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3장 연(緣)(1)-(6) (5/18)

 제 3장 연(緣)

(1)

 깎아자른 듯한 절벽.

 그 단애의 맨 위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움푹 파인 곳이 보였다.  그 곳에 희미하게나마 

사람의 모습이라고 짐작되는 인형둘이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절벽의 위에서 내려다보면 결

코 찾을 수 없는 위치. 직경이 일장 정도 될까?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크고 작은 두 인형

이 숨을 죽이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적무환과 한 노인이었다.

 밀납같이 창백한 안색에 두눈에 촛점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약간 벌린 입술사이론 한

줄기 침이 흘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노인. 주름살 잡힌 얼굴과  희끗희

끗한 머릿결로 보면 꽤 세월을 살아 온 듯 하다.  그렇지만 노인이라 하기엔 체격이 상당히 

건장하였다. 

 검붉은 혈의를 입은 건장한 체격의 노인.

 손을 뻗쳐 아환의 등을 가볍게 쳤다.

 욱!

 입에서 분수같이 솟구치는 핏줄기. 아환의 체내에 있던 울혈이 노인의 일수에 터져나왔다.

 다시 노인은 장심을 아환의 등에 붙이고 진기를 운기하기 시작하였다.

 한식경쯤 흘렀을까?

 아환의 안색이 다소 홍조를 띄고 평온한 안색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본 노인이 그제서야 아

환에게서 손을 떼고 조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자세히 살려보면 지금 이 노인의 안색 역시 지극히 창백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격전

을 치른 듯 여기저기의 옷이 찢어져 있고 혈의에 묻은 피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밀납

처럼 창백한 안식은 아환에게 진기요상을 하기 전부터 그러하였으니 심중한 상태에서  아환

의 치료까지 하였으므로 노인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얼마 후,

 노인이 길게 숨을 내쉬고 눈을 떴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신광이 번뜩였다. 노인은 다시  한

번 몸을 추스르고 아까 아환이 앉아있던 자리를 쳐다 보았다.

 극심한 충격 때문이었을까? 

 앉은 자리에서 밖을 멍하니 쳐다보는 아환..촛점없이 멍하던 두눈에선 물기가 자욱하고  눈

물은 이내 뺨으로 턱으로 줄을 지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 허.."

 무어라 말을 해야 하겠는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듯 노인은 탄식을 뱉는다.

 갑자기 노인이 손을 뻗쳐 아환의 입을 막았다.

 반항없이 그저 가만히 있는 아환..

 절벽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인기척, 누가 다가오는 듯 했다.

 누군가 절벽위에서 중얼거린다 싶더니 무언가를 절벽 아래로 내던졌다.

 부릅뜬 눈!

 두 쌍의 눈이 서로를 마주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떨어지며 스쳐가는 물체는 다름아닌 진청청의 시신이었다.

 원한이 하늘에 닿을 정도 였을까? 공교롭게도 떨어지는 시신의 얼굴이 안쪽으로 향하여 떨

어졌고 무작정 밖을 응시하던 아환과 마주쳤다. 

 그렇게서라도 아환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말그대로 눈깜박할 정도의 시간의 마주침..

 마냥 눈물만 흘러내리던 눈은 더이상 커질수 없을 정도로 부릅뜨여지고..

 뒤에서 손이 아환의 수혈을 짚었다.  힘없이 무너지는 아환의 작은  동체를 안타까이 쳐다 

보던 노인은 깊은 한숨을 쉰다.

" 허! 어린 나이에 이런 험한 일을 당하다니..화기가 이제 심화를 넘어 천앙(天殃)이 되어버

렸구나. 이는 광화(狂禍)로 나타나겠구나."

 진청청의 시신을 절벽아래로 내던지고 장내를 정리한 사내가 발을 돌려 일행과 합류를 하

였다.

 그리곤 역어상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한다. 역어상은 고개만 까닥이며,

" 잘 했겠지?"

" 예, 둘다 처리한 후 절벽으로 내던졌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노파, 사갈검파파가 마차에서 나왔다.

" 소보주가 방금 자리에 드셨다. 그래 검후가 나타났다고?"

 역어상을 향해 나오자 마자 질문을 던졌다. 

" 예. 어떤 사람을 쫓는다 하였습니다."

" 그래? 은거한지 삼십여년이 되어가는 사람이 무슨 일이기에.."

" 저..검후가 어떤 인물입니까?"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지던 곁에 있는 사내, 역어상이 힐끗 고개를 돌리며

" 자넨 잘 모를 수도 있겠구먼, 그는 현 무림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절대고수일세."

" 현 무림의 최강자는 봉황성모(鳳凰聖母) 아닙니까?"

" 그렇군. 자네는 무림칠왕 보다는 신주오존을 알겠구만.."

 그리고 무림칠왕과 신주오존에 관하여 간략한 설명을 하였다.

 무림칠왕(七王)

 약 오십여년 전에 무림을 주름잡던 일곱명의 절대고수!

 현재 대부분의 인물들이 은거를 하여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가고 있었다.

 일후-검후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고 가진 무공의 근원 역시 알려지지 않았으나 홀연히 나타나서 무림

의 절대고수로 명성을 떨쳤다. 그녀는 특히 칠왕 중 나머지 다섯과의 비무에서 승리를 거두

어 칠왕중의 으뜸으로 올라섰다.

 쌍제(雙帝)

 소림의 공료(空了)대사

 소림의 전대 장로의 위치에 있던 인물로 가진 바 무공의 근원은 소림의 무공이고 상당수의 

소림 칠십이종절예를 터득하였다 한다. 내공으로선 칠왕중의 으뜸으로 평한다. 검후와의  대

결시 대등한 실력을 보였으나 손을 거두고 자신이 패했슴을 말하여 어쩌면 검후를 능가할지

도 모른다는 세간의 풍문이 떠돈다.

 마교주 천마황(天魔皇)

 명교, 일명 마교라 불리우는 집단의 우두머리.

 항상 무림의 대혈사에 그 이름이 끼어있는 공포의 단체인 마교.

 천마황은 패도를 추구하기는 해도 함부로 혈겁을 일으키지 않아 무림의 군상들에 단지 강

한 인물로만 기억되어 있다. 항상 얼굴에 악마탈을 쓰고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무림을 제패하려는 교내의 세력들을 힘으로 누르고 있어 내부에 불만이 상당히 팽

배해진 상태이다.

 사군(四君)

 광구(狂狗) 일명 미친 개.

 스스로의 별호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개방의 전대 방주. 가진바 무공은 용화공을 바탕으로 

한 강룡십팔장과 타구봉법, 취팔선보등의 개방의 일대고수. 사마외도를 극도로 싫어하여  손

속을 과하게 씀으로 백도내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인물들이 꽤 있다. 

