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장 검후(劍后)(1)-(6) (8/18)

2 장 검후(劍后)

(1)

" 누구신가요?"

 영롱한 음성, 선녀의 옥음이 저러할까? 탁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리는 듯한 맑고 고운 목

소리가 붉은 입술을 가르며 흘러나왔다. 

" 저는.."

" 소협은..누구시지요? 여기에 무슨 일로 오셨지요?"

 지금 아환 앞에 서서 샛별을 눈에 박아 넣은 듯 투명한 빛을 내며 고운 아미를 살짝 올린 

채로 부드러운 기운이 담겨있는 옥음을 뿌려대는 여인, 검후! 그 신비하고 화려한 아름다움

에 압도당한 아환은 검후의 물음에 답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뻐끔거리며 앉은 자세에서 움

직이지도 못하였다. 두달 전 검후를 다시 보았을때 보다 검후는 더 젊어진듯 하였다. 그때에

는 이십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였는데 이젠 아예 이십대 초반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은은히 전신에서 염기(艶氣)를 발하고 있었다. 거의 아흔 무렵에 있을텐데..

" 당신은 누구신가요?"

 아환의 귓가에 검후의 음성이 웅웅거린다. 아마 공력을 이용하여 발성을 한듯 아환은 정신

이 번쩍 들었다. 급히 심신을 추스리며,

" 저는 주환이라고 합니다. 상가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열여섯해를 밥만 축내다 살아 왔고 

무이관에서 사사를 받았습니다."

" 그런데요?"

" 소인은 지난번 상가진에서 선녀님의 신위를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사부님께 말

씀드렸고 사부님을 말씀대로 선녀님을 찾아뵌 것입니다."

" 선녀님..호홋..제가 무슨 선녀인가요?"

" 저희 상가진의 사람들은 모두들 감히  항산선녀님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거슬리셨다면 용

서를.."

" 아니예요. 아니예요. 어찌 제가 선녀라는 호칭을 받겠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아녀자 입니

다."

" 제가 사부님께 듣기론 선녀님은 무림의 기인일 것이라 들었습니다."

" 무림의 기인이라고요?"

" 예."

" 제가요? 그렇다면 어떤 기인인지..혹시 소협은 아시나요?"

 너무 달랐다. 처음에 검후를 구문현근처의 비참한 기억속에서  만났을때 하고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당시의 검후는 얼굴에 마치 얼음 가면을 쓴듯 냉막한 인상으로 기억되었다. 청룡

보의 사내들이 말을 붙였을때도 칼로 자르듯 말을 끊고 장내를 떠난 현세를 초월한 무림의 

고인일 뿐이었다. 허나 지금 검후가  보이는 모습은 전혀 다른 여인인  듯 입가에는 교소를 

흘리며 친근하고 부드럽게 아환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다.

" 사부님께 듣기론 선녀님은 검후, 요후, 그리고 신비한 천궁의 기인  중 한분이라고 들었습

니다."

" 그래요? 그 중 제가 누구죠? 제가 그 세 인물중 하나라 확신하시나요?"

" 확신할 수는 없지만..천궁의 기인이라 여기어 집니다."

" 왜 그렇지요?"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운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 먼저 검후는 현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어가는 무림의 고인이시고 요후는 사이한  기공을 

익혀서 사기가 흐른다 하였으나, 선녀님께서는 선한 기운이 느껴지시며 그 누구보다 절세의 

미모가 빛나는 것으로 보아 신비속의 기인인 천궁의 신선이라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여태까

지 천궁이란 신비의 성역에서 현세하신 분들이 모두 여신선이라고 들었습니다."

" 그래서 제가 천궁의 인물이라고요?"

" 예."

" 호호호.."

 무슨 일이 그리 재미있는지 꺄르르 교소를 터뜨린다.

" 그건 그렇고 절 왜 찾아 오신건가요?"

" 선녀님께 무공을 배울려 찾아배웠습니다."

" 무공?"

" 예. 한달 전 선녀님께서 저희 남매를 구원해 주신 것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 한달 전이라..아! 그때 어느 험상  궂은 사내가 한 처자를 괴롭히는 것을  제가 잠시 손을 

썼지요."

" 그 당시 그 놈하고 싸웠던게 접니다."

" 그래요?"

" 선녀님께서 그 놈을 막은 과정을 자세히는 못 보았습니다만 절세의 절기를 이용하셔서 그

의 발을 막은 후 전 미처 보지도 못하였는데 그놈의 무공을 없애셨지요."

 아마 그 당시 화경의 사량발천근 수법으로 상명군을 막고 검기점혈로 상명군의 혈도를 폐

하여 무공을 없앤 것을 말함이리라.

" 그래서요?"

" 틀림없이 선녀님은 무림의 기인일 것입니다. 전 무공을 익히고 싶습니다."

" 아! 그렇군요.."

 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옆에서 보면 친한 친구가 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듣는 듯 열

심히 경청을 하고 있던 검후, 말을 잇는다.

" 하지만 저는 소협께 무공을 전해드릴 수 없습니다."

" 예?"

" 저는 소협이 생각하시는 그런 고인이 아니예요. 상승 절예도 없고요. 무엇보다  저는 지금

의 평안을 만족합니다. 다른 이가 들어와서 저의 평화를 깨는 것을 전 원치 않아요."

" 선녀님. 부족한 저이지만.."

" 이만 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배웅은 못해드립니다."

 처음 대화를 나눌때보다 다소 한기가 느껴지는 말씨, 검후는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집안

으로 들어갔다. 한번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거리낌없이 방안에  들어가는 검후의 아름다운 뒷

모습이 아환의 동공에 맺혔다.

' 그래,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드시..반드시..'

 아환은 그 자리에서 결가부좌의 다리를 풀지 않은채 시선을 똑바로 고정시켰다. 그 시선의 

끝은 바로 검후가 사라진 방문을 향하고 있었다.

 아환이 현재 간과하고 있는게 하나 있었다. 아무리 검후가 현녀심을 익혀서 성품이 변하였

다고는 하나 생전부지의 사람을 자신의  집앞에서 밝은 기운으로 맞이할리가  없었다. 이는 

아환이 산에 오르면서 끊임없이 되새긴 황제의가 어느 정도 아환의 몸에 자리를 잡아 자연

스러운 소년영웅의 기도를 풍기므로 검후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 방안으로 

들어간 검후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났다.  비록 아환의 앞에서는 매몰차게  거절을 하였으나 

검후는 방안에서 진기를 일으켜 전신의 감각을 최대로 하여 아환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검후의 현 나이 어언 아흔 하나. 범인이라면 벌써  땅속에 들어가 있던지 아니면 번데기와 

주름 경쟁을 할 나이였다.. 무공과 현녀심의 효과로 주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십년을 살아

온 연륜 역시 그리 쉬 풀릴 수 없는 경지이기도 하였다. 검후는 아환과 잠시나마 즐겁게 말

을 나눈 것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리고 은거한지 오십여년 동안 사람을 별로 

만나거나 사귀지 않아 호기심에 그랬다 스스로 변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내에게 먼저 말

을 건넸다는 것은 검후도 미쳐 깨닫지 못할 심경의 변화였다.  현녀심의 상극이라 할 수 있

는, 혹은 가장 어울린다고도 할 수 있는 황제의의 존재자체를  검후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리라.

