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그에게 목덜미가 물린 순간, 거짓말처럼 왼쪽 가슴 부분이 뜨거워졌다. 누군가 주먹으로 심장 부위를 강타한 것 같이 뻐근하기도 했고, 귓가로 심장박동이 쿵쾅거리며 울릴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그러나 아픔은 잠시였을 뿐. 이내 하나뿐인 제 짝을 만났다는 빠듯한 안정감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서로에게 각인한 커플의 서약은 마치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각자의 심장에 새겨진다고 한다. 각인한 알파와 오메가는 평생 한 명과만 짝을 짓는다는 늑대처럼 오직 서로만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기만 해도 한쪽 혹은 양쪽 모두 시름시름 앓기도 했다.
소희 엄마의 경우 문제가 없었지만, 아버지는 일본과 같은 가까운 나라로도 혼자 출장을 가면 호흡곤란 증상이 오고 심장에서 오묘한 통증을 느꼈다.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엄마와 함께 출장을 가곤 했다.
‘오빠와 서로 각인을 했어….’
믿어지지 않아서, 소희가 제 오른쪽 목덜미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가만히 있을 땐 괜찮았는데 물린 부위를 손끝으로 건드리니 화끈거리며 통증이 일었다. 원래대로였다면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에서 이뤄질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히트 사이클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갑작스레 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빌다시피 그녀의 목덜미를 물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라, 소희는 가슴이 또 뛰었다. 바보 같아. 내가 왜 이러지. 각인 때문인가.
“소희야. 많이 아파…?”
아직도 열이 안 내린 건가. 다른 이유로 붉게 달아오른 소희 얼굴을 보고 지겸이 걱정하며 그녀 이마와 뺨에 가만히 손을 댄다. 그리고 언제 가져온 것인지 그녀 목덜미에 살살 연고를 발라주고는 상처가 나지 않은 부분을 골라 쪽쪽 입을 맞췄다.
“괜찮아…요. 흣.”
옆으로 누워 있는 그녀 뒤에서 지겸이 소희의 허리를 안아들며 제게 바짝 밀착시켰다. 그런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보려고 했던 소희가 풀썩 그대로 다시 누워버렸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허리와 골반도 뻐근하고 아래가 화끈거렸다. 다행히 온몸을 파고들던 통증이나 열기는 한풀 꺾여 있었다. 몸이 아직 평소보다 많이 뜨겁긴 했지만, 그의 페로몬에 온통 적셔져서 그런지 히트 사이클의 정점은 무난히 지나친 모양이었다.
읏.
다리를 살짝 움직였는데 제 다리 사이에서, 정확히는 음부에서 투둑, 하고 어떤 점성 있는 액체가 빠져나왔다.
소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 설마 이거.
“괜찮아.”
허리를 부드럽게 지분대던 지겸이 손을 내려 소희의 엉덩이를 감싸 양껏 쥐고 벌렸다. 자연스레 틈새가 벌어지며 그녀의 음부가 물고 있던 정액을 조금 더 토해냈다. 그 모습이 너무 외설적이라 지겸은 제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후. 그의 낮은 한숨소리가 소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내가 해 줄게.”
“네… 응? 뭐, 뭐를….”
“흘러내린 거 다시 넣어준다고.”
지겸은 애써 새겨 넣은 제 흔적이 소희의 몸 밖으로 비어져 나오는 게 싫었다. 그가 등 뒤에서 몸을 더 깊게 겹쳐왔다. 그녀 둔부에 어느덧 다시 딱딱하게 부풀어 올라 무자비하게 큰 살덩이를 턱, 턱 비볐다. 소희의 다리를 타고 자신이 싼 씨물이 흐르는 걸 눈으로 보고 있자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계까지 발기했다.
“흣, 자, 잠깐만요 오빠.”
후우. 아까도 말했잖아, 소희야.
“잠깐은 없어.”
“아으, 으으응….”
지겸이 소희의 귓불을 살살 씹으며 제 정액이 뚝뚝 흐르는 질구에 무식할 정도로 투박한 귀두 끝머리를 살짝 물렸다.
