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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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졸업했던 고등학교의 체육 비품실...

어두운 비품실 안에 태연이 새하얀 반팔 상의와 자주색 반바지 하의로 이루어진 

학교 체육복을 입고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끼이이이이익................ >

경첩에 녹이 슬어있는 오래된 비품실의 철문이 음침한 소리를 내며 스르륵 열렸다.

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 세상은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그 암흑 속에서 번쩍이는 두개의 안광...

동물인지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혹은 유령일지도 모른다....

태연은 미지의 존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공포감에 사로잡혀 앉은 채로 자꾸만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스산한 발걸음을 옮기며 비품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마침내 태연의 앞에 당도한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머리와 몸통, 팔 다리가 붙어 있는 모양이나 두 발로 서있는 형상은 꼭 사람이었다.

'그것'이 코앞에 다가오자 태연은 그 존재에 대한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머리끝이 비품실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몸집의 '그것'은 태연이 저항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태연이 놀란 나머지 허겁지겁 주변에 있던 축구공, 야구배트, 줄넘기 등의 체육 비품 등을 던지며 저항했으나

그 존재는 움찔거리는 정도의 반응조차 보이지 않으며 태연을 거대한 손으로 잡아쥐고 들어올렸다.

"아.... 안 돼...!! "

태연은 바둥바둥 거리면서 그의 손아귀에서 저항의 몸짓을 계속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 미지의 존재가 태연을 한 손에 꼭 쥔 채로 그녀의 면전에 얼굴을 들이대는 바람에 

태연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고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존재는 고교 시절의 자신의 체육 선생 <민철> 이었던 것이다.

분명 괴물같은 몸집에 짐승만큼이나 번쩍이는 눈빛은 평소와 달랐으나 그 얼굴은 분명 민철의 것이었다.

괴물의 몸을 한 민철이 태연의 귓가에 중얼거렸다.

"넌 나한테서 벗어날 수가 없어.. 벗어날 수 없어... "

"으앗..! 씨..!!! "

태연은 그의 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듣고는 자기 보호의 본능으로 그나마 자유로운 오른팔을

움직여 20cm앞까지 얼굴을 들이댄 악마같은 민철의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후려쳤다.

그녀의 저항에 민철의 얼굴이 마치 홀로그램처럼 흐릿해졌고 손아귀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때를 틈타 태연은 언제 생겼는지 모를 

자신의 오른손 안의 식칼을 들고 그 괴물의 이마 한 가운데를 내리찍었다.

<퍼억~~!!!! >

'그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뭉게뭉게 연기를 내뿜더니 한줌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태연은 본능적으로 휘둘렀던 식칼을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공중에 붕 떠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의 몸을 지탱해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녀는 그렇게 허공에 떠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정적.....

정적....

태연이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가볍게 눈을 한 번.. 또 한 번 깜빡였고..

어느새 장소는 바뀌어 자신이 결혼식장 안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대한 대리석 홀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축복해주고 있었고

천장에 설치된 특수장치에서 종이꽃들이 반짝이며 떨어지고 있었다.

7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검은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내가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아마도 태연의 남편이 될 사람일것이리라...

태연도 어느새 아까의 일은 잊고 수줍은 신부의 모습으로 사뿐사뿐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멋지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환한 얼굴로 자신을 맞아주었고 태연에게 팔짱을 끼어주었다.

태연과 남편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내가 다정하게 팔짱을 낀채 주례석 앞에 당도했다.

주례자가 모든 결혼식에서 하듯이 정형화된 몇 마디를 마치고 두 사람의 키스를 권유했다.

태연은 결혼이라는 성스러운 의식이 주는 설렘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때, 갑자기 자신의 뒷목을 그 남자가 붙잡더니 강제적으로 입술을 벌려 혀를 집어넣었다.

아니 결혼식에 딥키스가 왠말이란 말인가..

태연은 깜짝 놀라며 그를 밀쳐내려고 애를 써봤지만 힘으로 뿌리치기란 쉽지 않았다.

자신들의 엽기적인 행태를 바라보고 있을 축하객들의 존재들을 의식한 태연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강압적인 키스가 마침내 끝이 나고 태연은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어찌 수습해야할지 난감해하는 태연은 

갑자기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아름다운 드레스는 온데간데 없고 

실오라기 하나 없이 자신이 발가벗은 채 서있었던 것이 아닌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태연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농락했던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대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남편의 역할을 맡고 팔짱을 끼고 있던 사내가 바로 민철이었던 것이다..