" 재미있는 사람이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검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심결을 외운다. 그리고 그 심결에 의한 

진기와 마음의 운용을 하며 삼매경에  들어 갔다. 그 심결이 현  자신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현녀심결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2)

 반짝!

 마치 금강석을 박아놓은 듯 영롱한 빛을  내는 두 동공이 하이얀 눈꺼풀을 헤치고  드러났

다.

" 하아~"

 붉은 입술 사이로 나오는 하품소리마저  즐겁게 들렸다. 곧고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 흰 

치아가 살포시 벌어지고 그 사이에 짙은 분홍의 빛을 띄고 있는 입안의 속살. 작은 입을 최

대한 벌리며 공기를 들이마쉬는 여인, 검후는 이제 막 눈을 뜨고 자리에서 상반신을 일으켰

다.

 보통 일반적으로 일정의 경지에 오르면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피로하지 않고 밤을 새우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고 하나 그 것은 화경의 경지에나 오른 무림 고수들의 이야기이지 진

경에 도달하여 이미 다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검후에게는 하나하나 행위행위가 굳이 형식

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

 느릿한 동작으로 이불을 접고 침상 옆에 놓아둔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 입기 위하여 검후는 

몸을 세웠다. 연두색의 침의를 입은 검후의 모습이 작은 방안에 환하게 드러났다.  어깨끈으

로 고정된 상의의 내고는 검후의 어깨에서 팔까지의 하얀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나의 점이나 조금의 흉터도 보이지 않은 매끈한 교수가 그 투명하도록 맑은 피부와 잘 어

울렸다. 하반신엔 은은히 속이 비추어 보이는 속치마를 입고 있었다. 상의와 똑같은  연두색

의 고의가 망사질감의 속치마속으로 슬쩍  그 빛깔과 크기를 내비친다.  손바닥을 갖다대면 

그냥 감추어질 그런 크기의 고의, 아마 비단으로 만들어진  고급품으로 보이지만 일반 여염

집의 처자가 입으면 말그대로 창기라고 놀림을 받을만한 그런 고의를 지금 검후가 입고 있

었다.

 고의를 사이에 두고 곧게 뻗어 내려간 두 하얀 가는 기둥이 눈에 들어 온다. 제법 살이 오

른 허벅지는 탐스러웠고 점점 밑으로 내려오면서 가늘어져 발목에서는 옴폭 들어가 그 미태

가 실로 눈이 부셨다. 무림의 여인이었고 어려서 무공을 접한  검후 인지라 전족은 하지 않

아 적당한 크기의 발도 가지런한 발가락과 함께 아름다워 보였다.

 미의 화신인가?

" 아함~"

 크게 기지개를 하는 검후.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아미를 곱게 찡그렸다. 급할게 전혀 없는 

동작으로 천천히 침의를 벗고 검후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다. 미리 준비한 듯 주름살 하

나 없이 반듯하게 바닥에 펼쳐 있는 초록빛의 비단 옷을 검후는 몸을 숙이고 탐스러운 둔부

를 치켜 올리며 주워들었다.

 옷을 하나하나 갈아 입고 검후는  동경을 바라보며 매무새를 고쳤다.  입가에 고운 미소가 

보이는 듯 마는 듯...

 몸을 돌려 방문쪽을 향하던 검후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싶더니 문

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초옥의 밖, 아환이 어제의 가부좌를 한채 앉아있었다. 계속해서 시선을 방에다  고정시킨듯 

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검후와 눈길이 마주 쳤다.  두사람다 전혀 놀람의 기색은 없었

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검후였다.

 방긋.

 검후는 아환에게 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환은 그 미소를 보자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찌 반응을  해야하는 지 아환의 뇌리 속은  텅비었다. 단지 고혹적인 

검후의 미소만이 뇌리속에서 끊임없이 돌아다닐뿐..

 아환이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검후는 교구를 돌려  부엌으로 향하였다. 아환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듯, 아니 아환이 저기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는 듯 검후는 아침준비를 위

하여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간단히 자신의 조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소 그녀가  먹

는 아침이라고 해야 미리 준비한 과일 몇가지 하고 곡물가루  약간. 금새 준비를 마친 검후

는 자그마한 쟁반에 두어가지 그릇에 음식을 담고 부엌에서  나와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문

은 닫히고..

 아환은 밖에서 지금까지의 진행을 눈한번 깜빡이지 않은채  지켜보고 있었다. 검후가 방문

을 열고 나와 아환에게 미소를 보낼때 마음의 흔들림이 일순 있었지만 바로 마음을 안정시

키고 검후가 나와서 부엌을 거쳐 다시 방안으로 들어설때까지 계속하여 지켜보았다.

 검후는 조반을 꽤 긴 시간을 즐기는 듯 한참을 방안에서 기척도  없이 있었다. 대략 한 시

진가량이 흐른 후 검후는 다시  방에서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이번에는 아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바로 부엌으로 들어가서 식사후의 뒷정리를 하였다. 별로 치울 것도 없는 듯 

짧은 시간에 정돈을 마치고 검후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모습을 드러내는 검후, 이번에는 간편한, 활동하기 쉬운 초록빛 경장을 갖추고 방문을  나섰

다. 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방밖을 나서 청록빛에 꽃무늬가 그려져있는 가죽신을 

신고 서서히 걸어나왔다. 

 아환을 향하여 곧장 걸어오는 검후의 자태, 상가진에서 볼때처럼의 화장을 한 모습이 아닌 

그냥 단정한 복장을 한 검후였다. 아환에게 있어서 검후가  자신이 앉아있는 곳까지의 거리

가 불과 다섯장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엄청나게 길게만 느껴졌다. 한걸음 한걸음 검후가 

자신에게 다가옴에 따라 아환의 심장은 크게 두근거렸고 혈맥의 순환이 급격하게  빨라짐을 

아환은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아환에게 두는 듯 아닌 듯 다가오는 검후, 사장, 삼장, 이장, 일장의 거리로 점점 가

까와져 갔다. 아환의 두 주먹은 불끈 무릅위에서 힘있게 쥐어졌고  두 눈은 붉은 기운이 맴

도는 채 검후가 한발 한발 다가옴에 따라  아환이 느끼는 긴장의 감도는 더더욱 커져만 갔

다.

