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운명의 수레바퀴
동우는 지난번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지난번에 선물이랑 자기하고 안 놀아줬다고 그렇게 꼬장을 부렸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생일 선물인데 안 챙겨주면 난리 나겠지
저렇게 은근히 협박까지 하는데 모른척하면 ...휴~’
동우는 제시카의 모습이 떠오르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생각에 잠겨있는 동우에게 한 소녀가 다가왔다.
“오빠, 이제 왔어요?”
“어, 그래 파니야 잘 잤어?”
“네, 그럼 저 들어가서 준비할게요”
그렇게 티파니와 동우는 간단한 인사만 주고 받은 채 멀어졌다.
지난번 일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티파니에게
동우는 무엇인가를 기대했는지 못내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 전과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좀 더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 갔다는 것뿐이었다.
동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티파니의 뒷모습을 보며
티파니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동우에게는 이미 3명의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있지 않은가
동우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추슬렀다.
티파니와의 짦은 대화를 마친 후 평상시와 다름없이
동우는 소녀들을 스케줄 장소로 데려다 주었다.
소녀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잠시 짬을 내어
동우는 제시카의 생일선물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동우는 자신의 지갑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휑하니 카드 한 장과 배추 이파리 몇 개 만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부모님이 물려주신 꽤 많은 재산이 있긴 했지만
그건 모두 고아원 아이들에게 쓰기 위해 빠져나가고 있었고
부모님의 생명과 바꾼 그 돈을 동우도 고아원 이외에
다른 일에 대해서는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동우에게는 매니저 일을 하면서 받는 월급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랑하는 소녀들을 위해 대부분을 써야만 했다.
휴대폰요금이라든지 심지어는 어떤 선물을 사주더라도 항상 3명에게 같이 사줘야 했기 때문에
매달 쪼달리는 생활을 하여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동우에게는 명품 핸드백이나 옷 같은
고급스러운 생일선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연인 사이도 아닌데 반지나 목걸이 같이 액세서리를 선물하기도 뭐했고
그렇다고 아무 선물이나 해주며 제시카의 성격상 아마 내년 생일까지 갈 걸 같았다.
동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에 한계 내에서 의미 있는 그런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동우는 생각에 잠긴 채 무작정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붐비는 거리를 하염없이 걷기를 30여분,
일제히 늘어서있는 상점가에서 동우의 시선을 잡는 문구가 보였다.
“탄생화?”
동우는 꽃집에 들어서자마자 4월 4일에 맞는 탄생화가 있는지 물어보았고
종업원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독특하게 생긴 한 꽃을 동우에게
소개해주었다.
난생 처음 그 꽃을 본 동우는 그 꽃에 대해 물어보았고
종업원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이 꽃은 봄바람을 타고 잠깐 피었다가 바람을 타고 져 버린다고 해서 Wind Flower,
아네모네라고 불리는 꽃이에요”
“아네모네라...”
동우도 왠지 강렬한 빨강색을 띤 그 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동우는 좀 많이 까칠한 여자아이에게 선물을 할거라면서
포장에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종업원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렇게 동우는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화분을 품에 안고서는 꽃집을 빠져 나왔다.
제시카의 생일 선물을 산 동우는 다시 소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우가 도착하자 이미 태연이만을 남겨놓고 다른 소녀들은 벌써 떠나고 없는 것이었다.
“태연아, 너 민호형 차 타고 가는 거 아니었어?”
“왜 나하고 가는 거 싫어 히히”
원래는 태연이가 민호 차를 타고
그리고 다른 소녀들이 동우의 차를 타고 이동을 하려고 하였으나
태연이의 강력한 의사표현으로 결국 태연이 혼자 동우의 차를 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동우는 태연이만을 태우고 라디오 스케줄을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태연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동우에게 다가가고 싶은지 최대한 동우에게 밀착하였다.
“오빠, 내일이 제시카 생일인 거 알고 있지?”
“당연하지 내가 매니저인데 그것도 모를까 봐
난 몇 달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생일 선물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가 벌써 사놓았다고 하하하”
태연은 어색한 웃음을 띠는 동우를 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럼 내 생일은 언제야? 설마 벌써 까먹은 거는 아니겠지?
내년 내 생일 때는 프러포즈라든지 그런 특별한 이벤트 기대해도 되는 거야?”
동우는 갑작스러운 태연이의 질문에 생일 날짜를 기억해 내기 위해
뒤에 부분을 잘 듣지 못하였다.
‘앗..가만 태연이 생일이 언제였더라...지난 달쯤이었는데’
동우는 식은 땀이 흐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내년 생일날은 기대해도 좋아!! 하하하”
동우는 그렇게 두루뭉실하게 대답해 버렸다.
