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0 성장의 조건 =========================================================================
좋은 남자 배우가 있어야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
교수님의 얘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어차피 여자 배우의 수는 대한민국에서 늘어나고 있었다.
이중 탑이라 불리는 여자배우들 대부분은 성인 대학교 출신들이었다.
현재 성인 DVD 판매. 1부터 100까지 순위를 살펴보자면. 전부가 성인 대학교 출신 여배우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 각종 CF까지. 성인 대학교 출신 여학생들이 많았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에서도 여주인공이 성인 대학교 출신 여학생이었다.
그렇다보니 AV과, 그라비아과, PORNO과.
이렇게 총 세 가지 과에서 배출한 성인 대학교가 연예인 등문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성에 대한 문화가 변하면서 생긴 변화 중. 가장 놀라운 변화가 바로. 성인 배우의 활약이었다.
그랬기에 여배우들이 뜨기 위해서는 성인 대학교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여배우가 성인 영화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남자 배우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는 기업에서 탑급 남자 배우를 요구하게 되었고. 탑급 남자 배우의 희귀성 때문에 그들의 존재 가치가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흥분되는 것은 내가 탑급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교수님과 대화를 마치고 신구 대면식이 있는 강당으로 갔다.
강당에는 이미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보통 1달에 1편 이상의 영상을 촬영하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촬영에 따라서는 하루에 끝날 수도 있지만. 길게는 일주일에 걸쳐서 찍을 수도 있습니다.”
강당에서는 이미 촬영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아마도 일찍 온 신입생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았다.
“어머. 현우야.”
강당에 들어서자 나를 반겨준 것은 박혜미였다.
지난 번 면접에 들어가기 직전 나의 볼에 입을 맞춰준 여인이기도 하였다.
혜미의 말에 강당에 모인 여자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그러자 하나, 둘 나에게로 모여 들었다.
“안녕. 나는 강효주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강효주. 키 170cm, 쓰리 사이즈는 82-58-89이며 혈액형은 A형.
현재 박혜미와 함께 성인 대학교 1년 신입 중에 최상위에 랭크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신인 후보상으로는 강효주와 박혜미. 이 두 사람 중 하나가 받게 될 것이라는 건 자명했다. 그렇다보니 둘 사이에는 자연스레 라이벌 관계가 되어 있었다.
“지현우가 누구야?”
강당에 들어온 남자가 나의 이름을 외치며 들어왔다.
그리고 곧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임도경이다.”
임도경.
현재 3학년으로 재학 중으로써 성인대학교에서 학생 신분으로 유일하게 탑급 배우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러자 나에게 몰렸던 여자 선배들이 하나같이 임도경으로 향했다.
“야. 꺼져. 너희 같은 애들 보려고 온 거 아니니깐.”
하지만 도경은 다가간 여학생들을 하나같이 뒤로 물리며 나에게로 접근 하였다.
“한 번에 AV 남우 판정을 받았다며?”
“네. 그렇습니다.”
나는 AV 남자 배우 중 신성이라 평가를 받는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쫄지마. 이곳에서 AV 남우 판정 받았으면 저기에 있는 페라 찌그레기와 국물(시루)만 흘리 줄 아는 쓰레기랑은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니깐.”
도경은 AV 남자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거기다. 임도경은 연기도 잘해 올해 청룡영화제에서 신인 연기상을 받은 남자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현재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달랐다.
도경의 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잘 기억해둬. 여기에 있는 여자들은 한 번 쯤은 다 먹게 될 테니깐. 아마 가랑이를 벌리며 한번 만 해달라고 울고 불며 사정할 거야. 그러니깐. 지금처럼 맹한 표정으로 휘둘리지 말란 말이야. 여기 있는 기지배들 다들 여우니깐. AV 남우 배우에게 찍혀서 어떡해서든지 좋은 작품 하나 남겨서 뜨고 싶어서 그런 거니깐. 알겠어?”
나는 도경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 새끼. 맹한 게. 이해하지 못한 거 같은데. 야. 김미진. 이리 와봐.”
도경의 말에 구석에 있던 김미진이 나에게로 왔다.
“이 녀석한테 이곳의 규칙에 대해 똑바로 설명해줘.”
“... 그렇게 됐네요.”
“네. 미진 선배.”
“미진 선배는 개뿔. 앞으로 미진이라고 불러. 알겠어? 여기에 있는 AV 남우들은 왕이야. 왕이 노예한테 말 높이는 거 봤어?”