 진천도왕(振天刀王) 팽악

 하북팽가의 전대가주. 한자루 도로서 이름을 사해에 떨친 도의 종사. 무림 세가중 그  위상

을 세손안에 꼽는 팽가의 인물로서 도에 관한 일가견을  이루었다. 일반인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가 검후와의 비무에서 일천초 가량의 접전을 펼쳐  명성을 날렸다. 팽가도법의 대

가.

 백골사왕(白骨邪王) 음전익

 백골문의 문주. 각종 사공의 대가. 백골강시공이라는 괴공을 익혀 신체가 마치 백골처럼 괴

상한 형태로 변한 인물. 검후에게 패하여 백골문과 함께 잠적하였다.

 비왕(秘王)

 무림 칠왕중 유일하게 검후와 대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호에서 보듯 철저

히 가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광구의 입을 통하여 알려졌다. 각종  환

술과 기공에 능통한 것으로 광구와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한다.

 신주오존(五尊)

 약 십여년전부터 강호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고수들로서 그 능력이 구주 팔황을 장악한

다 하여 '존(尊)'이라는 별호가 붙은 인물들.

 봉황성모 설효빈

 인자한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당금 무림의 최강자. 봉황지예(鳳凰之藝)라 하는 무공을 

펼친다. 평소 무공을 펼치는 모습을  잘 볼수는 없으나 가히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인다 

한다. 현 나이 삼십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고 이십대 초반에 강호에 출도, 많은 자선을  베풀

어 성존(聖尊)이라 평하여 진다.

 무당의 정허(丁虛)

 현 무당의 장교를 맡고 있는 인물. 태극권과 태극혜검의 고수로 알려져 있다. 무당의  내가

선공을 바탕으로 하여 정순한 내력으로도 유명. 역대 무당의 장문들이 무림의 일에 별 관여

를 하지 않음에 비하여 적극적으로 세간의 일에 참여하고 있다. 도존(道尊)이라 한다.

 사검마영(死劍魔影) 

 살수 집단인 살영(殺塋)의 방주. 살수의 특성상 그 내력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무수한 살행

에서 한번의 실수가 없어 오존의 반열에 오른 고수. 사존(死尊)이라 불리운다.

 귀혼혈(鬼魂血) 리자준

 각종 사이한 환술과 사공, 책략등으로 무림에 풍파를 일으키는 인물. 무공은 오존 중  제일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만민교라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많은 백성들을 유혹하여 세

력을 불린 전형적인 악인. 항상  얼굴에 황금면구를 쓰고 있다.  간존(姦尊)이라고 비아냥을 

받는다.

 요후(妖后) 오노노(吳蘆蘆)

 색공으로 유명하다. 창기의 딸로 태어나 비천한 출신으로 오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환

락나녀무라는 기공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육체와 세치혀, 그리고 각종 권모술수로 무공을 얻

어내었다. 아미리가(蛾美鯉家)라는 창기들의 문주를 맡고 있다.  현재 무림에서 자취를 감춘

지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색존(色尊)이라고 한다.

 대략의 설명을 들은 사내들..나름대로의 목표를 세우지만...

" 자! 내일 또 길을 떠날려면 이제 다들 잠자리로 들어라."

 한명의 사내가 검을 들고 불가에 앉고 나머지 인물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고 수면을 취하려 

하였다.

 곧 적막이 흐르고 불붙은 장작만이 가끔 탁탁 소리를 내었다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3장 연(緣) (2) 창작야설  

(2) 

 이제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즈음, 희미한 빛살이 절벽으로 뻗어 왔다. 

 절벽 사이의 공간에 있는 일노일소의 인형. 아환과 노인이 있었다. 

 아환은 수혈을 짚인 상태에서 기절하다시피 쓰러져 있고,  노인은 가부좌의 상태로 요상을 

취하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해가 막 떠 올라 환한 아침이 가까와졌다. 

" 후!"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을 떴다. 

"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일순간의 빚으로 인해 이렇게 끝나게 되는 구나." 독백, 

 시선을 들어 멍하니 밖을 쳐다보다 다시 눈길을 아환에게 준다. 

 손을 뻗어 아환의 혈을 눌러 점혈을 풀었다. 혈도가  풀렸슴에도 불구하고 아환은 지난 긴 

밤을 꽤 고되게 보낸 듯 눈을 뜨지 않았다. 

 잠시 운공을 하고 노인은 손을 뻗쳐 아환의 몸을 흔들어 아환을 깨웠다. 

" 으음" 아환이 부시시 눈을 떴다.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오자 아환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의 환경을 살피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노인의 다리, 시선을 위로 올려 하반신, 상반신, 그리고 

얼굴로 눈을 돌리는 순간 아환의 눈빛이 다시 멍해졌다. 

 어느새 노인의 눈이 핏빛으로 변해있었다. 

 이어 어제 아환을 인도하던 기이한 음성이 노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 무상심결은 천지간에 존재하는 기운을 받아들여 내기를 순환하여........" 

" 양의심공은 동시에 여러가지의 기운을 다스리며 각각의 기운을 운용할 수 있는..." 

" 태극신보는 혼돈에서 형성된 태극의 이치를 보결로 응용하여...." 

" 무영행은 쾌를 그 목적으로 하는 경신술로 운행된 내기를...." 

" 건곤형은 모든 권과 병기의 흐름에 적용할 수 있는...." 

 무공구결.. 

" 제령심안은...." 

" 기환 구법은 혼돈, 음양, 삼재, 사상, 오행, 육합, 칠성, 팔괘, 구궁의..." 

 기공, 환술들.. 

 끊임없이 노인의 입에서 중얼거리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촛점이 없는 멍한 눈의 아환은 노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미동도 하지 않은채  노

인의 말을 묵묵히 듣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틀밤낮이 지났다. 

 이틀동안 노인은 끊임없이 입에서 말을 토해내었다. 아환 역시 이틀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노인은 무공과 기공, 잡술 뿐  아니라 제반 무림의 사항, 현황,  그리고 충고 등을 이틀동안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올 것 같은 말이 뚝 끊겼다. 

" 우웩!" 핏덩이가 노인의 입에서 튀어 나온다. 노인의 눈은 이제 혈광이 사라진  채로 평범

하게 변해있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생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노인은 힘겹게 품에서 몇가지 물건들을 꺼내었다. 자그마한 옥함 하나, 그리고 침통으로 보

이는 물건하나. 노인은 침통에서 금침을 몇개 꺼내었다. 

" 얼마나 버텨줄 지.." 

 노인은 금침을 몸으로 가져간다. 힘겹게 가져가는 손.. 

