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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남자-1화 (1/190)

00001  01-이계로 떨어지다.  =========================================================================

최준은 백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힘든 취업난에 취직을 하기는 어려웠다.

아니다. 그는 단지 취직을 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은 불알 두쪽과 쓸데 없는 자존심 뿐인 그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을 모두 도둑놈, 사기꾼에 날강도나 마찬가지였고 그런 날강도의 이익 실현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는 싫다는 정신승리를 통해 나날이 제 취향에 맞는 기업들이나 찾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기업 중에 법률의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지 않고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을 찾는 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그런 기업들은 대부분 봉급이 짜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회사에 돈이 없는데.

그렇다고 그가 대기업이나 다른 기업에 지원을 아예 안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큰 물인지 유명 4년제 대학 공학과를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줄줄이 서류 심사에서 낙방해 버렸다.

뭐가 잘못 된 것이었을까? 스펙의 문제였을까? 학점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자소서를 이상하게 썼기 때문일까? 그는 알 수 없었다.

입시나 시험문제처럼 네가 뭣때문에 떨어졌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으면 속이 편하겠건만 이건뭐 엿장수 마음대로니.. 어떨때는 스팩이 필요하고 어떨때는 스토리가 필요하며 어떨때는 빽이 필요하고 어떨때는 돈이 필요한데 그 어느것도 어정쩡한 최준은 그 무엇도 내새울 만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 그는 회사나 사회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잉여인간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지 않고 이 기업은 이것이 단점이고 저 기업은 저것이 단점이라며 분석하기 시작한 그는 적당히 타협할 만한 착한 기업을 찾았다. 하지만 역시나 찾기 참 어렵다. 누구는 그냥 중소기업에 취직하라고 하지만 88만원에서 2만원을 추가해 한달에 무려 90만원이나 주는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도저히 학자금 융자를 갚아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최준은 이래도 인생, 저래도 인생, 긍정적으로 포기하며 에라 하나 걸려라하는 심정으로 기업들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 아니 새로운 시작점이 찾아왔다.

오늘도 한끼를 화학조미료와 방부제로 맛을 낸 레토르트 식으로 때우기 위해서 그는 편의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국민 슬리퍼인 삼선 슬리퍼를 신고 사타구니를 긁으며 원룸의 문을 여는 순간 발 밑이 쑥 꺼졌다.

“우아악!”

온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환했던 대낮이 순간 밤이 된듯 시야가 껌껌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환하게 밝아졌다. 그때 최준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 대낮에 도깨비가 나타난듯 황당한 상황에 어이없어하기를 잠시 최준은 중력에 끌어 낙하하기 시작했다.

“사람살려어~!”

그가 소리를 질렀지만 도대체 누가 도와준단 말인가?

그가 중심을 잃고 빙글 빙글 돌다가 머리가 아래도 향했다. 최준은 고개를 들어 자신이 떨어지고 있는 곳을 보았다. 숲이었다. 그것도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았던 거대한 수목이 있는 온대 원시림으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그가 그걸 어찌 아냐면 열대의 나무들은 비에 나뭇가지가 꺽이지 않게 아래쪽으로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르는데 참으로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얼굴을 양팔로 감쌌다.

후드득!

“아악!”

떨어지는 속력에 굵은 나뭇가지에 이리 부딪히고 저리부딪히다가 이내 땅에 떨어진 그는 운좋게 양다리가 땅에 먼저 닿았지만 극심한 격통을 느꼈다. 두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아흐으!”

최준은 다리가 부러진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던 고통은 사라지고 곧 마비가 온듯 다리에 감각이 없어졌다.

그러나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자리가 욱신거렸다.

“이게 뭔 일이래...”

최준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차원이동인가 싶었다. 아니라면 이런 일이 발생할 리가 없었다.

편의점에 가기 위해서 문을 여는데 난데없이 낙하산 없는 자유낙하라니..

“아.. 죽겠다.”

고참에게 갈굼을 당할 때의 죽겠다가 아니었다. 성적표가 우편으로 집으로 날라왔을 때 먼저 선점하지 못해서 나오는 죽겠다가 아니었다.

정말로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명이 있는 도시도 아니고 숲이란 야생 상태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던져 진데다가 다리까지 부러졌다. 맹수라도 나타나면 꼼짝없이 잡아먹힐 판이다.

아니 맹수가 아니라도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내출혈이 일어나는지 다리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 다리가 보라색으로 물들고 열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뇌진탕으로 기력까지 약화된 상황.

최준은 점차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는 구나.’

시야가 점차 어두워졌다.

= = = = =

그렇게 죽는 줄 알았던 최준이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 였다.

“무, 무울...”

다리의 통증에 그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물을 찾는 그의 입술에 차가운 촉감이 닿았다. 혀에 닿는 감각으로 마치 종이컵 같았다.

