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1/37)

00030  새터  =========================================================================

사람들이 어째서 비싼 샴페인을 찾는지 알 수 있었다. 흔히들 이런 종류의 술을 보고 사람들은 말했다.

사람이 술을 먹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는 것이라고.

이번의 경우가 그랬다. 이 샴페인은 사람을 먹는 술이었다.

“현우야. 사과 먹을래?”

나의 옆에 앉은 예슬은 입에 사과를 물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거절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재는 스위트 룸 샤워실에서 미진의 얘기를 들은 직후였다.

여자를 배려하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라.

나는 AV 작업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예슬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아삭.

나는 입에 문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러자 사과의 아삭함이 입 안에 퍼졌다.

“여기 샴페인.”

예슬은 곧바로 샴페인을 들어 나의 잔을 채워주었다. 나는 예슬로부터 잔이 채워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건배사를 마친 미진은 잔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미진의 말에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조용해지며 미진에게 집중되었다.

“술은 곱게 마셔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죠?”

“네.”

미진의 말에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대답을 하거나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술은 즐기라고 있는 거에요. 하지만 분위기에 취해 술을 많이 마셔서 몸을 못 가누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벌을 내릴 생각이에요. 그러니 벌을 받기 싫으면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자도록 해요.”

미진은 보자기에 싸여 보이지 않는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되자 궁금증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입생 중 한명이 미진에게 물어보았다.

“벌칙이 뭐에요? 그리고 그 물건은 뭐고요?”

“성인 대학교에서만 가능한 벌칙이죠. 그리고 이건 비밀이에요. 가르쳐 줄 수 있었다면. 보자기로 가리지도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힌트를 드리자면 비밀스러운 장.난.감. 이죠.”

장난감이라는 말에 감이 왔다. 오직 성인 대학교에서만 가능한 벌칙이며 장난감을 쓰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남자는 몰라도 여자가 이곳에서 뻗게 되면 꽤나 곤란할 것임에 분명했다.

미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신입생들은 술을 계속해서 마셨다.

시중에서 비싸게 사야 구할 수 있는 술들이 이곳에서는 공짜였다. 그랬기에 신입생들은 술 마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양주를 마시려면 이런 식으로 희석시켜야 해.”

하늘은 잔에 얼음과 술. 핫 세븐을 넣었다.

스물 살.

스물 살이 술 마실 때. 인기가 가장 많은 사람은 술 마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샴페인을 따는 법, 와인을 마시는 순서, 폭탄주의 비율 등 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술 자리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신하늘이 그랬다. 남자들 사이에 끼어 기죽어 있던 그가 모처럼 여자들 앞에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술에 취해 쑥스러움도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하늘은 사람들 앞으로 나서며 행동했다. 그러자 하나 둘씩 그에게로 모여 들었다.

“학교에 들어오게 되면 힘든 점이 많을 거야.”

신입생들과 말하는 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록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충분히 닿는 거리였다.

10시.

술을 마신지. 2시간이 흐르자. 강당 안에 모인 모두가 취기에 올랐다.

그러자 하나 둘 씩. 대범한 행동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범한 행동을 취한 쪽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쪽이였다.

왜 그녀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예슬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신구 대면식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상황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는 미진을 비롯한 재학생들이 성인 대학교 시스템에 대해 알려주었다고 했다. 거기다 앞으로 계약을 맺게 될 기획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고 했다. 어쩌면 기획사로부터 자유로운 학생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여자들은 무서웠다.

키스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고. 자신들의 몸을 남자들에게 내주는 것에 거침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남자의 몸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며. 이후 자신을 지목해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섹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학생들이 강당 안에서의 섹스를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몸의 터치는 자유로웠지만 성관계 금지는 남녀 모두 술을 먹게 만들었다.

“벌칙은 3단계.”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술 게임이 이어졌다. 게임에서 지면 술을 먹는 것이 규칙이었다. 그러다 게임에서 남녀가 동시에 걸리게 되면 단계별로 술을 마시도록 만들었다.

1단계는 남녀가 팔짱을 끼고 마셨다.

2단계는 남녀가 몸을 껴안고 술을 마셨다.

