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부강탈-12화 (1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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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야 뭐든 필요하면 나 찾아. 알겠지?”

“네…. 오빠.”

소희가 힘없이 방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아니 지겸은 닫히는 문을 보고도 한참을 더 그 앞에서 서성였다. 싱가포르는 워낙 작은 도시국가라, 레스토랑부터 호텔까지 택시로 겨우 15분 정도 걸렸을 뿐인데, 소희는 그사이 벌써 열이 올랐는지 눈가와 뺨이 불긋했다.

약도 없이 히트 사이클을 겪는 게 많이 고통스러울 텐데. 혹시나 그에게 찾아오지도 못하고 중간에 쓰러지거나 기절하면 어떻게 하지. 지겸은 이 모든 게 자신이 만든 상황임에도 그녀가 많이 힘들까 봐 그게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래, 딱 30분만 방에서 기다리자. 그래도 소식이 없으면, 그가 먼저 소희를 찾으러 와야겠다고. 지겸은 애초에 체크인할 때 하나 더 여분으로 받아뒀던 소희 방의 카드키를 손에 꽉 쥐었다.

겨우 방으로 돌아온 소희는 힘겹게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몸이 호텔까지 오는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달라졌다. 오한이 든 것처럼 온몸이 덜덜 떨리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쭈뼛대며 열이 올랐다. 숨 쉬는 것조차 수월하지 않아서, 소희는 양치질하는 중간에도 몇 번이나 멈추고 숨을 다시 골라야 했다. 왜 이러지. 몸살감기인가. 설마 독감이라도 걸린 걸까. 곧 결혼식인데, 지금 아프거나 하면 안 되는데. 소희는 챙겨왔던 상비약을 뒤져 우선 해열제를 꺼내 먹었다.

세수만 간단히 하고 누워 잘까 고민했지만, 워낙 습한 기후 탓에 몸이 찝찝했다. 소희는 결국 샤워실로 들어섰다. 쏴아아.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물이 몸에 쏟아지니 여러 가지로 피로했던 몸이 녹진해지며 그나마 좀 나아지는 듯했다. 약 기운이 돌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서 씻고 자자. 소희는 가볍게 머리를 감고 샤워 볼에 바디솝을 묻혀 몸에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흣….”

겨우 부드러운 비누 거품으로 가슴을 문질렀을 뿐인데. 언제 이렇게 딱딱해졌는지 돋아난 정점을 스치자 단말마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젖가슴 사이, 옆구리, 허리, 허벅지, 팔뚝. 자신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열감이 피어오르며 잘게 소름이 돋았다.

주륵. 순간 그녀의 아래에서 애액이 흘러 허벅지를 타고 내리는 느낌이 선연했다. 말도 안 돼.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자기 몸을 씻다가 흥분해 젖는단 말인가. 온몸의 감각이 빠듯하게 일어나 비누를 씻어내기 위한 물줄기에도 턱이 달달 떨릴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다.

겨우 샤워를 마친 소희가 실크 가운에 제 몸을 꿰었다. 욕실을 나오는 중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종아리에 자꾸만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기를 몇 차례. 바들바들 떨리는 손 때문에 아래에 속옷을 입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몸은 샤워하기 전보다 배는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 심장이 귀 옆에서 쿵쾅거리듯 크게 뛰었고 숨이 갑갑했다.

“아!”

소희의 명치 아래가 뻐근하게 조여들더니 발끝부터 저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쥐가 난 듯도 하고 근육이 뒤틀리는 것도 같았다. 몸살처럼 두들겨 맞은 듯 아픈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괴로웠다. 부드러운 실크 로브에 몸의 여기저기가 스치는 것만으로도 신음이 터져 나왔다. 피부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으켜 세워 반응하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아랫배를 간지럽히던 열감은 어느덧 음부까지 뻗어갔다.

이미 흘러나왔던 애액은 샤워하며 꼼꼼히 씻었는데도 다시 속옷이 대책 없이 젖고 있었다. 밭은 숨을 겨우겨우 몰아쉬며, 소희는 깨달았다. 이건 분명 히트 사이클이다. 빠른 속도로 퍼진 열감, 극도로 예민해진 몸의 감각, 딱딱하게 발기한 유두와 클리토리스.

