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20)

3. 투쟁 그리고 화해.

모든 투쟁에는 상처가 남는다 그 것을 감싸주는것은 용서와 서로 손을 내미는 용기 

뿐이다. (세르반테스)

"야! 히노기...너 좀 보자..."

"그러지..."

곤도를 비롯해서 히노기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은 패거리가 시업식 후에 불러냈다.

뭐 별로 할 일도 없고...여유 만만하게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가 보았더니 역시나...아까의 

곤도 라는 녀석을 필두로 학교 뒤쪽 후미진곳에서 대기중이었다.

저마다 곤봉, 목검 같은 것을 든 채였다.

"하아아...역시 너희란 녀석들은 봐 줬으면 봐준대로 가만히 물러날 일이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년들중 하나가 발끈해 나선다.

"시끄러! 바가 주제에 어디서..."

히노기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봐...그렇게 말하면서 떨고 있는게 누구지? 바가? 바가란 것은 말야...자신의 역량도

판단 못하는 너희같은 인간말종들에게나 어울리는 칭호란다...알았니?"

"...이 자식! 가만 보자보자 하니까...야! 덮쳐!"

"오오!"

곤도를 필두로 아이들이 기세등등하게 나섰다.

그러나, 정작 덮쳐드는 아이는 없었다.

히노기를 둘러싸고 있었을 뿐이다.

히노기는 슬쩍 등을 학교 뒷담에 붙이고 사방을 살폈다. 

일단 등은 확보를 한 셈...소년의 시선에 맨 앞쪽 길다란 나무 몽둥이를 들고 히죽이는 

곤도의 얼굴이 보였다.

"이봐...바가상! 네가 왜 바가상인지 뼈져리게 느끼게 해 줄께...흐흐흐..." 

그러나, 곤도는 웃음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쉬익 히노기가 자신에게 달려 드는 것을 보아야

했다.

몸을 낮추고 날아들 듯 곤도의 품에 파고든 히노기...곤도의 손에들린 막대가 휘둘러 졌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퍽! 가슴 부위에 둔탁한 통증과 함께 곤도의 몸이 붕 떳다가 가라 앉았다.

그러나, 이 것이 끝이 아니었다.

꽃이 피어나듯 우아하게 뻗어져 유영하는 히노기의 팔과 손...연달아 퍽퍽 둔탁한 격타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환상처럼 보고만 있어야 했다.

-화동권법 花動拳法 - 천지화우 天地華雨...

흡사 수많은 꽃잎들이 휘날리는듯 했다.

화동권법의 중추 중 중추...수많은 꽃들이 활짝 어울리듯 피어오르고 지는 형상을 보고 

창조했다는 초식답게 화려하면서 가공한 위력이었다.

히노기는 사분사뿐 경쾌한 보법을 밟으며 연달아 곤도를 가격했다.

-권경(拳經)에서 말하길 초전에 기세를 장악해야 한다. 상대가 여럿일때는 그 첫 상대를 

또한 상대의 가장 첫번째 수를 철저히 파괴하고 제압해야 한다. -

떨그렁 곤도의 손에서 마대자루에서 뺀 듯한 막대기가 떨궈졌다.

곤도는 멍청한 얼굴로 하늘을 어우르다 풀석 쓰러져 파르르 몸을 떨었다.

주르르 오줌이 흘러나온 듯 곤도의 사타구니가 축축히 젖어 들었으며 입에선 철철 침과 

오물이 게워내졌다.

"히...히익!"

"이...이야아!"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한 무리는 겁에질렸고 한 무리는 분기탱천 손에 든 막대기며

목검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히노기가 착실히 보법을 밟아 나갔다.

'보법-步法' 적에게서는 멀고 자신에게는 가깝게 라는 말 그대로 히노기의 화동권에 속한

보법및 진경룡 에게서 철저히 교육받은 삼재보, 회선보 모두 적의 배후나 공격 사각지대로 

돌아가는 법식 이었다.

더구나 화동권의 보법은 고대 중국 '꾸냥'의 몸 동작에서 본뜬 것이다.

당연히 히노기의 몸 동작은 사뿐사뿐 하느작거리는 버들가지처럼 잡힐듯 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히노기를 맞힌 다는 것이 같은편을 때리는 불상사도 있었다.

"퍽!"

"야! 너 왜 날 때리고 난리야!"

"임마! 내가 일부러 그랬냐? 근데 넌 왜 날 또 때려?"

히노기는 이런 아이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비록 32식밖에 안되는 단순한 권법이었지만 여기 소년들을 상대로 써 먹기엔 넘칠 정도였다.

"퍼퍼퍽!"

"파악!"

"끄윽..."

"......"

하나, 둘, 아이들이 쓰러지고...어느덧 남은 소년들은 와락 겁을내기 시작했다.

"도...도망가자!"

"야!...같이 가!"

히노기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같은 녀석들..." 

썰렁해진 자리...남은 사람 이라곤 부들부들 히노기에게서 제일 많이 얻어맞은 곤도 한명 

뿐이었다.

"쯧...너도 참 불쌍한 녀석이네...누구도 돌봐 주는 이 없이...이걸 어쩌냐? 응? 그냥 놔두고

가버려?"

콕콕 막대기를 주워들고 곤도를 몇차례 찔러보던 히노기는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잠시 내려다보던 히노기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 쉰다.

"하는 수 없지...비록 행실은 밉지만, 이렇게 놔둘수는 없으니...쿡쿡쿡..."