 놀랍게도 노인은 사혈로 알려진 혈도에 침을 가하였다. 백회혈, 기해혈, 그리고 용천혈.. 

 삼단전이라 불리우는 곳에 침을 놓고 노인은 운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한시진가량의 운기가 끝나고 노인이 눈을 떳다. 

 번쩍! 시퍼런 청광이 노인의 눈에서 일순 뻗어 나왔다. 

" 회혼차기법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한시진 남짓, 그 사이에 마무리를 해야겠지."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음성으로 홀로 중얼거리던  노인, 옥함을 연다. 옥함을 열자  청아한 

향기와 함께 동그란 물체가 두 개가 나란히 눈에 띈다. 빨갛고 파란 환이 하나씩, 크기는 갓

난아기의 손바닥한 물체였다. 

" 음양신단이 이렇게 쓰일지 몰랐구나. 소공녀에게  바칠려고 했는데..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쓰러져 있는 아환의 턱을 잡는 노인의 손, 아환의 입을 벌려 환을 하나 하나 집어 넣었다. 

 목 근처를 가볍게 만지자 환은 이내 식도를 타고 아환의 위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음양신단! 

 삼백년전의 기인 귀곡자가 음양의 신물들과 천지사이 음양의 기운을 빌어 만들었다는 천고

의 성물! 

 그 약효자체엔 관하여 알려진 것은 없었지만.. 

" 차라리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이 편하지." 

 노인은 손을 뻗어 아환의 전신은 난타하기 시작하였다. 전신의 혈도를 엄청난 속도의 손놀

림으로 짚어나가는 노인, 매우 힘든 일인 듯, 비오듯 땀방울을 흘리며 아환의 전신을 왕복하

였다. 

 그렇게 한 시진 가량이 흘렀을까? 

 노인은 손을 멈추었다. 

" 이제 남은 것은 너의  몫일뿐..네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겠지. 운이 좋아 또다른 

천연(天緣)을 만나면..그리 썩 훌륭한 무골이라 할 순 없으나 괜챃은 재질, 거기다 무엇인지

는 모르겠으나 정순한 기운이 느껴짐이  타 내공과 조화를 이룸에 전혀  방해가 없구나. 내 

당부는 이미 네 뇌리 속에 제령심안으로 심어 놓았으니 네가 잘 따라주기만을 바랄 뿐..그리

고 명사(名師)를 만나길..검후에게 빼앗긴 척 한 현녀심결(玄女心訣)의 묘용은 네가 잘 알겠

지. 네 심정에 잠재해있을 살(殺)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힘겹게 신형을 움직여 정좌를 한 노인. 

" 후회되는가..아쉬운가.. 헛헛헛." 문득 하늘을 쳐다보며 허탈한 듯 웃는다. 

 그리고 천천히 노인은 눈을 내려 감았다. 

(3) 

 어둠이 내려 앉은 야산의 중턱, 한 소동이 걸음을 바삐 옮기고 있었다. 

 소동, 아환은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여 구문현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물이 범인에게 있어 잘 

구별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아환은 길을 가는데 있어 조금의  장애도 느끼지 못하는 듯 거

무스레한 산길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는 음성.. 

" 나는 모용사강이라 한다. 자는 승재(乘再), 모용세가의 방계 출신이다. 아흔 일곱의 생애를 

살아왔고 이제 여기서 삶을 정리하게 되었다. 서른의 나이로  강호에 출도하였으나 주로 보

이지 않게 활동을 하였다. 무림에서 '비왕(秘王)'이라고 칭함을 받았으며 칠왕중의 일인이라

는 말을 들었다. 

 오랑캐라 하는 모용의 성씨를 가진 나였기에 떳떳이 강호에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위

치였다. 어려서 무골보다는 문재(文才)의 기질을 가졌기에 무공의 입문이 꽤 늦어 나이 스물

이 되어 내공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정순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 무예보다는 기공과 

환술, 그리고 얼마의 외공으로 칠왕의 자리에 올랐었다. 

 모용세가의 대외호법의 직책을 맡았었으며 각종 무공비급이나 기진이보의 수집이 내  직무

였기에 많은 무공을 알 수가 있었다. 하나  일극(一極)은 만극(萬極)이라는 이치를 알면서도 

늦게 접한 무공에 대한 욕심으로 각종 무공을 익혔다. 그 결과 꽤  여러 무공을 익힐 수 있

었으나 절대의 위치에 설수는 없었다. 검후가 무림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이유는 일극을 거

의 달성하였기 때문이라 본다. 

 검후의 심살기(心殺氣)는 정말 무섭구나. 내가 비록 오존 중의 귀혼혈의 흉계로 인하여 사

존(死尊)과의 대결로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하나 검후의 일검에  담긴 검기가 내 심맥

에 치명상을 입힐 줄이야.. 

 네게 몇몇 무공을 제령심안으로 심어 놓았다. 

 내가 알고 있는 무공은 무수히 많으나  내가 익히지 못한 무공, 타고난  문재를 가진 내가 

수십년의 세월을 거치며 연구해왔던 무공 중 가장 정심하다고 생각되는 무공의 구결을 연구

를 거듭하여 이해한 후 네게 들려주었다. 제령심안으로 네게 기억된 무결은 네가 죽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네게 내가 알고 있는 환술들과  강호에서 얻어진 몇몇 경험, 그리고  기타 여러 아는 

바를 전한다. 

 네가 깨어났을때 네 몸이 전과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게 음양신단이라는 희대

의 영약을 복용시켰다. 네가 무공을 익히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너를 구할때는 너로 하여금 모용세가를 위하여 일한 다는 것을 조건으로 삼고 강제

로 네 기억을 지배하려고 하였다. 그러면서 너를 구하고 네가 겪은 일을 보고 내 삶이 다함

을 알면서 많은 것이 허망해지는구나. 

 네 이름에 대하여 하는 것은 '아환'밖에 없구나. 

 아환! 

 네게 한가지만 부탁한다. 가능하다면 모용세가에 얼마간의 도움을 주기 바란다. 내 연이 있

는 곳이라 차마 외면할 수는 없구나. 그외엔 네가 행하고 싶은 대로 행하여라. 정의니, 복수

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단지 네가 원하는 일만 하여라. 

 한가지 더. 

 검후에게 현녀심결이라는 비급을 고의로 흘렸다. 싫든 좋든 무공광인 검후는 그 심결을 익

힐 것이다. 네게 알려준 '황제의(皇帝意)'와는 상반되는 심결이다. 

 아환! 

 강하게 살아라. " 

" 사부님.." 두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 

 험한 일을 겪었고 피붙이가 다 사라진 지금 자신을 구해주고 은혜를 베풀어준 인물.. 

