.."

 힘없이 대답하는 검후..

 두 여자가 발가벗고 한 남자에 대한  미묘한 사랑싸움을 벌이는 이 곳,  항산의 한 봉우리 

낙성봉의 단애 밑 음양조화역의 한 초옥의 주방이었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25번째 올림 창작야설  

 예정보다 하루 빨리 올립니다. 내일은 바쁜 일이 있어서..봉사명령은 내리지 마시길..

(6)

 칠흙같이 검고 비단결같이 곱고 윤이 나는 머릿결이 이리 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은은한 금속성의 빛이 허공을 가르고 잔영이 허공에 일순 스러져 갔다. 

 검.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잔잔한 빛을 내며 마치 춤을 추듯 땅위 일장이 채 되지 않는 높이

에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석자가 조금 못될듯 그리 길지  않은 길이에 폭이 두치 가

량되는 흔히 볼수 있는 넓이를 가진  검이지만 검에 맺혀있는 현기가 범상치  않은 신기(神

器)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 검이 홀로 움직일리는 없을터 검을 잡고 있는 우윳빛을 띤 손이 보였다.

 하얀 피부에 가늘고 섬세해 보이는 긴 손가락이 검의 손잡이 부분을 살짝 쥔채 검을  흩뿌

리고 있었다. 빛을 내듯 뽀얀 살결을 따라 올라가면 전박, 상박부에 이어 갸름한 어깨의  선

이 보이고 그 어깨에서 옆쪽으로 소담스레 솟아난 두 살의 봉우리가 보였다. 연한 분홍빛의 

유실이 그 위에서 한들거리고 젖가슴의 임자가 어떤 동작을 취하는 듯 봉긋한 유방은 그 모

양을 잃지 않은 채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검후.

 검후는 지금 자신의 애검인 한상검(寒霜劍)으로 검무(劍舞)를 추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검

무가 아닌 일정한 검로를 지나는 상승의 검예를 펼치고 있었다.

 호천검법(護天劍法).

 천궁의 태상무예로서 일반인에게 알려진 바는 없다. 그 명칭 그대로 하늘을 지키기 위한다

는 의미가 곧 천리를 수호함을 말하였고 이는 검로의 기세가 정종(正宗)의 무예로 웅장하고 

활검의 도를 지향함을 뜻하였다. 천궁의 태상무예 답게 그  무리가 지극히 고차원적이고 상

승의 깨달음을 요하기에 아직 천궁에서 그 무예를 십성 대성한 이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웅장한 기도의 무예가 한 여인,  몸에 작은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고 가죽을 끈으로 

맨 신 하나만 달랑 신은 채 검을  휘둘러 검로를 뿌리는 검후에게서 펼쳐졌을때 더이상 그 

검법은 호천검이 아니었다. 웅대한 기상보다는  신비롭고 섬세한 검기가 검의  흐름에 따라 

허공에 그어질때 검을 쥔 검후의 환상적인 육체와 더불어 천외의 매혹을 자아내었다.

 한상검이 때로는 검후의 가슴위를 훝어 지나고 때로는 검후가 다리를 벌린채 한다리를 뒤

로 쭉 뻗고 앞으로 검을 내밀때의 자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무예에 대한 탄성보다는 그  요

요한 자태에 더 감탄을 하게 될 정도였다.

 두 다리가 검후가 보법을 밟을때마다 벌어졌다가 닫히고 다시 크게 벌어지곤 하면서 검후

의 중지를 순간 순간 드러내었다. 가뭇한 검은 윤기가 흐르는 자그마한 숲이 하늘거리며 비

처의 속살을 보일듯 하게 내비추었다가 숨기고  검후의 신형이 회전함에 따라 탐스러운  두 

엉덩이로 대치되곤 한다.

 발갛게 상기되어 있는 안색으로 인하여 더욱 고혹을 보이는 여체..검후 조설하.

 서서히 검을 거두어 자신의 두 젖가슴 사이에 가져다 대곤 호흡을 조절하며 동작을 마무리 

한다.

 연한 붉은 기운의 유두와 금속빛의  기묘한 배열이 눈길을 끌었다.  어깨넓이로 벌린 다리 

사이의 사타구니부근의 거무스름한 음영역시..

" 이 것이 호천검의 검의예요. 아..환랑."

 아직 환랑이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은지 끝맺음이 이상했다.

" 그렇군."

"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호천검은 특별한  검초라기보다는 검의를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전에 말씀드린 그 검결을 되새기면서 검로의 흐름과 기세를 깊이 생각해보시면  깨달음을 

얻으실 거예요."

 또한 얼마전까지의 반존칭의 어투가 완전 경어로 바뀌어 졌다. 비록 어색한듯 말을 이어가

는 검후의 모습이 보이지만 차차 검후  역시 그것에 익숙하여 지는지 아환에게  의식적으로 

말투를 바꾸었다.

" 검로와 상응하는 천화선보(天花仙步) 역시 조금전 제가 밟은 행로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호천검을 익힐시에 천화선보를 밟으며 수련을 한다면 더 크나큰 성취를 얻

을 수 있을거예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아환,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수긍을 하였다.

 아환 역시 발가벗은 나신이지만 작은 천 조각을 하반신에 대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달랐

다. 남성의 특성상 남성기는 외성기라 무예를 익히거나 동작을  할때 덜렁거려서 방해가 되

었다. 게다가 매력적인 두 여인이 아무 것도 입지 않은채 같이 생활하다 보니 젋은 피가 끓

어오르는 아환으로서는 자주 욕정을 느끼고 발기가 되어 양물이  우뚝 솟았다. 욕정에 쉬이 

빠지면 수련이 힘들게 된다. 따라서 아환은 자신은 이 것을  입기로 하고 두 여인에게는 아

무 것도 걸치지 않게 하였다. 물론 검후가 쉽게 응할  리가 없었지만 상운진이 재빠르게 그

러게 한다고 대답을 하고 일방적인 동의를 검후에게 구하자 그녀는 감히 거절할 수 없어 마

지못해 응낙을 하였다.

