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부강탈-103화 (103/104)

-103-

자신에게만 허락된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자 소희의 뜨거운 내벽이 아찔할 정도로 제 것을 조였다.

하아. 사륵 눈을 감은 지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낮게 호흡을 내쉬며 소희를 음미했다. 전신의 감각이 쭈뼛 설 정도로 황홀하다. 그녀 안에 분신을 묻은 지금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머릿속 산소를 빠듯하게 앗아가는 쾌감이 자기 파괴적일 정도로 강력하다.

“으응… 좋아요?”

소희가 지겸의 얼굴에 제 볼을 살살 비비며 물었다. 질벽을 터트릴 듯 자신을 꽉 채우고 들어온 남자가 힘겹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깊숙한 결합의 감각이 낯익어 퍽 안온하다. 진정으로 하나가 된다는 건 이런 걸 뜻하는 게 아닐까.

“흐… 그걸, 질문이라고.”

지겸이 눈매를 가늘게 접어 그녀를 책망하듯 보더니 소희의 눈꺼풀, 코끝, 뺨, 턱 등 얼굴 여기저기에 자잘한 키스를 내려놓는다.

“그런데 왜 도망쳤어요?”

“내가 언제….”

그의 키스가 간지러워 소희가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기분 좋아.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안을 움찔, 조인다.

큭. 여느 때보다 예민한 지겸의 신음소리가 자극적이다.

“아까… 그렇게 흥분시켜 놓고. 책임도 안 지고 혼자 사라져, 버렸잖아… 읏….”

소희가 책망하듯 말하며 지겸의 양쪽 어깨를 단단히 짚고 제 엉덩이를 아주 천천히 올렸다 내렸다. 그의 것을 슬쩍 빼냈다가 다시 반도 채 넣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미약한 움직임이었는데도 내벽의 점막을 뭉개고 짓누르는 귀두의 느낌이 얼얼하다. 잔뜩 젖은 음부에 박혀 든 살덩이가 서로 재교합할 때마다 꿀적이는 소리가 적나라했다.

제 입술을 깨물며 골반을 들썩이는 그녀의 모습을 지겸이 멍하니 바라봤다. 이게 현실이 맞을까. 황홀경의 끝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애써 다잡으려고 노력해도 이성은 철저히 증발하는 중이다. 힘겨운지 소희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지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인다.

씨. 참는 데도, 한계가….

퍽.

“하읍!”

아무 예고도 없이 지겸이 골반을 튕기듯 짓쳐 올렸다. 순간적으로 내벽을 쓸고 박으며 극점을 찧는 성기가 꼭 그녀를 꿰뚫어버릴 것 같다. 무서울 정도로 깊었다. 내부의 장기가 그의 것에 뭉개져 버리면 어쩌나. 소희가 엉덩이를 슬쩍 들며 본능적으로 자극을 줄여보려 했다.

퍽.

하지만 지겸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골반을 단단히 틀어쥐듯이 인정사정없이 추삽질을 시작했다. 소희의 몸이 그에 의해 붕 띄어졌다가 푸욱 내다 꽂혔다. 서로의 음모가 비벼지고 그의 주름진 살덩이가 엉덩이골에 파묻힐 정도로 빈틈없는 교접이다. 철썩이며 살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잠시 떨어졌던 은밀한 부위가 다시 닿으며 거세게 찧어댈 때마다 애액과 쿠퍼액이 뒤섞여 여기저기 픽픽 튀었다. 그에게 붙잡힌 여린 몸이 꽃잎처럼 흔들리며 흐드러진다.

“너, 너무… 깊…. 흑.”

“책임, 지라며.”

기승전결 없이 처음부터 한계까지 밀고 들어와 박아대니 몸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계속해서 자궁구까지 번쩍이며 때려대는 살기둥이 음험하다. 쾌감이 너무 세서 도리어 겁이 났다.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그런 탓에 내부가 그를 더 조인 건지 지겸이 목을 긁는 듯한 앓는 소리를 낸다.

잠시 멈춘 줄 알았던 흉흉한 성기가 그녀 안에 난 길을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철퍽대는 마찰음이 고통과 쾌락의 경계를 오가며 넘실댄다. 소희가 지겸의 목을 꽉 끌어안고 차마 제대로 지르지도 못하는 비명을 내뱉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온몸이 찢기고 녹아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두렵다.

소희가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지겸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지겸 씨… 구지겸. 하읏. 나, 나 좀 봐봐요.”

