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5/37)

00034  새터  =========================================================================

나는 예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성인 대학교에서 남자 AV 배우로 내가 해줄까?”

“뭐?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이를 닦으며 무심하게 말한 나의 말에 예슬은 격하게 반응했다.

“일단 이 다 닦고 얘기하자.”

“알았어.”

나는 이를 닦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예슬의 표정을 보니 굳이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이를 다 닦은 뒤에 예슬과 마주했다.

“그래. 대신에 조건이 있어.”

조건이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더 예슬의 눈이 커졌다.

“뭔...데?”

“한동안 같이 살자.”

“뭐? 한동안 같이 살자니... 동거하자는 거야?”

“그래.”

동거(同居).

1. 한집이나 한방에서 같이 삶. 또는 2. 부부가 아닌 남녀가 부부 관계를 가지며 한집에서 삶을 뜻했다.

2000년대부터 부모님 몰래 동거를 시작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그리고 현재 2030년에는 동거가 보편적인 삶이 되었다. 결혼하기 전.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알기 위해서 동거를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더군다나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 문제. 그리고 이혼율이 대두되며 동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동거라는 말에 예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뒤이어서 내가 한 말에 더욱 눈동자가 흔들리는 예슬이었다.

“그리고 같이 사는 동안에는 내 말에 복종해야만 해.”

복종이라는 말에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한 체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는 예슬이었다. 하지만 나는 예슬의 큰 가슴을 만지며 예슬이 빨리 말할 수 있도록 재촉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뭔데?”

“AV 여배우로서의 성공. 그런 다음에는 스타가 되는 거지. 영화도 찍고. 드라마도 찍고. CF도 찍는 거야.”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예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의 질문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래. 알겠어.”

“그럼. 계약은 성사된 거야.”

“아...알겠어.”

순식간에 계약은 성사 되었다.

비록 구두계약이었지만 새내기 새로 배움터가 끝나면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생각이었다.

우선은 예슬을 러브미 전속 배우로 만들 생각이었다.

종속 여배우가 아닌 독립 여배우로써의 계약. 하지만 나랑 동거를 하는 동안에는 나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넣을 것이다. 더군다나 입 밖으로 말을 하게 되면 동전 뒤집듯이 쉽게 돌려질 수는 없었다. 특히나 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초년생인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최면 효과.

입 밖으로 내뱉은 말로 인해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윤민호였다.

나는 예슬을 품에 안은 체로 침대 위로 몸을 맡겼다. 그러자 나의 품에 안긴 예슬 또한 침대 위에 눕게 되었다.

“넌 성인 대학교에 왜 온 거야?”

나는 예슬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랬기에 지금부터 예슬에 대해서 차근 차근 알아갈 생각이었다.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고 싶었으니깐. 연기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어. 하지만 아역 생활 때부터 느낀 건. 실력도 중요하지만 뒷줄 역시 중요하다는 거였어. 언니들을 통해서 배웠거든.”

예슬은 본인이 보고 느낀 것을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리 얼굴 예쁘고. 실력 있더라도.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성공하기 어려워. 그런데 위선에 몸 파는 언니들은 성공가도를 달리더라. 소속사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고. 그런 언니들이 하는 건 스폰서들이랑은 술 마시고. 자고. 섹스 하는 게 다야. 그러면 또. 소속사에서 영화, 드라마에 CF출연까지. 연달아서 언니들에게 주는 것을 보고는 깨달았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몸을 팔아야 되는 거구나. 그런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 몸 팔기가 싫었어. 아역 배우로서의 자존심이랄까? 그래서 성인대학교를 택한 거야.”

예슬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갔다.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나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왔던 것도 말이다. 그녀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온실속에서 자란 화초와는 달리. 자연속에서 거칠게 자란 난초와도 같았다.

“솔직히 성인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 장점이 많아. 나 같이 연예계 뒷줄 없는 여자들이 쉽게 명성을 얻을 수 있으니깐. 또, 대기업에서 후원해주니깐. 홍보 효과도 뛰어나잖아. 단번에 인기 스타가 될 수 있지. 그리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성인 TV가 많잖아.”

성인 TV.

2000년대에 등장한 성인 TV.

네이키드 뉴스에서부터 플레이보이 화보집, 성인 영화, 드라마 등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케이블 방송이었다.

