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결자해지(結者解之)
3년 전 그때와 같이….
또 다시 동우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데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동우는 괴로워했다.
‘이때 용준이…용준이만 있었어도…’
동우에게 할 수 있는 것이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태연이가 깨어나 주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동우는 그렇게 태연이의 손을 꼭 잡고서는 잠이 들었다..
동우는 눈을 떴다.
아침 햇살이 방안을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여전히 태연이는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고
서현이는 수갑이 채워진 침대 모서리에서 쪼그려 앉아 졸고 있었다.
조용한 아침..
갑자기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동우는 놀라 창문을 통해 밖을 봐라 보았다
한 대의 택시가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누구지.. 어떡하지.. 태연이를 숨겨야 하나’
이미 숨기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한 동우는 문을 잠근 채
아무도 없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천천히 마당으로 들어선 택시에서 운전사가 내렸다.
그리고는 반대편으로 돌아 한 청년을 다시 내려주고 있었다.
운전사의 도움을 받아 내린 청년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동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용준이인가..
맞아! 분명해 용준이야!
미국에 있는 용준이가 어떻게 우리 집에 온 거지
하느님 부처님 모든 신께 감사합니다.’
동우는 밖으로 뛰쳐 나갔다
용준은 집안에서 뛰어 나오는 동우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별일 없었구나…’
동우는 용준이를 부둥켜 안았다
용준도 역시 동우를 꼭 안아주었다.
“야!! 머야 남자끼리 ㅋㅋ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거냐”
“그래 임마~ 죽도록 보고 싶었다!!!”
동우는 곧장 용준이를 침실로 데리고 갔다.
“용준아 태연이 좀 봐줘”
“태연이? 벌써 여자친구까지 생긴 거야?”
침실로 들어온 용준이는 멈칫거렸다.
‘그 불안감은 이거였나….’
용준은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동우야 이게 뭐니?”
“응.. 그게…”
동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용준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한 소녀
그리고 그 옆에 수갑이 채워 진 채 쪼그려 앉아있는 다른 소녀…
용준이 생각하기에도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동우야.. 니가 무슨 짓을 하던 항상 난 너 편이야..
십년 전 그때.. 이미 내 목숨은 너한테 맡겼으니까’
용준은 말을 잇지 못하는 동우의 어깨를 토닥거려줬다.
“말하기 어려우면 안 해도 돼..나만 믿어…
자~ 솜씨 좀 발휘 해 볼까!!”
그러더니 용준은 이곳 저곳 태연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흠… 자세한 것은 병원에 가봐야 알겠지만 그럴 처지는 아닌 거 같고…
일단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거 같아
다만 정신적 충격이 심해서 잠시 기절을 한 거뿐이야
별 다른 일 없다면 곧 깨어날 거야…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나가서 약 좀 지어올게...”
동우는 용준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게 너무나 미안했다.
“고맙다 용준아… 그리고 미안해…”
용준은 풀이 죽어 있는 동우에게 환하게 웃어 주었다.
“야!! 친구끼리 미안한 말이 어디 있노
야 영화도 못 봤냐 ‘우린 친구아가’ ㅋㅋㅋ”
“야! 그건 내꺼잖아 ㅎㅎ”
동우는 태연이가 무사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안심이 놓였는지 웃음이 나왔다.
곧 용준이는 약을 지어 오겠다면 다시 나갔다.
동우는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거 같았다..
‘천만 다행이야.’
또 다시 동우는 태연이 옆에 앉아 태연의 두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얼마 후 용준이는 돌아왔다.
그리고 동우에게 약봉지를 건네 주면서
“야~ 너 보려고 왔더니 그럴 상황이 아닌 거 같네…
나중에 정리되면 다시 전화해라
난 이번에 한국에 완전히 온 거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면 되지.”
“그래…미안해.
내가 다시 전화할게…”
동우와 용준은 그렇게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택시에 타려던 용준은 다시 내렸다.
그리고 동우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용준아?”
용준은 조용히 동우에게 말을 했다.
“동우야…난 널 믿어...
지금 니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이 사라지는 거는 아니야.
니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난 항상 니 편이야
하지만 내가 아는 내 친구.. 동우는 절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내가 아는 동우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그런 사람이었어.
근데 지금 이런 모습은.. 내가 아는 친구의 모습이 아니야....
하지만 곧 본래의 동우로 돌아온다고 난 믿어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한 거 같네..
넌 내 친구 동우 맞지!! 힘들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누구한테라도 기대, 알았지?
난 진짜 간다 안녕~”
용준은 그렇게 손을 흔들면 택시에 탔다.
그렇게 택시는 동우에게서 멀어졌다.
‘짜식~’
동우는 방금 전 용준을 생각하며 미소가 지었다.
동우는 용준의 말에 그 동안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정리 되는 거 같았다.
“역시 넌 내 배프야.. 용준아! ”
동우는 곧장 침실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서현이에게 채워 진 수갑을 풀어주었다.
“서현아 일어나”
동우는 졸고 있는 서현을 깨웠다
서현은 일어나자 마자 태연이를 걱정하였다.
“음~ 태연언니는 깨어났어요?”
“아니.. 아직.. 하지만 곧 깨어나겠지”
서현은 자신도 모르게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팔을 느낄 수 있었다.
“어.. 근데 수갑이..”
동우는 그런 서현을 일으켜 세웠다.
“나 지하실에 내려갔다 올 테니까… 태연이 잘 간호해주고 있어”
그 말을 하고는 동우는 지하실로 향하였다.
