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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강탈-84화 (8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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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이 결국 비를 쏟아냈다.

두 사람은 늦은 저녁 무렵에야 소희의 집 앞에 도착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봄비답지 않게 빗줄기가 굵었다.

“어릴 때는 비 내리는 날이 정말 싫었거든요.”

우울해져서.

소희가 창문 밖을 쳐다보고 있으니 지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지금도 그래?”

“아니. 이상하게 언젠가부터 좋아지더라구요.”

우울한 건 그대로인데, 그 기분이 이제 싫지만은 않다.

달칵. 순간 지겸이 말릴 새도 없이 서둘러 벨트를 푼 소희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소희야!”

소희는 차 앞까지 걸어가더니 가만히 서서 고개를 들고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 한 번쯤 이래 보고 싶었는데, 실행에 옮긴 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더 시원했다.

아버지 일로 답답하고 괴로웠던 기분이 아주 조금은 달래지는 기분.

놀란 지겸이 서둘러 나와 우산을 펼쳤다.

소희 위로 우산이 쓰인다. 쏴아, 제 몸 위로 두드려지던 빗방울이 이젠 우산 위로 부딪혀 밖으로 흘러내린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의 지겸을 힐끔 보고 짓궂은 미소를 짓더니 몸을 웅크려 우산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에게서 도망치듯 좀 더 앞으로 뛰어나가더니 지겸을 향해 외쳤다.

“구지겸- 너도 와! 같이 맞자!”

날쌘 다람쥐같이 제 우산 아래서 도망가 버린 여자를, 지겸이 마치 한 대 맞은 사람 같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응시했다.

허어. 진짜.

피식, 결국 그의 입가에도 그녀와 같은 미소가 서렸다. 지겸이 우산을 접어 차에 기대 놓고, 소희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내민 손을 꽉 잡는다. 몸을 적시는 물줄기는 차갑지만, 마주 잡은 손은 따뜻하다.

“그렇게 부르는 거 재미 들였네?”

지겸이 다른 손으로 그녀의 눈꺼풀에 쏟아지는 물을 닦아 준다.

“응. 그래도 개새…. 큼. 그렇게 부르는 것보단 낫지 않나?”

난 다 상관없대도.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소희를 내려보던 남자가 축축한 이마 위에 키스했다.

“이러고 싶었어? 비 맞는 거?”

끄덕끄덕.

“우리 조금 걸어요. 저-기 놀이터 앞에 벤치 있는 데까지?”

소희는 기대하는 표정인데 지겸은 아니다.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묻는다.

“너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애인이 의사인데, 뭐. 설마 죽게 놔둘까.”

“… 애인?”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겸은 소희가 이끄는 대로 따라 걸었다. 평소답지 않게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조차 사랑스럽다. 곰 같은 줄만 알았더니, 어느새 이렇게 자신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법까지 터득했다. 뭐 애초에 자신이 이 여자한테 한 번도 이겨본 적도, 그럴 생각도 없지만.

“어차피 이 정도로 센 비라면 우산을 써도 똑같이 젖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러지 마요. 혼자 비 맞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더 큰 우산을 씌워서 비를 안 맞게 할까 그런 고민 안 했으면 좋겠어.

“나는 마냥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동안 당신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저지른 비리와 사건들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하고 싶었던 의도는 알겠지만. 그런 거 싫어. 이젠 그러지 말아요.”

소희가 이미 깍지 낀 손을 더 세게 붙잡았다.

그냥 지금처럼, 옆에서 손을 잡고 같이 비를 맞아 줘요.

그녀가 지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자꾸만 빗물이 얼굴로 떨어지는 통에 눈을 똑바로 뜰 수가 없어 깜빡였다.

“그래, 약속할게.”

대답과 함께 그의 입술이 소희의 입술에 겹쳐졌다.

차가운 공기와 달리 포개어지는 입술은 뜨겁기만 했다. 서로의 혀가 부드럽게 얽히는 순간에도 빗물은 쉴 새 없이 내렸다. 비를 맞아 촉촉하게 짙어진 풀냄새가 두 사람을 감쌌다.

