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부 드러나는 진실들Ⅰ
숙소로 돌아온 써니는 태연이와 다른 소녀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숨긴 채 써니는 그 짧은 순간이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때는 자신은 그런 일을 겪고 있는데도 모든 것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흘려가는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스케줄에 치여 몸이라도 혹사하면 그 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덜 나겠지만
이번 gee미니앨범에 대한 활동이 마무리되었고
이제는 단체스케줄보다는 개인적인 스케줄이 많아져 예전보다 더 여유로워지면서
그것마저도 되지 않아 써니는 더욱 괴로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려갔고 또 다시 오늘 밤, 그 날이 돌아왔다.
써니는 어제 밤부터 오늘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보았지만
시간은 써니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숙소 앞에서는 스케줄을 나가는 소녀들과
남아있는 소녀들이 마중을 나오는 것으로 붐비고 있었다.
제일 먼저 유리와 티파니가 오늘 음악방송 mc를 보기 위해
숙소를 빠져나갔고 그 뒤를 이어 효연이가 숙소를 빠져나갔다.
효연이는 오늘 용준이와의 데이트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예쁘게 치장을 하느라 늦었는지 다른 소녀들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숙소를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써니와 수영이가 숙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고
태연은 그 두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현관 앞까지 나와있었다.
“써니랑 수영이 방송 잘하고 와~”
“태연아, 넌 오늘 동우오빠랑 고아원가기로 했지
그럼 오늘 라디오는 녹화방송이야?”
“아니 가야지
고아원에 들려다가 바로 방송국으로 갈려고”
“그렇구나.. 태연아 나 갔다 올게...”
써니는 태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오전 스케줄을 위해 숙소를 빠져나갔다.
써니는 밴의 맨 뒤 좌석에 몸을 기대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창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봐라 보면서 써니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현재 자신의 기분과는180도 다른 모습,
해맑게 웃는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야 한다는 사실에
써니는 마치 모든 것을 숨기고 웃고 있는 광대가 된 것 같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써니는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숙소 안..
오늘 스케줄이 있는 소녀들이 모두 나간 뒤 곧 이어 동우가 숙소로 들어왔다.
동우가 숙소 안으로 들어오자 제일 먼저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서현이였다.
“다른 얘들은 다 나간 거야? 태연이랑 제시카는?”
서현은 동우의 팔을 잡고서는 거실로 데리고 가면서
“다른 언니들은 지금 나갈 준비하고 있어요.”
“넌 준비 다 했어?”
“네~ 오빠”
“하긴 울 막냉이는 화장 안 하는 게 더 뽀송뽀송 하고 예쁘니까 히히”
서현이의 손에 이끌려 거실로 들어서자
동우의 눈 앞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바로 햇살이 가장 잘 드는 베란다 앞에 고희 놓여져 있는 자신의 화분이었다.
동우는 신기한지 화분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며
“와~ 이 꽃 아직 살아 있는 거야?”
“그거 제시카 언니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요”
“정말?”
뒤에서 나갈 채비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제시카는
두 사람의 대화 중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자
“야 김동우~ 너 서현이한테 내 뒷담화 까고 있었지 바른대로 말 안 해!”
동우는 자신이 선물한 화분을 그렇게 소중히 간직한다는 서현이의 말을 듣자
오늘따라 제시카가 너무나 예뻐 보였다.
동우는 한껏 차려 입은 제시카에게 다가가더니
“아이고~ 요 예쁜 것!”
그 말과 함께 제시카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서현이에게나 할 법한 행동을 제시카에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시카의 볼을 어루만지던 동우는 제시카와 눈이 마주치자
1초간 얼음이 된 것 같이 몸이 굳어갔다.
그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자신이 지금 엄청난 일을 저질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동우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 동시에
제시카의 눈치를 살피며 볼을 쓰다듬던 손을 조심스럽게 내리기 시작했다.
서현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다음에 일어날 상황이 머리 속에서 그려졌다.
그러자 동우의 앞날이 걱정이 되는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게 왠 일... 두 사람의 예상을 깬 엉뚱한 제시카의 반응이 이어졌다.
원래 동우와 서현이가 상상한 시나리오는 바로
숙소 안을 가득 채울 하이톤의 냉랭한 목소리와 더불어 동우를 향해 속사포 랩같이
온갖 말을 마구 쏟아 뱉을 거 같은 제시카의 모습이었지만
그 와는 반대로 동우와 눈이 마주친 제시카의 얼굴은 점점 발그레해지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동우의 눈을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부끄러운지 제시카는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며
동우가 눈치 채지 못하게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도도한 목소리로
“내가 좀 예쁘긴 하지.. 근데 그걸 이제 알았어?”
