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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강탈-6화 (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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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야! 괜찮아?”

지겸이 무릎을 꿇고 그녀 다리를 살폈다. 발목 부분에 파편이 튀었는지 스타킹이 찢겨 나가고 살이 긁힌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아 전 괜찮아요, 오빠… 핫!”

“내가 안 괜찮대도.”

지겸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성큼성큼,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그가 걸으니 벌써 소파였다. 쿵쿵. 또다시 그에게 안긴 소희의 심장박동이 조금 더 빨라졌다.

지겸이 조심스럽게 소희를 소파에 앉혔다.

“구급함은.”

“저쪽 세 번째 서랍에…. 내, 내가 꺼낼게요!”

“아니, 내가 할게. 넌 앉아 있어. 다쳤잖아.”

그가 구급함을 가져와 소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친 오른쪽 발목과 복사뼈 위쪽을 살피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소희야, 이것 좀….”

“아.”

스타킹. 편하게 벗으라는 듯 지겸은 아예 고개를 뒤로 돌리고 손으로 눈을 살짝 가렸다. 소희는 그의 눈치를 조금 보다가 오른쪽 허벅지에 걸쳐져 있던 스타킹을 돌돌 말아 내려 벗었다.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를 앞에 두고 이런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서 명치께가 살살 간지러웠다.

“다 했어요….”

고개를 다시 바로 한 그의 뺨이 살짝 붉다. 착각인가?

“읏….”

따가웠다. 지겸이 소희의 상처에 정성스럽게 소독을 한 뒤 연고를 바르고 밴드까지 꼼꼼하게 붙였다.

“다 됐다.”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소희의 발목을 살살 잡고 있던 지겸은 자신도 모르게 방금 다친 그녀의 오른 발목 아래, 작고 동그랗게 튀어나온 복사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복숭아를 닮았다고 하기에도 너무나 작고 앙증맞은 모양새에 순간 그의 마음이 동했다.

쪽.

생각할 틈도 없이 본능이 먼저 앞섰다. 지겸이 소희의 복사뼈에 제 입술을 꾸욱 눌러 키스하자, 그녀가 놀랐는지 몸을 움찔했다. 촉촉하고 습한 감촉이 닿았다 떨어지는 느낌이 생경했다.

참아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을 맛본 순간, 지겸은 이성의 반이 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더, 조금만 더 머금고 싶었다. 그녀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닿고 싶었다.

쪽. 이번에는 좀 더 아래로 내려와 발등에 입을 맞췄다. 파란 핏줄이 다 드러나 보이는 투명할 정도로 하얗고 작은 발을 내려다보려니 그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먹고 싶어…. 깨물어 버리고 싶다.

할짝. 결국, 지겸이 혀를 길게 빼 그녀 발등부터 발목까지 단번에 핥아 올렸다.

“흐응…!”

소희의 입술에서 탄성 같은 작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내뱉고 자신도 놀란 소희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간지러워…?”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올려다보는 그의 새까만 눈동자를 바라봤다. 남자의 목소리가 제법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도 평소와는 아주 달랐다. 마치 달빛만 아스라하게 비치는 어두운 숲속에서 곧 사냥을 시작하려고 웅크린 맹수 같달까. 소희는 그런 그가 낯설었지만 무섭거나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궁금했다. 그리고 실은 조심스러운 욕망이 그녀 안에서도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 남자가 하는 대로 맡겨보고 싶다. 더 만져지고 싶다.

“이것도…?”

그가 그녀 발목에 키스하는 듯하더니 입술을 벌려 아프지 않게 물었다.

움찔, 하던 그녀가 끄덕끄덕 느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를 힘주어 서로 맞붙였다. 이상했다. 여성의 밀지, 은밀하고 깊은 곳이 간지러웠다. 온몸의 감각이 아랫배부터 그곳까지로 집중되어 빠듯한 긴장을 일으켰다.

달다. 그녀 살이, 달아. 한없이 부드럽고 꼭 그의 입 안에서 녹을 것만 같은 감촉이었다. 지겸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소희를 맛보고 싶었다.

쪽, 쪽, 쪼옥. 가벼운 입맞춤이 소희의 다리를 따라 올라가 맨 무릎에 닿았다.

“흐으….”

소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무릎을 혀로 살살 핥으며, 지겸은 감은 눈 위로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여린 속눈썹을 관찰했다. 손끝으로 무릎 뒤쪽을 매만지자, 그녀가 귀엽게도 긴장하며 몸을 팟 굳혔다.

안고 싶다. 갖고 싶다. 부드럽게 그녀 몸을 풀어주고, 하나하나 느긋하게 입 속에서 굴리고 뭉개어 샅샅이 빨고 또 삼켜버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마지막 남은 이성을 겨우겨우 끌어모아, 지겸이 소희에게서 입술을 뗐다.

“미안…. 내가 잠시….”

아, 그때였다. 작고 도톰한, 소희의 입술이 촉촉하게 그의 뺨에 와닿았다. 입술이 많이 떨리는 걸로 보아 나름 용기를 낸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그게 어떤 기분이라고 정확히 표현하긴 어려웠지만 소희는 방금 남자가 선사한 달콤한 간지러움이 싫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좋았다. 왠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혹시라도 계속한다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싶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앨리스가 시계 토끼를 따라 뛰어 들어갔던 토끼굴 속, 이상한 나라로.

