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4장 우(遇)(1)-(7) (6/18)

[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4장 우(遇) 창작야설  

 제 4장 우(遇)

(1)

 아환은 느린 걸음으로 산을 내려 가고 있었다.

 등에는 나뭇짐을 한짐 한채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지만 오늘은 일찍 내려가야할 일이  있

었다.

 무술수업.

 비록 사흘에 한번 있는 수업이지만 아환에게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환이 이 마을을 선택한 이유중의 하나인 무술도장. 왠만큼 번화한 시가지에는 하나쯤 있

을 그러한 도장이 이러한 외진 곳에 있기는 쉽지 않았다. 마을 규모로 볼때 그리 많많한 무

술 도장은 아니리라 싶었고, 또 실제로 무술도장에서 무술을 익히다 보니 짐작이 틀리지 않

았음을 알 수 있었다.

 무이관(武彛館).

 관주는 풍영철권(風影鐵拳) 상명선. 소림의 속가제자의 계열 중 방계의 외가무예가. 육합권

과 나한권을 기초로 하여 풍도십사식(風跳十四式) 이라는 권격술로 산서성일대에 제법 이름

을 날린 인물. 내공을 뒷받침하는  깊이 있는 심법이 없어 기초  내공외에 권법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한다. 권법의 펼침이 쾌속하여  바람의 그림자를 쫓을 정도라  하여 별호가 '바람 

그림자'가 되었다.

 아무리 외진 고을 이라고 해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가진에 정착한다고 해도 무이관

에 입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자수가 십여명에  불과한 무이관의 제자 구성원이 

그래도 이 고을에선 제법 한다고 하는 집안의 자제이다 보니 외지에서 굴러온 아환에게 있

어서 이 무술도장에 들어가는 것은 그림의 떡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예측이라 한 것일까? 아환의 누나라 하는 여인이 이 고을에서 밤의 

왕으로 군림하는 불량배이고 그 불량배와 형제 지간인 무이관의 관주는 아환의  자연스러운 

부탁으로 무이관주에게 청을 넣었고(물론 여인의 육체가 담보가  되었지만) 그리 힘든 부탁

이 아닌 듯 선선히 입관을 허락하여 사흘에 한번 도장에서 무예를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아환이 알고 있는 여러 무공구결들이 있지만 이는  무리(武理)에 어두운 아환에게 있

어 당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비왕도 그 것을 알고 먼저  명사에게 지도를 받으라 

한 것이다. 아환의 입장에서는 명사가 아니라도 무예의 기초를 이해시켜줄 연결고리가 필요

하였다. 비록 사흘에 한번, 다른 제자는 매일 수련하지만, 무도장에 나가서 육합권과 나한권 

및 체력을 다스리는 법을 직접, 혹은 곁눈질로 수련하여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환의 목표는 강한 무공을 지니는 것이다. 타인에게 꺾이지 않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했

다. 무도의 끝을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절대'라는 말을 듣기전까지 수련을 할 결심을 오래

전 이미 세웠다. 흔히 말하는  내가고수니 외가고수니 하는 말보다는  명실상부한 무예가가 

되고 싶었다. 무공에 미쳐 몰두하거나  끊임없는 무도가의 길을 걷는다는지  하는 이상적인 

사고는 접은지 오래였고..

 아환의 발이 멈추었다. 어느 집앞, 현판에 '무이관'이라 적힌 곳, 무술도장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키고 아환은 무이관으로 들어 갔다.

" 엇!"

" 타합"

" 나한출세"

" 독사출동"

 기합과 무술 초식명이 떠돌아다니는 어느 장내. 열두서너명정도의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름대로 짝을 이루어 대련중인듯 둘씩 짝을 지어 겨루고 있었다.

" 얏. 내 철권을 받아랏!"

" 어림없다. 내 신각은 공일인줄 아느냐?"

" 비겁한 놈! 하초를 노리다니.."

" 생사를 건 결전에 비겁이 어디 있냐?"

 오합지졸.

 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여섯쌍의 대련이 이루어져 있는 장내  하나같이 엉성한 자세와 기파가  없는 손발놀림, 형

(形)을 제대로나 익히지도 않은 채 어설픈 몸짓만이 가득한 도장의 풍경. 무이관이었다.

 묵묵히 그 대련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두 남녀가 있었다. 40대가량의  호목의 사내와 10대 

후반의 발랄하지만 생기있어 보이는 소녀, 상운진이 거기에 있었다.

 따분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 보던 상운진이 짜증난다는 듯 아미를 잔뜩 찌푸리고 눈을 이

리저리 돌리다 이제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환을 보고 눈을 빛낸다.

 막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옆에 있는 사내가 신경쓰이는지,

" 이제 오는가 막내 사제." 제법 절도 있는 음성을 내뱉는다.

" 예. 사저."

" 어서 준비하시게."

" 예. 사저."

 아환이 구석에 가서 주섬주섬 복장을 챙긴다.

" 허식(虛式)"

 뒷 발에 체중을 싣고 앞발을 가볍게 땅에 댄 상태에서 좌수를 비스듬이 앞으로 뻗는다.

" 기마식"

 무릎을 반쯤 접고 허공에 앉은 자세로 양손을 허리춤에 댄다.

 하나하나 형을 밟고 심신을 가다듬는다.

 어느 정도 형으로 몸을 푼다음 천천히 반권(磐拳)을 펼친다.  십(十)자의 권로를 한발 한발 

밟아 나가는 아환의 모습.

 힐끗 눈으로 아환을 보다 눈가에 잔 주름을 짓는 40대의 사내. 미미한 눈웃음이  느껴진다. 

아마 아환의 자세에 만족을 느꼈지 싶다. 힐긋 곁눈질로 그 눈가를 본 상운진, 마치  자신이 

칭찬받는 것 처럼 내심 좋아한다.

" 그래. 그동안 익힌 것은 까먹지 않았구나. 오늘은 나한권의 권로에 대해서 설명해주마. 다

른 녀석들도 다시 한번 보거라"

 간단한 말의 끝맺음. 그리곤 장내에 내려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두다리를 벌린다.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린 사내, 

" 터업" 하는 외침과 함께 한 발을 앞으로 뻗으며 정권을 정면으로 내지른다.

 쿵!

 강렬한 진각!

 첫 정권을 필두로 힘차게 나아가는 기세. 소림 십팔나한권의 변형형태로 일반 무림에 알려

져 있는 나한권의 정통권결이 펼쳐졌다.

" 오늘은 여기까지다."

" 수고하셨습니다. 사부님."

 힘찬 음성으로 합창을 하는 군중의 사내들. 기다리는 시간이 드디어 왔는듯 소리를 지르고

는 후다닥 자리를 떨치고 재빠른 모습으로 도장을 정리한다음 무이관밖으로 뛰어나간다.

" 쯧쯧쯧..저런 자세로 무예를 익히지."

 같잖다는 어투로 말을 내뱉는 상운진,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무이관의 제자라고  하지만 

변변찮은 자가 없음이 늘 상운진에게는 불만족스러웠다.  더군다나 그러한 자들에게 무예를 

가르친다고 시간을 버리는 아버지도 안타까웠다.

 사내, 상명선은 장내가 정리되는 것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대전내로 들어갔다.

" 쳇!"

" 사저. 저도 이만.."

 인사를 하며 물러가려는 아환, 그 아환의 손을 상운진은 얼른 손을 뻗어 움켜쥔다.

" 벌써 가려고?"

" 예. 저녁 준비를 해야 겠기에.."

" 그래?"

 아쉬운 듯 손을 놓지 못하는 상운진. 그러나 아환의 한마디에 손을 얼른 놓는다.

" 빨리 준비를 끝내고 오늘 밤엔 토끼 덫을 보러 가야겠습니다."

 반짝! 빛나는 상운진의 동공.

" 그래? 어서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지. 무술 복습하는 것 잊지 말고.."

 아환이 문을 나서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 온다. 일상의 흐름..

 아마 집에는 그 패거리들이 와 있겠지. 그 여자와 발가벗고 뒹굴고 있겠지. 나는 또 분노해

야 하고..

 아니 분노하는 척 해야 하고..

--------------------------------------------------------------------------

--------

(2)

 어둠이 완전히 내려 앉은 한 밤중, 아환은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에도 익숙한 듯 아환의 행보에는 망설거림이나 조심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두 발을 

바삐 놀려 부지런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올라가던 아환,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숲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일다경정도 울창한 나무를 헤치고 길 아닌 길을 갔을까?

 아환은 나무들 틈으로 몸을 끼워 넣어 들어갔다. 그러자  나무들 사이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이 보였다. 자연의 조화로 이루어진, 그렇지만 얼마간의 사람이 다녀간 듯 약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굴의 형태를 갖춘 공간이 보였다.

 아환은 몸을 숙여 그 구멍속으로 기기 시작하였다.

 꾸불꾸불한 길을 기어가는 아환. 바닥은 이미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 밴질밴질한 나뭇판이 

깔려 있었다. 약간의 시간을 더 기어가자 거의 직각에 가깝게 꺾인 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선 은근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밖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기이한 구조의 

동굴이었다

 아환이 이 마을에 정착한 후 생업으로 나뭇짐을 택하였고 또 은근한 장소의 필요성을 느껴

서 나무를 할때 틈틈히 찾아 발견한 곳이었다. 처음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궁하면 통

한다고 몇달간의 노력으로 찾아낸 은밀한 공간이었다.

' 와 있군.'

 아환이 직각으로 꺾인 길을 돌자 환한 빛과 함께 넓찍한 공간이 보였다.

 적지 않은 크기. 인위적인 다듬음이 있었는지 큰침상이 눈에 띄고 옆에 협탁도 있다.  그리

고 돌로 만든 의자가 두개 놓여 있었다.

 협탁위에는 호롱불이 켜져 있고 술병하나와 몇가지 안주를 담아 놓은 접시가 눈에 띈다.

 사람은 없는 듯 인기척이 없다. 훈훈한  온기가 남아 있는 안주로 보아  이 안주를 준비한 

이가 이 근처에 있으리라.

" 이리 나와."

"..."

 반응이 없다.

" 당장 안 나올래?" 강압적인 어투.

" 여기 있어요."

 조그마한 음성과 함께 하얀 물체가 울퉁불퉁한 벽틈에서 삐져 나온다.

 딸랑!

 익숙한 방울소리.

 아환이 시선을 방울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돌린다.

 눈길이 멈춘 곳. 한 소녀가 서 있다.

