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4/37)

00023  새터  =========================================================================

나는 섹스를 끝내고 곧바로 수희를 찾았다. 하지만 수희는 버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수희는 섹스하고 있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나는 기분이 묘해졌다.

‘왜 수희는 현장에서 사라졌을까?’

어쩌면 수희 역시. 나처럼 미련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나 말고 누군가가 그 사람을 탐한다.]

이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각자 다른 기획사를 가지고 있기에 섹스 파트너처럼 섹스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 또한, 성인 대학교에서는 보는 눈이 많았다. 그렇기에 보는 눈을 피해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 성인 대학교는 다른 대학교와는 달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회였다.

나를 포함한 지훈, 준호, 광식, 하늘은 대형 버스에서 거사를 치루었다.

하지만 모처럼 들른 휴게소인 만큼. 남자들은 휴게소에 내렸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생리현상을 보고. 먹거리를 먹기 위해 나왔다.

“배 안 고프냐?”

지훈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배가 고팠다. 격렬한 운동 뒤에 찾아온 허기였다.

그때였다.

“뭐 하나 사줄까?”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기 때문이었을까?

남자 쪽이 아닌 여자 쪽에서 먼저 우리에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그녀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 중 한명이었다.

“아니. 우리도 돈 있어.”

“그래. 괜찮아.”

“사양할게.”

하지만 딸기 향 소속 배우인 지훈, 준호, 광식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마도 기획사에서 지시한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괜히 정을 줘서 친해지지 마라.

정을 준다는 것은 AV 촬영을 그녀와 찍을 수도 있고. 기획사 측면에서는 소속 배우와의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남자의 체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가 쌀 수 있는 정액의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즉, 괜한 일에 빠지지 마라는 조언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이 내민 조언을 따라야만 했다. 

“나도. 괜찮아.”

나 역시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우리가 왜 그러는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하늘은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

확실히 시루 배우는 기획사가 없다 보니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여자는 얼굴이 빨개진 체로 있다 버스로 사라졌다.

“야. 쟤 완전 섹시하지 않냐?”

“누구? 아. 검게 그슬린 애.”

회오리 감자를 먹기 위해 주문을 하는 도중. 우리들의 시야에 수희가 들어왔다.

“잘 빨 것 같이 생겼네.”

“진짜 색기있게 생겼어.”

“아쉽다. 같은 기획사였으면 좋았을 텐데.”

색기. 다른 말로는 성적매력을 뜻했다.

성적 매력 (性的魅力, Sexual attraction)은 개인적인 성적 욕구의 근거, 또는 성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개인적인 자질을 말한다.

확실히 태닝까지 마친 수희의 모습은 색기가 흘러 넘쳤다.

솔직히 수희의 얼굴은 성인 대학교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순위가 10등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하나같이 성인 대학교에 입학한 여학생들은 예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암컷의 향기인 색기 만큼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마도 그녀가 풍기는 색기는 성인 대학교 전체 여학생들 중에서 1등일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매력이 바뀐 수희였기에 남학생들 사이에서 그녀의 존재는 핫 이슈였다.

‘바나나 슛에서 뭘 한 거야?’

하지만 수희에 대해 알고 있는 나로서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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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버스는 휴게소에서 출발했다.

누군가가 가방에서 향수를 꺼내 뿌렸는지. 대형 버스 안의 밤꽃 향기는 향수에 묻혀 사라져 있었다.

더군다나 분수쇼를 펼친 바닥도 누군가가 닦아 놓았는지 깨끗했다. 하지만 바닥에는 미쳐 닦아내지 못한 물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름이 뭐야?”

나는 계속해서 나의 옆에 앉은 파트너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설마 이름도 모른 상태에서 섹스를 한 것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까? 왕의 입장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이것으로 볼 때. 나는 아직 왕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제... 제 이름은... 가..간민선이에요.”

