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요검 妖劍. (2)
가장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 .
오밀조밀한 인형같은 얼굴에 양 갈래로 땋아내린 윤기나는 머릿결의 소녀였다.
"...히메...사마(姬樣)..."
""에리....미안...정말로..."
"아니예요...하아아!...저는 '유키(雪)'님의...것이예요...저 같은게 '유키'님께 도움이
된다면...전 어떻게 되어도 좋아요...흐으응..."
"에리..."
순도높은 다이아몬드를 박아놓은듯 영롱한 눈동자에는 살풋이 열락의 감정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몽롱히 떠오른 '도색 (桃色)' 온몸에서 내뿜는 야릇한 열기와 싱그럽고 풋풋한 소녀의 내음...
"아아...'히메사마 (姬樣)'...어서..."
"......"
묘한 열기를 내뿜는 귀여운 소녀는 흡사 전신이 눈 속에 파묻혀 천천히 스러져가듯 보였다.
소녀를 감싸고 있는것...희다...창백한 달빛이 비치는 밤하늘을 물들이며 내린 설경을
바라보듯 하얗다.
거기에...심지어 머리칼이나 눈썹까지 모두 은백색...
창백한...전설에 나오는 '설녀 (雪女)'인듯 새하얀 나신...늘씬한 몸매에 풍만한 살결...
오또마니 솟은 앙증맞은 유륜과 젖꼭지 역시 살빛과 거의 구분이 안갈 정도로 하얗다.
사알짝 혈색이 감도는 부분은 입술과 양 볼...거기에 목덜미에서 가슴 부분으로 약간 분홍
빛이 살풋 어려 있는 정도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신비하게도 흰자위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은백색...전신에서 몽롱
하게 떠오르는 마력적인 기운...아아...그녀를 바라보며 황홀한 신음을 내뿜는 소녀는 무엇
인가 갈구하듯 바짝 달라붙어 조르듯 입술을 가져다 댄다.
마치 먹이를 조르는 아기새처럼...
"에리..."
안타까운 얼굴로 소녀를 소중히 보듬어 안는 여인...그녀는 무언가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흐응...어서...어서...저의...하아아..."
할짝할짝 소녀는 안타깝게 무엇인가를 갈구하며 여인에게 몸을 부빈다.
"에리...미안하구나...정말....."
순간...하아악! 숨넘어가는 목소리와 동시에 소녀의 몸이 바르르 떨린다.
쭈우욱 몸을 활처럼 휘며 바르르 턱을 치켜 올린다.
여인의 입술이 열리고 혀가 내밀어져 소녀의 목덜미를 싸아아 핱아 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시작일 뿐이다.
톡, 톡...소녀의 양 유두가 혀끝으로 튕겨져 올랐다.
화아아 달콤한 숨결이 귓가에 부어지고 뼈가 없는 듯 부드러운 소녀와 여인의 몸이 엉켜
들었다.
"하아아...좋아..."
봉곳한 소녀의 가슴이 팽팽한 탄력을 전해주며 부풀어 올랐다.
매끄러운 소녀의 아랫배가 미묘한 율동을 보였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가 자신도 모르게 오므려진다.
하지만 부드럽게 달래듯 쓸어올리는 부드러운 손길에 하아아...탄식같은 신음과 함께 스르르
열렸다.
보송보송 솜털이 닾인 소녀의 신선미 넘치는 삼각지대...하얀 백사같은 여인의 팔이 소녀의
허벅지에 감겨져 천천히 좌우로 벌린다.
으응...신음과 함께 소녀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부끄러운 것일까...그러나 소녀는 입술을 물며 파르르 눈썹을 떨었다.
살포시 감겼다가 떠진 눈가에는 초롱초롱 이슬이 맺혀 있었다.
활짝 열린 소녀의꽃잎이 파르르 떨며 앙증맞은 자태를 드러냈다.
"...아름답구나..."