그 말은 한 제시카도 무안한지 태연이방으로 들어가더니 괜히 태연이에게 시비를 걸었다.
“태연아! 뭐해 빨리 나오지 않고”
거실에서는 제시카의 뜻밖에 반응에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서현아, 나 지금 잠자고 있는 사자의 뺨을 만졌는데도 살아 난 거 맞지?
혹시 제시카가 로또 1등이라도 당첨 된 거야
아님 어제 저녁에 엄청나게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왜 저래 더 겁나게 시리”
동우는 숙소를 빠져 나와 고아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제시카의 눈치를 살피며 언제 다시 불똥이 튈까 조심스레 행동을 하였다.
세 명의 소녀들과 동우가 고아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물론 주위에 이웃들도 모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고아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였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랄까 동우는 그런 모습을 보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동우와 소녀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리고 보내드리고서야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동우는 한쪽 구석에서 쉬고 있는 태연의 손목을 잡고서는
고아원 앞 아담한 공원 벤치로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두 손을 꼭 맞잡고서는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반대로 하늘에서는 수줍게 금빛 기운을 내뿜고 있는 저녁노을이 동우와 태연,
그 두 사람을 조심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 저녁노을에 자신들의 사랑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두 사람은 저녁노을보다 더 따뜻한고 포근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동우의 듬직한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한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던 태연이의 작은 입술에서 먼저 달콤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오빠. 왠지 여기만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지.”
동우도 역시 태연의 머리에 살며시 기대고서는 태연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태연은 동우에게서 조심스레 떨어지며 말을 이어갔고
지난 일들이 생각나는지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빠랑 나랑, 여기서 우리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했잖아
나 정말이지.. 오빠가 나 떠나고 난 뒤에 그토록 오빠를 애타게 찾다가
여기서 처음 오빠 봤을 때 그 느낌..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가슴이 터져나갈 듯이 얼마나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알아?”
동우는 조금한 눈방울에서 떨어질 듯 말 듯
촉촉히 젖어있는 태연의 두 눈을 지긋이 쳐다보며
“그때 나도 여기서 너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데
처음에는 널 얼마나 보고 싶었기에 그렇게 환상까지 보일까 싶었다니까
근데 그게 환상이 아니라 실제 너였기에 그렇게 보고 싶던 너의 얼굴이기에,
니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올수록 나도 정말이지 심장이 멎는지 알았다니까..”
옛 생각에 눈물을 훔치던 태연은 자신의 눈물을 동우에게 보여주기 싫은지
다시 한번 동우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오빠..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오빠가 지난번처럼 다시 사라지면 말이야...”
“내가 왜 사라져 이렇게 사랑스러운 널 놔두고”
“그러니까 만약이란 말이지...
오빠가 사라지면..내가 다시는 힘들게 찾지 않게..
내가 여기 찾아오면 오빠를 다시 볼 수 있게 여기에 꼭 있어줘. 알았지?
그리고 그때 다시 날 보면 지금처럼 사랑스럽게 안아 줘...”
“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우리 꼬맹이가”
동우는 자신의 품속에 안겨있는 태연이의 얼굴을 살며시 들어올리며
촉촉히 젖어있는 태연의 입술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두 사람만의 행복한 추억에 잠겨있던 그 시간 고아원 안에서는
제시카가 성수의 손목을 잡고서는 질질 끌고 가듯이 한쪽 구석으로 성수를 데려갔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주변을 들려보더니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조용한 목소리로 성수에서 속삭였다.
“혹시 동우가 나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 안 해?”
성수는 동우가 평상시 제시카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던 말들이 머리 속으로 스쳐갔다.
하지만 그 수많은 말들 중에서 좋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성수가 생각에 잠겨 아무 말이 없자
제시카는 오늘 아침에 동우가 자신에게 한 행동을 떠올리며
“예를 들어 무척 예쁘다든지.. 아니며 여자로서 매력이 너무 많다든지 그런 거”
얼굴에 철판을 두른 듯 표정 한번 안 바뀌고서는
뻔뻔하게 성수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평소 성수는 동우에게 제시카의 성격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지금까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왠지 동우의 말에 믿음이 갈 것 같았다.
