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12/20)

9. 요검 (妖劍) 4. 

꿀을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도 꿀맛이 달다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달다고 한 사람의 말이 진실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벅오금학도 中)   

“으응...” 

마츠다 아사미...그녀는 나른한 포만감을 뒤로한 채 눈을 떳다. 

아직 반쯤 쳐진 커튼 사이로 어느새 아침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흠칫 놀라며 일어서자 출렁 기분 좋게 느껴지는 가슴의 율동과 함께 다소 무거워진 가슴의 

융기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 

“......!” 

살짝 얼굴을 붉히며 허공을 향해 오또마니 솟아오른 젖꼭지를 손을 가린다. 

사르락 맨살을 스치는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감각...거기에 몸 전체가 조금 나른한 감은 

있지만 기분 좋은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가 잠들었던 침대...옆을 바라보니 누군가의 그녀의 가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퍼뜩 몸을 움직이려는데 갑자기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아랫도리 깊은 곳에서부터 묘한 

둔통이 느껴졌다.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아랫배 부위에 손을 얹었다. 

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진하디 진한 ‘정사 (情事)’...퇴근 후, 문을 들어서자마자 곱상한 

인상의 소년...히노기의 미소 띤 얼굴과 “늦으셨네요...”라는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던졌었다. 

히노기도 그런 자신을 마다하지 않고 맞아 주었다. 

속옷이 끌어 내려지고 정신없이 엉겨 붙은 둘은 정신없이 히노기가 차린 식사를 하고 가볍게 

샤워한 후에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어진 육체관계는 수 없이 계속되다가 아찔한 느낌의 후배위로 끝을 맺었다. 

여느 때와는 다른 질펀한 관계였다. 

몇 차례나 뜨거운 히노기의 체액을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미끈한 아랫배를 바라보며 손으로 매만졌다. 

아직 그 뜨겁고 충만한 살 기둥이 깊이 박혀진 채 꿈틀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에 흠뻑 받아들인 히노기의 체액이 가득 채워져 출렁이는 느낌 역시 들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더구나 군살 하나 없는 흰 복숭아 같은 피부였다. 

이전과는 다른...전에는 자신의 이 육체를 얼마나 저주하고 괴롭혔던가... 

 “아! 깨셨네요...안녕히 주무셨나요? 오늘도 날이 화창하네요...” 

금방 샤워를 마쳤는지 약간 물기가 젖은 보송한 얼굴로 생글생글 인사를 하는 소년... 

소년은 아직 반절 정도 가리워진 창의 커튼을 걷었다. 

 “......!” 

반짝 주위가 기분 좋게 녹지로 싸여진 도시속의 공원 같은 전경과 ‘이제 일어나셨나요?’ 

라며 웃고 있는 아침 햇빛이 눈부셨다. 

“자아...어서 준비하셔야죠? 아직 시간은 있지만 늦겠어요...이사미 누나?” 

살포시 나비처럼 날아와 그녀의 한쪽 볼에 상큼 입을 맞추며 소년이 던진 말이었다. 

화륵 얼굴이 붉어진다. 

 “히노기...” 

왈칵 치솟는 충동...자신도 모르게 와락 달려들어 히노기를 덮쳤다. 

 “후훗! 이런, 이런...후웁...흐음...” 

파다닥 떨리는 얼굴로 히노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볐다. 

혀를 깊이 빨아들이며 진한 입맞춤을 나누었다. 

몸을 부비며 깊이 흡입한다. 

 “우응...흐읍...“ 

 “으으응...” 

한참만에야 떨어진 두 사람...살짝 붉어진 얼굴로 히노기를 내려다 보는 이사미와 그런 

그녀를 그윽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히노기...소년은 살짝 손을 뻗어 이사미의 얼굴을 

매만졌다. 

 “자아...누나...준비하세요...저도 싫지는 않지만, 누나가 너무 매력적이라 관계를 나누게 되면 

시간을 얼마나 소비하게 될지 몰라요...시간은 이따 오후에도 있지 않나요? 더구나 내일은 휴일이기도 

하니까...“ 

소름이 소르르 돋을 정도의 해맑은 목소리였다. 

더구나 자신의 한쪽 볼을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이란... 

 “알았어...하지만 잠깐만...이대로 있어줘...” 

 “......” 

히노기는 그윽하게 웃으며 그런 자신을 올려다 본다. 

이사미는 후우우 크게 심호흡 하며 히노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금방 빨아 햇볓에 잘 말린 옷에서 나는 내음과 온화한 침엽수림에서 나는 듯한 나무향기... 

살짜기 배어 나오는 들 장미꽃 향기도 난다. 

기분좋은 안도감이 느껴진다. 

마츠다 이사미...그녀는 한시도 이 소년 연인 없이는 살수 없게된 자신을 느낀다. 

