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8/20)

10 검 령 (劍 靈) - 3.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도산 안창호)

 "그...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아즈마 스우죠...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그렇죠...때문에 히노기짱 얼굴이 저렇게 엉망이 된 것이겠죠? 사랑하는 '파랑새'를 

놓친 남자의 얼굴이라고나 할까요? 후후후..."

 "서...선배!..."

 "그랬군요...그래서...어쩌시려는 겁니까? 일단, 경찰에 신고라도...?"

 스미레...소녀는 가만히 팔짱을 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현장을 살펴보기는 해야 하겠죠? 확인할 것도 있고...하지만, 신고는 섣불리 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현재 이사미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에 수배되어 있는 상황

이거든요? 자칫 일이 커질 수도 있구요...그건 그렇고, 아저씨께서도 이사미 선생님과 

히노기짱 어떤 사이인지 알고 계시는 눈치인데...굉장히 성실하시네요...진심으로 걱정

하시는것 같아요..."

 아즈마 스우죠의 얼굴이 살짝 벌겋게 달아 올랐다.

 "하하...성실하다뇨...그저 제 할 일을 하는것 뿐...아! 다 왔군요...일단 후문쪽으로 모시겠

습니다."

 차는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골드캐슬로 들어섰다.

 골드캐슬로 들어선 이들이 찻은 곳은 이사미의 이름으로 된 방...히노기가 이사미를 위해 

마련해 준 곳이다.

 스미레는 연신 감탄사를 발하며 주변을 둘러 본다.

 "휘유~ 정말 근사한걸? 소문에 듣던...아니, 소문보다 더하면 했지 못하지 않은것 같아...

정말 대단한데? 흐음...이사미 선생님이 부러운걸?"

 살짝 입맛을 다시며 스미레가 한 말이었다.

 "선배~!"

 당장 히노기가 안달이었다.

 스미레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며 약간은 안됐다는 얼굴을 해 보인다.

 "흐음...콩깍지가 눈에 낀 연인은 피곤한 법이지...알았으니...사건현장부터 둘러보자고...

히노기군은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을 알려주도록 하고..."

 이사미와 스미레 거기에 아즈마 스우죠 까지 끼어 침실과 다용도실 등을 살폈다.

 히노기는 그런 두 사람에게 대강의 사정을 말해 주었다.

 우선 눈에 띄는것은 너무도 깨끗한 모습...더구나 없어진 물건이라곤 그 문제의 검 한자루와

굽낮은 힐 정도...스미레의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흐음...역시...이상하지 않아?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것...거기다가...흐트러진 곳이라고는 

없는 상태...물론 이사미 센세가 쿨한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군요..."

 아즈마 스우죠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일반적인 가출이라기엔 지니고 나간 물품 같은것도 거의 없는듯 합니다. 흡사...몽유병에 

걸린 사람이 집을 나간 후의 흔적같은...아~! 설마?"

 퍼뜩 아즈마 스우죠의 고개를 쳐들자 스미레가 빙긋 웃어 보인다.

 "몽유병이라...아주 적절한 비유시네요...그렇다면 다음은 한가지 확인을 해야 겠지요? 

골드캐슬...분명 여러곳에 방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볼 수 있겠죠?"

 "...이쪽으로..."

 아즈마 스우죠가 얼른 앞장섰다.

 "얼래? 여기서도 볼 수 있나요? 방범 카메라의 기록 같은 것을?"

 약간은 의아한 스미레의 목소리...아즈마 스우죠...그의 고개가 끄덖였다.

 "그렇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때문에 각 고객의 방에 설치된 

컴퓨터로 얼마든지 자료 열람이 가능합니다. 단, 고객님과 연결된 전담 직원의 입회가 필요

하지만 말입니다..."

 "흐음..." 

