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부 (19/54)

 18부 사랑이란 아무리 몸부림쳐도 쉽사리 달아나지 않는 것…

 윤아는 화장실 거울에 미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너무나 처량해 보였다.

‘왜 하필…나인거야…’

 한참을 자신을 쳐다보던 윤아는 무엇인가 결심이 선 거 같았다 

“그래!! 윤아야 힘을 내자!!

  한번이야… 눈 딱 감고 한번이야…

  이렇게 해서라도 오빠와 태연언니에게 한 짓을 용서받을 수 있다면..’

 윤아는 동우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멤버들을 위해 마음을 굳혔다.

 윤아는 이수만에게 돌아갔다.

 “이사님. 하겠어요.. 하지만 저도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조건? 그래 말해봐 윤아야”

 이수만은 왠지 찜찜했지만 안 들어 줄 수가 없었다.

“그 조건은……..”

 숙소 안…

 여전히 소녀들 사이에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서현은 소파에서 쉬고 있는 태연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태연언니..”

“어.. 서현아”

“미안해요, 언니”

 태연도 항상 서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야, 다 지난 일인데...”

“언니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서현은 태연에게 동우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3년전에 있었던 이야기.

 그 후 동우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

 태연이 쓰러졌을 때 동우가 얼마나 슬퍼했는지를..

 서현은 그런 동우 모습을 보고 자신이 느낀 점인 바로 동우에게는 태연이뿐이란 것과

 그리고 지금 동우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서현은 자신이 알고 있고 있는 모든 것을 태연이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서현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태연은 동우가 지하실에서 자신에게 한 이야기를 떠올랐다.

‘그랬었던 거구나…’

 서현은 말을 이어갔다.

“많은걸 바라지는 않을게요..언니

  전 그냥 오빠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

  그러니 이제 오빠를 용서해주세요 언니..”

 태연은 그러 서현이의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태연은 알 수 있었다.

 서현도 자기만큼이나 동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 자신보다 더 동우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태연도 그런 동우에 대한 서현이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연은 서현을 조용히 안아주었다.

 고아원 앞.…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성수만이 아이들 맨 끝에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고 있었다.

 동우는 성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아 성수에게 가보았다.

 가까이에서 보자 성수의 입술이 터져 있는 것이었다.

 동우는 왜 그런지 성수에게 물어보았지만 성수는 씩씩거리며 그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동우는 뒤 따라 들어가 보았지만 이미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우는 은영이에게 가보았다.

“은영아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성수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웠나 봐요.

  내일 학부모 모시고 오라고는 어떡하죠?”

“야!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다음날 동우는 오랜만에 깔끔하게 차려 입고 성수가 다니는 학교로 갔다.

 동우가 교무실에 도착하니 성수는 한쪽구석에서 벌을 받고 있었고

 성수와 싸운듯한 아이와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머야 같이 싸웠는데 왜 성수만 벌을 받는 거야!!!’

 가까이 다가가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렸다.

“어린애가 아니라 완전 깡패를 키우는 거 아니에요?”

  이 꼴을 보라고요. 남의 귀한 자식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거예요?

  절대 그냥 안 넘어 갈 거예요!!”

 담임 선생님은 승찬이 어머님께 연신 고개를 숙이면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성수 보호자인데요.”

 동우는 선생님과 승찬이 어머니께 인사를 하였다.

 승찬이 어머니는 동우를 한번 훑어 보더니 다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동우는 마치 죄인이 된 듯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고

 교감 선생님까지 나서서야 겨우 일이 잘 마무리 되었다

 교무실을 나온 동우는 풀이 죽어 있는 성수를 향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곧이어 승찬이 어머니가 나왔다.

 그리고 동우와 성수를 벌레 보듯이 쳐다보았다.

“하여튼 부모 없는 티를 낸다니까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거야

  승찬아 다음부터는 저런 아이랑 놀면 안돼 알았지?”

 승찬이 어머니는 승찬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동우와 성수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소리로 이야기하였다.

 동우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승찬이 어머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승찬이 어머니는 그런 동우를 쳐다보면 왠 참견이냐는 표정으로 이야기 하였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왜 그러시나?”

 동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부모가 없는 티를 낸다니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나요!!

  제가 성수아버지 되는 사람이에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성수도 동우를 빤히 쳐다보았고

 승찬이 어머니는 동우의 이야기를 듣자 어쩔 줄 몰라 했다.

 승찬이 어머니는 그제서야 미안한지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제가 큰 실수를 한 거 같네요 

  너무 젊어 보여서 성수 아버님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네요”

 그러더니 승찬이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동우와 성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한 순간에 동우는 성수의 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성수는 싱글벙글이였다.