 오랑캐라도 

 정성껏 구배를 모시고 주검을 안장한 후  아환은 미리 비왕이 준비한 줄로 절벽에서  빠져 

나왔다. 이 전과는 달리 전신에서 기운이 넘쳐흐르고 눈과  귀가 밝아졌으며 지칠줄 모르는 

체력이 나왔다. 조심스레 화타오금세를 밟으니 엄청난 기운이 체내를 휘돌기 시작하였다. 

 아환은 어느 덧 마을 어귀에 다가섰다. 그리곤 밤이 더욱 깊어질때까지 기다렸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고 하나 둘 집집의 호롱불이 꺼져가 칠흑같은 암흑이 구문현을 덮을 

즈음 아환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었다. 

 이윽고 아환이 도착한 것은 어느 집. 일반 민가보다 규모가 상당히 큰 구문현에서 첫 손에 

꼽힐 큰 집. 그 집은 적가의방이 아닌 한 전장이었다. 

 미리 이런 길을 예측한 듯 재물이 될만한 여러 가지를 진청청은 평소 적의와 호형호제하던 

전장의 주인에게 맡겨 놓았다. 

 슬그머니 담을 타 넘는 아환. 익숙한 지리인듯 내원으로 향하여 한 별실 앞에서 발을 멈추

었다. 

" 아성" 

 문가에 바싹 붙어 나즈막한 목소리를 뱉는 아환. 

 아성이라 불린 사람이 깊은 잠이 들었는지 방에선 기척이  없다. 몇번을 반복하여 불러 보

더 아환은 소리 없이 문을 열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침상에 아환의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누워 자고 있었다. 

 소동의 옆으로 간 아환은 손을 뻗어 소동의 입을 막는다. 

" 아성" 

" 읍" 

" 나야. 적무환이야." 

 그제서야 상황이 짐작되는 듯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환을 쳐다보는 소동. 

" 어찌된 일이야. 성도로 갔었잖아." 

 되 짚기 싫은 기억, 하지만 아환은 자신이 겪은 바를 간략히 설명하였다. 

 엄청난 친구의 불행, 아성이라 불리운 소동은 할말을 잃는다. 

" 네게 부탁이 있어." 

" 뭔데?" 

" 난 여길 떠날거야. 내가 살아  있는 것을 그 무림인들이 알면  안돼. 난 무림인이 될테다. 

그리고 내가 할려는 부탁은 내가 다시 올때까지 우리 집의  재산을 맡아 주었으면 해. 너는 

상리에 밝으니 그것으로 장사를 해도 좋고.." 

" 아환!" 

" 그리고 집의 각종 책들과 물품들은 따로 보관을 좀 해주고. 우리 집에서 일하던 하인들은 

우리 재산의 일부를 처분하여 보상을 해주길 부탁할께.? 

"..." 

" 내 가장 친한 친구. 널 믿는다." 

" 어디로 갈꺼니?" 

" 아직은 몰라. 하지만 무인이 되러 갈꺼야." 

" 후~" 한숨을 내쉬는 소동. 

" 아버님께 말씀을 드려도 괜찮아.  선친과 친한 벗이었고 입도  무거운신 분이라 아버님께 

말씀드리고 내 부탁을 들어주렴." 

" 그래." 

" 이만 간다." 

 손을 내밀어 서로를 맡잡는다. 

 굳어 보이는 결의. 

 방을 닫고 사라지는 아환의 뒷모습을 묵묵히 아성은 바라보았다. 

(4) 

 어느 덧 일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강서성(江西城)의 한 촌락에서 십년 가까이 살아온 아환에게 있어서의 유랑길은 결코 낭만

이나 신기함이 가득한 여행이 될 수 없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돈도 없고 가진 바 힘이 없는 민초들의 삶이 그러하듯, 더군다나 아직 어

린 아환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는 험한 생활을 하였다. 

 거지 꼴을 하고 노숙을 하며 초근목피(草根木被)로 끼니를 때우고 어쩌다가 기이한 열매나 

버섯등을 먹고 복통과 고열에 밤새 신음하기도 하고 때로는 촌락에서 구걸을 하기도 하고.. 

 단순히 의서로만, 그리고 책으로만 익힌 지식은 별 도움이 없었다. 의가의 자식이었고 깊지

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의술을 공부하였다 한 아환이지만 가까운 이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아가기엔 쉬운일이 아니었다. 

 운이 좋아 어느 마을에서 동냥을 좀 하여 뭐라도  먹을라치면 어느새 다가온 각다귀, 마을

의 불량배들에게 동전 몇잎을 빼앗기고  흠씬 두들겨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그럴수록 

아환의 정신은 단련되어지지만 육체의 고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뇌리에 잠재되어 있는 무공을 익힐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무공은 결코 배움없이 혼자서 익

힐 수가 없었으며, 사부인 비왕의 당부대로 기초적인 심법과  화타오금세로 체력을 키울 뿐

이었다. 복용한 음양신단과 내기순환의 덕분인지  아환은 건강을 잃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다. 

' 어찌하여야 내가 무림인이 될 수 있는 걸까?' 

 끊임없는 의문..그러나 지금의 아환으로선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무작정 방황만을 지

속할뿐.. 

 또 이년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제법 소년의 티가 나오는 아환. 

 체격은 제법 건장해지고 목젖도 약간 불룩해보였다. 

 육체도 어느 정도 발육하여 얼마 전에 몽정도 경험하였다.  비록 슬프고 치에 떨린 몽정이

었지만.. 

 나이 십삼세. 

 또래의 소년보다 월등히 큰 체격을 가진 아환. 

 매일매일 심법과 화타오금세를 익히고 비왕의 당부에 의한 내기가 아닌 순수한 외력에 정

진한 결과 아환은 꽤 강한 체력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이젠 제법 사냥에도 익숙해지고, 유랑생활로 노숙생활이 익숙해진 아

환. 

 현재는 강서성과 인접한 호북성의 어느 북쪽 고을에 반쯤은 정착한 상태이었다. 

 하루하루를 심신을 단련시키고 남은 시간에 나무나 사냥을 하여 고을에 내다 팔아 필요한 

물품을 사서 산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작은 동굴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전에 다른 고을에서 정착을 하려  하였을때 불량배들과의 충돌이 있었고 약간의  솜씨를 

발휘하여 일단의 불량배를 물리쳤으나 계속되는 찝쩍거림과 점점 거세어지는 부딪힘을 겪은 

후 도망치듯 그 고을을 빠져나왔다. 

 지금 정착한 고을에서는 불량배들에게 일정액을 상납하고 가끔 얻어맞으면서 나름대로  처

세를 터득한 듯 아환은 얼마나마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환은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무인이 되기 위해선 더이상  근골이 굳기 전에 무예에 입문을  하여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일반 무림의 도장에 출입하는 것도 어려웠다. 