 스윽..

 아무 것도 자신의 앞에 없는 듯 검후는 아환의 바로 옆을 스쳐서 그냥 지나갔다. 처음부터 

아환이 거기에 없는 듯 아환곁을 스쳐 갈때 검후에게서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한발 한발 

이제는 검후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감을  느끼는 아환, 팽팽한 긴장의  끈이 툭! 끊어진 듯 

아직 정면을 그대로 응시한 채로 전신에 무력감을 느꼈다.

 점차 점차 아환의 등뒤쪽으로 걸어가던 검후의 작은 동체는 이내 숲속으로 사라졌다. 서로

가 등을 돌린 상태라 표정을 보지는 않았으나 검후는 지금 어느 정도 아환의 안색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환은 검후가 숲속을 사라지며 별 표정  없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감

도는 것을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

 아환이 초 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적당히 구워지고 있을 즈음 숲속에서 검후의 모습

이 나타났다. 언제 가져간 것인지 손에는 자그마한 보퉁이를  들고 검후는 초옥으로 되돌아

오고 있었다. 차츰차츰 검후가 가까워지고 아침과 마찬가지로 아환을 스쳐 검후는 초옥안으

로 들어갔다. 검후는 부엌으로 들어가 보퉁이를 끌렀다 그 안에는 과일과 식용 약초 몇가지, 

약간의 곡물이 들어있음이 보였다. 검후는  부엌의 미리 정해진 공간에 각각  수납을 한 후 

방안으로 들어갔다.

 저녁 무렵 방을 나온 검후는 아침 처럼 저녁을  준비하러 방안에서 나왔다. 그리곤 부엌으

로 들어가 저녁을 준비하고 방안으로 돌아갔다. 아환에게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은채 지극

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동작을 검후는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밤이 깊어가자 검후는 등잔의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 그래그래..아환! 이건 인내의 싸움이다. 결코 포기하지 말자.'

 굳게 마음을 가다듬는 아환, 이제 하루가 흘렀을 뿐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아침에 검후가 일어나서 조반을 먹고 밖에 나갔다 과일이나 기타 먹을거리를 마련하여 들

어오고 아환은 초옥 앞에서 기다리고 하는 일과가 흘러갔다. 단지 바뀐게 있다면 아환 역시 

자신의 요깃거리를 찾으려고 잠깐씩 움직이는 것외엔 변화가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그러기를 일주일가량의 시간을 지냈다.

 검후가 평소와 같이 아침을 들고 나서자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아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

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벌써 포기한 것일까? 아환은 초옥 앞에

서 떠나갔다. 

 시간이 흐른 후 검후가 초옥으로 되돌아왔을때  아환은 매일 앉아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

다. 검후는 과일 등을 바구니에 담은 채로 초옥 앞에서 아환이 앉아 있던 자리를 무심히 쳐

다보며 서있었다. 

" 후~"

 나직한 한숨. 무슨 의미일까?

 반시진 가량을 초옥 밖에 서있던 검후는 발을 부엌으로 향하였다.

 그날 밤 검후는 평소 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창작] 수라기(獸羅記) 19번째 올림 창작야설  

 죄송합니다. 약속을 어겼습니다. 제가 토요일에 올릴 자신이 없어 미리 올립니다. 양해하십

시오.

 어느 분이 현녀심과 황제의에 관하여 말씀을 하서서 한말씀 드립니다. '현녀'는 중국 고사

에서 황제에게 방중술을 가르친 일종의 선녀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근거를 하여 

말그래로 황제에게 운우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여인의 마음이라 설정을 하였고 황제의는 말

그대로 이러한 현녀의 마음을 받는 뜻 이라는 설정을 하였습니다. 제가 미처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한 채 계속 글을  썼네요. 아직 미숙해서 그런  거라 이해 부탁드립니다. 1부  4장 

(3)에 간략히 언급한 정도 밖에...

(3)

 이른 새벽,

 검후는 어쩌면 익숙하다 할 그러한  기도를 집 밖으로부터 접하였다.  평소 검후가 기상할 

시간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스름한 빛이  천지를 푸른 회색빛으로 

물들이는 시각임에 검후가 일어난 것은 진경(眞境)단계의 끝에 이른 그녀의 무위에 다른 인

간의 기척이 잡힘으로써 자연스러운 반응을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잠깐 일반적인 무공의 단계를 말하자면,

 궁경(躬境), 화경(化境), 진경(眞境), 초월경(超越境), 그리고 그 이후라 짐작되는 무진(無盡)

이라 할 수 있다.

 궁경이란 화경에 이르지 못한 일반 무림인들을 모두 의미하는 것으로 다시 세분류하여, 접

신(接身), 중기(重氣), 화응(化應) 으로 나뉘어 진다.

 접신이란 이제 무공에 입문한 단계의 삼류라 불리우는 사람들을,

 중기란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히고 기의 운용을 할 수 있는 이류무사들을,

 화응이란 기(氣)와 신(身)의 상응하는 단계인 일류고수들을 의미한다.

 이를 넘어서 내공이 갑자의 이상의 수련과 그에 합당한 깨달음을 얻으면 화경에 접어든다

고 말을 한다. 화경이란 조화를 이루는 경지, 상응의 단계를 넘어 기의 조화를 이루는  단계

로서 현 무림의 대표적인 수장들 및 일부 무인들이 이  단계에 있다 하였다. 현 오파일방의 

장문들과 구파의 수뇌들이 이 단계에 이르렀고, 과거 칠왕 중 사군과 현 신주오존이 화경의 

끝에서 진경에 접어드는 경지에 있다. 한다.

 진경은 이 화경을 넘어서 참된 무의를 깨닫는 경지로 칠왕 중 일후와 쌍제가 이 단계에 들

었다 알려졌다. 약 이갑자 가량의 내공과 그에 버금가는 오의를 깨우침을 필요로 하였다.

 그 이상의 단계는 일반 무림인들의 상상에서 나온 단계로서 그 조건이나 기타 다른 사항은 

알려진 바 없다.

 검후는 침상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은은히 빛나는 투명한  빛이 눈에서 나와 

방문을 향하였다. 비록 방문으로 밖의 상황이 가려져 있었으나 검후는 지금 초옥 앞의 상황

을 느낄 수 있었다.

 검후는 방문을 그렇게 응시한 채로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초옥 앞의 평평한 공터.