 발가벗은 나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소녀, 상운진.

 자신의 치부를 가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손을 늘어뜨린채 벽근처에 서있다.

 고개는 약간 숙인듯 머릿결이 앞으로 약간 흘러 내려져 있고 반듯한 이마 밑에 있는  커다

란 두눈은 반쯤 내려 감켜 있다. 떨리는 숨을 내뱉는  입술은 조금 벌려져 있고 목덜미부터

의 여인의 전신이 아환의 두 눈에 담겨진다.

 가슴에 매달린 유실위의 방울이 여인의 몸에서 나오는 잔떨림과 결을 같이 하여 미세한 떨

림을 보였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裸身).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리라. 하지만 상운진에게는 이미 익숙한 모습인듯 어색함이 없었

다.

" 이리 와." 명령!

" 예"

 딸랑 딸랑..

 손을 뻗어 다가온 상운진의 가슴을 한손에 움켜 쥔다.

 아픈 듯, 쾌감이 이는 듯 묘하게 아미를 찡그리는 상운진.

 아환은 젖가슴을 움켜쥔 채로 발을 탁자로 향한다.

 아미를 찡그린 채로 젖가슴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소녀의 나체.

 자리에 앉은 아환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얼른 상운진은 술병을 두 손으로 들어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륵.

 입으로 술을 가져가는 아환.

 다시 술잔을 내밀고..다시 채우고..마시고..

 여섯 잔 정도를 그렇게 마시더니 아환은 불쑥 상운진에게 한마디 던진다.

" 나한권을 펼춰봐."

 술따르는 손이 멈칫 하더니 손에 든 술병을 협탁위로 내려 놓는다.

" 예."

 탁자에서 몸을 옮겨 좀 거리를 두더니,

" 헛!"

 약하게 외침을 하며 발을 내뻗고 정권을 내지르는 상운진.

 낮에 사내가 보여주었던 권로를 펼친다. 

 발가벗은 몸으로 펼치는 나한권..

 하얀 나신이 호롱불빛에 어울려 춤을 춘다.

 권법을 펼치는 상운진이지만 지금 권결에서는 기세나 권력보다는 요기와 음란함이  배어났

다. 아직 작지만 봉긋한 젖가슴과 방초가 덮기 시작한 비처를 때로는 벌리고 때로는 이그러

뜨리고, 숨기고 다시 활짝 드러내는 상운진..

 딸랑..딸랑! 

 젖가슴의 유실에 매달린 방울 소리와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 그만."

 상운진은 펼치던 권로의 자세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옆차기를 하려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

 비부가 옆으로 벌려져 아직 농익지 않은 소녀의 비처가 아환의 눈 앞에 적나라하게 들어온

다.

 붉은 속살이 어느 덧 땀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모를 물기가 방울져 질퍽한  회음의 

기경을 보이고..

 아환은 몸을 일으켜 상운진에게 다가갔다.

 손을 내밀어 상운진의 음부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권로를 밟던 자세 그대로 정지

해 있던 상운진, 아환의 손길이 싫지 않은 듯 살며시 눈을  내리 감고 그 손길에 몸을 맡겼

다. 

 쓰다듬듯 방초를 만지던 아환, 손가락을 움직여 여인의 비처속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는다.

' 이 년을 길들인게 벌써 일년이 되어 가는가?'

 아환이 마을에 들어 와서 처음 적응을 하였을 무렵 또래의 아이들 몇몇이 아환에게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또래의 아이가 들어와서인지 몇몇은 친근하게 몇몇은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

다. 아환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친근한 세력이 필요하였다. 비록 그것이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아환은 마을에 들어와서 과묵하고  진중한 사내답게 처신을 하였다.  여자들에게는 눈길을 

전혀 돌리지 않고 묵묵히 성실하게 일만 하였고 이 모습은 한창 사춘기의 소녀들에게 나름

대로의 자극으로 다가갔다. 

 그러한 자극을 받은 소녀 중의 하나인 상운진. 

 아환은 상운진이 무척이나 필요한 존재였다. 무술사범의  영애! 제법 반반한 미모는 별 고

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금 아환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기에..

 한동안 눈길도 주지 않아 상운진의  속을 태우던 아환.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계기를 

만들고 상운진의 마음을 앗아갔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

 상운진의 나이가 아환보다 두살이 위였지만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굳건해 보이는 아환의 모

습에 상운진은 한없이 빠져들었다. 아환이 오랜  시간을 떠돌아다니면서 듣고 겪은 선험(先

驗)적인 지식도 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었다.

 처음 아환이 상운진의 몸을 가졌을때에 아환은 과묵하지만 충분한 사랑의 몸짓을 보여주었

고 상운진은 그것이 사랑의 표현임에 감격하여 아환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자신이 표

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의 표현을 아환에게 하였고 아환 역시 그런 듯 행동하였다.

 충분하게 자신에게 상운진이 빠져 들었다 판단한 아환은  조금씩 요구를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구강성교를 시켰을때 망설이는 상운진이었지만 아환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이기에  아

환이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처음 정액을 입에 담고 삼켰을때 구토가 일어 뱉어낸 후 아환이 차가운 모습을 보이자  안

절부절 못하였었고, 아환이 색다른 것을 즐겨보자고 하였을때 자신의 항문마저 아환에게 허

락하였다. 

 생살을 찢고 들어오는 아환의 양물..사랑이라 생각하였기에 그 심한 고통을 인내하며  상운

진은 아환을 받아들였다.

 점점 아환이 집요함을 보이고 이미 아환에게 벗어나기엔 아환에게 너무나 길들여진 상운진

은 더더욱 아환에게 빠져들 뿐이었다.

 아환이 사랑의 징표를 요구하여 음모를 다 깎아서 한동안 따끔거려도 자신의 유두를 뚫고 

고리를 달아 방울을 매달을 때도 상운진은 길들여진 몸이라 그 고통을 오히려 쾌감으로 받

아들이고 있었다.

 아환이 손가락을 하나 둘 셋 질 속으로 밀어 넣었다.

 무리없이 셋까지는 들어 갔다. 하나를 더  넣어 볼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아환.  상운진이 

눈을 꼭 감는다. 네개째의 손가락이 여체의 비부속으로 사라졌다.

 심하게 찡그려지는 상운진의 봉목..

 아환은 하나를 더 넣어볼려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손을 뺀다.

 그리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상운진이 아환의 뒤를 따라와 아환의 의자 앞에 무릅을 꿇고 앉았다.

 교수를 내밀어 아환의 허리춤을 끌르는 상운진..

 성난 아환의 하물이 드러나고 그 하물을 입으로 가져갔다.

 정성스레 입술을 돌려 아환을 애무하는 상운진의 발가벗은 모습이 호롱불빛에 그을려 고혹

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 후

 아환의 토정을 입에 머금은 상운진,  꿀꺽 하는 목젖의 움직임과  더불어 삼키고는 아환의 

하반신에 자신의 몸을 싣는다.

 이미 충분히 습기가 배어나온 듯 아환의 양물이 상운진의 비부로 들어가기엔 전혀 무리가 

있지 않았다. 조이는 듯 아환의 양물을 머금으며 뿌리끝까지  삼켜버리는 상운진은 아랫 입

술..

 곧이어 상운진은 아환의 하초위에서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사작하였다.

 푸 욱..푹..

 딸랑..딸랑..

 질척거리는 기성..

 쾌감이 오르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양손을 아환의 목덜미 뒤로 하여 교차시키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상운진, 가슴의 융기가 상운진의  율동에 엇박자로 보조를 

맞추고 유실에 달려있는 방울 소리가 공간을 채워나갔다.

 아환은 손을 뻗어 양손으로 상운진의 탐스러운 둔부를  움켜쥔다. 그리고 상운진의 몸놀림

에 보조를 맞추어 몸동작을 시작하였다. 반쯤 벌어진 상운진의 입가에는 타액이 흘러내리고 

상운진은 몰려드는 쾌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푸 웃.. 펏..

 딸랑..딸랑..

 이윽고 전신의 떨림..

 그리고 정적..

 아환과 상운진 둘다 동작을 멈추었다. 상운진의 머리는 아환의 한쪽 어깨에 기댄채로 방금

의 교접이 가져온 쾌감의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가쁜 단숨이 상운진의 입술사이를 삐져 나

와서 아환의 귓가를 간지럽히고 아환 역시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여체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

다.

 툭툭..

 아환이 상운진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들기자 상운진은 자리에 일어섰다.  일어선 상운진의 

다리 사이, 허여멀건한 액체가 다리틈에서 빠져 나와 상운진의 다리를 타고 흘러 내렸다. 흘

러내리는 액체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상운진은 아환의 앞에 다시 무릅을 꿇고 앉아  아

환의 양물을 다시금 입에 물고 뒷처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딸랑..딸랑..

 뒷처리가 끝난 듯 상운진은 몸을 일으켜 협탁옆에 놓여 있는 다른 의자에 매끄러운 둔부를 

살짝 얹었다. 찬 기운이 맨 살에서 올라와 상운진의 정신에 가벼운 긴장감을 주었다.

" 환랑.."

"..."

" 환랑..?"

 대답이 없자 끝이 살짝 올라가는 상운진의 음성. 조심스러움이 보였다.

" 요즈음 생각이 많으신가봐요?" 다소곳한 음성.

" 제가 알면 안될까요?"

" 네가 알아야 할 일이 아니야."

 냉정히 끊는 아환의 음성에 상운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손만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 이만 내려가자."

" 벌써요?"

" 뭐?"

" 아니요. 내려 가야죠."

 아환의 심기를 건들일세라 잔뜩 긴장하는 상운진이었다.

 주섬주섬 장내의 정리가 끝났다.

" 먼저 내려가."

"..... 예."

 어느 덧 옷을 챙겨 입은 상운진, 아환의 말이 야속하였지만 공손히 대답하고 발을 돌려 동

굴 밖을 나섰다.

 손을 뻗쳐 술병을 잡는 아환, 잔을 채우고 들이킨다.

' 이제 시작인가? 이제 계획을 세워야겠지.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룰..'

 한달 전의 우연한 만남으로 알게된 어느 인물..

 이제 나를 완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 사람..

[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4장 우(遇) (3) 창작야설  

(3)

 아환이 그 사람을 만난 건 한달 쯤 전 어느 날이었다.

