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6 08-성장 =========================================================================
졸지에 대주교들과 마도사들을 잃은 페르샤는 성녀들을 보호할 것을 지시했다. 이 상황에서 성녀까지 잃게 된다면 역전의 기회도 물건너간다.
기사들이 성녀들의 허리를 안아 들고서는 발밑에서 솟아 올라오는 검은 덩굴들을 피했다.
“재정비를 위해서 후퇴한다!”
신성력과 마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덩굴에 리나는 전술을 변형할 필요를 느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어떻게든 성녀의 성력이 효과를 펼치는 범위 안에서 싸워야 했다.
“후퇴!”
파이린을 최상급 익스퍼트들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성녀들이 성력을 발휘하는 장소로 후퇴했다. 파이린의 공격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면서 간신히 도착했다. 파이린이 허벅지에 뚫은 구멍은 성녀의 치유 능력으로 순식간에 아물었다.
“오호호호호! 제대로 붙어보자고!”
검은 촉수의 폭포가 그들의 주변을 포위하며 쏟아져 들어왔다. 기사들은 촉수들을 끊임없이 베었다. 칼은 하나지만 촉수는 여러개, 동시에 전방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동료들의 도움과 성녀들의 성력 지원이 없었다면 벌써 와해됐을 것이다.
페르샤를 비롯한 최상급 익스퍼트들은 성력의 범위 안에서만 파이린을 견제할 수 있었다. 파이린을 돕기 위해 뻗어오는 검은 덩굴을 다른 상급 이하의 익스퍼트들과 성력이 견제하지 않았다면 벌써 파이린의 주먹질과 발차기에 당했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누군가가 비명처럼 외쳤다. 베어도 베어도 검은 덩굴은 끝이 없었다.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중간 중간 성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한 촉수가 채찍처럼 달려들었다. 무척이나 위협적이었다.
그런 상황에 페르샤는 위화감을 느꼈다. 왜 가시를 뻗지 않고 매끈매끈한 줄기만 뻗어오는 것일까? 사람의 살을 베어버리는 예리한 가시들이 전방위적으로 뻗어온다면 이쪽은 더욱 힘겨운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의문은 파이린의 공격에 즉시 자취를 감췄다. 오러 마스터 급인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아무리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라고 해도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그녀는 파이린의 공격을 받아내고 다시 옆에서 뻗어오는 덩굴을 잘라냈다. 잘려나간 촉수들은 다시 다른 촉수에 붙어서 달려들었다. 정기 보급을 잔뜩 받아 생체 조작 권능이 발달한 리나의 비장의 수였다. 불이나 전격으로 새까맣게 태워버리지 않는 이상 전력에 손실은 없다. 그녀가 마기에 위협적인 성녀가 아닌 마법사들을 먼저 처리한 이유였다.
챙!
수강이 페르샤가 일으킨 검강에 가로 막혔다. 하지만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력한 힘이 담겼고 이어지는 파이린의 예쁜 발등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만일 다른 익스퍼트가 달려들지 않았다면 옆구리 한 방에 갈비뼈가 나갔을 것이다.
“버텨라! 버티기만 하면!”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페르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비장의 한 수가 남아있었다.
= = = = =
“저긴가?”
가죽 갑옷으로 가볍게 차려입은 십 수명의 사내들이 숲 속에서 공터를 발견했다. 공터 중앙에는 나무 속을 파서 지은 듯한 집이 한 채 있었다.
그들은 소드 익스퍼트로 이루어진 별동대였다. 황녀가 말하길 이 장소에 검은 가시 덩굴의 마녀를 협박할 수 있는 정도로 가치있는 ‘남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를 인질로 만들면 중요한 순간에 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기사의 관점에서 모욕이나 다름없는 명령이었지만 그들은 명령에 따랐다. 마나 각성의 열매의 전술 전략적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제국을 망하게 할 정도로 였다.
“가자.”
그들은 집은 중심으로 포위하듯 에워쌌다. 만일의 상황에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둘씩 조를 맞추었다.