 몇가지 잡초가 돋아나 있는 것외엔 비교적 다른 곳보다 지면에 돌출 부위가 없는 초옥에서 

십장 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아환이 등에 메고 있던 지게를 풀어 내리고 있었다. 지게를 세

운 아환은 지게위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꽤 많은 짐이 실려 있는 듯 위로 높게 쌓여

져 있던 짐을 아환은 침착하게 풀어내렸다. 먼저 지게위의 나무말뚝을 끌러내리기 시작하였

다. 그리고 보퉁이 몇개, 가재도구들, 도끼, 괭이, 낫, 큰 망치 기타 도구들까지..

 아환은 지게에서 짐들을 내린 후 그 것들을  바닥에 넓게 펼쳤다. 그런 후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잘발달되어 있는 아환의 상반신이 나타났다. 역삼각형의 근육이 일견해도  느껴졌다. 

어느새 장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환은 성장해 있었다. 육척에 다다른 장신이라 할 

수 있는 신장에 매일 산에서 태양빛에 그을 린 구릿빛 육체 게다가 나무를 하면서 발달되어 

있는 상박과 전박 그리고 어깨의 근육과 가슴의 근육들..허리는 상체에 비해 오목하게  들어

갔지만 유연함과 견고함이 느껴졌다. 나뭇가지에 'J힌  듯 아님 다른 이유에서 인듯 여기저

기 나 있는 흉터는 아환의 남성미를 전혀 깎아내리지 못하였고 오히려 매력을 더해주는 요

인이 되어있었다. 그 상체를 천천히  세우과 아환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움찔..움찔..근육의 

활동이 눈에 들어왔다. 아환은 말뚝과 망치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가져온 나무말뚝을 평평한 

공터에 박기 시작하였다.

 꽝..꽝..꽝..

 가장 큰 네 말뚝을 사귀에 박은 후 다른 말뚝들을 그 사이사이에 세우고 그리고 다른 나무

를 꺼내어 말뚝위에 가로 눕혔다. 보퉁이를 끌러 덩쿨들을 꺼내어 나무를 묶었다. 그럴 듯한 

골격이 완성되었다. 아환은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며 균형을 맞추더니 기둥기둥마다 나무를 

가로 혹은 세로로 끼워 넣어 안정된 구조를 짜맞추었다.

 대략 한시진이 흐르자 움막의 형태가 하나 초옥 앞에  만들어졌다. 사람이 하나 들어갈 정

도의 공간을 감쌀 수 있는  움막을 아환은 어렵지 않게 맞추었다.  아환은 움막의 구조물을 

잠깐 보더니 숲으로 들어갔다. 한참 후 아환이 나타났고 그 두손에는 한아름 가득 갈대등의 

풀들이 안겨져 있었다. 아환은 움막으로 와서 그 풀로 지붕과 벽을 엮어 움막을 완성시켰다.

" 휴~"

 씩 웃음이 번져나왔다. 그럭저럭  몸은 뉘이겠군. 아환은 시선을  돌려 초옥을 바라보았다. 

뚫어질 듯 검후의 문을 바라보던 아환은 몸을 움막안으로 넣어 자세를 가부좌를 틀고 호흡

을 조절하였다. 움막의 문과 초옥이 들어가는 입구는  대략 여섯장 가량..정확하게 마주보는 

위치에 아환은 움막을 짓고 그 속에서 초옥을 얼마전처럼 지켜보았다.

 우물우물..입에는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아환은  훨씬 여유있는 태도로 초옥앞을  지키고 

있었다.

 방안,

 검후는 방문을 계속 그 고운 눈으로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검후와 아환은 방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지 검후는 아환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환은 검후를 못본다는 것..그 차이뿐.

 처음 아환이 와서부터 조금전 움막을 완성할때 까지 검후는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방문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환이 맨처음 왔을때에 맺혀있던 가벼운 미소는 아환이 상의를 벗었을때 

가벼운 떨림을 가져왔다. 건장한 사내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문밖의 아환의  육체는 마치 

남신상(男神狀)을 조각해 놓은 듯 극치미를 보여주었다. 적어도 검후가 느끼기에는 화려하고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강인하고 역동적인 남성의 아름다움이 얇은 방문의 천 조각을 헤

치고 검후의 봉목에 맺혀갔다. 

" 하아.."

 검후의 안색은 어느새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연한 붉은 색을 띈 입술은 약간 벌어져 

단숨이 배어나오고 있었고, 아름답기만 한 두 눈 역시 열기가  느껴질 듯 연한 홍조가 비추

어졌다. 옥지(玉指)가 천천히 올라 가고 있었다. 검후의 손길은  아직 침상에서 일어난지 얼

마 되지 않아 가는 끈으로 되어 있는 어깨와 허리를 고정기키고 있는 내고속을 슬며시 파고 

들어갔다. 다른 한 손은 가볍게 이불의 한 귀퉁이를 움켜잡으며 그녀는 손을 자신의 젖가슴

위에 가져가 느릿느릿 유방을 쓰다듬었다.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다. 반쯤 내려감은 눈위에  그린 듯한 아미는 가운데쪽으로 

살짝 찡그려졌다. 검후는 검지와 중지를 유실에 가져가 슬쩍 쥐듯 만지다 서서히 힘을 가하

여 조금 쥐듯 하게 잡았다. 다른 손가락은 유륜주위를  맴돌으며 몸속을 휘감아오는 약간은 

익숙한 감흥에 보조를 맞추었다.

 이불을 움켜잡던 손이 떼어졌다. 그 손은 차츰차츰 이불 안으로 들어가면서 검후의 아랫쪽

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윽고 고운 그녀의 손은 고의를 지탱해주는 얇은 끈까지  다달았다. 

검후는 손바닥을 자신의 비부위에 옷을 사이에 두고 올려놓았다.  가볍게 손을 움직이는 검

후, 미묘한 마찰이 시작되었다. 손바닥과 얇은 비단 천과 검후의 비부가 서로간에  부드럽고 

또는 까끌한 감촉을 자나내었다. 처음에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으나 습기가 검후의 손바닥에 

배어나왔다. 땀일까? 아니면..

" 으흑.."

 급기야는 검후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어느새  손가락 하나가 고의 속에 들어가  있었다. 

얼마간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는 익숙한 듯 부드러운 손놀림을  보였다. 그러나 가벼운 쓰다

듬 이상은 아니었다.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자제하는 것인지  검후는 그런 자신도 안타까운 

듯 눈썹을 많이 일그러뜨리며 가쁜 숨을 뱉어냈다.

 아환의 움막짓는 소리가 멈추어졌다. 검후는 차츰 손길을 누그러 뜨리며 다시 신경을 초옥

밖으로 집중하였다. 그러자 방문을 통하여  아환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아환은 이미  움막을 

마치고 육포를 집어들고 있던 중이었다.