“억, 억제제를 먹어야. 흑, 으으….”

소희가 황급히 가방 안을 뒤지다가 공항에서 지훈에게 약병을 맡겼던 게 떠올랐다.

이 상태로 그를 만나는 게 괜찮을까, 그런 고민이 끼어들 정신도 없었다. 점점 더 힘겹고 고통스러웠다. 그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가 후두둑 흘러내렸다. 너무 간지럽고 아파. 힘들어. 괴로워. 모골이 송연한 이 감각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었다. 소희는 로브의 끈을 떨리는 손으로 고쳐 맨 뒤, 벽을 짚고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를 끌 듯이 옮겨 겨우겨우 제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

쾅쾅. 거듭 두드리는 소리에 지겸이 못 이기는 척 느릿느릿 스위트룸 문을 열었다. 예상했던 대로 눈에 띄게 얼굴이 달아오른 소희가 벽에 겨우 기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늘 반짝거리던 눈동자는 이미 풀리고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허. 지겸이 새어 나올 뻔한 욕을 속으로 삼켰다. 샤워 후 속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했는지 벌어진 실크 로브 틈새로 그녀의 한쪽 윗가슴과 가슴골이 드러나 있었다. 얇은 천 위로는 발기한 유두가 도드라져 선명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이런 흐트러진 모습으로 복도를 걸어왔다고? 애초에 자신이 그녀 방 앞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누군가 이런 소희의 모습을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걱정과 책망이 뒤섞인 기분으로 그녀의 양어깨를 세게 쥐었다가, 제 행동에 흠칫 놀란 지겸이 표정을 바꿨다.

“소희야, 무슨 일이야. 괜찮아?”

그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방으로 들였다. 그런 단순한 접촉에도 흠칫, 소희의 몸이 지나치게 떨렸다. 방문을 열자마자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강렬한 알파 페로몬에 그녀의 아래는 더욱 울컥대며 애액을 흘리기 시작했다.

남자에게선 좋은 냄새가 난다. 그녀의 알파가 풍기는 페로몬. 마치 겨울 산의 소나무같이 특유의 스파이시하면서 청량한, 짙은 머스크향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아, 미칠 것 같아. 오메가의 본능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무서운 건가. 소희는 그에게 안겨 온몸에 그의 페로몬을 묻히며 함께 뒹굴고 싶은 욕망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다리를 붙이고 몸을 꼬았다.

“오, 오빠… 나… 이상해요…. 아무래도 나… 흑.”

달칵. 그가 괜찮다며 소희를 다독이면서 그녀의 등 뒤로는 호텔 방 문의 위 걸쇠까지 단단히 잠갔다.

“소희야, 몸이 좀 안 좋아? 약… 가져다줄까? 따뜻한 차 한 잔은 어때.”

“지훈 오빠, 그게, 아니라요. 읏.”

지훈 오빠, 소리에 지겸이 걸음을 멈추고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도 모르는 소희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지겸의 팔뚝을 꽉 붙들었다. 휘청대는 소희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훅, 지겸을 사로잡았다. 씻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그녀에게서 피오니 꽃향기와 비누 냄새가 뒤섞여 풍겼다. 무엇보다 소희 특유의 복숭아 과즙 같은 달큼한 오메가 페로몬이 위협적일 정도로 강하게 그를 자극했다.

물론 그도 이성이 휘발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알파로 발현한 이후 쭉. 발정 난 늑대 새끼처럼, 그녀 앞에만 서면 다디단 향을 풍기는 하얀 목덜미에 이를 깊이 박아 넣어 각인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여 죽을 것 같았다.

“소희야.”

“오, 빠. 아무래도 나, 히트…가… 아아.”

거친 숨 사이사이 뭉개지는 발음을 겨우겨우 이어가며 그녀가 말했다. 유두가 바짝 섰는지 실크 로브에 스칠 때마다 따가울 정도였고 음부는 이미 척척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움찔거리고 있었다. 간지러웠다. 그가 헤집어줬으면. 아니, 아니지. 그녀의 아래, 안쪽의 빈 곳을 그로 가득 채워줬으면. 분명 처음엔 억제제를 받으러 왔던 것 같은데, 소희는 이제 완전히 다른 욕망이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 들끓고 있음을 알았다.

