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 (2/54)

 1부 난 김동우라고 해

 08년 10월..싸늘하고 외로웠던 그 해 가을..

 서울외곽 인적이 드문 한 전원주택 안..

 오늘도 역시 동우의 일과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동우의 거창한 일과는 바로 먹고 자고 티비 보는 것. 

 오늘도 얇은 이불로 몸을 감싼 채 소파에 누워 TV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동우였다.

 TV속에는 nobody가 흘려 나오고 5명의 소녀들이 나와 동우를 유혹하고 있었다.

 "아~ 소희야 ~선미야 아~"

 "소희도 사랑이란걸 하겠지..섹스도..아"

 피~식~.

 '그게 나하고 먼 상관이람...’

 동우는 또 다른 세계의 사는 소녀들..

 만날 수 없는 소녀들을 보면서 자기만의 상상에 빠져들어갔다

 그렇게 원더걸스의 노래가 끝이 났고 

 상상에서 헤어나오기전에 동우는 허겁지겁 컴퓨터를 켜고 소라넷에 들어갔다.

 먼저 소희의 합성사진과 펜픽물을 보면서 자신의 분신을 달래주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찌~익~ 

 동우의 분신들이 밖으로 배출된 후 동우는 또 다시 허무감에 빠져들었다.

 "아 역시 손양은 하고 나면 왠지 찜찜해"

 그렇게 하루에 한차례 힘든 운동을 한 후 잠이 든 동우였다.

 편의점 앞 의자..

 그 곳에는 화목해 보이는 한 가족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빠 안 피곤 하세여? 제가 이제 운전 할게요" 

 "오빤 장롱 면허잖아"  

 동우는 연신 아빠에게 매달려 조르고 있었고 동생인 주현이는 그런 오빠를 놀리고 있었다

 "야! 꼬맹이가, 그래도 군대 가기 전에 몰래 새벽에 운전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구. 헉 이런" 

 동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빠 몰래 차를 몰려 나갈 때마다 왜 기름이 풀로 차있는지를...

 "동우 이 녀석 안되겠는데 이제부터 아빠차 몰래 운전하기나 해봐

  그때는 부자의 인연을 끊는 거다 알았지.

  이제 동우 니 차로 운전해." 

 "아빠, 그럼 차 사주시는 거예요?”

“엄마한테 물어보럼?”

 동우는 엄마에게 달려가 두손에 짐을 뺏어 들고서는

“엄마 사줄실꺼죠?”

“음, 보자.. 너 하는거 봐서”

“오예~ 아빠 엄마 진짜 저 잘할께요! 노후는 모든 걸 저 동우에게 맡기세요"

 동우는 신이 나는지 차 앞으로 달려가 운전석에 앉아버렸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아버지에게 큰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아빠, 운전 연습하게 제가 운전하고 갈게요. 

  새벽이라 차도 없고 여기서부터는 차도 많이 안 다니잖아요." 

 "그럼 김기사 믿고 쉬어볼까" 

 "네, 김사장님 집으로 편히 모셔드리겠습니다" 

 동우아빠는 너스레를 떨면 뒷자리로 탔고 주현이는 동우 옆에 앉았다.

 몇 분 후 동우부모님은 여행이 피곤하셨는지 금방 잠이 들어셨다.

 "야 꼬맹이, 넌 왜 안자?" 

 "치~ 내가 자면 오빠 졸음 운전하면 어떻하게 나라도 놀아줘야지"

 "마냥 꼬맹이인지 알았더니 다 컸네 ㅋㅋ"

 동우는 그런 주현이가 대견스러운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빠 자꾸 꼬맹이 꼬맹이 할래 진짜ㅠㅠ " 

 "크크 미안 미안"

 한동안 동우는 주현이와 이야기하면서 잠을 쫒을수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야 꼬맹아, 노래 좀 틀어봐 야~ 꼬맹이~

  벌써 자는 거야 그럼 그렇지 꼬맹이가 ㅋㅋ

  아~~ 심심해 아직 집까지 1시간이나 남았네”

 차 안은 고요했고 동우는 온 신경을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쉥~ 

 그러던중 갑자기 동우 앞으로 차 한대가 앞지르기를 하였다.

‘ㅅㅂ넘들 이 좁은 도로에서 무대포로 밀고 들어오네 매너 꽝이네 이것들..

  지금 나하고 해보자는 거야! 초보라고 무시하는거야!

  좋아, 또 불 같은 승부욕을 건드렸다 이거지 다 뒤졌어.'

 동우는 그 차를 따라가보았지만 동우의 그 뷁 같은 운전실력이란 곧 암울 모드였다

 '벌써 사라졌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어 ~ 뭐지 ~~ 아~~'

 쾅~

 양 옆으로 한눈을 판 사이 앞쪽에 산짐승이 나온걸 확인하지 못한 동우였다.

 그대로 차는 가드레인을 박고 전봇대를 박은 후 논두렁으로 빠져버렸다.

 '아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앞에 먼가 나타난 거 같았는데...사람이였나?'

 동우의 몸은 전기에 감점된거처럼 멍해지면서 감각을 잃어가는거 같았다

“아빠 엄마 괜찮아요? 주현아 괜찮아? 왜 말이 없어 왜..?"

 동우는 애타게 가족들을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러나 정적만 흐를뿐이였다.