' 후우..내가 왜 이러지..불과 일년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조화일까? 얼마전에 

얻은 심결때문인가? 아니면 심마에 들은 것일까? 왜 욕정이 생기는 것이지? 구십년을 살아 

오며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였는데. 더군다나 저 밖의 주환이란 인물은 누구길래 내 심

기를 이리 흔들기게 하는 걸까? 아하..이를 어쩌지..어찌하면 될까?'

 검후는 최근에 생긴 기이한 감정에 대하여 번민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것

이 현녀심결에 의하여 그렇게 되었으리라 확신을 가지지 못하였다. 오히려 자신의 무공경지

가 한차원 높은 경지에 접어들 때 생기는 심마(心魔)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렇다

면 이 심마를 어찌 해야하는지 검후는 혼란스러웠다. 이제  인간의 한계라 불리우는 단계를 

뛰어넘으려 하는 자신인데 갑자기 찾아온 욕정과 주환으로 인하여 청정심이 흔들리자  검후

는 번민을 하였다.

' 부딪혀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지금을 반복하여야 할까? 모르겠다..'

 한동안을 고민하던 검후, 이불속에 있던 손을 가볍게 들어올린다.

 휘익..

 바닥에 고이 펴 놓은 옷가지들이 날아올랐다.  허공섭물의 수법! 검후는 옷가지를 하나 하

나 걸치기 시작하였다. 위의 저고리를 걸치고 여느때와는 달리 치마를 걸쳤다. 단정하게  남

빛의 의복을 걸친 검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이이이..

 가벼운 소음이 나면서 초옥의 방문이  열렸다. 아환은 계속 그  방문을 응시하다가 방에서 

나오는 검후와 시선이 마주쳤다. 평소보다는 훨씬 늦은 시각, 평소같으면 검후는 이미  조반

을 먹고 숲으로 들어가 있을  시각으었다. 그러나 검후는 꽤 시간이  흘러도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 방안의 사정을 짐작할 리 없는 아환은 무슨 일인가 궁금하였지만, 초옥 방문을 열거

나 아니면 검후를 부를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묵묵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방긋, 검후의 미소..

 씨익, 화답하는 아환의 웃음이 교차되었다.

" 또 올라왔군요."

" 예.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 이미 지난번에 거절의 뜻을 보였을텐데요."

" 거절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제게 무공을 가르쳐주십시오."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

" 저는 반드시 선녀님에게 사사를 받을 것입니다."

" 어찌 그리 확신을 하시는 건가요?"

" 확신은 아닙니다만 그러한 느낌이 옵니다."

" 느낌?"

" 예. 선녀님께서 제게 전수를 해주신다는.."

" 틀렸네요."

" 틀리지 않았습니다."

" 틀리지 않았다니..?"

" 지금 선녀님께선 제게 허락을 하실려고 나오신게 아닙니까?"

" 그렇지 않아요."

" 그렇습니다."

" 아니예요."

" 맞습니다."

" 참..어휴.."

 말싸움에선 이길 자신이 없는지 검후는 지긋이 아환을 쳐다보다 몸을 획 돌려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 가능성이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검후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한달은  걸릴 줄 알았

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질수도 있겠다.'

 아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초옥의 앞에까지 저벅저벅  힘이 있는 걸음걸이로 걸어

갔다.

"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선녀님."

"..."

"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

 아환은 끊임없이 졸라대었다. 방안의 검후는 그러한 아환의  읍청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보

이지 않았다.

' 좋아! 이제 정말 인내의 싸움이지.'

" 선녀님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

" 무공을 익히고 싶습니다."

"..."

 계속해서 아환은 몇가지 말을  반복하며 초옥앞에서 방안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방안은 기척도 없이 조용하였고 아환의 부르짖음만 초옥과 그 뒤의 절벽에 반사되어 화연봉

의 한 귀퉁이에 울려퍼졌다.

(4)

 아환이 초옥밖에 무릅을 꿇은지 오늘이 삼일째가 되어 가고 있었다.

"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선녀님.""..."

" 전 현실에 만족하며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틀동안 꼬박 그 자세를 풀지 않으며 아환은 방안을 향하여 간청을 드렸다. 잠도 자지 않

고 먹을 것도 먹지 않으며 꿇린 두 무릅은 이미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였고 목소리도 탁하게 

갈라진채로 아환의 입속에서 흘러나왔다. 물론 아환이 자신의 내기를 일으켜 심법을 운기한

다면 다시 어느 정도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아환은 그러하지  않았다. 자신이 내가의 

무공을 가졌다는 것을 밝히고 싶지 않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검후의 동정심도 자극할 필요

가 있었다.

" 선녀님.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

" 선녀님.."

 한참을 더 소리치던 아환, 차츰차츰 음성에 기운이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거의 탈진에 가까

와오는 듯 아환의 목소리는 처음의 정중한 저음을 강하게 내뱉는 것이 아닌 악을 쓰는 수준

에까지 다달았다.

" 선녀님. 무공을 배우고 싶습니다."

"..."

 여전히 반복되는 시간..

 꽤 시간이 더 흘러 갔다.

 덜컥!

 방문이 열렸다.

 그리곤 검후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검후의 모습은 그그저께의 모습과 차이가 없었

다. 의복과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신기, 그리고 그 피부빛과 느껴지는 기도까지..아니 기도에

는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였다. 조금 흔들린다 할까? 미묘한 기도의 차이가 느껴졌다.

" 이봐요. 주환이라고 했지요?"

" 예. 선녀님. 제게 무공.."

" 제 말 잘 들어요."

" 예. 선녀님."

" 저는 누구를 가르칠 수준도 되지 않고 가르치고도 싶지 않아요. 무엇보다 현재의 나의 평

화로운 시간이 주환에 의하여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아시겠어요. 아무리 여기  있어도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 그만 헛수고 하지 말고 마을로 돌아가요.  아

마 인연이 되면 소협은 훌륭한  사부를 만나실 수 있을꺼예요. 소협의  심지가 굳고 영웅의 

기개가 느껴지며 자질도 훌륭하게 보이니  소협은 내개 아니더라도 대성할  수 있을겁니다. 

자! 이제 저 움막을 걷어버리고 마을로 돌아가세요."

 침착하게 또박또박 구슬이 흐르듯 그러나  부드러운 음성으로 타이르듯 아환에게 말을  한 

검후, 말을 마치자 마자 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털썩!

 무엇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리자 검후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들어온 광

경은 아환이 앉은 자세 그대로 앞으로 고꾸러져 엎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탈진으

로 쓰러진 것이다. 

" 이런.."

 발을 움직인다 싶었는데 검후는 순식간에  이삼장의 거리를 단축하여 아환의 앞에  내려섰

다. 내려서자 마자 검후는 교수를 뻗어 아환의 맥문을 잡아갔다. 살풋 이마를 찡그리며 아환

의 맥을 잡고 기운을 흘려보내던 검후.