 아환은 평소와 같이 나무를 한짐 한 후 산을 내려와 고을로 들어서서 미리 약정된 한 객점

에 나무를 팔려고 하였다. 지게로  한 가득이었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기색으로 등짐을 멘 

상태에서 객잔 후분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내려 놓고 나뭇값을 받으려고 후문을 나와 객점의 

정문으로 발길을 향하던 중이었다.

 막 정문을 들어설려고 하는 중 마침 정문에서 나오는 어떤 한 사람을 보았다.

20 대후반? 30대 초반? 그 쯤 되었으리라.

 아환의 기억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광경에서 보았던 인물, 한 여인이 문에 있는 주

렴을 헤치고 문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고귀한 기품이 흘러 범인은 범접지 못할 느낌이 드는 

청의의 비단 궁장의를 입은 화려한 복색을 한 여인, 삼단의  머릿결을 쪽지어 뒤로 틀어 올

리고 하얗고 반듯한 이마에 가늘고 선명한 아미에 호수같이 깊고 그윽한 봉목, 오똑한 콧날

에 붉은 입술..희디 흰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면 푸른 비단에 감싸있는 젖가슴이 가히 여인의 

몸매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절세미색이라 할 수 있는 여인! 검후(劍后)였다.

 검후!

 한자루 검으로 사해를 평정한 오십여년전의 절대고수!

 아환의 뇌리속에 각인되어 있는 진청청의 능욕의 현장에 출현한 여걸. 무림 칠왕의 으뜸이

며 아환 스스로가 사부라 섬긴 비왕을 죽음으로 이르게한 검의 극(極)을 이룬 여종사.

 바로 검후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검후를 만났던 현장 자체가 아환에게 있어서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이었기에 그 당시에 새겨

진 검후의 모습은 결단코 지워질 수 없었다. 비록 그 당시의 무인의 모습이 아닌 화려한 궁

장을 입고 조금 더 젊어진 듯한 자태를 하고 있다 할지라도..

 아환은 그 자리에서 멈추어 움직일 줄 몰랐다. 검후의  모습을 봤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

고 그 날의 광경이 다시금 되살아나 아환의 머릿속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문을 

들어설려는 그 자세로 한참을 아환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었다. 이미 검후의 모습이 시

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아환은 그 자세를 풀지 않았다. 마치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

은 채 검후의 잔영이 남아  있는 고을의 관도를 뚫어지게 노려볼  뿐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점소이가 객잔 밖으로 나와서 아환의 상념을 깨우기 전까지는..

 아환은 점소이가 자신을 흔들기 전까지 기억의 혼재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점소이가 아환

을 흔들어 그의 정신을 돌아오게 한 후에야 제 정신을 차리고 객점안으로 들어가 회계대에 

앉아 있는 주인을 만나 땔감에 대한 품을 받아 나왔다. 

 나오는 길에 아까의 점소이를 찾아 갔다.

" 아칠형. 요즘 어떠세요?"

 아환이 자신에게 말을 건넨것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점소이, 아칠은 아환을 쳐다 보았다. 평

소에 항상 과묵하고 말수가 없어 말을 붙여도 간결한 대답만 하던 아환이었다. 그러한 아환

이 자신에게 말을 먼저 걸다니..

" 그럭저럭..그래 누나도 잘 계시지?"

" 예.."그리곤 복잡한 표정..

 짐작한 듯이 아환의 어깨를 툭툭치는 아칠,

" 휴..어쩔 수 없지 않니?"

" 예.."

"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이야? 네가 내게 말을 다 걸고?"

" 아! 다름이 아니고 아까 객잔을 나선 여인.."

" 그 무서운 여자?"

 아환의 말이 맺기전 무섭게 튀어 나오는 아칠의 말.

" 아환 너 그 여자에게 관심이 있니?"

" 아니요..단지.."

" 야! 그 여자는 포기해라. 그 여자 정말 무서운 여자야. 무림의 여자라고."

"..."

" 그 여자가 이 마을에 처음 모습을 보인게 한 반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아환의 대꾸도 없는데 술술 말이 흘러 나온다.

" 처음에 그 여자가 상가진에 나타났을때 마을 사람들은  다 깜짝 놀랐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왔나 싶더라니깐. 하얀 백의를 입고 나타난 그 여인의 미색에 마을 사람들, 특히 남정네

들은 다 넋을 잃고 바라 보고 여편네들도 질투와 부러움으로 그 여인을 쳐다보기만 하였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웠던지..그 여자는 항산에서 내려온 듯 해서 항산선녀라고 마을 사람

들은 부르지."

 점소이의 눈이 검후의 미색을 그리는 듯 몽롱해진다.

" 그 여자는 마을에 내려와서 포목점에 들려서 수를 놓을 재료와 몇가지 옷가지, 그리고 장

신구들을 사가지고 우리 객잔에 와서 차를 한잔 시켰지. 그 주문을 받은게 나였어. 그  아름

다운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영롱한 음성이란..정말 으휴~"

 더이상 자신이 쓸수 있는 미사여구가 없는게 한인지 한숨을 내쉬었다.

" 너 그 여자에게 관심이 있지. 이 쪼그만게.."

 웃으며 아환을 흘기던 아칠이란 점소이, 계속 말을 잇는다.

" 포기해라. 포기해. 그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넌  모를꺼야. 너 상명군알지? 그 상명군이 

그 여자의 미모를 보고 달려 들었다가 아주 혼쭐이 났어.  우린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가

까이 갔는가 싶더니 한 십장정도 날라가더라. 그 항산선녀가 손으로 가볍게 밀었는데 그 힘

센 상명군이 십장이나 날아가다니..으휴..그 후에도 두어번 찝쩍대더니 지금은 아예 그  선녀

가 오는 날이면 문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더라."

 상명군이라면 지금 아환의 누나라고 알고 있는 여자와 아환의 집에서 한참 뒹굴고 있을 각

다귀를 말함이었다. 무이관주인 상명선의 사촌동생으로 몇가지  무공을 익혔다고 마을 사람

들을 괴롭히는 불량배 노릇을 하고  있는 자였다. 사촌형인 상명선이 별  관여를 하지 않아 

마치 이 상가진이 자신의 세상인양 활보하고 다니는 그저 그런 삼류인간이었다.

 처음에 그 여자라고 하였다가 끝에가서는 선녀라고 창하는 것을 보면 검후에 대한 경외심

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말을 하는 도중 도중에 멍해지는 눈빛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온

갖 수식어를 검후를 표현하는데 쓰는 것을 보니..

 아환은 아칠로부터 검후가 이 마을에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또 이 근처에 은거를 하고 있음

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보통 언제 쯤 와요?"

" 관심 끊으래두. 매월 초닷새에 꼬박꼬박 나타나더라. 내가 그 선녀가 나타날때마다 기록을 

꼼꼼히 해 놓았거든.."

 진정 관심을 끊을 사람은 따로 있을지도..

 잠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아환,

" 고마워요. 아칠형. 다음에 제가 술한잔 살께요."

" 뭘..그리고 너 관심 끊어라."

 뒤를 돌아가는 아환의 뒤에 아칠이 소리쳤다.

 객점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환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검후..검후라..검후가 이 근처에, 이 항산에 은거하고 있다..바로 이 항산에..'

' 그리고 수를 놓는 재료? 장신구? 화려한 비단 궁장이라..'

 아환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검후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  처음 구문현 근처의 야산에서 

보았을때, 오륙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 당시 검후의 모습은 전형적인 무사의 형태였다.  질

끈 묶은 머리에 단정한 마의의  차림새, 거기다가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어쩌면 중성의 느낌에 가까운 그런 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거기다가 스쳐지나갔지만 분향이 옅게 풍겨나오는 화장이라..

 무언가 어긋나는 듯한 상관관계.

 아환이 그 대답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집에 다 와서 마당에 들어와 자신의 누나라 불리

우는 여자와 사내의 신음소리를 듣고서였다.

' 현녀심결!'

' 검후는 현녀심(玄女心)을 익혔구나.'

 비왕이 고의로 분실한 현녀심결을 검후는 익혔구나! 내심 부르짖는 아환이었다.

 현녀심결!

 현녀란 중국 고대 한 나라의 황제에게 정력과 방중술을 강의한 소녀(素女), 채녀(采女), 현

녀(玄女)란 세 선녀의 고사에서 나온 인물로서 여성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묘용을 준다. 산만

해지기 쉽거나 심마를 없애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에 따라 여성스러움이 나

타나기도 하는 심결로서 일반 무림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외술(外術)계 심결이다.

 무공외엔 다른 지식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검후에게 있어 비왕이 떨어뜨린 심결을 그녀는 

무심결에 익힌 것이 틀림없었다.

' 현녀심결이라..현녀심결이라..그리고 황제의(皇帝意)..'

 내심 깊은 생각을 하는 아환.

' 사부님의 말씀을 알겠구나.'

 아환은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는 한창 열락의 괴성이 흘러나오는 방문을 무심한 시선

으로 쳐다 보곤 부엌으로 향했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4장 우(遇) -4 창작야설  

(4)

 곧게 뻗은 곤(棍)! 

 향하는 방향은 정면에서 30도 가량 윗쪽으로 들려져 있는 상태에서 정지되어 있었다.

 그 상태로 일다경 이상의 시간이 흘러도 끝의 흔들림이 조금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  곤의 

주인은 대단한 정력을 보이는 듯 싶었다.

 곤의 끝이 향하는 곳,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이 팔을 두르면 둘레를 다  감싸 

않을까? 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잡목으로 보였다. 곤에서 불과  한자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나무의 표면이 있었다.

" 탓!" 기합소리!

 곤이 갑자기 쭉 뻗어졌다.

 스읏.

 곤이 나뭇결을 파고 들어갔다. 기이한 소성이 흐르면서 곤은 순식간에 그 끝을 나무속으로 

감추었다. 나무에 뾰족한 물체를 집어넣을 때보다도 작은 소음이 발생되면서 나뭇결을 파고

드는 곤. 재질이 쇠붙이로 보이지는 않은 그저 평범한 나뭇가지를 다듬어 곧게 만든 일장가

량의 목곤(木棍).

 아환은 굳건히 곤을 움켜잡은채로 나뭇속으로  들어간 곤을 무심히 바라보다 천천히  곤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불끈 솟은 팔의 힘줄. 이마에 송글송글 맺은 땀방울..꽉진 손아귀에 잡힌 곤의 손잡이(특별

히 손잡이라 할 부분도 없지만)쪽은 악력으로 인하여 약간 패였다.