“오빠…. 흑.”

아아, 이 페로몬. 소희는 우성중의 우성, 로열 알파인 그의 페로몬 때문에 겨우 붙잡고 있는 남은 이성마저 함락당할 것 같았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소희가 그의 앞에 주저앉았다. 지겸은 바로 일으켜주지 않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얽었다.

“흣.”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겨우 그의 손끝이 두피에 닿는 것만으로도 속옷이 더 젖었다.

“흑, 오, 오빠. 도와, 줘요. 네? 제…발….”

“어떻게? 뭘… 도와주면 될까. 응…?”

무릎을 붙이고 몸을 덜덜 떨면서, 소희가 애처롭게 그를 올려봤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남자의 깊은 눈빛에, 아랫배가 간질거리고 자꾸 은밀한 곳이 움찔댄다.

“소희야….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해야 도와, 주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짐짓 순진한 척하는 그의 다감한 목소리에 속은 소희는 마침내 용기를 냈다. 덜덜 떨면서도 스스로 무릎을 살짝 벌리더니 그의 큰 손을 잡아 제 쪽으로 이끈다.

“마, 만져…주세…. 오빠… 아래가 너무… 흐읏. 간지러…워….”

하. 씨발. 진짜로 저 입술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그녀 스스로 더 애원하게 할 심산이었지만, 지겸도 더는 한계였다.

그녀의 손에 이끌리는 척, 하얗고 보드라운 허벅지를 큰손으로 살살 훑으면서, 그가 물었다.

“근데 소희야. 네가 너무 예뻐서. 만지는 데서 멈추진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겠어?”

어느덧 로브 틈새로 파고든 그의 마디가 굵고 긴 손가락이 사타구니 근처,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듯 쓸었다.

“흣, 아앙. 오, 오빠….”

예민한 소희의 반응에 지겸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여기… 내 걸로, 쑤시게 해 주면, 만져줄게.”

빨아도… 주고.

꾸욱. 불현듯 젖어서 지나치게 척척해진 그녀의 속옷 가운데 지점을 지겸이 손끝으로 눌렀다.

“하으! 으응….”

이미 페로몬의 노예가 된 소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했다.

“소희야… 해 줘…?”

음부의 통통한 살 사이를 그가 손끝으로 몇 번 지분대니 이미 흠뻑 젖은 속옷 가운데가 움푹 파인다. 지겸은 마치 천을 뚫은 듯 팬 곳을 지분거리며 누르다가 괜히 손을 홱 떼 봤다.

“아니면… 그만할까?”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세게 양옆으로 저으며, 혹여나 그가 정말 멈출까 두려운 듯 그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그래 착하다, 우리 소희.

번쩍. 순식간에 제 몸이 떠오르는 느낌에 소희가 질끈 눈을 감았다.

침대에 그녀를 부드럽게 내려놓은 지겸이 입고 있던 목욕 가운 끈을 풀었다. 크게 벌어진 어깨, 일자 쇄골 아래 탄탄하고 촘촘히 짜인 가슴과 배 근육이 매끈하게 이어졌다. 누군가 가장 남자다운 몸을 정교하게 조각으로 옮겨 놓는다면 저럴까. 소희는 처음 마주하는 남자의 맨 몸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고 한참을 응시했다.

아… 남자의 몸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그리고….

흐읍. 잔뜩 성난 남자의 물건을 본 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 지겸이 소희의 볼을 가볍게 매만지며 말했다.

“소희야, 시작은 네가 했어도. 끝은… 네 맘대로는 안 돼.”

“으음….”

지겸이 허리를 굽혀 소희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촉촉하고, 달다. 두 사람의 숨결이 부드럽게 맞부딪히려는 순간, 지겸이 조금 세게 그녀의 턱을 눌러 입을 벌리고 그 틈새로 거칠게 제 혀를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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