" 쯧쯧쯧..결국은 탈진하여 쓰러졌구나. 그런데  안에 내기의 기운은 있는데  쓰질 않았구나. 

이건 무슨 기운이지?"

 아환의 체내에 진기를 불어 넣어 상세를 파악하던 검후는 자신이 주입한 진가와 부드럽게 

호응하는 기이한 기운을 느끼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정순함이 느

껴지는 것을 보아 정도의 심법같이 느껴지기도 하였고..

" 이를 어쩐다.."

 망설임, 검후는 아환은 어찌 해야할 지 몰랐다. 이대로 그냥 팽켜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기를 주입하여 상세를 치유하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있던 

검후 문득 아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남자..남자구나. 이 주환이라는 소년은..'

 준수한 외모를 가진 미남이라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환에게서는 강인한 선이 느껴졌다. 

흔히들 말하는 장부의 기상이랄까? 아환에게선 굳건함이 풍겨나왔다.

' 어쩌지..이 사람을..'

 붉은 홍조가 느껴졌다. 안절부절하는 검후의 얼굴에 은은한 붉은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머

뭇거리던 검후는 이내 마음을 정하였는지 아환의 뒤로 가서 아환을 안아들었다.

' 헛!'

 발가벗은 아환의 상반신이 땀과 범벅이 되어서 강한 육향을 내뿜고 있었고 그 육향에 일순 

검후는 숨이 막히는 듯 헛바람을 들이켰다. 양손이 아환의 겨드랑이에 끼운 채로 아환을 안

아 들려다 근육으로 울퉁불퉁한 구릿빛 육체가 바로 눈앞에 들어왔다.

 두근두근..가슴이 급박한 진동을 보였다.

 양손이 아환의 가슴에 대인채 검후는 몸이 차츰차츰 떨림의 강도를 더하여감에 따라 정신

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남자의 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적지 않이 보아왔다. 상반신만  아

니라 남근이 덜렁덜렁 흔들리는 것도 본 경험은 있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진탕되는 적은 없

었다. 얼굴이 아예 빨개졌다. 손가락끝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아환의 겨드랑이에  끼어있는채 

아환의 살의 감촉이 느껴졌다.

 단단했다. 단지 그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지만 검후의  가슴에 새겨진 느낌이 

그러하였다.

" 후우~"크게 숨을 들이쉬고 검후는 약간의 공력을 돋구워 아환을 들어올렸다. 손바닥만 붙

여도 아니 그냥 격공으로도 어느정도 아환의 신체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검후였지

만 두 손을 다 아환의  신체에 갖다댄채 그를 들어올리는 이유를  몰랐다. 그러한 방법조차 

생각하지 못하였다는게 더 정확하리라.

 검후는 아환을 뒤에서 안은채로  들어올려 방안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상승무공을 지닌 

그녀인지라 사내하나 들어옮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힘든 듯 검후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것이 보였다.

 방안에 들어가 검후는 아환을 자신의 침상위에 눕혔다. 깔끔한 그녀의 성격에 타인이 자신

의 침상을 건드리는 것을 평소에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지만 검후는 지금 아환을 자신의 자

리에 눕혔다. 땀과 이틀동안의 먼지로 더러워진 아환의 육신이  침상을 더럽히는 것은 검후

의 뇌리 속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곧 하이얀 이불이 아환의  몸에서 나온 땀등의 오물로 더

럽혀져갔다.

" 흐음..이를 어쩌지?"

 검후는 아환을 어찌해야 할까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여름의  산중에 내려쬐는 햇살은 가히 

살인적이라 아환의 원기가 많이 손상되었음을 알고 있는 검후로선 아환의 상세를 어느 정도 

짐작하였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점점 상태가 좋아지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서

둘러 아환을 치료해야 했다. 물론 그 치료방법도 검후는 알고 있었다. 몸에 압박이 되는  것

은 느슨하게 하고 체온을 보해주며 가벼운 추궁과혈정도면 아환은 길지 않은 시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그 과정이 문제였다. 그리하자면 필히 아환의 몸에 손을 대야만 

하였다. 몸을 닦고 허릿춤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야 손을 대지  않고도 격공하여 할 수 있지

만 추궁과혈이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접촉이 불가피했다. 전문적인 의가의 후손이 고

차원의 무공을 가진 경우에는 진기를 허공에 뻗어 환자를 돌볼수 있지만 검후는 평생 무공

에만 정진한 다른 방면에는 별 지식이 없기에 기초적인 단계의 추궁과혈만 알 뿐이었다. 사

람마다 혈도의 위치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또 만약 치료도중 아환이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

이거나 혹 모를 제 삼의 누군가가 방해를 할 경우 아환이나 검후 둘다 위험해질 경후가  발

생하므로 손을 대어 혈의 흐름을 파악해야만 하였다. 검후는 이 것에 고뇌하는 것이었다.

 얼마전에 아환에게 손을 대었을때도 진정이  되지 않아 힘들었었는데 다시 아환의  신체에 

손을 댄다니..그것도 허리춤을 끌러 느슨하게 하기위하여 바지를  벗겨야 했고, 체온을 유지

하기위하여 이불이나 기타 다른 것을 덮어야 했고 지저분한 아환의 전신을 닦이기 위해서는 

손수 그 몸을 만져야했다.

 검후가 고민하고 있을때에도 시간을 흘러갔다. 검후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방을 나

섰다. 다시 방안으로 들어온 검후의 손에는 오목한 세숫대야  비슷한 흙그릇과 수건이 들려

져 있었다.

" 후우..후우.."

 깊게 몇번의 숨을 들이마시고 검후는 아환의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낯설은 매듭..여태 

삶을 사는 동안 한번도 겪은 적이 없는 남자의 허리띠를 푸는 방법..검후는 손끝을 미미하게 

떨면서 아환의 허리끈을 매만져대었다. 마음은 급하고 혼란스러운데 왜  이리 이 매듭은 풀

리지 않는 것일까? 검후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며 허리끈을 매만지다 결국은 끌러내리는 

데 성공하였다. 떨림의 폭이 점점 커져갔다. 검후는 손끝을 아환의 허리부근의 바지속에  넣

고 천천히 바지를 벗기기 시작하였다.

 바지가 천천히 밑으로 내려간다. 세치쯤 내렸을까? 거뭇한 터럭이 얼핏 보였다. 어느새 완

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손끝을 아환의 허리춤에 댄채로 망설이던 검후는 손에 힘을 더 주어 

조금 강하게 밑으로 내렸다. 아환의 바지가 엉치쯤에 걸린다 싶더니 순식간에 무릅부근까지 

내려갔다.

