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2화 (17/20)

10 . 검 령 (劍 靈) - 2.

진정한 약은 바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며 그 외의 약은 없다. (히포크라테스)

"띠리리리링...띠리링..."

 약간은 어두컴컴한 실내...이리저리 어지럽게 각종의 잡동사니와 파일이 정리된 자료철들...

CD와 플로피 디스켓...몇몇 스크랩된 기사 자료까지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가운데...섬세한 몸매를 가진 그림자 하나가 스윽 몸을 일으킨다.

 "......"

 실내에 가득 흐르고 있는 전자 멜로디는 애절한 느낌의 엘리제의 추억...

 "후우..."

 살짝 눈 가를 비비며 일어난 소녀는 거의 알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헐렁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땀이 잘 흡수되는 면 셔츠 한장만 걸치고 있었을 뿐이다.

 왠지 답답해서 한 겨울에도 이런 차림으로 잠자리에 드는 소녀였다.

 전날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일까...하루 하루가 시간이 모자라는 나날이다.

 머리맡에 놓아둔 전자 알람시계를 살펴보다 띠끅! 알람 스위치를 눌렀다.

 쭈우욱!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 소녀...저걱...저거걱...발끝에 채이는 자료들을 대충 피하며 

창 가로 다가서서 촤르륵 글라인더를 걷는다.

 "......!"

 째앵! 어느새 아침해가 쏘옥 고개를 내밀며 잘잤니? 하며 웃는다.

 움찔...눈부심에 잠시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느낌으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보글보글...한쪽에 놓인 도자기 주전자에 특별히 암반수를 넣고 올려놓은 물이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타각, 타각...키보드를 두드려 밤 동안 들어 온 기사를 살펴보다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홍차를 끓이는데에는 티 포트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걸름망을 이용하거나 하는것 보다는 둥그런 티 포트를 이용하는 편이 이른바 '점핑 현상'

이라고 하는 홍차잎과 물이 고루 섞이며 아래 위로 둥그렇게 움직이는 움직임이 잘 일어나

맛있는 홍차를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솜씨로 포트에 더운물을 부어 덥힌 후, 다시 포트의 물을 비우고 홍차를 넣는다.

 스리랑카 중부 산악지대에서 생산되는 '우바티'...그 것도 해발 1200M이상에서 7~8월에 

생산되는 가장 고급의 홍차였다.

 이른바 '하이그론 티 (High-Grown Tea)' 라고 부르는 달콤한 향기와 호박색의 빛깔로 세계

3대 명품으로 취급되는 귀한 것이다.

 알맞게 물을 부어 놓은 후, 포트를 헝겊으로 덮고 한쪽에 놓인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는다.

 차를 우리는 몇 분 동안 다시 날렵한 디자인의 슬림형 컴퓨터에 집중한다.

 잠시 집중하다 모래시계가 거의 아래로 내려오자 다시 일어서서 티 포트 앞에 선다.

 향긋한 차의 내음...밝은 오렌지빛 차색에 맑은 꽃향기가 솔솔 풍긴다.

 가장 즐거운 시간...약간 떫지만 산뜻한 뒷맛이 일품인 차를 즐기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정보를 장악하는 자가 세상을 장악한다.'특히 호기심 많고 사회의 여러 현상에 관심이 많은 

이 소녀로서는 하루를 시작하는 데에 빼 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

 딸각...소녀의 눈이 커지며 다른 손에 들고있는 찻잔을 내려 놓는다.

 타르르 타륵...소녀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무언가 찻아낸 것일까...조금은 권태롭던 눈이 야성적으로 빛을 뿜어낸다.

 [사건 사고...도심 지역에서 이상한 성 폭력 사건 발생. 여성들을 성 폭행 하려던 남성 들이

오히려 한 여성에게 당해...인상착의...대단한 미모와 긴 머리...AV배우를 능가하는 성적 

기교...강력한 '무력 (武力)' 소유...'태도 (太刀)', 혹은 '진태도 (陳太刀)' 로 분류되는 장검을

지니고 다님...현재 2급 위험인물로 분류 '경시청 특별 범죄 수사대' 일명 '블루 엔젤즈'에서

뒤쫓고 있음...아래...몽타쥬 및, '폐쇄 회로화면 (CCTV)'...아와카즈 지방 경찰청 수사과...]

 "서...설마?"

 약간은 경악한 소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인디 정보 뉴스 사이트...'아르고스' 컴퓨터 해커들과 사회의 곳곳에서 암약하는 드러나지 

않는 정보통 들이 자기가 수집한 정보를 거래하고 알리는 뒷 세계의 뉴스 사이트였다.