바르작거리며 하얀 손가락이 소녀의 꽃잎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대단히 정성스럽고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하윽! 신음이 터져 나오며 어느틈엔가 조금 질척이는 끈적이는 애액이 배어 나온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 허벅지가 아찔하게 벌려 세워지며 활짝 열려진 은밀한 부위는
꿀을 빠는 나비의 날개가 가볍게 열렸다 닫히듯 움직 거린다.
"히메...사마..."
히메사마 라고 불리는 여인...살포시 혈색을 품고있는 꽃잎같은 입술이 사르르 열린다.
그리고, 드러난 그녀의 입 안...숨을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기묘한 발광을 내는 구슬
하나가 물려있었다.
여인의 입술이 소녀의 앙증맞은 입술과 겹쳐진다.
천천히 여인은 구슬을 살며시 소녀의 입 안에 넘겨준다.
"우응...으으응..."
소녀의 도취된 신음 소리가 더욱 커진다.
묘한 발광을 내는 구슬이 도르르 스스로 굴려지듯 움직이며 입안 깊숙히 파고 들었다가 다시
굴러 나온다.
뱀처럼 얽혀드는 두 여자의 혀 놀림과 같이 그 묘한 구슬은 스스로 움직이며 소녀의 목
안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굴러나와 백색의 여인의 입으로 굴러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소녀의 활짝 열려진 꽃 봉오리를 희롱하던 손길이 더욱 교묘해지더니 이윽고
손가락 몇개가 깊이 파고 든다.
퍼득! 소녀의 몸이 경련한다.
구불텅거리며 여인의 손가락을 단단히 물고 오물거리는 소녀의 신비처...어느틈엔가 철벅
거리는 물기젖은 소리와 함께 쭈욱쭉 손가락을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듬뿍 애액을 흘려
낸다.
"우응...으으응...철벅...하아앙..."
바들바들 떨며 음액을 토해내는 소녀...그때 사르륵 가벼운 발 걸음과 함께 신사의 무녀들이
입는 옷차림을 한 여자 몇이 나타난다.
맨 앞의 여자가 길쭉한 상자를 받쳐들고 와서 가지런히 놓는다.
"......!"
"......"
가볍게 눈짓을 하자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 여자가 길쭉한 상자를 열고는 속에 정성스레
천으로 싸 놓은 무언가를 꺼낸다.
몇 겹인가 싸인 천이 벗겨지고 기묘한 부적과 도형이 그려진 마지막 천이 걷어진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고풍스러운 빛을 뿌리는 장검 한자루...천천히 받쳐든 검 집에서
검날이 뽑혀져 나온다.
스르릉 금속성과 함께 엄습하는 음습한 기운...시릴정도로 빛이 감도는 칼날과 번들거리는
요사한 느낌의 기운이 아지랑이 처럼 뿜어져 나온다.
"흐아앙...흐응..."
갑자기 소녀의 신음이 더욱 격해진다.
리드미컬하게 느릿느릿 움직이던 지금 까지와는 달리 약간은 격렬해진 느낌으로 소녀의
여린 꽃잎과 질 벽을 파고들며 꾸물거리는 여자의 손길...소녀는 흡사 일을보는 것처럼
야릇한 자세로 쪼그려 앉혀져 있었다.
"자아...에리...힘을 빼고 편안하게..."
"하으응...하아...더...더..."
"얌전하게 허벅지를 벌리렴...그렇지..."
히메사마 라고 불린 여인과 무녀 차림의 여인들이 소녀를 다독여 주었다.
샤아아 부풀어 오른 앙증맞은 가슴이 부드러운 손길로 주물려지고 오똑 발기된 양 젖꼭지가
무녀들에 의해 빨려져 희롱댄다.
넓게 벌려 세워진 양 허벅지 사이가 좀 더 넓게 벌려지며 깊게 파고든 손가락이 소녀의 가장
깊은 안쪽으로 파고들어 숨겨진 포인트를 톡톡 자극했다.
"하아아...으응...하으응!"
엉덩이가 리드미컬하게꿈틀거리며 어느 순간 경련하듯 전신을 떨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무녀 하나가 하얀 옥 그릇을 소녀의 사타구니 아래에 얼른 받친다.
