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부강탈-96화 (9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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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끝에서 뭉개지는 클리토리스의 감촉이 생경하다. 손끝으로 살살 눌렀다 돌리며 비벼대니 골반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무리 전화기를 통한다고 해도 바다 건너 있는 남자에게, 이 살 부딪는 소리가 들릴 리 없다는 것을 안다. 자신을 놀리려는 그의 의도를 모르지 않는데도, 오히려 알기 때문에 더. 소희는 제 음부 근처에 휴대폰을 대고 손을 놀리는 기분이 부끄럽고 그래서 묘하게 더 자극적이었다.

아무리 만져도 찌걱댈 뿐, 밖으로 새어 나올 정도의 물소리는 아니다.

“하으…. 하나도, 안 들리면서. 거짓말.”

소희가 다시 귓가로 제 휴대폰을 가져갔다. 처음엔 불퉁한 소리로 뭐라고 하려 했는데, 지겸의 불규칙한 숨소리가 들리자 이상하게 명치께가 뻐근해진다.

- 키스하고 싶어.

“…나도.”

- 정말?

“아까부터, 으응, 왜 자꾸 다시 물어요.”

- 어디에.

“네?”

- 너도 키스하고 싶다며.

“입…술?”

- 나는 입술에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 적 없는데.

또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당황한다. 속뜻을 눈치챈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멈칫하는 소희의 기척을 느끼자 지겸의 웃음이 부서진다. 그녀는 언제나 이 남자의 달큼한 웃음소리에 속수무책이 된다. 손끝의 움직임이 저도 모르게 더 빨라졌다.

“빨고 싶어. 더 벌려 봐 소희야.”

그는 마치 소희가 눈앞에 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달아오른 그녀의 몸도 같은 걸 원하고 있었다. 허벅지를 더 벌린 뒤 무릎을 세워 앉았다. 소희는 눈을 감고 제 음부를 빠는 그를 상상했다. 혀끝을 세워 튕기듯 음핵을 핥아 올리면 발등이 절로 굽어드는데. 그러다 축축하고 뜨끈한 혀가 속으로 밀려들면….

“아…!”

- 소희야, 네가 이럴 때 내는 소리.

얼마나 야한지 모르지. 죽겠어, 지금 당장 널 안고 싶어서.

음핵을 손끝으로 짓누르며 굴리고 있던 그녀의 귓가에 지겸의 솔직한 음성이 감겨든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가 바삐 움직이며 부스럭대는 소리만 들어도 머릿속에 뭔가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궁금, 해요….”

- 뭐가?

“당신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괜히 물어본 걸까.

- 너한테 박는 생각.

그 생각하면서 아래위로 쥐고 흔들고 있어. 발정 난 네 개새끼답게.

“아, 아니 …그래도!”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보는 이도 없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제 질문을 후회하면서도 몸은 마음과 달리 쉽게 숨기지를 못한다. 아무도 빨아주지 못해 음부에 잔뜩 고인 애액이 엉덩이골을 타고 주룩 흘러내린다.

부족해. 이걸로는 부족하다. 제 알파에게 익숙해진 오메가의 몸뚱어리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더 큰 쾌락을 아는 음문이 절로 뻐끔댔다. 멈출 수 없는 손짓을 거듭하면서, 소희 역시 지겸이 진짜로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 엎드려 봐.

소희는 안다. 극도로 흥분했을 때 이 남자의 목소리를.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 집요하고 날 것처럼 거칠어지는 순간을. 이때마다 이후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욱 젖어 드는 건 누구 탓일까. 그일까, 자신일까.

“흣, 지금…요?”

- 응,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후으… 엎드려서 엉덩이 들어.

이젠 부끄럽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절대 식지 않는 몸의 열기가 원하는 건 하나다. 자신이 하고픈 대로, 그가 하라는 대로, 본능과 쾌감에 모든 걸 맡기고 싶다. 차곡차곡 아슬하게 쌓여 깊숙한 곳에서 맴도는 쾌락을 끌어올려 팡 터뜨려 버렸으면.