그러나 나의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나는 단지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수줍어 하며 본인의 이름을 말했다. 더군다나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간민선이야? 알겠어.”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녀의 볼이 더욱 상기되어졌다.

마치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한송이의 꽃에 불과했던 것처럼 말이다.

간민선은 예뻤다.

물론, 스타성이 없었기에 종속 여배우의 신세를 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내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간민선은 골드 배우가 아니라 실버 배우였다.

하지만 성인 대학교에 들어온 여성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예쁜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압도적으로 예쁜 사람은 어느 세상에서나 존재하는 법이었다. 아무리 예쁜 배우라도. 탑급 배우 앞에서는 한낱 오징어가 되어버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오징어가 예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즉, DVD 랭킹에서 성인 대학교 학생들은 충분히 100위 안에 들 만큼의 미모를 지녔다.

하지만 스타성은 미모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압사한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의 여인들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강원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2박을 머물며 새터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I그룹에서 새터 진행을 위해 호텔의 20층부터 23층까지 빌려줬습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학생회를 이끄는 미진의 말이 들렸다.

성인 대학교 학생회에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었다.

바로 기획사에 들지 않는 인원이 학생회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면 기획사가 짜준 스케줄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학생은 학생회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되고 결국은 학생회에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획사에 들어간 인원이 학생회 전반의 일을 간섭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성인 대학교의 자본의 출처가 바로 대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었다.

즉, 학생회 자체의 룰이 존재하더라도 학생들 사이의 우정은 끈끈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의 형식상의 학생회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오늘 학생회를 도우러 온 인원들 중에는 기획사에서 보낸 여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그런데 I그룹이라면. 러브미의 본사라고 할 수 있었다. I그룹 황태자인 윤민호가 이곳을 빌려주었는지도 몰랐다.

“1인 1실을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건물 최고층인 23층 스위트 룸은 남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니깐. 이 점 유의해주세요.”

미진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대형 버스에 몸을 실었던 학생들은 자신의 짐을 챙겨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호텔을 관리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친절하게 우리들의 짐을 들며 방으로 안내했다.

“이곳이 지현우군이 쓰실 방입니다.”

나의 짐과 함께 방으로 안내해준 지배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남자들의 방은 호텔에서 지정해 준 것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방을 결정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그럼. 편안한 시간 되십쇼.”

방 안내를 끝낸 지배인은 인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만약 이곳이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이었다면. 그에게 팁을 줘야 했지만. 나는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우와. 죽이는데.”

지배인이 나가자 나는 속마음을 바깥으로 표출해 보였다.

강원도의 호텔.

이것은 나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2월의 강원도는 설산으로 덮인 산의 절경이 멋지게 들어왔다.

더군다나 23층의 스카이 뷰에서 보는 산의 절경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었다.

“눈꽃이 아름답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어.”

빛에 반사된 눈꽃은 아름다웠다. 마치 하늘의 빛을 산에 핀 눈꽃들이 다 받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겨울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겨울 산의 중심에서 산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설산을 바라보다. 나는 내가 배정 받은 방을 구경했다.

화장실과 욕조. 넓은 거실과 냉장고.

냉장고는 두 종류의 냉장고가 있었다.

하나는 과일과 음료수. 아이스크림이 담겨진 냉장고. 또 다른 하나는 와인과 삼폐인을 담아두는 냉장고였다. 하나같이 비싼 음식들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성인 대학교 학생의 특권이 있었다.

나는 내 방의 침대보다 더 큰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며 휴식을 취했다.

“본부에서 알립니다. 12시 30분부터 점심이 있을 예정이오니. 성인 대학교 학생들은 시간에 맞춰 2층 식당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더 알려드립니다. 12시 30분부터 점심이 있을 예정이오니. 성인 대학교 학생들은 시간에 맞춰 2층 식당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미진의 말이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현재 시간은 12시 20분.

10분 뒤부터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면접 끝나고 돌아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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