 지금 아환은 순수 외공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듯 보였다. 외가무공을 펼친 것이었다. 외가무

공이라 하여 단순한 근육의 힘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외가계열의 무공이라할지라도 

호흡이나 전나(轉邏), 힘의 집중등을 필요로 한다. 아환은 내기의  순환을 통한 기의 발산을 

자제하고 외가의 힘을 바탕으로한 무공을 펼치는 중이었다.

 아환이 내가계열의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환이 어렸을때부터 익혀오던 화

타오금세나 비왕으로부터 전수받은 각종 무결 그리고 무이관에서 알게된 나한공등의 운기요

결이 아환에게는 있었다. 아환은 그 중 순수한 원론계열의 화타오금세와 무상심결을 익히고 

있던 중이었다.

 그 중 무상심결은 이제 이성가량 성취를 보였고 기타 다른 무공 건곤형이나 태극신보 역시 

비슷한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환은 내가계열의 무공에만 전념을 하지 

않고 외가계열의 무공을 병행하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외가계열의 무공이 한계가 있다하

지만 아환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비왕이 심어준 기억에서도 나타났다.

' 아환, 너는 외가와 내가의 무공을 같이 익혀라. 일통이 만통이라 하지만 극에 이르기 전까

기 네가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다보면 독단에 치우칠 수 있고,  네 무공 수련에 한계가 이를 

수 있다. 남들이 외가계열의 무공을 천시 한다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외가가 처음에 효과

를 거두기 쉬어 삼류무사들이나 익히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외가계열로 독보를 이룬 고수들

도 있었다. 네게 전해준 건곤형의 창시자가 그러하다. 건곤형은 삼백여년전의  건곤무적이라

는 절세기인이 창시한 무공이다. 그는 무림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섯문파, 소림, 무당, 

아미, 그리고 마교와 천궁이라는 신비 문파를 굴복시킨 고인이셨다. 그 분의 평생  다섯번의 

비무행이 그 다섯문파의 수장과 겨룸이었고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그 분은 내가계열의 심

법을 얻지 못하였고 평생 외가의 수련에만 전력을 다하셨다.  그리하여 일반인이 알고 있는 

범인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일가를 성취하였고, 이는 당시 다섯 문파의 굴복을  이끌어내셨다. 

그 분이 세속의 명예를 별로 원하지 않아 알려져 있지 않은 비사이지만 다섯문파에서는 아

직까지 그 분의 무위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 건곤형은 미처 익히지 못하고 단순히 구결로서  네게 알려줄 뿐이다. 나에게는 상

승 무공을 가르쳐줄 사부가 존재하지 않았었다. 나는 이 무결을 얻었을때 이미 강호에서 비

왕이라는 칭호를 받았었다. 나름대로의 일가에 근접한 깨달음을 얻었었지. 하지만 나의 무리

와는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고 또 이제 새로운 무공을 익히기 보다는 그 당시 내가  가

진 무공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여 건곤형을 익히지 않았었다. 분명 내가 

구결을 살펴보아도 건곤형은 절대에 근접한 무공이나 나의 결정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

는다. 

 아환, 네게 가르쳐준 무결은 내가 익히지 못한 무공뿐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최

고라 생각되는 무예들이다. 이 무공을 성취하기 위해선 네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명사이다. 

나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나보다 뛰어난 명사를 네가 얻어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 네가 사

부를 여러명 섬긴다하여 내게 죄의식을 가질 것은 없다. 네가 원하는 대로 살거라.'

 비왕의 당부가 머릿속에서 되살아 난다.

 아환은 천천히 곤을 마무리 하여 옆 자리에 놓아  둔다. 그리곤 평소와 다름없이 화타오금

세와 태극신보를 밟아 수련의 정리를 한다.

 반복되는 일상..

 아환이 산을 내려와 무이관에서 평소와 같이 몇가지의 수련을 하던 중,

 상명선이 조용히 무이관의 뒷뜰로 아환을 불렀다. 이미  아환과 상운진이 서로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는 참이었고 아환의 과묵함과 성품이 상명선 내심으로는 흡족한 상태여서  언젠가

는 둘을 짝지워줄려고 하였다.

" 아환. 풍도십사식을 펼추어 보아라."

 다른 제자에게는 아직 전수하지 않은 상명선의 비기라 할  수 있는 절기. 어느새 아환에게

는 전수를 하였다. 이는 상명선이 아환을 어찌 생각하는 가 짐작할수 있었다.

" 예"

 아환이 뜰 가운데에 섰다. 기마세, 곧이어  천천히 우권을 크게 휘감아 허리춤으로  이동한

다.

" 엽!"

 정권이 정면으로 쾌속하게 쭉 뻗는다.

" 풍영섬!"

 정권이 뻗은 상태에서 휘감은 듯 다시 몇번을 순식간에 내질렀다.

" 풍도하!"

 두다리를 교차하여 옆으로 움직이며 좌 우  권이 번갈아 원을 그리며 아환의 주위를  맴돈

다.

" 풍사영!"

 온갖 주먹의 그림자, 권영이 아환의 전신에 번득인다.

" 풍진곤, 풍격화, 풍영각, 풍...."

 아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초식명, 그와 더불어 아환의  전신은 물결치듯 무로를 따라 권

세를 뻗치고 두 발은 풍도십사식에 상응하는 풍영보를 펼친다.

 자욱하게 권영(拳影)이 뒤뜰에 난무하고  아환의 신형이 동서남북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기를 몇차례 아환의 진각이 뒤뜰을 온통 흔들고 있었다.

" 풍도만천"

 눈의 착각이 이는 듯 아환의 전신에서 수많은 손그림자가  주먹을 쥐고 사방을 격(擊)하였

다. 하나하나 주먹의 환영이 기파가 울리면서 전 방위를 감싸 않았다.

 아환은 풍도십사식을 다 펼치고 천천히 기마세를 갖춘다음 호흡을 가다듬었다.

" 음. 오성가량의 성취가 보이는 구나."

" 미천한 제자의 기량이  부족함이 송구스럽습니다. 사부님의  지도에 미흡함이 죄스럽습니

다."

" 아니야, 아니야!  이미.."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상명선. 무슨 말을 할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 이만 가 보거라."

" 예. 사부님."

 예를 올리고 아환은 상명선의 면전에서 물러섰다.

 아환의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던 상명선.

" 내가 죄를 짓는구나. 큰 그릇을 이런 삼류무예에 머물게 하다니.."

 상명선의 예측과는 달리 이미 아환은 풍도십사식을 구성가까이 성취한 상태였다. 거기다가 

권로를 익히면서 건곤형의 무결을 연구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태극신보의 무로 역시 상당부

분 이해되고 있었다.

 아환이 무이관을 빠져나가기 직전 아환을 잡는 손길이 있었다. 아환이 고개를 돌리자,

" 저 오늘 끝나셨어요?"

 조심스레 묻는 상운진이 눈에 보인다. 곱게 단장한 분홍빛 금의(錦衣)를 차려 입고 연분으

로 고운 얼굴을 단장하고 입술을 붉게  물들인 소녀..상운진이 양 볼에 희미한 홍조를  띄고 

아환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 사저, 무슨 일이신지..?"

 공손히 존대하는 아환, 이에 상운진은 안절부절 못한다.

" 환랑..전.."

" 사저, 급한 용무가 아니시면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환랑..저.."

" 그럼 안녕히."

" 제발 잠깐만.."

 아환의 무정함에 상운진은 속이 바싹 타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아환을 좋게 보는 

친구들이 많아 내심 불안한 상운진, 금새 두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 제발요. 환가가. 오늘 밤 시간을.."

 사흘 정도 아환과 밀회를 하지 못하여 잔뜩 속이 상해있는 상운진의 눈가에서 눈물이 급기

야 주르르 흘렀다.

" 사저. 내일 저 나무하러 중인봉으로 올라갑니다."

" 예." 금새 표정이 밝아지는 상운진, 무슨 뜻인지 알아 들었는지 얼굴이 환해진다.

"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 예."

 아환은 무이관을 나와서 집으로 향하였다.

 덤덤히 걸어가는 듯 보이지만 지금 아환의 머리안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이제 무이관의 연은 정리할때가 되었군. 검후라..검후라..'

 어느 덧 집앞에 도착한 아환, 집안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성이 발을 멈추었다.

 다시 발을 집안으로 하고..

 마당 밖에 평소처럼 나와있는 불량배들 패거리가 없었다. 아환의 방 앞의 신발이 놓여있는 

것을 보곤 쓴 웃음을 지었다.

' 이것들이..'

 방 앞의 신발의 갯수는 평소처럼 아환의 누나라 하는 여자와 각다귀 한명의 신발 둘이  아

니었다. 다섯의 신발이 방밖에 나와 있었다. 방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자 과연 안에서 흘러나

오는 음성이 여러명임을 알 수 있었다.

" 으흠"

" 아하!"

" 자! 이 년아 좀 더 세게 빨아봐!"

" 이년의 항문도 죽이는데.."

" 벌써 몇년째인데도 이년의 거시기는 변함이 없이 잘 조여대는군."

 음탕한 신음성과 사내들의 중얼거림..아마 혼음을 즐기고 있는 중인 듯 싶다.

 방안, 

 한 명의 여자와 네 명의 사내가 침상에서 뒹굴고 있었다.

 아환의 누나라는 여자가 입에는 불량배의  우두머리인 상명군의 육봉을 입에 가득  머금은 

채로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고 있었고, 한명의 사내는 여자의  밑에서 여인의 비부를 하물로 

메운 채로 여인의 육봉을 주물르며 쾌락을 즐기고 있었고, 또 하나의 사내는 여인의 항문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사내는 옆에서 이 광경을 보며 자신의 남근을 흔

들면서 자위를 하고 있었다.

 뒤에서 여인의 항문을 박아대는 사내의 움직임에 여인이 반응을 하여 진동을 하고 이는 밑

의 사내에게 전달되어 이중삽입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여인은 별다른 고통이 없고 다만 쾌락만을  느끼는 듯 찡그려져 있는 아미와 감겨져  있는 

두 눈에서 짙은 열기가 느껴졌다.

 여인의 혀가 상명군의 양물을 정성스레 휘감다 싶더니 혀를 이동하여 하초 밑부분을 자극

하고 그러다가 남자의 항문근처까지 혀를 가져가선 항문주위를 살살 혀로 자극하였다. 혀로 

그 주변을 뱅뱅 맴돌다 싶더니 혓바닥으로 한번 살짝 항문 전체를 감싸고 그러하다 혀를 뾰

족하게 세워 상명선의 변이 나오는 구멍을 찔러 본다.