2030년대에 성인 TV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최근에 끝난 성인 TV의 드라마의 시청률은 평균 30%가 넘는 대박을 치는 것이 심상치 않게 등장했다. 성인 TV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했다. 예를 들어 지상파 방송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섹스를 하는 장면에서는 이불을 덮고. 이불 안에서 옷이 하나 두 개씩 나오는 선에서 끝이 나지만. 성인 TV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실제로 섹스를 했다. 즉, 상상속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실제로 하다 보니. 보다 생생한 감동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성 또한, 흠잡을 떼가 없다보니. 성인 TV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식을 줄을 몰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임도경이었다.

임도경은 성인 대학교 출신 배우로 데뷔를 해서 청룡 영화제 신인상과 인기상을 받는 등 연기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거기다 AV 남우로서는 탑급 배우로 나가기 때문에 여자 배우들은 그와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

“난 스타가 되고 싶은 거야. 그것도 내 힘으로써 성공을 이루고 싶어. 그래서 현우야. 난 너가 필요해.”

AV 여배우로서 성공을 위해서는 AV 남우가 중요했다.

특히 여배우가 연기를 잘하더라도. AV 남우가 조루라면. DVD는 출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예슬은 내가 필요로 했고. 동거 기간 동안 나의 말에 복종하더라도 참을 생각이었다.

“도와줄게.”

어차피 성인 대학교 학생으로써 AV 작품을 찍어야만 했다. 그랬기에 예슬과 함께 작품을 만들더라도 손해볼 장사는 아니었다.

“고마워.”

예슬은 진심을 다해 나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행복을 오랫동안 지켜줄 생각이 없었다.

“넌 누구랑 제일 처음으로 한 거야?”

제일 처음한 사람이 누구일까?

성인이었기에 제일 처음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슬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예슬의 처녀막을 터트린 남자. 그래서 예슬을 여자로 만들어준 사내. 그가 궁금했다.

예슬은 굳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지만 다 포기한 듯이 사실대로 말했다. 그것은 구두계약의 힘이었다.

“성인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섹스를 하게 된다는 걸 알았으니깐. 처음 만큼은 내가 짝사랑하던 오빠에게 주고 싶었어. 그래서 그 남자에게 줬지. 그런데 그 남자는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었어. 나랑 섹스한 직후에. 내 처녀막을 깬 것을 자랑하고 다녔으니깐. 내가 예슬의 첫 남자다. 이러면서. 그래서 그 남자랑은 깨끗하게 정리했어. 물론, 마음에 상처는 남았지만.”

예슬은 내 품에 안겨서 담담하게 말했다. 예슬의 얘기를 다 들은 나는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나 역시. 첫 경험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사실 나는 경수희에게 첫 동정을 빼앗겼다. 그것도 강제적으로 말이다. 그랬기에 예슬이 말하는 아픔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남자 경험이 적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연기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녀의 남자 경험이 적다는 걸 눈치 채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는 것 같았다.

“오랄 섹스할 때 아팠어.”

“뭐? 아팠어? 미안. 조심한다고 했는데.”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어차피 동거하는 동안 그녀에게 천천히 알려줘야 할 부분이었다.

기브 앤 테이크.

그녀는 성공하기 위해서 AV 남우가 필요로 했고. 나는 그녀의 몸을 원했다.

“또 있어.”

“뭔데?”

“뒷치기 할 때. 남자를 배려하지 않았잖아.”

“배려하지 않았다니?”

나는 뒷치기를 할 때 여자가 허리를 숙여주고 엉덩이를 올려줘야 된다고 예슬에게 말했다. 그래야 자지를 삽입하기 편해 섹스하기 편하다는 설명을 빼먹지 않고 설명했다.

“그랬었구나. 알지 못한 부분에서 들켜버렸네. 헤헷.”

예슬은 혓바닥을 내밀며 자신의 실수를 질책했다. 하지만 질책하는 그녀의 모습은 예뻣다. 더군다나 큰 가슴을 가진 그녀가 질책을 하다니...

괜히 내 가슴이 아려왔다.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좋아. 안 그래도 속이 허전했는데.”

나는 방 한 쪽에 마련된 가스로 가 냄비에 물을 올렸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예슬은 나의 품에서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예슬과 나는 친해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전체적인 설정도 끝나가네요 ㅎㅎ

설 잘보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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