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부 (26/37)

25 – 부 고향(故鄕) 마을

그런데 대장 … !!!??

아침이 되었어.

- 동훈아 … 아침공기가 매우 상쾌하구나 … ! 어서 일어나서 아침 먹고 바삐 서둘러야지 … ? 오늘은 일찍 서둘러서 통천까지 갔다 와야 하니까 … !?? 그래야 내일 중으로 마산으로 출발을 하지 … !? –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간신히 잠이 든 나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

고모는 어느새 일어나셔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오시는 모양인지 아주 상쾌한 목소리로 나를 재촉하시는 거야 …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느냐 … !!?? 라는 듯이 …

나는 무안한 얼굴로 쭈뼛거리며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이 마당으로 뛰어 나갔어 … !!

나가면서 옆방을 흘깃 보니까 그들도 언제 나갔는지 방안이 텅 비어있는 거야 … !!

꼭 한번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 !?

헐떡이며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던 걸로 보아 …

여자는 나이는 들었겠지만 … 꽤나 미인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 !?

혹시나 내 엄마 나이 또래는 아닐까 … ??

아니 그 조카라는 남자가 군대에 가야한다는 걸 보면 혹시 나이가 더 많은지도 몰라 … ?

우리는 여인숙에서 해주는 아침밥을 먹고 일찍 서둘러서 창녕군청(昌寧郡廳)으로 갔어.

그곳에서 우리는 통천이라는 마을에 가서 또 떼어 와야 할 서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우리가 작성해야할 서류를 떼려면 원래 우리 아버지의 고향이신 통천(通川)마을에 가서 또 다른 서류를 작성해 와야 한다는 거지 … !??

통천(通川)까지는 별로 멀지는 않기 때문에 아침 일찍만 서두르면 오늘 중으로 갔다 와서 그 서류를 군청에다 제출할 수가 있다는 거지 …

그래야만 오늘 중으로 군청에서 서류가 작성이 되어서 내일아침에는 마산(馬山)으로 출발을 할 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인데 … !?

조금 늦잠을 잔 것이 못내 아쉬웠어 …

우리는 일시적으로 난감해 하고 있었어 …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 … !!??

아무래도 오늘 중으로 마산(馬山)으로 출발하기는 불가능한 것 같았지만 …

우리는 최선을 다하기로 한 거야.

내가 서울의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서 일을 보려고 하는 것이지.

창녕(昌寧)에서 통천(通川)마을까지는 거리는 불과 사오 십리 길도 안 된다는 데 … !?

하지만 그곳까지 다니는 버스는 하루에 한번밖에 없다는 거야.

그곳을 거쳐서 더 멀리 경상도 내륙 깊숙한 곳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

이곳 사람들은 지리를 잘 알기 때문에 보통은 걸어서 다닌다는 거래 …

지름길로 접어서 가느라 면 불과 세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라고 하는 거야.

그러나 우리는 초행길이라 …

걸어서 가질 않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 거야 … 알아보니까 … !?

지금이라도 잘만 서두르면 통천(通川)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어 …

고모와 나는 다시 여인숙에 들러서 오늘밤에도 이 집에서 묵는다고 하며 무거운 보따리들을 맡겨놓고 거의 뛰다시피 해서 간신히 버스를 탄 거야.

돌아 올 때에는 걸어서 오기로 하고 나선거지 … !!

우리들은 젊으니까 …

사오십리 길을 걷는 데는 불과 2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한거지 … !!

그러나 의외에도... 버스는 중간에 여기저기 거쳐서 가기 때문에 그곳까지 가는데 거의 2 시간이나 걸렸어.

차라리 걸어서 가는 편이 더 빨랐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는 걸 … !?

나는 사실 …

내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고향이 통천(通川)이라는 것은 어려서 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 !?

한 번도 와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막상 와보니까 별로 그렇게 감회가 들지 않는 것이었어 … !?

그러나 고모는 오래전에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서 왔다 간 일이 있다고 하지만 …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별로 기억이 희미하신 모양이야 … !?

