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부강탈-32화 (3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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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치운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 봤다. 아니, 노려봤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싫다고 하면요.”

“어차피 결혼식은 이미 취소했어. 캔슬 비용도 처리했고. 양가 부모님께는 내가 사정을 말씀드렸어.”

“당신이 뭐라고 거짓말했을지 알고 여기 가만히 있겠어요. 저희 부모님도 순순히 받아들이실 리 없어요. 제 여권 어디 있어요? 당신이 가지고 있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어요. 부모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드릴 거예요.”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잠잠하게 있을 수 있었겠어. 내가 대신 통화했어. 아버님께서 우선 내게 맡기겠다고 하셨어.”

“…뭐라고요?”

그럴 리가. 소희의 의사는 듣지도 않은 채 어떻게 이런 남자의 말을 덜컥 믿으셨다는 말인가. 아무리 회사일 밖에 모르고 사업상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일도 개의치 않는 분이라고 해도 하나뿐인 자식의 일에 이럴 수는 없었다.

“휴대폰은, 네가 지난번처럼 도망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면 돌려줄게.”

“이거 범죄예요. 당신 지금 이러는 거. 당신 곁에 있고 싶지 않은 사람을 이런 식으로 붙잡아 두는 거.”

“…그럴지도 모르지.”

이제는 지겸 자신도 헷갈렸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이 정말 사랑인가. 사랑을 핑계로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뭐가 됐든 구지훈은 아니었다. 다시는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엮일 수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억제제도 먹지 않은 그녀가 언제 또 갑자기 히트 사이클을 맞이할지 알 수 없었다. 컨디션도 불안정하고 몸도 약해져 있는 상태다. 지금 소희의 곁에는 가까이서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어떻게 그녀를 옭아맬 수 있을까. 벗어나려는 의지를 잠시라도 꺾을 수 있을까. 아무리 두 사람이 각인했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하지만… 소희야.”

굳어진 소희의 얼굴을 훑던 지겸이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아. 그는 소희의 아랫배 주변을 쳐다봤다.

새까만 눈동자는 빈틈이 없었다. 소희는 순간 두려워졌다. 그 눈동자가 마치 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다. 소희에게는 이제 다른 옵션이 없다고. 이미 빠져버린 늪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을 거라고.

“우리 둘 다 발정기였고, 난 네 안에 세 번이나 노팅했어.”

“알아요. 그, 그래서요.”

“70%.”

“뭐가요.”

소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소희가 가장 외면하고 싶은 사실. 생각할수록 두렵고 괴로워서. 결코 믿고 싶지 않은….

“네 뱃속에 이미 내 아이가 자리 잡기 시작했을 확률.”

가장 피하고 싶은 전개.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

“어떻게 당신은 그런 식으….”

그런 말을 잘도 뻔뻔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평판보다도 더 최악의 남자인 게 분명하다고. 하지만 소희가 눈을 들어 마주한 지겸의 눈빛은… 외로워 보였다. 오랫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아 여기저기 웃자란 너른 초원에 홀로 묵묵히 서 있는 나무 같았다. 모두가 잊어버렸으나 애써 깊게 뿌리내리고 서서 햇빛 한 줄기, 빗물 한 자락에 의지해 단단하고 커다랗게 자라버린. 언제나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애타게 기다려 온 사철 푸른 소나무 한 그루.

“날 끔찍하게 여기는 것 알아. 하지만 소희야. 난 널 얻기 위해서라면 사실 더 끔찍한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너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그게 무슨 짓이든 할 거야.

말투와 표정은 나긋했지만 사실 그 내용은 단호하고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지금 당장 사랑해 달라고 하는 것 아니야.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쪽. 남자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이마에 내려앉았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이 감돌았다.

불쾌하고 화났던 마음이 그녀도 모르는 새 조금 녹아내리려고 한다. 이러면 안 된다고, 정신을 다잡아 봐도 멍청하게 키스 몇 번에 무장해제 되어 버린다. 마음은 그를 밀어내려고 벽을 쌓아도 몸은 이 남자의 품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도 좋아하잖아, 소희야.”

