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5/37)

00014  수술  =========================================================================

2030년.

새해가 밝았다.

동시에 나의 대학 생활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바로 러브미의 조건을 수락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진의 말이었다.

신생 기획사는 3대 기획사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과론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미진의 영향이 컸다. 참으로 아이러니컬 했다. 윤민호를 싫어하는 그녀의 결정으로 인해 내가 러브미에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흐음...”

나는 고민에 빠졌다.

수희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날 클럽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나는 수희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그건 수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 사이에 알 수 없는 벽이 생긴 것이다.

영화 레드 까펫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막상 니가 딸기랑 사귄다고 치자. 니 여친이 우리 앞에서 옷 다 벗고 연기하고 있어. 안 민망하냐? 니 눈 앞에서 남자 배우가 니 여친 가슴을 막 만지고 핥아. 안 이상하겠냐고?]

극 중에서 한 스텝이 성인 영화를 찍는 딸기라는 영화 배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를 딱하게 여긴 스텝 동료 형이 그를 말리면서 한 말이었다.

딱. 내 기분이 영화에서 표현한 대사와 같았다.

이상했다.

장득수가 수희와 키스하고 옷 벗기는 장면이 자꾸만 상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날. 장득수 뿐만 아니라. 윤민호. 정성호도 수희랑 관계를 맺었다. 즉, 섹스를 했다는 소리였다.

그날 저녁 6시에 모여 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우리는 VIP방에서 춤추고 놀고 술 마시다. 심심하면 여자들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다 이내 섹스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여자를 탐했다. 그것은 수희를 탐하고 있는 남자들 때문이기도 하였다.

반발심.

나도 여자를 탐할 수 있다.

일종의 시위와도 같았다. 그날. 클럽에서 노는 것을 마치고 수희는 장득수를 따라 차에 올랐다.

물론, 옷은 아나바다를 타령하는 윤민호 때문에 옷을 바꿔 입은 체로 말이다.

그날 수희가 바꿔 입은 옷 때문인지 수희가 더욱 예뻐 보였다.

결국에는 그 날의 일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희를 가슴 속에 담아둔 것이었다.

“잊자.”

나는 잠시만이라도 그녀를 잊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개학을 하게 되면 마주쳐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잠시라도 그녀를 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네. 러브미 홍보팀 담당. 진민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는 지현우라고 하는데요.”

[지현우씨요? 네? 뭐라고 하셨죠?]

“지현우입니다.”

나는 그 날 오후.

서울로 올라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

서울에 도착한 나는 택시를 타고 러브미 본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차피 서울 지리는 까막눈이었기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마음에 편했다.

러브미 본사.

3대 기획사라 불리는 명성에 맞게 본사의 규모는 컸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러브미에서 배출한 유명 연예인들이 본사 유리에 붙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성인 대학교 출신 배우였다.

현재 그들은 인기 있는 배우만이 찍을 수 있다는 통신사 CF부터. 미의 대명사만이 찍을 수 있는 화장품 CF까지. 여자 배우라면 반드시 오고 싶은 기획사 1위가 바로 러브미였다.

회사 내로 들어가자. 나를 맞이한 것은 1층 경비를 지키던 경호원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늘 이곳에 계약 문제로 왔는데요?”

“성함이?”

“지현우입니다.”

“아. 지현우씨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담당자가 내려와서 지현우씨를 데리고 갈 겁니다.”

경호원은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그러자 경호원의 말처럼 여성 한분이 내려왔다.

수수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었다.

“반갑습니다. 지현우씨. 전 전화 받았던 진민주라고 합니다.”

“아. 홍보팀 직원.”

나를 데리고 온 사람이 홍보팀 직원인 진민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보팀.

영업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모는 뛰어난 축이었다.

물론, 러브미에 속한 탑급 배우랑 비교한다면 아쉽지만. 일반인 중에서는 뛰어난 미모에 속했다. 아마 아만다에서도 4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미모였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회사 규정상. AV 남우에 속하신 분들에게는 하대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가요?”

진민주는 나를 안내해주는 동안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이사 : 윤민호.]

윤민호 사무실 앞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는 문구가 달려 있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윤민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민주는 문을 열었다.

“이사님. 지현우군이 도착했습니다.”

“오. 왔구나.”

윤민호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환영해 주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진민주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방에 남은 것은 나와 윤민호 둘 뿐이었다

“뭐 마실래?”

“아니요. 괜찮습니다.”

“대화가 길어질 텐데. 괜찮겠어?”

“그럼. 아무것이라도 주시면 맛있게 먹겠습니다.”

“싱겁기는... 여기 마실 거 좀.”

인터폰을 누른 윤민호는 비서에게 마실 것을 들고오라고 시켰다.

“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뽑아 놓았다.”

윤민호는 나에게 A4 용지 서류 몇 장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러브미에서 내민 조건이 담긴 계약서였다.

“확실히 마음먹고 온 거지?”

“일단은요.”

“일단은 이라... 뭐. 우리 측에서도 요구조건이 바뀌었으니깐 확인해보는 게 좋을 거야.”

윤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서류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비서는 나에게 마실 것을 가져다 주었다.

츄르릅.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나는 꼼꼼하게 서류 내용을 검토했다.

“다 봤어?”

“네. 다 봤어요. 그런데 집 주소가 바뀐 거 같은데요.”

“아... 집 주소 바뀐 거 같은 데가 아니라 바꿨지. 사실 우리 측에서는 성인 대학교에서 AV 남우라고 평가받은 너를 일반 배우 등급으로 봤었거든. 그런데 클럽에서 내가 봤지. 이 새끼는 분명 탑급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대우를 일반 배우로 쳐주면 안 된다. 고 내가 누님께 말했지. 우리 누나가 러브미 대표 이사 겸 사장이거든.”

