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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고 제게 먼저 키스해 오는 소희라니. 놀란 지겸의 두 눈이 화들짝 커진다. 떨어져 있는 내내 그리워했던 그녀의 체향이 온통 그를 뒤덮었다. 보드라운 입술의 감촉에 온몸이 저릿하다.
지겸은 소희와 입을 맞추는 동안 눈을 감지 않았다. 키스하는 내내 시야에 가득 들어찬 그녀가, 미묘하게 찡그리는 미간이나 움찔거리는 모습 하나하나에도 가슴이 뻐근해서. 한국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소희의 곁에 있음으로써 살아 있다는 걸 절감한다.
쪽, 쪽. 마치 아기 새가 먹이를 달라 어미 새를 쪼아대는 것 같은 키스가 우습다. 지겸은 짓궂게도 부러 입술을 벌려주지 않았다. 습관처럼 들어갈 곳을 찾다 당황하며 배회하는 혀가 그의 아랫입술을 슬며시 할짝대며 지나친다.
“흐….”
포기한 소희가 결국 그에게서 제 입술을 뗐다. 조금 격양된 호흡에 자그마한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인다. 그때, 지겸의 큰 손이 그녀의 뺨을 감싸며 끌어당겼다. 당황한 소희의 입술 새를 비집고 이번엔 그의 혀를 거칠게 밀어 넣는다. 입술과 입술이 엇갈려 겹쳐지고 이내 도망가려는 소희의 혀를 잡아채 세게 빨아들였다.
“음, 으음… 흡.”
그에게 한입에 잡아먹히는 기분이 아찔하다. 소희는 고개에 힘을 주고 최대한 그의 페이스에 맞춰보려 애를 썼다. 조금 전 그녀가 시도한 키스는 어린아이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듯. 서로의 타액이 한데 뭉그러지며 혀와 혀가 휘감긴다. 제 입 안 여린 점막 여기저기를 절박하게 훑고 빠는 움직임에 소희의 몸이 자기도 모르게 움찔댔다.
소희의 뒷머리를 감싸고 있던 큰 손이 천천히 그녀를 더듬으며 내려왔다. 뒷덜미를 지분대던 손이 날개 뼈를 간질이다 갈비뼈를 손끝으로 두드리며 쓰다듬는다. 긴장한 어깨가 빳빳하게 굳었다. 그의 팔뚝을 쥐고 있는 손에도 잔뜩 힘이 들어간다.
잠시 떨어진 입술 사이로 은실이 길게 늘어졌다 끊겼다.
좀 더 깊어진 남자의 까만 눈동자가 소희를 응시한다.
“지금이라도, 네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줄게.”
지겸이 제 타액으로 젖은 소희의 입술을 엄지로 매만지며 말했다. 미리 도망갈 기회를 주겠다는 일종의 배려 아닌 배려. 은근히 헐떡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소희는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무언가가 이 남자의 본능을 이토록 일깨운다는 사실이. 그래서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절레절레 옆으로 내저었다.
피식, 웃은 지겸이 소희의 턱을 혀로 할짝대다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체향을 전부 먹어치울 듯 숨을 들이마시더니 곧 하얀 목 여기저기를 빨아들인다. 쇄골을 지나친 입술이 가슴 위쪽을 배회했다. 파고들 듯 파고들지 않는 애무가 아슬아슬해 아쉽다.
소희가 자기도 모르게 블라우스 위쪽을 여민 리본을 스스로 끌렀다. 그가 조금만 더 깊숙이, 파고 들어와 주기를. 자꾸만 가빠지는 호흡이 잘 진정되지 않는다. 뜨거운 그의 입술이 애무하는 곳마다 기분이 좋아서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리본이 풀린 탓에 블라우스 사이 여자의 가슴골이 살짝 드러난다.
지겸의 눈동자에 느른한 불꽃이 일어났다. 촙. 옷 속으로 침입한 입술이 보드라운 살 위를 빨아들여 울혈 자국을 남긴다.
“아….”
소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 허벅지 사이를 더 붙이며 들썩였다. 벌써 아래가 젖은 것 같은데.
“이제, 출발해 볼까.”
쪽. 다시 이마에 가볍게 내려앉은 키스. 황망한 시선을 그에게 맞추는데,
“지금부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사정해도, 소용없어 소희야.”
지겸의 저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
차창으로 보는 밖은 깜깜했다. 멀리 보이는 게 바다인지 땅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간간이 가로등이 나타났다. 늦은 시각이라 도로 위에는 차도 별로 없고 그저 온 세상이 고요했다. 마치 이 땅 위에 소희와 지겸, 두 사람만 남은 것처럼.
“안 피곤해?”
“응? 전혀요.”
열 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건 자신이면서, 언제나 소희만 걱정하는 남자다.
“눈 좀 감고 있어, 도착하려면 멀었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손이 슬며시 눈가를 덮었다가 떨어진다.
싫어, 이게 얼마 만인데.