적어도 네 몸은.

“아니에요. 저, 절대!”

피식. 지겸이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 어떻게든 그를 매섭게 노려보려 애쓰는 이 작은 여자를, 마침내 그의 품 안에 들어와서도 거부하기 바쁜 하나뿐인 제 짝을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답은 자꾸 거짓말하는 네 윗입이 아니라 아랫입으로 들을 거라서.”

소희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던 지겸의 입술이 그녀의 몸을 훑으며 내려온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잠옷의 단추들은 맥없이도 열렸다. 바지와 속옷은 벗겨나가는지도 몰랐다. 가지런히 돋아난 쇄골과 젖가슴의 봉긋한 둔덕 사이. 얕게 패인 배꼽 주변과 부드러운 수풀에 가려진 은밀한 부위까지 결국 남자의 뜨거운 숨결 아래 낱낱이 드러났다.

지겸은 감사했다.

자신이 알파인 것을, 소희가 그의 오메가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끼쳐오는 알파의 페로몬에 소희는 결국 눈을 감고, 입을 벌려 달뜬 숨을 뱉어냈다. 그녀는 확실히 자신에게 반응하고 젖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하읏! 하, 하지 마…요.”

지겸이 그녀의 두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친 채 엉덩이를 바싹 끌어 올렸다. 그의 두 눈 아래 며칠을 내내 시달려 붉게 흐드러진 꽃잎이 다시 피어났다. 조금 아까 손가락으로 매만졌을 때 부어오른 속살이 여실히 느껴지던 걸 떠올렸다.

“대답할 기회를 줘야지, 얘도.”

“무, 무슨. 싫…. 으응.”

순간, 뜨거운 살덩이가 그녀의 음순 새를 비집으며 파고들었다. 지겸이 혀로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마치 소희를 달래듯 음부를 어루만졌다. 위아래로 천천히 핥아주자, 절로 틈새가 벌어지며 애액을 뱉어냈다.

“봐. 네 아래는 어서 빨아달라는데.”

아래를 좀 더 지분거리며 애무하던 그가 혀끝을 세워 위쪽에 부풀어 오른 음핵을 퉁, 튕기듯 핥았다. 소희가 허리를 들썩이며 신음했다.

“아응! 거긴, 흐으, 하지….”

“하지만 소희야. 얘는 더 해 달라고 자꾸 딱딱하게 올라오잖아. 응?”

조소를 흘리며 그의 혀가 무참하게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짓뭉갰다.

“하으, 으응, 흑.”

괜찮아. 자꾸만 달달 떨리는 소희의 허벅지를 지겸이 다독이며 입술과 혀끝으로는 그녀를 궁지로 몰아갔다. 끙끙대며 그만해 달라 애원하는 건 소희였지만 실제로 그녀를 갈구하고 애원하고 있는 건 지겸이었다.

보여줘, 조금만 더 보여줘. 네가 나를 완전히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오메가의 본능이든, 쾌락을 원하는 몸 때문이든 한순간이라도 너도 날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있다는 걸 알려줘.

어느덧 좁은 질구를 파고든 지겸의 혀가 흘러나온 애액을 빨아 마시며 부어오른 질벽을 마구잡이로 문질렀다.

“아, 앙, 아아….”

어쩔 줄 몰라 하며 자꾸만 휘는 소희의 허리를 지겸의 손이 뒤에서 받쳤다. 동시에 내벽을 헤집는 열기 어린 살덩이의 움직임은 점점 더 과감해졌다. 강렬한 자극에 뻐끔거리던 내벽이 순간 주름지며 수축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는 엄지손톱으로 음핵을 긁더니 손가락 사이에 끼워 비틀었다.

“싫, 그러면, 싫어. 흑. 아흣. 안, 안….”

