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수술 =========================================================================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연구 작품 중에는 씨 없는 수박이 있다.
씨 없는 수박.
그것은 무서운 실험이었다.
씨 없는 수박은 종족 번식을 할 수 없는 수박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류는 번식을 위해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인류의 투쟁에 반하는 행동을 하러 길을 나섰다.
수술실.
눈 앞에 보이는 수술실이라는 팻말이 나를 서럽게 만들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수술실은 무서운 것이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수술실이 서러운 것이었다.
정말이었다.
이 참단한 기분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들어오세요.”
여 간호사가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말이 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저기 들어가게 되면 나는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나는 고자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심리적 압박이었다.
그렇지만 윤민호가 말한 계약 내용을 상기해내며 나는 움직이기 싫은 발걸음을 떼어냈다.
수술실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투명한 차단막이었다. 아마도 차단막 안에는 수술 시 염증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균 소독이 되어 있을 것임에 분명했다.
“그럼. 바지랑 팬티 벗어서 바구니 안에 넣어주세요.”
바지와 팬티를 벗어라는 말에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라는 건 없었기에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이게 달관이라는 거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랬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달관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 벗으셨으면 멸균실 안에 들어가셔서 침대 위에 앉으시면 됩니다.”
하반신을 내놓고 여 간호사 앞을 당당하게 지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달관했다. 하지만 침대에 눕는 순간 그 달관은 끝이었다.
“그럼. 제모를 시작하겠습니다.”
“!!!!!!”
여 간호사는 제모 크림과 일회용 면도기. 가위를 들고 왔다.
제일 먼저 가위로 털을 짧게 짤라냈다. 그런 다음 면도 크림을 골고루 바르더니. 제모를 하기 시작했다.
스삭. 스삭.
가위로 털을 자르는 것 까지는 인내심을 참고 볼 만 했지만. 여성이 나의 그곳을 미는 느낌은 도저히 참아 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천장의 불빛이 눈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다 되었습니다.”
제모는 순식간에 끝났다.
아무래도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하아...”
나는 한 차례 한숨을 내쉬고 쳐다보았다.
깨끗했다.
유년시절 이후로 이렇게까지 깨끗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웃으께 소리로 친구들끼리 말할 때 여자의 그곳에 털이 없으면 백보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백자지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수술하기 전부터 나는 참담한 심정을 겪고 있었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성인 대학교에 입학하신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AV 남우로.”
“네? 네. 그런데요.”
제모를 끝낸 여 간호사는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사실 오늘 낮에 들었거든요. 대단한 루키가 들어와서 그런데. 수술해야 된다고. 그래서 그런데. 한 번만 세워 봐도 되나요?”
“네?
여간호사의 질문.
처음에는 그녀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질문이나 농담은 2030년에는 당연한 것이었다.
성(性)을 가지고 농담은 하는 것은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계가 있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섹드립은 아슬아슬한 선을 지켜야만 했다. 왜냐하면 선을 넘어서는 순간 더럽고 질펀한 얘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2030년.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변했고. 자유러운 성(性)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선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지상파 방송에서도 질펀하다고 할 수 있는 성 얘기를 자유분방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성이 생겨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보니. 이런 상황 속에서 여 간호사의 질문은 편하게 다가왔다.
거기다 이제는 공인으로써. 촬영 때마다 세워야 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여 간호사의 말을 수락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여 간호사는 조심스레 손을 위아래로 흔들더니 나의 자지를 세웠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의 물건은 반응을 했다.
마치 로켓을 발사할 듯 한 기세로 뻣뻣하게 서진 것이다. 거기다 털이 없다보니 로켓이 황무지 위로 세워진 듯 한 느낌도 주었다.
“우와. 루키가 맞으시네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루키를 타령하는 여 간호사가 미웠지만. 나는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순간. 멸균실이 열리며 의사와 간호사 2명이 더 들어왔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수술실로 들어온 이 박사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나와 여 간호사에게 질문했다.
“제 물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고 해서요.”
“아... 하긴. 민호군도. 자네가 굉장하다고 하더군. 정말. 대단한 크기구만. 나중에 필러까지 넣게 되면 여자들이 질질 쌀 걸세.”