 점차 마음은 초조해지고 아환이 여러가지 삶을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환이 심법수련을 하고 사냥을 나가던 참이었다. 

 눈에 띈 작은 노루 한마리. 제법 값이 나가는 야생동물이었다. 

 저 짐승을 잡아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고을에  내다 팔 생각을 하고 있던 아환은  살그머니 

노루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아환이 다가오는 기척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노루는 풀을 

먹다 이동을 하다를 반복하였다. 계속  노루를 뛰좇는 아환..자신이 생전  처음 가는 길임을 

모른 채 점점 산속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기어이 노루를 손아귀에 넣었을때 날은 저물었고 아환은 자신이 지금 처해있는 위치를 깨

달았다. 비록 눈이 밝아 사물을 구별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할지라도  산 속 깊은 곳에서 별

수 없이 노숙을 하여야 함을 알고 아환은 하룻밤을 잘 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중 아환은 큰 바위를 발견하였고 바위밑에서 밤을 지내려고  가까이 

가다가 바위옆에 발견하기 힘든 작은  구멍을 볼 수 있었다. 어른이  들어가기엔 무리일 듯 

한 작은 구멍. 

 그 곳으로 다가간 아환은 문득 구멍 주위에 기이한 가루가 뿌려져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

다. 

" 왠 백반이 이런 곳에.." 

 뱀을 쫓을려고 일반적으로 쓰는 백반이 구멍 근처에 뿌려져 있다. 그리고 백반과 어우러져 

흩어져 있는 다른 가루들은 아마 짐승의 접근을 막기 위함이리라. 

 인위적인 흔적. 

 아환은 몸을 굽혀 구멍 속으로 조심스레 몸을 들이밀었다.  그리곤 한 오륙장 정도되는 통

로를 따라 기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아환은 통로의 끝에  도달하였고 탁트인 공간을 발견하

게 되었다. 

 틀림없이 사람이 만든 공간이었다. 

 반경이 삼장 가량되는 울퉁불퉁한 흙을 다듬어 만든 공간. 시선을 돌리어 흙실안을 살피던 

아환은 흠칫하며 공간의 한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아환의 시선이 멈춘 구석. 한 인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안력을 자연스레 돋구워 그 사람을 살피었다. 

 여자! 그 것도 발가벗은 여자! 속칭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

아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살포시 내려 감은 눈, 오똑히 솟은 코, 가볍게 다문 붉은 입술..하

얀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면 보이는 젖무덤..그리고 그 위에 매달린 유실..기름지고  매끄러운 

아랫배를 지나면 조금씩 거무스름한 기운..방초가 보인다. 가부좌의 특성상 여인에게선 비처

가 적나라하게 아환에게 보여졌다. 

 한 스물 예닐곱쯤? 

 어떤 기공을 익히는 여무인으로 보였다.  일정한 조식과 지식을 반복하며  운공을 하는 듯 

했다. 무척 중요하고 기묘한 무공인지 사람들이 찾지 못할 외진 장소에서 수련을 지.. 

 여인은 지금 자신의 공간에 누가 들어왔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삼매에 들어 몰아지경

에서 운공을 계속하고 있는 여인에게 있어서 주위에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고, 

이 같은 외진 곳에 사람이 들어올 까닭이 없었고 짐승들도 입구에 뿌려 놓은 백반과 척수분

(斥獸粉)으로 인해 접근하지 못할 것이 뻔했기에 아예 그러한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였다. 

 아환은 여인에게 다가갔다. 무척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옮겨 여인의 앞에 다가섰다.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모른채 운기를 계속하고 있는 여인, 운공의 정점에 들어섰는지 기의 흐름이 밖

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연한 빛을 내는 기운이 여인의 몸을 휘감는다. 그것은 이내 고리  모

양을 만들어 여인의 주변을 맴돌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의 고리 모양의 기환이  주위를 맴도는 여인..은은한 향이  주위에 진동하였다. 여인의 

육향(肉香)이기엔 조금 이상한 향기.. 

 얼마 전에 몽정을 경험하여 이제 성욕이라는 것을 느끼는 아환에게 있어서 낯선 유혹이 다

가왔다. 그가 처음 겪은 몽정의 대상은 다름아닌 진청청,  그의 어머니 였다. 그가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보았던 유일한 여체, 그리고 성행위 장면..그 몽정을  겪은 후 심한 자괴감에 시

달리던 아환, 곧 비뚤어진 욕망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아환 본인은 잘 모르고 있었다. 

 손을 내 뻗어 여인의 가슴으로 다가서는 아환..잔뜩 떨리는 손 끝..두 눈에는 어느 새  욕정

이 가득히 찬 상태였다. 힘겹게 다가서던 아환의 손이 여인의 가슴을 살며시 움켜잡았다. 갑

자기 움켜잡힌 여인의 가슴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전신으로 그 떨림이 번져나갔다. 

 마치 죽은 자의 얼굴처럼 창백해지는  여인의 안색, 입술사이론 붉은  선혈이 흘러 나오기 

시작하고 여인의 몸은 이제 폭풍을 만난 나뭇가지처럼 매우 크게 흔들렸다. 

" 우욱!" 

 크게 신음을 흘리며 핏덩이를 내뱉는 여인..주위에 향기가 갑자기 진해진다 싶더니  여인이 

그 자리에서 벌렁 뒤로 넘어진다. 

 어느새 가부좌가 풀렸을까? 

 사지를 늘어뜨린 채로 누워있는 발가벗은 여인.. 

 잔뜩 욕망으로 충혈되어 있는 아환의 뇌리속은 잠시전까지의 여인의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욕망을 풀 수 있는 배출구로서의 여체만이 눈에 가득할 뿐이다. 

 무작정 여인에게 달려드는 아환! 아무  방비 없는 여인의 몸이지만 조금의  거리낌이 없이 

아환은 달려들었다. 본능밖에 존재하지 않는 아환..아환은 거칠게  향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

다. 여인의 전신 구석구석의 땀샘에서  나오는 듯 여인의 몸은 그야말로  강한 향을 뿌리고 

있었다. 그 향이 나오는 곳을 아환은 무턱대고 핥고 빨기 시작하였다. 부드러운 애무나 감미

로운 혀놀림과는 거리가 먼 거칠고 험한 입술..아환은 여인의 전신곳곳에 자국을 내기  시작

하였다. 

 붉은 입술을 탐하고 귓덜미를 지나 목선으로 입술을 움직이고..아환의 입이 지나간  자리엔 

끈적한 타액과 붉은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어느 덧 여인의 가슴에 아환의 혀가 닿았다.  마치 잘 틀어진 솜과 같이 말랑말랑한  가슴, 

그러나 아환은 그 감촉을 느끼기 보다는 향을 더욱 취할려는 욕망이 강했다. 여인의 유방을 

혀로 닦아내듯 상당시간을 탐하더니 입을 그 정점으로 가져갔다. 