 익숙한 솜씨로 단말기를 조작하는 아즈마...그리고 초조한 얼굴로 바라보는 히노기와 약간은 

느긋한 스미레...잠시 뒤, 아즈마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됐습니다. 역시 있었군요...어제 새벽에...통로와 입구 등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이사미 

선생님의...그런데, 역시 이상하군요..."

 "선생님..."

 히노기에게서 애타는 듯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무엇엔가 홀린 듯 흐느적 거리며 움직이는 이사미였다.

 초점이 맞지 않는 꿈꾸는 듯한 눈동자...거기에 이상하리만치 빠른 몸 놀림...옷조차 재대로 

입고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알몸에 큰 외투 하나만 걸친 모습에 대충 천에 둘둘 만 검 한자루만 든 상태였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넷에 떠도는 그 기묘한 사건의 주인공이 역시 이사미 센세가 맞다는 결론

이야...으음...곤란한 상태인 걸?"

 스미레는 나직한 말 소리와 함께 자신의 머리를 득득 긁었다.

 "원인이 그 검이라면 그 검의 보관을 맡겼다는 사미다레당 에 문의를 해 보면 뭔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아즈마 스우죠의 말에 당장 스미레가 고개를 가로 젖는다.

 "그건 아닐거예요...아마 연락을 해 봤자 얼버무리거나 오리발을 내밀 가능성 마저 있어요...

그 것은 약과이고...아마 자리에 없다거나 해서 사람조차 바꿔주지 않을껄요?그건 그렇다 

치고..."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긴 소녀가 슬쩍 히노기를 바라 본다.

 "이봐! 히노기짱! 그렇게 멍 하니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지 말고...혹시 누구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 없어? 이거 완전 오컬트 물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래...현재 이사미 

선생님은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그리고, 그 원인이 이사미선생이 들고 있는 저 검에 

원인이 있을 것 같다는 점...말이 안되지만 현재 그게 가장 적절한 추리야...아까 방을 살펴

보며 들은 히노기짱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말이지..."

 "......!"

 히노기의 눈빛이 번쩍 빛을 발한다.

 "아저씨...수고스러우시겠지만 갈 데가 있어요...아무래도..."

 "모시겠습니다..."

 "어엇! 같이가! 히노기짱!"

 빠르게 움직이는 히노기와 아즈마...스미레가 헐레벌떡 뒤를 따랐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당황한 목소리로 벌떡 일어서는 남자...선글라스를 낀 윤성훈 바로 그였다.

 "사실입니다...유감스럽게도 말이죠...현재 이사미 센세로 거의 확실한 인물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풍기문란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다소의 폭행 사건에도 연루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해결 해야할지 그 방법 마저도 강구하기 어려운 상황...도데체 이사미 

선생님을 찻을 방도가 없단 말이죠...단, 원인이 원인인 만큼 혹시 이쪽으로 오면 방법이 

생길까 해서 온 거구요..."

 "으음..."

 털썩...윤성훈이 의자에 주저 않았다.

 "역시 마음에 걸리더라니...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제 책임이 크군요..."

 윤성훈이 스스로 자책하며 양 미간을 주무르는 동작을 해 보였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진경룡이 고개를 흔들었다.

 "형님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저 역시 안일했던 겁니다. 그건 그렇다치고...일단 이사미 

선생을 어떻게든 찻아내야 하는 상황인데...방법이 있겠습니까?"

 윤성훈 역시 고개를 저었다.

 "나의 법술로 사람을 찻아내는 것은 어렵습니다...다만...특정한 '요기' 라면 그 위치를 짚어

낼 수는 있지만 말이죠..."

 "특정한 요기...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그 요검...그 것이라면 어떻게 찻아볼 수 있을듯도 하지만...문제는 다소나마

그 요기와 관련된 물품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 스미레가 웃으며 일어서서는 어깨에 메고있는 가방으로부터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그 검을 싼 듯한 천이나 요상한 부적...그리고, 이사미 센세의 것인 듯한 목걸이 

같은것 말씀이죠?"

 윤성훈의 얼굴이 스미레 쪽을 향했다.