3단계는 두 사람 중 한 명의 입에서 다른 사람의 입으로 넘겨주었다.

이것이 기존에 알고 있던 규칙이었다. 하지만 흥에 겨운 우리는 그 이상의 법칙을 만들었다.

“4단계해.”

“아니야. 5단계도 괜찮아.”

우리는 즉석에서 4단계와 5단계를 만들었다.

4단계는 두 사람 중 한 명의 쇄골이나 허리골에 술을 붓고 개처럼 핥아서 먹는 방법이었다.

5단계는 계곡주. 여자는 서 있고. 남자는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누워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여자의 가슴 골 사이에 술을 흘러 보내면 가슴과 배를 지나 보지에 이르렀다. 이후 보지 끝에 맺힌 술방울들이 누워있는 남자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것을 받아먹으면 되었다. 

샴페인을 마시며 우아하게 시작되었던 새터는 어느 새 난장판이 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하나 둘 씩. 이성이 마비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어느 덧 흘러 12시 30분이 되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강당 안에 모인 학생들의 열기는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술에 취한 여학생 몇 명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지면 벌 받는다고 했는데.”

미진 역시 술에 취했는지. 말하는 말투가 귀엽게 들리기 시작했다.

술에 취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젓한 모습만 보여주던 미진이었다. 하지만 술에 취한 그녀는 귀여웠다. 하지만 술에 취했어도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잊지 않았다. 박수를 치며 앞으로 나가는 미진으로 인해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앞을 봐주세요. 술을 마시기 전에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쓰러진 신입생이 보이네요.”

앞으로 나선 미진은 방금 전까지 들려주었던 귀여운 목소리가 사라지고. 근엄한 선배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 보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줘야겠네요.”

미진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보자기를 치웠다. 그러자 성인 장난감으로 진동기와 딜도, 저주파 안마기들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 미진은 분홍색깔의 진동기를 하나 들었다. 그것은 송편 정도의 크기를 지닌 물건이었다.

“현재 제가 들고 있는 건. 저의 자위용품 장난감입니다.”

갑작스러운 미진의 고백에 취했던 술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어느 기획사에도 들어가지 않는 미진이었다. 거기다 리더십있게 학생들을 이끌어 온 그녀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제가 자위를 하는 게 이상한가 보군요.”

미진은 신입생의 얼굴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했다. 그들 역시 나처럼 충격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신입생이라서 성인 대학교 교육 방침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죠. 성인 대학교는 성(性)을 상품화해서 파는 학교입니다. 그렇다보니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성감대를 찾고. 개발해야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 학교에서 평가하는 것이 한 달에 한 번. 자위 영상을 찍어 담당 교수님에게로 직접 메일로 보내야만 합니다.”

“뭐야?”

“어째서?”

미진의 말에 강당 안에 자리잡은 여학생들의 술렁임이 생겼다. 하지만 미진은 그녀들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또한, 작품을 찍다보면. 장난감이 등장하는 신(scene) 많습니다. 물론, 신(scene)마다 장난감도 달라지고. 하는 방법도 달라지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장난감이랑 친숙해져야 하고. 남자의 경우에는 여성들이 잘 느낄 수 있도록 잘 사용해야만 하죠. 거기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미망인 컨셉인 경우에는 여자들이 장난감을 들고 자위를 하는 장면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술에 취해 뻗은 여자를 덮치는 상황이라면 장난감의 수는 더욱 많아지죠. 새터는 여러분들이 친해지는 자리를 만드는 목적도 있지만. AV과랑 친숙해지는 것도 겸하고 있습니다.”

미진은 장난감 중 몇 개를 들고 술에 취해 쓰러진 여학생들에게로 다가갔다.

“성인 대학교 학생이라면 자위를 하는 것에 창피함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자위하는 모습이 영상에 아름답게 나오기 위해서는 실전처럼 연습을 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에요.”

미진은 술렁이는 여학생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러더니 남학생과 여학생의 손에 성인 장난감을 쥐어 주었다.

============================ 작품 후기 ============================

30화 네요.

토익 공부랑 병행하려니깐 힘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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