소희가 몸을 일으켜 침대에 엎드렸다. 스피커폰 모드로 바꾼 휴대폰을 얼굴 가까이에 두고,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운다.

- 엉덩이 더 높이 세우고, 손가락 넣어.

음부를 제법 애무했지만 혼자서 서툴게 한 탓인지 질구는 생각보다 빡빡했다. 소희가 다른 손으로 음순을 벌린 뒤 오른손 검지 끝을 꾹 밀어 넣어 본다.

“핫.”

- 왜.

“잘, 안 들어가서….”

- 하아. 씨….

지겸이 낮게 욕을 짓씹는 소리가 들렸다. 소희가 움찔하는 걸 느끼고 지겸도 당황했다.

- 미안, 놀랐지. 힘들어서, 지금 내가 네 옆이 아니라는 게.

몇 번을 뺐는데. 소희 네가 내는 신음에 자꾸 다시 서.

“나도, 그래요…. 지금 뒤에서 당신이….”

날 안아 줬음 좋겠어요.

솔직한 소희의 대답을 알아들은 남자가 말없이 한숨을 길게 뱉는다.

- 손가락 더 깊숙이 넣어봐. 천천히. 힘들면 다리 더 벌리고.

그는 알까. 지금 자신의 여성을 들락이는 제 손가락보다도 그의 목소리에 더 흥분된다는 걸.

소희는 그가 자신을 엎드리게 한 채 허리를 잡고 성기를 느릿하게 밀어 넣던 몸집을 떠올렸다. 손가락 한 개가 겨우 들어가자마자 한 개를 더 넣었다. 아무리 깊숙이 넣어보려 해도 익숙해진 그의 것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 끝을 갈고리처럼 휘게 만들어 뜨겁게 달아오른 내벽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봤다.

“아응, 으, 흐읏….”

- 몇 개 넣었어?

“3, 3개….”

- 안, 힘들어…?

“아니, 괜찮아요. 나 좀 더….”

조금 더 채워지고 싶어요. 더, 더 깊이.

목 끝까지 솔직한 마음이 차오른다.

다른 손으로는 클리토리스 만져줘. 너, 거기 꼬집어주는 거 좋아하잖아.

“으응. 흐….”

그의 주문을 따라 착실히 움직이니 연신 아득한 신음이 새어 나갔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자꾸만 무너진다.

- 우리 소희. 엉덩이 제대로 세워야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아는 건지 남자의 다디단 질책이 뒤따른다.

“힘들, 흑, 어…. 어려워요.”

- 괜찮아. 소리 조금만 더 내줘. 응?

자신의 호흡 한 조각에라도 매달리려는 남자의 욕망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발끝부터 타고 오르는 쾌감이 마구잡이로 속을 들쑤신다. 손가락으로 만져지는 곳마다 세게 누르고 문질렀다. 자꾸 비어져 나온 애액이 손가락을 적시고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도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지겸, 씨… 흣.”

- 하아, 소희야….

정말 등 뒤에서 그가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지겸의 뭉뚝하고 두꺼운 귀두 끝이 제 안을 엉망으로 휘젓고 자궁구를 두드리던 게 떠올랐다. 목이 꺾일 듯 자꾸 신음이 샐 때면 뒤에서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정수리, 귓가, 목덜미, 어깨, 등, 허리 여기저기 빼놓지 않고 아프게 물고 빨던 감촉을.

사륵 부드럽게 빠져나갈 때는 혀로 등을 가볍게 할짝대면서, 퍽 박아넣고 한계까지 쳐올릴 때는 골반을 꽉 쥐고 어깨를 아프지 않게 깨문다. 그건 두 사람에게 일종의 공식 같은 건데도, 아직도 지겸의 성기가 제 음문을 빠져나갈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함과 곧 밀어 붙여질 추삽질에 대한 기대로 턱이 바들바들 떨리곤 했다. 그렇게 몸이 기억하는 감각에 머리끝이 쭈뼛 서며 온몸이 저릿해졌다.

“넣고, 싶어. 진짜로 하고 싶어요. 나…. 아!”