동우의 이야기를 들은 태연은 머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이었다.
태연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동우의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태연은 그 상상 속에서 깨어나기 싫은지
얼굴에 미소를 가득 품고서는 잠 속에 빠져 들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한산한 도로를 숨가쁘게 달리던 밴은
예정시간보다 1시간여 일찍 방송국에 도착하였다.
방송국에 도착하였음에도 동우는 태연이를 깨우지 않았다.
깨우려고 하는 순간 피곤한지 잠들어 있는 태연이의 모습이 보였고
동우는 안쓰러운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동우는 잠을 자기에는 불편한지 몸을 뒤척이는 태연이를 보자
좌석을 뒤로 제쳐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태연은 동우의 움직임에 몸을 뒤척이다가
크게 기지개를 피며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음~~오빠 벌써 다 왔어?”
“응, 미안..시간이 남아서 좀 더 자라고 안 깨우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깨버렸네”
“미안하긴, 잠만 자며 뭐하겠어
오랜만에 오빠랑 단둘이 있는 시간인데”
눈을 뜨자 동우의 얼굴이 가까이서 보이자 태연은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뽀얀 피부에 투명하리만큼 맑게 빛나는 동그란 눈망울, 앙증맞게 솟은 콧날,
얇고 작은 귀여운 선분홍빛 입술, 그리고 미소를 지을 때면 수줍게 들어가는
작은 보조개까지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동우는 생각했다.
‘누가 태연이를 데려갈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야...’
동우도 역시 조금 전 태연이가 상상했던 것과 같이
자신의 앞에서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다가오는 태연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축복받은 사람이 바로 나였으며...'
태연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동우를 보고서는
“오빠, 왜 그렇게 쳐다봐? 뭐 묻었어?”
“아니, 너무 예뻐서...태연아 눈 좀 감아봐”
동우의 말에 태연의 눈은 사르르 감겨졌다.
동우는 눈을 감은 채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듯 미소를 머금은 태연에게 다가갔다.
동우는 태연을 끌어안으며 살며시 입술을 포개고 혀 끝을 태연이의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태연이의 분홍빛 보드라운 혀를 조심스레 감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감미롭고 달콤한 둘만의 키스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하고 싶은 두 사람의 마음 때문인지 끝날 줄을 몰랐다.
태연과의 달콤한 키스에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동우는 조건반사인양
자동적으로 오른손이 태연이의 티셔츠를 들추고 가슴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태연이의 부드러운 속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위로 수줍게 들어난 볼록한 유두가 손끝에서 느껴지자 동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동우의 두 손가락 사이로 유두를 끼우고서는 살짝 살짝 비비기 시작하자
태연이의 볼은 발그레 홍조를 띠기 시작하더니 간지러운지
동우의 품 안에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오빠 잠깐만~ 나 곧 방송 들어가야 하잖아“
대신 내가 오빠 꺼 빨아 줄게”
동우의 품 안에서 빠져 나온 태연은 곧바로 동우의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태연은 동우의 그것을 잡고서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가져다 되었다.
비록 티파니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에 불과한 어설픈 테크닉이었지만
동우를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태연이의 그 모습은
동우에게 있어서는 티파니에 비해 휠씬 더 아름다워 보였고
더 큰 황홀감에 빠져 들게 만들었다.
태연은 시간이 흘려도 동우가 사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실망한 듯 입을 떼면 말하였다.
“오빠, 요즘은 내가 매력이 없는가 봐~ 흥~
처음 해 줄 때는 입만 가져다 되도 바로 반응이 왔는데 이제는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매력이 없기는 나 참는다고 식은 땀 흘리는 거 안보여?”
동우는 태연이의 따뜻한 입 안을 더욱 더 오랫동안 느끼고 싶어서
죽을 힘을 다해 견디고 있었던 것이었다.
동우는 뽀루퉁한 태연이의 볼을 어루만져 주며
“태연아 더 안 해주는 거야?”
“해주고 싶어도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히히
오빠, 이제 나 가봐야겠다.”
태연은 거울을 보며 다시 한번 간단하게 화장을 고친 후 밴에서 내렸다.
동우는 태연에게 방송 잘하라는 말을 해주며 자신의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태연이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가 싶더니
곧 다시 동우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태연아, 뭐 안 가져간 거 있어? 왜 다시 온 거야”
태연은 동우를 노려보더니
“오빠, 중간에 그만 뒀다고 지난번처럼 또 서현이나 윤아에게 가서 풀기나 해봐!!