 동우는 고개를 돌리는 것 조차 힘이 들었다.

 힘들게 고개을 돌린 후 동우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지옥이였다.

 "아빠~~~ 엄마~~~ 안돼!!"

 휘어진 곳에 눌려서 형체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피 범벅이 된 익숙한 얼굴들...

 동우는 주현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다를 것이 없는 장면이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살 .려..줘..아...파 너무 아파.."

 주현이의 목소리였다. 애타게 동우를 찾고있었다.

 "그래 주현아 조금만 참아 내가.. 오빠가..구해줄게"

 동우는 안간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리는 명령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애타게 동우를 찾는 주현이의 목소리는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다

 "움직이란 말이야 이 시발 좀 움직여 달란 말이야.

  주현이가 아프잖아 내가 구해줘야 한단 말이야 왜! 왜! 안 움직이는 거야

  제발.. 제발.. 움직여 달란 말이야..하느님 부처님 제발 제 마지막 부탁이에요 제발~~~"

 동우는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은 흘려갔다.

 1초.

 2초.

 3초. 

 주현이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 모습을 보는 시간은 마치 평생 자기가 살아온 시간만큼 길게 느꼈졌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에 자신이 미치도록 미웠다.

 차라리 그 광경을 보지 말았더라면 

 차라리 자신도 같이 죽었더라면…

 동우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동우의 눈앞에 주현이의 모습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 살인마!!! 오빠 어떻게 우리 모두를 죽이고서 그렇게 혼자 살 수 있어?"

 "그런게 아니야 주현아. 그게 아니라고!!”

 "그래 동우야 아빠 엄마가 얼마나 널 사랑했는데 우릴 이렇게 죽일 수 있지. 이 살인마!"

 "아니예요. 엄마 아빠, 그게 아니란 말이예요. 나도.. 나도 같이 죽고 싶었다고요..." 

“이 살인마!”

“이 살인마!”

“이 살인마!”

 동우의 눈앞에는 세명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었다

 헉~ 헉~ 헉~

 동우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또 꿈이었어. 3년 동안 똑같은 꿈이야.

  엄마 아빠 그리고 주현아. 내가 그렇게 미운 거야.. 

  그렇게 3년 동안 날 괴롭힐 정도로..'

 3년전 그 사건으로 인해 동우를 제외한 3명의 가족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고

 동우만 기적적으로 살게 되었다.

 동우는 침대에 누워 천천히 집안을 둘려보았다.

 동우가 살고 있는 이 곳 동우아빠가 노후를 위해 직접 설계하셨고 동우엄마가 인테리어를 하신 곳...

 동우부모님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였다.

 그래서인지 동우는 이 곳을 떠날수가 없었다.

 그 일을 있었던 후 동우는 계속 혼자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동우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밖에 나가는 일이라곤 장을 보거나 만화책을 빌리는 것 뿐이다.

 동우는 그렇게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기를 꺼내 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LA에 어느 한인식당 안...

 한 남자가 투덜거리면 식당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놈의 영어울렁증

  이럴때는 시원한 김치찌게를 먹어줘야 한다니까

  아줌마~ 여기 김치찌게 하나요 밥 많이 주세요"

 자리에 앉은 민호는 한쪽 구석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휠체어를 타고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어딘가 많이 익숙한 모습인데..

  흠 용준이랑 많이 닮았는거 같기도하고  

  설마 용준이가 여기 있을리가 있나'

 민호는 고개를 가웅뚱거리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용준이 생각하니까 동우가 보고싶네.

  그 자식 잘 지내고 있겠지

  언제 한번 연락이라도 해야할텐데

  동우아버님도 한번 뵈어야하고...'

 그때 구석에서 들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민호는 확신이 들었다.

 민호는 천천히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죄송한데.."

 한쪽구석에서 전화를 마친 용준이는 자기 옆에 와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사내에 대해 뻔히 쳐다만 볼 뿐이였다

 "혹시 최용준씨 아닌가요?"

 "맞는데요 누구신지?"

 "야 너 대구에 살던 용준이 맞지?

  맞네! 너 나 모르겠어? 나 이민호"

 그제서야 용준이는 민호를 알아보았다.

 "어 민호형!"

 타국에서의 생활이 외로웠는지 

 용준이는 민호을 알아보자마자 꼭 부둥켜 안아버렸다. 

 "야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 너 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그렇게 용준이와 민호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는 도중 자연스럽게 동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되었다.

 "민호형, 동우 얘기 들었어요?"

 "뭔 얘기?"

 용준이는 민호에게 동우에 관한 지난 일들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모든 얘기를 들은 민호는 침묵에 잠겼다. 

 "저 앞에서는 일부러 밝은 척 하는 동우지만 

  전 알고 있어요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그래서 말인데요. 민호형이 좀 도와주세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제가 방금 좋은 생각이 났거든요

  무리한 부탁인거 알지만... 

  형, 유명여자아이돌 매니저라면서요

  어떻게 동우랑 그 여자들이랑 잠깐이라도 데이트 같은거 할수 없을까요?

  동우도 남자인데 이쁜여자들하고 만나고 나면 조금이나마 풀릴꺼 같아서요.

  부탁해요 형.."

 '데이트라...'

 민호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한국에서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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