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부강탈-3화 (3/104)

-3-

“으… 소화 안 돼.”

지훈은 회사에 남은 일이 있다며 돌아가고, 소희는 집 앞 한강 공원에 잠시 앉아 있었다. 속이 더부룩하다. 스테이크는 몇 점 먹지도 못했는데 목까지 꽉 막힌 것 같네.

소희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니 차가운 공기가 폐부까지 밀려 들어왔다. 12월 초의 바람이 서늘했지만, 소희는 늘 겨울 냄새가 좋았다. 공기 중에 무언가 타오르는 듯한, 바삭바삭 건조하지만, 어딘가 달콤한 기분. 연말 특유의 설렘이 섞인 12월만의 분위기가 특히 좋았다.

[오빠, 그거 알아요?]

[뭐?]

[도시 가운데 이렇게 큰 강이 길게 흐르고 있는 건 한국이 유일하대요. 템스강도, 센느강도 직접 보면 한강보다 훨씬 작더라고요.]

[그랬나….]

[평생 한강 근처에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난 정말 이곳이 좋아요.]

눈을 반짝이며 신나 얘기하는 소희를 그가 찬찬히 바라봤다. 지난여름 휴가지에서 돌아오던 길, 소희를 데려다주려던 지훈은 그냥 보내기 아쉽다며 가던 차를 돌렸다. 그렇게 함께 한강 앞을 산책할 때의 일이었다.

[예쁘네.]

[그렇죠?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풀리고 걱정했던 게 잊히는 느낌이거든요.]

아니, 한강 말고. 그런 중얼거림이 들렸던가, 싶은 찰나.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을 쓱 벗었다.

[해도 돼?]

[네?]

[…키스.]

눈을 동그랗게 뜬 소희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자 이미 얼굴 앞까지 다가온 그가 쿠쿡, 작은 웃음을 흘렸다.

[소희야, 눈.]

아. 그의 말을 따라 그녀가 질끈, 눈을 감았을 때.

[옳지….]

쪽.

그의 입술이 소희 입술에 조심스럽게 닿았다. 부드럽고, 뜨거웠다. 배꼽 근처가 간질간질, 미묘한 긴장감에 그녀도 모르게 발뒤꿈치를 세웠다.

몇 번의 가벼운 뽀뽀가 오가길 잠시, 그가 입술을 벌려 소희의 아랫입술을 조금 빨아 당겼다.

[흣….]

피식. 그의 웃음이 바로 그녀 입술 위에서 흩어졌다.

[그럼… 한강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야겠다. 우리.]

곧 입술을 뗀 그가 소희 볼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던 소희가 민망해서 빨개진 제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왜… 아쉬워?]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며 그녀가 고개를 세게 양옆으로 저었다. 그는 그런 소희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콧등을 긴 손가락 끝으로 콕콕 매만졌다.

[그래, 나도. 많이…. 내년 이맘때쯤… 또 여기 오자.]

네 입술은 좀 많이 붓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그녀의 입술을 손끝으로 살살 쓰다듬는 그를, 소희는 온 힘을 다해 노려봤었다. 실은 전력 질주를 한 뒤처럼 세차게 뛰는 제 심장 소리를 감추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라도 해도 믿겠어.”

그렇게 약속하더니, 판교에 새로 들어설 연구소와 가깝다며 서판교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신혼집으로 혼자 정해 버린 지훈이었다.

소희가 아까 레스토랑에서 그에게 잡혔던 손을 들어 쳐다봤다. 이 한강에서는 제 콧등을 건드리는 그의 손끝에도 온몸이 찌릿했었는데. 좀 전에는 그렇게 꽉 손을 잡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지잉, 지이잉. 자꾸만 몰려드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마침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20년 지기 소꿉친구, 유정이었다.

“여보세요? …유정아? 너 괜찮아? 설마… 지금 우는 거야?”

- 소희야 나 어떡해… 어떻게 하면 좋아….

이미 한참을 울었는지 수화기 너머 유정의 목소리가 잠기다 못해 모깃소리보다 작게 웅웅, 뭉개져 들렸다. 단단한 성정을 가진 그녀다. 유명한 로열 알파/오메가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베타로 발현한 이후로는 그녀가 이렇게 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이지.

“유정아 너 지금 집이야? 내가 당장 갈….”

- 나 임신한 것 같아….

“그, 그게 무슨…. 네가 만나는 남자, 알파라며!”

알파와 베타가 임신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유정이 임신한 게 맞다면…. 아마도 아이 아빠는….

- 맞아. 그리고… 임신도 맞아. 구지겸… 그 사람 아이야.

***

거실엔 눅눅하고 비릿한 공기가 가득했다. 한데 얽힌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 속에서 질척이며 부딪는 살 소리, 삐걱거리는 가구의 소음, 현란한 여자의 교성, 낮은 신음만이 번갈아 계속됐다.

“으…읍, 읍, 우웁.”

“더… 더 열어 봐. 응? 겨우 이 정도로 혀 놀려서 또 내 것 받겠어?”