동네가 아주 아늑하게 산(山)들로 둘러싸여져 있어서 겨울에도 이 고장은 별로 춥질 않고 상당히 따뜻하다는 거야. 마을 앞으로 상당히 큰 통천 강이 흐르고 있어서 …

주변의 논밭은 언제나 물을 풍부하게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고 …

여름에는 강에서 얻는 여러 가지 민물고기들이 풍족한데다가 …

주변의 산들도 별로 높지 않아서 아주 살기 좋고 인심이 좋은 고장이라는 거야.

그곳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않게 환대(歡待)를 받았어 … !!

웬 친척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 !?

우리는 우선 우리와 제일 가까운 친척이라는 내 팔촌 형님뻘이 된다는 동(東)자 헌(憲)자 이름을 쓰시는 어른의 집으로 찾아간 거야.

그 어른은 지난 아버지의 초상 때에 뵈웠던 적이 있기 때문에 낯이 익었어 …

그 어른은 촌수로는 내게 형님뻘이 되는 것이라지 만 … !?

연세는 내 할아버지보다도 높으신 … 이미 환갑을 훨씬 넘기신 노인이셨어 … !!

아직도 너무나 정정하셔서 우리 전(全)씨 성(姓)을 쓰는 집성촌(集姓村)의 이장(里長)일을 맡아서 하시며 문중(門中)의 일들을 해결하시는데 어른노릇을 하신다는 거였어.

워낙에 부지런하신 어른이라 집안의 가세도 꽤는 넉넉하고 다복하신 것 같았어 … !!

그리고 지난 내 아버지의 초상(初喪) 때에도 대전의 우리 집까지 다녀가신 분들이 너무나 많았어 … 그 많은 친척 분들을 일일이 인사는 다 못했지만 … !?

지난 초상 때에 다녀가신 분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면이 있어서 인사를 드리느라 사실 나는 좀 피곤하기 까지 했어 …

그 당시에는 아직 전쟁의 후유증이 가셔지지 않은 상태라 …

전국의 어느 곳을 막론하고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시절이었어.

특히 지금처럼 작년가을에 추수한 곡식도 다 떨어지고 봄에 수확하여야할 보리나 다른 곡식들은 미처 여물지 않은 계절에는 … !?

그야말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해나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보리고개(春窮期)』라고 해서 상당히 어려운 때인 것이야.

우리를 맞이해 준 동(東)자 헌(憲)자를 쓰시는 팔촌형님 댁에서 우리는 생전 처음 뵙는 많은 친척 분들을 두루 인사를 하느라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었어.

지난번 내 아버지의 초상 때에 대전에까지 오셨던 친척 분들도 많이 만나기도 했어.

생각 같아서는 며칠 묵으면서 친절한 고향사람들과 더 친해지고 싶기도 했지만 … !?

내가 학교로 돌아 가야할 날짜가 촉박했기 때문에 …

언제 방학이 되면 다시 와서 천천히 놀다가기로 약속들을 한 거야.

푸짐한 점심식사를 그 고장의 특산물이라는 무슨 이름도 모르는 물고기 탕으로 푸짐하게 먹고 나서 …

우리는 통천(通川)마을을 출발하여 창녕으로 되돌아오는 길을 나선 거야 …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친척양반 한 분이 면사무소까지 가셔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서류를 떼어 오시기도 한 거지 …

무언지도 모르는 특산물이라든가 선물 따위들을 커다란 보따리에다 넣어서 한 짐은 충분히 되도록 싸주셔서 나는 커다란 멜빵을 하고 짊어진 채 길을 나선 거야 …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는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났고 …

고모나 내가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지름길로 가면 …

걸어서 충분히 창녕(昌寧)까지 해 안에 갈 수 있는 시간대라고들 하는 거야 … !!

길을 걷다가 시장하면 먹으라고 친척집 아주머니가 정성을 다해서 맛있게 싸주신 주먹밥과 고향의 특산물들의 먹을거리들을 챙겨 주셔서 …

나는 그것들을 멜빵 속 짐에다 넣어서 우리는 길을 재촉하기 시작한 거야 … !!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알맞게 따뜻한 봄날이었고 …

주변의 산자락들에는 진달래꽃은 이미 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근처 산에는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어있었어.