" 끼앗.."

 검후는 얼른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가슴은 마치 말이 질주를 하덧 쿵닥쿵닥..그 뛰어대는 

빈도수를 점점 더 빨리 하였다. 손을 다급히 떼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뒤로 한 걸음 크게 뒤

로 물러선 검후의 앞, 아환의 바지가 벗기어진 모습이 들어왔다.

 귀족이나 부유한계층과는 달리 서민들은 일반적으로 속옷을 입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속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리라. 매일 농사일이나 기타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고의라던지 내고라던지 하는 것은 생각밖의 물건이었다.  그것은 상가진에 들어와서 허드렛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은 아환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흔들..검후가 뒤로 물러서면서 손을 뗄 때에 흔들렸는지 아환의 양물이 흔들리는 모습이 검

후의 눈에 들어오자 검후는 대경길색하여  뒤로 물러섰다. 머릿속은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질끈 눈을 감았는데도 계속 잔상이 감은 눈에 남아있었다. 거멓게 우거진 음모

속에서 검붉은 살덩이 하나..그 크기는 기억조차 나지도 않았다.  크기에 신경을 쓸 틈도 없

었다. 단지 남근을 보았다는 사실만이 그리고 그 모양만이  검후의 머릿속에 떠다닐 뿐이었

다.

 검후의 침상위에 상체는 벗은 채로 하의는 무릅까지 내려가 있는 채로 정신을 잃은 아환과 

그 앞에서 몸을 가늘게 떨며 눈을 감은 채  휘청이는 여인하나, 검후..시간만 흘러갈 뿐이었

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20번째 올림 창작야설  

(5)

" 으음.."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소리가 방안에서 흘러나왔다. 별 기력이 느껴지

지 않은 낮게 흘리는 음성.

 천천히 눈꺼풀이 들렸다. 조금씩 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 그리 밝지는 않지만  사물을 

보져주기에는 충분한 명도의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아환은 눈에 맺혔다.

 아환은 눈을 천천히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방안의 천정이었다. 어디서 본

듯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달리 보이는 단아하면서 반듯한  평평한 면, 천정이라 생

각하기엔 지금까지 허름한 민가에서 살다온 아환으로선 왠지 익숙하지 않은 천정이었다. 

 닟설음..

 아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방안이 눈안으로 들어왔다.  그리 크지 않는 방안, 단촐하게 

옷을 넣는 옷장과 간단한 협탁하나, 그리고 의자와 자신이 누워있는 침상이 전부. 가구의 색

은 상아빛을 띄고 있는게 다르다면 다를까 서민들의 살고 있는 보통의 공간과 같았다. 단지 

색 만이 다른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은은한 현기가  느껴지기까지 하는 가구의 모양과 배열

이 아환에게 이질감을 가져다 주었다.

' 검후의 방안인가?'

 대충 추리가 되었다. 자신의 희미한 기억속에 남아 있는 시각은 쓰러지기 직전까지 그리곤 

아환은 혼절상태에 있었다. 또 시간도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으나  밖을 보니 밤이 이미 

깊어져 보였다.

' 얼마 동안이나 잔거지?'

 부시시 아환은 몸을 일으켰다. 스르르 몸을  덥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아환의 

상체가 드러났다. 발을 옆으로 돌려 침상밖으로 내린후 몸을 일으켰다.

 휘청.

 아직 원기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리라. 아환은 몸에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까스

로 몸을 세웠다. 

' 으응?'

 아환은 이상한 기분에 시선을 아래도 내렸다.

' 내가 바지를 입지 않았던가?'

 지금 아환이 걸치고 있는 옷가지는 아무 것도 없었다. 틀림없이 자신이 읍소할때에는 바지

를 걸치고 있었는데..그러고 보니 몸도 깨끗해진 것 같았다.  이틀을 꼬박 여름 날의 밖에서 

땀을 흘렸고 이런 저런 먼지도 몸에 붙어 있을텐데 목욕을 한 듯 몸에 오물이 없었다.

 아환은 천천히 상황을 추측하기 시작하였다.

' 틀림없이 난 바지를 입고 있었고, 초옥밖에서 기절했었다. 거진 삼일간을  몸을 씻지 않았

는데 지금은 몸이 씻겨져 있다.  그리고 바지가 벗겨진채로 침상..아마  검후의 침상이겠지? 

이 침상에 내가 뉘어져 있다. 그렇다면..?'

 검후가 그랬을것이다. 그녀가 혼절한 아환을 이리로 옮기고 목욕을 시키고 그 와중에 옷을 

벗기고 간단한 치료를 한 것이리라.

 나름대로 추측을 정리한 아환의 입가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 그랬단 말이지..검후가 그랬단 말이지..'

 아환은 몸을 돌려 자리에 돌아가서 수면을 더 청했다.

 휘리릭.

 옷자락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초옥밖에 하얀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뒤로 흩날리는 흑발이 인영이 내려섬에 따라 해초처럼 퍼지며  그 인영의 몸을 감쌌다. 그 

사람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어 뒤로 넘겼다. 드러난 얼굴, 검후였다.

 금방 수욕을 한 듯 머릿결과 옷밖으로 드러난 얼굴과 교수등의 살결에선 약간의 물기가 촉

촉히 배어났다. 희디흰 비단 장포로  몸을 휘감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초옥 밖에 곳곳히 

몸을 세우고 있는 검후의 자태, 가히 달의 여신이라 할 미모와 신비로움으로 전신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검후는 긴 속눈썹을 살짝 들어올려 자신의 방을 쳐다보았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서 떠오르

는 난감함.

' 이런 이를 어쩌지? 아직 자고 있는가 본데..'

 조금전까지의 도도한 모습과는 달리 초옥을 응시하는 검후의 안색엔 당혹감이 흘렀다.

' 어떡하지? 그 소년을 깨워야 하는데..'

 아환을 깨우고 자신의 규방에서 내보내야 겠다는 원론적인 이치와는 달리 검후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평안을 깨뜨리고 현재는 자신의 침상까지 점령한 사

람..중요한 것은 그가 남자라는 것이다.  꽤 긴 세월을 살아온  검후였지만 자신의 침상에서 

남자가 잠을 자본 경험은 당연히 없었다. 검후가 이름을 날리기 전에는 검후가 소속된 곳이 

남자가 없는 곳이었고, 세월이 지나 그녀가 칠왕의 하나로  무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된 이후에는 감히 그녀를 여자로 보고 접근한 이가 없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그녀가 무

공 수련을 할 과거에는 '가꿈'이나 '치장', '화장'따위의 단어와 거리가 먼 여자아닌 여자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어쨌든 지금 자신의 침상을 남자가, 비록 소년이지만 장성한 사내가  차

지하고 있다. 남자..