" 흡" 헛바람이 상명선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하얗게 눈이 뒤집히는 것으로 보아 가히 지금의 쾌감의 정도를 알 수 있으리라.

 입의 놀림과는 별도로 여인의 비부는  수축운동을 맹렬히 하고 있었다.  이 운동은 연결된 

항문의 괄약근과 연계하여 두 체내에 들어온 양물의 진퇴운동을 방해할 둣 조이고 있었다.

" 억!"

" 으앗!"

 더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 사내의 입에서 고조에 오른 음성이 새어나오고 절정을 향해 치달

려가는 사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는 것이 더 흥분되는 듯 주변에서 자위를 하던 사내가 분출을 시작하였다.

 솟구쳐 오르는 하얀 점액질..

 그 희끄무레한 액체 방울이 여인의 얼굴을  장식하자 다른 사내들도 이제 참을 수  없다는 

듯 사정을 시작하였다.

" 헛!"

" 윽"

 진저리..그리고 여인의 체내에 쏟아지는 정액들..

 꿀꺽 꿀꺽 무언가를 삼키는 듯한 소리가 여인에게 흘러 나오고 남자들은 그러한 여인의 음

란한 자태가 더욱 자극되었고 마지막 한방울의 체액을 더 짜낼려는 지 여인의 앞, 밑,  위에

서 용을 쓰고 있었다.

 기진맥진하였는지 교미의 자세에서 정지되어 있는 군상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상명선이 상체를 일으킨다.

" 이제 그만 저녁이라 먹으러 가자."

" 예. 대가."

 부섬부섬 일어나는 사내들, 널부러져 있는 여인은 잘게 진동을 하며 침상위에 쓰러져 있다. 

" 어이! 오늘도 괜찮았어"

 발로 여인의 몸을 툭툭 건드리던 사내들, 뭐가 좋은지 지들끼리 킥킥대며 웃는다.

 사내들이 옷을 챙기고 방문을 나서자 마당에 서 있는 아환의 모습이 보인다.

" 어이. 처남! 왔는가? 자형들 가시는데 인사해야지."

 한 사내가 나서며 이죽거린다.

 부르르 아환이 분노에 못이기는 듯 전신을 떤다. 두 눈에 노기를 잔뜩 담아서 사내들을 노

려보고 있었다. 두 주먹은 힘껏 움켜진 상태로 입은 앙다물고 마치 눈빛으로 사내들을 죽일 

듯이 사내들의 행위를 쏘아보고 있었다.

" 이 자식이!"

 퍼-억!

" 윽"

 아까 이죽거린 사내가 발을 올려 아환의 배를 걷어차자 아환이 뒤로 벌렁 자빠졌다.

" 이게 그냥!"

" 자자, 그만 둬라. 저녁이라 먹으러 가자."

" 예. 대가."

 퉤! 퉤!

 같잖은 듯 아환에게 몇몇이 침을 뱉고 집밖으로 향하였다.

 쓰러진 상태에서 배를 움켜잡고 얼굴과 몸에 뱉어진 침을 손으로 닦아내는 아환.

' 큿, 이제 계획은 다 되어가는가?'

 지금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닐진데 의미모를 속삭임.  엄청난 분노에 몸을 떨지 않

고 담담한 내면의 독백이 흘렀다.

 아환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4장 우(遇) (5) 창작야설  

(5)

" 후욱.훅"

 거친 숨결이 사내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다.

 자그마한 야산의 중턱,

 아환은 기계적인 허리의 진퇴운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환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양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다시금 희디흰 여인의 둔부 속으

로 그 모습을 감추곤 했다.

 그의 앞에서 나무를 붙잡고 아환에게 호응하는 여인은 성숙한 육체와는 달리 앳된 느낌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운진 이었다. 후배위의  자세에서 아환을 받아들이기에 여념이 

없는 소녀는 한껏 달뜬 상기된 얼굴, 단숨이 배어나오는 붉은  입술이 약간 벌어진 상태 그

리고 송송히 맺힌 땀방울이 그녀의 흥분도를 어느 정도나마 말해주고 있었다.

" 아흑, 아.."

 아환의 하반신이 맹렬히 상운진의 둔부에 부딪힐때마다 상운진의 작은 입에선 여지없이 신

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살짝 찡그려진 아미의 춤추는 듯한  움직임..때로는 큰 곡선을 그리다

가 또다시 펴질 듯 그러면서 각양각색의 모양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 흐 음"

 아환의 사그러드는 듯한 음성과 함께 따뜻한 액체가 상운진의 질속을 가득 메운다. 자궁의 

끝까지 치고 들어와서 내부를 온통 휘젓는 듯한 느낌..절정의 쾌락이 상운진을 휘감는다. 잔 

떨림을 가진 채로 음행의 잔흥을 즐기는 듯 아환은 천천히 진퇴운동을 하면서 교접의 마무

리를 하고..

" 무슨 일이 있어요? 환랑.."

 살포시 눈을 내려 깔고 아환의 품에 안겨서 소중한 정인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상운진이 속

삭인다.

"..."

" 요즈음 근심이 있는 듯 보여요. 제가 알면 안될까요?"

 조심스러운듯 아환의 심중을 물어보는 상운진, 아환의 성미를  건들지 않으려고 하는 모양

새가 역력하다. 그러나 아환은 별다는 대답이 없이 상운진을 품에 안은 채로 허공만 응시하

고 있었다.

" 환랑?"

 나지막한 소리로 다시금 아환을 불러보는 상운진, 아환의  반응이 없어서 얼굴을 아환에게 

가까이 다가댄다.

" 무슨 근심이예요. 말씀해 주시면 안되나요? 저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저 때문에 

그러신건가요? 제가 고쳐야 하는 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께요.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계속되는 아환의 무응답에 상운진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길들여질대로 길

들여진 상운진에게서 아환이 자신에게 멀어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금새 눈에

서 눈물이 떨어질 듯 그렁그렁하고..

" 환랑..흑.."

 급기야는 상운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환의 손이 상운진의 눈가로 다가간다. 그리곤 상운진의 눈주위를 슬쩍 닦아주었다.  애정

이 담뿍 담겨있는 듯한 손길, 아환은 고개를 돌려 상운진을 쳐다보았다. 상운진의 얼굴을 쳐

다보자 그 얼굴에는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상운진의 눈빛이 있었다. 

아환의 손길에서 무한한 행복감을 얻었는 듯 이미 울음은 그치고 사랑과 연인의 근심을 함

께 하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느껴지는 상운진의 모습..

" 휴~" 아환의 입에서는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 무슨 일이예요? 환랑"

" 운진."

" 예? 말씀하세요."

" 운진은 나를 어찌 생각해?"

" 예?" 의아한 듯 반문하다가 

" 당신은 저의 소중한 정랑이시고 굳건한  장부이시지요. 항상 과묵하고 성실하면서도 당신

에게는 기개가 있어요. 언젠가 당신이 크나큰 인물이 되시리라 운진은 믿어요. 이런 외진 곳

에 당신을 오게하신 그리고 당신과 저를 맺어준 부처님께 감사드려요."

 몽롱한 듯 꿈에 젖어드는 음성으로 말을 잇는 상운진, 절대적인 님에 대한 신뢰가 묻어 나

온다.

" 크나큰 인물이라..후후.."

 자조적인 어감의 말이 아환에게서 흘러나왔다.

" 크나큰 인물? 어떤 것이 크나큰 거지? 이 상가촌에서 나무를 하며 동네  불량배에게서 가

족도 지키지 못하는 그러한 별볼일 없는  소년이 어찌 크나큰 인물이 된다는 거지?  무예도 

학문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위대한 위인이 될 수 있다는 거지? 크큿큿.."

" 가난한 농가의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다 읽고 하나 밖에 없는 누나가 부자집의 노

리개로 들어가 저렇게 될때까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였었지. 하루하루가 없는 자들에게는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너는 아는가? 친  피붙이가 미쳐서 구별도 하지 못하고 저런  행동을 

보여도 어디에서 하소연 할때도 없고 가진게 없어 살아가는 것도 막막하여서 무작정 도망쳐 

이리저리 떠돌다가 이곳까지 왔다. 그리고 자리를 잡아 무예라고  익히지만 어느 세월에 강

한 자가 되고 어느 세월에 내 가족을 꾸리는 인물이 되고 어느세월에 나, 주환이 야망을 펼

칠 수 있는가?"

 울부짖는 듯한 음성이 아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의방의 자식이 가난한 농가의 자식? 외아들인 적무환이 누나가? 이름이 주환?....

" 환랑..흐윽..흑.."

 상운진이 아환을 꼭 껴안은 상태로 끊임없는 오열을 하고 있었다. 아환에게서의 슬픔과 분

노가 생생히 자신에게 전해져 오는 듯 상운진은 소녀적 감성으로 아환의 블행이 마치 자신

의 고행인양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왔다. 내 정랑이 이렇게 힘들어 하다니..

" 환랑.."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상운진..

 계속 눈물이 비오듯 상운진의 눈가에서 흘러내려서 아환의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아환이 손을 뻗어 상운진의 얼굴을 매만진다. 눈가를 가볍게 훔쳐서 상운진의 눈물을 닦아

주며,

" 미안하다. 내가 좀 흥분했구나. 네게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 아니예요, 환랑. 환랑의 고통은 곧 저의 고통. 당신의 기쁨은 저의  기쁨입니다. 어찌 소녀

가 정랑의 희노애락을 외면하겠어요."

 아랫 입술을 살짝 물고 상운진은 아환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했다.

" 저도 노력할께요. 환랑.."

" 아니야..신경쓰지마라. 다 잘 되겠지."

" 그래도.."

" 이제 그만."

 단호히 말을 끊는 아환, 상운진은 아환의 말에 충실히 따른다. 하지만 두 눈에는  무언가의 

결심이 단단히 선 듯 강렬한 의지가 눈빛에 담겨져 있슴이 보였다.

" 이리 엎드려봐."

" 예."

 어느 바위 밑에 두 팔을 땅에 대고 상운진은 살집이 적당히 오른 허여멀건한 둔부를  치켜 

올렸다. 아까 교접을 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질퍽한 방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상운진의 

비처에선 희끄무레한 액체가 허벅지를 지나 무릅까지 흘러내려 왔다.