쪽. 다시 한번, 그녀가 그의 뺨에 가볍고 부드러운 키스를 건넸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 복숭아향이 나는 그녀 특유의 오메가 페로몬이 훅, 지겸의 앞에서 일렁였다.

팟. 지겸이 애써 쥐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겼다.

“앗… 오, 오빠…!”

지겸이 소희의 겨드랑이 아래로 쑥 양손을 넣어 그녀를 번쩍 들었다. 소파에 앉은 지겸이 제 무릎 위로 소희를 앉혀 마주 봤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벅지 사이가 벌어지고 두 사람의 몸이 틈 없이 밀착했다.

쪽. 이번엔 지겸이었다. 소희 콧등에 입을 맞춘 그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

“임소희. 나 미치라고 이러는… 거야? …응?”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날짐승이 그르렁대는 소리같이 느껴졌다.

“그게 아니라….”

소희의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올랐다.

“그게 아니면, 뭐.”

“키스…하고… 싶….”

그와 키스하고 싶었다. 그게 소희의 진심이었다. 정말 미친 걸까.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을까.

소희나 지훈 같은, 로열 오메가들이 먹는 억제제는 러트나 히트 사이클을 막아주는 기능뿐 아니라 평상시의 성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로열 오메가로서 이 나이 되도록 순결을 강요받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약혼자가 정해진 소희는 지훈을 제외한 어떤 남자와도 가벼운 데이트 한번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묘한 욕망은 소희에게 너무나 낯설고 두려운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생경한 기분이, 온몸에 흐르는 아찔한 느낌이 전혀 싫지 않았다. 어느새 그에게서 풍기는 페로몬의 향도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알파도 오메가도 애초에 이렇게 태어나 버린 것을. 소희는 자신의 수컷에게 본능에 가장 충실한 요구를 했을 뿐이다.

허어. 그녀의 대답을 들은 지겸이 기가 막힌다는 듯 낮게 웃더니 말했다.

그럼,

“입 벌려 봐, 소희야.”

키스하게.

“으응…. 읍.”

그녀의 아랫입술을 장난스럽게 지분거리던 지겸의 손가락이 턱을 꾸욱 누르더니, 벌어진 틈새에 제 입술을 겹쳤다. 입술과 입술이 정중하고 부드럽게 맞닿는 키스가 아니었다. 지겸은 오래 굶주린 사람처럼 먹어치울 듯 소희의 입술을 탐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세게 빨아 당기고 혀로 다급하게 핥았다. 그러다 지겸이 아프지 않게 소희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흐읏. 간지럽고 묘한 자극에 소희가 신음을 뱉어냈으나 곧 지겸의 입 속으로 삼켜졌다. 타액이 빨리고 입술이 붙었다 떨어지면서 질척이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징징 울렸다.

“소희야. 더 벌려야지….”

타이르듯 속삭이는 남자의 울림이 자꾸만 다물어지는 그녀의 입술 위로 부딪혔다. 소희가 입술을 조금 더 열자, 그 속으로 지겸의 혀가 밀어닥쳤다. 처음 그녀의 속살을 침범한 침입자는 샅샅이 그녀의 안을 쓸고 핥았다. 입천장과 입 안 점막 구석구석, 치열 사이를 쓸고 지나가던 혀는 어느덧 숨겨져 있던 소희의 혀를 찾아 얽혀들고 빨아 당겼다. 이미 뿌리까지 옭아매고도 뭐가 부족한지, 그는 거듭 고개를 기울이고 각도를 꺾어 조금이라도 더 깊이 파고들고자 했다.

“으음… 음….”

지겸의 먹고 먹히는 것 같은 키스가 계속될수록 벅찬 소희가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숨이 차서 자꾸만 입술을 벌리면, 그가 그녀의 혀를 뿌리까지 잡아당기며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입술 새로 누구의 것인지 알기 어려운 타액이 흘러내려 소희의 턱을 적셨다. 그러면 지겸은 그 타액마저 제 혀로 핥아 달게 먹었다.

지겸의 입술이 어느덧 소희의 입술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스쳐 목덜미로 내려갔다.

“흐읏….”

가느다랗고 하얀 목선을 따라 쪽, 쪽. 지겸이 입술을 내렸다. 가느다란 빗장뼈 사이 움푹 파인 부분을 혀끝으로 살살 핥았다.

처음 느끼는 촉촉한 감촉이 그녀의 살결을 머금을 때마다 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꽉 줬다. 그와 입술이 맞닿았을 때부터 이상했다. 분명 자신의 몸이 맞는데, 그로 인해 건드려지는 곳마다 새로운 감각이 피어났다. 소희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했다. 남자의 애무가 길어질수록 전해지는 생경하고 감미로운 자극에 소희가 마치 꽃잎처럼 흩날리며 자지러지듯 떨었다.

그러다 순간 지겸이 입을 벌려 이를 세웠다. 맥박이 느껴지는 그녀의 목덜미 어딘가에서,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단내가 났다. 오메가의 페로몬.

지겸은 생각했다. 이 여자의 몸에, 새기고 싶다. 그의 것이라고. 구지훈이든 누구든 절대로 아무도, 앞으로 어떤 사람도 그녀를 건드릴 수 없게. 그녀의 투명한 목덜미에 제 이를 깊숙이 박아 넣어 각인해 버리고 싶다고.

지금 당장, 소희가 오롯이 그만의 오메가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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