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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 우웁…흡.”
지겸이 손끝으로 소희의 붉어진 눈가를 문지른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오른손과 다르게 그녀의 뒷머리를 움켜쥔 왼손은 자비가 없다. 연갈색 눈동자를 흐리며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눈물이 그의 손등에 채 닿지도 않았는데 맘속 어딘가도 같이 축축해진다.
“울지 마 소희야…. 네가 울면, 더, 흐 울리고 싶어지니까.”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쵸옵 소리 내며 그의 성기를 머금고 빨아댄다.
“잘하네, 착하다.”
이는 세우지 말고.
“흐윽, 으읍, 그, 마안 우음.”
겨우 귀두만 머금고도 어쩔 줄 몰라 붉어진 얼굴이 기껍다. 그녀의 볼 한쪽을 볼록하게 만든 게 제 좆이라고 생각하니 척추뼈가 뻐근하다. 그녀 입 안의 여린 점막을 뭉뚝한 선단으로 휘젓다가 꾹꾹 눌러 길을 내본다.
“정말 그만해?”
끄덕끄덕, 끄덕끄덕. 대체 몇 번을 긍정하는 것인지. 멈춰줄 요량으로 물었는데 그녀가 진심으로 거부하자 순간 비열한 치기가 치솟는다. 소희가 그만하고 싶다고 안간힘을 다해 고개를 주억거리자 힘이 들어간 입 안이 그의 성기를 꽉 조여버린다. 보드라운 혀끝이 요도 구멍을 스쳤다.
씨발. 이래서야 참으려도 해도 참을 수가 없잖아.
“후우. 싫은데.”
푹.
“목구멍, 더 열어 봐.”
“웁! 웁, 으흡.”
그가 왼손에 힘을 줘 당겼다. 자연스레 소희의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그가 제 허리를 뒤로 물렸다가 퍽, 깊이 박아 넣었다. 억지로 열린 목구멍으로 좆이 밀려 들어가자 소희가 팔을 버둥거린다.
푹, 푸욱.
아. 뭔가 자신답지 못하다. 멈춰야 할 것 같은데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이성은 거의 휘발되기 직전이다. 하지만 그의 아래를 감싼 모든 게 홧홧하게 뜨겁다. 멈추기가 어렵다. 좆질 몇 번에 사정감이 몰려든다.
“이렇게, 좁아터져서야. 임소희.”
위나 아래나 다.
매번 박아주면 좋다며 제 좆을 끊어댈 듯 물어대면서 뭘 자꾸 힘들다고 우는 건지.
그렇게 그녀 뺨을 타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외면한다.
그만해.
어디선가 섬뜩할 정도로 가라앉은 음성이 파고든다. 말리는 이는 누구일까. 자신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혹은 소희의 진심일까.
싫어.
왜 나만 항상 모든 걸 참아야만 하지.
꼭 떠나 보내는 쪽은 자신이어야 하지.
결국 아무도, 아무것도 곁에 남지 않는 거지.
그러니까, 싫어.
더욱 뻗어 나가려는 생각을 멈춰 아래의 움직임에 집중시킨다.
“흐, 으으읍, 흑, 우웁.”
울음이 범벅된 그녀의 작은 입에 흉기 같은 제 것을 무식하게 처박는다. 헛구역질이 나오는지 소희가 중간중간 컥컥 기침하며 몸을 바르작댄다.
“참아봐.”
이렇게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든 건 너니까.
움찔대는 목구멍 안쪽까지 성기를 쑤석이며 오른손 끝으로 그녀의 목을 매만진다. 그의 쿠퍼액이 침과 섞여 넘어갈 때마다 목 안쪽이 꿀떡이며 경련한다. 작은 목구멍 깊이 침범한 제 것이 겉에서도 만져질 것만 같다.
“임소희.”
“흐으, 으으읍.”
울음인지 신음인지 구역질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소리로 소희가 끙끙댄다. 힘들어하는 그녀의 숨소리가 그의 심장을 찔러댄다.
미안해, 정말로 멈출게, 라고 말하려 했는데 입 밖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이 뱉어진다.
“제대로, 삼켜.”
푹, 푸욱.