 “히노기상...” 

그런 그녀를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는 소년의 얼굴은 환한 미소와 기분좋은 승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잉...찰칵! 찰칵! 찰칵!” 

연달아 들리는 자동카메라 소리...망원렌즈는 멀리 ‘골드 캐슬’의 정문을 나서고 있는 

한 여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윽고 씨익 웃는 얼굴의 소녀...다소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활달한...그러나 왠지 

‘저 여우띠예요!’ 라며 온몸으로 말하는 듯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빙고! 일차로 한 가지 확보한 셈인가? 하지만 이대로 뒤쫏는 것 보다는 잠시 기다리는 

게 기본이지 아직 시간도 있는데다가 일단 주변 관찰을 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거든?“ 

소녀는 품 안의 전자수첩을 꺼내 빠른 손놀림으로 주변 상황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배율의 휴대용 망원경을 꺼내 골드 캐슬 주변을 샅샅히 훝으며 관찰한다. 

(현재시각...6시 55분 여기서 학교까지 약 전철과 도보로 30분 안팍...학생들 등교는 

오전 8시까지...직원회의가 있던가? 오늘?...성실한 선생이군...차는 별로 지나지 않고 

경계는 살벌할 정도...곳곳에 보이지 않는 사각이 없을 정도의 감시 카메라에...흐음...) 

치밀할 정도의 관찰력을 지닌 소녀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까 선생의 모습...그렇게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느슨한 기분도 아니었어... 

빠듯하다는 정돌까? 5분 정도의 오차를 감안하면 내일이 주말인 만큼 직원모임이 있다는 

소리겠지? 글쎄...이전의 늙은 여우였을 때의 모습을 감안한다면 여자로서 자신을 돌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니까...보통 솜씨좋은 여자들이라도 이것저것 차리고 

화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못해도 30분 전후...그 외의 시간이라고 한다면 한 시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지...과연 저 선생이 그 시간 안에 제 스스로 모든 준비를 완벽히 갖췄을까? 

언뜻 보기엔 ‘쿨’해 보이기는 하는데...내 육감일 수는 있지만...다소의 변화는 있지만 왠지 

인공적인 스타일이 가미된 옷차림과 메이크업...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모습...왠지 인형 

같다는 기분이 들거든? 어울리긴 하지만 말이지...만약 맞다면...분명 못해도 한 시간 

전후에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것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후후훗...) 

먹이를 기다리는 암 표범처럼 맞은편 오피스텔의 한 방을 빌려 잠복한 것이 어제 저녁 

이었다. 

학교에 알려져서는 안 될 소녀의 비밀...실제로 소녀는 능숙한 파파라치이며 민완 사진사 겸 

인디 언론의 기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하루정도 이 오피스텔의 방 하나쯤은 수배할 힘과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인가 고급스런 자동차가 빠져나왔고 수행원을 거느린 남녀가 나와 대기중인 차를 

타기도 했고, 세련된 옷차림의 남자, 혹은 여자 직장인이 바삐 나와 어디론지 가기도 했다. 

마츠모토 스미레...그녀는 사진을 몇 장인가 찍기는 했지만 잠시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이 사람들은 공통점이 없어...내가 본 바로는 마츠다 센세...늙은 여우에서 

장미부인이 된 후에도 몇 번인가 깜빡 졸거나 휴식 시간에 직원 휴게실 등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을 봤거든? 어떤 때는 아침에 교무실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그런데도 여태까지 한번도 지각이 없었단 말이지...새 학기 들어서는...이전에는 간혹 

지각도 하고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더구나 옷차림과 메이크업, 장신구 역시 

일정한 노선을 보이고 있어...고급스러우면서 유행도 아닌데 너무도 잘 어울리는... 

누군가 챙겨주기 때문 이라면 분명 옷차림과 모습에서 유사점이 보여야 할 거야...) 

소녀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중얼거렸다. 

 “첫째...손수 선생을 챙겨줄 정도라면 사회적 신분이 그렇게 높지 않거나 높더라도 

소탈한 인물일 것...둘째...선생의 장신구와 메이크업을 볼 때 나이가 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상당히 현대적이면서 ‘쿨’하고 이지적인...마지막으로 굉장히 사려 깊고 꼼꼼한 스타일 

이어야 해...여자일 확률이 높을 것이고...거기에 마츠다 선생의 차림이나 메이크업의 잔재가 

느껴져야겠지...아직까지는 없었어...그런 사람이...“ 

스미레...그녀는 숨을 고르며 떨리는 손끝을 억지로 진정시키려 했다. 

 “분명 무언가 있어...내 기분이 그걸 느끼고 있어...위험하면서도 무언가 짜릿한 것이...” 

소녀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입맛을 다신다. 

 “......?” 