그러자 서현은 뒤에서 동우을 껴안아주었다.
서현이의 눈물이 동우의 등을 적시고 있었다.
“오빠!!! 잘 생각했어요
오빠 저하고 같이 내려가요.
제가 먼저 내려가서 언니들한테 얘기할게요..
그리고 언니들이 안정을 찾은 후에 내려오세요”
동우는 자신에게 안겨있는 서현을 떼어내었다.
“아니야 서현아..
내가 묶은 매듭 내가 풀어야지”
“하지만…”
동우는 서현이를 말을 막은 채 서현이를 남겨놓고 혼자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녀들은 태연이의 일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 또 일어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었다.
동우는 먼저 소녀들의 안대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동우는 소녀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너희들에게 용서해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게
너희들이 어떠한 결정을 하던지 난 거기에 따르겠어”
동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소녀들을 풀어주기 시작하였다.
소녀들은 또 무슨 꿍꿍인지 의아해 하면서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이였다
한명.. 한명..소녀들을 풀어 주던 중
퍽~~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과 함께 동우는 정신을 잃었다.
수영이의 손에는 자신이 앉아 있었던 의자가 쥐어있었다.
“수영아! 너무 세게 친 거 아니야?”
유리는 쓰려져 있는 동우를 보면 걱정하였다.
‘아..아파..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여긴 어디지?’
동우는 등 뒤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하지만 동우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앞을 볼 수도 없었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와 소녀들의 입장이 바뀌게 된 건가. 그럼 여기는 우리 집 지하실이겠군’
동우는 발에서부터 가슴까지 온 몸에 감겨진 밧줄을 느낄 수 있었다
동우는 온 몸에 밧줄을 감고 있었다.
‘참 많이도 감아났네…밧줄로 미라로 만들어 났군
얼마나 화가 났으면…이랬을까..’
동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동우가 세운 소녀시대 납치 프로젝트는 2틀을 못 가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180도 다른 그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거실 안..
거실 안에는 소파와 식탁에 나누어서 7명의 소녀들이 앉아있었고
바닥에는 서현이가 무릎을 끊은 체 다른 소녀들에게 빌고 있었다.
“넌 태연이가 저렇게 됐는데도 그 놈 편을 드는 거야?”
“한 순간에 실수예요. 수영언니,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잖아요!
그리고 오빠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요!!”
효연은 누워있는 태연이를 보면
“넌 태연이가 더 소중하니 그 놈이 더 소중하니?”
서현은 한참을 생각하였다.
“태연 언니요… 하지만 오빠도 태연언니만큼 소중해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티파니가 서현을 일으켜 세우며 말을 하였다.
“그래. 수영아 우리한테 직접 와서 사과 하는 거 보니까
오빠도 많이 뉘우친 거 같던데…”
수영의 화살은 티파니로 향했다.
“머예요? 언니까지 왜 그래요?”
유리도 조심스럽게 자기 의견을 말하였다
“나도 용서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유리 언니까지!!! 왜 그래요. 전부!!!”
그리고 제시카에 한마디에 거실은 조용해졌다.
“그냥 깔끔하게 죽여 버리는 게 어떨까?”
서현은 그런 제시카에게 소리쳤다.
“제시카 언니!!!”
“그러지 말고 태연언니 깨어나면 결정해요
우리가 용서 한다 그래도 태연언니가 용서 못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윤아에 말에 설득력이 있는지 다른 소녀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티파니는 윤아의 말을 받아 이야기하였다.
“그래 태연이가 최대 피해자니까 태연이가 어떤 결정을 하던지
태연이 의견에 모든걸 맡기자”
서현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꼭 태연이를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럼 언니들..
태연언니가 깨어날 때까지 오빠는 풀어주는 게 어때요? 그건 해줄 수 있잖아요“
서현은 다른 소녀들에게 조르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써니는 가만히 이야기만 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하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 오고 있었다.
“이 자식이 머가 그리 좋다고… 서현이도 불쌍하지 ..”
효연은 묶여진 밧줄을 풀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빨리 일어나요!!
매니저씨!! 평생 서현이한테 감사하면서 살아요”
동우는 효연을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게 무슨 뜻이지…’
동우는 그렇게 거실로 끌려갔다
“오빠~”
서현은 동우를 보자마자 동우에게 와서 안겼다
그런 모습을 본 수영은 못마땅한지
“열녀 났네 열녀 났어!!”
제시카는 동우에게 다가가며
“오빠는 무슨 오빠!!
오빠 자격이 있어야지 오빠지, 난 인정 못해
동우야, 나 말 놔도 되지”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제시카언니”
“그럼 다시 지하실로 보낼까?”
서현은 제시카에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뇨ㅠㅠ”
동우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무조건 소녀들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제시카 너 편한 데로 해.”
티파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
“근데 휴대폰에 문자 온 거 보니까
휴가 잘 보내라고 되어있던데.. 오빠 어떻게 된 거예요?”
동우는 이수만을 만난 이야기와 그간 자초지종을 소녀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아 그거 수만이가 아니..미안 써니야
이사님이 너희들한테 1주일 휴가를 준 걸로 돼버렸어”
유리는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납치 되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오랜만에 휴가를 얻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럼 지금 우리 휴가 중이에요? 앗싸~~ 오랜만에 푹 쉬겠다~ ”
그 순간 방안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음~~”
그 소리를 제일 먼저 들은 서현은 다른 소녀들에게 외쳤다.
“태연언니가 깨어나려고 하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