완전히 소풍 나온 기분이 되어서 고모와 나는 나란히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던 거야.

종이에다 자세하게 약도까지 그려 준대로 잘도 따라서 걷고 있는 것이지 … !!

통천(通川) 강의 뚝 길을 따라서 얼마동안 오다가 …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지름길을 돌아서 가다보면 고개가 나온다는 거야 … !?

과연 약도대로 우리는 한동안 길을 잘 찾아서 걷고 있었어 … !!

그런데 한참을 가다가 보니까 … !??

언제부터인가 고모의 걸음걸이가 자꾸만 쳐지는 것처럼 느려지고 있는 것 같았어 … ??

- 고모 … 어디가 아파 … ? 안색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 … ! 힘들면 조금 쉬었다 갈까 … ? –

- 아니 야 … 아무렇지도 않아 … 어서 가기나 해 … ! –

처음에는 고모가 억지로 버티면서 잘도 따라오시는 것 같았는데 … !!??

시간이 지날수록 고모의 걸음걸이가 자꾸만 더 느려지며 뒤처지고 있는 거야 … !

- … !? –

- 저어 … 동훈 아 … ! 그럼 저 나무 밑에서 잠깐만 앉았다 갈래 … ? 나 말이야 … 점심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 !?? 잠깐 볼일 좀 보고 올 테니까 … ! –

드디어 고모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주저앉고 말았어.

오늘 점심으로 먹은 무슨 탕인가 하는 음식은 너무나 맛이 있었어 …

그러나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고모는 뱃속이 놀란 모양인가 봐 … ?

나는 고모가 볼일을 다 보실 때까지 나무그늘에 앉아서 어젯밤의 일들을 머리 속에 그려가며 여러 가지 공상(空想)을 하고 있었어.

한동안 지체하고 있다가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한 한 거야 …

그런데 … 아무리 보아도 고모의 얼굴색이 이상했어 …

무언가 정상적이 아닌 것 같았어 … !??

- 동훈아 … 또 좀 … 잠깐만 … ! –

어느 정도 걷고 있는데 …

또 고모가 나에게 말하며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시는 거야 …

아마도 탈이 나셔도 단단히 나신 모양이었어.

나는 아무래도 고모에게 종이가 필요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

메고 있던 보따리에서 내가 서울에서부터 가지고 다니던 소설책 한 권을 꺼내어서 두어 페이지나 되게 찢었어.

- 고모 … 어때요 … 종이가 필요하지 않아 … ? 여기 있어요 … ! –

- 으응 … 아 그래 … !! 고마워 … ! –

거의 울상을 하고 쭈그리고 앉아있는 고모는 이제 내 앞에서 용변을 보는 것을 부끄러워 할 경황도 없다는 듯이 …

잔뜩 찡그린 얼굴로 앉아서 내가 건네어주는 종이를 받는 거야.

따가운 햇볕아래에서 비쳐지고 있는 허연 볼기짝이 너무도 요염하게 내 눈을 자극하며 유혹하고 있었어 … !??

입고 있는 옷이 짧은 스-커트였기 때문에 … !??

밖으로 노출되어있는 볼기짝을 덮어서 가리려고 해도 …

가려줄 만한 치맛자락의 기지천의 길이에 여유가 없어서 …

팽팽하게 탄력 있어 보이는 볼기짝은 새 하얗다못해 파르스름하게 반짝이며 그대로 내 눈앞에 노출되어 있는 거야 … !!!

내가 종이를 전달해주고 나서도 자리를 피해주질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너무나 요염한 볼기짝을 바라보느라 정신을 놓고 있으려니까 … !???

고모는 그 눈치를 채시고 용변을 보기가 무척이나 곤란해지는 모양이었지만 …

별로 그렇게 크게 나무라지는 않으셨어 … !!

- 아이 얘애 … ? 저리 좀 비켜줘야 내가 … 일을 보지 … !? –

얼굴이 새빨개 져 가지고 고모는 서있는 나에게 눈짓을 보내는 것이었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괜찮지만 자기가 용변을 볼 수가 없다는 뜻 같기도 하고 … !?

