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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푹, 푹, 푹. 커다란 불기둥에 그야말로 몸이 통째로 꿰이는 기분이었다.
자꾸만 낭창낭창 뒤로 휘는 그녀의 허리와 고개를 지겸이 단단히 받치고 터질 것 같은 좆을 욱여넣었다. 몇 번이고 사정한 뒤라 더욱 철퍽이는 접합부에서는 지겸의 백탁액과 소희의 애액이 섞여 튀었다. 퍽, 퍽, 박아 넣으며 지겸이 소희의 목덜미 여기저기를 깨물었다. 한데 섞인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이 서로의 영혼을 뒤흔들 기세로 휘감았다.
푹. 그녀 안 깊숙이 또다시 지겸의 정액이 흘러들었다. 소희가 절정으로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깨물고 기절해 버릴 것 같은 정신을 바로잡았다. 이미 몇 번이나 노팅 없이도 소희의 자궁을 채우고도 넘칠 정도로 사정했으면서, 지겸은 혹시라도 흘러나오는 게 없도록 사정 후에도 한참을 그녀 안에 나른하게 쑤석였다.
“…사랑해.”
그녀의 귓가에 온기 넘치는 고백이 속삭여졌다. 그러나 소희는 못 들은 척했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냥 몸을 섞은 거잖아. 서로 그저 알파와 오메가로서 본능에 이끌려 발정기의 짐승처럼 섹스했을 뿐이야.
달콤한 고백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마음이 괴로워질 것 같아서, 소희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막음하듯 지겸에게 키스했다. 뜨거운 그의 숨결이 그녀의 입 속으로도 밀려 들어왔다. 부드럽게 서로 혀가 얽히고 그가 소희의 입 안 여린 점막을 두드렸다. 타액이 섞이고 입술과 혀가 빨리며 심장이 간지러웠다.
그 순간 지겸은 세상을 손에 쥔 듯 행복해졌다. 히트 사이클 때문에 시작된 거라고 해도, 소희의 의지로 이어진 섹스라는 게 그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관계 도중 얼핏얼핏 엿보인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은 가슴이 터질 듯 색스럽고 좋았다. 그의 사랑한다는 고백에는 입을 먼저 맞춰오기까지 했다.
알파와 오메가가 서로의 페로몬에 끌리는 것은 본능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이제 각인까지 한 커플이다. 아직 풀어야 할 오해가 많지만, 조금씩 이렇게 서로 가까워지다 보면 소희도 점점 더 그를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그녀가 허락해 준다면, 기회를 준다면 이번에야말로 모든 걸 털어놓자고 생각했다.
입술에서 시작된 키스가 이마와 양쪽 볼, 턱, 귓가와 목선에까지 따라 내려갔을 때.
그제야 이성을 되찾은 소희가 황급히 그를 제 목에서 떼어냈다.
“이제… 나가요.”
지겸이 자신을 밀어내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려다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뭐?”
마주한 소희의 눈동자가 선명하다. 히트 사이클에 고통스러워하며 쾌락과 정욕에 흔들리던 그녀의 눈이 어느덧 잠잠해져 있었다.
“힘들지 않아? 씻는 거 도와….”
“나가 달라고, 했어요.”
자기 말을 제대로 듣긴 들었냐는 말투다. 겨우 그 한마디에 담긴 거부의 의도가 선명해서 지겸은 잠시 멍해졌다. 불에 타는 듯 뜨겁던 몸도 얼음장처럼 싸늘해졌다.
“그래, 알겠어. 나갈게.”
“흣….”
지겸이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혀줬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소희의 이마에 쪽, 가볍게 키스한 후 뒤로 돌았다.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불러.”