 기묘한 이대일의 동거가 시작된지 일주일 가량이 흘러갔다.

 작은 방에서는 아환이 혼자 거처하고 큰방은 두 여자가 생활하였다. 처음에 상운진이 어찌 

남정네가 작은 방에서 살수 있겠냐며 자기들이 작은 방으로 옮기겠다고 우겼지만  아무래도 

인원 수를 고려할때 혼자인 아환이 작은 장소에  머무르는 것이 낫겠고 또 아직 두 여인이 

친근하지 못한 관계임에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환이 자신의 주장을 말하자 곧 

두 여인은 그에 순종하였다.

 일주일동안 세사람은 성관계를 한번도 갖지 않았다.

 음양조화역이 그리 작지 않은 공간임에도 둘이 관계를 가지면 다른 하나는 필시 소외될 것

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셋이 발가벗고 뒤엉킨다는 것도 아직 시기상조라 파악한 

아환은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루의 일과는 아환이 아침에 일어나서 음빙천(陰氷泉)과 열양천(熱陽天)에 들어가서 내공

을 수련하고 가벼운 아침을 들고, 아환은 음식물을 준비하러  외출을 하였고 여인들은 자질

구레한 집안일과 요리, 그리고 가벼운 수다로 시간을 보내다  아환을 맞이하고 같이 점심을 

들고 다시 오후에 검, 권, 수, 기타 여러 무예를 검후로 부터 배웠다. 저녁을 먹고 검후와 대

련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수련을 하고 세명이 일상의 대화를 나눈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아환의 체내에 있는 음양신단 역시 상당부분 용해되어  아환의 내기운용에 도움을 주었다. 

음양신단의 약효 중 무엇보다 아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단전을 확장하고 단단히  해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내공이 높아질려면 그 내공을 담는 그릇, 즉 단전이 넓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 작은 그릇에 한번에 많은 내공이 들어오면 주화입마에 들기  십상이었다. 

많은 이들이 섣불리 영약을 먹거나 아니면 전이대법을 통하여 내공을 성취하려다 폐인이 되

는 것이 이와 일맥상통한 결과였다.

 아환의 내부에서 차츰 차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미 일반적인 내가심법으로는 부족

한 만큼의 내공이 아환의 혈맥속을 휘돌고 있었다. 이  기운은 아환이 천상신공을 운용할때

마다 대주천을 하여 아환의 내공을 정순하게 만들어 주었다. 

 천상신공을 익히면서 아환은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 천상신공이라는 절세의 내가

심결이 아환이 과거에 알고 있는 내가심결인 무상심결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구

결의 일부분이 다른 것이 아니고 그 지향하는 무의와 기운을 운용하는 방식 등이 유사하였

다. 천상신공이라는 천궁의 절세의 내가무공과 무상심결이 닮았다는 것도 잘 이해가 안가는

데 오히려 무상심결이 천상신공보다 상위의 개념을 언듯 언듯 내비칠때는 더욱 의아해졌다. 

마치 큰 바다에서 한 부분을 퍼내어 호수를 만들면 그 호수가 천상신공이고 바다 전부가 무

상심결인 것처럼..

" 후우~"

 아환이 검후의 지도를 받아가며 수시진을 검을 휘둘렀다. 

 과연, 말그대로의 호천검법이었다. 검후가 전개할때에는 그 기세가 웅대하다기보다는  우아

함이 배어나왔는데 아환이 검후가 일러준 검결을 토대로 하여 검로를 짚어나가자 장쾌한 기

상이 흘러나와 대기를 흔들었다. 게다가 검을  휘두를때마다 자연스럽게 천상신공이 운기가 

되어 그 기운에 맞추어 검을 움직이기만 하여도 내기의 일주천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검후가 수련을 마칠 것을 제의한다.

" 그렇게 하지."

 내심 아환 역시 검후에게 말을 놓는 것이 어색하였지만 의식적으로 평어를 쓰려고 하였고 

약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자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

"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군."

" 예. 진매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 그렇겠지. 어서 가지."

" 예."

 둘이 천천히 검을 거두곤 초옥으로 걸어갔다. 

 단애밑의 음양조화역은 그리 협소한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작은 촌락의 크기만한 제법 

그 규모가 있는 이상(理想)의 장소였다. 따라서 한걸음에 무공수련의 장소에서 집까지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어서 둘은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래. 요리는 잘 배우고 있나?"

" 아직이요. 너무 어려워요."

" 하하하. 그래?"

" 웃지마세요. 나는 심각한데.."

 투정을 부리는 듯 입술을 오물거리며 아환에게 말했다.

" 그래. 미안..후후. 그건 그렇고 운진하고는 잘 지내지?"

" 예."

" 좋은 여자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멈칫.

 검후가 걸음을 멈추었다.

" 왜?"

" 그럼 저는 어떤가요?"

" 설하?"

" 저는 좋지 않다는 말인가요?"

 약간 격앙된 듯 표정이 굳어져  있는 검후. 상운진이 내려온  다음부터 그녀와 비교되면서 

검후는 상당부분의 자신감을 잃었다. 그 앙큼한 것은 어찌 그리 사내의 마음을 아는지 행동

하나, 단어하나가 남자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데 그를 지켜보는  검후의 심정은 내내 불편하

였다. 그래도 자신이 아름다움과 무공에 있어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여 억누르고 있던 차

에 아환에게서 좋은 여자란 말이 나오자 눌러있던 것이 터진 것이었다.

" 왜 그래?"

" 저는 좋은 여자가 아닌가요?"

" 설하. 그게 무슨 말이야. 물론 당신도 좋은 사람이야. 똑같이 내게는 소중해."