“아빠~ 오늘 최고였어요 히히”

“너 자꾸 아빠 아빠 할래~ 아직 결혼도 안 한 총각한테”

“싫어요. 선생님이 아빠 되어 주신다고 먼저 얘기 했잖아요!!”

 동우는 그런 성수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사랑과 관심에 목 말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한 동안 성수아빠가 되어주지 머’

“그래 아들~ 오늘 뭐 먹고 싶어? 기분도 더러운데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께~”

 성수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떡볶이요~~”

 성수가 떡볶이를 이야기하자 동우는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짜식~ 내가 또 떡볶이 전문가인지 어떻게 알았어 하하하

  바로 가서 맛있게 만들어주지!!”

 성수는 입이 삐~쭉 나오면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싫어요!! 사준다면서요 

  저기 할머니집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는데요. 저기서 사먹어요!!”

 동우는 성수의 꿀밤을 때리며 

“요녀석아!! 요리는 정성이라구~~ 내가 더 잘 할 해

  나중에 맛있다고 더 해달라고 얘기 하기만 해봐!!”

 동우는 오랜만에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태연이도 떡볶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동우는 요리를 하면서 아련한 추억들이 떠 올랐다.

 소녀들이 식탁에 둘려 앉아 자신의 요리를 기다리는 모습…

 그리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들…

 동우는 소녀들이 보고 싶었다.

 동우가 요리를 끝마치자마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역시 내 솜씨는 죽지 않았어 하하하’

 동우는 마음속으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다.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자 은영은 밖으로 조용히 동우를 불렸다.

 은영은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선생님, 마음은 고마운데요.

  나중에 힘들어 질 성수를 위해서 어느 정도 선을 그어 주세요.”

 동우는 마음이 짠했다.

 은영의 말처럼 자신은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었다.

 언제까지 성수 곁에서 아빠 노릇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현실을 알기에 은영의 표정은 어두웠다.

 동우도 그런 은영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동우는 은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처음부터 나중 일에 대해 너무 많은 걱정을 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지금 이 순간 내가 너희들 곁에 있다는 거고 난 너희들한테 최선을 다할꺼야!!  

  너희들이 힘들 때 언제든지 옆에서 큰 버팀목이 되어줄게!!”

 은영은 동우의 마음이 고마운지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본 동우는 기분이 좋았다.

“야~ 이제 웃네~넌 웃는 게 젤 예뻐.. 항상 웃으면서 지내”

“선생님..고마워요”

 그때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렸다.

“어 용준이 전화네 나 전화 받고 들어갈 테니까 너 먼저 들어가”

“네. 선생님”

 동우는 은영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전화를 받았다.

“용준아 웬일이야?”

“은영이가 이야기해주던데 너 학교에서 한 건 하고 왔다며?”

“내가 멀, 한 순간에 확~ 올라와서 저지른 거지 히히”

“하여튼 아빠 된 거 축하해 크크크”

“야!! 아니라니까~”

 용준은 동우의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10년 전 자신의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그 모습을 다시 보는 거 같았다.

‘이제 정말 너.. 동우로 돌아왔구나’

 숙소 안…

 한동안 고민 끝에 써니는 결국 태연에게 말을 하기로 하였다.

 써니는 태연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써니는 자신이 겪은 일이 어쩌면 꿈일 수 있었다고 

 아니면 동우가 아닌 다른 사람 일 거라고 솔직하게 태연이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걸 왜 이제서야 이야기 하는 거야?

  그래서 어째라고!!!! 오빠를 다시 만나라고?”

 서현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태연은 그렇게 냉정하게 동우를 떠나 버린 게 왠지 신경이 쓰였었다.

 그리고 지금 써니의 일까지 오해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도 모르게 써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태연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잖아… 왜 이제서야… 오빠는 벌써 사라지고 없단 말이야!!”

 한동안 써니와 태연은 아무 말이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태연이 먼저 말을 꺼내었다.

“미안해, 써니야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그만…”

“아니야.. 내가 너무 성급했어.. 미안해 태연아.”

 며칠 후..

 동우는 아르바이트 교대시간에 늦을까 봐 뛰어가기 시작했다.

 동우는 순간 무언인가 빼 먹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휴대폰.. 이런.. 연락 올 때도 없는데 괜찮겠지”

 그 시간 성수는 책상 위에서 동우의 폰을 발견하였다. 

 성수는 동우의 폰을 이리 저리 만져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성수는 1번에 저장된 이름을 보게 되었다..

“My angel 이게 뭔 뜻이지? ”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던 성수는 은영이에게 달려가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누나~~ 이게 머야?”

 성수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 은영이에게 동우의 폰을 보여주었다.

“이거 선생님 폰이잖아?

  마이 엔젤? 누구지? 선생님 애인인가?”

 성수는 동우의 애인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아빠 애인이라 이거지..’

 성수는 그렇게 통화 버튼을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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