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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강탈-79화 (7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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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를 욕조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지겸이 온도를 맞춰 따뜻한 물을 받았다. 찬장에서 배쓰오일을 몇 개 꺼내더니 소희에게 묻는다.

“라벤더? 일…랑일랑? 음 아니면… 슈가 레몬?”

피식. 큰 손에 작은 유리병을 여러 개 들고 라벨을 진지하게 읽으며 고민하는 모습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그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버렸다. 소희를 위해 사뒀던 모양인지 배쓰오일은 전부 새것이었다.

“아직 그것까지는 파악 못했나 봐요.”

놀랍게도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거긴 하지만. 소희의 목소리엔 여전히 웃음기가 다분하다. 지겸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든다.

“오늘은 뭐가 좋을지 몰라서. 말해 준 적 없기도 하고.”

“아아- 그래서?”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것들도 그동안 잘만 알았던 거 같은데.

조금 당황한 지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올라간 입꼬리가 잘 내려오지 않는다. 어느덧 차오른 뜨거운 물이 가슴까지 감싸자 잔뜩 긴장하고 혹사당한 근육들이 노곤하게 풀어진다. 소희는 양다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제 팔에 느슨히 기댔다. 움직임에 따라 물결이 일어 찰랑댔다.

“오늘은… 슈가 레몬이요.”

으음. 지겸이 욕조에 오일을 천천히 따랐다. 소희의 코끝에 달큼한 시트러스 향이 감돈다.

“눈 감고 좀 쉬고 있어. 나 먼저 가볍게 샤워하고 와서 씻겨 줄 테니.”

따로? 조금 당황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누구보다 더 깊게 연결되었던 사람이라서 그런가, 떨어져 있기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다.

“지겸…아?”

몸을 돌려 욕조 옆 샤워부스로 들어가려는 남자를 소희가 불러세웠다. 그저 이름으로 부르려니 좀 민망해서 어미가 올라갔다. 여전히 제 무릎에 기댄 채로, 그녀의 눈매가 자연스럽게 풀려있다.

“들어와요…. 같이 하자.”

허. 임소희, 이 여자가 정말.

사실 지겸은 방금 사출한 것이 무색하게 자꾸만 다시 맥동하는 제 분신 탓에 찬물이라도 끼얹으며 샤워하려던 참이었다.

“응?”

소희가 눈을 나른하게 감았다 뜨며 재촉했다.

낮은 한숨을 내쉰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소희의 뒤로 자리했다. 그리고 손에 오일을 조금 묻혀 무리해서인지 굳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주물러줬다.

“좋아….”

기분이 편안해졌는지 편안한 호흡을 내쉬는 소희의 뒷덜미에 지겸이 코를 파묻었다. 그녀의 체향에 레몬향까지 묻어나니 자기도 모르게 혀끝에 침이 고인다. 하지만 유연한 곡선을 그리는 어깨 위에 쪽, 쪽 몇 번 키스해 주는 것으로 제 욕심을 달랜다.

“왜 노팅 안 했어요?”

몸도 마음도 느긋해진 소희가 솔직한 질문을 그에게 툭, 던졌다. 노팅은 알파의 지극히 타고난 본능이다. 사정하는 순간부터 치솟는 노팅의 욕구가 단순히 인내한다고 참아지는 정도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다시는 그렇게 안 해, 소희야. 네가 원치 않으면 절대로. 그게 무엇이든.”

지겸은 이전의 일이 떠올라 마음이 쓰렸다. 각인 제거술을 하기 직전, 소희는 간단한 혈액 검사를 받았다. 그녀가 우려했던 것처럼 임신은 아니었다. 그때 결과를 듣고 안도하던 소희의 모습은 지겸에게 꽤 큰 충격과 자괴감을 남겼다.

노팅만 하지 않는다면 알파 오메가 사이의 섹스는 꽤 안전하다. 노팅을 통해서만 임신할 수 있으므로 그 외의 경우에는 특별한 피임도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걱정하지 마. 아무것도.”

어머니를 찾아뵌 날, 지겸은 그 앞에서 맹세했다. 이 여자를 지키겠다고. 소희가 원하는 일만, 그런 말과 행동만 할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녀가 걱정하고 힘들어할 일을 만들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원한다면 자신으로부터도 그녀를 보호할 생각이었다. 이제 그에게 그녀를 우선할 수 있는 가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든든한 남자의 진심에 소희가 몸을 기댔다. 등을 그가 앉은 쪽으로 좀 더 기대 누웠다. 가까워진 그녀의 미간에 쪽, 기분 좋은 키스가 다가왔다.