' 남자'라는 어휘가 머리에서 떠오르자 아까 낮의 상황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검후는 아환의 바지를 벗긴 상태에서 눈을 꽉 감은채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하였다. 잠깐 

본 것이지만 자신이 바지를 벗기는 자세는 아환의 허리춤에서 옆에 몸을 숙여 손을 바짓춤

에 넣고 내린 상태라 아환의 양물이 모습을 드러낼때 바로 검후의 눈앞이었다. 거뭇한 수풀

에 쌓여진 검붉은 살덩이가 불과 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불쑥 나왔을때 검후의 

놀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꽤 시간이 흐르고 검후는 간신히 실눈을  뜨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채 아환의 옆으로  가서 

바지를 마저 벗겨내렸다. 마치 학질걸린 사람처럼 몸은 왜 그리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는지..

검후는 어떻게 자신이 아환의 바지를 벗겨내렸는지 그 다음에 무얼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을 차렸을땐 검후는 초옥의 밖에서 아환의 바지를 움켜잡고 가쁜 숨을 내 쉬고 있었다.

' 하아하아..'

 그녀의 무공 수준을 볼때 남자를 옮기고 바지를 벗겨내리는 것 쯤은 약간의 진기를 운용하

기만 하여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중요한 격전을 치른 것같이 땀을 흘리고 숨을 

들이내쉬었다. 

' 어쩌지..어쩌지...'

 한참을 망설이다 검후는 부엌에서 물을 떠다가 아환의 몸을 수건으로 씻기고 침상의 깔개

를 갈고, 아환의 전신을  추궁과혈하여 원기를 회복시켜주었다.  아환을 씻기며, 추궁과혈을 

하며 아환의 전신을 보고 만지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검후는 몸이 재차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조화인지 모르게 

열기가 아랫쪽에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차츰차츰 유두가  단단해지며 입가에선 단숨이 배어

져 나왔다. 눈이 반개된 상태에서 초옥을 향해있고 검후의  손길이 살며시 옷속으로 스며들

고..

' 안돼!'

 세차게 머리를 흔들던 검후! 발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6)

 여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아환은 해가 뜨기전 눈을 떴다. 크게 기지개를 한 후 아환은 침상

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무언가를 살피듯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린 아환은 그리곤 아환은 옷을 

입을 생각도 침상에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냥 앉아서 운기토납을 하기  시작하였

다. 

 대략 시진가량을 조식을 취한 후 눈을 뜬 아환,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일어났나요? 소협?"

 안에 있는 사람의 기의 운용 쯤은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검후가 밖에서 아환이 조식을 마

쳤음에도 옷을 입거나 밖으로 나올 기척이 보이지 않자, 부드러운 음성으로 방안을 울렸다.

" 예. 선녀님."

" 그렇다면 이제 그만 옷을 입고...밖으로 나와요."

 옷을 입는 다는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춘 검후, 아환에게 나올 것을 말하였다.

" 예."

 아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 그런데 제 옷이 없는 데요?"

 아차! 싶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제 검후는 아환의 바지를 벗기고 들

고 나온 후  방에 되돌려 놓지 않았다. 검후는 뛰듯이 신형을 날려 부엌에서 아환의 바지를 

가져온 다음 문앞에 놔두고 뒤로 물러섰다.

" 문앞에 있어요."

" 예."

 아환이 옷을 입고 초옥밖으로 나섰다.

"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아니예요. 이제 상태가 호전된 듯 싶으니 마을로 내려가서 조리하도록 해요."

 말을 빠르게 내뱉고는 검후는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발을 옮겼다.

" 잠깐만요. 선녀님."

 흠칫!

 검후가 옆을 지나가자 아환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검후의 팔 어림을 잡았다. 잡힌 검

후나 잡은 아환이나 돌발적인 상황에  서로 주춤한 상태에서 움찔했다.  밤이슬을 맞았는지 

검후의 옷가지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밤새 문앞에 서 있었던 일까?

" 죄송합니다. 선녀님"

" 아..아니예요."

" 선녀님!"

".."

"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 안된다고 했잖아요."

 거절하는 검후의 말..그러나 태도에선 처음과 같은 단호함이 없다.

" 선녀님!"

 정중하면서도 간절하게 아환은 검후를 불렀다.

" 휴~"

" 선녀님. 저는 고절한 선녀님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 글쎄.."

" 선녀님. 이 못난 소생에게 제발.."

 아환이 넙죽 무릅을 꿇고 상체를 숙여 절을 하였다.

" 이러지 말아요."

" 허락하시는 겁니까?"

" 그건.."

" 선녀님..제발 제게 무공을 가르쳐주십시오."

"..."

 자신의 앞에서 무릅을 꿇고 머리를 숙인 아환을 묵묵히  내려다 보던 검후, 이윽고 말문을 

연다.

" 그렇게 무예가 배우고 싶은가요?"

" 예! 선녀님."

" 왜 무예를 배울려고 하지요?"

" 저의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합니다."

" 소중한 것..소중한 것이라.."

" 예."

 검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뗀다.

" 좋아요. 무공을 가르쳐 주겠어요."

" 예?"

 순순한 승낙에 이번에는 아환이 놀라 반문을 하다가,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녀님."

" 단, 조건이 있어요."

" 예. 말씀 하십시오. 선녀님, 아니 이제 사부님이라 불러야겠지요."

" 아니, 사부라 부르지 말아요."

" 그럼..선녀님이라.."

" 아니 선녀님이라고 부르지도 말고..그래요. 선배라고 불러주세요."

" 예. 선녀..아니 선배님."

" 주환!"

" 예! 선배님."

" 조건을 말하겠어요."

" 말씀하십시오. 제가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 어렵지 않아요. 일단 주환은 자신이 거쳐할 곳을 저 움막이 아닌 내 집에서 십장 이상 떨

어진 곳에 거처를 만드세요."

" 예. 알겠습니다."

" 그리고 하루에 두시진 무공을 같이 연구하겠어요."

" 예."

" 그리고..항상 예의를 잃지 말아요."

 옷을 항상 입고 있어요라고 말할려다 검후는  그 말의 전달하는 바가 이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돌렸다.

" 예. 선배님."

" 이상이예요."

 조건이라 할 수 없는 조건, 이미 검후는 아환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순순히 쉬운 조건을 내걸고 아환을 받아들였다.

" 예. 선배님."

 아환은 안면에 희색을 띄고 검후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검후는 부담스러운듯 진기를 돋우며 아환을 일으켜 올렸다.

" 선배님. 이런 것도 무공입니까?"

" 예. 그래요."

" 아!"

" 주환도 나중에 할 수 있게 되겠지요."

" 예! 선배님."

 씩씩하게 아환은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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