" 그게 사실인가요.?"

 무공이고 오랜 연륜이고 다 필요없다. 단지 중요한 것은 사랑일뿐. 검후로선 이 사랑을  지

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였다.  왜 그런지 왜 그렇게 자신의  마음이 변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오직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만 있었다.

" 그럼.."

 아환이 살며시 검후의 어깨를 두팔로 감싸고 넓은 가슴으로 끌어 안는다.

 또그르르..

 아늑한 공간에 작은 몸이 잠겨들자 편안한 기분이 들면서 눈을 지긋이 내려 감는 검후. 물

방울 하나가 하얀 뺨을 흘러 내려갔다.

 얼마간의 평온한 느낌을 즐기던 검후, 교수를 들어 살짝  아환을 밀어내며 얼굴을 들어 아

환을 보았다.

" 응?"

 검후의 큰 눈망울에 무언가 열망이 서려 있음을 보곤 아환이 물어보았다.

" 저기.."

" 왜?"

" 저기..저.."

" 왜? 뭔데?"

" 저..뭐 물어 볼 것이 있는데.."

" 뭐야? 무언데 그리 뜸을 들이고 그래?"

" 그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보는 아환은 답답해서 채근을 해대었다.

" 도대체 뭐야? 응? 말을 해봐. 응?"

" 저기 그게요.."

" 허참! 답답하네."

" 그게요.."

" 그냥 나 들어간다."

" 아니예요. 아니예요. 말할께요."

" 그래. 대체 뭘 물을려고 그러지?"

 검후가 입술을 살짝 물고 망설이다 결정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 환랑."

" 응?"

" 솔직히 말해주세요."

" 뭘?"

" 이거 없는게 좋아요?"

 말로 표현을 못하고 자신의 손가락으로 비처를 가리켰다.

" 으응? 무슨 말이야? 그게 없으면 어떡해?"

" 아니 진매가 그러는데 환랑은 이게 없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 운진도 그게 있잖아. 여자라면 그게 있어야지. 그게 없으면 인간인가?"

 뻔히 무슨 말인지 다 알면서 아환이 시치미를 뚝 떼고 동문서답을 하였다.

 그제서야 아환이 무얼 말하는지 알아 들은 검후.

" 아니 그 것 말구요. 이거요."

" 글쎄 그게 없으면 어떡하냐구."

 왜 이리 내 말을 못 알아 듣나?답답한 마음에 검후는 직접 손을 가져다 대며 말을 하였다.

" 여기 나 있는 이 거 말예요. 이거요."

 몇가닥의 음모를 손으로 잡고 아환에게 물어본다.

 문득 아환은 장난이 치고 싶어졌는지 계속 말을 돌렸다.

" 그게 뭐냐구. 말을 해봐. 말을.."

" 자꾸 그러실거예요. 이 털말이예요. 여기에 나 있는 이 털들.."

 빨갛게 얼굴을 물들이고는 검후가 음성을 높였다.

" 아하. 그 거."

" 짖궂어요. 너무."

 고개를 푹숙이고 아환에게 투정을 부려댄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아환이 다시금 품으로 검후를 끌어 당겼다.

" 없는게 좋아요?"

" 그래."

" 그런데 왜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한번도 하지 않았나요?"

" 그땐 설하가 너무 어려워서 그랬지."

" 지금은요."

" 소중한 나의 사람이지."

" 그럼 제가 여기 이 것들을 없애기를 바라나요?"

" 응."

" 정말요?"

" 그렇다니까."

" 알았어요."

" 왜? 깎아버릴려구?"

" 아니요."

" 그럼?"

" 영원히 이 것들이 없어도 괜찮죠?"

" 그래."

" 좋아요. 알았어요."

 검후가 결심을 한 듯 아환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기를 운용하였다.

 푸시시시..

 무언가 타는 듯 하는 기성이 아랫쪽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아래로 숙인 

아환, 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 히야. 그렇게 하는 방법도 있네."

 검후는 내공을 운용하여 삼매진화로서  자신의 음모들을 다 제거해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음모만 태워버린 것이 아니고 아예 모근을 내공으로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 정말 깨끗하게 없어졌네."

 조금전까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소담스럽게  그 부위를 가리고 있던 치모들이  흔적조차 

사라져버렸다. 보통 그 곳의 털들을 칼이나 기타 도구를 이용하여 삭초할 경우 약간의 자취

가 남기 마련인데 내공으로 그 모근을 다 없애버리자 처음부터 털이 나 있지 않는 듯한  깨

끗한 살결만이 남았다.

 뽀얀 속살에서 삐져나온 진한 분홍빛의 음순들이 살짝 그 모습을 강조하고 있었다.

 매끈한 아랫배에서 티끌 한점 없이 이어지는 살결이 두 다리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 부끄러

운듯 살짝 입술을 내미는 검후의 비처. 조설하의 비지는 여태까지 아환이 보아온 다른 여인

들의 음순보다 그 크기가 작아 갈라진 틈에서 조금 도톰이 삐져 나온정도였다.

" 그리고요. 환랑."

" 응?"

 이왕내친 걸음이다 싶어 검후는 계속해서 자신의 의문을 풀어내었다.

" 그거 있잖아요."

" 또 뭔데?"

" 진매의 가슴과 거기에 달려있는 그 고리요."

" 아! 그거!"

" 예. 진매는 환랑께서 달아주셨다고 했는데 왜 그걸 달으신거예요?"

" 그냥 이뻐보이라고. 내 취향이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거기에도 귀고리처럼 작

은 고리를 달아보면 어떨까? 그래서 운진에게 달아보게 했지. 생각보다  훨씬 더 예쁘고 자

극적이더라구.""그래요?"

" 응. 왜? 설하도 달려구?"

" 그게.."

" 뭐야. 달고 싶은거야, 아니야?"

"..."