지겸은 소희의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보드라운 살결을 만지며 당연히 뻐근한 신체 반응이 일어났으나 무감한 듯 하던 일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오히려 놀란 건 소희였다. 그가 씻겨 준다니 처음엔 조금 민망했어도 나른하고 좋은 기분에 결국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는데. 그녀의 엉덩이와 등허리에 자꾸 불끈대는 무언가가 닿았다.

“서, 설마 지금 이거….”

“무시해. 어차피 네가 옆에 있으면 늘 이 상태니까.”

나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무덤덤한 그의 반응에 소희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항상 이렇다고? 매번?

신기하기도 하고 어쩐지 순수한 호기심이 일었다.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헹궈주느라 바쁜 남자를 향해 손을 슬그머니 뻗어보았다. 손끝에 성기의 선단이 와닿자 손바닥을 펴서 슬쩍 감싸 보았다. 그녀의 작은 손으로는 제대로 다 덮이지도 않지만.

“큭.”

밀착되어 있던 지겸의 몸이 순간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었다. 상체에 정교하게 짜인 근육들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후으. 그만… 소희야.”

소희의 귓가에 그가 낮은 숨을 내쉬었다. 뜨거웠다. 겨우 자신의 손끝이 닿았을 뿐인데도 완전히 달라진 숨소리가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그녀가 귀두를 덮었던 손을 푸는 척하다가 조금 아래로 미끄러져 기둥 한쪽을 살며시 쥐었다. 한 손에 다 쥘 수도 없는 굵고 딱딱한 성기가 그녀의 손안에서 약동하는 듯 꺼떡였다. 순간 그의 요도구가 쿠퍼액을 뱉어냈는지 소희의 손가락 끝에 미끈거리는 뭔가가 묻었다.

“좋아요…?”

“…응?”

여유로운 소희에 비해 반문하는 지겸의 목소리 끝은 가라앉아 조금 갈라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만져주면… 당신도 좋은지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손은 더욱 대범하게 움직였다. 소희가 제 손으로 말아 쥘 수 있는 부분이라도 좀 더 단단히 붙잡은 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가 기댄 남자의 가슴이 조금씩 불규칙하게 들썩였다.

손을 계속 움직이던 소희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마주한 지겸의 눈가가 붉었다. 쪽. 그의 입술에 먼저 키스한 것도 소희였다. 자신의 애무에 이렇게나 확연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자 배꼽 아래가 묘하게 묵직해졌다. 쪽. 그녀가 다시 한번 입을 맞추자 지겸의 입술 새가 느릿하게 벌어졌다.

눈 깜짝할 새에 그녀의 입술이 빨리고 그의 혀가 방심한 틈을 타고 들어왔다. 소희의 혀를 찾아 얽고 서로의 혀끝을 절실하게 문질러 댔다. 뿌리까지 세게 빨고 빨렸다가 고개의 각도를 계속 바꾸는 격한 키스가 오고 가는 동안 누구의 것인지도 불분명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흘렀다.

“흣, 흐으….”

숨쉬기가 벅찰 정도로 키스가 고조됐을 때, 지겸이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제 입술과의 사이를 벌렸다. 말 없는 시선이 서로를 쓰다듬었다. 둘 다 밭은 호흡을 갈무리하지 못하니 상체가 비슷한 속도로 흔들렸다. 높은 물의 온도 때문인지 온몸이 뜨거웠다. 그도, 자신도.

“이제, 그만…. 마저 씻어야지.”

발갛게 상기된 여체와 달아오른 두 뺨, 그의 것만큼이나 단단하게 발기한 젖꼭지까지. 사실 지겸의 눈앞에 있는 소희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유혹 그 자체였다. 당장 가느다란 몸에 자신을 박아넣고 싶은 본능을 애써 누르며 지겸이 여전히 제 성기를 꽉 쥐고 있는 소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소희는 제 손을 그에게서 떼지 않고 오히려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이거….”

그녀가 단단한 기둥을 쥔 손아귀에 조금 더 힘을 줬다.

후으. 할 수 있는 모든 인내를 끌어모아 참고 있는 지겸의 미간에 굵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넣고 싶어요….”

“……뭐?”