러트 사이클에 잠식돼 풀어진 남자의 까만 동공은 격한 정염에 휩싸여 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꼭 날짐승의 눈 같다.

퍽, 퍽. 그 와중에도 그의 허리 짓은 격해지기만 할 뿐이다.

“나, 아파. 아파요. 너무, 세…. 흑, 지겸 씨….”

그녀가 그의 미간에 가만히 입술을 눌렀다.

“소희예요 나. 당신의 오메가.”

그리고 고개를 내려 그의 윗입술을 살짝 머금었다. 여전히 내벽을 파헤치는 남자의 움직임에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소희의 가쁜 호흡이 그의 입가에 맺어진다.

“당신 나 아픈 거 싫어하잖아…. 제발…. 조금, 만…. 천천히.”

읍, 으음.

지겸의 혀가 부드럽게 그녀의 입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동시에 거짓말처럼 그의 파괴적일 정도로 거칠었던 추삽질이 잦아들었다.

“흐, 미…안. 미안해.”

미안해 소희야. 그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젖가슴 사이로 파고들었다. 언제 풀렸는지 블라우스 단추는 전부 열려 있다. 이제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지만.

“괜찮아…. 그저 조금만 천천히, 흣, 아주 조금…. 아!”

지겸이 소희의 브래지어를 아래로 홱 끌어내려 한쪽 가슴을 꺼내 손으로 움켜쥐었다. 봉긋 솟은 핑크빛 유두와 유륜을 입 속에 넣고 혀를 굴려 가며 살살 핥다가 세게 빨아들였다. 머리카락 끝까지 쭈뼛 설 정도의 자극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 제 가슴에 매달려 춥춥 소리 내며 씹고 빠는 이 남자가 너무 좋아서 심장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뛴다.

소희가 자기도 모르게 아래를 조이자 지겸의 목에서도 그르렁대는 신음이 샜다. 좁은 구멍이 제 것을 꽉 물었다 놓았다 반복하는 감촉이 적나라해 짙은 눈썹이 휘어진다.

지겸은 가슴을 정성껏 애무하며 긴장을 풀어놓더니 허리를 뭉근히 돌려 그녀 안에 성기를 더 파묻었다. 부드럽고 느른하지만, 안쪽에 자리를 내듯 질벽을 온통 휘젓는 몸짓에 소희의 골반이 절로 뒤틀린다. 속도를 늦춘다고 자극이 덜해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예민한 점막을 꾹꾹 누르는 귀두의 갈라진 모양까지 선명하게 느껴져 아슬아슬하다.

어느덧 그의 속도에 그녀도 맞추어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그가 스치는 곳마다 짜릿해서 복사뼈가 간지럽다.

“벌려봐.”

느른한 눈빛의 남자가 소희에게 말한다.

어디를…?

이미 한계까지 다리를 벌려 그가 파고들도록 하고 있는데. 지나친 쾌락에 정신이 가물댄다.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

할짝.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남자의 혀끝이 간질인다.

“아.”

그제야 알아챈 소희가 입술을 살며시 벌린다.

“혀.”

분명한 요구인데도 잘 알아차려지지 않는다. 멍한 탓에 소희가 주춤하자,

“하읏!”

푹. 좀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뭉개지던 삽입에 날이 선다. 그가 예고 없이 질구 깊은 곳의 극점을 찌른다. 놀란 소희가 그의 목을 다급히 끌어안았다. 지겸도 답하듯 그녀의 몸을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품 안에 완벽히 가둬진 모든 게 안온하다. 넓은 어깨에 기대 이미 딱 붙어 있는 몸을 최대한 더, 할 수 있는 한 가까이 밀착했다. 떨어지기 싫다. 이 남자에게서.

그 녹을 듯한 따스함에 취해 있는데, 제 몸이 둥실 떠올랐다. 어어. 당황한 소희가 동아줄을 쥐듯 지겸을 붙잡았다.

괜찮아.

귓가에 속삭인 지겸이 그녀를 들고 일어선 채 삽입을 계속했다. 소희의 몸을 붕 띄워 들었다가 성기에 끼워 맞추듯 퍽 끌어내려 치받는다. 주름진 내벽을 순간적으로 쓸고 나갔다가 꽉 채워지는 쾌감이 몸 안쪽을 어지럽게 부유했다. 몸의 무게가 실려 더욱 깊어진 결합.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양감과 당장이라도 땅으로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아찔함이 뒤섞인다.

“지겸… 씨. 흑.”

힘들면, 깨물어.

