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부 (18/54)

 17부 덫

 태연은 이런 상황이 싫었다.

 태연은 결국 소녀들을 데리고 동우의 집을 떠나 버렸다.

 다시는 자신들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동우에게 남긴 채.. 

 그렇게 태연은 동우 곁을 떠나갔다. 

 동우는 그런 태연을 붙잡을 수 없었다.

 동우는 홀로 남겨진 채 그렇게 오랫동안 거실 바닥에 누워있었다.

 동우는 이제서야 소녀들을 납치를 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되었네….'

 그리고 동우는 소녀들과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십여일 간에 일들…

 소녀들과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

‘그래!! 그런 순간이 있었단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어...'

  이제는 잊자...모든 것이 꿈이었어.

  난 행복한 꿈을 꾸었던 거야….’

 동우는 그렇게 짐을 쌌다.

 소녀들과의 추억을 집에 남겨둔 채 어디론가 떠났다.

 숙소 안…

 동우의 집에서 돌아온 소녀들은 평상시와 달리 조용했다.

 특히 써니와 서현, 태연은 아직 냉랭한 분위기였다.

 다른 소녀들은 3명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냉랭한 분위기는 며칠간 지속되었다.

 써니는 왠지 마음이 착잡했다.

 써니는 연습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대에 누워 천천히 그 때의 일을 돌이켜보았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기 싫었지만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차근.. 차근.. 하나씩 따져보면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틀 동안 지켜본 동우의 이미지를 겹쳐보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니 보이지 않던 것들도 생각나기 시작했고

 따져보면 따질수록 그 사람이 동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써니를 지배하고 있었다.

 써니는 혼란스러웠다.

 써니는 결국 미연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미연언니..”

 미연은 근무 중에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써니를 보며 의아해하였다.

“써니야 웬일이야?”

“그게… 우리가 떠난 휴가 첫날에 동우오빠가 여기 찾아왔었나요?”

“어 왔었어, 그때 너무 기다리게 해서 얼마나 미안하던지…”

 써니는 미연에게 동우가 온 시간과 다시 돌아간 시간 등 세세한 것을 물어보았다.

 미연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써니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써니는 기억을 돌이켜보았을 때 확실치 않지만 분명 자신이 그 일을 당한 때는

 아침이나 점심 때 쯤이었다. 

 하지만 미연의 이야기를 따르면

 동우가 이야기한 것이 사실이었고 동우는 오후 늦게야 자신의 집에 도착했어야 했다.

 써니는 왠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게 꿈이었을까…태연이에게 말해야 하나…’

 어느 허름한 집 앞 마당…

“선생님~~”

 한 무리의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동우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래 학교 잘 다녀왔어~”

“네~”

 아이들은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은영아, 얘들 학교에서 별 일 없었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집으로 돌아 온 은영이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은영은 여기서 아이들의 누나 역할과 동시에 엄마의 노릇을 하고 있었다.

“네, 선생님 “

 동우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 자기 자신도 밝아 지는 거 같았고

 잠시나마 소녀들을 잊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동우는 지금 달동네에 위치한 한 허름한 고아원에서 보내고 있다.

 여기는 생전에 동우아버님께서 오래 전부터 기부를 하셨던 곳으로 

 동우도 어릴 적에 종종 와 봤던 곳이었다.

 동우는 낮에는 학원을 갈 수 없는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가르치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이제 동우에게는 소녀들이 없어도 더 이상의 악몽은 없었다

 소녀들과의 행복한 꿈을 꾸면서 소녀들이 동우를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슬퍼한다고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이제 부모님과 주현이,그리고 동우 자기 자신..

 이렇게 4명의 인생을 살아가기에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걸 동우는 알게 되었다.

 성수는 동우의 바지가랑이를 잡고서는 동우를 끌고 갔다.

“선생님 숙제 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웬일이야, 니가 숙제를 한다고 그러구, 학교에서 혼났구나?”

“빨리요 선생님~”

 동우는 성수를 따라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숙제를 도와주었다.

 동우가 한참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있을 때 문을 열고 한 명이 들어왔다.

“동우야~ “

 용준과 동우는 근처 공원으로 갔다.

 달동네라서 그런지 공원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였지만

 벤치에 앉아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면 그 어떤 스카이라운지보다 전망이 아름다웠다.

 동우와 용준은 벤치에 앉아 조용히 서울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잘 지내고 있었네 짜식~

  그거 알아? 이제 진짜로 니 본 모습으로 돌아온 거 같아서 얼마나 기쁜지…”

“야~ 내가 그럼 지금까지는 동우 아니였냐 히히”

 동우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 따뜻한 용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근데 동우야.

  며칠 전에도 민호형한테 전화 왔었는데 너 어디 있냐고 얼마나 물어보던지

  연락되면 꼭 얘기해 달라고 몇 번을 신신당부를 하던지 내가 다 무안하더라

  근데 이상하게 태연이가 아니라 윤아가 널 찾는 거 같던데?

“윤아가?”

“그래, 근데 니가 절대 다른 사람한테는 니 연락처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모른다고 말했는데….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거야?

  너 진짜 태연이 안볼꺼야?