목구멍까지 깊숙이 욱여넣고 지겸이 사정했다. 뜨거운 속이 제 것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황홀하다 못해 고통스러울 정도다. 낮게 욕을 짓씹으며 그가 허리를 좀 더 밀어 넣는다. 그 탓에 목으로 바로 넘어간 사정액을 그녀가 황급히 삼킨다. 지겸의 엉덩이 뒤쪽 근육이 바짝 당겨져 조여든다. 손 둘 곳을 모르고 버둥대던 소희가 그의 허벅지 쪽을 겨우 잡아 마구 밀어댄다.
자신이 이렇게 가학적인 사람이었나. 이따위 행위에 쾌락을 느끼는 제 몸이 끔찍하다. 그러면서도 멈출 생각은 없다.
“으윽, 큭, 후웁….”
“빼줘?”
그녀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여유롭게 낚아채며 그가 묻는다.
“흐으윽, 아흐.”
눈물과 콧물이 섞여 흐른다. 절실하게 끄덕이는 소희의 눈동자가 흐릿하다.
그 모습을 보니 속 깊은 곳으로부터 화가 끓어오른다.
이 분노는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일까.
“그럴까….”
“콜록, 콜, 록. 크흡. 흐.”
팟 성기를 빼내자 소희가 밭은 숨을 황급히 뱉어낸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한다. 그러나 지겸은 소희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분노와 원망을 섞어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동자를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다.
“윗입이 힘들면 아래로라도 받아야지. 응?”
그래서 그는 다른 선택을 한다.
웅크린 그녀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한 뒤 떨리는 다리 사이로 무작정 제 것을 들이민다.
“아흑, 흣. 제, 발… 그, 그만. 그만해요! 흐아.”
이미 여러 번 사정해 눅눅하게 풀어진 음부를 파고드니 그의 좆을 따라 끈적한 백탁액이 딸려 나온다.
찰싹. 울긋불긋해진 하얀 엉덩이에 또 한 번의 손자국을 더한다.
“흐응!”
“노팅을 해 줘야 안 이러지? 어딜 줄줄 흘리고 난리야, 소희야.”
퍽, 퍽, 찌걱.
지겸이 추삽질의 속도를 높인다. 시선을 내리니 빨갛게 익은 속살이 제 것을 물고 한계까지 벌어졌다 다시 오므라드는 모습이 적나라하다. 퍽 박았다 쭉 뽑아내면 야들야들한 살이 쫄깃하게 따라 나왔다가 들어가며 그의 좆을 야무지게 물어댄다.
이렇게 잘 씹어대면서.
그의 몸짓에 따라 이리저리 자지러지며 떠는 여체가, 자신 때문에 울긋불긋 물든 몸에 심장이 저며 든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짓궂은 말뿐이다.
“아니, 아, 흑. 싫어…요. 싫어, 오빠. 그만, 해. 지겸… 오빠!”
순간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성이 덜컥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나라고.’
소희가, 정말로 자신을 거부한다.
그녀를 이토록 울리고 괴롭히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소희야.”
그녀를 위해 멈춰야 할 텐데 그래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도 몰랐던 비릿한 가학심이 온몸을 다시 들쑤신다.
“왜.”
씨발. 왜 안 돼.
뒷골이 뻐근하다. 가슴 한쪽에서 누가 성냥을 확 그어 불꽃으로 제 심장을 짓친다.
“흐, 흐윽, 흑….”
남자가 소희의 여린 골반에 손자국이 생길 정도로 거칠게 틀어쥐고 마구잡이로 허리를 흔든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몸을 내맡긴 그녀가 여린 꽃잎처럼 뭉개져 내린다. 작은 음문을 집요하고 잔인하게 파고드는 흉흉한 좆질이 계속된다. 옆에서 훔쳐본 남자의 눈동자가 핏줄이 터진 것처럼 붉다.
아니야, 그럴 리가. 거짓말이다.
그만둬.
다시 아까의 음성이 울린다.
무겁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머릿속을 가득 울리는 경고는 결국 그 자신이 보내는 것이다.
제발, 그만둬. 멈춰.
‘싫어. 빼앗아가지 마.’
아니, 멈추지 않으면 정말로, 잃게 될 거야.
‘안 돼. 싫어. 그만.’
***
“멈춰. 제발… 그만. 그, 그만! 큭.”
“형! 형! 지겸이 형!”
허억.