마지막 교복에 손을 넣으며 히노기는 무언가 야릇한 느낌에 몸을 움츠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험에 맞닥드린 듯한 기분...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픽 웃으며 교복 윗도리를 입었다. 

 “......!” 

오늘도 상쾌한 느낌...아까의 섬칫한 기분만 빼고는 컨디션도 최고조 였다. 

더구나 온몸을 흐르는 진기의 유동 역시 최고상태...아까 봉영화동의 권법 연무와 기공 

훈련을 하니 날아갈 듯 새로운 느낌이었다. 

살짝 귀밑머리를 흘리며 머리칼을 정리해 단정히 묶어 늘어트렸다. 

비교적 자유로운 두발 규정에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준...얇은 금테 안경을 쓰자 

선이 가늘면서 스마트한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세련되게 고친 디자인의 교복 역시 잘 어울렸다. 

날렵하고 서늘한 느낌...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신발을 툭 내려 

놓는다. 

일명 ‘에어조던’...복각품이 아닌 정품 농구화로 30만 엔을 호가한다는 명품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 안녕하세요? 누나! 누나도 좋은 하루를...” 

늘씬한 몸매에 제복을 입은 미녀 엘리베이터 걸의 인사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몇 층이신가요? 아! 실례되는 질문을...1층 이시죠?” 

 “네...부탁할께요...” 

7층이라 계단을 이용해도 상관은 없지만 소년에게 이처럼 좋은(?) 구경거리가 또 있을까? 

감탄스러운 눈길로 인사를 하며 날렵한 제복 여성을 바라본 뒤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는 

창을 통해 바깥의 경치를 즐겼다. 

띵동! 벨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걸의 인사를 받으며 내렸다. 

안내 데크를 돌아 나오자 멀리 대기 중이던 운전사 한명이 황급히 다가와 인사를 한다. 

 “아! 아저씨! 화창한 날이죠?“ 

 “도련님의 얼굴이 언제나 밝으신 것을 보니 기쁩니다...간밤에 안녕히 주무셨는지요? 

하긴...아까 이사미상을 뵈니 잘 주무신 것 같습니다만...하하하...“ 

나지막하면서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아즈마 스우죠...골드 캐슬의 운전사이며 히노기의 집사 업무도 보고 있는 성실한 인물 

이었다. 

 “그래...어떻습니까? 아침의 드라이브는? 마침 보고 드려야 할 일도 있고...” 

 “아니요...이따가 와서 듣지요...마침 내일이 주말이니...아! 이번 배당 이익 중 일부는 

아저씨 계좌로 입금시켰습니다...수고해 주신 것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말이죠...“ 

낭랑한 소년의 말에 아즈마는 허어...탄성을 지른다. 

 “도련님...적다니요...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지금까지 주신 금액만 해도 이전 저의 

수입의 몇 배를 상회하는 것입니다...너무 과분합니다...어쩔 수 없이 받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그였다. 

그러나, 히노기 역시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사실 그보다 더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충분히 저를 

도와주고 계시니까요...어쨋든 이따 뵐께요...차는 됐어요...호출 번호는 알고 있으니까 

필요하면 연락 드릴께요...그럼...“ 

 “허허...네 다녀오십시오...” 

 “찰칵! 찰칵! 찰칵!” 

연달아 사진기에서 셔터 소리가 터져 나온다. 

먹이를 잡은 사냥매의 짜릿함이 이럴까...떨리는 손...벅차오르는 가슴...승리감에 도취된 

미소가 절로 터져 나온다. 

 “잡았어!...헌데, 이럴 수가!...이거 재미있어 졌는데?” 

놀라움과 환희에 찌든 목소리였다. 

소녀의 눈은 독수리나 매의 그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분명히 저 아이야...교복으로 보아 우리 학교 학생인 듯한데...왜 몰랐을까? 저런 아이를...

저 옷차림... 대단히 자연스러우면서 산뜻한 감각이 느껴져...더구나 디자인을 살짝 변형시켜서 

고급 옷감으로 다시 제작한거야...장신구나 옷, 신발 역시 어느 것 하나 고급품이 아닌 게 없군. 

얼굴엔 약간 화장을 한 것이 느껴지는 걸? 하지만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야...완벽해! 

그 것도 아까의 마츠다 선생과 같은 방식의 은은한 메이크업...분명 저 남자 아이야!“ 

소녀는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재미있어지는데? 늙은 여우를 장미부인으로 만든...아니, 짐작이지만 모종의 

방법으로 길들였다고 해야겠지? 이거야 원...감탄해야 할까? 자아...이제 타켓은 저 

아이인가? 쿡쿡쿡...가설이 사실인지 좀더 확실하게 알아봐야겠지?“ 

히노기의 앞날에 심상치 않은 고난이 닥친다는 예언인 듯 소녀의 웃음소리는 음산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