 "바로 그것 입니다...맞아요..."

 윤성훈의 얼굴에 약간 안도하는 표정과 스미레에 대한 감탄이 어렸다.

 "나모 사타남...삼먁 삼붓타 코티남 타니얏타...오움 짜레 쭈레 슌티 스와하...스바하...

(namo saptanam samyaksambodha kotinam tanyata om care cure sunde svaha)"

 이 근방을 표시한 큰 지도가 한장 펼쳐져 있고, 한 손에는 '범어 (梵語)'가 새겨진 추가 

흔들거리고 다른 손은 수인을 짚었다.

 위쪽의 만다라가 새겨진 나무 그릇에 담겨져 있는 것은 이사미가 들고나간 '요검'을 쌋던 

천과 부적들...윤성훈은 연신 입으로 진언을 염하면서 또르르 땀방울을 흘려내고 있었다.

 "흐음...일종의 '다우징' 같은 것인가? 하지만 '다우징'은 별로 그 효용성이 의문시 되는...

방법인데...?"

 스미레가 중얼거리자 어느틈에 들었는지 진경룡이 살며시 귀뜸해 준다.

 "일반적으론 그렇지요...하지만, 저 형님께서 쓰시는 방법은 특정한 요기인 경우엔 이야기가 

다릅니다...거의 정확도가 100%에 가깝죠...무언가 반응이 있을 겁니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향로에서는 가늘게 단향이 피어 오르고 있었고 양 옆에 켜 둔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윤성훈의 양 손이 은은하게 금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어라라? 저것? 흐? 으음?"

 깜작놀라는 스미레...하지만 어느틈엔가 진경룡이 스미레의 입술을 손으로 살짝 막고 쉬잇!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준다.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서  풀려난다.

 황홀하게 타오르는 금빛의 손...지도 한쪽에 천천히 반딧불 같은 빛이 떠 올라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윤성훈의 고개가 쳐 들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낸 것...같군요...허어...대단한 요기 입니다..."

 "차...찻아 낸건가요? 형님?"

 히노기의 득달같은 물음에 윤성훈의 고개가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정확히 반응했으니 십 중 팔구는...자아...일단 챙길것을 챙겨서 가 

보도록 합니다..."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경찰 쪽에서 움직였다면 우리 쪽 역시 지원이 필요할 테니

까요..." 

 진경룡 역시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퀭 하니 들어간 눈...거뭇거뭇한 눈 및...거기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변한 남자들의 모습...

하지만, 단 한가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꿈틀 꿈틀...금방이라도 터질것 처럼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다시 말해 남자들의 페니스...

개중에는 부르르 전신을 떨며 약하게 퓨욱! 정액을 뿜고 있는 것도 있었다.

 "으윽! 지저분해...정말 밥맛인걸? 남자들이란 존재는 이렇게나 지저분한 거로군..."

 "우욱!...욱!..."

 손수건으로 얼굴 아래를 가린 채 고개를 숙인 여자 한 명과 진저리치며 짜증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여자...그리고, 냉정한 빛이 감도는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여자...

모두 짙은 푸른색 계통의 제복을 입고 있었으며 새의 날개 모양의 견장과 검을 든 천사 

모양의 표식을 앞 가슴에 달고 있었다.

 "그나저나...대장은 정말 비윗장도 좋아...젠장...야! 작작좀 해라! 작작!...짜증이 더 나쟎아!"

 "우욱...미...미안해요..."

 눈물을 글썽이며 억지로 구역질을 참는듯한 여자...아니, 얼굴이 앳되고 어려 보이는 것이 

잘 해야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긴머리에 이상하리만치 하얀 살결...왠지 생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마치 신기루나 환상 속의 소녀 같은 모습이랄까...옆의 여자 역시 같은 제복차림이었는데 

잘 그을린 건강한 피부를 지닌 보이시한 얼굴의 여자...아니 역시 소녀였다.

