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쾅, 쾅.
거듭 두드리는 소리에 지겸이 못 이기는 척 스위트룸 문을 열었다. 예상했던 대로다.
임소희.
눈에 띄게 얼굴이 달아오른 그녀가 벽에 겨우 기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늘 반짝거리던 눈동자는 이미 반쯤 풀리고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소희야, 무슨 일이야. 괜찮아?”
사실 모두 그의 계획대로 되었는데, 모르는 척.
지겸은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방으로 들였다. 그런 단순한 접촉에도 흠칫, 소희의 몸이 떨렸다. 방문을 열자마자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강렬한 알파 페로몬에 소희의 아래는 젖는 걸 넘어서 이미 울컥거리며 애액을 흘리기 시작했다.
남자에게선 좋은 냄새가 난다. 그녀의 알파가 풍기는 페로몬. 마치 겨울 산의 소나무같이 특유의 스파이시하면서 청량한, 짙은 머스크향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여름과 겨울, 그들의 휴가 기간에만, 편안하고 여유로운 그에게서만 나는 그 체향. 평소에는 숨기지도 않고 내뿜어대는 그의 강한 알파 페로몬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달랐다. 더 강하지만 어딘가 다정하고 특히 유혹적이다. 평소처럼 불편하다기보다는 가슴이 뛴다.
작년 여름, 한강을 산책하다 그와 나눴던 가볍고 달콤한 입맞춤은 지금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르는걸.
아, 미칠 것 같아. 오메가의 본능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무서운 건가. 소희는 그에게 안겨 온몸에 그의 페로몬을 묻히며 함께 뒹굴고 싶은 욕망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다리를 붙이고 몸을 꼬았다. 어떻게 하지. 일주일만 참으면 되는데. 호르몬 억제제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먹었는데. 대체 왜 지금 이렇게 된 거지.
“오, 오빠… 나… 이상해요…. 아무래도 나… 흑.”
달칵. 그가 괜찮다며 소희를 다독이면서 그녀의 등 뒤로는 호텔 방 문의 위 걸쇠까지 단단히 잠갔다. 이미 몸을 가누기도 힘겨운 소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겸은 아까부터 문밖에 사인을 걸어뒀다.
‘Do Not Disturb.’ 아마 최소 사나흘, 혹은 결혼식이 예정된 일주일 후까지도. 저 사인이 거둬지는 일은 없으리라.
“좀 진정하고 앉아봐. 혹시 결혼식 때문에 너무 긴장돼서 그러는 거야? 따뜻한 차 마실까? 너 좋아하는 카모마일?”
“지훈 오빠, 그게, 아니라요. 읏.”
지훈 오빠, 소리에 지겸이 걸음을 멈추고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도 모르는 소희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지겸의 팔뚝을 꽉 붙들었다. 휘청대는 소희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훅, 지겸을 사로잡았다. 씻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그녀에게서 피오니 꽃향기와 비누 냄새가 뒤섞여 풍겼다. 무엇보다 소희 특유의 복숭아 과즙 같은 달큼한 오메가 페로몬이 위협적일 정도로 강하게 그를 자극했다.
지겸도 이성이 휘발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직은 몸을 어찌 가누고 있지만, 일부러 그녀의 히트 사이클에 제 러트 사이클을 맞추기 위해 약을 조정해 먹었다. 아마 오늘 밤늦게, 혹은 내일 아침 즈음. 이미 러트 사이클을 예감하듯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열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솔직히 지겸은 소희 앞에선 항상 이 상태다. 알파로 발현한 이후 쭉. 발정 난 늑대 새끼처럼, 그녀 앞에 서면 다디단 향을 풍기는 하얀 목덜미에 이를 깊이 박아 넣어 각인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여 죽을 것 같았다. 그래 너무 오래, 참았지.
“소희야.”
“오, 빠. 아무래도 나, 히트…가… 아아.”
거친 숨 사이사이 뭉개지는 발음을 겨우겨우 이어가며 그녀가 말했다. 그를 붙잡은 손이 뜨거웠다. 엄청나게 열이 치솟은 듯했다. 소희로서는 10대에 오메가로 발현할 때 이후로는 처음 겪는 히트 사이클. 온몸을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와 피어나는 욕정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유두가 바짝 섰는지 실크 로브에 스칠 때마다 따가울 정도였고 음부는 이미 척척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움찔거리고 있었다. 간지러웠다. 그가 헤집어줬으면. 아니, 아니지. 그녀의 아래, 안쪽의 빈 곳을 그로 가득 채워줬으면. 그러면 이 타는 듯한, 고통스러울 정도로 예민해진 온몸의 감각이 진정될 것 같았다.
“오빠…. 흑.”
아아, 이 페로몬. 소희는 우성 중의 우성, 로열 알파인 남자의 페로몬 때문에 겨우 붙잡고 있는 남은 이성마저 함락당할 것 같았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소희가 그의 앞에 주저앉았다. 지겸은 바로 일으켜주지 않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느릿하게 손가락을 얽었다.
“흣.”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겨우 그의 손끝이 두피에 닿는 것만으로도 속옷이 더 젖었다. 어쩌지, 정말 이러다가 사고 칠 것만 같아.