천천히 조용하게 집으로 다가가던 그들은 신비로운 향기를 맡았다. 몽환적이면서도 머리가 상쾌해지는 그런 향기였다.
“앗! 셀레느!”
“칼. 오랜만이야.”
“왜 여기에 네가!”
“널 보고 싶었어.”
아리따운 여인이 칼이라는 기사의 품에 안겨왔다. 칼은 고개를 내려 작년에 어떤 귀족과 결혼해 헤어진 연인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입술이 마주했다. 가슴에 불길이 일었다. 그들은 뜨거웠던 그 시절처럼 격정적으로 서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달뜬 숨소리가 숲에 울려퍼졌다.
칼의 동료들도 칼과 동일한 일을 겪었다. 오랜 연인, 혹은 마음에 연정을 품었던 대상이 나타났다. 그중에는 고위 귀족의 아내도 있었다.
분명 이상한 일이었지만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을 수용하고 애욕에 빠져들었다.
헉헉! 헉! 하윽!
스르륵 집의 문을 연 엘레나는 담담한 눈으로 온통 남자의 신음 소리만이 울리는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도 갑옷도 벗어던진 구릿빛 알몸의 건장한 사내들이 서로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사내들은 거친 수염을 서로의 얼굴에 비비며 입술을 맞추거나 69 자세로 서로의 물건을 빨고 핥고 있었다.
오! 이 혐오감이여! 게이가 아닌 남자들에게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리!
그렇다. 그들은 엘레나가 조합한 특제 미약에 당한 것이다. 그녀는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수 백 년 동안 헛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지성체(주로 인간)들을 숲 밖으로 온건하게 쫓아보내기 위해 수 많은 방법을 개발하고 사용해 왔다.
리나가 전쟁의 귀재라면 엘레나는 현혹의 천재. 약초의 약효에 기반을 두어 마법과 궤를 달리하는 그녀의 현혹술은 수 백 년간의 임상을 거쳐 마나 사용자도 현혹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수 백년 동안 환상의 떡질을 위해서 드라이어드 숲을 찾은 이가 한둘이었겠나?
엘레나는 기습적으로 별동대를 무력화 시키고 리나를 돕기 위해서 움직였다. 물론 가기전에 미약의 약효가 오랫동안 발휘되도록 미약을 풍기는 약을 망사에 담아 헉헉 대며 서로를 탐하는 별동대 주위의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설사 바람따위가 불어 미약의 효과가 사라진다고 해도 상황을 인지한 별동대원들은 멘붕 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엘레나가 집을 떠났다. 최준이라면 이 혐오스런 지옥을 호기심에나마 한 번쯤 보기 위해 얼굴을 내밀었겠지만 집안에는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할루시아도 없었다. 둘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 = = =
‘안돼! 안돼!’
리나에 의해서 땅굴로 끌려온 마법사와 대주교들은 검은 촉수로 온통 칭칭 감겨있었다. 매끈 매끈한 촉수가 뱀처럼 옭아오면서 사지를 결박하고 사타구니쪽으로 파고 들었다.
촉수가 입으로 파고들고 아랫쪽 구멍으로도 파고들었다. 여자의 경우에는 아랫쪽 구멍이 두 개라 조금 불공평할 수도 있었겠지만 깔때기 모양으로 벌어져 남성기를 포옥 감싸 빨아들이는 촉수가 있으니 남자나 여자나 쌤쌤이었다.
비르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매우 위협적이라고 판단했다. 입이 막히고 성감대를 자극해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매우 음란하지만 효과적인 제압법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패배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굵은 촉수가 자신의 주름을 긁으며, 국화꽃을 쑤시며 자극하는 상황에서도 무영영창을 하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설마설마 최준에게 박히면서 마법 수련 시간을 가졌던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웁! 우웁!”
‘모조리 태워주마!’
식물의 상극은 불이다. 5서클 마도사인 비르나는 몸을 묶은 밧줄을 화상없이 태워버리는 마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17명 전원을 일제히 해방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막 주문을 시전하려는 순간!
‘아흑!’