" 으이그. 또 말을 않하네. 그만 하고 얼른 들어가자. 운진이 기다리겠다."

 식사를 마친 후 아환은 여유롭게 상운진이 끓여온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 흐음.. 좋은데. 무슨 차야?"

" 국화차예요. 작년에 담아놓은 것인데 가져왔어요."

" 그래? 그 보퉁이에 있던 거야?"

" 예."

" 설하도 들어봐요."

" 예. 환랑."

 다소곳이 차를 들이켰다. 싸한 향이 입가에 은은히 퍼졌다. 국화 특유의 향기가 입안에  가

득하자 절로 기분이 편안해졌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아환을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다소곳하게 양옆에 앉아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 환랑. 오늘 수련은 어떠셨어요?"

" 아직은 잘 모르겠어. 설하가 워낙 고차원의 무공을  잘 설명해주고 친절히 세밀하게 가르

치지만 내 자질이 부족한지 어느 정도 인지 모르겠어."

" 환랑. 결코 당신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당신의 진전은 무척 빠른편이예요. 

저도 환랑의 시기에 그 정도의 경지에까지 못 올랐던 것같아요. 환랑은 이미 천상신공을 오

성가량 성취하였고 호천검과 다른 제반 무예도 그 경지에 다다른 듯 해요."

" 그래? 설하는 이미 그 단계를  훨씬 넘어서 있으니 잘 알겠지.  항상 설하 당신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어."

" 별말씀을요."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밝은 음성으로 환답을 하였다.

 이를 보는 상운진. 속이 쓰렸다. 자신은 그저 허드렛일 정도밖에 하는 것이 없는데 저 여자

는 아환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무공을 갖고 있다. 그것도  상승의 무공이라 언제까지 일지 몰

라도 오후엔 항상 둘이 붙어서  같이 지내고 있는 모습에 은근히  질투가 났다. 여기서까지 

저런 모습을 보이나? 내가 옆에 있는데..

" 차가 식겠어요. 드시면서 말씀나누세요.

" 음. 그러지"

" 그리고 참! 진매.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 예? 언니. 뭔데요?"

" 음..그게.."

 급히 말을 꺼냈지만 아환이 곁에 있는지라 말을 잘 잇지 못하는 검후.

" 뭔데?"

 아환까지 나서서 재촉을 한다.

" 그게..거기 있잖아.."

" 뭐가요?"

" 그거. 그 고리 말야."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상운진의 젖가슴을 가리켰다. 아담한  크기의 유방이 상운진의 움

직임에 작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 위 젖꼭지에 달려 있는 조그만 금빛 고리하나. 저녁  무렵

이라 호롱불을 킨 방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 아! 이거요?"

 손가락을 들어 고리를 살짝 들어오리면서 상운진은 대답을 하였다.

" 응."

" 이게 어때서요?"

" 혹시 불편하지는 않아?"

" 별로 불편한거 못느끼겠어요. 그리고 이게 얼마나 자극적인에요."

 홍조를 양볼에 내비치는 상운진. 이미 피학(被虐)적인 쾌감에 길들여졌기에 이 고리가 가져

다주는 성적 쾌락에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비처에 습기가 일어났다.

" 그래?"

" 왜요? 언니도 할려구요?"

"...."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 정말? 설하도 할거야?"

".... 예. 환랑이 원하신다면.."

" 나야 설하가 원한다면 하고 싶지. 매혹적일 거야. 설하가 장신구를 달면.."

"... 그래요?"

" 그럼! 그런데 고리가 없는데 어쩌지?"

" 시간날때 준비하면 되겠죠. 뭐. 그렇죠, 언니?"

"... 응."

 살짝 고개를 까닥이며 대꾸를 하였다.

 차츰 차츰 더 변해가는 여인..검후 조설하.

(7)

" 아읏!"

 날카로운 외마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방안.

 아환과 상운진, 조설하가 함께 있다.

 지금 아환은 손에 가는 바늘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조설하의 젖가슴을 움켜잡은채 다른 

손의 바늘을 조설하의 연분홍의 유두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이미 다른 한쪽은 끝냈는 듯 다

른 쪽의 가슴은 붉은 핏줄기가 희디흰 유방의 주위로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피가 나오는 근원지, 기이한 칠채광을 뿌려대는 동그란 고리가 있었다. 연분홍의 젖꼭지

에 이제 막 달린 칠색의 광채를 빛내는 작은 고리. 특이한 성질은 가지고 있는 금속인듯 했

다.

 바늘이 다른 쪽 유두로 다가옴에 따라 눈을 질끈 감은채 고통의 순간을 기다리는 여인  조

설하. 이를 악물고 있다. 과거 무공 수련 중 이런 저런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지만 이와 같

은 아픔은 미처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한줄기 뇌전이 전신을 뚫고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적인 

짜릿한 아픔이 온몸을 휘감고 이후에 은은히 느껴지는 욱신거림..

" 흐읍!"

 아환의 손길은 무정하게 보였다. 젖가슴을 움켜쥐은 손가락  사이로 살집이 삐져 나올정도

로 꽉 잡은채 순식간에 바늘로 유두를 가로로 꿰어버렸다.  검후의 눈썹이 심하에 찡그려졌

고 감은 눈가에 주름이 그 갯수를 더하여 갔다.

 몽글 몽글 그 뜷린 구멍으로 한방울 한방울의 피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주르르 젖가슴의 패

인골로 흘러 내려갔다. 

" 하아하아.."

" 괜찮아?"

" 언니. 괜찮아요?"

 안스러운 듯 물어보는 아환과 상운진. 그러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아환의 표정은 약간  안

스러운 기색이 있지만 그 눈속은 가학적인 쾌락에 열기가 보이고 있었다. 이에 반해 상운진

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기억을 되살리며 그 고통을 되뇌이며 현 검후의 표정에 다소 몸서

리가 쳐지는지 가늘게 몸을 떨었다.