놀란 지겸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형, 괜찮아요? 가위눌렸어요?”
“신…유현…? 네가 여기 왜, 있어. 흐.”
언제부터 곁에 있었던 건지 걱정으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유현이 지겸의 눈에 띄었다.
“세상에 이 식은땀 좀 봐. 형, 왜 이래요. 아니… 이건 또 다 뭐….”
지겸이 자고 있던 소파 앞 테이블에 독한 양주가 몇 병이나 비어 있었다.
겨우 눈을 뜬 지겸이 한 손으로 눈을 덮고 한숨을 깊게 내쉰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게 오늘이었던가….”
유현을 만나기로 하고 잊고 있었다. 며칠째 통증 때문에 아예 잠을 자지 못해서 어젯밤 과음을 했다. 새벽녘에 겨우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이런 꿈을 꾸고 말았다. 제 자신이 증오스럽고 한심해서 미칠 것 같다.
“아니, 형 술 마시는 거 싫어하잖아요. 설마 혼자 이걸 다 마신 거예요?”
평소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 만나기로 한 곳에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 두절까지 되니, 걱정된 유현이 지겸의 집에 와 본 것이다. 베논 제약과 재림재단 일로 제집처럼 그의 집을 드나들었던 터라 현관 비밀번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들어간 순간, 유현이 마주한 것은 집 안에 퍼진 독한 술 냄새와 좁은 소파 위에 몸을 욱여넣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지겸이었다.
“뭐, 조금.”
“일단 있어 봐요. 내가 나가서 숙취 해소제라도 사 올게요.”
“됐어, 괜찮아. 아. 으윽.”
지겸이 소파에서 일어서려다 왼쪽 가슴 쪽을 움켜쥐더니 다시 주저앉았다. 눈을 꽉 감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를 유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계획했던 일정보다 싱가포르에서 일찍 귀국했다길래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지겸의 처참한 몰골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형 혹시 소희랑….”
유현이 곧 입을 다물었다. 겨우겨우 숨을 가다듬은 지겸이 그만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내저었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킨 지겸이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 쪽으로 다가가 약 봉투를 뒤져 알약을 한 알 꺼냈다. 물도 없이 약을 삼켜낸 그가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섰다. 후우. 깊은 한숨이 그에게서 뱉어졌다.
“잠깐만 기다려. 좀 씻고 올게.”
자는 내내 땀을 흘려 척척하게 젖은 티셔츠를 지겸이 스윽 벗었다.
우연히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 유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겸의 왼쪽 가슴 부근 피부가 눈에 도드라질 정도로 울긋불긋했다. 거리가 좀 있어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꽤 부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현은 좋지 못한 예감이 들었다.
욕실에 들어간 지겸이 거울 앞에 섰다.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해 눈가가 퀭했다.
꼴 좋다, 구지겸.
지겸이 스스로를 비웃으며 낮게 욕을 짓씹었다.
꿈속에서의 소희를 떠올리며 제 손을 내려다봤다. 방금 삼킨 진통제의 효과가 아직 퍼지지 않았는지 심장의 통증이 여전하다. 숨쉬기도 쉽지 않다. 손도 따라서 조금 떨리고 있다. 그 손끝에 만져졌던 그녀의 감촉이 꼭 진짜 같았다. 미친놈. 이제는 그녀를 상대로 그런 질 낮은 꿈이나 꾸고.
어쩌면 그 꿈속에서의 잔인하고 가학적인 제 모습이 진짜일지도 모른다. 숨기려고 해도 그녀 앞에 서면 어김없이 발정해 버리는 자신이 짐승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그녀를 울리지 못해 안달인 개새끼에 불과한걸.
그런 자신이 구지훈보다 낫다고 감히 말할 수나 있을까. 소희에게 그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좋은 남자라고 할 수는 없다.
욕실에서 나오자, 유현이 숙취해소제를 건넸다. 그가 씻는 동안 밖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아. 고마워.”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수건으로 털어낸 지겸이 유현에게 건네받은 갈색 병을 들이켰다.
“크윽.”
그 순간, 지겸이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유현은 그 모습을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또다. 조금 전도 그렇고 지금도 뭔가 꽤 심한 통증을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
“형, 이제 얘기 좀 해 봐요.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유현이 표정을 굳히며 지겸을 마주 보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