카펫 위에 나체로 무릎을 꿇은 여자가 남자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쉴 새 없이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제 페니스를 너무 깊이 쳐대는 통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 여자가 고개를 빼려고 하면, 남자가 여자 머리채를 세게 휘어잡아 내리며 그녀 목구멍 더 깊이 허리 짓을 해댔다.

씨….

여자의 축축한 입 속 점막이 기둥에 달라붙을 때마다 남자가 저속한 욕설을 뱉어냈다.

“우음! 웁! 웁!”

격렬하게 허리를 털어내던 남자가 순간 온몸을 긴장하며 그녀 입 속에 파정했다. 성기가 워낙 여자 목젖까지 깊숙이 박혀 있던 터라, 남자가 정액을 분출하는 내내 바로 그녀의 목으로 꿀떡이며 비릿하고 끈적한 액체가 넘어갔다. 괴로운지 여자가 몸을 바르르 떨며 손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애타게 밀어댔다.

“읍, 빼, 으으….”

하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만큼 양껏 여자 입 안에 물건을 처박고 느릿하게 문지르다 한참 뒤에야 빼냈다.

겨우 자유로워진 여자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기침과 함께 입 안에 남은 정액을 뱉으려는 순간.

“왜. 설마 뱉게? 맘대로 해. 대신 한 방울이라도 흐르면… 다시는 내 얼굴 못 볼 줄 알아.”

핏. 네가 그럴 수나 있냐는 표정으로 조소를 날리는 남자 앞에서 여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상을 짓다가 겨우겨우 입 안의 백탁액을 전부 삼켰다. 여자의 가는 목이 움직이며 크게 꿀꺽, 소리가 나자 남자가 낄낄 웃으며 소파 옆 탁자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여자의 애액과 자신의 정액이 뒤엉켜 난잡한 제 페니스는 닦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불.”

빨개지고 눈물이 맺힌 눈으로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곤 무릎을 펴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야.”

고압적인 목소리에 흠칫 놀란 여자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왜요….”

“어딜 걸어. 기어가.”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까 약속 잊었어?”

“뭐, 뭐를….”

“네가 제발 한 번만 자 달라고 해서 내가 베풀어 주는 거잖아. 질 낮은 열성 오메가 따위가 나 같은 우성 알파랑 자면서 어디 사람 취급을 바라. 열성이면 열성답게 똑바로 처신해.”

여자는 치욕스러운지 제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 와중에도 남자에게서 뿜어내오는 강한 알파 페로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움찔댔다. 아까 구음할 때부터 흘러나온 애액은 계속 울컥대며 뿜어내 그녀 사타구니와 허벅지를 적시고 카펫까지 뚝, 뚝 떨어졌다.

“그만 질질 싸고 빨리 안 움직여? 엉덩이라도 차 줘?”

“가, 가요….”

머리를 도리도리 저은 여자가 다시 무릎을 꿇고 뒤로 돌아 기어갔다. 바닥에 떨어진 라이터를 발견하고 손으로 잡은 순간, 뒤에서 남자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태생이 천하면 머리라도 좋아야지. 너 개가 손 쓰는 거 봤어?”

아…. 여자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입에 라이터를 물었다.

“빨리 와. 담배 피우려다 오늘 다 가겠네. 내 좆 식기 전에 또 먹어야지.”

여자는 온몸을 덜덜 떨면서 남자 쪽으로 재빨리 기어왔다. 그녀 입에서 라이터를 낚아채 담배에 불을 붙인 남자가 건성으로 여자 쪽으로 턱짓을 하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후…. 뒤돌아. 엎드려서 엉덩이 높이 세우고.”

남자의 말대로 여자가 자세를 취하자, 그가 입에는 여전히 담배를 문 채, 발기한 제 성기의 귀두 부분을 여자의 둔부에 치댔다.

“앞으로도 내 것을 계속 넣고 싶으면. 시킨 대로 잘해, 멍청한 열성 주제에.”

“네….”

“자, 이제 너 늘 하던 대로 말해야지.”

여자가 근근이 입을 열고 울먹이는 소리와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제, 제발….”

“뭐?”

찰싹. 결국, 울음이 터진 여자가 말을 제대로 못 이어나가자 남자가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하얀 볼기에 그대로 빨간 손자국이 났다.

“제대로 안 해? 왜, 넣지 마?”

그의 페로몬에 반 이성이 나간 여자 오메가는 고개를 양옆으로 세차게 흔들며 벌벌 떨었다.

“주, 주제도 모르는 구멍 마음껏 흑…써주세요.”

퍽. 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의 성기가 거침없이 음문을 뚫고 들이밀어졌다. 한 손으론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다른 손으론 골반을 틀어쥐고 짓이기듯 추삽질했다.

“흐으, 응, 아아! 조, 좋아요. 오, 오빠!”

“오빠? 무슨 오빠. 이름을 똑바로 말해 봐.”

남자가 게걸스러울 정도로 난잡하게 허리를 돌려대며 말했다.