윤민호는 장난 스러운 표정을 잊지 않은 체로 말했다.

“그러니깐 너가 앞으로 살게 될 집은 우리 쪽에서 제시한 집보다 훨씬 더 좋은 집에서 살게 된다는 거야. 그것도 인지 배우급 집에서 말이지. 나는 탑급 배우로 줘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누나는 너를 못 봤다는 거랑. 한 번에 탑급 배우로 등급을 올려버리면 목표 의식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해서 거기까지만 올려줬어.”

윤민호의 말을 들으니 달라진 계약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윤민호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면서 말했다.

“이해했으면 여기다 사인해. 그리고 계약 조건에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자 배우 수입은 등급에 따라 달라져. 일단 너는 AV 남우로 측정 되어 있으니깐. AV 남우 급으로 줄 거야. 그런데 AV 남우도 등급이 나눠져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런데 여기서 우리 누나가 또 태클을 걸었지 뭐야. 너의 실력을 알 수 없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우리 회사 측에서 제시한 실습을 끝내야 계약 문제에 대해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건 내가 아니라 대표 이사이자 사장인 우리 누나가 직접 와서 계약을 할 거야.”

나는 윤민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까지는 학생 신분이었기에 부모님에게 손 벌릴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성인 대학교에서 촬영한 영상만으로도 대학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나는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기에 곧바로 사인했다.

“좋았어.”

윤민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올해 AV과 신입생 중에서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건 너가 두 번째인가.”

“네? 그럼. 첫 번째가 있는 건가요?”

“있어. 너도 그 때 봤잖아. 경수희라고. 클럽에서 우리랑 같이 놀았던 애.”

“수희가요?”

수희가 계약을 맺었다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녀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우리 소속사는 아니고. 바나나 슛. 장사장이랑 계약했어. 그날 봤잖아. 술에 취해서 떡이 된 기지배를 기필코 차에 태워서 데리고 가는 걸 말야. 아마 집에서도 열라게 했을 거야. 아마 바나나 슛에서는 올해 그 년을 탑 배우로 키울 거 같아. 그런데 말이지. 웃긴 게 뭔지 알아? 알고 보니 그년 입이 걸레라는 거야. 욕이 입에 붙어가지고. 딱 봐도 일진 같은데. 장사장도 고생할거야. 그년 버릇 고치려면 말야.”

나와 수희와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윤민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러다 이내. 본론으로 돌아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때 잠시나마 멍해 있었다. 수희 문제로 말이다. 그러나 멍해졌던 정신을 곧바로 차릴 수 있는 사건이 터져 버렸다.

“그럼. 정관 수술부터 해야겠지.”

“정관 수술부터 하는... 네?”

정관수술.

남성 피임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을 일컫는 말로써 남성의 정관을 잘라 두 끝을 봉합하여 정자의 이동을 차단하는 수술을 일컫는 말이었다.

갑작스러운 정관 수술이라는 말에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게 더욱 더 그랬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던 가요?”

나는 그가 한 말이 거짓이기를 바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윤민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게 다 너를 위한 예방 조치야.”

“예방 조치라뇨?”

윤민호는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너 기억나. 클럽에서 봤던 오디션.”

기억이 난다. 그 날의 오디션에 대해서는 말이다. 그것은 내 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였기 때문이었다.

“그 날 너에게 먹혔던 여자들이 좀 많았냐? 아마 너에 대한 소문이 성인 대학교에 줄줄이 퍼졌을 걸?”

윤민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윤민호는 이 모든 상황을 염두해 두고 일을 꾸몄는지도 몰랐다.

“좆 맛을 본 여자들은 너에게 꼬일 수 밖에 없어요. 특히 올해 3학년과 4학년들은 AV 남우 찾기가 탑 여배우로 쳐주지 않는 이상 힘드니깐. 알아서 널 유혹하러 댕길거야. 그러니 니 좆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야 되지 않겠어.”

윤민호의 설명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왜 우리가 이 지랄까지 하냐면. 예전에 도경이의 문제가 있었거든. 그날 영화 촬영 장면이 질내 사정이였어. 일명. 나카다시(Nakadashi)였지. 그런데 문제가 뭐였냐면. 기지배가 촬영이 끝난 뒤에 사후 피임약을 먹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그 당시 1학년이었던 도경이는 미쳐버리는 상황이었지. 다행히 기획사 차원에서 나서서 도경이를 보호하기는 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와... 아직까지 치가 떨린다.”

윤민호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때 기획사 사장인 우리 누나가 내민 조건이 정관 수술이었어. 영구로 하는 것이 아닌. 임시로 하는 수술이지. 덕분에 우리는 임신 걱정을 덜었고 말이야.”

“괜찮아. 걱정하지마. 너 섹스할 때 콘돔끼고 할 거야? 콘돔끼고 하면 섹스가 무슨 맛이야. 거기다 리얼함도 떨어져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나도 묵었어. 그러니깐 괜찮아.”

윤민호는 연신 나를 안심시키며 나를 차에 태웠다.

“이 박사님한테로 운전해.”

윤민호가 기사에게 지시하자 차가 움직였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본 하늘은 이상하게도 흐리게 보이는 건 나의 착각만은 아닐 듯 싶었다. 그러다 이내 도착한 곳은 서울에 위치한 한 비뇨기과였다.

============================ 작품 후기 ============================

연참을 원하시는 코멘트가 있어서 올립니다.

내일 인적성 시험이라서...

진도 빼기가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적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