절정으로 향해 가는 그녀의 신음에 지겸의 목소리도 격양된다. 거의 비슷하게 달궈진 두 사람의 호흡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게 한데 섞여 소희의 방 안을 채운다.

- 어디, 싸줄까. 응?

“안에. 안에 해 줘….”

- 벌려. 깊이 박아서 흘러나오지 못하게 해 줄 테니까.

끝이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그의 절정을 알렸다. 그 호흡에 맞춰 소희도 제 손가락을 더 세게 쑤셔 넣었다. 쾌락이 한계를 넘어서고, 두 사람의 심장박동이 하나로 겹쳐진다.

“하읏! 아!”

큭….

소희의 몸이 침대 위로 무너졌다. 바들거리는 허벅지 사이로 투명한 사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 후. 아쉽다….

“으응? 뭐, 가요….”

- 소희 네가 싼 거. 못 빨아먹어서.

“정말 미, 쳤어… 진짜.”

- 응. 알잖아. 알고 있었잖아.

피식, 온몸을 감싼 빠듯한 만족감 뒤에 미소가 서린다. 이 남자의 이런 면이 이젠 익숙하기까지 한 스스로가 신기하다.

“…맞아요.”

당신은 내 미친 알파니까. 나는 그런 당신의 오메가고.

오랜만에 맞는 절정 뒤의 노곤함에 소희는 뭐라 더 속삭이는 지겸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

지겸은 소희와의 통화를 끊고 가볍게 조깅을 한 뒤 출근했다. 베논 제약 미국 본사는 시애틀에서 차로 조금 이동하면 나오는 한적한 Bellevue(벨뷰)란 지역에 있었다.

피곤했던 것 같은데 그냥 재울 걸 너무 몰아붙였던 건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한 달을 못 본 건 그에게 너무 심한 고역이었다. 참다 참다 그렇게 터져 나왔던 것 같다. 무엇보다 소희의 신음을 들은 순간부터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소희는 의외로 분주하고 알차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그는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하루하루를 근근이 지냈다. 그나마 소희와 통화하는 순간에만 제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네, 김 실장님.”

김 실장은 시애틀까지 따라오지 않고 한국에 남았다. 치료감호소에서 치료 중인 지훈에 대한 일과 아버지, 임 재단장 일은 물론 선영원까지. 정리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임소희 님 건, 최종적으로 모두 폐기된 것 제가 연구소 가서 확인하고 왔습니다.

임 재단장이 불법적으로 채취해 냉동한 소희의 난자를 전부 폐기하기로 약속을 했다지만 지겸은 그의 말을 잠자코 믿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나 소희의 신상 관련이나 개인적인 정보나 자료 무엇이든 재림의료원에 남는 게 없도록 처리해야 했다. 다행인 건 그들이 소희의 난자를 냉동하고 관련 검사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지훈의 정자와 수정을 시도하거나 다른 연구에 활용한 적은 없다는 점이었다.

재판이 진행될 때 지겸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임 재단장의 책임을 걸고 넘어가고 싶었으나, 소희의 부탁으로 겨우 참았다. 딸에게 그런 짓까지 한 걸 알면 그녀의 어머니가 너무 충격 받으실까 봐 우려했던 탓이었다.

“관련 자료까지 전부?”

- 맞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말씀드렸듯이 다음 주 목요일에 귀국할 것 같습니다. 여기 비서가 따로 연락드릴 겁니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네?”

- 최근에 양평에 계신 박 실장님을 한번 만나 뵀는데, 제게 돌아가신 작은 사장님의 물건을 전해 주셨습니다.

“작은아버지 물건이요?”

- 네. 종이봉투와 무슨 열쇠인데…. 봉투 안엔 단순한 편지인 것 같습니다. 양평 별장 팔리면서 정리하던 중에 발견하셨다고.

“아… 알겠습니다. 한국 들어가자마자, 확인해 보죠.”

지겸이 김 실장과의 전화를 끊으며 사무실 책상 위의 달력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유난히 뜨겁고 힘겨웠던 여름도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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