훅하고 가까이에서 다시 짙게 퍼져오는 그의 알파 페로몬 때문인지 소희가 파블로프의 개처럼 주르륵 음부에서 애액을 흘렸다. 좆을 음순 새 끼워 천천히 위아래로 문대고 있을 뿐인데도 알아서 점점 촉촉해지는 선홍빛 속살에 지겸은 입맛이 다시 싹 돌았다.
“이것 봐, 소희야. 어서 먹고 싶다고 네 보지가 보채네. 응?”
야해 빠져서. 이제 내 오메가라고, 벌써 넣고 싶다고 이러는 거야?
“그런 이상한 말 좀, 하지… 마. 하응,”
지겸이 제 성기 선단을 적시는 애액을 손가락에 묻혀 다시 소희의 음부 전체에 진득하니 펴 발랐다. 소희가 느끼기에도 순식간에 젖어버린 아래는 그를 애타게 찾으며 벌름거리고 있었다. 이미 맛본 쾌락이 몸에 깊게 새겨져 있었다. 전신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소희도 그를 원했다.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그녀의 알파를.
“흣… 오빠….”
쑥. 예고도 없이 들어온 두꺼운 마디의 손가락이 그녀 아래를 휙휙 휘저었다. 소희가 작게 신음하며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여태 부은 질벽으로도 손가락을 물고 씹어댔다.
후우. 소희야.
“손가락 잘라 먹겠어.”
찰싹. 그가 아프지 않게 엉덩이를 내려치는 바람에 소희의 아래가 수축하며 픽, 하고 애액을 더 뱉어냈다. 젖은 제 손가락을 쪽쪽 빨던 그가 피식, 웃으며 그 애액까지 퍼 발라 입에 넣고 빨았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엉덩이 좀 그만 움찔대.”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쑤셔줄 거니까. 힘들다고 엉엉 울어도 어차피 그럴 거였어.
“아니, 흑. 오빠….”
“응 소희야. 이제 그만 좀 불러. 네 그 오빠 소리 들으면 정말이지 발정나서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읏, 흐아앙!”
푹. 지겸이 예고 없이 성기를 밀어 넣었다. 방금 전까지 시달려 조금 부어있던 그녀의 음부가 다시 한계까지 벌어지며 그를 받아들였다.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안에서 꺼떡이는 불덩이가 그녀를 꿰뚫을 듯 박혀 들었다. 처음엔 겨우 반 정도 들어갔으나 지겸이 음순을 옆으로 찢듯이 벌리며 허리를 뭉근히 돌려 천천히 자리를 냈다.
“아, 아앙, 으으….”
그가 그녀의 아래를 억지로 벌려댔건만 페로몬에 젖은 소희에게는 그조차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퍽, 퍽, 찌걱. 금세 뿌리까지 파고든 성기로 지겸은 천천히 그녀 질벽의 주름들을 긁어댔다. 배 안쪽 깊이까지 싸르르 감도는 고양감에 소희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엉덩이를 흔들었다.
“후으, 씨….”
좆을 들이밀면 들이미는 대로, 그를 착 감싸고 짜낼 듯 쥐어짜는 구멍과 내벽의 압박에 지겸의 이마에도 가느다란 핏대가 섰다. 심지어 어설프기 그지없이 제 엉덩이를 붙여오며 끙끙대다니. 진짜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사랑하는 여자를 안는 기분이 세상을 가진 듯 황홀할 줄이야 알았지만, 지겸은 몰랐다.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안달 나게 하고 몰아세워서 결국 마지막 남은 이성까지 잃게 만들 줄은.
“임소희, 큿. 너 정말, 야해.”
너무 예뻐. 얼굴도 몸도 다 가리고 다녀. 씨발. 이 세상 남자들이, 모든 알파들 눈이 전부 멀어버렸음 좋겠어. 네 털끝 하나도 못 봐. 길 가다 스치는 놈이라도 생기면 내가 다 죽여 버려야지. 정말로, 그럴 거야.
거칠게 소희의 구멍에 퍽퍽 제 좆을 물리면서, 지겸은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내뱉는지도 모르고 그르렁댔다. 그녀 안에 허리 짓을 하면 할수록 목이 바짝바짝 타올랐다. 극도의 쾌락이 극도의 불안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제야 제 품 안에 들어온 이 여자가, 이 여자가 선사하는 달콤한 행복이 눈을 뜨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까 봐 무서웠다.