이 박사는 프로답게 접근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기 싫었다. 즉, 필러까지는 넣고 싶지 않았다.
“그럼. 수술을 시작하지.”
수술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제모를 했던 여 간호사는 자연스레 뒤로 물러서고. 연령이 되어 보이는 여 간호사가 와서 빨간약을 발라주었다. 이 빨간약은 병원균이 침투하게 못하게 막아주는 수술용 액체였다.
“따끔할 겁니다.”
이 박사는 수술용 빨간약이 발라지자 마자. 부분 마취를 위해 주사기로 나의 부랄을 찔렀다.
“억!!!”
마취약이 담긴 뚜거운 바늘 주사기로 찌를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역시나. 따끔의 수준은 억으로 끝이 났다.
이 박사는 마취약 투입이 끝나자. 부랄을 손가락으로 몇 번을 팅겨 보더니. 마취가 된 것인지 확인했다.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 박사는 그때서야 수술을 시작하였다.
“아프면 말하세요.”
나는 차마 수술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박사는 능숙하게 수술을 시작하더니 메스를 가지고 피부막을 얇게 찢었다. 그리고 기구를 삽입해 정관을 끄집어 내는 것 같았다.
마취를 한 까닭에 아픈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터치하는 느낌은 났다. 그랬기에 그들이 나를 어떻게 씨 없는 수박으로 만들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되었다.
뜨끔.
이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랬다.
나의 관이 잘린 것이었다.
이런 나의 예상이 맞는지 그 다음에 느낌은 봉합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수술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럼. 박 간호사가 마무리 소독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박사님.”
나의 제모를 도와주었던 간호사가 마무리 소독을 해주었다.
“시술 후 1주일 동안은 몸에 꼭 끼는 삼각팬티를 착용하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음낭을 위로 올려 고정하는 것이 좋아요. 수술 봉합 치료는 수술 후 2~3일 뒤에 하니깐. 접수하시고 가시면 될 거에요. 항생제는 시술 전날부터 시술 후 3일 동안 복용해야 하는데 오늘 저녁부터 드시면 될 거에요. 그리고 수술 봉합한 부위는 1주일 후에 제거할 거에요. 그래서 샤워는 봉합사를 뽑고 난 후에 하는 것이 좋으니깐. 당분간은 참으셔야 될 거에요. 그리고 당분간은 음주도 당연히 금해야겠죠. 또, 수술 후에도 잔여 정자가 배출될 수 있으므로 10회 이상 기타 피임법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네요. 어차피 박사님께서 매주 목요일 마다 정액검사를 시행할테니깐. 그 전날. 섹스라던지. 자위를 하시면 안 돼요. 왜냐면 정액에 정자가 더 이상 섞여 나오지 않는지를 검사하려면 아무래도 안 하고 오는 쪽이 정자 찾는 데에 있어 수월할 테니깐요. 만약에 수술 후 3개월이 경과한 다음에도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관찰되면 재수술을 고려할 겁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여 간호사는 나에게 참고사항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소독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많은 것들이 교차했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윤민호의 말처럼 앞으로 촬영하는 동안은 콘돔을 끼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랬다. 나는 앞으로 생자지로 생보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한 여자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을 상대로 말이다.
옷을 입고 수술실 밖으로 나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윤민호를 볼 수 있었다.
“그래. 수술은 잘 끝났어?”
“네? 그럭저럭요.”
“그런데 털은. 다 밀었어?”
“네? 네. 완전히 다 밀었어요.”
나는 윤민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푸하하하.”
윤민호는 나의 말을 듣고는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윤민호는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정관 수술비를 지불하고는 나와 같이 지하로 내려갔다.
“일단 계약한 집으로 안내해줄게. 운전 조심히 해. 이제 곧 마취 풀리고 하면 땡길테니깐.”
윤민호는 서울에 자리 잡은 집으로 나를 바래다주었다. 아마도 오늘은 부산으로 내려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고단한 하루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수술 편 끝입니다.
코멘트처럼 확 떠야 할 텐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