 이 뉴스 사이트에서는 이 주변은 물론 세계의 알려진 뉴스와 잘 알려지지 않는 여러 밝혀

지지 않은 각종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물론 그런 만큼 그 정보를 분류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디 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정보분류 등급...2등급...사실분류...1급...그렇다는것은 신빙성 있는 정보라는 이야기..."

 싱글싱글...묘한 미소를 흘리며 아직 식지 않은 홍차를 홀짝인다.

 "아주 재미있어 지는걸? 후후후..."

 특유의 표정...먹이를 찻은 암표범같은 얄궂은 미소를 머금었다.

 커다란 사이즈의 슬림형 모니터 화면...그 한가운데에 야릇한 요기를 띈 한 여성의 모습이 

떠 오르고 있었다.

 "오늘은 빨리 학교에 가 봐야 되겠군...이게 사실이라며 분명...알 수 있을테니까..."

 서둘러 찻잔을 쭈욱 비우며 소녀가 한 말이다.

 딸깍 찻잔 놓는 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렸다.

 "어이! 히노기! 뭐 문제있냐? 얼굴빛이 안 좋다...?"

 "그래...뭐, 몸이라도 안 좋은거 아냐?"

 만나는 같은 반 남학생 들 마다 건넨 말이다.

 "으음...미안해...그럴일이 좀 있어..."

 힘 없는 미소였다.

 학교에 오면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약간은 순진한 판단 이었던 것 같았다.

 약간은 늦게 일어난 아침...이전과는 달리 노곤함에 힘겹게 눈을 떳었다.

 "......"

 썰렁했다.

 특히나 가장 가슴 한켠이 철렁 했던 것은 언제나 따뜻하면서도 촉촉한 온기를 전해주던

존재...그 존재가 옆에 없었다는 것이다.

 나른한 고양이처럼 자신의 품에 안겨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잠들어 있던 아름답고 요염한 

그녀...마츠다 이사미...그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토록 큰 타격일 줄이야...

 히노기는 살짝 이마를 짚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머리까지 지끈 거릴 정도였다.

 마음 한켠이 터엉 빈듯한 느낌이다.

 샅샅이 모든 방 안을 뒤졌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나른한 느낌이 드는 요염한 표정으로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단지 애완용 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존재가 이처럼 컷을 줄이야...

 후우...긴 한숨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더구나 걱정인 것은 그녀와 함께 사라진 '요검 (妖劍)'...그 것이 걸렸다.

 자신도 정신을 집중하고 진기를 끌어올려 주입하지 않으면 다룰 수 없는 요물이었다.

 그런데 그 검이 이사미와 함께 사라진 것...때문에 일어나는 즉시 아침도 먹지 않고 정돈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학교에 왔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것 같다...걱정...불안...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갑자기 주위가 고요해 진다.

 왠지 무거워진 분위기...작게 수근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들려왔다.

 "흐흥...왠지 오늘은 추욱 쳐졌는데?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야!"

 해맑은 목소리...왠지 째앵! 해가 솟았습니다! 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마츠모토...선배?"

 마츠모토 스미레...걸어다니는 악몽...파파라치, 사진광...폭로소녀...그녀를 지칭하는 칭호는

아주 많았다.

 이전에는 전교 왕따까지 당했던 소녀...그녀를 두려워 하지 않는 존재는 오토리 학원 내에 

없다.

 심지어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이나 교직원 까지도 이 소녀가 보이면 숨기에 바쁘다.

 아직 정식 담임이 없는 관계로 히노기의 1학년 1반을 맡고 있는 학생주임 야마모토 선생 

역시 이 공포스런 소녀에게는 한 수 접어주고 있는 상황...

 "말 걸지 마요...저 지금 안 좋아요..."

 푸욱...히노기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왠지 상처입은 어린 맹수의 위협처럼 가벼운 살기까지 풍기는 상황...

 그러나, 그런것에 위축될 스미레는 아니다.

 "이런 이런...오늘은 정말 전멸이네...후후후..."

 탁탁! 등을 두드리며 접근해 속닥속닥 귓속말 을 던진다.

 "새는 날아갔습니다...아름답게 지저귀던 '극락조'는 어디로 갔을 까요? 주인은 애가 

탑니다..."

 "......!"

 퍼뜩! 히노기의 얼굴이 쳐들렸다.

 살기마저 띈 광채가 뿜어져 나온다.

 콰다당! 일어선 소년...가볍게 꺄아! 하는 비명소리가 퍼진다.