" 으음.."

 한쪽의 젖가슴에 마저 고리가 채워졌다. 다른 쪽과 같은 칠채광의 금속 고리.

" 계속할 수 있겠어?"

"... 예."

 입을 꼭 다물며 조설하가 응답한다.

" 여기는 많이 아플텐데.."

" 이왕 시작한 것, 한번에 끝내고 싶어요."

" 그건 그렇지만..그래. 좋아. 운진은 밖에 나가 있어."

" 예."

 상운진이 일어나서 하얀 둔부를 흔들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환이 바늘이 들여있지 않은 손을 조설하의 비지로 가져갔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조금의 수풀도 없이, 약간의 터럭이 난 흔적도 없는 갈라진 틈으로 살

짝 고개를 내민 속살이 파르르 떨리는 곳, 조설하의 음부였다. 

 아환은 손가락으로 찬찬히 여체의 중지를 어루만져 주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여인의 비처

를 은근하게 매만지는 아환의 손놀림이 많이 능수능란해 보였다.

" 아!"

 어디를 어떻게 한 것일까? 조설하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아환은 손끝으로 살살 조설하의 음핵을 돌리고 있었다. 조설하의 비부 깊숙이 있는 음핵은 

그녀의 아랫 입술이 그리 크지 않은 관계로 작은 돌기가 언뜻 눈에 띄기 쉽게 되어 있었다. 

 아환은 손가락 끝으로 간지럽히듯 살살  건드리며 자극을 주었다. 그  손길에 따라 검후의 

눈매가 주름이 잡혔다 퍼졌다 하고 곱고 가느다란 아미가 찡그리곤 다시 휘어졌다.

 손가락을 조금 아래로 내려 비처의 곳곳을 희롱하는 아환, 그의 얼굴이 아래로 숙여졌다.

" 헙!"무언가에 놀란 것 처럼 검후의 눈이 크게 띄여져 아랫쪽을 향하였다.

 그 곳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지금 검은 머리카락만이  보였다. 아환이 얼굴을 자신의 비처

에 대고 있는 것이다. 혀를 어찌 놀렸는지 상반신에서 허리 부분이 활처럼 휘어졌다.

" 아흑.."

 아환은 혀끝으로 음핵을 살짝 살짝 찍듯이 자극하는  중이었다. 혀로 음핵부위를 들어올리

듯 하다가 다시 음핵주위를 돌리고  입술로 가볍게 빨아들이다가 이빨로  잘근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혀끝으로 질구를 찔러보기도 하였고 약간 삐져나온 비처의 속살을 입속으로  빨아

들여 혀로 감싸 안았다.

" 하아하아..헉!"

 아환이 한 동작을 취할때마다 여체가 튀어 오르듯 경련하다가 전신을 쭉 펴기도 하고 고개

를 좌우로 도리질 하기도 하였다. 두 손은 바닥의 이불감을 뜯어버릴 듯 움켜잡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반신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아득한 쾌감에 적신(赤身)을 싣고 있었다. 타

액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숩기인지 모를 물기가 비처에 홍건해지고..

" 아앗!"

 달뜬 한숨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감겨 있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를 앙다물어 순식간에  온몸을 쓸고 간 고통을 참아내었

다.

 아환의 손에 있던 바늘이 어느새인가  검후의 비처에 자리를 잡았다.  반뼘정도 되는 바늘 

사이에 작은 돌기가 들어 있었다. 재빨리 아환이 돌기에 바늘을 찔러 넣어 관통을 시켰다. 

 가장 민감하다면 민감하다 말할 수 있는 부위에 불에 대인듯 화끈거림이 번져나갔다. 욱씬

거리며 그 곳에 전신의 신경이 집중되었다.

 사내의 혀가 살며시 그 곳으로 다가가더니 혀끝으로 음핵을 살살 핥았다.

 비릿한 피의 맛이 느껴졌다.

 아환은 혀와 입술로 다시금 조설하의 비처를 유영하였다.  그러자 여체의 전신에 퍼져나가

는 고통과는 또다른 기이한 느낌. 고통과 열락이 혼재된 형용할 수 없는 감각.

 검후는 자신의 신체에 일어나는  전이를 무의식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아환은 손가락으로 

회음부를 쓰다듬으며 계속된 애무를 해나갔다.  그럼에 따라 여체의 신음성과  몸의 미미한 

떨림이 점차 거세지고 여인은 쾌락으로 몸부림쳤다.

 사내가 자신의 하체에 걸려 있던 작은 천 조각을 젖여 양물을 꺼낸다. 그리곤 일순간의 삽

입.

" 하악!"거대한 사내의 상징이 여인의 몸속으로 함몰되었다. 바닥에 뉘여 있던  조설하의 몸

이 튕기듯 솟아 올랐다. 두 젖가슴이 흔들렸고 그 하얀 젖가슴위의 유두에 달린 칠채광채의 

고리가 따라서 춤을 추었다.

 아환은 처음에 천천히 진퇴를 하다가 점차 남근을 빠르게 움직였다.

 츠읏 츠읏..

 기괴한 소성이 방안에 나지막히 흘렀다.

" 아하..하악..으흣.."

 여체의 교성이 온통 울려 퍼졌다. 절정의 쾌감을 맛보는  듯 여체가 아환의 몸을 휘감으며 

자신을 사내에게 밀착시켰다. 갸날퍼 보이는 희디흰 두 팔로  사내의 등을 감싸안고 손톱으

로 사내의 등을 후벼 파낼 듯 사내의 등에  손자국이 점점 강해졌다.

 아환이 입술을 들어 조설하의 작은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리곤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며 

허리의 전진과 후퇴를 더욱 세차게 해대었다. 양물이 부딪혀 옴에 따라 여체가 요동을 쳤다.

" 사랑해. 설하."