히노기는 결국 곤도를 들쳐 부축하고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몇몇 아이들이 지켜보며 놀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오늘따라 저녁 햇빛이 유달리 고왔다.

"으윽! 살려줘!"

눈이 번쩍 떠졌다.

푹신한 이불이 느껴졌다.

송글송글 솟아난 땀이 느껴진다.

후우우 긴 숨을 내쉬었다.

"꿈이었나..."

다이몬 곤도...소년이 눈을 뜬 곳은 한눈에 보아도 화려한 침실이었다.

"...여긴?"

곤도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이! 살긴 살았나 보네...쿡쿡...일어났으면 밥먹어! 마침 저녁 다 됐으니까..."

"허...허억!"

곤도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실실 웃음을 담고있는 목소리의 주인공...푸른색 앞치마를 두르고 빼꼼이 고개를 내민 그

사람...바로 그 동안 줄기차게 놀려먹은 히노기 였기 때문이다.

곤도는 눈에 띄게 당황하고 말았다.

"네...네가 어떻게...그리고 여...여긴..."

히노기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야야! 정신차려 정신...너 참...안됐더라...어떻게 의리도 없이 널 죄 내팽겨치고 도망가냐? 

쿡쿡...바지에 오줌은 쌋지...입으로 토하지...어쩌겠냐...여기? 우리 집이다! 네 옷은 대충 

빨았으니까 신경끄고 거기 가운 있지? 흉한 뱃살이나 가리고 나와! 밥먹게...하하핫..."

"......!"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이 된 곤도가 털썩 침대에 주저 앉는다.

"이거...이거...하아...푸...푸..."

향긋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요리였다.

등푸른생선을 냄새나지 않게 조린 요리에 콩과 잡곡을 섞은 밥...게다가 마파두부, 

오향장육...양도 상당히 푸짐하다.

후식으로 먹음직한 푸딩과 슈크림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곤도는 도무지 먹을 맛이나지 않는다.

한참 깨작대려니 히노기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다가 앞에놓인 밥과 반찬의 맛을 본다.

"야! 맛없냐? 왜그래? 흐음...뭐 조미료를 잘못 넣었나?" 

"아...아니...그냥...어색해서..."

"쿠쿠쿡...그래? 솔직히 나도 그래..."

히노기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꾸역꾸역 밥을 퍼 먹는다.

주위를 휘 둘러보니 상당히 화려한 집안이었지만 왠지 썰렁한 느낌마저 감돈다.

"집에...너 혼자야?" 

곤도의 물음에 히노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응..." 

굴꺽 물을 마신 후에 비로서 제 말소리가 나온다.

"후아...시원하다...그래 혼자다! 젠장...엄마가 있긴 있는데...이 여자가 무슨 일인지 내가 

방학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물에 빠졌는데도 콧배기도 안보이더라...결국 포기했지...쿡쿡"

"...!"

히노기가 찬찬히 쇼크먹은 곤도를 바라본다.

조금 불편한 기색을 내 비치자 툭 어깨를 두드렸다.

"큭큭...얼굴 풀어라...그 의기양양하던 네가 왜 이렇게 풀이 죽었냐? 곤도상! 큭큭...뭐 

어쨋든 이해는 한다! 그래! 왕따 당한 나도 책임은 크지...뭐를 물어도 대답도 안하지...

버벅대지...나 같아도 같쟎게여겼을 테니...그런데, 곤도...너라면 어떻겠냐? 이런 커다란 

집에 매일매일 혼자라면...여기 방문한 것은 네가 처음이야......소학교 4학년 부터였군...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혼자살기 시작한게...엄마라는 인간은 일년에 한번 얼굴 비칠까

말까...훗훗...여기로 이사올 때도 모든것을 혼자했었다...중학교때부터 학교 행사에 찾아온

적도 없었고..."

"......"

"대충먹고 좀 쉬었다가...자도록 해...오늘은 늦었으니...아참! 집에 연락은 하구...그리고, 

아까 있었던 일은 잊도록 해...나나 너나 별로 그리 유쾌한 기억도 아니고...뭐 나의 경우는 

후련하긴 하지만, 서글프더라...결국 너나 나나 마찬가지 입장이란 건가...?"

곤도는 순간 울컥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아나는듯 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푹 수그릴 수 밖에 없었다.

분명히 느꼈었다.

위로 게워내고 아래로 힘이 빠지며 주르르 뜨거운 소변을 쏫아내던 그 느낌...헌데 지금은 

갓 목욕한듯 온몸이 뽀송뽀송 하기까지 하다.

누가 자신을 살펴 주었겠는가...

"히노기...미안하다..."

조그맣게 나오는 목소리였다.

"후후...미안한거 알면 됐다! 다시는 그러지 마! 나는 물론 그 누구라도...자 손 잡아! 이걸로

다 푸는거야! 하지만, 널 그냥 내팽겨치고 간 애들은 좀 괘씸한데? 하하하..."

기운차게 손을 내미는 히노기에게 머뭇머뭇 손을 내밀었다.

히노기는 곤도의 손을 잡아 굳게 쥐고는 흔들었다.

"이 것으로 앞으로 유감 같은건 없기야! 만약 또 싸우고 싶다면 그때는 정정당당히 하자구

...나도 널 이해는 하니까...하지만, 다시는 이런일없도록 해! 다시는...그것은 누구한테도 

상처만 될 뿐이니까..."

"응...미안해...히노기...정말..."

두 소년은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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