그때는 정말 죽었어 꼭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그러면 상으로 라디오 끝나고 나면 오빠 집에 들렸다 숙소로 가는 거야 히히”
“울 태연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네 히히
너 라디오 끝나는 시간보다 서현이나 윤아에게 갔다 오는 게 더 걸리겠다”
“그래도 꼭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그럼 나 갔다 올게”
그렇게 또다시 태연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동우는 기다리는 동안 태연이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틀었다.
밝고 활기찬 태연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때로는 태연이의 달콤한 목소리에 녹아 들기도 하였다.
목소리만으로도 사람들을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여자아이돌그룹의 리더인 태연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 일뿐인 동우..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사람..
동우는 그런 태연을 생각하면 부족한 자신을 가득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동우에게 있어서 태연과 함께 하는 삶은 어떤 영화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라디오가 끝날 갈 무렵 회사에서는 이수만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수만은 수행원들을 데리고 가지 않고 강실장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운전도 강실장이 하였고 이수만은 차에 탄 후 어디론가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대의 차가 이수만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수만의 차는 외딴 곳에 차려진 어느 드라마 세트 장에 도착하더니
곧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엣띤 한 소녀를 태우고 또 다시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경민은 멀리서도 보아도 그 소녀가 바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윤아란 걸 알 수 있었다.
경민은 이 늦은 시간에 매니저도 없이 윤아 혼자서만 이수만의 차에 탄 것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다시 이수만의 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차가운 밤 공기를 가르며 세차게 달리던 검정색 차는 호화로운 불빛이 인도하는
어느 고급 호텔 앞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경민은 온 몸의 털이 삐죽삐죽 서는 느낌을 받으면 왠지 모를 기대감에 벅찼다.
‘왠지 모르게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짓는 것 같군 크크크
느낌이 좋아! 무엇인가 구린 냄새가 나는군’
곧 중무장을 하다시피 한 소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만약에 윤아가 타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경민 역시 저 소녀가 윤아란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자신의 얼굴을 가린 윤아였다.
윤아가 먼저 호텔 안으로 들어서자 시간 차이를 두고서 이수만 역시 차에서 내려
윤아를 따라 안으로 들어 갔다.
이수만은 윤아의 뒤 태를 감상이라도 하듯이 음흉한 눈빛을 띠며
윤아에게 거리를 두며 조심스럽게 쫓아갔다.
이윽고 보기만 해도 웅장하고 위압감마저 드는 또 다른 검정색 고급세단이
호텔 앞으로 천천히 들어서고 있었다.
경민은 이수만과 윤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그 거대한 고급세단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옮겨갔다. 보통 사람들이라며 그 차를 보며 한번쯤 자동으로 시선이 옮겨 질만큼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경민은 그런 차에 타고 있는 인물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구 길래 한나라 대통령이나 탈 만한 저런 차를 타고 있는 지
경민은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수행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차 문을 열더니 드디어 그 사람은 얼굴을 들어내 보였다.
경민은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그 남자를 보더니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 사람은 지난번 이수만과 함께 있었던 김권욱의원이었다.
이수만과 윤아 그리고 김권욱의원, 이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3사람이 이 늦은 시간에
호텔 안에서 만나는 것을 목격하는 경민이었다.
김의원이 호텔 안으로 들어 선지 10여분쯤 흘렸을까 호텔을 빠져 나오는 이수만의 모습이
경민의 눈에 비추어졌다.
하지만 함께 들어간 윤아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윤아와 김의원만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경민의 머리 속에는 순간 어떤 한 시나리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랬던 건가 그래서 김의원이 수만이의 뒤를 봐주는 건가 크크크’
하지만 경민은 이상했다. 비록 자신이 윤아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TV에서 비추어지는 윤아의 모습을 봤을 때는 돈 때문에 저런 늙은이와
하룻밤을 보내는 그런 소녀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수만이가 윤아를 구워 삶았을까’
또 다시 경민의 머리 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경민은 자신의 차 안 구석구석을 뒤져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던 경민은 큰 노랑색 봉투를 찾아내자 미소를 띠었다.
‘개 같은 수만이 자식, 이제 보니 나보다 더 더럽고 악질인 놈이었군 크크크’
경민은 노랑봉투 속 안에 담겨진 물건을 꺼집어 내었다.
그것은 바로 이수만에 명령에 의해 찍었던 소녀들에 대한 사진들의 원본이었다.
그 사진들을 보자 경민은 다시 자신의 복부에 생겨진 상처들이 날뛰기 시작하더니
뼈 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것 때문에 내가 죽을 뻔 했는데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이야 크크크’
경민은 어떤 한 소녀를 떠 올리며 이수만이 했던 것과 같이 똑 같은 방법으로
이수만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경민은 이수만에게 복수할 방법이 생각나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동우와 경민, 이수만 그리고 김의원
이렇게 4명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