 아환이 손가락으로 상운진의 음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 흐음~" 달뜬 교성.

 계속되는 아환의 손가락의 놀림, 질구에서 음핵, 음순, 그리고 방초숲이 울창한 두덩부분까

지 손가락이 점령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하나, 둘 상운진의 질 속으로 파고 드는다 싶더니 어느새 다시 빠져 나와 여인의 

음핵부위를 쓰다듬고 가볍게 음순을 손으로 당긴다 싶더니 질과 항문 근처를 애무하였다.

 그때마다 상운진의 작은 입술사이는 달짝지근한 숨이 배어나오고 살포시 감은 두 눈은 질

끈 감겨져 손놀림의 변화에 따른 쾌감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상운진의 음핵을 쥐자,

" 아흑!"

 상운진의 고개가 뒤로 한껏 젖혀진다.

 계속되는 아환의 손가락 유희..상운진의 성숙한 육체는 아환의 손길에 따라 음무를 추고 있

었다.

 아환의 손이 상운진의 비부에서 떨어져 나갔다.

".."

 상운진이 내려 감은 눈을 살짝 뜨고 고개를 돌려 아환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잔뜩 흥분되어 있는 육봉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자신의 엉덩이를 향해 오고 있는 

아환의 검붉은 살덩이..기대가 가득한 눈을 돌려 다시 밑으로 머리를 쳐박는다.

 푸-웃

 아까의 정사로 인한 물기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지,  아님 잠깐의 애무로 인하여 충분히 

젖어 있기 때문이지 아환의 남근이 상운진의 질속을 무리 없이 파고 들어왔다.

" 웁"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는 상운진.

 아환의 허리운동이 반복되자 그에 맞추어 자신도 허리를 움직여 댄다.

 몇번 삽입을 하던 아환이 양물을 상운진의 음부에서 빼어 냈다.

 그러자 얼른 고개를 돌려 아환을 바라보던  상운진은 왜 그런가를 아는 듯 자신의  섬세한 

손가락을 비부로 가져간다. 그리고 몇번 질속과 질 주위를  쓰다듬으며 물기를 손에 홍건히 

묻힌다. 애액이 잔뜩 묻은 손가락과 손바닥, 상운진은 그 손을 자신의 항문주위로 가져가 항

문부위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항문을 손가락으로 휘감듯  쓰다듬다가 검지를 넣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항문에서 왕복운동을 하는가 싶더니 두 손가락을 항문에 집어넣기도 하였다.

" 아함,,아~"

 달뜬 교성은 계속 새어나오고..

 충분한 준비가 끝난듯 두손을 땅에서 떼어내어 얼굴을 땅에 댄채로 양쪽 엉덩이를 붙잡아 

한껏 벌리는 상운진. 배설기관인 항문이 아환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항문을 향하여 아환은 하초를 들이밀었다.

 질보다는 그 조임이 강하여 출입이 쉽지 않은지..집어넣는 사내나 침입을 당하는  여인이나 

눈이 내려감겨 있었다.

 푸~욱.

" 헙!"

 얼굴을 땅에 박은 채로 헛바람을 내뱉는 상운진. 좁은  구멍에 성인의 양물이 가득 들어왔

는데도 고통의 기색은 별로 보이자 않는다. 이미 상당한  행위를 경험하였는지 보통의 사람

의 항문보다는 많이 확장되어 있는 상운진의 항문..남색을 즐기는 이들이 주로 하는  성행위

라 하지만 순진하기 이를데 없는 상운진은 아환이 하자는 대로 할 뿐 이것도 사랑의 행위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자  이 곳에서 퍼져나오는 쾌락

도 만만치 않은 것을..

 허리의 속도를 점점 높여가는 아환. 이 곳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즐기면서 눈앞에서 고개를 

땅에 박은 채로 자신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여체를 눈가에 웃음을 띈채로 보고 있었다.

" 아버님. 소녀 운진이옵니다."

" 들어오너라."

 드르륵..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상운진.

 내전안의 상명선의 집무실에 들어선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업무용 탁자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의 아비, 상명선의 모습이 있다.

 사뿐사뿐 걸음을 옮겨 탁자로 다가가는 상운진, 손에 들려 있는 쟁반에 있는 다기(茶器)를 

내려 놓는다.

 쪼르륵.

 절제된 여염집의 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예(禮)에 어울리는 동작. 상운진은 차를 다소곳이 

찻잔에 담는다.

 책에서 시선을 아직 돌리지 않은 상명선, 차를 따르는 소리가 멎자 그제서야 눈을 돌려 상

운진을 바라본다.

" 앉거라."

" 예."

 자리를 권하고 상명선은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 좋구나."

" 작년에 담은 국화차이옵니다."

 잠시 말이 끊기고 상명선을 차를 음미한다. 평소에도 차를  좋아하는 듯 눈을 지긋이 내려 

감고 혀끝에 맴도는 차향을 즐긴다.

 말그대로 일다경의 시간이 흐르고,

" 그래, 무슨 일이냐?"

 상명선은 자신의 소중한 옥엽을 향해 먼저 말을 건네었다.

" 아버님께 차를 한잔 대접해 드릴려고 찾아뵈었습니다."

" 허허.. 말 돌리지 말고..아환 때문이냐?"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상명선의 너털 웃음에 상운진의 두볼이 발갛게  상기

되었다.

" 그래? 무슨 일인데 그리 뜸을 들이느냐?"

 이내 결심을 한 듯 상운진의 입이 열린다. 아까의  달뜬 신음이 내뱉어지는 교성이 나오는 

곳이 아닌 진중한 음성이 상운진의 입에서 배어 나왔다.

" 아버님의 아환 사제의 자질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던 상명선은

" 훌륭한 재목이지..기개도 있고 장부인 듯 하고..이런 외지에서 썩기엔 아까운 인재이지."

 칭찬을 하면서도 씁쓸한 어감..항상 생각하고 있는 문제가 상운진에게서 제기되었다.

"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그렇지, 큰 물을 만나야 할 녀석이야."

" 그런데 아버님께서는 어찌 그 사람을 놔주지 않으십니까?"

 당돌한 직격탄이 상운진에게서 터져 나왔다.

 일순, 대답할 말을 잇지 못하는  상명선. 빤히 상운진을 쳐다 보았다.  상운진도 지지 않고 

상명선을 마주 응시하였다.

' 허! 정인이 생겼다고 아비에게 이렇게 하나? 딸 자식이란..허'

 내심 서운하지만 벌써 자신의 핏줄이 이렇게 자랐나 대견하기도 한 상명선.

" 그래, 어찌하면 좋겠느냐?"

" 죄송합니다. 아버님. 제가 아버님께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왕 내친걸음 제 의

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평소에 아버님께서는 무림에 많은 지인들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

습니다. 그 중에는 명가계열의 기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 되었다."

 상운진의 말을 중간에서 끊는 상명선, 다시 시선을 돌려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 알았다. 이제 그만 나가 보거라."

" 예. 아버님. 소녀의 불효를 용서하십시오."

 송구스러운 표정이 가득한 채로 상운진은  자리에서 일러나 뒷걸음으로 집무실 밖을  향했

다.

 상운진이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 허..'

 상명선은 머릴 들어 집무실 문을 쳐다 보았다.

' 저렇게 컸구나. 그렇지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인데 그 사람의 장래가 신경이 쓰이기도 하

겠지. 그나저나 어찌 한다...'

 상념에 골몰하는 상명선..자신이 생각하던 바와 상운진의 바라는 바가 근접한 것을 알고 그 

깊이가 더해져 가고 있었다.

' 아무래도 한번 나가봐야 겠군. 몇몇 찾아가 봐야 겠어.'

 내심 마음을 결정한 상명선이었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마지막입니다. 창작야설  

(6)

 아환은 누나라 불리우는 여인과 함께 저자거리로 나섰다.

 한달쯤 전부터 아환은 누나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종종 밖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아환이 누

나와 정착한지 어언 2년여..아환은 그 동안 제 정신이 아닌 누나를 보호한다고 하여 밖을 일

절 데리고 나서지 않았으나 얼마전부터 누나가 호조를 보인다고 하여 이삼일에 한번씩 바깥 

바람을 쐬어 주곤 했다.

 들녁에 나서서 꽃과 나무들, 그리고 상쾌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여유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것을 반복하곤 하는 아환, 돌아설때에 시장거리로 들어가서 장신구나 의복, 그리고 기타  잡

화를 구입하고는 하였고 객점에서 제법 맛난 과자나 기타 음식을 사주곤 하였다.

 오늘 역시 아환이 누나를 데리고  거리로 나섰다. 이제 막  봄의 막바지에 접어들어서인지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조금 덥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아환은 누나를 곱게 단장하여 차려 입

히고 길을 걷고 있었다.

" 어이, 아환 나왔구나."

" 오늘도 누나를 데리고 나왔네."

" 누나는 좀 어떠냐? 아환."

 한마디씩 아환에게 말을 붙이는 사람들. 아환이 평소 마을 사람들에게 착실한 모습을 보여

왔기에 상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아환을  좋아하고 친근하게 대하였다. 거기엔  아환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묵묵히 잘 견디고 누나를 위하여 정성껏 이바지하는 모습이 좋게 

그려져 있는 것도 한 몫을 하였다.

" 예." 꼬박꼬박 목례를 하면서 길을 가는 아환. 예를 잃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성의껏 대하

는 듯한 자세가 묻어나온다.

" 오늘을 무얼 살려고?"

 아환이 한 포목점에 들어서자 포목점 주인이 반색하며 아환을 반긴다.

" 예. 누나에게 노리개 하나 선물할까 합니다."

" 그래?"

 아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온다.

" 여기서 한번 골라봐."

 주인이 꺼내온 조그마한 상자, 그 상자를 여니 형형색색의 노리개가 눈에 들어온다. 빨갛고 

파란 원색 계열 부터 여러 색이 조화를 이룬 것들 또는 담백한 상아빛이나 백색을 띈  고급

스러운 노리개들도 눈에 띈다.

" 이거 얼맙니까?"

 그 중 제일 수수하고 값싸보이는 노리개를 아환이 하나 집어들었다.

" 응?"

 주인은 대답을 하다 말고 다른 것을 하나 꺼내 든다.

" 그거 말고 이거 어때?"

 주인이 꺼낸 것은 분홍빛과 상아빛이  조화를 이룬 고급품에 속하는 귀해보이는  노리개였

다.