왕과 노예라는 단어를 쓰는 도경.
그러나 이때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훗날.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미진이 빼고는 이 녀석에게 접근 하지마. 알겠어?”
“......”
“......”
“다들 대답이 없네?”
“네.”
“그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던 여자들이 사라졌다.
도경의 말처럼. 그가 이곳의 왕인 것 같았다.
“우리 구면이지.”
도경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미진이는 나에게 말을 놓았다.
“날 초이스 해달라는 부탁 잊지 않았지?”
“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2차 실기.
면접날을 기억해 냈다.
“그럼. 설명해 줄 테니깐. 반드시 날 선택해 줬으면 좋겠어.”
미진은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말을 이었다.
“먼저. 왜 이곳의 여자들이 너에게 매달리는 건지 알려줄게. 쉽게 말해서 다들 돈을 벌려고 그러는 거야.”
미진은 솔직하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좋은 성인 영화를 찍어야 돈 벌이가 되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AV 남우 등급의 배우가 필요하고. 현재 대한민국 PORNO 시장은 제외하고. AV 시장에서 연간 여배우가 찍는 AV 수만 해도 약 13,000명이 넘어가고 있어. 이는 연이은 경제 불황으로 인해 여자들이 돈 될 만한 일에는 다 뛰어 들고 있는 실정이라는 분석이 많아. 그런데 문제는 대한민국 성인 시장이 활성화 된지가 이제 7년 밖에 되지 않았어. 그렇다보니 현재 여자 배우의 수에 비해 남자 탑급 배우는 대한민국에 5명 밖에 되지 않아. 게다가 그 중 하나가 임도경이다 보니. 학교에서도 임도경을 왕처럼 대우해 줄 수 밖에 없어. 또, 여학생들은 촬영 도중에 자지가 수그러지는 남자를 만나게 되거나 이른 시기에 절정에 도달에 정액을 싸는 남자를 만나게되면 한 달에 한 번씩 찍어 내야 되는 영화가 망해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기획 초기 단계부터 고생했던 것들이 몽땅 다 물거품이 되는 거지.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웃긴 건. 이런 현상으로 인해 여자들에게는 관행이 되고. 이것이 세뇌되어 진다는 거야. 그건 이 학교 생활을 하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미진은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 하나같이 예쁜 여자애들에 몸매까지 좋은 애들 투성이잖아.”
“그렇네요.”
“아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각종 CF에 등장하는 메인 광고 모델이 한 번씩은 성인 영화를 찍은 배우들이 60%가 넘어가는 실정이야. AV가 되었든. PORNO가 되었든. 최소 1편 이상은 찍은 사람들이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지금은 옷 벗고 세트장에서 섹스를 하지 않는 이상은 아무리 재능을 가진 배우들이라고 해도 엑스트라 되기 일 수니깐. 배우를 희망하는 여자들은 소속사의 강압에 못 이겨서 오고 있는 실정이야. 거기다 그라비아를 찍은 연예인들이 올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이곳으로 몰리게 되지. 최근 아이돌 가수 중에 한명도 이곳에서 AV 한 편 찍은 거 알고 있지? 소속사에서 성인 영화를 찍으라고 압박을 넣은 거라더라. 그 여자애 촬영장에서 하도 울어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던데... 뭐, 그렇지만 그 아이돌 그룹은 AV 출시네 뭐네. 하면서 이슈 몰이를 하고 있잖아. 거기다. 성인 대학교에 다니는 강효주만 해도 인기 아이돌 그룹 5인조. 베라의 멤버야. 그 인기에 힘입어 요즘엔 일일 드라마 주연까지 꽤 찼을 정도지.”
미진의 말이 비로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성인 대학교는 연예인의 등문소와 같은 곳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진의 말처럼. 현재 가수 아이돌 중. 성인 영화에 출연한 가수가 많았다.
수로 따지자면 AV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PORNO와 달리 AV는 준비기간도 짧고 간편한 컨셉으로 찍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좀 알겠니? 왜 이곳에 있는 여학생들이 너에게 매달렸는지.”
“알 것 같네요.”
한마디로 말해 성인 대학교에서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연예인으로 뜨기 위해서는 탑급 배우 정도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현재 탑급 배우 정도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를 받는 나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이었다.
“이곳에는 뜨고 싶고 출세하고 싶은 여자가 많아. 한마디로 말해 이곳은 욕심으로 가득 찬 여우들의 소굴이라는 거야.”