제시카가 계속해서 성수를 다그치자
성수는 어린 마음에 그래도 최대한 언어순화를 거쳐 제시카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다른 누나들에 비해 아주~아주~ 조금 까탈스럽다고 이야기 하던데요”
성수에 말해 제시카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다분히 묻어 나오고 있었고
제시카는 믿기지 않은지 성수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머야? 그게 다 야? 잘 좀 생각해 봐”
그렇게 몇 단계의 언어순화를 거쳤구만
이제 더 이상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난처해 하는 성수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제시카언니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멀리서 다가오는 서현이의 모습이 보였다.
제시카는 재빨리 성수를 보내고서는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왜?”
“혹시 오빠랑 태연언니 못 봤어요? 아까 전부터 안보이던데”
“내가 그 자식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
성수에 말에 제시카는 동우에게 단단히 삐쳤는지 괜히 서현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제시카는 중얼중얼 계속해서 알아듣지 못하는 혼잣말을 하면서
아이들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동우는 갑자기 귀가 간지러운지 귀를 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누가 내 욕을 하나’
동우의 다리를 베개 삼아 단꿈에 빠져들었던 태연은 무엇인가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동우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 맞다 오빠, 요즘 써니 보면 이상한 거 못 느꼈어?”
“써니가 왜?”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상해
꼭 시련 당한 여자처럼 멍하니 있을 때가 많고 불려도 대답도 잘 안하고
무슨 걱정이 있는 것처럼 항상 시무룩한 표정이고”
“그래? 난 모르겠던데
하긴 니가 젤 가까이서 써니를 보니까 나보다는 잘 알겠지
혹시 우리 몰래 연애하다 남자친구랑 헤어진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애.. 하여튼 일주일에 한번 꼴로 운동하러 나가는 것도 이상하고
나하고 같이 운동하러 가자니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혼자 운동하는 게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고 모든 게 다 꺼림직해”
동우는 태연에게 써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서는
세 명의 소녀들에게 정신이 팔려 다른 소녀들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매니저로서 써니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써니가 새벽에 운동하러 나가면 오빠가 한번 몰래 따라가 봐”
“몰래 따라 갈 정도로 심각한 거야?”
“절대로 아니겠지만 혹시나 싶어서..그냥 기분이 그렇잖아..알았지?”
“알았어.. 니가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그렇게 써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언니!! 나만 쏙 빼놓고 둘만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요!”
동우와 태연을 찾아 다니던 서현은 공원 안 벤치에 앉아있는 동우와 태연이를 보자
입이 뾰로통하게 튀어 나온 채 동우 곁으로 다가갔다.
동우의 한쪽 옆을 차지한 서현은 태연에게
“언니, 혼자서만 독차지하지 말고 30분간 오빠 좀 양보해주세요”
“싫어~ 사랑에 양보가 어디 있니, 메롱~”
태연의 장난에 더욱 입이 삐죽 튀어나오면서 눈물까지 맺히려는 서현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동우에게는 귀엽게 보였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그 입술을 보면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 것 같았다.
동우는 서현과 태연의 옆구리를 감싸 안고서는 두 사람 모두를 자신의 곁으로 바짝 당긴 후
“태연아 고만해, 그러다 우리 막냉이 진짜로 삐치겠다.”
태연은 자신과 서현이를 모두 안고 있는 동우의 모습을 보고서는 동우의 볼을 꼬집으며
“요~ 바람둥이~ 하여튼 못 말려
나도 참... 내가 어쩌다가 이 바람둥이를 이렇게 사랑하게 된 건지 휴~”
서현도 자신의 두 팔로 동우를 꼭 껴안으며
“저두요 언니, 하지만 이제 오빠 없이는 못 살 꺼 같아요”
동우는 두 명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미소를 가득 띤 채
“너희들은 이미 헤어나올 수 없는 나의 매력에 빠진거라구 키키”
그 말과 동시에 양쪽에서 날라오는 주먹이 동우의 복부를 강타하자
동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허리가 숙여졌다.
“하여튼 매를 벌어요
앞으론 그렇게 깎듯이 허리를 숙인 채 우리를 공주마마 모시듯이 하라고~ 알았지 오빠!!”
동우는 태연에 말에 허리를 더욱 숙이면서
“네~ 알겠사옵니다. 공주마마 히히”
세 사람은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난 후 다시 고아원 안으로 돌아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제시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미 아이들 때문에 진이 다 빠져서인지 한 10년은 폭삭 늙어 보였다.