머리가 아득해는 감각에 주문이 깨어졌다. 실패한 주문의 여파에 속이 진탕했다.
리나가 판 어두운 땅굴 안에서 은은히 빛을 뿌리듯 엘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손에는 식물의 섬유로 짠 망이 주먹만한 덩어리를 담은 채 그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위험할 뻔 했네요.]
엘레나가 뿌린 향은 성감을 극대화 시키는 약물이었다. 효과가 너무 좋아서 괴롭게 웁웁 거리던 이들의 코에서 쾌감 젖은 비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최준에게 단련된 비르나라도 엘레나의 향과 전신을 뱀처럼 옮아매며 자극하는 촉수의 조합을 이길 수는 없었다. 비르나의 정신은 다시 한 번 최준에게 잔뜩 괴롭힘 당하며 올랐던 실신 지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 =
원정대는 무한한 칼질로 전신이 흠뻑 젖어들었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도 줄어들었고 성녀들의 이마에도 땀이 뻘뻘 흘러내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성력을 뿜어내는 건 그녀들에게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왜! 왜 안오는 거냐!’
페르샤의 인상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왜 별동대는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건가? 엘레나는 아무런 전투력이 없는 드라이어드일 터 그러니 최준을 납치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호호호! 혹시 후방으로 침투시킨 별동대를 기다리는 거야?”
리나의 말에 페르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별동대들이 다 당한 건가?
그녀의 판단은 정확하고 후속 결정도 빨랐다.
“후퇴! 후퇴한다!”
980여명의 소드 익스퍼트와 성녀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호호호! 그렇게는 안 되지!”
원정대가 덩굴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심적 태세를 준비한 그 순간 유난히 굵은 덩굴이 하늘로 치솟았다. 덩굴은 유난히 남성의 음경 모양을 닮았다. 끝에 작고 움푹한 구멍도 있었다.
십 수개의 음경형 덩굴이 주둥이를 원정대에게 향하고 안개같은 액체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우우엑!”
“아악!”
원정대는 극심한 괴로움을 느꼈다. 점막이 화끈거리고 눈물과 콧물이 흘러내렸다. 구토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최루액이었다. 독재와 반독재간의 사투로 완성된,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한국 기술력의 대민 무기 최루탄이 최준의 기억에 없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약물 제조의 천재인 엘레나가 있으니 최루 효과를 내는 약물을 만들어 내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거기에 식물의 생장에 관련된 드라이어드란 특성은 대량 생산에도 아주 탁월했다.
정보전, 땅굴 전술, 화학전. 단 이 세가지 만으로 1000명의 소드 익스퍼트와 대주교, 성녀, 마도사로 이루어진 사상 최강의 특수전 부대는 너무나 쉽게 무력화 되고 말았다.
[언니. 이젠 슬슬 수확해 볼까요?]
최루 성분이 가득든 수액을 만들어 덩굴에게 공급하던 엘레나가 운을 띄웠다.
“후후. 그래볼까? 천 명의 익스퍼트와 마도사라.. 한 달 간 진하게 놀 수 있겠어.”
리나가 상기된 얼굴로 하복부를 눌렀다. 정기가 가득한 정액을 받을 생각에 금욕 생활로 욱신거리는 자궁이 뜨거워져 왔다.
“호호호!”
리나의 웃음소리와 함께 무력화된 원정대는 모조리 덩굴에 일일이 잡히고 말았다. 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왜 죽이나? 소중한 정기 기부자들인데.
그렇게 원정은 실패했다.
= = = = =
원정이 실패했다!
제국은 경악했다. 이런 미친!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10명과 중급 이상의 소드 익스퍼트로 이루어진 1000 규모에 성녀와 대주교, 마도사의 지원까지 받던 병력이 고작 드라이어드 둘에게 졌다?
제국이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 했다. 그 정도 병력이면 중소 국가를 밀어버릴 수도 있는 병력이었다. 황제의 충격은 누구보다 더해서 며칠 간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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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성(性)적인 장면이 안 나오면 숲의 남자가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