실룻실룻거리던 꽃잎이 어느 순간 경련하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대량의 음수를
쮹! 쮸욱! 뿜어낸다.
하아아 입 안에 기묘하게 번들거리는 구슬을 물고 물을 마시는 병아리처럼 허공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소녀는 눈을 하얗게 탈색 시키며 전신을 부르르 떤다.
"히메사마..."
"......"
조용히 무녀가 내민 옥 그릇엔 소녀의 음액이 반정도 담겨 있었다.
슬쩍 그녀의 눈이 향한 곳...약간 파리해진 얼굴로 늘어져있는 소녀는 무녀들에 의해 땀에
젖은 몸이 정성스레 닦여지고 있었다.
민망하게 벌려진 허벅지 안쪽역시 흠뻑 젖어든 음액을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내지며 아랫도리가
파들 경련한다.
"...미안하구나..."
여인은 아직 묘한 구슬을 물고있는 소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소녀의 입 안에 물려 있던 구슬을 다시 자신의 입으로 가져온다.
퐁! 구슬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내려 소녀의 음액이 찰랑이고 있는 옥그릇에 담겨진다.
기묘하게도 구슬은 옥그릇 안에서도 묘한 빛을 내 뿜으며 스르르 스르르 데굴데굴 굴러
다닌다.
"어서...이리로..."
"네..."
음산한 광채를 내뿜는 장검이 히메사마 라는 여인에게 넘겨진다.
투툭! 검 날에 살짝 손을 긋는다.
찡긋 약간은 고통스런 표정이다.
피는 소녀의 음액과 구슬이 담겨진 옥그릇에 투툭 떨어진다.
그러자, 향냄새인듯 기이한 향기와 같이 옥그릇 안에서 기묘한 연기가 사라락 피어 오른다.
얼른 그 연기에 검날을 가져다 댔다.
지잉...지이잉 검이 묘한 광채를 내뿜으며 울어대기 시작한다.
연기가 들이마셔지듯 검날에 흡수되기 시작한다.
검날의 진동은 더욱 심해지다가 어느새인가 스르르 멎으며 비로서 검 날에서 나오는 묘한
광채도 사라지고 검날은 일본도 특유의 맑은 빛을 내뿜는다.
후우우...긴 한숨이 내쉬어진다.
"다 됀듯 하군요...자아...이제 다시 갈무리 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무녀들이 날 듯이 예를 취하며 장검을 받아들고 정성스레 닦아 검 집에 꽂아 넣었다.
다시 찬찬히 검 손잡이와 몸체에 부적을 붙이고 몇겹이나 천을 감고는 상자에 넣어졌다.
"휴우우...점점 더 지독해 지는군요...하긴...수 없는 사람의 원한이 깃든 것이니...그건
그렇고 이 아이를 몸조리 잘 시키도록 하세요...당분간 몸을 움직이는 것 조차 힘들 터이니..."
무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손의 상처를 돌보던 그녀에게 가장 나이 많은듯 보이는 무녀 하나가
조심스레 아뢴다.
"알겠습니다...히메사마...헌데...당주님께서 와 계십니다. 어떻게 할까요?"
히메사마 라고 불린 신비한 여인이 약간 어리둥절한 듯 고개짓을 해 보인다.
"당주님께서? 모시도록 하세요..."
"네..."
"...그 동안 찻아뵙지 못한점...사죄드립니다...얼마나 고초가 크시옵니까..."
촘촘한 발이 쳐진 실내...저 너머로 그린듯 단정히 앉아 있는 누군가의 앞에 부복한 노인...
그의 눈에는 눈물마저 어려 있었다.
"고초라니요...오히려 당주님께서 더 크지 않으십니까...그래 이번에는 무슨 일 이시온지요...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가문의 대소사는 당주님께 일임하였습니다...만..."
노인...'사미다레당'의 기무라 바로 그였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들고 발이 쳐진 안쪽의 누군가를 공손히 우러렀다.
"히메사마...이번에 제가 온 까닭은 단순한 가문의 대소사 때문이 아니옵니다..."