"말했잖아.... 넌 내꺼라니까.. "

민철의 몸이 아까처럼 다시 괴물처럼 커졌고 계속 커지더니 결혼식장실내에 꽉 찰만큼 몸집이 불어났다.

"꺄아~~ !! "

<툭... >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상황에 태연이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태연은 자신의 머리가 무언가 조그맣고 딱딱한 것에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마이크였다.

라디오 방송을 하다가 음악과 광고가 나가는 동안 잠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아... 잠이 들었었구나... 다행이야.. '

태연이 꿈속의 상황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밖에도 기이한 꿈들을 태연은 최근에 빈번하게 꾸고 있었다.

태연은 요즘들어 부쩍 꿈속에서 민철을 자주 만났다.

얼굴 모를 사내와 저속하게 관계를 맺고 나서 문득 그를 바라보면 그는 어김없이 민철이었다.

연인으로 나오거나 학창 시절로 돌아가 그를 만나는 일도 많았다.

태연은 요즘 자신이 너무 과로를 한 탓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언제 지나갔는지 다시 사인이 들어왔고 태연은 멍하니 집중하지 못한 상태로

결국 그날의 마지막 라디오 방송분을 마쳤다.

밀려오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기지개를 펴는 태연에게 작가 한 명이 지나가듯 한 마디 던졌다.

"태연씨, 예전같지 않아.. 무슨 일 있어...? "

"아.. 아니에요.. 그런거 없어요.. 헤헤.. "

태연이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방긋 웃어보였다. 

"그래..? 뭐 그렇담 다행이구.. 수고했어.. "

"네에.. 감사해요.. "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작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태연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그 방을 나섰다.

라디오 방송국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태연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하며 전화가 걸려온 것을 알렸다.

아니나 다를까.. 민철이었다...

그의 번호를 따로이 저장하지는 않았으나 매일처럼 걸려오던 민철의 번호를 그녀가 잊을리 없었다.

태연이 직접 그를 찾아가서 결국 몸을 허락한 일이 있은 뒤로 약 1주일만의 전화였다.

"우리 태연이.. 잘 지냈어..? "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아요.. "

그의 전화를 받고 표정이 급변한 태연은 냉정한 말투로 답했다.

"아직도 까부는 건 여전하구나.. 오늘 다시 이곳으로 와.. 버릇을 고쳐줄테니.. "

"선생님이 오라면 제가 갈 것 같아요..? "

"글쎄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오라고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올 것 같은데.. 아닌가..? "

"..........."

태연은 그 말이 분했는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그의 연락이 없자 조금은 신경이 쓰였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이대로 민철을 상대로 달아오르는 말도 안 되는 자신의 모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일주일만에 걸려온 그의 전화와 제안 한 번에 그녀의 마음은 또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이대로 거절해버리기엔 무언지 모를 그 마음속 뜨거움의 정도가 너무 강했다.

"건물 2층 남자 화장실로 가봐.. "

"무.. 무슨 소리에요.. 남자 화장실이라니.. "

"가보면 알아 이것아.. 너를 위해서 뭔가를 가져다 놓았으니 가서 한 번 보라구.. "

태연은 민철의 계속되는 강요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따랐다.

전화를 끊고 그의 말을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었겠지만 태연의 마음속 목소리가

그의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었다. 강압적인 그의 말투에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태연이었다.

남자화장실 앞... 태연이 서 있었다..

이미 불이 꺼져 어두운 복도, 여자화장실과 나란히 있는 남자화장실.. 

두 곳에서만 빛이 환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 남자 화장실 앞에 왔어요.. "

"안으로 들어가... "

"네...? "

"들어가라고.. 들어가서 가운데 칸 변기 뚜껑을 열어봐.. "

"...."

태연은 어느새 그의 말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고 마음을 졸이며 남자화장실 안을 살펴본 후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슬그머니 가운데 칸 안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때 철없이 장난을 치던 때 이후로 처음 들어가보는 남자화장실이었다.

태연이 조심스럽게 가운데 칸 변기의 물탱크 뚜껑을 열어보자 거기엔 네모난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상자 안을 가만히 열어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순백색 털로 뒤덮인 롱코트 한 벌과 검정색 속옷 한 벌이었다.