 아환이 주인이 제시한 것을 받아들고 뚫어지게 쳐다보며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 휴~"

 아환이 한숨을 내쉬며,

" 아니요. 이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느낌이 묻어나는 말투로 아환은 처음 만졌던 값싼 노리개를 집어 들었다. 

" 아니야. 이걸루 가져가. 내가 싸게 줄께."

 아환이 금전적인 부담으로 망설인다고 생각한 주인은 성실한 이 친구에게 동정심이 생겨서 

아환에게 노리개를 밀어 붙였다.

" 나뭇짐으로 천천히 갚아."

" 어르신..그래도 되겠습니까?"

 미안한 기색이 완연하지만 노리개를 손에 꼭 쥔채로 아환은 주인에게 반문하였다.

" 그렇대두.. 자! 이 걸루 가져가게. 잠깐만"

 포목점 주인이 진열대 밑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낸다.

" 여기다가 담아가."

" 어르신..정말 고맙습니다."

 주인이 내민 주머니 역시 몇푼을 족히 주어야할 값나가는  물품임을 안 아환, 주인에게 연

신 감사한듯이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의 예를 올렸다.

" 허! 뭘 그런 것을 가지고..자! 어서 가보게. 누이가 저기 기다리고 있네."

 아환의 누나는 멀뚱히 주인이 가져온 상자속의 노리개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여자는 여자인지 가지각색으로 놓여 있는 노리개를 몽롱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

다. 그것을 본 포목점 주인은 아환에게 취한 자신의 행동에 흡족하였다.

" 자자!! 나뭇짐 몇단 해오면 되니 걱정말고.."

" 예. 어르신. 감사합니다."

 자신의 누나가 노리개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빛을 반짝이며 지켜보던 아환, 주

인에게 다시 예를 드린후 누나를 재촉하여 포목점을 나섰다.

 아환이 누나를 데리고 발을 재촉하여 집으로 향하려 하였다. 그때,

" 어이! 처남 왔는가?"

 어느새 나타났는지 상명군과 그의 패거리들이 아환의 주위로 다가왔다.

 툭!

 상명군이 손을 뻗어 아환의 누나의 둔부를 툭 친다.

" 그래, 너도 잘 있었고..하하하!"

 상명군을 비롯한 불량배들이 아환과 그의 누나의 주위를 빙 둘러서 낄낄대며 희롱을 시작

하였다. 그 중 몇몇은 손을 뻗어 아환 누나의 젖가슴이니 엉덩이니 심지어는 비처까지 쓰다

듬으며 농을 지껄여대었다.

 불끈! 아환의 두 주먹이 움켜쥐여진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분노로 가득차 보이는 두 눈엔 핏발이 올랐다.

 사내들이 그러한 아환의 반응에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 듯 계속하여 아환의 누이를 희롱하

였다.

" 이제 그만 좀 하지."

 보다 못한 포목점주인이 어느새 근처에 왔는지 불량배들에게 한마디 던진다.

 주변에 언제 모였는지 꽤 되는 인파가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웅성웅성 거리며 한마디씩 하고 몇몇은 불량배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행동을 개탄하고 있

었다.

 거기에 더더욱 용기를 얻는 듯,

" 그만큼 괴롭혔으면 되지, 이제 그만 하시게들."

 다시금 각다귀들의 추행을 막아댄다.

 퍼억!

" 이 새끼가 감히.."

 상명군이 발길질로 포목점 주인을 걷어찼다. 더이상 묵과하다가는 자신들의 권위에 손상이 

간다고 판단한 상명군은 일단 무력으로 위압을 하기 시작하였다.

 딱! 퍽! 퍼억!

" 우욱. 윽!"

 포목점 주인은 잔뜩 웅크린채로 각다귀들의 발과 주먹 세례를 몸으로 받아 들였다.

 얼마간의 폭행을 한 후,

" 에이! 기분도 잡쳤는데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

 퉤!

 상명군을 위시한 일당들이 흥이 식었는지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도 좀 부담스러웠던

지 침을 뱉고는 자리를 떴다.

" 비켜 비켜!"

 거칠게 행인들을 헤치며 사내들이 몰려 한 곳을 향해 사라져 갔다.

" 죄송합니다. 어르신!"

 자신때문에 포목점 주인이 욕을 봤다 생각되었는지 아환이 무척이나 죄송스럽다는  표정으

로 주인에게 사죄를 하였다.

" 아니네. 우리가 진작 나섰어야 하는 것을..어이구, 하늘을 무얼 하시는지 저런 것들을 환한 

대낮에 멀쩡히 활보하게 하시고.."

 주인이 한탄을 하자,

" 그러게 말이여."

" 저런 놈들은 다 죽어야해."

" 무이관의 상대인이 출타중이니 저놈들이 더하네 그려.."

 주위의 구경꾼들이 맞장구를 치며 거든다.

 얼마의 시간이 건달들의 성토시간으로 변하였다.

 이윽고, 아환이 포목점 주인에게 인사를 드린다.

" 조리 잘 하십시오."

" 어서 들어가보게, 난 신경쓰지 말고.."

" 그래, 어서 들어가. 자네도 참.."

" 누나를 잘 보살펴주고.."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아환의 방, 아환은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 오늘이 초사흘 이제 이틀 남았구나.'

 날짜를 하루하루 기다리던 아환, 그가 기다리는 시간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7)

 오늘, 오월 초 닷새!

 아환은 평소와 비슷한 아직 동이 뜨지 않는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서 침구를 정돈하고, 방안을 정리하였다.

 단정히 정리된 방안에서 아환은 한가운데 정좌를 하고 앉아 무언가를 입으로 되뇌이기 시

작하였다.

' 황제의결(皇帝意訣)'

 한참을 구결을 되새이던 아환, 두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 든다.

 아환이 명상에 몰입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아환은 명상에서 깨어나서 천천히 자리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그 순간, 아환의 전신주위에서 기이한 기도가 일어났다. 웅장하며 강인한 듯한 그러면서 많

은 것을 포용할 듯한 군자의 기도와 위엄이 미약하나마 아환의 몸에서 풍겨나왔다.

' 이제 이성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구나. 이성의  성취를 가지고 얼마나 검후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솔직히 아환은 자신이 서질 않았다. 지난 번 검후를  보았을때 느껴지던 기파..무예의 기도

는 아직 아환이 점치기엔 검후가 너무나도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고, 단지 현녀심의 느낌만 

접한 것으로도 현재 검후의 성취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 거의 구성에 다다른 모습이었어. 이제 십성을 성취하여 현녀심을 완성시킬텐데..너무 이른 

것은 아닐까? 아니면 검후가 지금 경지의 전에 있을때  어떡해서든 찾았어야 하나? 아니야. 

아니야. 내가 찾는다해서 찾을 수 있는 인물도 아니고 성취라고  할 수도 없는 황제의나 생

각이 어릴때 그리고 무공의 기초가 전혀 없을때에 만났으면 접근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야.'

 아환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적어도 검후를 과녁으로 하는 한 재장전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녁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그  것만이 나의 계획과 차후의 '나'를 만드

는 길이다.'

 길게 심호흡을 하는 아환, 끌어올린 황제의를 서서히 거둔다.

 아환은 방을 나서 자신의 누나라 불리운 여인의 방안으로 들어 갔다.

'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무척 고맙구려. 당신덕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고 기본

이나마 이 정도의 나를 형성할수 있었소. 오늘이 당신이 나와 함께 한 시간 중 가장 결정적

인 순간이오. 나를 용서하라는 말따위는 하지 않겠소. 이 것도 다 그대와 나의 연(緣)이라면 

연이 아니겠소?'

 아환은 누워있는 여인의 등에 장심을 붙인다. 그리곤  진기도인으로 자신의 체내에 잠재되

어 있는 내기를 여인에게 불어 넣는다. 그러자 은은한 향기가 여체에게서 배어나왔다.

" 음" 아환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 나온다. 여인의 몸에서 흘러  나온 향기. 육향이라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향료나  향유에서 흘러 나오는 향기와도 거리가  있는 향기, 왠지 

모르게 욕정을 유발하는 향기, 처음 아환이 이 여인을 만났을때  맡았던 그 기향이 지금 여

인의 몸에서 미약하게 흘러 나왔다. 

' 이 향기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의 욕정을 뒤흔드는가? 그리고 왜 이와  유사한 향기가 

내가 운기를 할때 내게서 흘러 나오는  것일까? 우연히 발견한 이 기향으로 상운진을  보다 

쉽게 정복할 수 있었지..후후'

 아환은 진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이  향기가 방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 이제 세 시진 가량 남았구나. 그래. 한번 해보는 거다.'

 시간이 흘러 한 낮이 되어갔다. 서둘러야 했다. 상명군등이 이 곳에 오면 그 동안 세운  계

획은 언제 다시 올지 기약할 수 없었다. 그러기 전에 미리 계획한 장소에 가 있어야 했다.

 아환은 간단히 점심거리로 감자를 두어알 먹고 여인에게도 한알  반 정도 먹였다. 일반 서

민이 흔히 먹는 감자 점심으로 끼니를 해결한 다음 아환은 여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인의 방에는 아환의 누나라 불리우는 여인이 다소곳이 자세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환은 

손을 품속에 넣어 무언가 작은 주머니를 꺼내었다. 얼마전에  구입한 노리개가 들어있는 주

머니..

 아환은 주머니에서 노리개를 꺼내었다.  분홍과 상아빛이 조화를 이룬  여염집 여편네들이 

좋아할 만한 노리개를 손에 쥐고 잠시 살핀다음 노리개를  여인의 치마께로 가져갔다. 그리

고 양손을 이용하여 노리개를 여인의 치마에 달아 주었다. 가는 실을 이용하여 노리개를 고

정시킨 아환, 무슨 생각인지 단단히 고정되었다 싶은 노리개를 손으로 살짝 잡아 당겼다.

 투툭!

 실밥이 튿어지는 소리.

 노리개의 뒷쪽의 실밥이 터져나갔다. 어느 정도 당긴듯 싶더니 아환은 손을 멈추고 노리개

를 들추어 노리개가 달려있는 치마와  노리개사이를 살폈다. 그나마 가는 실이  몇 올 만이 

노리개와 치마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앞에서 보면 잘 모르겠지만 거의 달랑달랑한 상태..

 아환은 노리개에서 손을 조심조심 떼었다.

 뚫어지듯이 여인의 눈을 노려보던 아환,

" 넌 지금 포목점으로 가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

 명령을 한다.