 남자 경험이 꽤 있는 듯 여인의 유실은 잘 발달되어 있었다. 검붉은 빛을 띈 유실..아무 반

응도 없이 늘어져 있는 여체와는  다르게 아환의 혀끝 놀림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혀로 그 

유두를 입안에서 굴리다가 이빨로 잘근잘근 씹기도 하고 그리곤 입술로 머금어 강하게 빨기

도 하였다. 

 한동안 여인의 젖가슴에 머물르던 아환, 입술을 아래로 이동시킨다. 탄력있는 아랫배에  잠

시 있다 싶더니 이내 숲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입술이 다가선다. 

 향기가 가장 진하게 나오는 곳. 그 곳임을 안 아환은 거칠게 얼굴을 여인의 사타구니로 밀

어 넣었다. 약간의 향이라도 놓칠새라 지금보다 더 거칠고 강하게 입술을 움직인다.  울창한 

여인의 방초숲도 아환에게는 조금도 방해가 되지 않는 듯 싶다. 

 여체라고는 금단의 몸외엔 본적도 없고 만진 적도 없는 아환이었지만 향기가 나오는 곳을 

탐하다 보니 자연스레 절묘한 애무의 형태를 취하였다. 

 여인의 균열이 시작되는 곳을 혀끝으로 핥다가 자그마한 돌기를 입술을 모아 물고 빨아 당

기기 시작하였다. 

 움찔. 

 미동도 없던 여체가 반응을 하였다. 

 음핵을 입술로 빨고 핥던 아환. 이빨끝으로 살며시 그 음핵을 깨문다. 그 곳이 무언가도 모

르지만 거칠던 동작이 어느덧 약간은 부드럽게 변해 있다. 계속되는 혀와 입술의 놀림..타액

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액체인가? 여인의 음부는 물기로  흥건해져 있었다. 혀는 음핵에서

만의 한정된 움직임을 벗어나 조금 더 밑의 부분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요도를 지나 질부

위까지 아환의 입술이 범하는 영역이 커졌다. 

 이빨로 여인의 작은 아랫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아환..강하게 음순을 빨아들여 입술 속으로 

음순을 집어 넣어 혀로 놀리다 다시 풀어주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질구를 핥다가 혀를 세워 

질 속으로 집어넣기도 하고..혀끝을 내려 질과 항문의 사이 회음의 부위를 살살살  자극하기

도 하고.. 

 끊임없는 혀와 입술의 유희..단순한  음욕에 의한 동작만은 아니었다.  이는 비왕이 남겨준 

잡술에 있는 방중술이 아환의 본능에 이끌려 행동하고 있을때 무의식에 각인되어 아환의 동

작을 지배한 이유도 있었다. 각설하고.. 

 아환은 자신의 타액으로 질펀해진 여체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몇 안되는 옷쪼가리를 

벗어 던졌다. 옷이라야 바지와 속곳하나.. 

 우뚝 솟은 남근, 장대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아환의 나이에 있어서는 꽤 큰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끊임없는 수련의 부산물인듯 강대한 남성..화타오금세의 효용중의 하나일지라. 

 던지다시피 여인의 몸에 자신을 싣는다.  첫경험이라 서툰 감이 있지만  이내 찾아갈 곳을 

찾은 듯 아환의 남근이 여인의 비부에 잠겨들어간다. 경험이  적지 않은 여체이라서 그런지 

혹은 상당 시간의 전희를 즐긴 탓인지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아환의 남성의 크기때문인

지 무리없이 여체의 비부에 한 순간에 다 들어갔다. 

 후끈한 열기가 아랫도리에서 일어난다. 아환의 남성을 휘감아  도는 수많은 질벽의 주름들

이 움직여 댄다. 마치 살아 있는 지렁이 들이 아환의 남성을 감싸고 꿈틀대는가, 제  각각의 

주름들과 근육들이 아환의 성기를 자극하였다. 천하의 명기.. 

 두어번의 진퇴를 하였을까? 부르르 온 몸을 떤다 싶더니 아환은 토정을 한다. 

 처음 맞은 경험, 그리고 처음 여체에 사정.. 

 아환이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환의 체내의 기운들이 요동을 친다. 극히 미미한 

일부분의 효력이 녹아 있던 약효가 다시 작용하는 듯 싶더니 아환의 남근은 슬며시 그 위용

을 여체의 질속에서 다시금 발휘한다. 언제 사정하였나 싶게  발기를 마쳐 단단해진 아환의 

일부. 

 아환은 허리를 뒤로 빼었다 곧 거칠게 돌진을 하였다. 아까보다 훨씬 용이한 삽입.  아마도 

아환의 정액이 윤활의 역활에 일조를 하는 듯 한다. 

 입술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점차 속도를 높이며 허리를 왕복하는 아환.. 

 여인의 붉게 물든 몸을 계속하여 학대를 해 나갔다. 

 사정, 또 사정.. 

 지칠줄 모르는 체력인 듯 거진 하루의  시간을 아환의 남근은 여체의 몸에 담구어져  있었

다. 

[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3장 연(緣) 창작야설  

(5)

 그리 밝지는 않지만 희미한 빛을 내는 야명주가 밝히고 있는 공간..

 아환이 한 여체위에 엎드려 있었다.

 지난 시간동안의 끊임없는 정사, 그에 의한 토정과 원기를 배출한 상태의 아환. 너무  무리

를 한 탓일까? 기진한 듯 아환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엎드린 상태에서 가만히 있었다. 단

지 숨을 쉬기 때문에 약간의 기복이 생기는 것  외엔..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환의 전신체

내에선 상당한 양의 기운이 닦여진  길을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그  기운은 아환의 배출한 

원기를 다시 보충함과 동시에 더 넓히는 역활을 하고 있었다.

 아환의 밑에 깔린 여체 역시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다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남아 있

는 음행의 자국이 치열한 지난 정사를 보여주는 듯 했다.  입술의 주위는 타액이 흘러 머릿

결을 적시고 있고, 목덜미, 젖가슴, 유실등은 번들거리는 물기와 치흔,  손자국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반신 다리가 갈라지는  지점은 탁한 흰빛 액체로 홍수를  이룰 정도로 되어 

있었다. 계속되는 토정의 결과로 인하여 여체의 자궁에서 질을 거쳐 흘러 나온 아환의 정액

이 여인의 애액과 섞이어 긴 흐름을 만들어 냈다. 거의 여인의 둔부 밑을 질퍽거릴 정도로..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꿈틀!