소희는 보았다. 깊고 새까만 눈동자에 파스슥, 하고 불꽃이 튀었다. 그만두게 하기 위해 잡았던 남자의 손에 좀 더 세게 힘이 들어갔다. 지겸은 그녀의 손 위에 제 손을 덮은 뒤 제 성기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기 시작했다. 뿌리까지 내려갔다가 올라갈 때면 딱딱한 피부 위로 선연하게 돋은 울퉁불퉁한 핏줄이 여린 손바닥을 쓸며 자극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지겸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신음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남자의 눈빛이 너무 야해서, 그의 손에 감겨 수음을 부추기면서도 스스로 더욱 긴장되어 발끝에 힘을 줬다. 그녀도 모르는 새 척척하게 젖어 들고 있는 아래는 단순히 욕조에 담긴 물 때문은 아닐 것이었다.

“후. 정말… 박아줘?”

욕실 안 공기가 부족해져 버린 걸까, 아니면 차오르는 쾌감 때문일까. 머릿속이 몽롱해진 소희는 그의 질문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다. 그저 색색 숨을 몰아쉬었을 뿐.

지겸은 그런 소희를 안아 일으켜 세우고, 욕조 한쪽을 잡고 엎드리게 하더니 하얀 등 위를 뜨거운 입술로 내리눌렀다.

“하으, 읏….”

그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너무 뜨거워 녹아내릴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서 허리가 움찔거렸다. 허리를 지분거리던 입술이 하얀 엉덩이까지 내려가더니 그가 아프지 않게 통통하고 여린 살을 깨물었다.

“핫!”

놀란 음부가 바르르 떨더니 뻐끔하고 애액을 뱉어냈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점성 높은 액체는 결코 물이 아니었다.

“대답, 해야지.”

해 달라며, 소희야.

답을 종용하던 입술이 그녀 아래에 파묻혔다. 서슴지 않고 그녀를 빨고 핥는 음탕한 소리가 욕실 안에 가득 울렸다. 절정을 맞았던 예민한 육체가 다시금 극도의 쾌감에 떨며 질벽을 쑤석이던 남자의 혀를 꽉 조였다.

“아응, 응, 좋…아. 더, 흐. 해 줘요…. 흑.”

슥. 그의 혀가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아까보다 더 부푼 성기가 벌렁거리는 음문을 꿰뚫었다. 단숨에 자궁구까지 치고 들어오는 삽입에 순식간에 절정을 맞은 그녀가 전신을 떨며 사정액을 쏟아냈다.

손을 앞으로 돌린 지겸이 그녀의 젖가슴을 양손에 쥐고 주무르면서, 허리를 슬쩍 물렸다가 다시 퍽 하고 박아넣었다. 그때마다 아까 지겸이 사정했던 정액과 소희의 투명한 액이 섞여 난잡하게 비어져 나오며 철썩대는 소리가 났다.

“아아, 앙, 으흣! 아!”

그렇게 욕실에서는 이후로도 한참 동안, 두 사람의 살갗 부딪치는 소리와 소희의 높은 교성, 지겸의 거친 신음만이 뒤섞여 울렸다.

***

지겸이 깊게 잠든 소희를 바라봤다. 욕실에서 그녀는 그의 품에서 몇 차례나 더 절정에 올랐다. 그렇게 지친 그녀를 마저 꼼꼼히 씻겨 주고, 침대에 눕혀 오래도록 몸을 주물러 주었다.

제 팔을 베고 기절하듯 잠든 그녀가 여전히 믿겨지지 않았다. 지겸은 자꾸만 소희의 볼이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꿈만 같아서, 이러다 잠들면 다 사라질까 봐.

가끔 칭얼대며 나오는 목소리도, 눈꺼풀의 떨림조차도 그에겐 설레고 가슴 뻐근한 자극이다.

결국 지겸의 몸에는 아직도 해갈되지 않은 욕망이 또다시 단단한 형태로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제 곁에서 잠든 여자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그의 전신은 이미 충만감으로 차오른다.

오늘보다도 더 쉴 새 없이 몰아치고 끊임없이 몸을 겹쳤던 싱가포르에서도 이렇진 않았다. 그때 이어졌던 건 두 사람의 몸뿐. 하지만 소희와 마음마저 오롯이 하나가 된 지금에서야 지겸은 자신이 무엇에 평생 그토록 목말랐었는지를 알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과할 정도로 흘러넘치는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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