 몽롱한 눈으로 여인이 부시시 몸을 일으켰다. 스르르 미끄러지듯 여인이 방문을 열고 마당

에 내려 섰다. 그리곤 신을 신더니 무작정 집밖을 나서기 시작하였다.

' 오시(午時)가 될려면 이제 반시진 남짓하구나. 아칠  형이 그랬지. 검후가 반년 동안 한번

도 그 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다고..후후후'

 저자거리를 기웃거리는 미모의 한 여인이  마을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누군가 하던 마을 

사람들이 이내 아환의 누나인것을 알고는 그냥 모른체하고 그 여인이 하는데로 가만히 놔두

었다.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도 아니고 또  아환이 이제 금방 나타나리라 생각

했고 아환의 누나가 꽤 이쁘장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기에 별 간섭을 하지 않고 여인을 쳐다

보기만 하였다.

 아환의 누나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지난번 아환과 노리개를 같이 샀던 포목점이었다. 아환

의 누나는 포목점의 앞에 물끄러미 서서  포목점에 진열되어 있는 형형색색의 각종  옷감과 

장신구 등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어! 아환의 누이가 왔구려..오늘은 혼자 오셨는가? 그래 무얼 구경하려고?"

 며칠전에 이 여인덕분에 혼찌검이 났는데도 이미 그일은 까맣게 잊었는 듯 주인이 반색을 

하며 여인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대답도 않고  물끄러미 진열대만 쳐다 보

았다.

" 쯧쯧쯧..아리따운 처자가 어이하여..."

 안타까운 듯 혀를 차는 포목점주인, 무슨 생각이 떠  올랐는지 바로 안색이 변하여 아환의 

누나에게 포목점안으로 들어오라 한다.

" 이리 들어와서 구경하도록 해요."

 묵묵부답! 반응이 없이 여인은 몇몇 장신구만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 어허! 이리 들어오래두.."

" 어! 얘가 여기 또 왔네. 오늘은 혼자 여기 왔나 보네?"

 미쳐 주인이 여인을 가게안으로 끌기도 전에 어느새 상명군의 패거리들이 눈에 띄었다. 아

직 우두머리인 상명군은 나타나지 않을 듯 했다.

" 이게 겁도 없이 이런 길을 혼자 다니네? 주환,  이 자식이 소중한 자신의 누나를 이리 방

치하다니 이 자식이 좀 봐주니 정신을 못차리네."

 말은 그렇게 하며 여인의 주위를 감싸며 선다.

" 이리와 봐." 한 사내가 여인의 팔을 잡아 끌어 당겼다.

 여인이 끌려가는 듯 하더니 사내가 손을 놓자 다시 포목점의 진열대로 되돌아 간다.

" 허! 이 것 봐라."

 기가 차는 듯 사내가 여인을 획 끌어 당겼다.

" 여기서 봐. 이 년아."

 여인을 끌어 당겨서 가운데 쯤 데려  놨다. 그리고 손을 놓자 여인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포목점으로 향한다.

" 이게 지랄하네. 에잇!"

 사내들 중 하나가 같잖다는 듯이 여인의 젖가슴을 꽉 움켜쥐고 획 끌어 당겼다.

 툭.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

 분홍과 상아빛이 조화를 이룬 노리개가 여인의 치마 춤에서 떨어져 땅에 뒹굴었다.

" 허! 요것 봐라. 금월이년이 좋아하겠네."

 사내들 중 하나가 떨어져 있는 노리개를 주어들며  키득거렸다. 아마 금월이라함은 또다른 

기생이나 이 들에게 몸을 굴리는 처자이리라.

" 주제에 안 맞게 이런 것을 차고 다닌다. 참 내!"

 사내들은 기가 찬 듯 같잖다는 시선으로 여인을 쏘아봤다.

" 아아아아앙"

 문득 무언가가 허전한지 치마 춤을 이리저리 뒤지던 여인이 사내의 손아귀에 들려 있는 노

리개를 발견하자 괴성을 발하며 사내에게 달려 들었다.

" 엇! 이게"

 후익!

 거친 동작으로 여인을 내치는 사내,

" 이 년이 그동안 그렇게 뒤여워 해 주었으면 되었지.  이런 것은 네년이 가지고 있을 물건

이 아냐."

" 암! 암!"

 지들끼리 맞장구를 치며 키득대었다.

 퍼-억!

 노리개를 쳐들고 키득대던 사내 하나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러졌다. 갑자기 당한 일이어서

인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사내의 신형, 그  뒤에 아환이 붉어진 얼굴로 씩

씩대며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 허! 이 새끼가..야이 개새끼야!"

 옆의 사내 하나가 아환을 보고 욕설과 함께 주먹을 날린다.

 휘~익!

 아환은 자신에게 옆으로 돌아서 들어오는 주먹을 상체를 뒤로 살짝 젖혀서 피하고 사내의 

주먹이 지나가며 드러나는 뒤통수에 몽둥이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그냥 내리 찍었다.

" 억!"

 뒤통수를 잡으며 웅크려 앉는 사내.

" 저 새끼 잡아!"

 평소에 자신의 눈아래에 있는 보잘 것 없다 본 존재의 뜻밖의 반격에 화가 치민  사내들이 

소리치며 아환의 주위를 포위했다.

" 이 새끼가 그동안 보살펴준 은혜도 모르고.."

" 저 새끼 밟아!"

" 이젠 더 이상 못참는다. 그 동안 네 놈들이 누나를 능욕한 것도 모자라.."

 서로간에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번들거리는 눈에 살기를 담고 팽팽히 대치하기 시작하였다.

 구경 중의 으뜸은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 하였다.

 툭닥거림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주위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왔는 듯 

웅성거리며 싸움터의 울타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관객 나름대로 또  이 상황에 대한 수군거

림이 계속되고..

" 이 새끼..명년을 네 제삿날로 만들어주지."

 에잇!

 어디서 귀동냥을 들은 것지 어설픈 육합권이 날아들었다.

 꽉 움켜쥔 정권이 빠르게 아환에게  날라왔다. 아환이 살짝 고개를  옆으로 비틀자 주먹은 

아환의 귓가를 스치고 귀옆을 지나갔다. 그 헛점을 아환이 놓치지 않고 아환은 사내에게 바

싹 붙어 들어갔다. 한 팔을  머리와 어깨사이로 잡고 아환은 달려들며  무릅을 세워 사내의 

낭심을 쳐 올렸다.

" 어걱!"

 눈이 뒤집히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사내..알이 한두개쯤 터진듯..

" 이 새끼가 무술한다고 무이관을 드나들더니 제법 눈동냥을 익혔구나."

 처음에 뒤를 까인 사내와 뒤통수를 찍힌 사내를 포함하여 세 명의 각다귀들이 아환을 둘러 

싸고 있었다.

 만만치 않다고 여기었는지 쉽사리 덤벼들지 못하고 주위만 뱅뱅 맴돌고 있었다.

 아환은 몽둥이를 곧추세우고 좌우를 살피며 정면의 사내에게  몽둥이 끝을 겨누었다. 불끈 

힘줄이 아환의 팔뚝에서 솟아올랐다.

" 에잇!"

 아환이 달려들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횡소천군이라할까? 여하튼  몽둥이를 옆으로 뉘어 정

면의 사내를 쓸어갔다.

" 어어..윽!"

 미처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한 정면의 사내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뒤로 주춤 물러섰다.

" 이 새끼가 비겁하게 무기를 들고.."

 다수가 한명을 향하는 것은 정당하고 무기를 든 것만 비겁한 것인지..

 아환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몽둥이를 겨누었다.

" 엇! 이 새끼 봐라. 덤벼 덤벼..이 호로자식아. 누이에게 빌붙은 놈아!"

 발로는 연신 뒷걸음질치면서도 호기를 부리는 처음에 뒤통수를  까인 사내. 입에서는 쉴새

없이 욕지거리와 충동질이 쏟아져 나온다.

 아환이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허리춤에 꽂았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풍영섬!"

 풍도십사식. 무이관의 무예가 아환의 손에서 펼쳐 졌다.

 빠르게 정권이 앞으로 쭉 뻗는다.

 빡!

 정통으로 이마를 격중당한 사내.

 앞이 노랗게 변하고 고개가 뒤로 젖혀진 상태로 뒤로 쓰러졌다.

 정권을 갈무리하면서 상체를 아래로 숙이며 뒤에서 지탱한 발을 위로 차 올렸다.

" 풍영각!"

 두다리를 교차하며 돌려차기를 수차례 반복하자 발끝에 걸린 사내의 턱이 두세번의 가격에 

금방 피투성이가 되었다.

" 으윽!"

 일단의 격투라 할 수 없이 아환의  일방적인 우세. 네 사내는 모두  쓰러져 있거나 웅크린 

상태로 원독에 찬 눈 빛으로 아환을 쏘아 보고 있었다.

" 속이 시원하네! 아환, 더 혼내주거라!"

" 그래. 아환. 네가 최고다."

" 아환! 훌륭하다!"

 마을 사람들도 평소 눈에 가시인 이 각다귀들이 당하는 모습이 통쾌하였는지 하나 같이 아

환을 응원하였고 아환이 승리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자 대리만족을 얻는듯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아환을 지지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성원을 한 껏 받으며 아환은 서서히  자세를 풀었다. 그리곤 무심히 주위를 

살폈다. 아환의 시선이 주위에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군중들을 한번 가볍게 살피고 다시 쓰

러져 있는 사내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별다른 표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아환의 안색과는 달

리 지금 그의 심중은 무섭게 진동하고 있었다.

' 검후다! 검후가 오고 있다.'

 언제 나타난 것일까? 사람들이 빙 둘러 있는 울타리의 외곽,  저기 길의 초입에 검후가 천

천히 걸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화려한 은의의 비단 옷자락을 휘날리며 미끄러 지듯이 마을

로 들어오는 절세의 자태가 한껏 검후를 기다리고 있는 아환의 시야에 잡혔다. 얼핏 보았지

만 지난 번 보았을때와 별 차이가 없는 화려한 복색을 갖춘 검후! 아환은 전신을 가늘게 떨

기 시작하였다. 이제 하나! 하나만 더 되면 자신이 연출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 야! 이 새끼야!" 거친 욕설과 함께 상명군의 신형이 나는 듯 아환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 이 새끼 너! 육시할 놈!" 

 나한출세의 초식으로 주먹이 빛살같이 직선으로 아환에게 접근하였다.

 드디어 그 하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