 아환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자연스레 손이 움직이고..

 무언가가 손에 닿는다. 별다른 의식이 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그 손에 들어온 것을 만지다 

아환은 급히 눈을 떴다.

" 헉"

 다급하게 상체를 일으키는 아환, 그 아래의 광경이 한 눈에 비추어진다.

 요기로운 여체..지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전라의 여인이 눈에 들어 오고 차츰차츰  간

밤의 시간들이 기억에 떠오른다. 어젯 저녁(실제로 얼마의 시간이 흐른지도 모르지만) 자신

은 밤에 잘 자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던중 바위 밑의 틈을 발견하여 조심스레 들어가서 

그 속을 살폈는데 여인이 있어..까지가  아환의 기억의 전부였다. 그리곤  정신을 잃은 것인

가? 아님..

 혼란스러운 아환..그러던 중 하체에서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자신의 하물이 답답한  느낌. 

몸을 일으키며 밑을 바라 보던 아환은  남근이 여인의 비부에서 빠져나오는 모습과  감각을 

느꼈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이 여인과 교접  상태에 있었단 말인가? 강한 의문! 전혀 기억

이 나지 않지만 현 정황이 그 것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일정 시간 멍한 상태에서 있던 아환은 생각을 정리 하기 시작했다.

 이 곳은 어디인가?

 이 여인은 누구일까?

 왜 지난 밤이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계속되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내가 간 밤에 이 여자와 성교를 한 것일까?

' 이 여인을 깨워서 물어 보면 되겠지'

 도저히 그 과정을 유추할 수 없자 아환은 여인을 깨우기 시작했다.

" 이보시오."

 아환의 손길에 따라 흔들리는 여체. 그 흔들림은 여인의 머릿결의 출렁임, 봉긋이 솟은  가

슴의 융기, 그위에 매달린 유실의 흔들림을 연쇄적으로 가져왔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하체에 다시금 열기가 느껴졌다. 이내 고개를 흔들던 아환, 좀 더 강도를 높여 여인을 깨운

다.

" 이봐요. 일어나시오."

 한참을 그렇게 흔들자 여인의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

 반짝.

 아름다와 보이는 봉목이 나타났다. 

 이제 정신이 드는 구나 싶어 아환은 손을 떼었다.

" 이보시오. 당신은 누구시오?"

 무반응..눈을 뜬 상태지만 여인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환은 여인의 눈을 들여다 봤다. 혼망한 눈, 촛점이 잡히지 않은 동공이 거기 있었다.

" 이게 어찌된.."

 아환은 미처 말을 맺지 못하고 여인의 눈동자를 뚫어지라 보았다.

 문득 간밤의 여인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곧이어 떠오른 생각.

" 주화입마"

 입술사이로 신음처럼 새어나오는 한 마디. 주화입마.

 그랬다. 여인은 이 곳에서 기공을 익히던 중 중요한  고비에서 아환의 손길로 인하여 기의 

순환의 제어를 놓쳐 주화입마에 들은 것이었다. 의가의 자손이었고, 비왕에게서  간략하나마 

무공의 제반 사항을 들어 지금 여인의 상태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곰곰히 아환은 생각을 차분차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이 여인은 지금 이 곳에서 어떠한 무공을 익히던 중이었다.

 그 무공의 기운으로 인하여 내가 정신을 잃고 이 여자와 교접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여인은 주화입마에 빠졌다.

 지금 이 여인의 상태는 이지를 상실한 듯 싶다.

 이 여자를 범했다고 해서 아환에게 죄의식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물경 사년의 시간 동안 

좋은 일은 거의 없었고 험한 일을 겪기만  한 아환에게 여인 하나 강간하였다고 해서 심한 

자괴감에 빠지고나 할 겨를이 없다라고 할까? 아환은 이미 살아가기 위하여 어떠한 일이라

도 할 처지였다. 그리고 마음가짐 역시 정인군자나 인의예지(仁義禮智)등의 원칙론은 사치라

고만 생각하는 아환이었다.

 아환이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 났다. 이어서  여기 저기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  크지 

않는 공간, 가운데에 놓여진 야광주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공간의 이 곳  저 곳을 훑다가 

뒤를 도는 순간 아환은 기겁을 할 듯이 놀랐다.

 어느새 여인이 소리도 없이 일어나서 아환의 등뒤에 서 있는 것이 었다.

" 흡!"

 아환이 몸을 돌리자 마자 뛰어 들어 작은 입술을 아환의 입에 마주쳐가는 여인. 그 눈가엔 

어느 새 열기가 다시 끈적이고 있었다.

" 에잇."

 아환이 손을 뻗어 여인을 밀쳐냈다.

 푸욱!

 여인이 아환의 힘에 뒤로 벌렁 자빠졌다. 그러면서 다리가  들리고 벌린 그 사이에서 적나

라하게 드러나는  여인의 비경, 아직까지 아환의  정액이 다 빠져 나오지 않은 듯  가는 실 

같은 탁한 우윳빛 액체가 늘어져 있고.

 쓰러진 상태에서 여인의 멍하니 아환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 이게 무슨 조화지?"

 아직까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 열기가 일렁거리고 있는 여인의 동공을 바라보며 

아환은 손을 들어 경계를 하였다.

" 대체 당신은 누구요?"

" 대체 당신은 누구요?...나? 내가 누구요? 내가 누구지? 난..."

 여인은 아환의 말을 따라 하다가 혼란이 이는지 말을 계속 되풀이 하며 고운 아미를  찡그

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 당신이 누군지 모른단 말이오?"

" 당신이 누군지 모른단 말이오? 내가 누군지..내가 누굴까? 난 누구지?"

 아까의 반복..여인은 얼마 동안 혼란에 빠져 있는 듯 싶더니 다시 몸을 벌떡 일으켜 아환에

게 안겨왔다. 미쳐 방비를 채 못하고 여인을 덥썩 안은 아환, 멍해 있다 여인을 밀어 낸다.

" 저리 가시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더더욱 안겨 오는 여인, 살며시 옥수를 뻗어 아환의 남근을 잡아 

간다.

" 헛!" 헛바람 소리가 아환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여인의 손은 아환의 남근을 잡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교묘하게  손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가볍게 쥐었다가 손가락끝으로 하물의 아랫부분을 간질이고 그러다간 미미한 왕복운동을 하

기도 하였다. 

 저릿한 쾌감이 아환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 으흣"

 눈을 질끈 감는 아환! 일순 자신의 남근이 뜨거운 늪속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깜짝 놀라 앞을 본 아환, 여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여인의 몸을 웅크리고 아환

의 양물을 입에 머금고 입술을 이용하여 정성스레 애무하고 있는 여인의 머리가 보였다. 