소희는 일부러 그를 더 빤히 쳐다봤다. 정면도 잘생기긴 했지만, 굳이 따진다면 그의 옆모습이 더 자신의 취향이다. 짙은 눈썹과 살짝 긴 눈매, 그리고 얇은 입술. 조금 전 저 입술이 닿았던 가슴 부근이 찌르르 울린다. 소희는 괜스레 지겸이 다시 리본으로 예쁘게 묶어준 블라우스의 끈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하. 소희야. 조금만 가만히 있어 주면, 안 될까?”
흠칫. 당황한 그녀가 무릎 위에 두 손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뭐지, 운전하느라 방해되어서 그런가. 별로 뭘 한 것도 없는데. 살짝 기분이 상하려 하는 찰나. 그의 큰 손이 그녀의 두 손 위에 겹쳐진다. 지겸의 온기가 따스하게 전해진다.
“옆에서 달콤한 냄새 풍기면서 자꾸 꼼지락거리면, 내가 너무….”
참기가 힘들어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지겸의 귓가가 살짝 붉다.
아,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소희가 시선을 그의 몸 아래쪽으로 내렸다가 홱 창밖으로 돌렸다. 얼굴이 한순간에 화르르 달아올랐다.
여전히 다른 한 손은 소희의 손 위를 덮은 채 지겸은 완전히 운전에 집중한 모양새다. 맞닿은 남자의 체온이 신경 쓰이는 건 자신뿐일까. 그녀가 무릎 사이를 괜히 더 바짝 붙였다. 그에게 감싸인 제 손가락 끝이 간질거린다.
그가 방향을 틀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이따금 손등의 굵은 핏줄이 움찔댔다. 팔에 불거지는 힘줄과 그녀의 허벅지를 스치는 팔이 너무 의식됐다.
꼴깍. 자꾸만 마른침이 넘어간다.
어느 순간부터는 창밖의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멀리 녹색의 도로 표지판만 뚫어지라 응시했다. 빨리 그의 집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지겸의 품에 마음껏 안기고 싶다. 그런 본능이 온몸을 휘감는 바람에 소희의 호흡과 몸도 착실히 달아올랐다. 여전히 그의 손에 잡힌 제 손이 점점 뜨거워진다.
평소보다 더 느리게 흐른 시간의 끝에 드디어 차가 그의 집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 오래 타서 힘들지. 우리 어서 들어가자.”
내내 저런… 상태로 운전한 건 지겸이면서 또 그녀 걱정만 한다.
가끔 보면 생각보다 답답한 스타일이야.
지겸이 잡았던 그녀의 손을 꽉 한 번 쥐었다가 놓으려 하는데, 소희가 양손으로 세게 잡아 제 쪽으로 끌었다.
쪽. 그대로 그의 볼에 살짝 뽀뽀했다.
“당신이야말로 운전하느라 고생했어요.”
보드라운 입술의 감촉에 잠깐 멈칫했던 지겸이 곧 굳은 표정으로 안전벨트를 푼다. 바로 차에서 내리려는 지겸을 소희의 목소리가 붙든다.
“어, 나는요?”
뒤돌아본 남자에게 소희가 장난스레 제 볼을 톡톡 치며 물었다.
후. 그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내뱉어진다.
“임소희, 자꾸 까불지.”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서 적나라한 알파 페로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짙어진 남자의 눈동자가 그녀를 나른하게 훑는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 눈빛 아래 제 몸의 모든 욕망이 낱낱이 발가벗겨진 기분. 내내 간지러웠던 허벅지 사이가 제법 불편해져서 소희가 다리를 꼬았다.
“피. 내가 대체 뭘….”
그때 지겸이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그제야 놀란 소희가 잽싸게 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지금 여기서 당장 넣게 해 줄 거 아니면 내려 줘, 정말 죽겠으니까.’
방금 전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소희가 몸을 바르르 떨며 도망치듯 걸어간다.
하하. 얼굴이 온통 붉어진 여자를 따라 지겸도 차에서 내렸다. 혼자 서두르는 소희의 손을 끌어당겨 잡는다. 마디마디 깍지낀 손과 스치는 무릎과 무릎 사이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이 더 달궈진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둘은 말없이 정면만을 응시했다. 지겸의 손가락 끝이 조심스레 맞잡은 소희의 손등을 긁었다. 겨우 그 정도에 아래가 저릿해서 소희가 입술 한쪽을 깨물었다.
지겸이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조차 애가 타서 소희가 자기도 모르게 그의 팔에 제 뺨을 비볐다.
쾅.
문이 열림과 동시에 소희의 몸이 들리다시피 안겨 벽 쪽으로 밀쳐졌다.
“음… 읍….”