한없이 다정한 경고. 그가 한 손으로 소희를 단단히 받친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 제 어깨를 물린다. 얼떨결에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곧 지겸이 쉴 새 없이 그녀 몸에 저 자신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깊은 곳을 연신 두드리며 철썩이는 살 소리가 음험하다. 이 보다 더 깊이 들어오는 게 가능할까 의심하면, 그는 언제나 그 예상을 철저히 뛰어넘는다. 두 몸이 겹쳐지고, 온 감각과 마음까지 합쳐진다. 곧 머리가 쩡 울리는 쾌락이 밀어닥친다. 소희가 턱을 바들바들 떨며 그의 어깨에 이를 박아 넣었다.

그걸 힘들다는 신호로 알아들었는지 짐승 같던 몸짓이 이내 수그러들었다. 그의 손이 여린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소희의 몸이 침대 위로 눕혀진다. 땀 때문에 이마에 달라붙은 연갈색 머리카락을 지겸이 세심하게 떼어줬다.

누운 그녀의 몸을 제 다리 사이 가두고, 지겸이 그녀 얼굴 양옆에 팔뚝을 대고 지탱한다. 서로의 눈이 빈틈없이 마주했다. 동그란 세상 가득 서로만 가득하다. 쪽, 쪽. 소희의 얼굴 여기저기 보드라운 입맞춤이 수놓인다.

“후으…소희야….”

소희의 페로몬에 취한 그의 숨이 부쩍 거칠어졌다. 턱 끝을 깨물다가 혀를 길게 빼 목덜미 여기저기를 뭉근하게 핥아 올린다. 이를 세우고 깨물 듯 다가왔다가 멈칫하며 입술로만 빨아들인다.

아, 이 남자. 지금 각인하고 싶구나. 소희는 그의 행동에서 도저히 참지 못하는 발정기 알파의 본능을 읽었다. 순간 발끝부터 소름이 제 몸을 가로질렀다. 심장께가 간지럽다. 이젠 자신도 같은 걸 원한다. 그에게 남는 각인이 반쪽짜리가 아니라 자신과 온전한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이 세상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구지겸이 자신의 알파고, 자신이 그의 오메가란 사실을.

“해요. 흣… 해도 돼.”

각인의 유혹을 간신히 참아내고 쇄골의 팬 곳을 샅샅이 핥던 지겸이 고개를 들었다. 순간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당황하는 표정이다.

“안 돼.”

하지만 붉어진 눈가와 풀어진 눈동자를 하고도 그는 단호하다.

“각인은 나 하나로, 충분해.”

족쇄는 자신의 목에 매인 것으로 충분하다. 소희가 이렇게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허락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벅차다.

소희의 하얀 목덜미를 손끝으로 훑으며 지겸은 다시 한번 솟구치는 욕망을 잠재웠다. 그녀는 자유다. 자신의 주인은 소희지만, 그녀의 몸과 마음은 오롯이 그녀만의 것이다.

그런 그의 진심이 손에 잡힐 듯 훤하다. 어쩐지 가슴 한쪽이 뭉클하다. 그녀의 뺨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겸이 그 달큼한 액체를 핥아 마시고는 더욱 촉촉하게 풀린 음순 새로 자리를 잡았다.

곧 다가올 쾌락을 감지하며 소희가 팔을 뻗었다. 조금 전 스쳐 간 절정의 여운이 남은 허리가 멋대로 움찔댄다.

지겸이 그녀가 자신을 더 수월하게 붙들 수 있도록 상체를 숙여준다.

그의 성기가 다시 음문을 가르는 순간, 소희가 질끈 눈을 감았다. 지겸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몸을 섞었을 텐데도 아직도 이 순간은 긴장으로 몸이 굳는다.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 남자의 낮은 웃음이 귓가에 부서진다.

“힘 빼, 소희야.”

소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본다.

“정말, 각인하지 않아도, 읏, 괜찮아요…?”

지겸은 대답 대신 허리를 슬쩍 물렸다가 푹 들어가 끝까지 제 것을 묻었다.

“핫!”

이미 네 안에 들어가 있잖아. 다른 건 필요 없어.

지겸이 제대로 숨도 못 쉬고 헉헉대는 소희의 몸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러니, 조금만 견뎌줘.

소희의 축축하고 뜨거운 내벽 여기저기를 그의 남성이 두드리며 마구 뭉갠다. 안쪽에서 휘어져 긁어대는 주름마다 쾌락이 넘실댄다. 자궁구까지 거듭 박아대며 달려드는 움직임에 소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침음만을 흘렸다.

“아아, 응, 흐윽.”