최준은 멍한 눈으로 힘겹게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시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최준은 그제서야 주위 상황을 파악할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마른 풀이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면포를 덮은 침대 위 자신이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러진 다리는 곧게 펴져있었고 부목이 데어져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바닥, 나무벽, 나무천장, 둥그런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살까지.. 신기한건 나무 판넬로 짜맞춘게 아니라 마치 거대한 나무의 속을 파낸듯 나이테가 온전하게 이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최준은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한편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노예로 팔려갈까? 아니면 호의적인 인연을 만나서 먼치킨이 될까? 아니면 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버릴까?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거의 넝마나 다름 없는 헝겊으로 국부와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아니 가슴의 경우에는 그 큰 가슴이 처지지 않게 지탱하는 용도로 사용한다고나 할까?

최준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정황상 저 처자가 자신을 구해준 은인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 앞에서 주책 없이 발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혈기 왕성한 나이인지라 그 화끈한 장면이 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잘록한 허리 탱탱한 히프라인에 부드러운 S와 곡선과 쭉뻗은 미끈한 다리 허리까지 늘어져 찰랑거리는 녹색 머릿결과 풍반한 가슴, 아픈 와중에도 볼건 다본 그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은 요소는 잡티하나 없이 매끄럽던 에메랄드 빛 피부.. 응?

최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미녀를 돌아 보았다. 얼굴은 엘프였는데 귀가 조금 뾰족할 뿐이고 눈이 가장 특징적이었다. 흰자위 하나 없이 온통 검은 색이었는데 영롱하게 반짝여서 혐오감은 들지 않았다.

“저.. 저를 구해주신게 당신인가요?”

최준은 당신이라는 단어를 쓰려고 하니 온몸에서 닭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좀 격조있게 ‘그쪽’이라는 단어대신 쓰려고 하니 마땅히 생각나는 단어가 그것밖에는 없었다. 뭐랄까.. 낯간지럽다고나 할까?

여인은 입을 방긋거리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최준은 여인이 언어장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구해준 마음 착한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자신의 양뺨을 잡더니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는 것이 아닌가?

최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여인은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더니 한참이나 있었다. 최준은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기분 좋아서 절로 눈이 감겼다.

[들리나요?]

“어라?”

그는 놀랐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먼 곳에서 오신 분이군요. 언어체계가 달라서 염파를 전달하는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 언어체계를 알게 되었으니 대화에 지장은 없을 거에요.]

“....”

역시 이세계 퀄리티다. 대화도 말로하는게 아니라 초능력으로 하는가보다.

“저기.. 저는 염파라는 걸 못쓰는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대화하실때에는 신체접촉을 하면 제가 말씀하시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답니다.]

“그, 그래요?”

최준은 신체접촉이라는 말에 요상망측한 상상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앗!’

생각을 읽는다는 그녀의 능력이라면 자신의 야한 상상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마를 때려고 했지만 그럴 기력이 없었다.

그는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 여자가 뭐라고 할까? 변태라고 뺨을 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지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뭐 좀 드셔야 하지 않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먹을 것을 가져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최준이 말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는 없었다.

여자가 채려준 식사는 온통 과일 투성이었다. 그것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최준이 물끄럼이 과일들을 내려다 보자 여자는 과일을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과일의 꼭지부분에 힘을 주어 반으로 쪼개고 다시 과육을 잡아당기면 꼭지부분에서 밑까지 길쭉하게 찢어진다. 그려면 그 껍질 안쪽의 과육을 수박먹듯이 먹는 것이었다.

맛은 망고의 맛에서 신맛을 제거하고 호두를 첨가한 듯한 맛이었다.

최준은 생각보다 맛있게 과육을 씹었다. 씹을 때마다 과육에서 단물이 입안을 채웠다. 다리도 아프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배도 고프고 하여튼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역시나 과일이 수분이 많아서 인지 금방 소변이 마려왔다.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상황이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소변 누고 싶다고 말하기에는 여자가 너무 예뻤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질적인 외모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된 여자였다.

그런데 남자가 된 자존심에 어찌 소변을 보고 싶으니 부축해달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혼자서 설 수도 없으니 소변누는 내내 부축을 받거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으니 이루 쪽팔리기 이를데 없는 일이다.

최준이 뭐마려운 강아지 마냥 속으로만 끙끙대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그가 그러는 이유를 알아채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손끝에서 나뭇잎이 피어났다. 그런데 나뭇잎이 자라나면서 반듯하게 펴진 것이 아니라 호리병처럼 가운데가 움푹 파이며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뭇입 호리병을 들고는 최준의 바지를 까내렸다.

“저, 저기!”

최준은 당황했다. 그녀의 손길을 치우려고 했지만 그녀는 순전히 자신을 도와주기 위한 호의에서 하는 일이었다.

[도움을 받는걸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아니, 자신이 부끄러운 이유가 그게 아니라 거기에서 느껴지는 촉감 때문인데!

시원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그의 물건이 단단히 서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단히 선 물건을 옆으로 뉘여 나뭇잎 호리병의 입구에 물건의 끝을 삽입하고 말았으니 당황하는 건 최준 혼자였다.

[자아. 사양하지 마세요.]

최준은 아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시원하게 배설을 하기 시작했다.

배설이 완료되자 호리병을 빼든 그녀는 가지고 있던 헝겊으로 그의 물건 끝에 묻은 소변을 닦고 추리닝 바지를 도로 올리고는 밖으로 소변을 버리러 갔다.

그리고 최준은 쪽팔려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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