“내가 머 볼 자격이 있나…태연이에게 상처만 줬는데…

  이제 이런 힘든 사랑 말고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어…

  평범한 여자랑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그냥 아기자기하게 살고 싶어…

  이제 이런 힘든 사랑은 하기 싫어…”

 소녀들이 동우 곁을 떠난 지 2주일이 흘렸다.

 윤아는 그때의 일들이 생각났다.

 태연와 동우가 사귄다고 발표를 한 후부터 윤아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윤아는 동우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었다.

 윤아는 동우가 태연이와 헤어지기만 한다면 자신이 동우를 차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혹시나 태연이의 기억을 돌아 올 수 있게 지하실로 태연이를 데리고 간 것이었다.

 하지만 태연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동우도 떠나 버렸다. 

 윤아는 다른 소녀들 몰래 동우의 집으로 찾아가보았지만, 연락도 해보았지만, 

 민호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결국 동우를 찾을 수 없었다.

‘모두 내 잘못이야…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오빠를 볼 수 있었는데..

  태연언니에게 그렇게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데…’

 생각에 잠겨있는 윤아에게 민호가 다가왔다

“윤아야, 이사님이 찾으시는데?”

“네… 오빠..

  오빠, 근데 동우오빠에게는 아직 연락 없어요?”

 민호도 동우가 걱정이 되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어디 숨었는지 알 수가 없네.. 

  용준이는 알고 있는 거 같기도 한데 모른다고 하고”

 윤아는 동우을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이사실 앞이었다.

 윤아는 동우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접어 둔 채 이사실로 들어갔다.

 윤아가 들어오자 이수만은 윤아에게 달려가 윤아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는 척을 하였다.

“윤아야!!! 몸은 괜찮니?”

 윤아는 갑작스러운 이수만의 행동과 질문에 당황하였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수만은 안타까운 듯이 윤아에게 이야기하였다.

“난 너희들이 가출을 한 게 아니라 납치를 당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구나!!

  내 그 놈을 당장 잡아다 본때를 보여주려 했는데 벌써 사라지고 없더구나!!”

 윤아는 이수만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에 놀랐다.

 그런 윤아에게 이수만은 봉투 한 개를 살며시 건내주었다.

“오늘 아침에 어떤 기자가 나한테 이걸 보내왔더구나…”

 윤아는 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사진들이 들어 있었고 윤아는 그 사진들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그 사진들은 소녀들이 감금되어있는 사진

 그리고 태연이와 동우가 사랑을 나누고 있던 사진

 그리고…서현이와 동우가 사랑을 나누고 있던 사진까지 모든 것이 들어가 있었다.

‘서현이도 오빠랑…’

 윤아는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수만은 윤아를 눈치를 살피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3일안에 돈 30억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걸 특종으로 보도 하겠다는구나..”

 윤아는 액수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30억이라니요?”

 이수만은 한숨을 쉬며

“휴..어디서 30억을 구할지..

  너도 알고 있지 않으냐.. 요새 동방신기 일본진출 때문에 회사에 여유자금이 없다는 걸…”

  그렇다고 이런 뒷거래를 공공연하게 회사에 요청할 수도 없고…”

 윤아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어떻게든 돈을 구해보겠지만…

  하지만 방법이 한가지 있기는 한데..”

 이수만은 뜸을 들었다.

 윤아는 한가지 방법이 있다는 이수만에 말에 희망이 생기는 거 같았다

“그게 먼데요? 이사님!!”

 이수만은 윤아가 자신이 생각한대로 움직이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렸다.

“그게..차마 내가 말을 할 수가 없구나..

  널 친딸처럼 여겼는데. 어떻게 내가…”

 윤아는 이수만이 계속 뜸을 들이자 더욱 조급해졌다.

“이사님 빨리 말씀해 보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래.. 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에…널 불렸지만…

  그게 어떤 한 분이 선뜻 30억을 빌려 주시겠다는 구나

  근데 조건이 있어.. 너와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는 구나..”

“저녁식사요?

  정말 저녁식사 뿐인가요..?”

“그게……미안하구나… 너에게 회사와 언니들 운명까지 맡기게 되는구나”

 윤아는 저녁식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저에게도 생각 할 시간을 주세요..

  근데 정말 한번뿐인가요?”

“그래..한번뿐이란다. 정 맘에 먹히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단다.

  어렵겠지만 내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볼 테니까..

 윤아는 눈물을 흘리며 이사실을 뛰쳐나갔다.

 이수만은 그런 윤아의 뒷모습을 보면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걸려든 건가.. 한번뿐이겠느냐 오랜만에 건수를 찾았는데 크크크’

 윤아는 이사실을 나가자 마자 곧장 화장실로 뛰쳐 갔다

 윤아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윤아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너무나 처량해 보였다.

‘왜 하필…나인거야…’

 한참을 자신을 쳐다보던 윤아는 무엇인가 결심이 선 거 같았다.

“그래!! 윤아야 힘을 내자!!

  한번이야… 눈 딱 감고 한번이야…

  이렇게 해서라도 오빠와 태연언니에게 한 짓을 용서받을 수 있다면..’

 윤아는 동우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멤버들을 위해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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