쪽. 짧게 오고 간 키스에도 두 사람의 호흡이 벌써 가빠진다.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아무 소용없는데도. 지겸은 통통하고 붉은 소희의 입술 위를 엄지 끝으로 쓰다듬으며 물기를 닦는다. 고개를 들어 마주친 남자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라앉아 있다.

“들어왔다… 갈래요?”

소희가 그의 소매 끝을 쥐고 살짝 끌어당겼다.

절대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남자가 아니라는 점에 오히려 기분이 이상해진다.

“…꼬시는 거야?”

늘 가지런한 지겸의 눈썹 끝이 미묘하게 휘어졌다.

“아니.”

그럴 리가. 그냥 물에 젖은 내 개가 안쓰러워서 그러죠.

소희가 손을 뻗어 장난스레 그의 턱을 간질였다.

쪽.

빗물에 젖은 손바닥에 지겸이 입을 맞춘다.

소희가 발꿈치를 치켜세움과 동시에 지겸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제 쪽으로 끌어안으며 벌어진 입술 새로 파고들었다. 춥춥, 서로의 혀와 입술을 빠는 적나라한 소리가 빗소리 사이사이를 가득 메웠다.

“흠! 크흠!”

정신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연인의 뒤로 체크무늬 우산이 하나 지나간다. 우산의 주인인 듯한 중년 여인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모른다며 혀를 끌끌 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마주친 소희와 지겸은 결국 웃음이 터져 버렸다.

“빨리 들어가자.”

지겸이 입고 있던 카디건과 재킷을 벗어 소희에게 둘러주고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파트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소희의 현관문 앞에 설 때까지도 두 사람은 눈만 마주치면 웃음이 나서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마치 첫사랑을 치르는 10대들처럼.

“같이 학교 다녔으면 재밌었겠다.”

불현듯 이 남자가 좀 더 소년일 때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기억하는 지훈의 모습으로 대충 유추할 수는 있지만 그건 지겸이 아니다. 지금보다 어쩐지 더 낯을 가리고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교실 가장 뒤편에 매일 조용히 앉아 있었을 것 같은데.

“응?”

“당신이 재림고 교복 입은 모습,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아.”

도어락에 카드키를 대는 소희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지겸의 낮고 느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는다.

보나 마나 임소희 학생이 먼저 반해서 쫓아다녔겠지.

“보고 싶으면… 하나 맞출까?”

“뭐? 아니 그런 뜻이 아니… 으읍.”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소희는 지겸에게 벽까지 부드럽게 밀렸다. 뭐라 더 말을 이을 수도 없이 깊고 거친 키스가 쏟아졌다. 남자가 아랫입술을 소리 내 빨더니 혀도 뿌리까지 세게 빨아들인다. 그의 입술에서 빗물 냄새가 묻어났다. 툭, 투둑. 그의 손끝에 젖은 옷이 하나둘 벗겨지고 소희도 그를 도와 티셔츠를 벗겼다. 물에 잔뜩 젖은 두 사람에게서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이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지겸이 그녀의 목덜미를 핥으며 제 허벅지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워 넣었다. 의도적으로 뭉근히 비비며 다리를 벌리는 남자의 몸짓에 소희는 발끝부터 몰려드는 흥분감을 느끼며 움찔거렸다.

“너무 축축해요. 으응, 우리 먼저, 닦고… 흣.”

빗물에 젖은 브래지어 후크가 풀리고 뽀얀 젖가슴이 퉁겨져 나왔다. 그가 쇄골뼈 주변을 빨면서 양쪽 손가락 사이에 끼운 분홍 유두를 연신 비틀었다.

“아흐, 흥.”

금세 딱딱하게 발기한 선홍색 정점이 기껍다. 지겸이 혀끝을 세워 정성스럽게 할짝댄다.

“소희야.”

원래 축축해, 너.