소중해 미칠 것 같은 마음은, 결국 잃어버릴까 두려운 마음과 같았다.
“흣, 흐읏, 응, 으응!”
영역표시를 하는 짐승처럼 지겸의 성기가 소희의 아래를 무자비하게 들락거렸다. 그의 두툼한 귀두 끝이 민감한 질벽 여기저기를 뭉개고 찍어댈 때마다 소희의 허리가 낭창낭창 휘었다.
그녀의 몸도 마음도 완전히 달아올랐다. 퍽퍽 거센 살 소리에, 주고받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에. 무엇보다 그의 페로몬에 취해 이미 생각 같은 건 멈춘 지 오래였다. 소희는 오직 제 질구를 뚫는 음경의 감촉과 꾹꾹 눌리며 꿈틀대는 내벽을 느끼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가만히, 후으. 가만히 좀, 있어.”
그런 소희의 골반을 단단히 잡고, 지겸이 제 허리를 더 잘게 쳐올렸다. 흥분으로 점점 더 크기를 키우는 듯한 성기가 점막을 긁으며 빠져나갔다가 확 압박하며 치고 들어왔다. 추삽질이 거칠어질수록, 그녀의 구멍 안에 뚝뚝 흘려대는 그의 뜨겁고 찐득한 쿠퍼액이 애액과 섞여 질척이고 철퍽이며 여기저기 튀고 난리였다.
“흐, 흐윽. 아앙, 흐아앙. 잠, 잠깐. 오, 빠아. 흐.”
턱, 턱, 턱. 쏟아지는 좆질에 아득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고 애쓰면서, 소희가 고개를 돌려 제 알파를 바라봤다. 그가 뭔가 미묘하게 달랐다. 침대에서 거친 남자라는 건 이미 알게 됐으나 지금의 그는 뭐랄까. 좀 더 날 것의 느낌.
혀로 제 입술을 쓸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 그의 눈동자는 반쯤 이성이 나가 있었다.
아. 러트 사이클. 이번엔 그의 발정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
“응, 소희야.”
좀 더. 그래. 돌려 봐.
지겸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며 소희의 둔부를 콱 움켜줬다. 탱글탱글한 엉덩이 살이 그의 손에 찰지게도 달라붙었다.
누운 지겸 위에 올라탄 소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골반을 흔들고 있었다. 다리를 접어 그의 허리 옆에 붙이고, 둘의 교접부를 내리깔며 앞뒤로 정신없이 뭉개고 흔들었다. 몸의 무게만큼 더 깊게 음부를 파고든 그의 좆이 자궁구 가장 깊은 곳 오톨도톨한 돌기를 강하게 치댔다.
“아흐, 흐. 거, 거기. 오빠. 안 돼, 흐응!”
갑작스럽게 찾아온 요의 비슷한 쾌감에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지겸의 성기를 제 몸으로 압박해 누르며 소희가 허리를 살짝씩 들었다 내릴 때마다 그의 입에서도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축축한 꽃잎과 부푼 클리토리스가 그의 사타구니에 뭉개지는 느낌이 아찔했다.
“임소희. 크. 자꾸, 하지 말라는 말만. 골라서 하네. 응?”
안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잖아.
“하아앙, 흐윽, 으아, 앙, 앙!”
스스로 이미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고 비벼대는 소희의 박자에 맞춰 지겸이 힘을 실어 골반을 튕겨 올렸다. 퍽, 하고 쳐올리자 그녀 질구 가장 안쪽, 자궁 바로 아래 자리한 돌기가 그의 뭉툭한 귀두 끝에 무참히 짓눌렸다. 소희가 주체할 수 없는 저릿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개와 허리를 뒤로 휘었다. 그녀 몸이 뒤로 밀리며 묘하게 바뀐 결합부의 위치가 서로를 더 억누르며 압박했다.
턱, 턱, 턱.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흐윽. 아니, 아니야. 안 돼. 흑, 흐응.”