사실 더 곤란한 건 지겸이었다. 유학 시절 해외 유수 집안의 우성 오메가들이 꾸준히 그를 유혹하곤 했다. 할리우드에서 유명하다던 여배우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대놓고 페로몬을 풍기며 달려들던 그녀들 앞에서, 지겸은 단 한 번도 반응한 적이 없었다. 신체적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소희와 비행기를 탄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 코끝을 간지럽히는 그녀의 체향은 시도 때도 없이 그의 물건을 세웠다. 지금도 심하게 발기한 페니스 때문에 아래가 뻐근하고 괴로워 미치겠다.
“소희야….”
“흑, 오, 오빠. 도와, 줘요. 네? 제…발….”
“어떻게? 뭘… 도와주면 될까. 응…?”
이미 반쯤 정신을 잃어가는 소희의 눈에는 정염에 휩싸인 남자의 깊어진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았을 거다. 한쪽 눈썹만 치켜뜨고, 당장 여자의 옷을 찢어버리고 올라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면서, 지겸은 기다렸다. 억지로라도 그녀를 취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했겠지만, 그런 식으로는 싫었다. 그녀 입으로 직접, 그에게 그녀를 허락하기를. 10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설마 10분을 못 참을까.
“그게… 우리…. 아흣.”
무릎을 붙이고 몸을 덜덜 떨면서, 소희가 애처롭게 그를 올려봤다. 자신을 뚫어지라 보는 남자의 까맣고 깊은 눈빛에, 아랫배가 간질거리고 자꾸 은밀한 곳이 움찔댄다.
소희가 자기도 모르는 새 손을 제 아래로 가져갔다. 그녀의 무릎 근처를 배회하던 작고 가녀린 손이 희고 적당히 살집이 잡힌 허벅지를 살그머니 훑으며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는 지겸의 눈썹이 움찔, 했다. 로브의 살짝 벌어진 틈새, 그녀 다리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허. 아마도 곧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속옷이 드러나겠지. 당장 혀를 세워 빨고 싶은데. 그래도 지겸은 온 힘을 다해 참으며 다시 물었다.
“소희야….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해야 도와, 주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짐짓 순진한 척하는 그의 다감한 목소리에 속은 소희는 마침내 용기를 냈다. 덜덜 떨면서도 스스로 무릎을 살짝 벌리더니 제 손을 뻗어 아래로 늘어뜨린 그의 큰 손을 잡아 이끈다.
“마, 만져…주세…. 오빠… 아래가 너무… 흐읏. 간지러…워요….”
하. 씨발. 진짜로 저 입술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그녀 스스로 더 애원하게 만들 심산이었지만, 지겸도 더는 한계였다.
그녀의 손에 이끌리는 척 하얗고 보드라운 허벅지를 큰 손으로 살살 훑으면서, 그가 물었다.
“근데 소희야…. 네가 너무 예뻐서. 만지는 데서 멈추진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겠어?”
어느덧 로브 틈새로 파고든 그의 마디가 굵고 긴 손가락이 사타구니 근처,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듯 쓸었다.
“흣, 아앙. 오, 오빠….”
예민한 소희의 반응에 지겸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여기… 내 걸로, 쑤시게 해 주면, 만져줄게.”
빨아도… 주고.
꾸욱. 불현듯 젖어서 지나치게 척척해진 그녀의 속옷 가운데 지점을, 지겸이 손끝으로 눌렀다.
“하으! 으응….”
이미 페로몬의 노예가 된 소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했다.
“소희야… 해 줘…?”
음부의 통통한 살 사이를 그가 손끝으로 몇 번 지분대니 젖은 속옷 가운데가 움푹 파인다. 지겸은 마치 천을 뚫은 듯 팬 곳을 지분거리며 누르다가 괜히 손을 슬쩍 떼 봤다.
“아니면… 그만할까?”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세게 양옆으로 저으며, 혹여나 그가 정말 멈출까 두려운 듯 그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그래 착하다, 우리 소희. 번쩍. 순식간에 제 몸이 떠오르는 느낌에 소희가 질끈 눈을 감았다. 아, 지겸이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로 가고 있었다. 그녀의 온몸이 긴장으로 사뭇 떨리면서도 본능적인 기대감에 아래가 또 젖었다.
쾅. 두 사람의 등 뒤로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소희 인생이 이제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예고의 신호탄처럼.
침대에 그녀를 부드럽게 내려놓고, 지겸이 손으론 입고 있던 가운 끈을 풀었다. 벌어진 어깨, 일자 쇄골 아래 단단하고 촘촘히 짜인 가슴과 배 근육이 매끈하게 이어졌다. 아… 남자의 몸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그리고….
흐읍. 잔뜩 성난 남자의 물건을 처음 본 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 지겸이 소희의 볼을 가볍게 매만지며 말했다. 행동도 말투도 한없이 다정했으나 그 내용은 반대였다.
“소희야, 시작은 네가 했어도. 끝은… 네 맘대로는 안 돼.”
지겸이 허리를 굽혀 소희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촉촉하고, 달다. 두 사람의 숨결이 부드럽게 맞부딪히려는 순간, 지겸이 조금 세게 그녀의 턱을 눌러 입을 벌리고, 그 틈새로 거칠게 제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읍…. 오, 빠… 하으.”
긴 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