"가문의 대소사 때문이 아니다...그럼 무엇때문인지..."
약간은 의아하다는 목소리였다.
노인은 몇번이고 숨을 고르더니 어렵게 말 문을 열었다.
"히메사마...송구하오나...'천강벽사월 (天降碧邪月)'을 시험할 만한 인재가 나타난 듯
합니다...해서..."
"......!"
흠칫 놀라는 기색이 여기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섬칫할 정도로 오싹한 기색이 감도는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처...천강벽사월을 시험할...인재가 말입니까?..."
노인은 신중한 기색으로 힘주어 말했다.
"그렇습니다...어쩌면 우리 가문의 숙원 또한 이번에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수 백년...
그 어둠속에 묻혀 살아야 했던 그 선조의 숙원 말이옵니다..."
"......"
울먹거리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발이 쳐진 저편의 그녀는 무언가를 깊이 숙고하듯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뭐가 이상한데...?"
차분한 인상의 소녀가 사진을 몇장 늘어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급생으로 보이는 소녀
에게 물었다.
"이것봐...이 사진들을..."
"으응..."
사진은 무질서하게 놓여있었지만 사진에 찍힌 인물은 누구나 아는 유명인사였다.
오토리학원...유치부에서 대학원까지 있는 유서깊은 명문...메이지시대에 유신지사 세력에
의해서 세워 졌다고 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 만큼 규모도 일반 학교에 비해 월등히 크고 사람들도 발에 치일만큼 많았지만 요 근래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속의 인물을 모르는 이는 적어도 고등부 내에선 없을 것이다.
아니, 심지어 중등부와 대학부 쪽 마저도 소문이 퍼져 있었다.
"...왜? 이사미선생님...요즘 유명하쟎아?"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잘 보라구...여기부터...이렇게 날짜별로..."
"흐음...뭐가? 날이가면 갈수록 예뻐지시는거? 휴우우...정말 대단해...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비결이라도 알았으면...얼굴뿐 아니라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 하며...심지어
몸매까지..."
약간은 울상을 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더듬어보던 소녀가 가볍게 도리질을 친다.
"그것도 그렇지만...여길 봐...중요한 것은 이 날이야...정확히 개학후 3일이 지난시점...
이날...이때를 기점으로 갑자기 예뻐졌어 그 후로 나날이...모습이 변하고 있고..."
그제서야 그 말을 듣던 소녀가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고보니 그렇네...스토커인 네가 궁금해 할만 한데?"
"후후후...지금 전교의 학생들이 궁금해 하고 있어...어떻게, 왜! 그 늙은여우가 장미의
백작부인이 되었는지...대중의 궁금증을 알아내는 것 이야말로 기자의 사명! 잘만하면
대단한 건수를 건질수 있을지도 모르지......"
옆의 소녀는 음산한 웃음 소리를 내며 스르르 안경을 번뜩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약간은
질린다는 얼굴을 해 보인다.
"하아아...'스미레(すみれ)짱' 또 시작이니...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만만치 않을껄? 대학부
선배들 조차도 그 장미부인 앞에서면 왠지 주눅이 든다고 하던데...돌격보도로 유명한 방송부
선배들도 실패한 일이야..."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나서겠다는것 아니니! 진실은 드러나야 한다! 수수께끼나 미스터리
같은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아...이면에 숨겨진 진실! 오직 그것을 밝히는것 만이 내 사명!
반드시 밝히고 말겠어...반드시!"
"하아아...잘해 봐라...난 갈테니...그나저나 조심해...저번에 그 음악실 괴담을 밝히겠다고
나섰다가 음악부 미나미 선배랑 농구부 나가유키 선배의 밀회를 방해했다가 너...엄청 혼
났었지? 잘되길 빈다..."
"아앗! 같이가!..."
스미레...그녀는 화다다닥 사진들을 집어 품 속에 갈무리하고 팽 토라진 느낌으로 앞서가는
동급생 소녀를 황급히 따라갔다.
팔랑 열린 창문으로 단풍잎 하나가 들어와 살포시 앉았다.