“지, 지겸… 오빠. 으응!”

“큭. 잘했어. 내 이름, 똑똑히 기억해.”

그게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남자는 연신 질 낮은 웃음을 피식피식 흘려댔다.

푹, 푹, 찌걱, 찌걱.

배려도 자비도 없이 제 욕구만 채우려는 남자의 일방적인 행위가 계속됐고, 그의 페니스가 깊게 박힐 때마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질벽을 조이며 흐느꼈다. 우성 알파가 내뿜는 페로몬에 취한 오메가에겐 별로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제발 박아달라 비는 수밖에.

“하, 하읏, 거, 거기. 거기!”

“큭, 그래?”

“그럼 거긴 안 되겠네. 재미없게 너 혼자 가게 둘 순 없잖아.”

남자는 일부러 여자가 잘 느끼는 곳만 피해 가며 찌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알파와의 섹스가 황홀한 그녀는 온몸에 번지는 열락을 느끼며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이제 직접 엉덩이 흔들어.”

“흐윽. 아앙!”

“박자 잘 맞추고. 제대로 못 해서 나 김새게 하면 두 대씩 맞는다?”

남자가 몸을 숙여 여자 얼굴 쪽에 후-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콜, 록. 흑. 즈푹, 푹, 푹.

여자가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남자의 페니스를 직접 제 몸속에 삽입시켰다 뺐다가를 반복했다. 두 사람의 키 차이가 커서 무릎을 높이 세워야 했고, 유지하기 힘든 자세 탓에 점차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야, 더 빨리 못해?”

“흐아, 앙, 아아, 지겸 오빠! 좋아, 좋….”

찰싹. 순간 여자가 움찔 놀랄 정도로 아프게 남자가 둔부를 내려쳤다. 뒤돌아본 여자의 눈에 눈물이 고여 들었다.

“씨. 한참 좋은데. 내 허락 없이 이름 부르지 마. 알겠어?”

조금 전만 해도 이름 불러준다고 웃더니 이번엔 몹시 불쾌하다는 듯 일그러진 표정이라니.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더 거칠게 삽입하며 몇 번이나 연속해서 엉덩이를 때리는 남자의 행위에 다시 이성을 잃고 말았다. 남자는 제 물건을 계속 쥐었다 놓았다 하는 여자의 질벽을 느끼며, 뿌듯한지 깔깔깔 웃었다.

“이제야 좀, 진짜 열성 오메가답네.”

벌벌 떨며 스스로 몸을 흔드는 여자 허리를 쥐고, 남자가 다시 엇박자로 거칠게 박아댔다.

틱티틱틱. 티리릭- 탈칵.

그때였다. 현관문 도어락이 풀리며 문이 열렸다.

“오, 오빠 누가… 흑. 저기 누가!”

“어차피. 올 사람 하나야. 크. 야, 안 조여?”

여자가 남자를 멈추려고 손을 뒤로 뻗어 저지해 보았지만, 오히려 손목만 붙들릴 뿐이었다. 현관으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남자가 들어오는 동안에도 그는 거친 추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흐윽. 아, 아! 아악! 아니, 어떡…해, 으, 읏.”

입구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선 남자와 소파 앞에서 울며불며 엎드려 있던 여자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여자의 눈이 충격 받은 듯 크게 떠졌다.

“앙, 아악. 대체, 이게…. 왜, 지, 지겸 오빠가, 또…. 두 명…?”

“가관이네.”

방금 들어온 남자가 못 볼 걸 봤다는 듯 오른손으로 제 두 눈을 가렸다.

“내 집에서 무슨 짓이야.”

“아, 크흑. 야 열성, 인사해, 우리 쌍둥이 형. 구지훈 전무. 큭.”

“뭐…? 하, 또….”

그가 허리짓을 계속하며 여자에게 방금 들어온 사람을 소개하는 순간, 구지훈 전무라 불린 남자의 미간이 좁아들었다. 그는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멈췄지만, 여자는 치욕스러운 상황에서도 절정을 넘나드느라 두 남자 사이에 감도는 묘한 기류를 알아채지 못했다.

괴로움과 흥분이 뒤섞여 몸을 바르작대는 여자를 못 가게 꽉 붙잡고 마지막까지 치댄 남자가 퍽 페니스를 꽂고 사정했다.

남자는 사정이 멎은 후에야 잡았던 허리를 놓았고,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듯 여자는 두 손으로 얼굴과 몸을 엉거주춤 가린 채 재빨리 침실로 들어갔다. 도망가는 그녀의 자취를 따라 바닥에 뚝, 뚝, 점성 높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야! 내가 준 약 지금 먹어. 오메가용 사후피임약! 알겠어?”

하아…. 여자가 들어간 방문을 향해 그렇게 소리치는 남자를 보고는 구지훈 전무라고 불린 사람, 실은 이 집의 진짜 주인 지겸이 깊은 한숨을 내뱉더니 성큼성큼 거실을 지나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난 서재에 가 있을 테니 빨리 내보내, 형.”

“크크. 알았어,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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