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부강탈-28화 (2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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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약혼자는 구지훈이었어요. 지훈 오빠였다고. 그런데 왜, 왜 당신이…. 당신 때문에.”

소희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폭발이라도 한 듯, 그녀는 말하면서도 분에 못 이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 지겸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더니 자조 섞인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으로 구지훈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형의 더러운 여자관계에 대해서 소희에게 말하면서까지 상처 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참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니 결국 소희에게 자신은 정말로 그 쓰레기보다도 못한 인간이 되었구나.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구나.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내가 섹스에 미쳐서…라고?”

소희가 답 없이 그를 노려봤다.

“내가 네 몸만을 원해서 이용하고 가지고 논 거라고. 지금 그런 얘길 하는 거지?”

“네. 그래 놓고서 진심이니 사랑이니 고상한 체하는 게 더 토할 것 같으니까 차라리 솔직하게 하라고요. 어차피 저도 당신같이 본능에만 충실한, 정말 짐승처럼 굴 수 있는 오메가라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깨달았으니까.”

소희도 비단 지겸에게만 화난 것은 아니었다. 지겸을 두고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자꾸 갈등하고 있는 자신. 그래서 결국 오늘 또 그와 섹스해 버리고 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이런 표독한 말을 쏟아내게 해 버렸다.

“그럼. 이제 정말 더 망설일 필요 없겠네.”

“…네?”

자신이 쏟아낸 말이 사실 무슨 의미가 있는 줄도 몰랐던 소희는 새까맣게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를 보며 생경한 두려움을 느꼈다.

“네 말처럼. 나나 너나 서로의 몸만 바라는 짐승이라는 얘기잖아.”

아차, 그녀의 말이 저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구나.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소름이 돋았다. 소희가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지겸이 그녀를 두고 욕실 밖으로 나가더니, 곧 손에 약통을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

“당연히 이것도… 필요 없겠네. 그렇지?”

네 오메가용 억제제. 이번엔 진짜를 구했었거든.

“아…!”

소희가 뭔가 더 말을 하기도 전에, 말릴 새도 없이 지겸이 약통을 열더니 안에 든 알약을 전부 변기통에 쏟아부었다. 소희가 소리를 지를 뻔한 제 입을 양손을 모아 막았다.

지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잘 보라는 듯 더 천천히 변기 물을 내렸다.

쏴아아아. 거센 물소리가 들리더니 수십 개의 파란색 알약들을 꿀렁이며 전부 삼켜버렸다.

소희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럼… 계속하기 전에. 소희 너 그대로 쓰러질까 봐 일단 뭘 먹으라고 하고 싶지만, 분명 또 아무것도 안 먹겠지?”

“네?”

계속하기… 전에? 뭘?

방금 떠내려가 버린 알약에 대해 충격으로 할 말을 채 고르지 못한 소희가 멍하니 있자.

“입어.”

지겸이 욕실에 걸려 있던 그녀의 실크 가운을 건넸다. 소희가 떨리는 손으로 옷을 받아 입자마자 지겸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더니 성큼성큼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

“이건 꼭 끝까지 맞아. 영양제야.”

묘하게 달라진 그의 표정과 강압적인 말투가 그녀를 꼼짝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왜일까. 소희는 지훈에게 그랬듯 불쾌함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어쩐지 씁쓸한 모순적인 기분에 휩싸였다.

지겸은 우선 소희를 살짝 일으켜 세운 뒤 침대 헤드에 베개를 몇 개 대고 그녀가 편안하게 기댈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오른팔에 익숙하게 주삿바늘을 꽂아 링거를 연결했다. 능숙한 그의 몸짓을 물끄러미 보던 소희가 깨달았다. 아, 이 남자. 그러고 보니… 의사였지.

“살짝 따끔해.”

“읏….”

기억을 더듬으니 어제도 이렇게 왼팔에 밴드가 붙여져 있었다. 그가 직접 이렇게 링거를 놓아줬을 거로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영양제가 소희에게 잘 들어가는지 확인한 지겸이 그녀의 팔 밑에 수건을 개어 받쳐주었다. 혈관을 타고 차가운 액체가 빨려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조금 소름이 돋았다.

지겸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나가려나 보다 하는데, 갑자기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소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지금 뭐, 뭐 하는 거예요?”

단추를 다 푼 셔츠를 벗어 소파 위에 대충 걸쳐놓으며 그가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으며 답했다.

“짐승이라며. 짐승이면 서로 짐승답게 굴어야지.”

“네…?”

이번엔 벨트를 풀고, 바지 버클을 끌렀다.

“잠깐. 잠깐만요. 이, 이걸 하고 있….”

당황한 소희가 링거를 맞고 있는 제 오른팔을 들려고 하자 지겸이 다가와 잡아 살짝 아래로 내리눌렀다.

“팔, 심장보다 위로 올리면 피 역류해. 움직이지 마.”

“아니….”

이젠 드로어즈만 입은 남자가 그녀 앞에 있었다. 이미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의 모양이 속옷 밖으로도 선명히 드러날 정도였다. 소희가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를 붙이고 다리를 모았다. 똑, 똑.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링거액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혼란스러웠다. 더 이상 이러고 싶지 않아 한 말이었는데, 왜 이 남자가 다시 이렇게 그녀의 침대에 헐벗은 채 들어와 있는지. 여전히 굶주린 짐승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스륵. 그가 소희의 실크 가운을 여민 끈을 당겨 풀었다.