약도에 있는 고개밑에까지 다가가는 동안 …

고모는 또 세 번이나 숲 속으로 들어가셔야만 했어 … !!

그렇게 숲 속으로 볼일을 보러 드나드시느라 너무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거야.

드디어는 고모가 볼일을 보실 때에 …

내가 함께 가서 쪼그리고 앉은 고모 앞에서 손을 마주 잡고 부축 해주어야만 될 정도로 고모는 기진맥진 해 져서 늘어지신 거야 … !!

한곳에서는 고모가 볼일을 끝내고 숲 속에서 나오시다 말고 …

또다시 급하게 도로 들어가시기도 하는 거야 … !?

이쯤 되자 고모는 내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용변을 보시는 일이 부끄럽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리고 만 거야 … !!

한 권의 소설책이 반이나 넘게 뜯겨져 나갔어.

금방 고모의 신색(神色)이 눈에 보이게 달라지며 …

몇 십 일 이상을 병석에 누웠던 병자처럼 변해버리고 만 거야.

더 이상 강행군을 했다가는 고모가 큰 병에라도 걸릴 것만 같아서 …

나는 여간 근심이 되는 게 아니었어 … !??

말하자면 설사병이신 거지 …

통천(通川) 강을 따라 걸을 때만 하더라도 …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

산자락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더 들어오다 보니까 … !!??

지금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거야 … !!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 … !!??

- 저어 고모 … ! 이렇게 강행군 하다가 고모가 큰 병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 … ??

어디 … ?? 인가라도 찾아서 몸조리 좀 하고 가야 할까봐 … ? 아니면 우리 다시 통천의 그 장형님 댁으로 되돌아갈까 … ? –

- 아니 야 … ! 벌써 반도 더 왔는 걸 … !? 어떻게 여기서 되돌아간단 말이니 … ? 하지만 … 아아 … 나 나 말이야 … !? 그럼 우리 여기에서 잠깐만 앉았다 갈까 … ?? –

어지간히는 강단이신 고모도 힘이 들긴 무척 드는 모양 이었어 … !?

나도 한낮의 땡볕에서 걷는 것보다는 잠깐 숲 속에서 눈 좀 붙였다가 …

약간 해 걸음에 걷는 것이 훨씬 좋다는 생각도 들었어 … !!

무리를 해서 가는 것 보다 … !!??

어차피 창녕까지 가서 밤에 잠만 자면 되는 것이니까 … !?

커다란 백양나무의 서늘한 그늘 아래 …

풀밭에서 보따리를 놓고 앉아 있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어.

얼마동안을 잤는지 나도 몰랐어.

섬뜩한 기분이 들며 추운 느낌 때문에 나는 잠이 깨었어.

아직도 해는 중천에 떠 있긴 한데 시간이 상당히 지체된 것 같았어.

그런데 … 또 … !!??

날씨가 어째 좀 별로 안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어 … !??

시간이 갈수록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 … !?

아까 우리들이 잠이 들 때까지 만해도 …

그렇게나 청명하던 날씨와는 사뭇 달라지고 있었고 …

멀리 있는 하늘에는 시커먼 먹구름까지 몰려오는 것 같은 거야 … !??

- 고모 … 지금은 좀 어때 … ? 속이 좀 가라앉는 것 같지 않아 … ? 일어나야 지 … 어째 날씨가 좀 … 별로 좋지 않겠는 걸 … !? –

아직 여름철은 아니기 때문에 변덕스러운 소나기는 아닌 것 같은데 … !??

그러나 아주 다행인 것은 이렇게 잠시 쉬고 있는 동안 …

이제는 옆에서 보기에도 고모가 한 번도 숲 속으로 들어가지를 않는 것 같았어 … !!??