당황해하는 태연에게 떨어지는 민철의 단호한 명령..

"입어... 그것만 입고와.. "

"그.. 그렇지만.... "

"그럼 끊는다.. "

민철은 태연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할 이야기만 해버린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가 끝난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서서 갈등하는 태연....

상식적인 선에서는 무리한 제안임이 분명했으나 

태연은 어느새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새하얀 색의 고급 토끼털 롱코트는 밑단이 태연의 무릎까지 이르렀으며 

덕분에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맨다리가 노출되었다.

태연은 우선 자신이 입고 있었던 옷은 모두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는 남자화장실 문밖으로 빼꼼히 고개만 내밀어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핀 후에

행여나 누군가가 자신을 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약 100m쯤 걸었을까..

"어!! 태연씨 아니야..? "

태연은 뒤쪽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얼른 뒤를 돌아본 태연의 시야 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 끝낸 라디오 프로그램의 PD..

자칫 잘못하여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다가 겨우 속옷과 코트만 입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노출증같은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소녀로 두고두고 회자될지도 몰랐다.

특히나 자신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리더, 그러한 구설수에 오르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재앙이었다.

"태연씨 맞네~ 그 새 옷 갈아입은거야..? "

"아.. 네.....그게.... 저 그럼.. 바빠서 이만 먼저 가볼께요~!! "

"어어..... 그.. 그래.. 잘 가 태연씨!! "

태연은 PD가 자신에게 몇 마디 건넬 기미가 보이자 

급하게 몇 마디 얼버무리곤 부리나케 출구 쪽으로 뛰어갔다.

혹시나 열려버릴까 꼼꼼하게 끼워넣었던 코트 단추를 조그만 손으로 단단하게 쥐고 

앞섶을 꼭 여민채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태연..

숨을 헐떡이는 태연이 마저 평정심을 되찾기도 전에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오늘은 매니저가 차를 태워주지 않으므로 어디어디로 가서 버스를 타야한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미리 용일 혹은 민철이 손을 써둔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태연에게는 낭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어딜 가나 주목받는 아이돌 스타인 자신이

코트 안에 속옷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부터가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밤 늦은 시각이라 행인이 드물다는 점 정도였다.

태연은 자신의 핸드폰 문자창에 나온 내용대로 길을 따라갔다.

코너를 한 번 돌아 골목을 지나고, ㅇㅇ상가를 지나서 또 다시 좁은 골목을 지나고...

민철이 지시한 버스정류장은 꽤나 외곽에 있는 모양인지 낯설고 번화하지 않은 풍경들이 연달아 보였다.

걷는 내내 누군가가 혹시 자신을 알아보지는 않을까.. 

안절부절하며 길을 걷는 태연의 심장은 큰 소리로 쿵쾅대며 박동을 계속했다.

몇 분쯤 계속해서 걸었을까..

마침내 태연의 눈앞에 버스 정류장 하나가 나타났다.

주변 건물들의 간판들로 미루어보아 민철이 지시한 정류장이 맞는 것 같았다.

그 정류장에서 그 늦은 시간대에 운행을 계속하는 버스는 단 한 대.. 그것도 막차였다.

그 버스를 타기 위한 다른 사람들은 아직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제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판단되자 한시름 놓인 태연이 놀라 뛰던 가슴을 진정시켰다.

숨을 고르고 자신의 몸을 가려주고 있는 단 한 벌의 코트가 혹시나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는 태연..

그 순간, 뒤에서 소리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태연의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자신의 눈앞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의 형태로 보아 의문의 주인공은 남자임에 분명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태연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아까 만났던 PD에게 들켰더라면 어설프게나마 지어낸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림자의 주인공이 야심한 시각에 밤길에서 나약한 부녀자들을 덮치는 강간범이라도 되는 날에는

지금껏 용일, 민철에게 많은 수모를 겪었다고는 하나 그녀는 또 다른 수준의 능욕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더군다나 겨우 속옷 한 벌과 코트만 입고 있는 자신의 상태로 미루어 빠져나갈 구멍도 없는 것이었다.

태연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고 그녀의 동작 역시 조각상이라도 된 듯 딱딱하게 멈추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꼬여버린걸까.. 

한탄과 걱정, 두려움, 불안함이 한데 섞인 태연의 표정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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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각, 수영이 샐쭉한 표정으로 방 안 쇼파에 앉아있었다..