 칠흑같이 검은 머릿결이 여인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물결치듯 출렁였다. 무척이나 익숙한 

몸놀림, 많은 경험을 가진 듯 남자의 성감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었다.

" 헙"

 비명아닌 비명.

 잠시 동작을 멈춘 여인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리곤 다시 혀를 놀려 아환의 남근을 다시 핥는 여체..

 아환은 그런 여인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남근에서 떼어 냈다.

" 그만하시오."

 아환의 손에 의해 입을 뗀 여인, 웅크린 상태에서 고개와 눈만 들어 아환을 빤히 쳐다본다.

"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

" 이런 제길..말이 통해야지."

"..."

" 이름이 뭐요?"

" 이름? 내 이름? 내가 누구지? 난.."

" 그만!! 되었소."

"..."

 혹시 단서라도 있을까 주변을 살피는 아환, 아무 것도 없었다. 옷가지라곤 자신이 찢다시피 

던진 옷쪼가리와 공간에 빛을 내는  야명주 뿐, 그리고 한 구석에  여인이 토한 핏자국외에 

하다 못해 여인의 옷가지도 없었다.

" 이런.."

" 당신 혹시 무공을 아시오?"

" 무공?"

" 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할까? 그냥 가버릴까? 이 여자를 여기에 묻

을까? 그렇지 않으면 여인을 데리고  갈까? 만약 데리고 간다면  어찌 해야 되나? 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답을 찾지 못하고 한 구석에 털썩 주저 앉았다.

 슬그머니 다가오는 여체, 스르르 아환에게 안겨 온다.

" 이.." 할 말을 잃은 아환.

" 휴~"손을 뻗쳐 여인의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번쩍!

 아환의 눈이 띄여졌다.

" 그렇지."

 아환은 기억을 되살려 제령심안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자신보다 정신력이 낮은 상태의 대상에게 펼치는 제심술(制心術). 이 여인의 상태라면..

" 내눈을 보아라." 기이한 음성..과거 아환을 이끌었던 음성이 아환의 입술에서 다시 재생되

었다.

 아환의 혈광이 서린 눈 빛이 여인의 눈과 마주쳤다.

 별 촛점이 없던 여인의 눈이 더욱더 멍해졌다.

" 내눈을 보아라."

"..."

 말없이 촛점없는 눈으로 아환의 눈만 응시하는 여인.

" 너는 내 종속물이다."

" 나는 당신의 종속물입니다."

" 너는 내 종속물이다."

" 나는 당신의 종속물입니다."

 자신이 없는지 몇번을 되풀이 하는 아환. 충분했다 싶은지 제령심안을 거두어 들인다.

" 휴~"

 처음 펼친 사술..그 대상이 용이했다 하더라고  아환에게 있어 강한 집중력과 기의  흐름을 

필요로 하였기에 벌거벗은 아환의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 이제 가능하겠어. 이제 가능하겠어.' 의미 없이 중얼거린다.

(6)

 아환은 여인을 데리고 지금껏 거쳐하던 호북성을 떠나 북쪽으로 행보를 옮겼다.

 밤에 몰래 민가에 들어가 옷가지를 훔쳐 여인에게 입히고 얼굴에 흙등을 발라 미색을 감추

고 몰래 조심하여 길을 옮겼다.

 기이하게 몸에 기운이 지금까지보다도 더욱 넘쳐 흘렀지만 그 이유는 자신이 알지 못했기

에 그냥 그러겠거니 하는 생각외엔..

 이윽고 아환의 일행은 몇달을 이동하여 산서성(山西城)의 항산 근처에 다 달았다. 

 이 곳까지 오면서 여러 마을을 살피었지만 아환이 목적하는 바가 구비되어 있는 고을은 거

의 없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향해 온 곳이 산서성의 항산의 한 기슭에 있는 상운진이라는 고을이었다.

 아환이 중요하게 여긴 점이 구비되어 있는  그러한 고을, 상운진. 이곳에 아환은  정착하려 

하였다.

 자신의 기초가 될 곳! 그 곳으로 상운진을 택하였다.

 외진 마을이지만 상당한 가구가 살고 있는 곳, 무술도장이 구비되어  있는 곳, 각다귀(불량

배)가 존재하는 곳, 그리고 외지와의 거래가 흔치 않은 곳 등의 조건..

 아환은 마을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가지 사전준비를 하였다.

 마을에서 떨어진 사람의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임시로 거처를 마련하고 준비물을 끌어 모

았다. 쇠붙이와 기타 약초들..그리고 몇가지 옷과 보자기등..

" 아악!"

 츠츠츠츳..살이 익는 냄새.

 항산의 한 기슭에서 사람의 살이 익는 냄새가 나왔다.

 불게 달아 있는 쇠꼬챙이가 하나의 글자를 만들었다.

' 장(張)'

 붉은 화인이 여인의 불두덩에 자리 잡았다. 꼬챙이를 잡고 있는 손..아환이었고 화인(火印)

이 새겨지고 있는 곳은 아환과 교접하던 여인의 아랫배 밑이었다.

 흔치 않게 많은 색을 탐하던 부자들이 자신들의 노리개에 징표를 남기는 경우를 아환은 적

가의방시절 어쩌다 볼 수 있었다. 가난한 집의 여식들이나 노예시장에서 구입한 노리개들에

게 몇몇 도착적인 취향을 가진  인간들이 불인두로 여인의 몸 일부에  자국을 내곤 하였다. 

그게 이상이 있어 적가의방에 치료를 온 것을 기억해내곤 아환은  그 흉내를 낸 것이다. 장

(張)을 선택한 이유는 장씨 성이 나라에서 제일 많기 때문이었다.

 준비된 약초로 어느 정도 뒷처리를 하고 여인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던 두 남녀. 여인

의 화인이 아물자 발을 옮겨 마을로 들어 섰다. 이어서 예상한 대로의 진행...

 아환은 여인을 자신의 누나라고 소개하였으며 가진게 없어 거주할 곳을 찾던 중 이 곳까지 

흘러온 상태이며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호소하였다. 모인 마을  사람들 중 

대충 눈 짐작으로 불량배들을 찾을 수 있었고, 자연스레  여인의 미색을 이용하여 각다귀들

로 하여금 이 두 남매를 받아 들이게 했다. 외진 곳이기에 확인하지 못할 것이 뻔했기에 거

짓으로 상황을 꾸미어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부탁하였고, 이는  상씨 부락의 사람들의 마

음을 움직였다. 여기엔 각다귀들의 바람잡음도 한 몫을 하였다. 여인의 미모에 눈독을  들인 

각다귀들로서는 굴러들어오 호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하여 아환은 항산 어귀의 상가진이란 촌락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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