- 으응 … 이제 좀 살 것만 같다 … 미안하다 얘 애 … !! 아까 점심이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 ?? 너무 맛있다고 … ?? 잘못 먹은 것 같아 … ! 그런데 어떡하지 … ? 너무 늦어서 … 어서 가자 … ! –

일어나시며 고모는 잠시 비틀 … ! 하고 현기증을 일으키는 거였어 …

나는 고모의 손을 잡고 부축해주면서 어깨를 끌어안은 것이지…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역시 고모의 몸은 뭉클 하는 볼-륨 그 자체인 거야 … !!!

몇 번을 비틀거리시더니 내 손을 놓고 정상을 되찾으시며 다시 걷기 시작하는 거였어.

그러나 우리는 얼마 못 가서 다시 주춤거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어.

원래 우리는 대전에서부터 출발을 할 때에 …

이렇게 먼 길을 걸을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출발을 했던 거야 …

나야 원래부터 학생들이 입는 교복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

고모는 날씬하게 차려입은 양장에다가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어 … !!

이렇게 멀고 거친 산길을 걷기에는 너무나 적합하지 않은 차림새인 거야 … !!

얼마 가지 못해서 고모는 쩔뚝거리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 !?

베이지색 양장 스커트 속에 신은 스타-킹에 덴-싱이 가고 … !?

또 스타킹의 선이 비뚤어지면서 뒤틀려져서 아주 볼품이 없어져 버리고 만 거야 … !!

고모의 얼굴 표정은 그야말로 죽을상을 짖고 있으면서 …

어떻게든지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다는 표정이 너무나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이었어 … !!

그러나 주변의 사정은 그렇게 한가하게 우리가 아무 데에서나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되어있지 않은 것이야 … !?

하늘에 떠있는 구름 떼들의 기색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보이는 거지 … !!??

만일에 날이 어두워지기라도 한다면 이렇게 달도 뜨지 않은 캄캄한 산길에서 우리는 단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되고 말 테니까 … !?

이제는 창녕(昌寧)까지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날씨가 곧 어두워지는 것에 대비해서 어떻게 오늘밤 노숙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되고 만 거야.

- 고모 … 안되겠다 … ! 그 신발 이리 줘봐 … ! –

나는 다짜고짜 쩔뚝거리며 걷고 있는 고모 앞에 쭈그리고 앉았어 … !!

그리고는 고모의 발을 잡고 … 신고 있는 하이-힐을 벗겼어 …

그 커다란 덩치에 비해 고모의 발은 또 매우 아름답고 귀여웠어.

내가 감히 고모의 발을 이렇게 함부로 벗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어딘지 모르는 위기의식을 공감한 때문인지 모르는 거야 … !??

- … !? –

언제부터인지 … 그처럼이나 엄하고 무섭기만 하던 고모가 별안간 아주 여리고 가냘픈 여인처럼 변해있는 거야 … !??

아마 어젯밤 그 난리를 치고 나서부터가 아닐까 … ?

아니면 아까부터 나에게 자신의 가장 신비스러운 속살인 볼기짝을 나에게 보여주어서 그러시는 것인가 … ???

고모는 내가 자기의 발을 잡고 신발을 벗기고 있는데도 ……

아무런 저항이나 …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으시며 자기의 발을 내게 맡기는 거야 … !!

나는 고모가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겨서 주변에 있는 커다란 돌멩이를 주어다가 고모의 높은 구두 뒤축을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어 … !?

구두 뒤축이 높은 힐- 을 달고 있어서 이런 산길을 가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던 거지 …

몇 번을 내려 쳤더니 구두 뒤축에 붙어있던 힐- 이 떨어져 나갔어 …

나머지 또 한 짝도 그렇게 고쳐놓고 보니까 … !?

이제 그 신발은 하이-힐이 아니라 훌륭한 단화(短靴)로 바뀌어 버린 거지 … !!

고모가 신고 시험적으로 몇 발짝 겅중겅중 뛰어보시더니 …

이내 아주 만족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빙그레 웃어주셨어 …

그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이기도 했지만 …

지금 당 장의 괴로움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가슴이 아팠어.

창녕이나 어디 도회지로 나가게 되면 새로 한 켤레를 사서 신으면 되니까 …

이제는 걸어가기에 아까보다 훨씬 편해지신 듯 고모는 잘도 따라오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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