용일이 자신을 품어주었던 것이 벌써 몇 주 정도가 지났다.

"김태희"라는 새로운 타겟을 길들이는데 용일이 집중하면서 그밖의 소녀들에게 조금 소홀했던 탓이었다.

수영의 올해 나이 21살, 아직 여성으로서 성욕이 왕성할 나이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미 용일에게 길들여지는 동안 어느 정도의 맛을 알아버린 그녀는 적잖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 용일은 사무실로 들어가 일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

애교많고 총애받는 티파니와 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그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승연에게 도움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한승연, 그녀는 사실 운이 나쁘게도 납치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윤아와 함께 납치되어버린 케이스이다.

그렇다고 하여 납치의 과정을 지켜봐버린 그녀를 두고 오거나 목숨을 앗아가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결국 승연은 다른 멤버들과 함께 용일의 조교의 대상이 되고 말았고 처음에는 여느 소녀들처럼 격렬히 저항했다.

허나 길들여지는 동안 유독 가학적이고 SM 적인 플레이에 반응을 보이던 그녀는 결국 용일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수영과 승연은 같은 SM 적 취향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또 그 안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수영은 일방적으로 M(당하는 쪽)에 가까운 성향이라면 승연은 S와 M 적 기질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승연은 용일과 플레이할 때면 당연스럽게 노예의 위치로 돌아갔지만 

그 외에 다른 대상과 플레이를 할 땐 주인과도 같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결국 이렇게 만난 둘은 쿵짝이 잘 맞는 한쌍이 될 수 있었다.

수영은 늘씬하고 긴 다리를 감싸는 가터벨트와 검은 스타킹, 그리고 브래지어만을 착용하고 

목에는 애완견에게나 채울 법한 붉은색 개목걸이를 채운 채로 승연이 기다리고 있을 지하실로 내려갔다.

새빨간 하이힐을 또각또각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수영, 

그녀가 걷는 계단의 끝에는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묶고 진한 눈화장을 한 채로 

수영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이스 장식의 속옷만 입은 채 서 있는 승연이 있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수영의 언더웨어는 검은색, 승연의 언더웨어는 와인색이라는 것 정도였다.

지하실 문이 열리며 수영이 안으로 들어섰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두 소녀의 눈이 일순간 마주쳤다.

두 소녀가 입고 있는 차림이나 복장, 음침한 지하실의 분위기가 서로의 욕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해맑은 표정으로 눈웃음을 짓던 승연도 이 순간만큼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진한 눈화장과 속눈썹이 곁들여져 그녀의 커다란 눈이 꽤나 사나운 인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정해진 수순인듯... 

수영은 승연의 앞에 엎드려서 허리와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자세를 취했다.

승연은 늘씬하게 빠진 수영의 길다란 팔다리와 몸매를 감상하며 자신의 주인인 용일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기분도 이러한 것이 아닐까.. 떠올려보았다.

이미 속옷만 착용하고 힐을 신고 내려오는 것만으로도 잔뜩 몸이 달아올라있던 수영은

자신의 몸매를 감상하는 승연의 눈빛과 손길이 느껴질 때마다 전신을 움찔거렸다.

"많이 외로웠던거야..? "

승연이 가볍게 주먹을 쥐고 검지손가락만 세운채 수영의 등허리 가운데 라인을 따라 죽 훑어내려오면서

그녀의 엉덩이쪽 깊은 계곡을 쓸어내리면서 은밀하게 물어왔다.

"네에.... 주인님... "

그러자 수영이 엎드린 채 어깨와 허리를 움찔대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영에게는 용일이 없는 자리에서 플레이하는 순간만큼은 승연을 주인으로 여겼기에 

평상시에 그녀를 대하는 것과는 달리 항상 존대를 해오고 있었다.

기대했던 대답을 들었다는 듯, 승연은 피식 웃고는 계속해서 그녀의 전신을 손가락만으로 쓰다듬어주었다.

수영의 뜨거워진 체온, 부드러운 피부, 떨리는 촉감까지.. 손가락 끝을 통해 승연에게 생생하게 전해졌다.

수영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승연의 손끝을 느끼면서 엎드려만 있었다.

"역시.. 뜨겁네..? 역시 나의 수영이다워.."

승연은 수영의 귓가에 조그마하게 속삭이고는 그녀의 목줄을 쥐어 지하실 한 쪽 기둥으로 인도했다.