소희의 신음이 어느새 울음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제 팔을 뒤로 뻗어 그의 무릎을 잡고 상체를 젖히며 흐느끼는 동안 지겸이 더욱 휘몰아치듯 거칠게 추삽질을 이어갔다.
“후으… 소희야.”
“아, 아흣, 나, 흑. 또 이상, 해. 싸, 쌀 것…흑!”
그러다 팟, 지겸이 순간 좆을 홱 빼내자 소희가 덜덜 떨며 투명한 사정액을 그의 배 위에 뿜었다.
“아… 흐으, 으으….”
또 한 번의 오르가슴이 스치고 간 여체가 그의 가슴에 쓰러지듯 기대어 바들바들 떨었다. 뻐끔대는 구멍에서는 아직 남은 투명한 액이 톡 흘러내렸다. 지겸은 색색 숨을 몰아쉬는 소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정수리에 쪽, 키스했다.
“많이, 힘들어?”
그의 질문에 소희가 고개만 빼꼼 들고 그를 노려봤다.
“그걸 이제야 물어요?”
많이 힘드냐고? 어떻게 그런 질문을. 아무리 발정기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해도 그렇지. 정말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어젯밤부터 수를 셀 수도 없이, 잠도 못 자고 몸을 섞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그는 엄청난 양을 소희 안에 쏟아내고도 얼마 있지 않아 또 발기해 제게 몸을 부딪쳐 왔다. 앙앙 울며 힘들다고 하면 부드럽게 키스하며 페로몬으로 휘감는 통에 기절할 듯 말 듯 그에게 깔려 몇 번이나 오르가슴에 부르르 떨고 만 소희였다.
“이제 더는 못해요. 정말이야. 게다가 이제 아침이잖아.”
아, 그랬나. 울상인 소희의 말에 지겸이 창가를 보니 암막 커튼이 벌어진 사이 가느다란 틈에서 빛이 비쳐오고 있었다.
뾰로통 내민 입술이 귀여워서, 지겸은 대답 없이 쪽쪽, 그녀 입술과 뺨, 콧등, 턱, 이마, 얼굴 여기저기에 버드 키스를 날렸다.
“하지만 소희야.”
난 아직이잖아.
“그, 그게 무슨!”
툭, 툭.
흣. 그의 몸 위에 엎드려 있던 소희의 둔부를 지겸이 여전히 딱딱한 무언가가 놀리듯 치댔다.
“우리 소희 이기적이네. 자긴 이렇게 많이 싸놓고.”
지겸이 제 배 위에 잔뜩 묻은 그녀의 사정액을 손바닥에 묻혀 소희 가슴에 치덕치덕 바르고 젖꼭지를 비틀어 당겼다.
“흐응. 그, 그래도.”
발딱 서서 예민한 유두가 움찔거렸다.
핫.
순간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소희를 침대에 눕힌 지겸이 그 위에 느긋하게 자리를 잡았다. 가느다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발바닥부터 발목, 종아리를 혀로 쓸어내린다. 겨우 하룻밤 만에 지겸은 그녀의 예민한 곳을 모두 눈치챘다. 조금만 입술로 지분거려도 고양이처럼 갸르릉 거리고, 이로 긁듯이 깨물면 더 자지러지는 소희 몸의 구석구석을.
“오, 오빠….”
또 한 번의 삽입을 예견한 소희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밤새 수없이 박히고도 이 삽입 직전의 긴장감은 여전히 처음처럼 그녀의 가슴을 달군다.
“후으… 임소희. 이제, 넣을게.”
“…네? 잠, 잠깐…. 흣!”
당황하며 마주친 남자의 눈동자가 유난히 까맣다. 짙은 흑색에 얼핏 비치는 푸른빛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의 러트 사이클은, 정염의 타오름은 붉은 불꽃이 아니었다.
가장 뜨거운 온도의 별은 오히려 표면이 파랗다. 태어나 처음으로 본능에 이성을 내어줄 정도로 흥분에 휩싸인 그도 그 파란 별 같다. 어느 때보다 더 냉정하게, 하지만 천천히 집요하게도 그의 유일한 발화점인 여자, 소희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