 아환이 입술을 떼고 귓가에 속삭이며 절정을 치닫는다.

 귓가에 뜨거운 숨이 밀려들고 하체로부터 충만감이 치밀어  오르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조

설하는 두 팔에 전력을 다해 아환을 껴안고 절정을 맞이하였다.

" 윽.."

 사내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리곤 사내의 몸이 동작을 멈추고 부르르 떨리는 

가 싶더니 다시 몇번의 가벼운 왕복을 하였다. 사내의 입술이 여인의 붉은 입을 탐하였다.

" 환랑.."

 눈을 지긋이 감은 여체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잔잔하지만 애정이 담뿍담긴 속삭임..

(8)

 어느새 부터인가 성관계가 익숙해졌다.

 아환은 자신이 원할때 상운진이나 검후 조설하를 아무때나 취하였다.

 두 여인도 처음에는 다른 한쪽의  시선을 의식하여 꺼려하였으나 곧 적극적으로  아환에게 

몸을 열고 아환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크나큰 변화는 검후에게서  나타났다. 차츰 능동적으로 성행위에  나서기도 하고 

더 자극적인 자세와 몸놀림을 보였다.

 고리를 달고 얼마 있지 않아 상운진과 아환의 항문성교를 보곤 검후는 자신의 항문을 스스

로 열어 아환에게 갖다대었으며 아환의 양물을  입으로 애무하는 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

다. 심지어는 아환조차 놀랄 정도로 빠른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현녀심의 완성을 의미하였다. 오로지 성의 쾌락을 사내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신자세

를 갖추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아환이 끊임없이 되새기는  현녀심에 상반되는 황제의가 그 

경지를 한층 심화하게 되자 검후의 태도가 지극해졌다. 

" 환랑. 천상신공은 대자연의 기를 순차적으로 받아들여 내기를 형성하는데 그 기반을 두고 

있사옵니다. 환랑께서 조식을 취하실때 가능한한 전신의 기공을 열어 자연의 기를 느껴보도

록 하시옵소서. 그리하면 보다 천상신공의 이치를 더욱 깨달으실수 있으실겁니다."

 검후의 말투가 언제부터인가 극존칭에 가까운 어투로 바뀌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지금 조

설하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아환의 앞에서 공손히 무릅을 꿇고  있는 자세, 곧 순종을 의미

하는 그런 자세였다.

" 그렇군."

" 거의 칠성에 다다르신 환랑께서는 곧 대성을 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 다 설하의 덕분이오. 정말 고마워."

" 무슨 말씀을..이는 천첩이 당연히 해야할 바 입니다."

" 언니. 그런데 천상신공은 너무 어려워요."

" 진매는 아직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래. 꾸준히 연공을 해야 성취를 얻을 수 있지."

 아환의 앞, 검후의 옆에 상운진이 결가부좌를 튼채 운공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가부좌의 특성상 두 다리가 책상다리로 벌려진 것은 당연지사, 상운진의 속살이 다리와 함

께 벌어져 그 사이를 언뜻 내비치고 있었다.

" 운진도 그래도 잘하고 있는편인데 뭘.."

" 그래두 저두 빨리 환랑처럼 되고 싶단 말이예요."

" 그것은 무리야. 진매. 솔직히  진매는 환랑보다 자질이 앞서지 않고  환랑처럼 어려서부터 

정순한 토납법을 익히지 않았어. 그리고 나도 그게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환랑의 체내에

는 기이하고도 엄청난 기운이 흐르고 있어. 언뜻 짐작하기엔  음양의 기운인듯 보이지만 나

도 무언지 모르겠어."

" 그래요? 환랑이 그러한 기운을 갖고 계셔요?"

" 응."

 말을 하며 힐끗 아환의 눈치를 살펴 보았다.

" 그것은 어려서 산속을 헤매다 먹은 각종 풀들과 과일들 중 영약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음양신단의 존재를 숨기며 아환이 말했다.

" 그렇지는 않은 듯 싶습니다. 그러기엔 너무나 엄청나서.."

 말끝을 흐리는 조설하. 환랑이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을 아는지 화제를 돌렸다.

" 환랑. 이제 호천검도 칠성 가량 익히셨사옵니다. 천화선보와 천금수(天禁手) 역시 그와 엇

비슷한 성취를 얻으셨습니다. 감히 환랑께 하나 여쭙겠습니다."

 검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 무어를?"

" 환랑께선 저희와 함께 계속하여 이 곳에 평생 머무를 예정이십니까?"

 흠칫.

" 제가 진매에게 듣기론 환랑께서 야망을 말씀하셨다 하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출도를 하

실 생각인지요."

 끄덕 끄덕.

 말없이 수긍을 하였다.

" 환랑께서 출도하신다면 언제쯤을 예상하시는지요."

" 내가 설정한 최소한의 무예를 익힌다음."

"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최소한인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 그럼. 아마 내가 강호에 출도한다면 적어도 남에게 꿀리지는 않을 정도. 화경에 근접한 무

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 예."

" 정말요, 환랑?"

 아환이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 응."

" 하나만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 또 있어?"

" 예."

" 이거 참. 어렵네. 그래. 말해봐."

" 만약 강호에 나가신다면 저희들을 데리고 출도하실 것인지요."

 아환의 표정이 무겁게 굳어졌다.

" 그렇지는 않아. 강호로 나간다면 나 혼자가 될꺼야."

" 예?"

 상운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혼자 나가신다구요? 그럼 저희들은.."

 금방 울음이 터질 듯 울먹이는 상운진이었다.

" 그러리라 예상했습니다. 강호에서 얼마간 활동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아환이 검후를 직시하였다.

" 후~ 나도 잘 모르겠네. 얼마나 될지. 그런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어느 정도 완성되었

다 싶을때까지 행보를 할것이야."

" 예. 잘 알겠습니다."