여우들의 소굴.
확실히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여우들 중에 가장 영악한 여우는 누구인 거 같아요?”
“대형 스폰서를 잡고 있는 여자.”
“대표적으로 누가 있죠?”
“박혜미.”
미진의 입에서 나온 건 놀랍게도 박혜미였다.
“현우. 너가 몰라서 그래. 혜미는 스폰서를 받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으니깐.”
“혈안이 되어 있다뇨?”
나는 혜미가 스폰서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면접날 기억나? 면접 직전에 널 에스코트하는 걸로 여학생들끼리 논쟁을 벌였잖아. 그때 박혜미가 이긴 이유가 무엇이었을 것 같아. 그것도 1학년이 말이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인원 속에서 박혜미가 이긴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그저 유별나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될 일일 테니깐. 지금 말할게. 여자들도 학교 내에서 서열이 나눠져.”
“서열이요?”
“그래. 서열은 기수와 입학 서열로 나뉘는 것이 아니야. 도중에 편입으로 해서 들어오는 여학생들도 있으니깐. 그런데 어떻게 해야 지금 저기 보이는 것처럼. 박혜미를 따르는 여자애들이 있을 수 있을까?”
“그건... 저도 잘...”
미진의 질문에 나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미진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랭킹이야. DVD 판매에서부터. 다운로드. 방송 등을 통해 미디어 점수를 얻지. 그걸 통해 한 달의 랭킹이 발표가 돼. 그리고 발표 랭킹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여학생들은 애가 타는 거지. 그것은 곧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소리니깐 말이야. 그리고 이내 기획사에서 사형선고를 내리지. 계약을 해지 하겠다고. 그럼. 선택해야 하는 거야. 빌어먹을 이곳에서 살아남든가. 떠나든가. 그런데 돈에 맛을 본 여자들은 떠나지 않고 대부분이 이곳에 남게 돼. 그런 그들이 이곳에 남을 때 맺게 되는 계약이 뭔지 알아?”
“뭐죠?”
“노예 계약이야. 완전히 노예와 같은 계약이지. 갑이 을보고 개처럼 짖으라고 하면 짖어야 되고. 옷을 벗으라고 하면. 벗고 있어야 돼. 그런데 그런 굴욕을 견디면서도 계약을 하는 거야. 왜냐면 노예 계약을 하는 순간. 기획사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주거든. 그럼. 방송 출연이든. CF든. 영화든. 일이 주어지게 되어 있어. 그런데 한 번 떨어진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 같아? 간단해 인기 여배우랑 같이 자매 특집이든. 친구 특집이든 간에. 서로 얽혀서 출연시키면 그만이야. 그럼. 자연스레 명성을 잃었던 배우의 재발견이라면서. 대대적인 신문기사가 나가게 돼. 그러면서 잊혀졌던 배우는 뜨게 되고. 그걸로 인해 위 아래 서열이 완성되는 거야. 결국에는 나 덕분에 너가 살아난 거야가 되는 거니깐.”
노예 계약.
그렇다는 것은 서로 간의 계급이 나눠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 반대로 랭킹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기획사랑 계약을 맺고. 촬영을 더 해야겠죠.”
“맞았어. 어차피 성인 대학교 신분으로 촬영해서 나가는 영상은 한 개 뿐이야. 그리고 성인 대학교에서 찍은 영상의 수익 배분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반면에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한 달에 두 개 이상 나가는 경우는 대부분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마쳤다는 얘기야. 결과론적으로 한 여배우에 들어가게 되는 남자 배우는 늘 수 밖에 없고. 수요가 부족한 탑급 배우는 회사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노예 계약을 마친 애들은 알게 모르게 기획사의 로비 몸종으로 팔려나가는 거야. 성에 대해 세상의 인식이 바뀌면서. 오히려 성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속물들이 늘어나게 된 거지.”
성을 통한 장사를 한다.
이것은 이해가 되었다. 솔직히 성인 대학교에 들어오게 된 이상. 나 역시 정욕을 통해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지만 미진의 말에는 맹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굳이 이 방법을 택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잖아요.”
“그건. 오늘 신고식에서 보면 알 게 될 거야. 여자들이 어떻게 해서 돈에 빠지며 이곳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는지 말이야.”
미진이의 말을 듣자 나는 오늘 있을 신고식이 기대 되었다.