그런 제시카의 모습을 보자 이제까지 자신이 당해 온 지난날들이 떠오르며
동우는 왠지 통쾌하기 까지 하였다.
제시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자 어디서 기운을 차렸는지 다시 예전의 포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세 사람 중에 유독 동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동우는 왠지 그런 제시카를 보며 골탕을 먹이고 싶어졌다.
마치 초등학생시절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일부러 골탕을 먹이듯이..
동우는 당당하게 제시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자신감을 얻어
제시카의 양 어깨를 툭툭 치며
“우리 없는 동안 얘들 보느라 무진장 수고했어 시카야~ 크크크”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기에 아무 말도 못한 채 제시카는
거친 숨을 내쉬면 주먹을 불끈 쥐고서는 화를 삭이고 있었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화를 삭이고 있는 제시카를 뒤로 한 채
동우는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였다.
아이들과 더욱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었지만 태연이의 라디오 스케줄 때문에
그만 아이들과 아쉬움 작별인사를 하고서는 고아원을 빠져 나왔다.
몇 시간 후..
태연이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은 이미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한 태연은
간단히 샤위를 마친 후에 침대에 누워있는 써니에게 다가갔다.
“써니야, 오늘 새벽에 운동하러 나갈 거야?”
태연이의 질문에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는 써니였다.
“...어..응”
“그럼 오늘은 나랑 같이 나갈까?”
“너 방금 들어왔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쉬어
그리고 난 혼자 운동하는 게 편해”
역시나 태연이 같이 나가자는 말에 거부를 하는 써니였다.
이상하게 혼자 가기를 원하는 써니의 모습을 보고서는
태연은 결국 동우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태연은 일부러 자는 척을 한 뒤
써니가 숙소를 빠져나가자 마자 다시 동우에게 문자를 보내었다.
동우는 몇 시간 전 태연의 문자를 받고서는 숙소 근처에서 대기를 하였다가
다시 태연의 문자를 받고서는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한 뒤
써니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써니가 아파트를 빠져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동우는 좌석을 한껏 뒤로 제치고서는 몸을 숨긴 뒤
조심스럽게 써니의 뒤를 서행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오~ 무슨 탐정놀이 하는 거 같은데 히히”
태연이가 워낙 써니 걱정을 하기에 호응을 해주는 것이었지
동우는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연예인이다 보니 정말로 써니가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조깅을 하러 간다든지
아님 다른 볼일을 보기 위해 나가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우의 얼굴에는 장난끼가 다분했다.
숙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판단 해서인지
써니는 택시를 잡고서는 어디론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 써니의 모습을 보자 동우의 얼굴에도
조금씩 초조함이 엿보이면서 장난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깅하러 가는 건 아니었네
이 새벽에 그것도 여자 혼자서 택시를 타고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동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택시 뒤를 밞기 시작했다.
택시는 한적한 시내를 뚫고 나가서는 점점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점점 숙소에서 멀어지는 택시를 쫓아 가면서
동우의 얼굴에는 이미 장난끼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는 저 택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온 정신을 집중해서 운전에 몰두 하고 있었다.
택시가 한참을 달리고서야 멈추어 선 곳은 바로
사람들이 없어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공원 앞이었고
차에서 내린 써니는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 듯
한참을 공원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안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동우도 역시 근처에 차를 주차시키고는 써니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
공원 안으로 들어 선 써니는 누군가를 찾는 듯 이곳 저곳을 둘려보더니
공원 안 제일 구석 벤치에 앉아있는 어떤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동우는 써니가 눈치 채지 못하게 최대한 거리를 두고서
조심스럽게 써니 뒤를 따라갔다.
천천히 뒤를 밞던 동우의 눈 앞에는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동우가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자
써니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젊은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제법 덩치가 있어 보이고 훈남스타일의 남자였다.
‘뭐야 남자친구 만나러 여기까지 온 거였어..
태연이나 나나 괜한 걱정을 한 거였잖아.. 그래도 다행이네..휴~’
동우는 써니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이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까지 자신의 몸을 옥죄이던 초조함에서 벗어나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한테는 얘기도 안 하고 몰래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던 거란 말이지
써니 다시 봐야겠는데 키키
태연이도 이 사실을 알면 좋아할 텐데 빨리 가서 알려줘야겠다’
동우는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 한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 곳에서 흘려 나오는 희미하지만 애절한 써니의 목소리가
동우의 귓가에 맴돌았다.
“제발 이제 절 놓아주세요...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