“핫.”

놀란 그녀가 비교적 자유로운 왼팔과 왼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렸다.

“귀여운 짐승이네.”

이젠 잡아먹을 차롄가.

“잠깐, 잠깐만요!”

소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또 그러네. 여러 번 말했는데.”

잠깐은 없다고.

“싫, 싫어요.”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지도 몰랐지만, 소희에겐 믿음이 있었다. 그녀가 싫다고 하면 그가 언제든 멈춰줄 거라는 믿음. 실제로 어떤 애무든 싫다고 하면 멈췄었고, 여러 번 그의 입으로 말한 적도 있었다. 그녀가 싫어하면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래서.”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그의 대답에 놀란 소희의 숨이 턱 막혔다.

오히려 지겸은 제 가슴을 애처롭게 가리고 있는 그녀의 가느다란 왼 손목을 손쉽게 잡아 들더니 방금 벗겨낸 가운의 실크 끈으로 침대 헤드 한쪽에 아프지 않게, 그러나 꽤 단단히 묶었다.

헉.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안 풀어요?”

“소희야. 어떤 짐승이, 다잡은 먹잇감을 풀어줘.”

안 그래?

지겸이 속삭이듯 되물으며 소희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덜덜 떨면서도 애써 힘주며 꽉 붙이고 있는 소희의 두 다리를 손쉽게 양옆으로 벌려버렸다.

“하읏…. 싫다고. 하지 마요, 정말이야.”

“너야말로 거짓말만 하면서.”

네 여긴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지겸이 대뜸 혀로 소희의 음부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확 핥았다.

“아…흐응! 미, 미쳤어. 당신 진짜로 미친 거야.”

그의 애무에 본능적으로 새어 나오는 신음성을 막기 위해 소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맞아. 네가 그랬잖아. 섹스에 미친 사람이라며.”

지겸이 몇 시간 전까지도 그에게 잔뜩 혹사당해 이미 녹진하게 풀어진 클리토리스를 찾아 혀로 비집고 눌러댔다. 초옵, 초옵. 입술을 모아 대놓고 소리 내 음핵을 빨아 당기는 통에 소희가 턱을 덜덜 떨다 결국 밭은 숨을 내뱉었다.

“아, 싫, 흐으, 어어, 아읏, 응….”

“모르는구나. 소희야.”

어차피 조금 전에 정액을 긁는다며 손가락으로 휘저었을 때부터 젖어 있던 음부였다. 지겸이 혀를 슬쩍 그녀의 음문 새로 밀어넣어 보았다.

“아앗, 앙…하지, 마, 흑….”

안 된다고, 하지 말라고 고개를 수없이 내저으면서도 소희의 아래는 그의 혀를 촉촉하게 감싸왔다. 지겸이 고인 샘물을 퍼내듯 다디단 과즙을 빨아댔다. 겨우 몇 번만에 그의 입가와 코를 잔뜩 적실 정도의 애액이 흘렀다.

“짐승은, 싫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해.”

지겸이 입고 있던 드로어즈를 벗었다.

아까보다 더 발기한 것 같은, 언제 보아도 음습하기 그지없는 흉흉한 성기가 튀어나왔다.

흐트러진 가운 사이 드러난 젖가슴, 발갛게 익어 촉촉이 젖은 음부. 링거를 맞느라, 또 묶여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두 팔과 지겸을 노려보고 있는 눈동자까지.

지겸의 앞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체는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을 정도로 색스러웠다. 지겸 자신도 있는 줄 몰랐던 그의 안에 깊숙이 숨겨진 정복욕을 부추겼다.

후우….

지겸이 그녀를 나른하게 응시하며 제 좆을 몇 번 느릿하게 훑었다.

설마, 설마. 그에게 잡아먹히는 순간까지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흔들리는 소희의 소동물 같은 눈빛이 애처롭다.

그는 정말 자신이 토끼라도 잡아먹는 산짐승이 된 기분이 들었다.

“소희야. 그럼 이제.”

“하읏.”

지겸이 그녀 다리 사이 자리했다. 그의 귀두가 소희의 음문에 바짝 붙어왔다. 들어갈 틈을 만들 듯 질척이며 주변을 문댔다.

“싫어… 흐. 진짜, 안, 으읏, 돼….”

지겸이 소희의 오른손을 제 왼손으로 부드럽게 잡아 눌렀다. 혹시 움직이다 위험할까 봐 그러는 거겠지. 그 손과 제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딱딱한 살기둥을 번갈아 보던 소희가 비웃었다.

진짜 뭐야 이 남자. 나쁜 놈. 정말 정말 나쁜 놈.

그의 가슴팍이라도 때리고 싶은데 묶여 있는 왼손은 당겨지지 조차 않았다. 더 굴욕적인 건 이런 상황에서조차 소희도 자신이 얼마나 젖어 있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짐승 같은 놈. 당신 진짜! 흑.”

“그래, 그러니까 소희야.”

우리 어디 진짜, 짐승처럼 붙어먹어 볼까.

“하악!”

그 속삭임이 끝나기 무섭게 지겸의 좆이 소희의 아래를 뚫고 결국, 다시 박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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