승연은 그녀를 기둥에 기대어 서게 한 후에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밧줄로 그녀를 묶었다.

용일의 그것에 비해서 부족하기는 하나 매듭을 짓고 몸을 옭아매는 실력이 보통은 아니었다.

잠시간의 시간만에 수영은 밧줄로 기둥에 고정된 채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다만 용일에게 조교당할 초기의 상황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강제가 아닌 수영 자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과 그녀가 그 상황 자체를 꽤나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변태적 플레이가 낯설지 않은 수영은 상기된 표정으로 승연의 손길에 순순히 따랐다.

승연은 마무리로 개그볼(입에 물려 다물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작은 공 모양의 기구)을

수영의 입에 물리고는 개그볼에 연결된 끈을 그녀의 뒷덜미를 둘러 채워서 고정시켰다.

수영은 이제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숨조차 입으로 간신히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고문을 당하는 듯한 모습은, 상식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미 메조 성향에 눈을 떠버린 수영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흥분감이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승연은 마치 예술작품이라도 하나 완성시킨 것마냥 

수영을 '그러한 상태'로 만들어놓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승연은 이번에는 남성의 성기모양을 한 기구를 들고 그녀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왔다.

수영이 목젖을 넘기며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리는 듯 했다.

승연은 손에 들고 있는 기구를 밧줄에 묶여 벌어진 다리 사이에다 문질러댔다.

<스으윽... 스윽.. 스으윽..>

찬찬히 애를 태우듯 움직이는 승연이 손에 든 기구로 수영을 자극했다.

"흐그윽.... 흑.. "

입에 물려진 개그볼 탓인지 신음소리마저 시원하게 터뜨려내지 못하는 수영.

승연은 그런 수영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짓곤 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때... 많이 힘든거야..? 그만하고 싶어..? "

은근하게 물어오는 승연의 질문에 수영은 완강하게 도리질을 쳤다.

더 해달라는 간절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몸짓에 승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지었다.

그러면서도 아랑곳없이 수영의 아랫도리를 문지르는 기구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었고

수영은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코끝으로 거친 숨소리를 내쉬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우린 서로를 잘 알잖아.. "

수영의 이마를 짚고는 관자놀이를 지나 뺨을 타고 쓸어내려오는 승연의 손길..

수영은 승연의 크고 아름다운 두 눈을 바라보며 수긍의 눈짓을 보내왔다.

기구를 들고 수영의 다리 사이를 계속해서 자극하던 승연은 이제 손에서 기구를 내려놓고

직접 손가락 두 개를 세워 수영의 질구 근처를 살살 간지럽히듯 자극해주었다.

기둥에 묶여 어정쩡한 자세로 공중에 떠있는 수영의 자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힘들게 했지만

그러한 육체적 고통은 역으로 수영의 피학에 기인한 음심을 더욱 가중시켰다.

"흐으윽... 윽... 으읍.. "

호흡이 불규칙해진 수영의 입가를 타고 침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수영의 음부를 자극하던 승연의 손가락은 더 이상 문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질 안으로 살며시 들어가 질 안까지 자극해주기 시작했다.

"으윽.. 흐그윽.. "

수영이 갑자기 큰 자극이 몸안에 전해지자 일순간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찡그린 표정 뒤에 숨은 진심어린 흥분감마저 모두 숨길 수는 없었다.

승연의 손가락을 적시며 촉촉하게 수영의 애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승연은 수영의 입을 불편하게 하고 있던 개그볼을 풀어내 그녀의 입을 자유롭게 해주고는

애액으로 적셔진 자신의 손가락을 수영의 입안에 넣어 빨게 했다...

기다렸다는 듯 수영의 벌려진 입안에서 나온 혓바닥이 부드럽게 승연의 손가락을 감싸안았고

승연은 말을 잘 듣는 강아지에게 칭찬을 하는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칭찬을 대신했다.

"좋아.. 계속 그렇게 빨아줘... "

"우웅... 쫍.. 쪼옵.. 네에.. 쪽.. "

수영의 입안에서 승연의 손가락 두개가 휘휘 내저어졌고 수영 역시 익숙하게 그녀의 손가락을

빨아주며 그녀의 호의 아닌 호의에 응답했다.