제 이마에 닿는 그의 입술이 조금 떨리는 걸 소희도 느낄 수 있었다. 뒤돌아보고 싶은 진심을 참으며 지겸은 침실 문을 열었다. 그녀 곁에 누워 그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한 몸에 오래도록 키스해 주고 싶었다. 지난번처럼 따뜻한 물에 향이 좋은 오일을 풀고 앉혀서 닦아도 주고, 뻐근할 여기저기를 주물러 줘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희가 혼자 있고 싶다면. 그게 유일하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는 거라면, 지겸은 돌아서 나가주는 게 맞다고 믿었다. 그는 단순히 하루 이틀을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이 여자와의 평생을 바라며 오래도록 기다려 왔으니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소희는 욕실로 달려갔다. 샤워 부스에 들어가 물을 틀어 놓고 들어가 자꾸만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를 숨겼다.
***
똑, 똑.
소희와 침대에서 얼마나 뒹굴었던 건지, 지겸이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을 한참 넘긴 뒤였다. 지겸은 서재 옆에 딸린 욕실에서 가볍게 씻은 뒤, 소희가 먹을 만한 거로 룸서비스를 시키고, 링거도 새로 준비했다. 이번에도 먹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링거를 맞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메가용 억제제. 원래 싱가포르에선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거주자가 아닌 사람에게 억제제를 잘 처방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히 지겸과 동창인 의사가 이곳에 있어 특별히 부탁해 오늘 호텔로 전달받았다. 혹시나 부작용으로 또 히트 사이클을 겪으면 소희가 많이 힘들 테니 이제 제대로 된 약을 먹게 해 줘야지.
똑똑.
침실 문을 다시 여러 번 두드리고 앞에서 기다렸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또 쓰러지듯 잠든 걸까? 그러면 살짝 들어가서 팔에 링거라도 꽂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었는데 침대 위엔 아무도 없었다.
어디 있는 거지? 내내 밖에서 주시한 터라 이번엔 이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건 확실했다. 그러고 보니 미세한 물소리가 화장실로부터 들려왔다.
똑똑.
“소희야…?”
답이 없다.
설마… 씻다가 쓰러진 걸까? 욕조에 쓰러져 있는 소희의 모습을 상상하자 아찔했다. 안 그래도 몸이 많이 약해져 있는 사람을, 아무리 히트 사이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그가 심했다. 너무 몰아붙였다. 정말 큰일이 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지겸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두려웠다. 이제야 한 발짝 가까이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제발…. 지겸은 더 망설이지도 않고 벌컥 욕실 문을 열었다.
“소희야 괜찮아? 임소희…!”
그가 마주한 건 여전히 나체인 채 욕조에 비스듬히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희였다. 쓰러진 건 아니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혹시나 몰라 조금 더 다가갔다.
“소희야 괜찮은 거야? 어디 아파? 열 계속 나? 나 좀 봐봐.”
“나가…요. 흑. 왜 자꾸….”
그녀의 얼굴이 눈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지겸은 그녀 앞에 서서야 알았다. 그보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밑으로 향했다. 소희가 걸터앉은 아래, 욕조 속에 하얀 백탁액이 툭툭 많이도 떨어져 있었다. 조금 전에 워낙 많이 사정한 터라 움직이면 그녀 다리 사이로 꽤 흐를 수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빠져나올 수도 있나? 억지로 긁어내지 않은 이상에야….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지겸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허.
그녀의 손가락이 온통 그의 정액으로 뒤덮여 끈적해져 있었다.
“설마… 빼… 냈어?”
시선을 외면하고 입술을 꽉 문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소희가 지겸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했다.
“그래요. 전부 다 긁어내고 싶었는데, 더는… 더는 나오지 않더라고요.”
“…뭐?”
“당신 몸에서 나온 거, 내 몸속으로 하나도 안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더러우니까.”
그녀의 말도 아팠지만, 더욱 그를 날카롭게 찌른 건 소희의 눈동자였다. 지겸을 향해 정말 끔찍한 걸 바라보고 있다는 듯한 그 눈빛.
지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 내가 해 줄게.”