뜨겁고, 축축한 이 안에 박을 때마다 좆이 녹아버릴 것 같아.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 그가 그녀의 젖은 속옷 위를 손바닥으로 움켜쥐었다. 이때 소희의 입술 새로도 달뜬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잔뜩 질척이는 물소리가 빗물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 그런 이상한 말 좀 하지, 흐으, 마….”

온몸을 적시고도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신음이 예뻐서 지겸의 낮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 아래를 맴돈다. 남자가 동그랗게 젖은 속옷 위를 손끝으로 둥글게 덧그린다. 금방이라도 속으로 파고들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감촉에 소희의 아래는 더 젖어 들고야 말았다. 가슴을 입 안 가득 베어 물고 유두를 짓씹던 남자의 숨결이 천천히 내려간다. 배꼽 아래를 혀끝으로 핥는가 싶더니, 그가 속옷 옆에 손가락을 걸어 단숨에 벗겨버렸다.

“핫. 아으, 응….”

쪽, 쪽. 촉촉한 음모 위까지 타고 내려온 간지러운 입맞춤에 소희의 호흡이 점점 더 가빠진다. 곧 제 아래에 묻힌 입술에 사정없이 빨릴 걸 상상하니 벌써 골반이 움찔거렸다.

“씻고… 씻고, 해요. 응?”

지겸의 뒷머리에 얽어 넣은 손가락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소희가 또 비어져 나오려는 교성 사이 겨우 하고 싶었던 말을 뱉었다.

그래, 그러자.

산뜻하게 되돌아온 남자의 대답. 휴우. 안심한 소희의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샜다. 하지만 도리어 그녀 아래에선 피식, 하고 불길한 웃음소리가 번진다.

“한 번만 빨고.”

“뭐? 잠, 흐응, 힉! ”

무릎을 꿇고 그녀 허벅지를 붙잡아 들어 올린 지겸이 입을 벌려 통통한 둔덕을 한 번에 빨아들였다. 방심했던 사이 음부를 통째로 먹히는 감각이 선득해서 발가락이 오므라든다. 음순을 비집은 남자의 혀가 고인 애액을 마시다 고개를 틀어 바로 음문을 뚫었다. 잔뜩 고인 질벽 안을 찌걱대고 쑤석이는 소리가 점점 거세진다. 높은 콧대에 뭉개지는 음핵은 피가 몰려 더 붉게 부어오른다.

“그, 그만…흐. 흑.”

가녀린 여체가 휘몰아치는 쾌락을 이기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렸다.

아직도 현관문 바로 안쪽이다. 늦은 밤이긴 해도 혹시 누가 복도를 지나간다면 그녀의 교성을 그대로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게 겁이 나 입을 제 손등으로 막으면서도 소희는 지겸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쏴아아-. 밖에서는 여전히 빗소리가 들렸다.

온몸이 젖은 게 단순히 빗물 때문일까.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깊숙한 곳을 달게 물고 빠는 이 남자의 애무와 애정 때문은 아닐까.

“좋…아. 응, 거기….”

지겸의 머리카락을 휘감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전신을 타고 오르는 쾌감에 입술이 바짝바짝 탄다. 그에게 쑤셔지는 아래가, 신음이 고이는 뱃속이 뭉근하게 타오른다. 감각이 요동친다. 가쁘게 뛰는 심장까지, 아니 머리끝까지. 그보다 더, 더 어딘지도 모르는, 한 번도 느껴본 적도 없는 어딘가를 묵직하게 휘감고 희미한 종소리가 점점 크게 귓가를 울려 댄다.

“아응, 하, 하아… 앗!”

소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지겸의 뒷머리를 끌어당겼다. 마지막 순간엔 소리조차 질러지지 않았다. 거친 한숨을 토해내는 턱이 바르르 떨렸다.

팟, 터져버린 투명한 사정액이 그의 얼굴과 온 사방에 튀고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흐른다. 지겸이 흔적도 남지 않게 전부 빨아 마시고는,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여체를 감싸 안아 들었다.

쾅. 두 사람을 삼키고 닫혀 버린 욕실 문 뒤로 봄비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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