 단, 제복에 가려 있었지만 그 몸매가 특출나게 뛰어나 보였고 특히 가슴 부분이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그만하세요! 카오루! 요코는 지금 최대한 참고 있는거쟎아요? 불쾌한 것은 저 역시 마찬

가지...참을성을 키울 줄도 아셔야 합니다."

 "치이! 예이...예이...알아 뫼십죠...그러나 저러나 대장! 결과는 나왔대요?"

 대장이라고 불리는 차가운 눈빛이 번뜩이는 쿨한 이미지의 여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정확한 분석은 덜 된듯 하군요...에이미가 분석중이니...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있도록 하세요..."

 "...예이 예이~" 

 어리광을 피우는딸 같은 모습으로 입술을 삐죽이며 핏핏 거리는 소녀와 약간은 나아진 

모습으로 역시 입술에 손수건을 대고 있는 소녀...어쨋거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제복 위에 가운과 보호복을 덧 입은 채 무언가 작은 기기를 조작하며

살피는데 여념이 없는 소녀 하나가 있었다.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의 자그마한 몸집에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늘인 소녀...하지만 왠지 

소녀라기엔 너무나 그 모습이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두터운 고글을 끼고 정신을 잃은 채 축 늘어진 남자에게 무언가 분석기기를 들이대고 체크

하던 소녀...잠시 후, 소녀가 후우...가벼운 숨을 쉬며 고개를 흔든다.

 "분석...끝났나요? 그래...알아낸 것은?"

 "......"

 대장의 물음에도 그녀는 고글을 벗고 머리를 흔들 뿐이었다.

 "반응이 없어요...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쪽은 아닌듯 해요...다만...상당히 몸의 생체

에너지를 빼앗겼다는 것 빼곤..."

 "......"

 그때...잠자코 있던 보이시 소녀...카오루가 픽 하고 말을 던진다.

 "생체에너지를 빼앗겼다면 역시 맞는것 아냐? 에이미 선배!"

 에이미...갈래머리 소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그건 아냐...그놈들은 독특한 표식을 남겨...더구나 생체에너지를 이렇게 남겨두지는 않아...

만약 그놈들이었다면 가죽과 뼈만 남을 정도로 온 몸의 체액 한 방울 까지 몽땅 빨아마셔

버릴껄? 물론 일종의 마이너스 에너지와 약간의 엑토플라즈마 는 검출 되기는 했지만..."

 "그럼...결론은...일단 체포!...가 정답 이겠군...잡아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체포영장은 아직 안 나온건가?"

 카오루가 굳은 표정으로 이번에는 대장...쪽을 바라본다.

 "영장은 나온 상태에요...하지만, 모든것은 심사숙고해야 하는 법입니다. 결과가 그렇다면, 

'대 마물용' 장비는 필요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경량형 장비 몇 점은 챙겨가도록 하세요...

분석팀에 의뢰해서 좀더 결과를 심층분석 하도록 하고요...아! 비번인 요원은 대기상태로

있도록 연락하세요...이번에는 저와 카오루 에이미...그리고, 서포터로 요코...네명이 출격

합니다."

 "뭐 그럼 여기 이 인원이라 이거로군...후훗! 이번엔 몸좀 풀수 있을라나?"  

 "카오루...그럴일은 없을거야...이번에는 넌 뒤로 빠져주는게 나을것 같은데?...어디까지나

생포 위주로 작전을 펼 예정이니까...저번처럼 주변 시설물을 파괴했다간 이번에는 네 월급

에서 까나가야 할껄?"

 "칫...예이 예이...에이미 선배...알아 모십죠..."

 "자자! 그만 하시고 출동준비 하세요...장비 점검 후 5분내에 모입니다...실시!"

 "넷! 실시!"

 "실시!"

 싸늘한 대장의 질책이 있고서야 소녀들은 파팍! 바쁘게 움직였다.

 여자들이 사라진 뒤로 남자들의 헛소리와 신음이 병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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