이번에는 그녀가 소리를 질러도, 손으로 달래듯 골반을 쓰다듬어줄 뿐 결코 허리 짓을 멈추진 않았다. 그가 들어오는 대로, 깊이, 거칠게 쏟아지는 아찔한 박자에 맞춰 소희의 세상이 뒤흔들렸다.

방 안의 풍경도, 다른 상념들도 모두 사라진다. 뿌옇게 흐려지는 주변에 비해 그녀를 껴안고 절실히 파고드는 지겸의 모습만은 눈동자에 새겨질 듯 선명하다.

소희는 작년 겨울의 두 사람을 떠올렸다. 천국과도 같은 달콤한 시간의 끝, 잔인한 진실에 떠밀려 추락했던 지옥 같은 낭떠러지를.

그때는 이 남자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모든 게 거짓이라고, 속은 거라고 원망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외면할 수가 없었다. 매 순간, 모든 눈빛과 몸짓으로 사랑을 말하는 간절한 남자를.

그녀도 모르는 사이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증오인 줄만 알았던 강렬한 감정은 단순한 미움이 아니었다. 애증과 애정은 어쩌면 정말로 한 획 차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애써 도망친 곳에, 굴러떨어진 낭떠러지 끝에 그가 다시 양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변치 않고, 그녀만을 기다리면서.

처참한 절망이 깃든 눈동자를 마주하고야 소희는 알았다.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는 것을. 아니, 이제는 자신이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어쩌면 내내, 처음부터.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사랑해, 요.”

거친 추삽질에 신음하는 사이사이 소희가 겨우 제 진심을 전한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 들려온 고백에 그녀 몸속 깊은 곳을 헤집고 유영하던 남자의 몸이 빠듯하게 굳는다.

큿.

그때 소희의 배 속 깊숙이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 쏟아졌다. 동시에 그녀의 아래에서도 투명한 사정액이 흘러내렸다. 서로만을 담은 눈동자에도 뭉클한 무언가 차오른다.

“내가, 더….”

밭은 숨을 몰아쉬며 지겸이 그녀에게 키스했다. 입술과 입술이 맞붙고, 호흡과 호흡이 부드럽게 오갔다.

그런데 부드러웠던 입맞춤 사이 지겸의 숨소리가 이상하리만치 거칠어졌다.

“당신 왜 그….”

살며시 눈을 뜬 소희 앞에는 본능을 이겨내려 땀이 범벅된 남자가 있었다. 눈을 감고 일그러진 얼굴로 제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면서.

아. 그제야 소희는 러트 사이클의 남자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노팅의 욕구에 휩싸인다는 걸 기억해냈다. 애초에 발정기란 것 자체가 번식을 위해 있는 거니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듯 잔뜩 사정하고도 전혀 사그라지지 않은 흉흉한 성기가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불거진 핏줄이 질벽을 압박한다. 조금 더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지겸이 한숨 섞인 신음을 뱉어내며 제 것을 소희의 음부에서 겨우 빼내려 했다.

턱.

소희가 두 다리를 지겸의 허리에 단단히 감았다.

당황한 지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읏… 소희야.”

눈에 핏줄이 선 남자가 그녀에게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비틀었다.

“그냥 있어요.”

소희가 오히려 지겸의 목을 끌어안으며 제 쪽으로 더 당겼다.

“뭐?”

그녀가 팔로, 다리로 끌어안은 통에 채 빠져나가지 못한 성기가 소희 안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안 돼, 큭. 이러면….”

“좋아요, 난. 당신은… 안 그래?”

유정의 출산을 지겸과 함께 지켜보며 깨달았다.

자신이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건 이 남자의, 구지겸의 아이였으면 한다는 걸.

그의 새까만 눈에 혼란이 머물다 사라졌다. 남은 것은 별이 가득 반짝이는 밤하늘같이 그녀만을 향한 마음뿐.

“진심…이야?”

소희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키스해 줘요. 30분이든 한 시간이든. 계속… 내내.”

품에 안고 사랑한다 속삭여 줘요.

그리고 지겸은 소희의 말대로 했다.

그의 것이 기이할 정도로 그녀 안에서 부풀어 구멍을 막고, 엄청난 양의 정액이 열린 자궁 속으로 한 방울도 빠짐없이 흘러 들어갈 때까지.

잔인한 오해 속에서 두 사람이 거짓으로 각인하고 노팅을 한 지 어느덧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 오늘에서야 다시 두 사람은 완전한 하나가, 서로의 알파와 오메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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