"......!"
왠지 섬뜩한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떠는 그녀였다.
"응? 선생님...왜 그러세요? 갑자기..."
"아...아무것도...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서..."
그녀의 말을 듣고 선이 가는 고운 얼굴의 소년은 가볍게 쿡 웃어 보였다.
"음기수련이 지나치면 '귀기 (鬼氣)'를 부른다. 혹시 그거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 요 근래
뜸했쟎아요? 하루걸러 한 번씩밖에..."
"흐응...히...히노기상..."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가슴부분을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도드라져 보이는 늘씬한 여교사 이사미
선생의 등쪽에서 팔을 둘러 풍만한 가슴 부위를 자긋이 압박하며 떠 받치듯 주물러 댄다.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능숙한 손 놀림이다.
"...히노기상..."
하아 달콤한 내음이 화르르 풍기는 입술이 살포시 벌어졌다.
"선생님..."
가볍게 둘의 입술이 부딛쳤다.
살짝 달아오른 눈가를 촉촉히 붉히며 이사미가 가볍게 도리질 친다.
"싫어...둘만 있을 때는...이사미 라고 부르랬쟎아...나...화낼꺼야..."
"후후...누님도 참..."
가벼운 신음과 함께 남녀의 몸이 꼬옥 밀착되었다.
에로틱한 느낌이 도는 물기젖은 소리가 둘의 벌려진 입술에서 울려퍼진다.
잔잔한 장미꽃향기가 퍼져 나가고 한참만에야 둘은 아쉬운 얼굴로 떨어진다.
"...정말 좋은데요? 후훗...그건 그렇고...이따 어떠세요? 요번 주말까지는 학교일 외엔
바쁘지도 않을테니까..."
"...나빠...히노기상..."
살포시...입 가의 타액을 핱으며 히노기가 부드럽게 속삭인다.
부르르 온몸이 떨리며 가볍게 하늘로 오를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조금 늦으신다고 그러셨죠? 기다릴께요..."
"...하아아...흐응..."
이사미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달콤한 신음 소리를 내었다.
은은한 장미향이떠도는 상담실 안...히노기는 품안에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여체를 끌어
안으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
왜인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듯한 기분이다.
학생들도 돌아가고 텅 빈듯한 교정...약간은 어둑어둑한 느낌의 길을 걷고 있자니 조금은
꺼름직한 느낌이 드는것 같았다.
떨쳐버리려고 해도 무언가 야릇한 끈적임이 자신을 쫏고 있는듯 하다.
"......"
이사미선생은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그 자리에 서서 가볍게 '운기법'을 행했다.
서늘하면서 청량한 기운이 퍼져가며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
몇분인가 그 자리에 서서 양 손을 가볍게 움직이며 숨을 고른 후에 훨씬 상쾌해진 기분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뭐였지? 방금..."
망원렌즈가 달린 반동식 카메라와 카메라 부착의 핸드폰을 가슴에 지닌채 짙은색의 점퍼로
몸을 가린 소녀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다.
"오싹오싹 짜릿짜릿한 기분이 들었었어...거기에 방금의 그 동작...무슨 의미였을까...?"
스미레라는 이름이었던가...
소녀는 이사미 선생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기 이를 데 없는 걸음을 옮겼다.
"점점 더 흥미로운걸? 수수께끼는 파헤칠수록 재미있단말이야..."
..마츠모토(松本) 스미레(すみれ)...고등부 2학년에 재학중이며 오토리학원의 파파라치,
악몽의 사진광(狂)으로 불리는 소녀였다.
가쉽거리나 소문의 냄새를 잘 맡으며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무언가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면 가만 놔두질 못하는 성격이었다.
때문에 몇번인가 곤란한 일도 당했었고 중학교 때에는 기피인물로 낙인찍혀 왕따아닌
왕따를 당하기도 했지만 전혀 그 성격은 고쳐지지를 않았다.
닌자 뺨치는 움직임으로 이사미를 뒤따르는 소녀...소녀의 눈길은 집요하게 그녀를 뒤쫏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