팟. 지겸의 혀가 빠져나옴과 동시에 그녀 아래서 투명한 사정액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다리를 받친 그의 손에, 하얀 허벅지를 줄줄 타고 흐르는 향긋하고 또 비린 액체를 그는 샅샅이 빨아 마셨다.

“임소희. 이래도… 아니라고?”

제 것이 묻어 번들거리는 남자의 입술을 보니 소희는 부끄럽고 화가 나 눈물이 났다. 그런데도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몸은 아쉽다는 듯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뭐가 부족한지 아직도 뻐끔대는 질구를 확인한 지겸이 그 위에 쪽, 입을 맞췄다.

“흐읏….”

또 결국 그가 분신을 앞세워 그녀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나. 소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겸이 그녀 허벅지 안쪽을 붙잡는 게 느껴졌다. 자기도 모르게 긴장으로 아래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소희는 곧 질척이며 그녀의 질구를 비집을 침입자를 기다렸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솔직히 싫지는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 남자가 말했듯이 이미 그녀의 몸은 그에게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숨조차 참은 채로 그렇게. 기대인지 절망인지 모를 일렁이는 감정을 품은 채로.

“소희야….”

쪽쪽.

하지만 그는 그녀의 여린 살을 뚫고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허벅지 안쪽부터 여기저기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키스를 차분히 내려놓았을 뿐이다. 그 묘한 접촉이 오히려 소희를 더 애태웠다.

“으응….”

“임소희….”

허벅지 곳곳, 무릎 뒤, 종아리, 발목, 발등, 발바닥…. 어떠한 부분도 빼놓지 않겠다는 집념이 느껴질 정도로 지겸은 소희의 몸 여기저기에 샅샅이 입을 맞췄다. 말랑대는 살결을 입술로 부딪칠 때면 좀 더 깊이 빨아들이고, 핥고 깨물어서 온통 울긋불긋해지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참았다. 등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발기한 그의 남성도 모른 척했다. 혀만 들어가도 빠듯하게 조일 정도로 부어 있던 내벽을 오늘까지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저 이렇게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안달 날 정도로 좋았다. 지나치게 달았다, 그녀가.

“그만, 그만…요. 간지… 으흐.”

“조금만. 조금만 더….”

그가 소희의 발목 주변을 맘껏 지분거리다 쪽, 세게 빨아들여 울혈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키스하며 천천히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혹시나 싶어 소희가 조금 몸을 움츠렸다. 허벅지 사이를 좁히려 힘도 줘봤다. 하지만 그는 긴장한 그녀가 민망하게도 그대로 밀부를 지나쳐 소희의 동그란 아랫배와 잘록하게 들어간 가는 허리에 소리 내 입을 맞췄다. 쪽쪽. 그의 키스는 솟아오른 젖무덤 사이를 지나 보드라운 가슴과 툭 불거진 유두 위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흐아, 앙, 아아.”

어쩌면 이 남자는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거칠게 비집고 들어오는 삽입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에게 하듯 퍼붓는 키스가, 온몸에서 느껴지는 촉촉하고 뜨거운 입술의 감촉이 때론 그녀를 더 흥분시킨다는 것을. 그녀의 몸을 핥고 있는 건 그의 혀인데, 그 애무가 너무 달아서 오히려 소희의 혀끝이 다 아릴 정도였다.

“…사랑해.”

키스는 계속됐고 그 사이사이 지겸의 끊임없는 고백이 그녀 몸에 와 닿았다.

기분, 좋았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제 소희는 자신의 목덜미에 와 닿는 지겸의 키스를 그녀도 모르는 새 음미하고 있었다. 윗입술부터 닿았다가 차례로 아랫입술까지 눌러지는 조심스러운 감촉과 틈새를 비집고 가끔 핥아오는 혀끝의 녹녹함을.

그의 입술이 지나간 자리마다 뜨거웠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가 붉게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소희야. 안 될까.”

이래도, 이런 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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