지겸은 아까부터 눈에 걸렸던 그녀의 빨간 입술에 제 입술을 파묻었다. 억지로 벌린 입 속으로 혀를 거칠게 밀어 넣는다. 그 탓에 고개가 한껏 들린 소희가 헐떡이며 그의 움직임을 겨우겨우 따라왔다. 두 사람이 절실하게 서로 혀를 비비며 입 안의 호흡과 타액을 온통 빨아댔다. 그럼에도 입술 새로 샌 침이 턱을 타고 흐른다.
벗기기 위해 그의 맨투맨 셔츠 아래쪽을 먼저 잡은 건 소희였다. 그녀의 손끝에서 천천히 말려 올라가던 옷을 지겸이 잡고 단숨에 벗어버렸다.
하으. 거칠어진 호흡을 다듬으며 소희가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못 본 사이 더 탄탄해진 것 같은 몸과 갈라진 근육. 무엇보다 운전할 때부터 단단히 발기해 겉에서 보기에도 확연히 불룩한 그의 아래로 절로 시선이 내려진다.
소희가 손을 뻗어 그 위를 쓰다듬어 봤다.
“큭….”
그녀의 본능적인 손길에 참기 힘든지 지겸의 입에서 신음이 샜다.
그만 손을 떼려는데 지겸이 잡아채 제 바지 속에 그녀의 손을 집어넣었다. 소희의 손바닥에 맥동하는 듯한 성기의 단단한 윤곽이 적나라하게 치대진다. 배꼽 아래 고이던 긴장이 한계까지 모여들었다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뭘 원하는지 벌써 제 음부가 뻐끔대는 게 느껴졌다.
지겸도 평소와 달리 소희의 블라우스를 벗기는 손짓에 별로 여유가 없다. 찢을 듯 급하게 푸는 통에 떨어져 나간 단추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원을 그리며 굴러갔다.
옷을 벗기자 드러난 하얗고 토실한 젖무덤 사이에 그가 입술을 묻었다. 축축한 혀로 문지르며 여기저기를 깨물어댔다.
가슴을 드러내고 거칠게 빨리면서, 소희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의 바지 속에서 어설픈 손짓을 반복했다. 내내 발기된 상태였던 성기에서 쿠퍼액이 연신 흘러내려 소희의 손에 끈적하게 묻는다.
“아!”
지겸이 소희의 가슴을 움켜쥐더니 예고 없이 정점을 물었다. 힘주어 당기며 첩첩 빨아대는 압력에 통증과 비슷한 아릿한 쾌감이 발끝부터 차오른다. 그의 것을 쥔 그녀의 손아귀에도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가슴을 혀끝을 세워 핥고 입 속에 넣어 굴리고 애무하면서 지겸이 제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자유롭게 풀려난 딱딱한 기둥이 튕겨 올라 그녀의 손등을 때렸다. 소희는 그의 귀두 부분을 겨우 감싸 아래위로 조금 매만져 줬다.
흐으. 남자의 신음이 제 젖무덤 사이 파묻힌다.
지겸이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허벅지 뒤쪽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통통한 엉덩이를 꽉 쥐고 제 쪽으로 소희를 더 끌어당기며 유두를 아프지 않게 짓씹었다.
“으응, 하, 핫….”
어느 때보다 솔직한 쾌감의 증거가 입 밖으로 마구 새어 나온다.
그때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소희의 핸드백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전화 올 데가 없는데. 누구지.
소희가 남자의 성기에서 손을 떼고 제 가슴에 달라붙어 있는 남자의 어깨를 살살 밀쳤다.
“지, 지겸, 흐, 씨…. 나 전화, 전화 왔어요.”
그녀의 유두를 마음껏 빨고 있던 남자는 그녀의 골반을 더 꽉 쥐고 제 쪽으로 끌어당길 뿐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아으, 잠깐, 만. 응? 힉!”
콩, 콩. 제발 놓아달라고 소희가 그의 어깨를 거듭 치는데 지겸은 도리어 이를 세워 그녀의 가슴 한쪽을 깨물어 버렸다.
“잤다고 하고 내일 아침에, 후, 연락해도 되잖아 소희야. 제발….”
그의 혀가 차츰차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배꼽 주변을 뭉근히 핥아버렸을 때는 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크게 들썩였다.
“그만, 흣, 그, 그만!”
멈출 줄 알았던 진동은 계속됐다. 끈질기게 이어지는 연락에 순간 유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친구의 출산 예정일이 코앞이었다.
소희는 끝까지 꿈쩍 않으려는 남자를 애써 밀어내고 바닥에 떨어진 핸드백을 더듬어 잡았다. 어느덧 뒤에서 몸을 겹친 남자가 이젠 그녀의 등 위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것까지 떨쳐낼 힘은 없어서 소희는 집채만 한 남자 아래 깔려 키스 세례를 받으며 겨우 휴대폰을 손에 쥐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예상한 대로 휴대폰 액정엔 유정의 이름이 떠 있었다. 소희가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소희야! 나 아무, 래도 진통이… 오는 거 같아. 배가 아파오는 게 아까부터 주기가 일정해. 정말 나오려나 봐. 어떻게 하지? 하,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