 검후가 말을 맺고 상운진을 쳐다보곤 다독여주었다.

" 진매. 그만해. 환랑의 앞길에 우리가 걸림돌이 되어선 안되지."

" 그렇지만..그렇지만.."

" 알아. 진매 마음을. 당장 환랑께서 떠나시는 것도 아니니 그리 슬퍼하지마. 나중에 그때까

서 울더라도.."

" 예. 언니."

" 자. 이만 내려가지."

 아환이 서둘러 말을 끊고는 장내를 정리하였다.

(9)

 아환이 수욕을 즐기고 방으로 들어서자 두 여인이 일어나서 아환을 맞이하였다.

 아환은 가벼운 입맞춤을 둘에게 해준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하루의 일상을 정리하

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말을 마친후 아환이 휴식을 취하려 작은 방으로 넘어가려 몸을 일으키자 그를 잡는 손길이 

있었다.

 아환이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상운진. 눈에 가득한 열망을 담고 아환의 손목을 꼬옥 

잡고 있었다.

" 여기서 주무세요."

" 응?"

" 환랑. 이제 이 방에서 같이 생활하시지요."

" 그래요. 환랑. 우리 함께 자요."

" 그럴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환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러자  마치 약속이나 된것처럼 두 여

인이 그의 좌우에 가만히 자리를 잡았다.

 아환이 두 여자의 눈을 보자 그 눈속에 담겨 있는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아환은 양쪽으로 손을 뻗어 두 여자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무게가 없는 물체인양 아환

의 손에 순응하여 그의 품에 안겨드는 싱그러운 두 여체.

 손길이 두 여자의 각각의 젖가슴에 머물렀다.

 아환은 살짝 양쪽의 유방을 쥐어보았다. 탄력있고 매끈한 감촉, 부드러운 느낌이 손길에 와

닿았다.

 입술을 돌려 빠알간 작은 입에 갖다대본다. 적극적으로 부딪혀 오는 입술들..누구하나 망설

임이 없이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환은 혀와 입술을 번갈아가며 여인들의 입술과 귓가, 목덜미를 애무해 보았다.

" 하아.."

 달뜬 숨결이 배어나왔다.

 사내가 두 여자를 품에 안은채 뒤로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자연스레 여체들도 사내를 따

라 몸이 기울어지고 양쪽팔에 하나씩 여체가 안겨있는채 셋은 자리에 누웠다.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상운진이었다.

 상운진은 부드러운 입술을 아환의 얼굴에 가져갔다. 살짝 입맞춤. 다시 입을 떼고는 사내의 

얼굴을 혀로 핥았다. 그리고 얼굴 곳곳에 입을 갖다대었다. 입을 두툼한 사내의 입에 붙이고 

혀를 살그머니 사내의 입속으로 집어넣어  보았다. 그러자 강한 흡입력이 느껴졌다.  아환은 

세차게 상운진의 혀를 빨아당겼다. 아환의 입속으로 붉은 설육이 스며들듯 들어가고 서로의 

혀가 아환의 입속에서 노닐었다.

 조설하는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머리를 아환의 가슴에 갖다대었다. 넓직한 가슴

의 탄탄한 느낌이 전해왔다. 부드럽게  입술로 훑듯이 아환의 상반신을  스치며 지나가더니 

사내의 젖꼭지가 혀에 닿자 그것을 입에 넣고 살며시  굴려보았다. 차츰 단단해지는 사내의 

젖꼭지의 감각이 전해왔다. 조설하는 이끝으로 슬쩍 깨물어 보았다.

" 흐음.."

 사내의 입에서 신음성이 나왔다.

 조설하는 사내의 신음성이 와닿자 더욱 힘이 나는듯 혀의 놀림과 입술의 유희를 바쁘게 해

대었다. 목에서 어깨로 가슴으로 배쪽으로 그러다 다시 위로  올리고 배꼽에 혀를 밀어넣고 

돌려보기도 하고 혀로 사내의 상반신을 핥아보기도 하였다.

 상운진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마찬가지. 혀를 아환의 입속에 밀어넣고 당기며 아환의 입

을 탐하다간 귓가를 살살 간지럽혔다. 또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아환의 머릿결을 빗어 넘기

듯 쓰다듬으며 아환의 얼굴의 곳곳을 탐하였다.

 움찔..

 두 여체가 동시에 꿈틀거렸다.

 아환의 손이 언제 갔는지 두 여자의 비부에 닿아있었다. 아환은 두 손을 뻗어 양쪽의 여인

의 음부를 동시에 만지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쓰다듬듯 비부를 쓸고 있는 아환의 손길. 이미 

물기가 배어나온 여체의 비처가 질척한 감촉을 전해왔다.

 조설하의 입술이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왔다. 아랫배에  닿아서 잠시 머무른다 싶더니 

혀로 살짝 휘돌리다가 무성한 수풀이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불끈 솟아 

있는 사내의 육봉을 감아 쥐었다. 혀로 그 양물의 근원부위를  콕콕 찌르듯 하다가 입을 크

게 벌려 육봉 밑의 구슬주머니를 배어물었다.

" 훅!"

 아환의 전신이 크게 진동을 하였다.

 입속에 집어넣은 사내의 살덩이를 조설하는 혀끝으로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세차게 빨기도 

하다가 입술을 오무리고 그 아래까지 내려가 혀로 살살 돌리고 바알간 혓바닥으로 아래에서 

위로 핥아 올리다가 다시 입술을 벌리고 사내를 입안에 가두어버렸다.

 상운진의 입술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목덜미를 지나 가슴에 잠시 머물러 이 곳 저 곳

을 혀로 돌아보더니 배를 거쳐 아랫배를 스치고 터럭이 우거진 남근의 근처에 다다렀다. 그 

양물은 지금 검후의 교수안에 움켜잡혀진 상태. 