수영의 입안에 손가락을 넣은 채로 승연은 수영의 유두 한 쪽을 나머지 한쪽 손으로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꼬집어 비틀며 그녀의 신체에 지속적인 자극을 가했다...

수영의 신음소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그녀의 입안에 있는 승연의 손가락으로

신음소리의 진동이 전해져 승연마저도 저릿저릿한 쾌감을 공유할 수 있었다.

수영을 한껏 괴롭힌 이후에 승연은 그녀를 침대에 엎드리게 하여 다른 방식으로 묶었다.

두 팔을 뒤로 하고 손목을 묶고 그 매듭을 발목을 묶은 매듭과 연결시켜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자세였다.

수영의 허리가 뒤로 꺾이고 손목과 발목이 뒤쪽으로 한데 묶여 엉덩이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수영이 용일의 무리에게 처음 길들여질 당시에 그녀의 강한 반항을 억누르기 위해

그들이 묶었던 바로 그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처참한 강제적 윤간과 상처만 남은 능욕들로 얼룩진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하나의 추억과도 같이... 

처음 납치되어 길들여질 당시의 충격과 흥분은 왜곡된 기억으로 그녀의 뇌리에 저장되었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수영이 가장 좋아하는 자세였고 승연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의 흥분을 되찾아줄께.."

"아아.. 네.. 감사해요.. "

승연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수영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이야기하자

수영이 희열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자세로 묶여진 수영에게 가장 먼저 승연이 선물한 것은 엄지손가락만한 바이브레이터.

승연은 손으로 수영의 엉덩이를 벌려 부끄러운 애널에 바이브레이터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뒤이어 수영이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남성 성기 모형의 자위 기구가 수영의 질구로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이은 자극에 그녀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찌푸려졌고, 승연은 기구가 수영의 질 안에 반쯤 들어간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수영의 애널 안에 들어가있던 바이브레이터의 스위치를 켰다.

<위이이잉.. 지이잉... >

"흐으윽... 아~~~!! "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소리와 함께 승연의 손에 들린 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수영의 입에서 가녀린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엉덩이가 위로 들어올려지고 허리가 조금 더 젖혀지면서 그녀의 신음소리가 더욱 커졌고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옥죄고 있던 밧줄들이 한층 더 강하게 조여들어왔다.

승연은 수영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하면서 스스로도 꽤 흥분이 되었는지 아래쪽 속옷이

자기도 모르게 흥건이 젖어 오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승연은 수영의 질과 애널에 그대로 두 기구를 넣어둔 채로 엎드린 수영의 앞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바닥에서 45도 정도의 각도로 들려진 수영의 얼굴 앞에 승연의 촉촉해진 꽃잎이 위치하게 되었고

승연은 수영의 머리칼을 붙잡고 자신의 다리 사이로 그녀의 얼굴을 당겨왔다.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두 소녀의 몸에서 속옷은 벗겨져버린지 오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늘씬한 소녀 둘이 음란한 자세로 변태적 행위를 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래쪽 자신의 성감대를 뻐근하게 채워오는 느낌의 바이브레이터와 기구도 그랬지만..

그러한 육체적 자극보다도 수영의 황홀함과 쾌락에 부채질을 하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인 승연의 앞에서 굴욕적인 자세로 그녀의 음부를 애무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였다.

또한 흥분에 겨운 수영의 혀놀림과 신음소리가 교태로워질수록 

그녀가 자극하고 있는 승연이 느끼는 쾌감 역시도 배가되고 있었다.

승연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위치한 수영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마음껏 황홀감을 표현했다.

"아아~~~ 미칠 것 같아~~ 아앙~!! "

수영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승연의 양쪽 허벅지에 힘이 바짝 들어갔고

그런 승연의 민감한 반응에 더욱 기운을 얻었는지 수영의 입술과 혀의 놀림은 더욱 빠르고 능숙해졌다.

승연은 흥분을 견딜 수 없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자신의 손으로 억지로 틀어막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고 그 입술 틈에서 흘러나오는 끙끙대는 소리는 수영을 더욱 자극했다.

결국 마음이 맞는 두 소녀는 그렇게 서로를 탐하며 그날 새벽을 지새고야 말았다.

다음날 아침....

붉게 홍조를 띈 양 볼과 흐트러진 머리칼, 밧줄에 묶여 있어 흐트러진 자세를 하고 있는 수영과,

여전히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묶어올린 채 고른 호흡을 유지하는 승연의 모습은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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