다시 뜬 지겸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렇게 더럽고 살 떨리게 싫은 거면 내가 빼준다고.”
그의 말에 소희의 눈이 놀라서 동그래졌다.
“벌려, 임소희.”
“돼, 됐어요. 그냥 내가 하면….”
지겸의 표정이 이렇게 굳어 있는 건 처음 봤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소희는 그의 앞에서 티 내고 싶지 않아서 더욱 그를 노려봤다.
“싫다며. 내가 더 잘 빼줄 수 있으니까. 벌려보라고.”
지겸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넣어 다리를 억지로 더 벌렸다.
“싫…. 흐그, 흑!”
예고도 없이 그의 손가락 두 개가 소희의 음부를 벌리며 파고들었다.
아무리 조금 전까지 그의 성기를 넣고, 절정에 떨었던 여체라 해도 굵은 남자의 손가락이 불쑥 들어오니 놀랄 수밖에.
“이, 이러지 마…. 흐으, 읏.”
지겸의 긴 손가락이 천천히 내벽을 타고 들어가더니 속에서 뭉쳐 있던 정액을 충실히 끌어내렸다. 투둑. 사타구니를 타고 끈적이는 액체가 새어 나왔다.
분명 처음엔 조금 쓰렸던 것 같은데, 또다시 알파 페로몬이 가까이에서 그녀를 감싸자 소희의 아래가 습관처럼 젖어 들었다. 자연스레 점점 그가 긁어내는 정액의 양은 줄어들고, 미끈거리는 소희의 애액만 묻어나왔다.
“으으, 흑….”
“이건… 내가 싼 게 아닌 거 같은데?”
한참 아래를 쑤석이던 그가 손을 빼냈다. 투명한 실이 길게 이어졌다 끊어졌다.
지겸이 검지와 중지에 잔뜩 묻은 점성 높은 액체를 입 속에 넣어 쪽 빨았다.
“봐. 네 맛이 나잖아.”
또 묘한 분위기와 페로몬을 풍기는 지겸을 소희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이제 그만해요. 추, 충분히 했잖아. 아까도 그렇게 많이…. 그만하면 됐잖아요. 더 필요해요?”
“소희야. 네가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난…”
물론 히트 사이클 때문이긴 했지만 분명 소희 너도 좋다고…. 지겸은 그렇게 믿었기에 아까 그녀와 함께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발정기에 힘들어하는 걸 도와주고 싶었다고 하면 변명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소희가 싫다고 했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맹세할 수 있었다.
“오해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에요. 아, 오해가 맞나. 당신은 원래 이런 거에 미친 사람이니까. 충분하다는 게 없을 수도 있겠네요.”
“그게 무슨….”
“어차피 내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 몸이잖아요. 달콤한 말로 사랑한다 어쩐다 말했지만. 거짓 약으로 히트 사이클을 만들어 내고 그때마다 이용해서 이렇게….”
소희가 온몸을 웅크리고 그에게 날을 세워서 하는 말들의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모두 그가 했던 짓들 때문이니까. 하지만 왜 소희가 자신을 그녀의 몸만 노리는 섹스에 미친 사람이란 생각까지 하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지훈이 지겸인 척 이어온 복잡한 여자관계와 난잡한 소문, 그리고 소희의 친구 유정의 일까지. 이 모든 것을 소희가 알고 있고, 그로 인해 지겸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다.
“아니야,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정말 오해야.”
“뭘 맨날 그것만은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당신의 진심? 사랑한다는 그 말? 다른 건 다 거짓말이지만 그건 믿으라고? 그래서 순순히 다리는 벌려 달라고? 차라리 솔직히 말해요. 각인한 다음에 원할 때마다 섹스할 오메가가 필요했다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싫어했던 형의 여자니까 더 재밌을 것 같았다고.”
쏟아지는 말의 폭격에 지겸은 몸을 굳힌 채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