 "어머? 어머머? 히노기군! 난 여자란 말야! 너무 난폭해...아프다구!"

 장난스런 목소리였다.

 왈칵 일어서서 자신도 모르게 스미레의 멱살을 잡고 만 것이다.

 "......!"

 순간 히노기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콜록 콜록! 히노기! 숨막혀...조용히 내려놓는게 좋을껄? 아니면 나 이걸로 끝장! 낼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아!...죄...죄송합니다..."

 살짝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시선을 보낸다.

 얼른 부드럽게 내려 놓고 탁 탁 흐트러진 목 부위를 정돈해 준다.

 "흐응...너무 심한데? 이번일에 대해서 좀 심각! 하게 고려해 봐야 겠는걸? 기분이 안 

좋다구..."

 삐죽삐죽...토라진듯 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는 소녀...황급히 히노기의 고개가 숙여

진다.

 "서...선배...죄송해요...나도 모르게 그만..."

 타악! 스미레의 손이 히노기의 가슴 부위를 두드린다.

 그 순간 아주 빠르게 히노기의 윗옷 주머니에 스미레의 손이 쏘옥 무언가를 넣고 빠져 

나온다.

 "됐네요!  불쾌한걸? 흐응...아뭍은 앞으로 두고 보자구 히노기군! 조금 피곤해 질 수도 

있을테니..."

 흥! 토라진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 교실 밖으로 나오는 소녀...히노기는 짐짓 머리를 감싸쥐고

추욱 늘어지며 주저 앉는다.

수근 수근...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주변을 울린다.

 "왔어? 역시 반응이 빠른걸?"

 "네...선배의 쪽지를 봤어요...그런데 사실인가요?"

 히노기는 한 손에 거의 구겨지다시피 한 스미레가 비밀리에 넣어 준 메모를 보였다. 

 마츠모토 스미레...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현재 이사미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풍기문란, 폭력, 

심지어 몇 건의 '역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인상착의가 상당히

평소의 이사미선생님과 달랐지만, 몇몇 CCTV에 찍힌 사진을 대조해보니 99.8%로 일치

한다는 결론을 얻었지...이걸 봐..."

 "......!"

 히노기의 얼굴에 경악이 스친다.

 컴퓨터 화면... 짙은 사이함을 풍기며 야릇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여자...긴 외투를 걸치고 

다른 손엔 둘둘 천으로 말린 장검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이사미...선생님..."

 싱긋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짓는 스미레였다.

 "역시 그랬군...재미있는걸? 호호호..."

 짜랑 짜랑...제 2 사진부실 내부에 스미레의 요란스러운 웃음 소리가 퍼진다.

 "뭐...일단 솔직히! 모든 정보를 털어 놓는게 좋을것 같아...하지만 그걸 다 듣기엔 현재 

시간이 촉박하지? 1교시 쉬는 시간에 온 것일 테니까...그렇다고 점심시간 까지 기다리는

것은 곤란할 테고...방법은  이른바 땡땡이! 다시 말해 학교를 좀 쉬어야 겠지? "

 히노기가 약간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선배의 말씀은?"

 쯔쯔...스미레가 고개를 젓는다.

 "좀 느린 걸? 히노기짱? 아니면 이사미 선생님이 어떻게 되도 좋다는 건가? 바보! 땡땡이! 

'조퇴신청' 이라도 하란 말이야! 가장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네 능력이면..."

 "......!"

 그제서야 히노기의 얼굴이 환 해진다.

 "흐음...이거야 원...몸이 말이 아니군...오늘은 학교를 쉬고 병원에 한번 가 보도록 하게...

쯧쯧..."

 오토리 학원의 양호교사 데자와...그가 고개를 저으며 쯧 혀를 찬다.

 "죄송합니다...심려를 끼쳤군요..."

 "심려랄게 뭐 있겠나...쯧쯧...그나저나 자네는 차지하고 저 사토선생도 문제야...이거 점점

더 심해지니...어쩐다?"

 데자와 선생은 양호실 한쪽의 침대에서 누워있는 남자...걸어다니는 환자...미이라 사토

선생을 흘겨본다.

 "쯧...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네...건강이! 세상없는 부와 명예도 건강만큼 소중하지는 

않아...수천의 황금이 무슨 소용인가? 건강이 무너지면...히노기군도 그 것을 명심하도록 

하게나...쯔쯔...잠시 쉬었다가 가도록 하게...진단서와 소견서를 써 주겠네..."

 머리를 흔들며 자신의 책상으로 가는 그를 바라보며 히노기가 살짝 혀를 내민다.