 상운진은 검후의 작은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친다음 남근의  끝에 입술을 살짝 대었다. 뜨

거운 열기가 입술에 대일듯 느껴졌다. 입술을  벌려 한입 사내의 양물을 입에 넣어  보았다. 

최대한 벌려야 들어갈 정도로 장대한 사내의 육봉이 차츰차츰 상운진의 입속으로  사라져갔

다.

 상운진은 고개를 들며 가능한한 입을 오무려 사내의 육봉을  빨아 올렸다. 이내 내려서 사

내를 다시금 머금어 보았다. 몇차례를 반복하자 사내의 양물이 타액으로 번들거린다.

 아환은 눈을 꽉 감은채 두 여자의 봉사를 즐기고  있었다. 지극정성으로 사내의 몸을 애무

하는 두 여인이 사랑스러운듯 손길로 어루만져 주며 환락을 기분좋게 감미하였다.

 한 사내의 육봉근처에서 같이 움직이는 두 여자의 머리가 기이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조설하는 남근의 바로 밑에서, 상운진은 남근을 입에 물고 입술로 혀로 애무하고 있었다.

 조설하가 입술을 들어 올려 남근의 뿌리 부분부터 혀로  핥으며 위로 향했다. 상운진의 입

술은 계속해서 남근을 머금은채 왕복을 하고 있어 어느 순간 두 여자의 입술이 스치듯 닿았

다. 그러자 두 여자는 약속이나 한듯 입을 벌리고 서로에게 깊은 입맞춤을 해대었다. 아환의 

남근을 사이에 두고 입을 최대한 벌려 양쪽으로 양물을 감싼채 서로의 입술을 마주쳤다. 그

러더니 혀로 자기쪽에 닿은 육봉을 어루만졌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며 두 여자의 입술

이 붙은채 아환의 육봉을 위아래로 쓸어갔다.

 위의 끝가지 올라가더니 두 여자의 입술이 완전히 포개어 졌다.

 고운 혀가 서로 왕복을 하며 서로간의 입술을 탐하였다.  입술을 물어 당기고 빨면서 한동

안의 입맞춤을 하다가는 다시 입술을 내리고 아환의 양물을 애무했다.

 아환이 몸을 일으켰다. 조설하를 눕히고 그  위에 상운진을 포개었다. 서로의 가슴이  마주 

닿은채 상운진의 머리는 조설하의  음부로, 조설하의 얼굴은 상운진의  비처에 가져다 대게 

하곤 아환은 조설하의 비부쪽으로 자세를 잡아갔다.

 상운진의 혀가 조설하의 음핵부위를 희롱한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상운진은 조설하의 아

랫 입술을 벌리고 쓰다듬으며 입술로 음핵을 빨아당겼다. 음핵위의 칠채빛의 고리가 반짝이

다 상운진의 입속으로 사라져 갔다.

 조설하의 손가락이 상운진의 고리를  잡아갔다. 세밀한 손놀림으로 상운진의  음핵에 달린 

고리를 검지에 끼우고는 살며시 끌어당기며 조설하는 입술을 상운진의 비처로 가져갔다. 상

운진의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다 싶더니 입속으로 빨아들였다. 

 꿈틀거리는 여체가 움직임에 따라 서로간에 마찰이 일어나 자극이 되었다.

 아환은 굳게 솟아 오른 성기를 조설하의 비처에 맞추고 한 동작으로 밀어 넣었다.

" 우훗!"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검후의 손에 힘이 들어가 상운진의 고리를 당겼다.

 곱게 눈살이 찡그려지는 상운진, 약간의 고통은 곧 쾌감으로 전이되어 조설하의 비처를 자

극하는 혀놀림이 거칠어졌다. 

 아환이 성기를 진퇴시킴에 따라 조설하의 비부는 형태를  일그러뜨렸다. 당당한 양물이 비

처에 들어가면서 주위의 속살들을 같이  질속으로 밀어넣었다. 빼면서는 그  안의 속살까지 

끄집어 낼 모양처럼 조설하의 비처내부의 살이 딸려 나왔다.

 상운진은 고개를 좀 더 내려 아환의 육봉을 혀로 핥았다. 아환의 육봉은 상운진의 혀를 거

쳐서 조설하의 비처 속으로 들어갔다가는 다시 나오며 상운진의  입술의 감촉을 느꼈다. 상

운진은 아환의 육봉을 혀로 매만지다가 방향을 바꿔 조설하의 음부를 희롱하였다.

 어느 정도 진퇴운동을 하다가는 아환이 몸을 일으켜 상운진의 아랫쪽에 자세를 하고는 삽

입을 하였다. 이번에 들어간 곳은 비부가 아닌 항문쪽이었다.

 두 손으로 상운진의 종아리 부분을 잡고 위로 치켜들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비지(秘地).

 아환은 몸을 세워 상운진의 항문을 공략하였다. 조설하는 아까의 복수를 하는 듯 상운진의 

음핵과 음순등을 희롱하며 손을 아환의 육봉에 다져다 대고는 쓰다듬었다.

" 우욱.."

 아환의 몸이 크게 진동을 하였다.

 동시에 다른 두 여자도 절정에 치다르는지 전신을 한껏 젖히고 쾌락이 온몸을 휘감음을 음

미하였다.

 아환이 남근을 여체에게서 떼어 내었다.

 벌렁 뒤로 눕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두 여자. 아환의 양물에 묻어 있는 여러 혼합된 

액체를 혀로 정성껏 핥아내렸다.

 조설하는 입술을 조금씩 올려 전신에  배어 있는 땀방울까지 하나하나  혀로 핥아 주었다. 

상운진은 가랑이 사이로 뿌연 액체를 점점히 흘러 내보내며 아환의 육봉을 부드러이 입술로 

어루 만졌다.

 두 손으로 여인들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여운을 즐기는 아환..

 또 초옥의 하루가 흘러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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