 (죄송합니다. 선생님...하지만 어쩔 수 없다구요...그건 그렇고...사토 선생님...더 심해

지셨네...하는수 없지...일단 요 근래 익힌 '주문'이라도 걸어 드릴까?)

 히노기는 싱긋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양 손을 모은다.

 "Ahems tkfdkdlt sms whswo fmf wnrhks gksms 'Wjd' dltldu...dl rhtdp ekdtlsdml rkghfmf 

sofu wnthtj...Rjsrkd! ( 모든 자연과 생명을 주관하시는 신성한 존재시여...여기 당신의 

가호를 구하노니 손을 내밀어 주소서...'건강!')    

  중얼중얼 조심스레 외운 주문이었다.

 상큼한 기류가 감돌며 끄응...나직한 신음을 지으며 잠들어 있던 사토 선생의 표정이 점차 

편안해 지며 숨 소리도 잦아들고 있었다.

 한결 나아진 모습...잠시 자고나면 저 환자교사는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깨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완전히 회복은 어렵겠지만 아주 원기왕성한 채로 며칠은 지낼수 있을 것...

 "훗훗...자아 이번엔 이 정도로 할께요...앞으로 방법을 강구해서 건강하게 해 드릴테니..."

 히노기는 손을 합장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정식 의사면허가 있는 양호교사가 소견서와 진단서를 써 주었는데 꺼릴낄게 무엇이겠는가?

 더구나 스스로의 신체를 비 활성화 시키는 주문을 걸어 어딘지 몸이 안 좋은 모습을 가장

하는 것 쯤은 어려울 것이 없는 히노기가 아니던가...

 오히려 야마모토 학생주임에게 몸조리 잘 하고 여의치 않으면 한 2-3일 쉬고 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히노기는 당당히(?) 급우들의 배웅까지 받아가며 교문을 나설 수 있었다.

 그가 간 곳은 아까 마츠모토 스미레와 약속했던 역 앞의 만남의 광장...잠시 기다리니 

학생복이 아니라 스포츠모자에 엷은 썬그라스...스포티한 청바지와 쟈켓 차림의 스미레가 

나타나 툭! 어깨를 두드린다.

 "여! 히노기짱! 빨리도 나왔는걸? 급하긴 급했나봐?"

 "서...선배?"

 이건 또 다른 모습의 스미레 였다.

 어딘가 잡지에서 툭 튀어나온 매무새 좋은 스타일이다.

 약간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히노기를 바라보며 픽! 웃음을 지었다.

 "어색해? 좀 단장을 더 하고 나올 걸 그랬나? 하지만 좀 봐주라구...시간이 촉박했으니까..."

 "에? 아니요...좋은데요...그건 그렇고...어디로 갈까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환 한 웃음을 짓는 그녀다.

 "그래? 다행이다...그건 그렇다 치고 빨리 움직여야겠지? 지금 상태에선 시간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우선 사건현장...가장먼저 너와 그 이사미선생이 동거하고 있는 그곳으로

가야지? 골드 캐슬...57층짜리 초 호화맨션으로 말이야...나도 한번 들어가 보고...후후훗..."

 바르작 거리며 몸을 부벼오는 스미레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히노기는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그렇습니까...으음...그럼 제게 진작 연락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이사미 선생께서 

행방 불명이라..."

 아즈마 스우죠...차를 타고 오면서 살짝 어두운 얼굴을 해 보인다.

 이 성실한 남자는 진심으로 히노기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아니요..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이런 일로..."

 약간은 겸연쩍은 히노기의 말 이었다.

 그러나 당장 아즈마 스우죠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일 이라니요...너무하십니다 도련님...모르십니까? 도련님은 물론 이사미선생님의 

안위 역시 인간적인 측면은 물론 현실적 측면까지 제게 소중합니다.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두 분의 안위는 제게 남의 일이 아닌겁니다...그런 말씀은 마십

시요...그건 그렇고..."

 힐끗 아즈마의 눈이 백미러를 통해 스미레 에게로 향한다.

 "옆의 그 분께선...?"

 약간은 흥미로운 얼굴로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스미레...소녀는 생긋 미소지으며 안경을 

벗고 고개를 숙여 보인다.

 "그러고보니 인사를 안 드렸군요...전 마츠모토 스미레...현재 히노기를 관찰하고 있는 중 

이라고나 할까요? 같은 학교에 재학중이고 이번에 이사미 선생님의 행방불명에 대해 

모종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호호호 처음 뵙겠습니다."

 언제나 상큼(?)한 미소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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